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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빼고 다 가짐-197화 (197/316)

197화

6회 초 안타 하나를 허용하면서, 아쉽게도 고유석의 연속 퍼펙트 기록은 막을 내렸다.

“이런 개색-”

“야이 X발새끼야!”

“우우우우우우!”

당연하게도 안타를 쳐낸 선수에게 애슬레틱스 팬들의 아낌없는 야유가 쏟아졌지만.

“스트라이크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이후 연이어 삼진을 잡는 모습에 사람들은 그나마 진정했다. 사실 이렇게까지 이어진 게 신기한 일이기도 했으니까.

아무리 시범경기라고 하더라도, 무려 16.1이닝 간 퍼펙트를 이어갔다는 것이.

<퍼펙트 종료, 하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피칭! 올해 사이 영도 조준 완료?>

<2년 연속 MVP&사이 영, Go라면 가능하다!>

또한 올해 처음으로 긴 이닝을 소화한 경기에서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고유석에 대한 감탄도 적지 않았고 말이다.

로열스를 손쉽게 때려잡으며, 특유의 삼진 능력을 모두에게 자랑하듯 제대로 선보였으니까.

그렇기에 올해 역시 작년과 비슷하거나, 어쩌면 더 높은 성적을 기록할지도 모른다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찬사 속에서 경기는 막을 내렸지만, 어떤 의미에서 본게임은 경기가 끝난 이후부터 시작됐다.

분명 눈이 돌아갈 만한 피칭을 선보였는데도, 경기에 관한 기사는 별로 많지 않았다.

그보다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었으니까.

<고유석,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 사실상 확정!>

<발표되지 않은 예비 엔트리, 하지만 고유석은 이미 최종 엔트리에 있다?!>

훌륭한 피칭을 보여줬는데도, 아시안게임에 대한 소문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훌륭한 피칭이었기에 더욱더 불타올랐다. 저런 선수가, 아시안게임에 나온다는 뜻이었으니까.

아시안게임에서 다른 국가들은 대부분 실업야구 혹은 아마추어 위주인데 반해.

한국은 저토록 압도적인 투수를 엔트리에 넣을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그것은 기대감을 만들기도, 실소를 자아내기도 충분했다.

<유명선수 특혜 의혹! 인기를 의식한 엔트리?>

<고유석, 첫 국대가 아시안게임? 오직 금메달만 바라보는, 아마추어리즘이 사라진 메달 원정대!>

<고유석의 아시안게임 일정은 오직 결승전뿐? 관계자들 ‘훈련 및 예선, 본선 합류 안 할 수도···’>

또한 워낙 대단한 선수인 만큼, 그를 배려하여 결승전에만 잠깐 들려서 던지고 간다거나, 훈련도 참가하지 않을 예정이라거나 하는 특혜가 뒤따르지 않겠느냐는 의혹도 적지 않았다.

애초에 첫 국가대표가 면제가 걸린 대회라는 것 자체가 기존에 사무국이 보였던 뉘앙스와는 차이가 있었고 말이다.

그렇게 한국이 고유석을 놓고 불타올랐다면.

<메이저리그 사무국, 불관용의 원칙? 시즌 도중 대회 참가는 불허!>

<구단의 의향은? Go, 애슬레틱스와 대화가 되어 있나?>

미국 역시 분위기가 뒤숭숭한 것은 다르지 않았다. 다만 한국의 경우 고유석의 참가 의사와 특혜 같은 것에 집중했다면.

미국은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그리고 고유석 간의 대립구도에 집중했고 말이다.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마음은 선수 개인의 권리? 허나 연봉을 주는 것은 구단!>

개인의 참가 의사와 상관없이, 선수의 권리와 구단의 권리가 상충하는 문제였으니까.

몇몇 과격한 언론의 경우, 고유석이 선수노조와 연계해,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 들지도 모른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사실 이런 문제의 경우, 대부분은 구단이 승리하는 경우가 많지만, 고유석은 그런 대부분의 선수가 아니었다.

현시점 그 누구도 비길 수 없는 최고의 선수이거니와, 메이저리그의 얼굴마담인 슈퍼스타였기에.

최근 힘을 지지가 떨어지고 있는 선수노조로서도 다시 주목을 끌기 좋았으니까.

애슬레틱스와 고유석 양쪽 모두 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었기에, 불은 꺼지지 않고 계속해서 타올랐고.

수많은 예측과 억측이 난립했을 때, 드디어 공식적인 입장이 나왔다.

<고유석, ‘아시안게임 참가, 언급만으로 감사.’ ‘태극 마크는 영광, 허나 그보다 먼저 절차를 밟을 것’ ‘할 수 있다면, 내년 프리미어12에서 먼저 봉사하고 싶다’>

그간의 설왕설래가 무색하게도, 본인의 입에서 깔끔하게 거절 의사가 나왔기에, 분위기는 한순간 사그라졌다.

<양보의 미덕을 아는 고유석? 그의 목표는 군면제가 아닌, 제2의 코리안 특급!>

물론 지금까지의 피를 튀기는 혼란이 부끄러웠기에, 빨갛게 익은 얼굴로 토해낸 칭찬 역시 뒤따라서 이어졌다.

특혜 의혹을 만들었던 한국 쪽에서는 과거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던 코리안 특급 박찬우와 비교하여, 면제만 바라지 않는 선수라며 찬사했고.

구단, 사무국과의 대립을 예측했던 미국 쪽에서는 구단에 대한 애정, 로열티가 있는 선수라고 칭찬하는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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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는 않습니까? 솔직히 Go 개인에게 있어선, 이번 기회에 군대 문제를 지운다면 최적이었을 텐데.”

날 대신에서 내 입장을 발표해준 브라이언은 오히려 본인이 더 아쉽다는 반응이었다.

하긴, 내 커리어만 본다면, 솔직히 지금 군대 떼버리는 게 제일 좋기는 하잖아?

나중에 상황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니, 미리미리 해결하는 게 더 편하겠지. 미래 계획을 세우기에도 좋고.

하지만 앞서 말했듯, 올해 내 목표는 이미 정해져 있다. 두 가지를 다 노리면 안 되지.

“뭐, 올림픽이 있으니까요. 정 안되면, 조금 내키지는 않지만, 영주권이라는 방법도 있고.”

“귀화는 생각 없으십니까? 이쪽이 가장 편하기는 할 텐데 말이죠. 아메리카의 문은 열려 있습니다. 특히 Go 같은 사람에겐 더더욱 크게.”

“그건 절대로 안 되죠. 부모님까지 다 모셔와서 미국에서 살 생각이 아닌 이상은.”

어우, 우리 에이전트께서 굉장히 급진적이시네. 이게 아메리칸 마인드인가?

귀화라니, 이건 진짜 최악 중의 최악이지. 지금 인기고 나발이고 이 카드를 꺼내는 순간 역적이니까.

내가 앞으로 한국 안 돌아갈 것도 아니고, 가족도 다 거기 있는데, 그건 좀 그렇지.

물론 브라이언도 진심으로 꺼낸 건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올림픽이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나이 생각하면 조금 아슬아슬하지만··· 잘하면 다음 아시안게임도 가능하긴 할 테니까. 뭐, 그때까지 가서 면제 못 땠으면, 지금 참가하는 것보다 욕을 더 먹겠지만.’

도쿄 올림픽이 있는 게 천만다행이야. 솔직히 나도 굉장히 아쉽지만, 그래도 이것 덕분에 포기할 수 있었다.

최소한의 보험은 깔려 있는 셈이니까.

“뭐, 올림픽이 갑자기 취소된다거나, 연기된다거나 하면 큰일이겠지만.”

“그런 일이 있을 리가.”

“하하, 그렇겠죠?”

“다만 혹시라도 사무국에서 올림픽 참가를 막을 수도 있으니, 그전까지 미리 준비를 해두고 있겠습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솔직히, 워낙 갑작스러운터라, 미리 협의가 안 된 만큼, Go가 참가하고 싶더라도, 상황이 다소 난감했을 겁니다.”

“예, 워낙 뜬금없이 터진 거니까요. 예상치도 못하게.”

이 예상치 못한 일이 저절로 넝쿨째 굴러온 호박일 수도 있겠지만, 뭐, 괜찮겠지.

설마 진짜 올림픽이 연기되는 그런 개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겠어? 무슨 전쟁이라도 나지 않는 이상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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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

“자자, 다들 힘 좀 내자!”

내가 입장을 발표한 이후, 뭐랄까, 선수단의 분위기는 조금 달라졌다. 조금 더 진지해졌다고 해야 하나? 빠이팅이 넘치는 것 같기도 하고.

단순히 정규시즌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만큼, 집중이 올라온 걸 수도 있지만.

“다들 Suck을 본받아라!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입대까지 각오했으니까!”

“Go가 팀을 위해서 그런 희생까지 했는데, 우리도 제대로 해야지!”

“올해가 아니면 기회 없어! Go가 언제 훈련소로 끌려갈 줄 알고!”

아니, 내 지분이 100%다.

이번에는 또 뭐가 어떻게 와전된 건지, 내가 눈물을 머금고 입대를 각오했다, 뭐 그렇게 돼버린 것 같네.

사실 기회를 내 스스로 포기한 거니, 엄밀히 말해서 완전히 틀렸다고 볼 수는 없는데, 뭔가, 뭔가 좀···

“테드 윌리엄스, 아주 좋으시겠어?”

“투순데 왜 또 테드 윌리엄스에요. 월터 존스 해줘요. 사이 영도 괜찮고.”

“다들 난리잖아? 널 우승 못해본 테드 윌리엄스처럼 만들지 말자고. 그럼 뭐, 커트 앵글은 니가 레슬링 선수여서 그렇게 불렀어?”

“그건 아니긴 한데···”

졸지에 타격의 신이 돼버렸구만, 투수의 신이 되고 싶은데 말이야.

아무튼 요상하게 꼬인 상황 떄문에, 나는 이번에 우승 못하면 영영 우승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제2의 테드 윌리엄스가 됐다.

그래서 그런지, 동료들도 날 볼 때마다 꽤나 비장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했고 말이다. 마치 우승을 향한 내 의지를 인정하고, 자신도 돕겠다는 것처럼.

뭔가 X발 좀 많이 이상하게 꼬인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선수단 사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얌전히 닥치고 있었다.

“Suck, 난 우리 사랑이 일방통행인 줄 알았어. 우릴- 우릴 위해서 그런 각오까지 하다니!”

“내가 올해는 타자 새끼들 쳐 때려서라도 어떻게든 네 경기에서 점수 내게 할 테니까, 올해는 아예 전승해버리자!”

“400K도 찍어버려! 의지를 보여줘! 어차피 다음은 입대인데, 뭐가 무서워? 올해를 불태우자!”

선수들만이 아니라, 팬들도 참··· 감격한 것 같았으니까. 만나는 사람마다 눈물을 글썽이더라.

내가 자기들을, 애슬레틱스를 그렇게나 사랑하는 줄은 몰랐다면서. 아니, 뭐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닌데···

“열심히 해야죠.”

대충 그러고 말았다.

내가 구단을 사랑한다는데 뭘 어떻게, 거기다가 대고 아, 그 정도로 사랑하는 건 아닙니다, 그럴 수는 없잖아.

그보다도 내 다음이 다음시즌이 아니라 왜 입대야. 거참, 큰일 날 소리 하시네. 괜히 부정타게스리. 그러니까 나도 좀 무섭네.

‘설마 진짜로 올림픽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지? 그거 하나 보고 결단을 내린 건데···’

혹시나 싶으면서도, 말도 안 된다는 생각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에이, 그럴 리가 있겠어?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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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한 걱정이 생겨나긴 했지만, 그래도 귀찮은 일들에서 벗어났기에, 트레이닝에 박차를 가했다.

마치 올해가 마지막인 것처럼 분위기가 잡혔으니, 나도 그런 분위기에 어울려 줘야지.

“이 정도면···”

“거의 다 잡혔네. 여전히 구종마다 아주 조금 차이가 나긴 하지만.”

“이 정도는 괜찮겠죠. 계속 던지다 보면 알아서 잡힐 것 같고.”

일단 릴리스 포인트는 어느 정도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빡세게 집중해서 던진 덕분인지, 금방 차이가 줄어들더라고. 기존의 것이야 원래도 구종마다 일정하니 상관없고.

그렇게 가장 중요한 업무를 거의 마쳤으니 본격적으로 구종마다 감각을 올리는 것에 집중했다.

“나이스볼~”

“나이스는 무슨, 여전히 커터는 좀 별로네.”

“에이, 그래도 이 정도면 많이 좋아진 거 아니에요?”

“예전보다야 낫지. 근데 영 별로야. 그립이 너랑 안 맞는 건가?”

“뭐, 다 잘 던지면 그게 더 이상하겠죠. 그래도 이것도 제법 쓸만은 하니까.”

이것도 정규시즌 전에 제대로 점검을 해둬야, 걱정이 없을 테니까.

“작년에 갑자기 감이 떨어진 적이 있다고 했지?”

“네, 대신 패스트볼들이 좋아져서, 오히려 좋은 효과가 나기는 했는데. 좀 빡셌죠. 그렉이 보기에 문제는 없죠?”

“없어, 아마도 그때는 그냥 체력이 떨어졌거나, 피로가 쌓여서 감각이 흔들린 거겠지. 뭐, 원래 한 시즌에 그런 경기 하나쯤은 있어야 정상이고.”

작년에 갑자기 브레이킹볼의 감각이 떨어졌던 때가 있었기에, 더욱더 철저하게 확인했다.

다행히 결과가 대단히 좋기는 했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예상치 못하는 변수가 있으면 안 되잖아?

자칫 월드시리즈에 올라갔는데 그래버리면, 어마어마한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고.

그렇기에 차근차근 감각을 끌어올렸지만, 커터가 조금 더딘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나쁘지 않았다.

커터는 진짜 좀 안 맞는 건가? 그래도 삘 받는 날은 땅볼 제조기가 되기도 하는데 말이야.

‘서클이랑 슬라이더가 갑자기 각성한 것처럼 커터도 확 포텐이 터지면 좋겠지만···’

그런 요행을 계속 바랄 수는 없겠지. 그렇기에 아쉬움만 삼키며 입맛을 쩝쩝 다셨지만, 그래도 나머지는 좋으니까.

“투심 던져봐.”

“쓰읍-”

“음! 나이스!”

특히나 투심은 작년보다 더 빨리 올라왔고 말이야. 여전히 포심보다는 덜하지만, 이젠 제법 역회전도 늘었다.

그렉의 괴물 같은 투심이랑 비교하면 여전히 유치원생 수준이지만, 이만하면 어디가서 모자라다는 소리는 안 듣겠어.

아마도 꾸준하게 공을 들여서 던진 덕분에, 슬슬 몸에 익기 시작한 거겠지.

커터랑 다르게 아주 말을 잘 듣는 사랑스러운 자식이구만. 아빠는 널 믿었단다. 아무렴, 네 원래 주인이 누군데. 당연히 이 정도는 해야지.

그렇게 정규시즌을 향한 모든 준비가 완성되어 갔을 때. 그 모든 준비를 테스트 해볼 시범경기 마지막 상대팀도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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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이 나 때문에 갑자기 아주 비장함이 철철 넘쳤다면, 그보다 훨씬 전, 시범경기 시작부터 독기를 가득 품은 팀도 있었다.

“다저스 미쳤네.”

“작년에 못한 우승 올해 할 생각인 거 같은데?”

LA 다저스.

작년 상대팀의 치팅으로 애석하게 월드시리즈 우승을 날린, 애스트로스 스캔들의 가장 큰 피해자.

구단과 팬들이 일치단결해서 입을 모아 주장했던 애스트로스의 우승 박탈도 날아가고, 중징계 역시 흐지부지되면서. 다저스는 제대로 독기를 품었다.

“애스트로스 새끼들, 인터리그에서 만나면 최소한 세 명은 시즌 아웃이겠네.”

“시즌 아웃이면 그나마 다행이지. 인생 아웃도 가능할 걸? 대가리에 날릴 테니까.”

“우리가 아니라서 천만다행이야. 아니면 시범경기 내내 데드볼 맞았을 테니까.”

“애초에 우리는 애스트로스처럼 X신 짓을 안 했지.”

타도, 아니, Kill 애스트로스! And 월드시리즈 챔피언! 오직 그 두 가지만을 바라보는 것처럼.

거기다가 올해가 월드시리즈 마지막 우승 이후 30년째라고 하던데, 그런 것들이 겹친 건지, 아주 악에 받쳤다.

그런 분위기를 보니, 일단 정규시즌에서 인터리그로 애스트로스를 만나는 순간, 걔들은 그날이 장례식이 될 것 같았다.

또한 기세가 시범경기에서도 드러나는 건지, 시범경기서부터 상대팀을 차근차근 박살내더니. 결국 우리도 박살냈고 말이다.

먼저 다저스의 시범경기 홈, 카멜백 랜치-글렌데일에서 맞붙었는데.

“올해 월드시리즈 가면, 쟤들이랑 무조건 만날 것 같은데?”

“미쳤네, 아무리 시범경기라도 그렇지.”

그야말로 압도적으로 발렸다. 점수차 자체는 6대0으로 그리 크지는 않지만, 그냥 기세에서 눌렸다.

입대를 각오한(?) 나를 위해서 자신들도 열심히 불사지르겠다던 동료들이 고개를 숙였을 정도로.

그래서인지, 아직 정규시즌도 채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미 내셔널리그의 월드시리즈 진출 팀이 정해진 것만 같았다.

모든 걸 다 깨부술 기세이니, 무조건 다시 올라갈 것 같았으니까. 그들이 부당하게 강탈 당했던 월드시리즈를 되찾기 위해서.

‘뭐, 애초에 팀 자체가 워낙 강팀이야.’

사실 그런 분위기를 제외하더라도, 막대한 자본력과 LA라는 거대한 연고지의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가 함께하는 팀인 만큼, 우리랑 비교하면 저쪽은 태생부터 공룡이긴 하지만.

“Suck, 너 내일 좀 조심해야 겠다. 투수들도 투수들이지만, 타자들도 눈 돌아갔어.”

“시범경기인데 조심은 무슨. 그래도 딱 좋긴 하겠네.”

아무튼 그런 다저스의 기세에, 포수로 나갔던 브루스는 내일 우리 홈에서 등판할 나를 조금 걱정하는 것 같았다. 그만큼 상대팀 기세가 강력했으니까.

혹시라도 정규시즌 앞두고 마지막 경기에서, 내가 괜히 지금까지 이어온 좋은 기세를 망칠지도 모른다는 거지.

하지만 나는 그런 녀석의 걱정에 고개를 저었다.

이제 정규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폼도 올라올 대로 올라왔으니. 정규시즌을 맞이해서, 테스트하기 딱 좋은 상대잖아?

어차피 시범경기인데, 오히려 상대가 강할수록 더 좋지. 그만큼 내 시즌 준비를 확인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미리 가늠해볼 수도 있을 거고.’

솔직하게 말해서 월드시리즈로 간다 치면, 쟤들이 무조건 상대팀일 것 같은데.

‘내가 쟤들 상대로 3승을 할 수 있을지, 아닐지를.’

저쪽이 월드시리즈를 향한 갈망과 독기로 가득 찼다면, 나도 마찬가지거든.

작년에 이어 올해도 메이저리그를 불태울 거라는 자신감으로 가득 찼으니까.

그러니 이번 기회에 미리 한번 맛이나 보자고, 다저스의 독기가 이길지, 내가 이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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