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화
<시카고 화이트삭스 0:5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승리투수 – Go You-Suck(7이닝 4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경기는 무난하게 종료됐다.
애슬레틱스가 화이트삭스를 손쉽게 압도하며, 승리를 가져왔으니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월드시리즈를 이야기하며, 바짝 윈나우를 달리는 애슬레틱스와 리빌딩의 막바지에 접어든 화이트삭스의 체급차가 워낙 컸을뿐더러.
그런 애슬레틱스가 리그 최고의 에이스를 선발투수로 냈으니, 영봉패 정도는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었으니까.
<고유석 4경기 31이닝 ERA ‘0’, 56탈삼진! 올해도 정상을 향해 ‘Go!’>
<콜리시엄의 신은 이번에도 완벽했다! Go는 콜리시엄 사상 최고의 투수?>
특히나 콜리시엄에서 고유석이라는 투수의 존재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수준이니 더 말할 것도 없었고 말이다.
[고유석 과학자 아니냐?]
-무슨 7이닝-10삼진-무실점은 고정이네ㅋㅋㅋ
└거의 상수 수준이지.
└상수가 누군데? 걔도 잘함?
└└베이징 뉴비임? 상수를 모르네.
└└야알못새끼, 상수를 몰라? 상수 개잘하는데ㅋㅋ
└└변하지 않는 숫자라고 X신아
└거의 공무원 수준임ㅋㅋㅋ
└└공무원도 이 정도로 성실하면 표창장 받고 특진함
└ㄴㄴ작년 평균이 7이닝 12삼진임, 7이닝 10삼진이면 평균보다 못한 거임ㅋ
└다저스 때랑 비교하면 오늘 좀 몸이 무겁던데 그래도 꾸역꾸역 7이닝을 먹네
한편으로 신기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리 몸이 가벼워 보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화이트삭스의 패배와 마찬가지로, 마치 정해진 수순처럼 기어코 7이닝을 채우고, 무실점을 달성하며, 두 자릿수 탈삼진도 찍는 모습은 일종의 과학처럼 느껴졌으니까.
편안하게 마운드에 올라, 마치 업무를 보는 것처럼 당연하게 타자들을 쓸어 담는 모습은 공무원처럼 보이기도 했고 말이다.
[고유석 홈구장빨 아님?]
-작년 기록 보니까, 콜리세움도 거의 부정구장 수준이던데. 솔직히 구장빨 ㅇㅈ?
└투수 친화 구장인 건 팩트인데, 작년 파크팩터는 솔직히 고유석이 너무 큼ㅋ
└고유석 때문에 콜리세움이 무슨 투수버전 쿠어스임ㅋㅋㅋ
└킹유석 구장빨 같으면 원정 성적 보고 와라.
└구장빨로 저만큼 할 수 있었으면, 오클랜드 치안이고 나발이고 투수들 죄다 애슬레틱스로 갔지.
└삼진만 봐도 구장빨 X도 없는 거 알지 않음?
그런 변치 않는 모습에 투수 친화적 구장으로 악명이 높은 콜리시엄 덕분이 아니냐는 말은 고유석의 데뷔 이후로 줄곧 나오는 말이었지만.
홈에서든 원정에서든 항상 일정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고유석이었기에.
구장빨이라는 단어는 그저 저급 어그로 혹은 어설픈 지식을 갖춘 이의 개소리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500K까지 단 51K, 그 누구보다 빠른 탈삼진 페이스! 파워피처의 새로운 지향점?>
애초에 구장의 영향을 받지 않는 탈삼진만 보더라도, 역대를 논할 수준이었으니까.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13승 4패! 새로운 AL 서부의 최강자?>
<‘가성비로 일낸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리그 최하 수준의 페이롤로 최상의 결과를 달리다!>
<애슬레틱스가 정말로 월드시리즈를? 빌리 빈의 선언, 현재까지는 ‘순항 중’>
그런 고유석에 대한 감탄 외에도, 애슬레틱스를 향한 기대 역시 점점 더 커졌다.
월드시리즈를 노린다던 말이 우스갯소리로 느껴지지 않는 성적을 올리고 있었으니까.
비록 아직 시즌 개막 이후 한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기라고는 하나.
애슬레틱스의 기세가 범상치 않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유한 생각이었다.
<다시 시작된 애슬레틱스의 약진, 올해는 끝까지 창대할 수 있을까?>
<오클랜드의 돌풍, 아직은 시기상조.>
<전문가들, ‘강력한 오클랜드, 허나 기복이 심한 것이 문제야···’>
다만, 작년 역시 엄청난 약진을 선보였지만, 후반기부터 내리막을 걸었기에,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예측 적지는 않았다.
특히 오클랜드의 경우 충분한 리빌딩을 통해 단단한 전력을 갖췄다기보다는.
고유석이라는 역대급 천운을 중심으로, 한순간 영혼까지 끌어 모아, 윈나우를 달리는 것에 가까웠기에, 뎁스가 그리 두껍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시즌 중후반 이후, 체력이 꺾이는 시기가 찾아온다면 다시 고꾸라질 것이라는 저주에 가까운 예상도 이어졌으나.
오클랜드에 박수를 보내든, 비판을 보내는 한 가지 생각은 동일했다.
[똥클 일단 포시만 가면 기대할만 하지 않음?]
-고유석 하나로 씹압살일 텐데.
└솔직히 일단 가을야구만 하면 우승 확률 ㅈㄴ높긴 함
└일단 포스트시즌 간 다음, 거기서 고유석 어깨 갈면 우승 쌉가능이긴 하지.
└고유석이 ‘커쇼’ 하지만 않으면, 포스트시즌 단계에선 정배이긴 함.
일단 포스트시즌에 오르기만 한다면, 최소한 반 이상은 먹고 간다는 것 말이다.
아직 시즌 초반인데도 절대적인 위엄을 뽐내는 에이스의 존재감은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었으니까.
<애슬레틱스, 화이트삭스를 3승으로 스윕!>
<아메리칸 동,서부의 우승후보 간의 맞대결! 과연 그 승자는?>
그런 상황 속에서, 애슬레틱스는 충분히 잘 나가고 있는 자신들보다도 더 잘나가는.
월드시리즈 이전 단계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될 팀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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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볼~”
가볍게 던진 공에 불펜포수 역시 가볍게 외쳤다. 나이스볼은 무슨, 재활하는 수준으로 살살 던졌는데.
‘입에 뱄네, 입에 뱄어.’
원래 불펜포수들이 저렇지.
매번 투수 칭찬해주다 보면, 그냥 나이스가 입에 붙어버리거든. 그렇기에 어느 정도 걸러 들어야 하는데.
‘그래도 금방 올라오기는 하네. 홈이라서 그런가?’
화이트삭스 시리즈가 끝난 직후부터, 다시금 서서히 폼을 올리며, 등판을 준비했다.
원래 등판 이후에는 쭉 쉬다가, 다시 3일차부터 서서히 준비하는 게 보통 루틴이니까.
보통은 다음 등판을 위해 후다닥 다시금 폼을 올리고, 감각을 잡아야 하는데, 폼 올릴 때 익숙한 홈이 훨씬 더 좋긴 하지.
‘휴식일이라 조용한 것도 나름 마음에 들기도 하고.’
거기다 화이트삭스 시리즈가 끝나자마자, 바로 하루의 휴식일이 딱 끼어 있기도 했고.
비록 휴식일을 이용한, 5일 휴식은 하지 않기로 했지만, 사람이 가득 차서 소란스러운 경기장에서 폼 올리는 거랑, 선수나 코치 및 직원밖에 없어서 조용한 곳에서 차분하게 가다듬는 것도 또 다르거든.
등판할 때는 시끌벅적한 게 훨씬 좋지만, 준비할 땐 웬만하면 적막한 분위기가 낫지.
아무튼 폼이 수월하게 올라오고 있는데, 대니얼이나 스콧 에머슨도 같은 생각인지. 긍정적인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나 내 피로를 걱정하는 사람들이니. 내 컨디션이 좋은 게 마음에 드는 거겠지.
‘지난 등판에서 적절하게 제어하기도 했고.’
거기다 나도 적절하게 제어한 덕분에, 화이트삭스전에서 크게 체력을 소모하지 않았으니까.
“천천히 폼 올리자. 시간이야 넉넉하니까, 괜히 급하게 올릴 필요 없어.”
“네, 안 그래도 대니얼이랑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대니얼 씨야 믿을 만하지.”
‘코치는 이제야 좀 누그러진 것 같네. 저번 경기에서 자제한 보람이 있구만.’
그 노력을 이제야 알아준 건지, 스콧 에머슨도 다시금 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한 듯했다.
물론 한번 더 개짓거리하면 그땐 돌이킬 수 없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괜찮으니까. 그럼 된 거지.
‘그나저나 레드삭스라.’
그렇게 편안하게 준비했는데,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상대팀이지.
비교적 손쉬웠던 화이트삭스와 달리 그다음 상대로 바로 빡센 놈들이 왔거든.
보스턴 레드삭스가 다음 등판 상대니 말이야. 화이트삭스에겐 미안하지만, 이 둘은 비교하기 뭐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
‘레드삭스는 확실한 강팀이지. 컨탠더급 팀이고.’
우리가 우승을 이야기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아메리칸 리그에서 우승후보를 뽑는다면, 진짜는 이쪽인 수준이지.
거의 정배라고 해야 하나?
라이벌인 양키스도 잘나가고 있기는 한데, 아무튼 현재 상황에서 아메리칸 리그에서 우승 확률이 가장 높아 보이는 건 레드삭스다.
오프시즌 동안 JD 마르티네즈라는 대어를 낚아채며, 강력한 타선을 더 보강하기도 했고.
크리스 세일이라는 특급 에이스를 위시한 투수진도 강력하니까.
‘어떤 의미에선 우리랑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지, 당장의 기세 자체는 저쪽이 살짝 더 강하긴 하네.’
그런 레드삭스의 기세는 당장 최근 성적만 봐도 알 수 있다. 시즌 개막 이후 17승 2패를 달리는 중이지. 여기도 진짜 미친놈들이야.
“우리도 웬만큼 잘한 것 같은데, 레드삭스는 그거보다 더 하네요.”
“걔들도 작정하기는 했어. 사실 걔들도 애스트로스처럼 날아가야 하는 건데 말이야.”
“뭐, 중간에 꼬리를 잘 자르기는 했죠. 애스트로스랑은 경중이 살짝 다르기도 하고.”
그렇게 잘나가고 있는 레드삭스인데, 지금 스콧 에머슨처럼 그런 레드삭스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도 적지는 않았다.
전자기기 사인 훔치기가 적발되면서, 나락으로 치달은 애스트로스로 인해.
마찬가지로 작년에 애플워치를 이용한 사인 훔추기가 걸린 바가 있었던 레드삭스의 행적도 재발굴이 됐으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애스트로스의 물귀신 작전에 가깝지.’
비슷한 전자기기 스캔들인데, 유야무야 넘어갔던 레드삭스와는 달리, 자신들은 전 야구계의 몰매를 맞는 상황이 억울했던 건지.
애스트로스 팬들이나, 그쪽에서 주로 언급하고 있는데.
사실 애플워치 외에도 레드삭스가 꽤나 자주 불법적인 사인훔치기를 했다는 의혹이 있었기에, 별로 좋은 이미지는 아니다.
‘진실은 아무도 모르지만, 애스트로스 입장에선 혼자 맞는 게 억울하긴 하겠네.’
물론 포스트시즌, 심지어 월드시리즈에서도 사용했다는 정황도 있는 만큼, 애초에 파급력이 다르기에, 억울할 자격도 없지만 말이야.
특히 다르빗슈에게 했던 투구 습관 같은 개소리를 떠올리면, 여전히 헛웃음만 나오기도 하고.
허나 어쨌든 나는 관대하고 공평한 사람이기에.
“레드삭스전 등판하고 나면, 다음은 애스트로스 원정이죠?”
“아마도, 로테이션이 문제없이 유지되면 그렇게 되겠지.”
“음, 그럼 애스트로스를 위해서 일단 레드삭스부터 때려잡죠.”
그들을 대신해 레드삭스에게 징벌을 내려줘야지. 그럼 그다음 경기에서 나한테 털려도 좀 덜 억울할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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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단순히 우승 후보급 팀 간의 대결 이외의 이슈도 있었다. 이번 시리즈 말이야.
마침내 레드삭스가 오클랜드에 도착하고, 1차전을 맞이하여, 양팀의 라인업이 나왔을 때. 언론에서 일제히 기사를 뿌렸으니까.
<4월 21일, Go Vs Sale, 4월 이달의 투수를 놓고, 300K 투수 간의 끝장전!>
‘크리스 세일이랑 맞붙었네.’
내 맞상대가 크리스 세일이라는 기사를 말이야. 레드삭스 타선만 생각했기에, 상대 선발투수한테는 관심도 없었는데. 생각보다 빅매치였어.
‘솔직히 인터리그 원정도 아니라서, 내가 빠따 들고 타석에 오르지도 않을 텐데. 상대 투수가 뭔 상관이야?’
그렇기에 류영진 선배처럼 특별한 이유가 있거나, 아니면 트레버 바우어라던가, 바우어라던가, 드론맨 같은 사람처럼 나한테 먼저 입을 털지 않는 이상에야 상대 선발투수는 딱히 신경 안 쓰는데.
크리스 세일은 좀 다르지. 뭐랄까, 약간 미묘한 관계니까. 내가 아니라, 전적으로 크리스 세일이나 그의 팬들 입장에서.
솔직히 사적으로는 관계랄 것도 없지. 작년에 올스타전에서 한번 봤던가? 그게 전부일 걸?
‘하지만 사적인 관계와 상관없이,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사이야.’
작년 사이 영 투표 1위 3위에다가, 이닝이야 그렇다 쳐도.
300K를 하고도 나 때문에 2위로 밀린 크리스 세일이니. 충분한 스토리텔링이 되지.
당장 레드삭스 팬들만 보더라도, 네가 아니었으면 300K 임팩트랑, 이닝 1위로 크리스 세일이 사이 영 수상했을지도 모른다는 반응이니까.
“그런 2인자가 도전하겠다는데, 네 생각은 어떠냐?”
“2인자는 클루버 아니야? 작년 사이 영 투표만 봐도 클루버가 2위일 텐데.”
물론 솔직히 내가 없었더라도, 클루버가 사이 영 탔을 것 같긴 한데. 아무튼 그런 말이 나오기는 하지.
“이야, 레드삭스 팬이나 크리스 세일 본인이 들으면 통곡하겠네.”
“챔피언, 1차 방어전을 맞이하게 되셨는데, 기분이 어떻습니까?”
“방어전이 귀찮아서, 오늘 이후로 챔피언 벨트를 내려놓을 생각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그런지, 동료들도 이번 맞대결을 꽤나 흥미롭게 여기며, 내 소감을 묻고는 했지만, 솔직히 그때까지도 별생각이 없었다.
‘언론에서 이런 이슈 만드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저쪽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했다면 모를까, 언론의 억지 라이벌리나 다름없으니, 굳이 신경 써서 무리할 이유가 없으니까.
하지만 시리즈 1차전의 날이 밝고, 그와 직접 마주하자, 생각이 달라졌다.
“Suck, 크리스 세일이 너 보는 거 같은데?”
“착각이겠죠. 그만 좀 해요. 이제 슬슬 뇌절이니까.”
“진짜야, 레드삭스 덕아웃 봐봐. 딱 봐도 너만 보고 있구만.”
4월 20일 1차전.
서로 벤치에 나란히 앉아, 경기를 구경하고 있었을 때, 그의 시선이 내게로 꽂혔으니까.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는데, 주변 동료들의 반응에 흘끔 보니, 아주 대놓고 보고 있더라고.
“홈런 쳐, 홈런!”
“동부 떨거지들한테 서부의 힘을 보여줘라!”
“그렇다고 오늘 너무 막 몰아치지는 말고, 내일 Suck 나오니까, 적당히 아껴둬!”
경기가 한창 이어지고, 수많은 관중들이 환호하는 와중에도 말이야.
‘얼굴 뚫리겠네. 선글라스라도 쓸까?’
나는 애스트로스를 대신해서(?) 레드삭스에게 징벌을 내려주자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저쪽은 나한테 집중하고 있구만.
‘단순히 레드삭스 팬들의 넋두리나, 언론의 억지 라이벌 리가 아니라, 크리스 세일 본인도 감정이 있었던 건가?’
어쩌면 속이 뒤틀렸을지도 모르지. 응당 그가 가져가야 했을 이슈를 내가 빼앗아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할 거고.
사실 생각해보면, 크리스 세일 입장에선 내가 좀 고깝게 느껴질 만도 하니까.
본인도 300탈삼진을 달성했는데도, 나한테 밀려서 비교적 덜 주목을 받기도 했었고. 하필 달성한 시점이 시기가 좀 안 좋았으니까.
‘그때 내가 한창 최다 탈삼진에 도전하고 있었을 텐데. 언급이 적을 수밖에 없지.’
같은 탈삼진 기록이니, 중요도에서 약간은 뒤처질 수밖에 없잖아?
그런 것들에서 비롯된 건지, 아니면 그저 순수하게 경쟁자로서의 호승심인지는 몰라도.
딱히 별다른 생각이 없었던 나와 다르게, 그는 대단히 나한테 집중하고 있었다.
‘타이틀 방어전이라···’
경기 전, 언론의 반응에 마커스 시미언이 그렇게 말했었다. 1차 방어전을 맞이하게 됐는데 소감이 어떠냐고.
그냥 농담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농담이었기에, 대충 귀찮게 넘겼었는데.
‘어쩌면 진실일지도 모르겠어. 크리스 세일이 내 목을 노린다니···’
여전히 나를 노려보는 그가 신기하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나쁘지 않구만. 덕분에 나도 스위치가 켜졌네. 오는 도전은 피하지 않는 성격이라서 말이야. 거기다 때마침 컨디션이 좋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