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화
보는 이가 숨 막혔던 경기가 막을 내린 뒤, 본격적인 파장이 일어났다.
<올해를 빛낼, 최고의 투수들의 명품 투수전!>
<양팀 도합 안타는 단 ‘2’, 홈런 하나로 결정된 최고의 승부!>
<6회까지 이어졌던 ‘더블 퍼펙트’, 9이닝 무실점 20K & 8이닝 15K 1실점으로 마감!>
<전년도 사이 영 1&3위다운 맞대결! 오늘 콜리시엄에선 단 두명의 투수만이 마운드를 밟았다!>
<1시간 31분 만에 경기가 끝났다?! 두 투수의 멈출 수 없는 속도!>
경기가 끝난 뒤에도 흥분은 가라앉지 않았으니까.
아니, 최소한 경기를 지켜본 이라면, 도저히 근질거리는 입을 닫을 수가 없었으리라.
두 투수가 합작한 탈삼진만 35개에 달했고, 두 사람 모두 최소한 본인에게 허락된 마지막 이닝까지 마운드에 올랐다.
비록 퍼펙트 같은 기록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것을 아쉽게 여길 수가 없을 정도의 성적을 올렸고 말이다.
그런 경기의 앞에서, 사람들은 확신했다. 아직 4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 경기가 올해를 대표할 최고의 투수전으로 남으리라고.
<크리스 세일, 아쉬운 홈런에 무너지다! 허나, 강력했던 피칭!>
<8이닝 1실점 15K! 패배했지만 빛났던 피칭!>
비록 엄청난 역투를 선보였음에도 패배했던 크리스 세일이지만, 그를 패자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강력하게 맞서 싸우며, 끝까지 기세를 유지하는 모습은, 그가 어째서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투수인지를 증명해줬으니까.
그렇기에 아낌없는 박수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지만, 역시나 메인은 고유석이었다.
비록 기대했던 퍼펙트는 일찌감치 깨졌지만,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기록이 나왔으니까.
<무키 베츠마저 막지 못한 20K! 마지막 삼진으로 무너지다!>
<레드삭스 감독, ‘메이저리그에서 수많은 경기를 치르다 보면, 조금 쓰린 경기가 있기 마련.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잘 던져준 크리스 세일에게 미안하다.’>
<‘20K’! Go, 로저 클레멘스, 케빈 우드, 랜디 존슨, 맥스 슈어저와 어깨를 나란히 하다!>
<고유석에게 압도된 레드삭스! 콜리시엄에서 울려퍼진 ‘Strikeout!’>
경기 시작부터 쭉 이어졌던 압도적인 삼진의 파도는 결국 레드삭스를 휩쓸었다.
압도적인 성적을 올리며, 당당히 우승 후보로 첫손에 꼽혔던 레드삭스가 단 한 명의 투수에게 털린 거다.
<로저 클레맨스 이후 최초로 아메리칸 리그 소속 20K를 달성한 Go?>
<로저 클레맨스 이후 최초로 아메리칸 리그 소속 20K를 달성한 Go?>
그것도 퍼펙트게임보다 더욱더 진귀하기에, 최고의 투수전을 상징하기에 적합한 기록까지 내주면서.
몇몇은 오늘 경기에서 고유석이 선보인 퍼포먼스를 보며, 로저 클레멘스를 떠올려, 새로운 로켓맨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로켓 치고는 구속이 조금 느리긴 하나, 그 대신 투구동작과 이닝을 삭제하는 속도가 마치 로켓처럼 빠르기는 했으니까.
그 순간적인 폭발력과 삼진을 잡는 모습 역시 마치 그런 전설처럼 느껴졌고 말이다.
차라리 그럭저럭 무난한 팀이었다면 충격이 덜했을 거다. 예를 들어, 앞서 만난 화이트삭스 같은 팀이라면 말이다.
전체적인 기세가 떨어지는 팀과 최고의 투수가 만났을 때,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는 거야 종종 있는 일이니까.
허나 레드삭스는 아니다.
개막 이후 돌풍처럼 리그를 휩쓸었던, 한창 잘나가는 팀이었으니까.
[#RedSox]
[믿기지 않네. 우리가 이렇게 털렸다는게. 오늘 세일도 진짜 대단했지만, Go 얜 그냥···]
└잘나가고 있다가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진 셈이지.
└└돌부리에 넘어진 것 치곤, 좀 심하게 다치지 않았어?
└오늘 좀 충격이야. 다른 선수는 그렇다 쳐도. 무키가 그렇게 털리다니···
└막판에 KKK 당하는 거 보고 리모컨 집어 던졌어.
└86년에 로저가 20K 잡는 걸 티비로 봤었는데. 이번엔 우리가 당하는 걸 티비로 봤네.
└타자들은 좀 반성해야 돼. 크리스한테 사죄해야 한다고!
대기록의 희생양이 된 레드삭스 팬들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그 외의 다른 이들 역시 그런 레드삭스를 찍어 누른 고유석을 보며, 감탄과 경악, 그리고 공포를 느꼈다.
<5경기 5승, 40이닝 76K ‘무실점’, 작년보다 더한 페이스를 선보이고 있는 Go!>
<단일시즌 ‘500K’페이스? 작년보다 더한 삼진 능력을 선보이는 고유석!>
특히 시즌 개막 이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페이스는 앞으로 그를 상대할 팀의 팬들에게 공포를 넘어선,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미 충분히 괴물 같았던 작년, 경이로운 데뷔시즌보다도 조금 더 괴악하기 그지없는 성적이 이어지고 있었으니까.
이렇듯, 추가시간까지 감안한다면, 축구경기보다도 빨리 끝났음에도 수많은 이슈를 낳았던 경기가 끝난 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레드삭스에게 6대1 승리!>
<애슬레틱스, 2승 1패의 위닝 시리즈로 시리즈 종료!>
우승 후보급 팀 간의 맞대결로 주목받았던 시리즈는, 전날의 기세를 이어간 애슬레틱스가 3차전을 따내면서.
2승 1패의 위닝 시리즈로 종료됐다. 시리즈가 끝난 뒤에도 여전히 열기가 가시지 않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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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기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가 있다. 늘 바쁜 사람도 그중에서 피크를 찍을 때가 있지.
‘작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가 그 시기겠지.’
그런 의미에서 브라이언은 지금, 바로 이 순간이 바로 그런 때라고 느꼈다.
작년, 아니, Go와 함께하기 시작한 이후로, 늘 그에겐 일이 몰려들었으니까.
마이너 때 있었던 여론전부터, 화려한 데뷔가 있었던 작년, 그리고···
“언더아머 측의 제안서입니다.”
“고맙습니다, 이만 가보시죠.”
20K를 기록해버린 현재까지. 항상 일거리가 넘쳐나는 수준이지.
‘오히려 담당 선수는 줄었는데 말이야.’
이전에는 원래 열 명의 선수를 담다했고, 케어했지만, Go를 맡은 이후로 다섯이 줄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사실상 Go의 전담이 됐지.
그건 최고의 선수를 독점하려는 그를 향한 일종의 징벌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리그 최고의 선수를 품은 에이전트에 대한 대우이기도 했다.
이젠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브라이언 그와 Go가 일종의 운명 공동체라는 것을.
“언제쯤 독립할까?”
“Go가 FA나갈 때가 제일 적합한 타이밍이겠지.”
“최소 3억이겠지?”
“3억은 무슨, 무조건 단 년이야. FA 때까지 쭉 지금처럼 한다고 치면, 다저스나 양키스 급도 장기계약은 감당 못해.”
그렇기에 사실상 예비 퇴사자 취급받고 있기도 했고 말이다.
‘Boss도 이젠 손을 놓았지. 겉으로는.’
생각보다 더 끈끈해진 관계에 결국 스캇 보라스 역시 사실상 손을 놓았다.
Go가 별다른 회유에 넘어가지 않고 있었으니까. 보라스 코퍼레이션에서 대신 비용을 내주는 렌트차를 타고 다니면서. 여러모로 대단한 선수지.
물론 물밑으로는 계획을 세우고 작업을 하고 있을 테니, 지금 당장 잠잠하다고 하여, 안심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20삼진이라, 직접 보지 못한 게 아쉽군.’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20탈삼진 이후, 그의 인기는 한층 더 뛰어 올랐다.
원래도 메이저리그 최고의 슈퍼스타이긴 했으나, 거기서 더 상승해버린 거지.
‘20탈삼진 덕분도 있지만, 레드삭스의 인기도 크다.’
단순히 타이기록만으로 이미 충분히 화려하긴 하나, 그 상대팀이 보스턴 레드삭스라는 점도 주요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강팀이자, 로컬 문화가 강한 메이저리그 내에서도,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인기를 구사하는 팀이니까.
‘마치, 작년 양키스전처럼.’
작년, 두말할 것도 없이 최고의 인기구단인 양키스를 노히터로 잡았을 때와 비슷한 셈이리라.
단순히 인지도를 말하는 게 아니다. 인기 자체가 늘어났으니까.
화려한 20삼진에 매혹되어, 고유석의 ‘팬’이 늘어난 거다. 마치 그에게 이끌려 애슬레틱스로 합류한 레드삭스처럼.
물론 미디어의 집중적인 주목으로 인해, 인지도 역시 피크를 찍었고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파리가 꼬이기 시작했어.’
인기가 상승한다는 것은 굉장히 기쁜 일이나, 항상 이득만 가져오는 건 아니다.
그 이득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크기에 감내하는 것일 뿐, 함께 따라오는 피해도 적지 않았으니까.
‘스캔들이라···’
현재 메이저리그는 애스트로스로부터 비롯된 스캔들이 몰아치고 있었다.
전통의 강호(?)였던 약물 도핑 대신, 기술적인 도핑, 전자기기로 인한 불법적 행위 말이다.
당장 이번 상대팀인 레드삭스도 그 중심에 선 팀 중 하나였고, 그밖에도 수많은 팀이 의심을 받고 있지.
그런 신식 스캔들에 대한 반감인지, 바이오제너시스 이후, 조금은 움츠러들었던 전통적인 강자가 간만에 몸을 일으켰다.
‘슈퍼스타의 도핑이라···’
사실 도핑은 어떤 시즌이든 항상 말이 나온다. 직접적으로 징계를 받는 선수도 매 시즌마다 한 명은 있는 정도지.
그런데 이번엔 거물급이 걸렸다는 소문이 업계에 돌고 있었다. 엄청난 슈퍼스타가 말이다.
이것 역시 흔한 일이지.
검거된 디자이너가 자신의 고객으로 아무나 떠벌리기도 하니까.
‘그리고 이젠 슬슬 Go의 이름도 직접적으로 나오고 있어.’
현재까지 Go는 그런 의혹에서 벗어난 인물이었다. 도핑에서 흔히 관찰되는 징조가 없을뿐더러.
리그 평균에 한참은 못 미치는 구속 역시 일종의 방패역할을 해줬지.
설마 도핑했으면, 구속이 저 모양일 리가 있냐는, 조금은 슬픈 이유로 말이다.
<상식에서 벗어난 하드워커, 찬사와 함께 의심도 뒤따라야···>
그런데 이젠 그게 조금 바뀌었다. 사실 엄밀히 말해서, 느린 구속은 깨끗하다는 이유가 되지 못하니까.
평소 친분을 유지하던 기자들이 가져온 정보였다. 삼류 타블로이드지 수준이지만, Go를 저격한 기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였지.
‘Go의 압도적인 이닝 소화. 그쪽으로 가닥을 잡았군.’
단순히 근육을 늘려주는 정도가 아니라, 지구력이라거나, 체력 회복에 도움을 주는 ‘칵테일’도 적지 않기에.
선발투수의 이닝이 점점 줄어드는, 현대 야구의 상식에서 벗어난 고유석이 그것과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이 스멀스멀 자라나고 있었다.
시대의 상식을 역행하는 이에겐 혁명가 혹은 낭만가라는 찬사가 따라오지만.
반대로 반역자나 부정자 같은 의혹도 따라오는 법이니까.
마치, 작년 그가 직접 멋들어지게 깨부쉈던 파인타르 의혹 때처럼.
‘이번엔 내가 먼저 준비해야지. 파인타르 때처럼, 겉으로 보이는 퍼포먼스나 쇼맨십으로는 잠재울 수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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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다, 선물이다.”
“어유, 퍼펙트도 아닌데, 뭘 이런 걸 다.”
“싫어? 그럼 가져가고.”
“어허어허, 내가 언제 싫다고 했어? 감사히 잘 쓸게.”
레드삭스전이 끝나고, 생돈이 나갔다. 브루스에게 또다시 롤렉스를 사주게 됐지.
원래는 퍼펙트 게임 때만 주는 게 맞기는 한데, 내가 이렇게 보여도 좀 사람이 착하고 호구거든.
같이 20삼진이라 잡았고, 얘도 포구 잘해서, 최소한 카운트에서 손해보지 않았는데, 떡고물이라도 줘야지.
‘슬슬 통장이 좀 가벼워지고 있기는 한데··· 아직은 괜찮아.’
사실 나도 이젠 마냥 풍족하지는 않았다. 현금이 그렇게 많지는 않거든.
플로리다의 부동산이나, 뭐 노후 대비를 위한 주식 투자 같은 걸로 좀 썼잖아?
“뭐, 어차피 분기 지나면 다시 싹 긁어모으겠지만.”
지금 맺고 있는 계약들 끝나는 대로, 다시 한번 목돈을 쓸어 담아야겠지.
물론 작년 오프시즌에 고생한 만큼, 이번에도 마구잡이도 죄다 잡아채지는 않을 생각이지만. 대신 금액이 달라졌으니까.
“나이스~ 나이스~”
레드삭스전 이후, 우린 레인저스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운이 좋지. 나랑 안 만나다니.
본인들도 그걸 반기는 눈치고.
특히 자신들이 20탈삼진의 희생양이 되지 않은 것에 굉장히 기쁜 눈치였다.
‘단일시즌 최다 탈삼진도 대줬는데, 9이닝 기록까지 대주면, 진짜 복장이 터질 거야.’
그걸 면한 것만으로 기쁘다는 눈치였지만, 아직 모르지. 다음에 레인저스 만나면, 갑자기 내가 21삼진 잡고 신기록 세울지도.
삼진 관련된 신기록 담당은 원래 레인저스의 역할이니까.
“세이프!”
“이예에에에에에!”
“텍사스 X신들, X나게 못하네!”
“앞으로도 쭉 이렇게만 부탁하자! 계속 져달라고! 그게 니들 역할이니까!”
아무튼 날 안 만난 걸로 기쁘게 여긴 레인저스였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깔끔하게 스윕이었지. 아무리 봐도 레인저스는 글렀어.
몇몇 팬들은, 애스트로스를 대신해, 다시 자신들이 텍사스주의 맹주로 떠올라, 포스트시즌에 도전하자며 소리높이고 있지만. 딱히 가망은 없어 보였다.
뭐, 그 덕에 우린 3승을 더 추가하면서, 20승 5패로, 계속 기세를 이어갔지만 말이다.
“고마운 놈들이야.”
“고맙지, 나한테도 대주고, 우리 팀한테도 대주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야.”
그렇게 레인저스 시리즈가 끝난 뒤, 우린 어쩌면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곳으로 향했다. 공교롭게도 텍사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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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승 16패라.’
10승 16패.
아쉬운 성적이다.
승률 5할에도 한참은 못 미치니까.
“생각보다 선방 중이네?”
“치팅을 제외해도, 선수단 자체가 강력한 편이긴 하니까.”
“에이, 디펜딩 챔피언인데 이정도면 많이 아쉬운 거지.”
허나 팀 상황을 감안했을 때, 이 아쉬운 성적은 꽤나 선방하는 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애스트로스니까.
10승 16패의 팀 말이야.
‘완전히 멸망까지는 아닌가? 내부적으로 단도리를 잘 쳤네.’
작년, 월드시리즈 우승팀.
허나 올해는 리그를, 아니, 야구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전자기기 사인 훔치기의 스캔들의 주역이 된 팀인데.
내부적으로는 분열하고, 외부에서는 노골적인 비난과 적대를 받으며, 챔피언답지 않게 기세가 확 꺾였지만. 생각보다 순항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팀 자체가 강팀이긴 하지.’
오랜 탱킹을 통해, 잘 완성해낸 선수단의 클래스는 쉽게 무너질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듣기로, 선수단에서 주도했다는 소문도 있으니, 죄다 공범인 만큼, 자기들끼리 단결하는 걸 수도 있고.
특히 여전히 타선의 파워가 강력하기에, 그런 애스트로스를 보며, 사인 훔치기의 효과가 생각보다 적을 수도 있다는 말들도 나오고 있지.
애스트로스 팬들은 올해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여, 치팅이 아닌, 기본 실력 자체가 컨탠더급임을 증명하라며 기원하고 있고.
‘설사 그렇다고 해도 치터는 치터지.’
물론 효과가 어떻든, 기본 실력이 어떻든, 그냥 치터지만 말이다.
애초에 그런 거 따질 거면, 배리 본즈는 왜 욕먹어. 약 먹기 전에도 40-40하던 괴물이었는데.
최근 20K 때문에 자주 언급되는 로저 클레맨스도 약물 의혹 이전에도 명전 첫턴은 그냥 뚫는 수준이었고.
아무튼 그런 애스트로스가 이번 시리즈 상대인데, 의외로 나와 그들의 관계에 대한 주목도 있었다.
“Go, 한 말씀 부탁드립-”
“작년 Go의 경기에서도 사인을 훔쳤다는 의혹이···”
“고유석 선수가 미리 파악했다는 오클랜드 내부의 증언이···”
“중간부터 사인을 바꾸셨다는 말이 나왔는데, 혹시 미리 포착하시고 대처하신···”
작년에 나랑 원정에서 붙었을 때, 사인을 훔친다는 정황이야 확실하게 있었지만. 우리 측에선 별말을 안 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으니, 스캔들 이후에도 그냥 잠자코 있었지. 어차피 안 건드려도 망할 분위기이기도 했고.
“이거 봐, 진짜 휴지통 소리 나지 않아?”
“둥~하는 소리가 나기는 하는데, 잘 모르겠네.”
“백프로야. 그때 Suck도 그랬잖아, 쟤들 사인 훔친다고.”
그런데 우리 팬들이 밝혀냈다. 이것도 아직은 의혹 수준이기는 한데.
중계영상 잘 보면 휴지통 두들기는 소리가 난다고 하더라고. 그렇게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애스트로스가 훔친 사인을 타자에게 알려줄 때 사용한 방법이기에, 나도 피해자일 거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지.
거기다 참지 못한 내부자의 증언인지, 아니면 단순히 추측인지, 내가 먼저 의심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었고.
“빈볼을 예고한 투수들이 많은데요, 혹시 Go도···”
“사무국에선 고의적인 빈볼을 무조건 퇴장하는 조치를···”
“정당한 징벌이 아닌, 사적제제라는 말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러니 다저스를 비롯해, 피해를 본 다른 팀들이나, 그 투수들처럼 나도 애스트로스에게 빈볼을 던질 거냐는 질문이 많았는데.
휴스턴에 도착한 직후부터 따라 붙은 기자들이 짜증스럽고, 솔직히 진짜로 밝혀지고 나서 다시 마주할 애스트로스도 싫어서 그냥 한마디 했다.
“뭐하러 빈볼을 던져요? 사인 훔쳐도 못 치던데. 그냥 때려잡고 말지.”
자꾸 귀찮게 구는 기자들에 그냥 되는대로 뱉은 건데, 어쩌다 보니 멋진 도발이 됐네. 물론 어느 정도는 진심이기도 하고.
다들 착각하는 것 같은데.
나 피해자 아니야.
확신은 아니지만, 아마 99% 확률로 사인을 훔친 것 같기는 한데, 어쨌든 난 그래도 애스트로스 개털었다고.
그런데 내가 왜 애스트로스한테 빈볼을 던져? 누구 좋으라고. 그냥 이번에도 때려잡고 성적 올리는 게 훨씬 낫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