소설리스트

구속 빼고 다 가짐-219화 (219/316)

219화

귀찮은 기자들에게 먹이를 던져줘서, 떼어내려고 했던 발언이 생각보다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걸 알게 된 건.

미닛 메이드 파크의 원정팀 라커룸에 입성했을 때였다.

“이야~ 다들 엄청나게 퍼 날랐는데? 벌써 기사가 미어터지네.”

“기자들이 딱 바라던 말이긴 하잖아?”

“Suck 이것 좀 봐, 네가 X나게 Cool하다는데?”

동료들이 호들갑을 떨어댔으니까. 그 짧은 시간 만에 벌써 기사화가 됐나 보네.

‘좀 자극적이기는 하지.’

내용 자체가 맵기는 하다.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를 직접적으로 언급했을뿐더러.

그런 치팅을 해놓고도 나한테 쳐발린 걸 꼬집어, 완전히 X신으로 만들어버린 셈이니까.

“지금 내가 좀 심하게 인기가 많기도 하니까. 당연하지.”

“하긴, 기자든 파파라치든, 죄다 Suck 너한테 집중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거기다가 바로 직전 경기에서 20삼진이라는 위업을 이뤄낸 선수의 입에서 나왔으니. 그 파급력이 더욱더 클 수밖에 없기도 하고.

한창 시선이 집중된 시기인데, 그런 내가 폭탄 발언을 해버렸으니, 흥미가 생길 수밖에.

다만 단순히 기사 정도를 넘어, SNS에서도 엄청나게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빈볼 가지고 말이 좀 나오고 있나봐. 네 말처럼 빈볼을 왜 던지냐는 사람들도 있고. 응당한 징벌이라는 쪽도 있고.”

시즌 개막 이후, 애스트로스는 빈볼을 당해왔다. 실수인 척, 의도한 게 아닌 척하지만, 솔직히 좀 노골적이지.

징계 수위가 낮았기에, 그에 대한 반발심으로 리그 내에서 일종의 사적 제재를 내리는 셈인데.

그에 대한 설왕설래도 적지는 않았다. 전가기기를 이용한 사인 훔치기는 당연히 욕을 들어 마땅한 일이나.

고의적인 빈볼 역시 그리 깨끗한 행위는 아니니까. 자칫 큰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고.

그런데 피해자 중 하나로 떠오른 내가 불필요하다는 뉘앙스를 해버렸으니···‘

반대 측에서 달아오르기 충분하겠지. 어쨌든 굉장히 타오르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하지만···

솔직히 네티즌이나, 언론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는 그리 관심 없었다.

애초에 그냥 귀찮은 마음에 대충 내뱉은 말이었으니까.

‘중요한 건 애스트로스지.’

과연 애스트로스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부터 철저하게 팩트로 두들겨 맞은 셈인데 말이다.

둘 중 하나겠지.

부끄러움을 느끼고 고개를 숙이던가, 아니면 더욱더 이를 갈고 나와서 자신들을 증명하려고 들던가.

전자라면 쉬운 경기가 될 거고, 후자라면 그보다는 약간 더 빡센 경기가 되겠지만. 사실 그리 걱정되지는 않았다.

‘챔피언에 올랐던 작년에도 가뿐하게 잡았는데, 지금처럼 흔들리고 있다면야···’

작년과 비교했을 때, 애스트로스는 거센 풍랑에 흔들리고 있지만, 나는 그때보다 더 잘해졌으니까.

물론 언제나 방심은 금물이나, 최소한 치터들에게 두들겨 맞을 생각은 없었다.

대충 무시하기는 했는데, 솔직히 나도 좀 빡치기는 하거든. 결국 의심했던 게 진짜였다는 거잖아?

‘X나게 맞아야지. 빈볼 대신 피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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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스트로스가 가장 영광스러웠던 때는 바로 작년이다. 굉장히 가깝지.

창단 이래 첫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올라선 순간이니까.

오랜 리빌딩과 개미 털기처럼 지독했던 탱킹을 지나, 드디어 빛이 내리쬐었지만. 그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굉장히 짧고, 가파르게 추락했지. 그래, 추락이다, 애스트로스는 추락했다.

-2017시즌! 월드시리즈 챔피언은 휴스턴 애스트로스입니다! 애스트로스가! 창단 이래 첫 왕좌에 올라섭니다!

모두에게 칭송받는 영광스러운 챔피언에서.

“우우우우우우!”

“Fuckoff Cheater!”

“Kill Astros! Kill Them All!”

“Head Shot! Head Shot!”

만인에게 증오받는 사기꾼으로.

아주 드라마틱한 하강이지.

우승 이후 단 몇 개월 만에, 가을의 막바지에서, 겨울의 중심에 접어들 때까지. 그 짧은 시기 만에, 한순간 모든 게 사라졌다.

모든 메이저리그가 그들을 증오했다. 모두가 정의를 원했고,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피해를 본 팀들은 물론.

별다른 관계가 없는 팀들조차 개개인의 정의감에 휩싸여 애스트로스를 비난하거나, 아니면 ‘직접적인’ 징벌을 내렸다.

“···하아, 나도 이제 못해먹겠다. 기껏 탱킹도 꾹 참고 기다렸더니, 이게 무슨 개망신이야?”

“이딴 식으로 우승할 거면, 차라리 우승 없다고 놀림 받을 때가 더 나아.”

“쯧, 그냥 야구 끊고, 로키츠나 텍산스나 봐야지.”

어쩌면 최악의 시기일 수도 있었다. 마찬가지로 다른 구단에게 지탄받았던 지독스러운 탱킹의 시절을 버텨낸 코어팬마저, 손을 털기 일쑤였으니까.

오랫동안 기다렸던 우승이기에, 그 영광에 섞인 부정이 더욱더 실망스럽게 여겨졌을 수도 있고.

이런 걸 보자고, 힘든 시기를 꿋꿋하게 버텨낸 건 아니었으니까.

그럼에도 끝까지 남은 팬들은 더욱더 똘똘 뭉쳤다. 그리고 바랐다.

“이번에도 포스트시즌 나가야 돼. 그러면 되는 거야.”

“전자기기? 그런 건 그냥··· 부수적인 거야. 이번에도 우리가 우승해버리면, 다들 알겠지. 그냥 애스트로스가 잘하는 거라는 걸.”

“증명하면 돼, 치팅이 아니라, 실력으로도 우승팀이라는 걸. 이번에 다시 증명하면 돼.”

우리의 애스트로스가 증명해주기를.

자신들을 열광시켰던 야구가, 그저 치팅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관련된 선수들이 외치는 것처럼, 노력과 실력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물론 설사 그렇다고 할지라도, 부정이 사라지지는 않을 테고, 여전히 비난받겠지만. 최소한 그들 자신에겐 충분한 위로 혹은 지금의 태풍을 버텨낼 버팀목이 되어줄 테니까.

그리고 선수들 역시 그런 팬들과 생각을 공유했다.

“우린··· 그런 거 없어도 그냥 우승팀이었어!”

“X발, 다저스 홈에서 털어버린 건 기억도 못하네.”

“애초에 그거 별 효과도 없지 않아? 괜히 거슬리기만 하지.”

“솔직히, 사인 훔친 거 덕분에 안타 친 사람? 오히려 집중 안 되지 않았어?”

어쩌면 변명일 수도 있지만, 아니, 그냥 변명에 불과하지만, 타자들은 조금 억울하기도 했다.

물론 사인을 훔치긴 했다, 그것도 부정적인 방법으로.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나 효과적이었느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조금은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타격할 때 괜히 거슬린다는 이유로 거절한 사람도 있었고 말이다.

그렇기에 작년의 영광은 분명 조금 더럽혀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들의 노력과 실력으로 이뤄낸 결과물이었다.

그것을 굳게 믿으며, 선수들 역시 팬들의 기대에 화답해,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굉장히 흔들리는 동안에도 제법 성적을 올려냈다.

바록 디펜딩 챔피언답지는 않은 성적이나, 어쨌든 애스트로스의 팀 컬러를 유지했고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마주한 선수.

“이번 상대투수가··· Go네.”

“···”

Go, Go You-Suck.

Suck이라고 부르는 선수도 제법 있다. 어감이 찰지니까.

시리즈 전, 그 이름이 언급된 순간, 클럽하우스는 놀랍도록 조용해졌었다.

미묘한 감정이 존재하는 투수였으니까.

어쩌면 그들이 사인을 훔쳤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걸지도 모르는 선수.

허나 그것을 농락하며, 너무나도 손쉽게 자신들을 박살내버린 선수.

더 나아가, 그것을 이용해, 놀리듯 팀의 멘탈을 흔들었던 녀석.

“Suck은···”

그는 어쩌면 애스트로스에게 가장 찝찝한 상대였다.

현재의 휴스턴을 최소한이나마 유지할 수 있게 만들었던, 기본적으로 실력이 뛰어나다는 명제를 약간은 뒤흔드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는 다시금 그들을 자극했다. 그것도 아주 신랄하게.

[Go, ‘애스트로스? 빈볼을 던질 가치도 없다.’ ‘사인을 훔쳐봤자 내 발끝에도 못 미친다’ ‘그냥 실력으로 찍어 누를 것’]

실제로 저렇게 말하지는 않았을 거다. 다소 진중하지는 못한 성격이라고 하나. 저런 식의 발언을 하는 타입은 아니니까.

기자들이 제 입맛대로 뉘앙스를 바꾸는 것이야 너무나도 흔한 일이지.

하지만 본질적인 의미 자체는 비슷하기는 할 것이다. 그래, 애스트로스를 우습게 여기고, 아래로 내려보는 것 말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반박할 수는 없다. 모두 진실이니까. 그리고 그가 내려보지 않는 팀 자체가 없기도 하고.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렸고, 올해도 무실점을 이어가고, 바로 직전 20삼진까지 해버렸으니까.

그렇기에 애스트로스에겐 기회였다.

“오늘, 다들 제대로 집중해.”

“보여주는 거야, 우리 실력을.”

“껄끄럽겠지만, 차라리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자. 저 만한 상대도 없으니까.”

가장 잘나가는 투수.

가장 잘하는 투수.

그런 투수를 상대로 증명해낸다면, 최소한 함께 뭉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 마음이 안정될 테니까.

외부의 비난과 별개로, 내부에서도 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애스트로스에겐 천금 같은 기회였다.

어쩌면, 종지부를 찍을 마지막 결정타가 될 수도 있고.

####

한참 바쁘게 업무를 보던 빌리 빈은 문득 눈을 돌려, 시간을 확인했다.

같은 서부지구이나, 시간대는 중부에 속한 텍사스와 태평양 대에 속한 캘리포니아의 시차가 존재하지만, 원할한 프런트 업무를 위해서, 시간대 별로 따로 시계가 마련되어 있었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6시 30분.’

중부 시간 기준, 6시 40분. 경기 시작 시각은 저녁 경기로 7시 10분이니, 경기까진 아직 30분가량 남았다.

아마도 마지막 준비가 한창 이뤄지고 있겠지. Go는 루틴대로면 아직 불펜피칭은 시작하지 않았을 거나, 슬슬 들어가기 직전일 거고.

아마도 한창 워밍업에 박차를 가해, 최대한 몸을 달구고 있겠지. 그에 대한 걱정은 없다.

팀을 향한 걱정도 없고.

순풍에 항해하는 돛단배처럼, 순항하고 있는 팀이고, 너무 숨 가쁘게 달리는 것도 아니니, 이런 사이클은 쉽게 깨지지 않으니까.

‘생각보다 잘 버틴단 말이지.’

그의 걱정은 반대로 애스트로스에게 향했다. 아니, 이것 역시 팀을 향한 걱정일지도 모르겠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조심스럽게 준비해서, 마침내 약실에 장전한 총알 한 발로 무너뜨린 경쟁자.

Go의 등장과 더불어, 그들의 몰락을 계획하면서 오클랜드의 윈나우가 결정됐다.

가장 기세가 날카로운 팀을 고꾸라뜨려,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는 것으로 말이다.

계획대로 애스트로스는 무너졌고, 비난과 저주 속에서 굉장히 험난한 시즌을 보내고 있었지만, 예상과 다르게 완전히 쓰러지지는 않았다.

그것이 문제였다.

그의 계획대로면, 애스트로스는 확실하게 망가져야 했으니까.

‘우리가 가장 잘나가고 있지만, 에인절스도 깃발을 올렸다.’

현재 애슬레틱스의 가장 큰 난적은 에인절스다. 강자의 몰락에서 어부지리를 얻으려는 건, 그들만은 아니었으니까.

제법 팀을 보강하고, Go 만큼은 아니나, 주목을 빨아들일 루키도 앞으로 내세우며.

마찬가지로 왕좌를 노리고, 열심히 달리려고 하고 있지.

매리너스나 레인저스는 그보다는 못하기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진 못하고.

‘이 정도는 거뜬하지만, 만약 애스트로스가 기세를 회복해서 다시 달리기 시작하면, 조금 상황이 애매해진다.’

애슬레틱스는 뒤가 없다.

이번 한 방에 모든 걸 퍼부어야 하지.

사실 스몰마켓 팀의 윈나우란 어쩔 수 없이 그런 식일 수밖에 없기도 하고.

그렇기에 웬만하면 안정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야 했다. 과하게 체력을 허비하지 않고, 적당히 전력을 갖춘 채로. 그래서 마지막까지 달릴 수 있을 정도로.

그런데 애스트로스가 살아나, 서부지구가 삼강체제가 되어버린다면, 상황이 조금 미묘해질 가능성이 높았다.

전력 자체가 막강하기에, 지구우승은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계획했던 것처럼 수월한 포스트시즌 진출이 아니라.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정규시즌의 막바지까지 힘겹게 달려야 할 수도 있었으니까.

별로 좋은 일은 아니지.

물론 현재까지 애스트로스는 5할 승률도 기록하지 못하며, 그리 위협적인 경쟁자가 아니나···

‘미래를 봐야지. 애스트로스는 기본적인 체급 자체가 막강한 팀이다.’

예기치 못한 불상사가 닥쳐와, 잠시 그로기 상태에 빠졌을 뿐, 애스트로스 대단한 강팀이다. 사인 훔치기와는 상관없지. 애초에 그렇기에 월드시리즈 왕좌에 올랐던 것이고.

작년, 리그를 휩쓸었던 타선은 이탈 없이 멀쩡하고, 투수진은 오히려 피츠버그에서 게릿 콜을 받아오며, 더욱더 보강됐다.

저스틴 벌랜더-게릿 콜-댈러스 카이클-찰리 모튼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선발투수진이 완성됐으니까.

‘그러니 만약 기세가 살아나기 시작하면···’

다시 작년의 공룡팀이 포효하게 되리라. 또한 자신들의 실력을 증명하겠다는 생각에 더욱더 거센 열기를 보일지도 모르고.

그렇다 하더라도, 포스트시즌 진출은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만약의 불상사를 겪고 싶지는 않았다.

‘Go가 잘 잡아주기를 바라야겠지. 기세가 완전히 꺾여, 관이 닫히도록.’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차라리 레드삭스가 아니라, 이번 애스트로스전에서 20삼진을 해버려다면. 완벽하게 KO가 됐을 테니까.

절대로 살아날 수가 없지.

이미 멘탈적으로 흔들리는 팀이 그런 것까지 당해버린다면, 완전히 붕괴될 테니까.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던 빌리 빈은 이내 피식 웃었다. 멍청한 생각이었으니까.

‘요즘 들어 욕심이 과해졌어.’

우리 선수가 그런 걸 해버렸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기뻐해도 모자랄 판에, 시기를 놓고 아쉬워하다니.

Go가 등장한 이후로 점점 욕심이 강해졌던 것의 영향인지, 부쩍 이런 우스운 생각까지 하게 됐다.

“슬슬 경기가 시작됐겠군.”

멍청한 생각이 드는 정신을 잠시 환기 시키려, 그는 아마 한창 이어지고 있을 경기를 슬쩍 확인했다. 간략하게나마 경기 초반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서.

사장실에 티비가 마련되어 있으니, 직접 중계를 볼 수도 있겠지만, 그는 철저하게 객관적인 텍스트로 이루어진 정보를 선호했다. 텍스트에는 사심이 담기지 않으니까.

[1번타자 조지 스프링어]

-1구 스트라이크

‘벌써 1회 말이군.’

간략하게 떠오른 정보.

경기는 벌써 1회 말이었다.

애스트로스의 선두타자 조지 스프링어가 타석에 있었지. 이미 스트라이크도 하나 잡혔고.

‘공격이 빨리 끝난 건가?

예상보다 빠른 템포.

아무래도 애슬레틱스의 공격이 빠르게 막힌 것 같았다.

아직 경기 시작 시간에서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애스트로스의 공격이 시작된 것을 보면.

‘오늘 애스트로스의 선발투수가 댈러스 카이클이었지.’

댈러스 카이클.

작년, 사이 영급 퍼포먼스를 보여줬지만, 아쉽게 부상으로 경기를 날리며, 좋았던 시즌을 완성하지 못했던 투수다.

그래도 애스트로스의 우승에 혁혁한 공헌을 하며, 월드시리즈 반지를 꼈지.

아마도 그가 1회 초, 애슬레틱스의 공세를 잘 막아낸 듯싶었다.

사이 영 상을 수상했던 만큼, 기본적인 실력 자체가 뛰어난 투수니, 놀라운 결과는 아니지.

‘삼진 하나와 범타 두 개, 삼자범퇴로 끝났군. 타선의 폭발력은 더욱더 극대화가 됐지만··· 여전히 조금 기복이 있단 말이지.’

오프시즌 동안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불펜이겠지만, 타선 역시 만만찮게 강력해졌다.

다만 기존의 기대처럼 크리스티안 옐리치가 정상급 리드오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거기에 파워까지 갖추면서, 예상과는 조금 달라졌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오늘은 그 폭발력이 시작부터 터지지는 않은 것 같았다.

기왕이면 시작부터 선취점을 올리는 것이 낫겠지만, 그래도 큰 걱정은 없었다. 선발투수가 Go니까.

과장을 조금 더 보태서, 1점만 내더라도 충분한 수준이지. 그가 등판하는 경기에서는.

물론 저번 경기에서 역투를 보이며, 완봉을 올렸기에, 오늘은 조금 짧게 던질 테니, 웬만하면 빠르게 점수를 내는 게 좋겠지만.

어쨌든 큰 걱정 없이, 이후 추가적인 경기 정보를 확인한 빌리 빈은 피식 짧은 웃음을 내뱉으며,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

그가 1회 초의 내용을 살피던 그 잠깐 사이에.

[1번타자 조지 스프링어]

-1구 스트라이크

-2구 볼

-3구 중견수 플라이

[2번타자 호세 알투베]

-1구 스트라이크

-2구 스트라이크

-3구 파울

-4구 스트라이크, 삼진아웃

[3번타자 카를로스 코레아]

-1구 스트라이크

-2구 볼

-3구 스트라이크

-4구 볼

-5구 스트라이크, 삼진아웃

-쓰리아웃, 삼자범퇴.

이닝이 벌써 끝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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