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속 빼고 다 가짐-195화 (195/316)

195화

<고유석! 또다시 퍼펙트! 4이닝 7K!>

<‘레인저스의 저승사자’가 돌아왔다! 2018년에도 이어지는 레인저스의 Go 수난기?>

경기는 레인저스의 승리로 끝났다. 고유석이 내려간 이후, 5득점을 올려내며, 애슬레틱스 투수들을 통타했으니까.

허나 어차피 시범경기인 만큼 경기의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1~4회였으니까.

고유석은 자신의 이닝 동안 모든 것을 보여줬다. 강력한 피칭, 빨라지는 인터벌, 다양한 구종, 그리고 새로운 신무기인 릴리스 포인트까지.

그것은 마치 작년, 레인저스를 상대로 사신처럼 군림했던 모습의 재림이나 다름없었고.

그 앞에서 레인저스는 그저 좌절을, 애슬레틱스는 계속해서 기쁨을 이어갔다.

[갓유석 올해도 괜찮을 듯?]

-레인저스 시원하게 찢는 거 보니까. 작년이랑 페이스 비슷한 듯

└레인저스는 때려잡아야 제맛이지~

└내가 텍사스 사람이면 진짜 한국인은 치가 떨린 듯ㅋ

└난 그래서 이번에 텍사스 갔을 때 일본어 썼음ㅋㅋㅋ 진지하게 한국인이라고 하면 살해당할 것 같더라

└고유석이야 그냥 뭐, 개쩔거고, 류영진도 잘했으면 좋겠다.

└난 오히려 걱정임 굳이 시범경기에서 저렇게 체력 써야하나?

└오클랜드 코치들이 알아서 판단하겠지ㅇㅇ

한국 역시 고유석의 호투에 기뻐했고, 특히나 레인저스의 한국인 잔혹사(?)가 이어지는 것을 즐겁게 여기는 반응도 많았고 말이다.

<‘말린스의 유산’ 크리스티안 옐리치, 디고든 시범경기에서 재회!>

그렇게 고유석 개인에게도, 그를 지켜보던 팬들에게도 흥겹게 레인저스전이 마무리된 뒤.

이후 고유석은 다시 5일의 휴식을 취한 다음, 매리너스와의 경기에서 시범경기 세 번째 등판을 가졌다.

[#A’s]

[Go 8K! 또 퍼펙트네. 올해도 Suck이 제대로 칼을 갈고 나왔는데?]

└난 Go가 이래서 좋아. 시범경기라도 즐겁게 하거든.

└작년에는 Zero ERA였지만, 올해는 아예 피안타가 Zero일 거 같은데?

└저런 투수가 있는데, 무조건 월드시리즈 가야지! 알아서 우승시켜줄 텐데!

└작년보다 더 성적이 좋아지면, 그땐 Suck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이미 God인데, 그 위가 있나?

└그러면 God of God이지.

<올해도 가동된 폭주기관차! 고유석, 시범경기에서도 역대 최고?>

<매리너스, 애슬레틱스에 참패! 감독 ‘우린 Go가 정말로 증오스럽다!’고 밝혀···>

마찬가지로 매리너스를 때려잡으며, 계속해서 퍼펙트를 이어 나갔고, 그 파괴적인 행보에 사람들은 그의 체력을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전율을 느꼈다.

이미 리그를 불태웠던 전력이 있는 선수인 만큼, 그 기세가 시범경기에서 멈추지 않고, 정규시즌까지 이어질 것 같았으니까.

어쩌면 작년보다 더 나은 성적을 기록하며, 누구도 깨트릴 수 없을 것 같았던 역대 최고의 단일시즌을 단 1년 만에 본인 스스로 갱신할지도 몰랐고.

그렇게 고유석의 호투가, 아니, ‘폭격’이 계속되었을 때.

한국에서는 그의 피칭이나 다가올 정규시즌 이외의 주제가 떠올랐다.

[근데 고유석 아시안게임 나오나?]

-부르기만 하면 무조건 오겠지? 면제 확정이나 다름없는데

└솔직히 나오기만 하면 밸붕 확정임 메쟈 타자들도 털어먹는데ㅋㅋㅋ

└역대급 소잡는 칼일 듯ㅋ

└진지하게 다른 나라 선수들은 경기가 아니라, 고유석이랑 사진 찍는 거에 더 집중할걸?

정규시즌이 다가옴과 마찬가지로, 아시안게임의 예비 엔트리 발표 역시 서서히 다가왔으니까.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명단 제출이 독촉 받고 있는 만큼, 못해도 4월이 되면 예비 엔트리 발표가 될 텐데. 과연 그 명단에 고유석의 이름도 있을지를.

실력만 본다면 무조건 승선이나 다름없고, 그의 승선을 지지하는 이들도 많았으나.

사람들도 잘 알았으니까. 그런 단순한 논리로 엔트리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제아무리 경이로운 성적을 찍었다고 하더라도, 해외 리그로 훌쩍 날아간 선수 보다는, 한국에 남아 프로야구에 기여한 선수들이 우선이었으니까.

또한 앞서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WBC 같은 대회에 출전하지도 않았기에, 더욱더 명분이 없었고 말이다.

└고유석 본인은 바라겠지만, 사무국이 안 부르지

└4월에 예비 엔트리 나올 텐데, 솔직히 없을 듯

└해외파는 최소한 WBC는 한번 나와야 끼워주니까 고유석은 탈락이겠지ㅇㅇ

└ㅈㄴ잘하는데 무조건 국대 해야하는 거 아님?

└실력으로만 뽑을 거면 류영진도 부르고 추민수도 불러야지ㅋㅋㅋ

└다음 올림픽 노리는 게 나을 듯 아니면 최정만처럼 영주권 따고 늦게 가거나

그렇기에 대다수는 그의 시간이 아쉽기는 해도, 이번 아시안게임 대신, 다음 올림픽을 노리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 대다수 여론이었지만···

여론이 언제나 들어맞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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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엔트리는 그림이 좀 그려졌어?”

“네, 일단은 예상 엔트리가 나오기는 했는데, 쓰읍··· 괜찮을까요?”

시도 때도 없이 대한체육회의 독촉이 이어지는 가운데. 예비 엔트리를 발표하기 전.

사실 대략적인 최종 엔트리 자체는 나왔다. 꼭 ‘면제’가 필요한 선수들이 몇몇 있었으니까.

그 밖에도 전체적인 엔트리 전략 자체는 이미 완성되기는 했고. 다만 문제는 반응이 두려웠을 뿐.

“논란이 좀 있겠죠? 이대로 내면. 아마추어 없이, 죄다 프로로 구성한 것도 좀 그렇고.”

“어쩔 수가 없잖아? 이번엔 무조건 메달 따는 게 기본 계획이니까. 최대한 정예로 꾸려야지. 괜히 어중간하게 했다가 꼴사나운 모습 안 보이려면.”

일단 기존에 엔트리에 자주 들었던 대학야구 쪽 아마추어도 거의 배제가 되었을뿐더러, 조금은 논란이 나올 만한 선수들도 있었으니까.

사실 국대 엔트리야, 메달이 걸린 만큼, 모두의 마음에 들 수가 없기에, 언제나 논란이 나오는 편이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언제나 욕 먹는 건 달갑지 않은 일이고. 또한 최근 들어, 굳이 국제대회 메달과 국위선양을 이유로 스포츠 선수에게 군면제 혜택을 줘야 하냐는 여론이 생겨났기에, 더욱더 걱정스러웠고.

“4월까지 일단 예비 엔트리를 내기는 해야 할 텐데···”

그렇기에 찾아 헤맸다.

혹시나 그런 모든 논란을 막아주거나, 덮어줄 만한 이슈 혹은 선수가 없을지.

“고유석만 나오면 솔직히 논란이고 나발이고 다 덮이겠죠?”

“당연하지. 사이 영 위너인데, 뭐. 나오기만 한다면야.”

가장 좋은 건 당연히 고유석이었다. 그가 나오는 순간 모든 여론과 시선은 그에게 집중될 테니까.

다른 것도 아니고 현역 메이저리거, 그것도 정점에 올라선 투수인데, 더 말할 것도 없겠지.

그렇기에 이쪽에서도 은근히 바라기도 했고. 또한 일단 출전만 한다면, 결승에서 단 한 경기만 등판하더라도 금메달을 확정 지어줄 수 있는 투수였으니까.

“문제는 명분이 없다는 거지. 그나마 우리가 만들어주려던 것도 저쪽에서 거절해버렸고.”

“쩝, 아쉽네요. 딱 1이닝만 던져도 좋으니까, 나와주기만 했으면, 훨씬 편했을 텐데.”

“아쉽지, 고유석만 엔트리에 넣어도 죄다 해결되는 건데.”

다만 그에게는 명분이 없었다. WBC에 출전한 것도 아니고, 프리이머에 나온 것도 아니며, 심지어는 이번에 특별히 먼저 내민 손을 거절하기까지 했으니까.

물론 첫 풀타임 시즌인 만큼, 휴식이 중요하기에, 거절이 타당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끼워 넣을 만한 여지가 없지.

한국 아구계에 어떠한 기여를 했다는 최소한의 이유라도 있어야, 국대에 넣든, 이사인게임에 보내든 할 테니까.

이득만 보고 무작정 넣기에는 이쪽의 체면도 있거니와 도리어 그것을 인기인에 대한 특혜라며 아니꼽게 볼 가능성이 높고.

그렇기에 그저 아쉬운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었지만, 그것은 한 가지 기사로 반전됐다.

“그런데, 이건 뭐야? 기부?”

“고유석이네요?”

그가 잠깐 겨울 동안 한국에 머물렀을 때, 남몰래 했던 선행(?)이 밖으로 새어 나왔으니까.

<단독)고유석, 모교의 야구부 발전을 위해 2억원 쾌척!? 메이저리거 다운 통큰 배포!>

<고교야구 발전을 위해 고유석이 나섰다! 후배들을 위해 남몰래 행한 선행!>

그저 모교를 찾아가는 김에, 가벼운 마음으로 행했던 일이고, 사실 종종 있는 미담에 불과했지만.

그 금액이 크고, 현시점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선수인 만큼, 파급력 자체는 적지 않았다.

“야구 발전 기금이라···”

또한 그전에도 종종 고유석이 모교 야구부에서 후배들에게 가르침(?)을 줬다는 증언도 이어졌고 말이다.

물론 자세한 내막은 돈 없는 마이너 시절 겨울 훈련에 꼽사리 낀 수준이지만

“이거 좀 쓸만하겠는데?”

자리가 바뀌면 사람이 바뀌듯, 그 전에 행한 일들도 모두 의미는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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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저스전 이후로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후련했다.

‘아닌 척해도 내 스스로 많이 조급했나보네.’

혹시라도 문제가 될까, 무의식적으로 걱정을 했을 텐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드러났으니, 이젠 마음 편하게 정규시즌만 준비하면 되잖아?

그렇기에 한결 홀가분한 심정으로 차분하게 폼을 올리고, 릴리스 포인트를 더 다듬는 것에만 집중했는데.

마음이 편해서 그래서 그런가, 매리너스전에서도 마음이 편했던 덕분인지 공이 잘 뻗더라.

“커트 앵글, 너 요즘 독기나 너무 없어진 거 아니야? 쯧, 전이 더 보기 좋았는데.”

“시범경기에서 독기는 무슨.”

“아주 배에 기름이 찼네, 기름이 찼어. 난 그렇게 안 가르쳤다.”

“예예, 배부른 돼지새끼라서, 느긋하게 배나 두들기렵니다.”

그렉은 내가 편안한 게 마음에 들지 않는 건지, 투덜투덜 거렸지만, 뭐, 나도 이렇게 여유를 가질 때가 있어야지.

늘 조급하게 살 수는 없잖아?

물론 시즌이 시작되는 동시에, 그가 바라는 것처럼 투견, 아니 미친개(MadDog)이 돼야 하겠지만, 그전까지는 여유를 즐겨야지.

“다음 등판은 언제예요?”

“13일이야. 로열스전이니까, 원정이겠네.”

여유롭다고 해서 진짜 탱자탱자 노는 건 아니고, 준비는 철저하게 했지만 말이다.

“이번에도 4이닝은 아니죠? 좀 길게 가야 할 것 같은데. 혹시 째째하게 5이닝이면 좀 섭섭해요?”

“그래, 5이닝은 아니고, 6이닝이야. 아주 좋겠네, 이닝이닝 노래를 부르더니.”

“에이, 제가 언제 그랬다고. 그래도 몸 좀 풀겠네요. 6이닝이면.”

정규시즌이 다가올수록 이닝은 차차 늘어났다. 어깨를 아끼는 것도 좋지만, 어느 정도는 달아 올려둬야지.

‘구속도 이제 87마일까지 나오던데. 이 기세면 마지막 경기에는 최고구속이 나오겠네.’

서서히 몸이 풀리는 건지, 구속도 딱 알맞게 올라오고 있지만, 슬슬 스퍼트를 내야하고 말이야.

그렇게 차분하게 시간을 보냈지만, 여유는 오래가지 않았다.

트레이닝이나 피칭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 밖에서 뜻밖의 이슈가 생겼으니까.

“브라이언, 웬일이에요?”

로열스전을 하루 앞두고, 적절하게 컨디션을 올렸을 때.

업무가 바빠서 한동안 보지 못했던 브라이언이 숙소로 찾아왔다. 뜻밖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아, 투자가 잘 됐어요? 아니면 플로리다 집?”

당연히 그에게 미리 맡겼던 부동산이나, 투자 관련해서 일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는 고개를 저으며,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을 꺼냈다. 조금 진지한 얼굴로.

“둘 다 아닙니다. Go, 다름이 아니라, 한국 쪽에서 연락을 보내왔습니다.”

한국이라, 연락 올 사람이야 많지만, 브라이언에게 연락할 곳은 몇 없다.

부모님이나 지인들이야 그냥 내 휴대폰에 다이렉트로 꽂을 텐데, 굳이 에이전트를 통한다는 건 스폰서와 관련된 비즈니스적인 것이거나. 아니면···

“사무국이에요?”

사무국과 관련된 일이거나.

내 질문에 그는 별말 하지 않았다. 그저 몇 가지 기사를 보여줬을 뿐.

<고유석이 예비 엔트리에 있다?! 사무국은 묵묵부답!>

<한국 야구계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은 선수에게 자리가 가야 하나?>

<고유석의 대표팀 승선 설문조사, ‘찬성 77% 반대 23%’>

<오직 메이저리거의 면제만을 위한 엔트리? 제2의 추민수를 걱정해야···>

아시안게임, 벌써 엔트리가 나올 때가 됐나? 아마 예비 엔트리가 슬슬 나오기는 할 텐데, 그거야 그렇다고 쳐도.

내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니··· 이건 조금 예상 못했는데 말이야.

사실 이런 찌라시나 많이 나왔다. 내가 워낙 잘하다 보니까, 국대에서도 함 보자! 하는 반응이 있었거든.

고유석의 일본 요리쇼! 일본! 고유석의 피칭 앞에 좌절, 감탄, 경의! 뭐, 그런 걸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좀 있잖아?

그러니 슬슬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이번에도 그런 소문이 돌고 있는 걸 수도 있겠지만, 브라이언이 직접 왔다는 건···

“설마, 직접적으로 연락이 왔어요? 한국에서?”

“네, 일단은 예비 엔트리에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합니다. 다만 Go에게 의지가 있다면, 최종 엔트리도 고려하겠다고···”

이제 걱정도 없겠다, 편하게 정규시즌이나 준비하려고 했더니, 이것 참, 전혀 예상치 못한 소식이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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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소식이지만, 훈련을 거를 수는 없었기에, 경기장으로 이동하면서, 추가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솔직하게 말하면 좀 많이 놀랐어. 기대도 안 했거든. 사실 그렇게 바라지도 않았고.

면제야 당연히 끌리지만, 그, 뭐야, 11월인가에 열리는 국제대회 출전을 거절했으니, 저쪽에서 내민 손을 내 쪽에서 쳐낸 것이나 다름없잖아?

그런데 솔직히 뭐가 예쁘다고 나한테 면제까지 주려고 하겠어? 오히려 미우면 미웠지.

그런데도 내 의사에 따라 엔트리에 넣을 것이라는 말의 뜻은 간단했다.

“문제가 좀 있나 보네요.”

“예, 회사를 통해, 한국 쪽의 정보를 알아보니, 구상 중인 엔트리에 조금은 문제가 될만한 요소가 있다고 하더군요.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단순히 과대망상을 하는 걸 수도 있지만, 사실 면제 걸린 대회 엔트리야 무조건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거든.

거기다가 굳이 미운 놈이자, 남의 집 자식이나 다름없는 나한테 다시금 선심 쓰듯 한자리를 준다는 건.

“Go의 이름값, 그러니까 명성과 인기를 이용하겠다는 뜻이겠죠.”

“네, 절 앞세워서 총알받이 내지는 방패로 삼겠다는 거겠죠.”

내 명성이 필요하다는 거고.

현역 메이저리거. 그것도 바로 작년에 사이 영과 MVP, 신인왕을 동시에 수상한 선수가 아시안게임에 나오는 건데. 그 외의 나머지 것이 눈에 들어오기나 하겠어? 죄다 내 얘기만 하면서 신경도 안 쓰겠지.

그쪽에서 나를 엔트리에 넣어서 바라는 효과도 바로 이거일 거고.

‘거기다 나도 물어뜯을 여지가 있으니까.’

잘나가는 선수라서 특혜를 주는 거냐, 무슨 아시안게임에서 저런 소 잡는 칼을 꺼내냐, 뭐 그런 것들 말이야.

내가 한국에서도 인기가 좋기는 하지만, 그런 사람들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겠지.

“만약 그렇다면 머리를 잘 썼네요.”

“예, 어차피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은 대회인데, 그 확률을 더 높이면서, 본인들에게 돌아올 비난을 줄이는 셈이니까요.”

역시, 한 나라의 프로야구를 주관하는 사무국쯤 되면 머리 돌아가는 게 비상하다니까.

다만 내가 엔트리에 들어가면, 뭣하러 한국 야구계에 도움도 안 되는 놈을 끼워넣느냐는 반대의 목소리가 나올 텐데.

“Go의 기부가 뜻밖의 역할을 했습니다. 제가 미처 전해드리지 못했는데, 한국에서 이미지가 좋다고 하더군요.”

“그게요?”

전혀 예상치 못한 명분이 있었다. 이게 이렇게 될지는 몰랐는데 말이야.

‘기부하긴 했지. 야구부에다가. 그것도 무려 2억씩이나,’

어머나? 내가 한국 야구계에 기여를 해버렸네? 그것도 아주 짭짤하게 현찰로다가?

프로야구 선수들이 본인 모교에 기부하거나 장비를 제공하는 것이야 흔한 일이지만. 그 액수가 2억,그것도 현찰쯤 되면 말이 또 다르다. 이 정도 규모는 드물거든.

본격적으로 재단을 세워서 기금을 마련하는 수준이 아닌 이상, 흔한 일은 아니지.

나는 그냥 단순히 돈 많이 벌었으니, 좋은 의미로 쓰자는 생각에, 마침 감독님에게 조언을 구하려고 모교로 가면서 겸사겸사 통 크게 질렀던 건데, 이게 이렇게 된다고?

“거기다가 이전에 Go가 모교를 방문한 것이나, 훈련한 사실이 알려졌는데, 그것 역시 일종의 재능기부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감독님 바짓가랑이 붙잡고 제발 훈련에 끼워달라며 부탁해서 같이 훈련받았던 것도 이렇게 됐고 말이야.

이런 것들을 중심으로 억지로 우기면, 국대 승선의 명분이 될 만하기는 할 거다.

눈 가리고 아웅 수준이겠지만. 최소한의 명분은 되지. 한국 야구 발전에 아주 티끌만큼 기여하기는 했으니까.

별 생각 없이 했던 행동들이 우연찮게 절묘한 한수가 되어버린 셈이네. 누가 보면 엄청나게 큰 그림이라도 그린 줄 알겠어.

‘어찌됐든 돈 주고 엔트리 사버린 셈이네.’

왠지 그냥 선의로 한 행동이 이익을 바라고 한 게 돼버린 것 같아 입맛이 씁쓸했지만.

그렇게 명분이 생겼다고 해서 아예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한국은 그렇다 쳐도, 미국 쪽에서도 문제가 많지.

“한국은 그렇다 치고, 이쪽 사무국은 어때요?”

“일단은 반대입니다. 리그 최고의 슈퍼스타가 시즌 중간에, 굳이 아시안게임 같은, 아, 폄하하려는 건 아닙니다. 아무튼 그런 대회에 나가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거죠.”

“그렇겠죠, 제가 보통 몸이 아니니까요.”

난 슈퍼스타다.

그냥 단순히 잘 던지는 투수 정도가 아니라,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흥행 티켓이지.

그런데 굳이 사무국에서 나를 보내려고 할까? 사실 애초에 올림픽도 잘 안 보낸다. WBC 정도를 제외하면 말이야.

아시안게임은 그나마 추민수 선배라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선수단 합류부터 결승까지, 대충 정규시즌에서 2주쯤 빠져야 하는 건데, 쉽지는 않지.

그러니 최소한 찬성보다는 반대가 훨씬 많을 것이라는 거야 당연한 사실이고.

“다만, 내부적으로 복잡한 것 같습니다. 커미셔너인 롭 맨프레드가 야구의 세계화를 주장한 만큼, 슈퍼스타의 국제대회 출장이 그 취지에 적합하다는 반응도 있는 걸로 압니다. 결정적으로···”

“결정적으로?”

“앞으로도 리그의 흥행을 이끌어 나갈 선수이니, 그냥 이참에 미리 군면제를 받아오자는 의견도 적지 않고요. 뭐, 대다수는 그냥 차라리 Go의 시민권 취득을 추진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거지만.”

“거참, 내 군대 문제에 다들 너무 관심이 많으시네. 부담스럽게스리.”

아무튼 이런 여러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서 사무국은 대충 7대3, 아니, 잘 쳐줘서 6대4라는 건데.

이 정도면 그래도 나쁘지는 않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만 걸려 있는 게 아니지. 더 중요한 게 남아있거든.

“구단에도 연락이 갔겠죠?”

“예, 설사 Go가 원한다고 해도, 구단이 허가를 해줘야 하는 일이니까요.”

프런트, 빌리 빈 말이야.

그의 생각도 중요하지.

기껏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데, 중간에 에이스가 빠지는 걸, 그것도 태평양을 왔다갔다하고 남의 경기에서 공도 던지는 걸 그가 바랄까?

물론! 흔쾌히 허락해줄 수도 있을 거다. 인디언스가 했던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가능성은 낮다.

‘특히나 애슬레틱스는 돈이 없으니까.’

만약 돈이 많은 갑부구단이라서, 나랑 천년만년, FA까지 할 정도의 돈이 있다면.

어차피 프랜차이즈 스타고, 무조건 잡아야 할 선수이니, 앞날을 위해 기분 좋게 보내줄 수도 있지만···

‘애슬레틱스는 아니지. 조금 과하게 말하면, 어차피 못 잡고, 어차피 다른 곳으로 보내야 할 선수이니, 군면제고 나발이고, 당장 굴리고 보자고 할지도.’

한국 쪽에서 예상과 달리 일을 꼬아버린 덕분에, 여럿이 얽혀버렸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Go 본인의 의사입니다. 어쩌실 생각입니까?”

“저는···”

물론 가장 크게 얽힌 건 나 자신이지만 말이야.

뜻하지 않은 일 때문에, 등판을 하루 앞두고 괜히 골치 아프게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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