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화
-스트라이크 아웃!
-고유석! 또다시 삼진을 잡아냅니다! 이번 경기 17번째 삼진!
-아, 속구가 굉장히 좋았어요. 과연, 경기가 이제 막바지인데도, 여전히 위력을 잃지 않네요. 역시 현시대의 최고라고 할 만한 투수입니다.
해설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거나, 헛웃음을 흘리면서, 감탄사를 토해냈다.
그것이야, 고유석의 경기에서 꽤나 흔한 반응이지만, 조금 특별한 것이 있다면, 일본의 중계방송이라는 것이겠지.
야구의 나라라고 불리더라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야구가 사랑받는 일본이라고는 하나. 사실 아무런 연고도, 연관도 없는 메이저리그 경기를 중계하는 건 그리 흔한 일은 아니지만.
무려, 현대야구가 시작된 이레로, 불멸로 남을 것 같았던 기록이 깨지는 순간이었기에, 중계 자체는 어쩌면 당연했다.
<고유석, 아시아 역사상 최고의 투수로서, 탈삼진(奪三振) 신기록에 도전!>
또한 일본 내에서 고유석의 인기가 생각보다 높았고 말이다.
모든 아시아 선수들을 통틀어, 역사상 최고의 시즌이라고 봐도 무방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투수이니, 애초에 관심이 없을 수가 없지.
아무리 서로 그리 친밀하다고는 말 못할 이웃 관계라고 할지라도, 야구 팬이라면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선수니까.
또한 상대타자로서 직접 맞섰던 스즈키 이치로나, 다저스로 트레이드되기 전, 레인저스 소속으로서 팀이 박살 나는 장면을 직접 보고 증언했던 다르빗슈 유의 인터뷰 같은 것들이 큰 역할을 했고 말이다.
그렇기에 과감하게 결정했던 본격적인 중계방송은, 화려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토록 연일 홍보했던 신기록은 이미 수립됐다. 점점 더 허들만 높아지고 있지.
마치 이후의 선수들에겐, 아예 조금의 기회조차, 약간의 기대감조차 주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한 시즌을 불태운 투수의 마지막 투구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시선을 잡았다. 그것이 일반인이든지, 혹은 같은 업계의 사람이든지 간에.
“와··· 던지는 게 예술적이네. 무서울 정돈데?”
낮 무렵, 당일 경기를 한참 남겨뒀을 때. 닛폰햄 파이터즈의 클럽하우스에 모인 선수들은 경기와 훈련을 준비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한쪽에 놓인 티비로 시선이 향했다.
애초에 야구선수라면, 눈이 갈 수밖에 없었으니까. 특히 투수라면 더욱더 그렇고.
누구나 한번쯤은 동경했던, 어릴 적 야구 소년의 꿈을 키워줬던 만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모습이 아닌가?
-아웃! 두 번째 아웃카운트까지 손쉽게 올리는 고유석!
-저런 코스로 공을 던지면 타자가 빗맞힐 수밖에 없습니다.
-참, 예. 이제 8회인데도, 여전히 141km가 나오네요. 마일로 환산하면 88마일인데. 거의 최고구속이죠?
-예, 여전히 힘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역사에 남을 시즌의 마지막이기도 하고. 그것도, 그런 시즌에 아주 걸맞은, 완벽하고, 화려한 마지막이지.
훈련을 나가기 전, 몸을 가다듬던 선수들은 어느덧 하나둘, 자리에 앉아, 빨려들어갈 듯이, 경기에 집중했다.
-또다시 아웃! 6번타자를 내야뜬공으로 처리하는 고유석!
-이제··· 남은 이닝은 단 하나! 그리고··· 삼진 세 개입니다!
-정말이지, 감탄할 수밖에 없는 선수네요. 과연, 아시아 선수로서 미국 야구의 정점에 올라설 만한 투수입니다.
-현재 전 세계 야구의 정점! 과연 그가 마지막 이닝까지 완벽하게 마칠 수 있을지!
또다시 삼자범퇴.
8회 말마저 끝났다.
그에 준비 시간 동안 잠깐의 광고가 새어 나오자, 그제야 선수들은 긴 숨을 뱉었다.
그야말로 숨조차 내쉬지 못하고서, 가만히 지켜봤으니까.
그 어떤 미동조차 못 한 채로.
“하아, 진짜, 마지막까지 엄청나네.”
“부럽다··· 나도 어릴 때는, 메이저리그에서 저렇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직접 보는 것만으로 운이 좋은 거지. 오늘 같은 날은. 역사상 둘도 없을지도 모르는 순간인데.”
“그건··· 맞는 말이네요.”
선수들은 시시덕거리며 저마다의 감상평을 이야기했지만. 눈동자는 여전히 몽롱했다.
프로의 세계에 흠뻑 젖어버린 뒤부터, 조금은 잊고 지냈던 어린시절, 순수하게 동경했던 야구를 다시금 떠올리는 순간이었으니까.
물론 자신이 꿈꿨지만, 결국은 가지지 못했던 영광을 거머쥔 선수를 향한 부러움도 적지는 않았고.
“뭐, 우린 이미 글렀지만, 오타니라면 가능할지도?”
“이야, 오타니 너는 내년에 저런 선수랑 직접 맞붙는 거야?”
한탄하던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라커룸 한쪽으로 시선이 향했다.
그들과는 달리, 바로 내년, 직접 저 무대에 올라, 저 투수를 상대할지도 모르는, 마찬가지로 천재 중의 천재라고 할만한 선수가, 동료 중에 있었으니까.
“그렇겠죠, 아마도. 더 분발해야겠어요.”
“여기서 더? 그러다 50홈런 20승이라도 하는 거 아니야?”
“오타니라면 가능하지. 얘도 진짜배기 괴물이니까.”
부러움과 기대감이 섞인 동료들의 눈빛을 웃어넘긴 그는 다시 평소처럼, 훈련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시선은 티비로 향해 있었다. 아직 광고가 나오는 것이 야속한 티비 화면으로.
‘메이저리그, 고유석.’
항상 꿈꿨던 메이저리그에 이어, 어쩌면 올해 머릿속에 가장 강렬하게 남은 이름을 나직하게 되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 두근거리는 마음에 대해, 확신이 깃들었으니까.
‘메이저리그.’
그래, 그곳에 정상(頂上)이 있다. 그 자신이 고교시절부터 꿈꾸던 투수로서의 모든 것을, 단 한 시즌, 한해만에 이룬 선수가, 저곳에 있다.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보다 더 큰 욕심은.
‘직접 상대해 보고 싶어, 타석에서, 그리고, 마운드에서. 상대 선수로서.’
꿈을 향한 길 앞에 거대한 벽이 세워진 것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그렇기에, 마음은 더 굳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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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라는 건 꽤나 여운을 주는 놈인 것 같다.
시작할 때만 해도 생각보다 차분하고, 평범했는데 말이야.
정말로 마지막이 다가왔다고 생각하니, 괜히 가슴이 벅차오르네.
“아웃!”
9회 초의 공격은 금방 끝났다. 그래도 괜찮아, 7회와 8회의 공격에서 3점이 났으니까. 그나마 다행이지.
‘···조용하네.’
이제야 눈치를 챘나봐.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지.
경기장도, 덕아웃도, 한없이 고요했다.
덕아웃에 있던 동료들도, 공격을 마치고 돌아온 이들도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을 뿐.
나쁘진 않네. 적막한 게.
어쩌면 이거야 말로 가장 마지막에 잘 어울리는 분위기일지도 모르지.
“Go, 마음은 변함없지?”
“네, 끝까지 가야죠. 여기까지 왔는데. 사실··· 불펜에 아무도 없잖아요?”
“음··· 알고 있었네.”
스콧 에머슨은 은근하게 물어왔다. 모르는 건 아닐 거다. 그저 평소처럼 분위기를 조성해서, 긴장을 풀어주려는 의도겠지.
애초에, 오늘 우리 팀 투수들 중, 불펜에 들어간 사람은 나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으니까.
마무리로 올릴 만한 사람들 죄다 얌전히 덕아웃 벤치에 앉아, 마찬가지로 엄숙한 표정만 짓고 있지.
내가 그걸 꼬집자, 스콧 에머슨은 들켰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리고 더 말을 하지 않고, 안심한 듯 물러섰다.
내가 과하게 흥분했다거나, 지쳤다거나, 피곤하다거나 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으니. 그거면 됐다는 거겠지.
“또다시 기록이 두 개 걸렸네. 그치?”
“그렇지, 뭐, Suck 너야 후반기부터는 거의 기록을 달고 살았으니까, 당연한 거겠지만.”
내 말에 브루스는 그저 어깨를 으쓱거렸다. 음, 제법 배짱이 좋아졌어.
예전에 노히터 할 때나, 퍼펙트 했을 때는 조금만 말을 걸면 화들짝 놀라고는 했는데.
하긴, 이제 두 번째니까. 처음 같은 반응이 나올 수야 없겠지.
물론, 너스레를 떨면서도 초점이 확실하게 잡힌 눈동자를 보아, 집중력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지만.
“시간 됐네, 가자.”
잠시 덕아웃 앞에 서서, 숨을 고른 뒤, 걸음을 나섰다. 올해의 마지막 이닝을 위해서.
체력? 상관없다. 경기력? 그것도 상관없다. 집중력이나 투구감각도 마찬가지다.
이젠 다 필요 없는 것들이지.
마지막인데, 그런 것들을 왜 고려해? 그냥 최대한 던지는 거지.
항상 내 상태를 체크했고, 그건 메이저리그를 휩쓸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처음 맛보는 해방감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가끔은 이런 날도 있어야 하는 거지. 그래야 정신 건강에 좋잖아?
‘저쪽도 진지하네.’
텍사스 레인저스도 어쩌면 조금은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마지막이 왔으니, 계속 헤롱헤롱 거릴 수야 없었겠지.
그들은 끝까지 해보겠다는 것처럼 나를 노려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존중을 담아, 고개를 끄덕여 주기도 했다.
어차피 질 거라면, 참담하게 패배할 거라면, 차라리 마지막까지 확실하게, 아주 완벽하게 상대해주는 것이 자신들에게도 더 낫다는 것처럼.
그들이야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나한테도 이번 시즌 내내 참··· 고마웠던 레인저스였기에, 마운드에 오르며 나도 살포시 고개를 끄덕여줬다.
평소처럼 웃음기를 띠거나 하지 않고, 조금은 진지하게.
마지막에 이르러서, 분위기가 약간 훈훈해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마운드 위에 선 순간, 다시 경기로 빨려 들어갔다.
‘루그네드 오도어. 오늘은 영 아니었어.’
첫 번째 타자, 루그네드 오도어. 최근 성적이 별로 좋지 않고, 오늘도 기세가 안 좋았다. 이번 경기에서 그리 인상적인 타자는 아니었지.
그래도 이제는 마음을 먹은 건지, 전보다는 조금 더 진지한 표정으로 타석에 올랐지만.
“스트라이크 아웃!”
마지막에 정신을 차렸다는 이유로, 모든 것들이 나아질 수는 없다. 스트라이크 아웃.
쓰리핑거 체인지업에, 그나마도 잡고 있던 타이밍마저 잃어버린 그는 나풀나풀 거리는 헛스윙으로 물러났다.
18번째 삼진.
‘드류 로빈슨. 계속해서 끈질기게 타격하던데.’
다음 타자는 8번 드류 로빈슨. 오늘 타석에서 내내 투지 있게 공을 맞히던 타자다.
루그네드 오도어 보다는 조금 더 위험하게 봐야겠지. 타격감도 제법 괜찮은 것 같고.
“파울!”
초구는 몸쪽 컷 패스트볼.
커터가 파고들자, 재빠르게 스윙했지만, 타구는 라인을 넘었다.
“볼!”
2구 바깥쪽 슬라이더는 아쉽게도 골라냈다. 넣으려고 했는데, 조금 나갔네.
괜찮은 것 같아도, 살짝 제구력이 떨어지긴 했나 봐. 좀 많이 던지긴 했지.
“오.”
그리고 마지막, 3구.
낮게 떨어뜨린 서클 체인지업을 그는 다시금 맞춰냈다.
완전히 자세가 무너졌는데도, 오직 스윙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간신히 건드렸지.
“아웃!”
마운드로 데굴데굴 굴러온 공을 잡아 1루로 송구하며, 피식 웃었다. 집념이 대단하긴 하네.
‘기어코 기록 하나를 가져가는구만.’
20삼진도 해보려고 했더니 말이야. 그것까진 허락을 안 해주네.
먹을 거 많이 먹었으니, 마지막까지 두 개를 다 잡으려고 하지 말고, 오늘은 이 정도로 만족하라는 거겠지.
살짝 아쉽기는 하다.
이것도 엄청난 기록이잖아.
정말 오늘처럼 좋은 날이 아니라면, 그리고 타자들도 잘 잡혀주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기록이니까.
퍼펙트보다 훨씬 어렵지.
그것이 망가진 것이 조금은 아쉬웠지만, 금방 털어냈다.
기록 하나에 미련이 남을 정도로, 아쉬운 시즌은 아니었고, 아쉬운 경기가 아니었으니까.
그렇기에 그저 덤덤하게.
“스트라이크 아웃!”
최후의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그 마지막 삼진으로서. 모든 것이 완벽했던 2017년에 안녕을 고했다.
‘끝이네, 정말로.’
게임 셋.
올해의 마지막 경기가, 이걸로 끝났다. 아, 퍼펙트 게임도 달성했고.
단일 시즌에 퍼펙트게임을 두 번 하는 건 최초로 아는데, 이것도 신기록이긴 신기록이네.
어떤 의미에선 최다 탈삼진보다 더 까다롭고 힘든 기록일지도. 올해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딱 좋긴 하네.
아, 물론 아직 올해가 끝나려면 세 달은 더 남긴 했는데, 어디까지나 비유적으로 그렇다고, 비유적으로.
아무튼 모든 게 완벽했던 시즌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미련이 남지 않은 건 아니었다.
‘좀 시원섭섭하네.’
알아, 이런 성적 찍어놓고 이런 말 하면 아주 심각하게 개소리로 들린다는 거.
그냥··· 조금 더 길 수도 있었잖아? 이번 시즌 말이야. 내 마지막 경기도 더 뒤에 있을 수도 있었고.
9이닝으로 만족 못하고, 무슨 12이닝까지 던지겠다는 게 아니라. 정규시즌에서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뜻이지.
귀가 먹먹해져서 잘 들리지는 않지만, 결국 크게 환호성을 질러주는 관중들. 그리고 사방에서 달려오는 동료들을 보며 생각했다.
‘내년에는··· 우리 조금 더 길게 가봅시다.’
그 뒤로는 동료들에게 둘러싸였다. 그 뒤는 뭐, 있잖아? 시즌의 마지막과 기록 달성에 어울리는 것들.
애정 어린 욕도 좀 듣는다거나, 등짝을 두들겨 맞는다거나, 손에 붙잡혀서 공중부양한다거나 하는 거 말이야.
“You Suck!”
“You Suck!”
“내년에도 잘 부탁하자!”
“다음 퍼펙트는 월드시리즈인 거 알지?”
“다음 시즌은 아예 전경기 퍼펙트로 가자! 삼진도 한 500개쯤 잡고!”
세 번이나 이어진 헹가레가 끝나고, 샴페인 샤워까지 했을 때, 그제야 귀가 뚫렸다.
그때까지도 팬들은 열심히 소리치고 있었다. 마지막이 아쉽다는 것처럼. 그러면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처럼.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더니. 올해 충분히 즐기셔놓고 내년에는 더한 걸 바라는구만.
그게 어처구니없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예 고개를 젓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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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아쉽네, 진짜 아쉽다. 이렇게 잘하는데··· 이 정도로 잘하는데, 월드시리즈에서 못 본다는 게.]
└내년에는··· 할 수 있겠지. 내년에는. 빌리 빈도 약속했으니까.
└나도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급하진 않아. Go가 있다면, 언제든지 도전할 수 있을 테니까.
└미련이 남아도, 감사하게 여겨야지. 이런 시즌을 직접 두 눈으로 봤다는 걸. 그리고, 그런 선수가 우리 선수라는 걸.
마침내 경기가 끝났을 때.
몇몇 팬들은 고유석이 느낀 것과 같은 시원섭섭함을 느끼기도 했다.
오히려 마지막까지 완벽했기에, 더욱더 아쉬웠으니까. 저런 투수의 포스트시즌을 볼 수 없다는 것이.
특히나, 애슬레틱스 팬들의 갈망은 더욱더 클 수밖에 없었고.
허나 고작 한 시즌, 그것도 데뷔시즌이 끝난 것에 불과하기에, 미련이 끈적하게 남지는 않았다. 또한.
<393K! 기존 기록에서 10개를 더 추가하며, 신기록을 만들어낸 Go!>
<2017년 마지막 경기에서 두 번째 퍼펙트 게임을 해낸 고유석! 단일시즌 퍼펙트 2회!>
<고유석, 평균자책점 0.50으로 마감, 데드볼마저도 아득하게 넘어섰다!>
<놀란 라이언이 기립박수를? 텍사스 레인저스를 황홀하게 만든 Go!>
<19탈삼진으로, 한 경기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 타이기록은 아쉽게 한 개 차 실패!>
<9이닝당 탈삼진 신기록을 작성한···>
감히 미련이라는 단어가 붙을 수가 없는 시즌이었으니까.
경기가 끝난 뒤에도, 그 뒤에도, 그 뒤에도. 계속해서 기사는 이어졌다.
그럴 수밖에. 시즌이 확실하게 종결되면서, 확정된 기록들이 무수하게 많았으니.
그것을 하나하나 옮겨 적는 것만으로, 모든 스포츠 부문을 휩쓸기에 충분했다.
또한, 역대 최고의 시즌이었던 만큼, 끝났을 때의 여운과 여파가 남다를 수밖에 없고.
<19.5, 투&타를 통틀어, 단일시즌 최고 WAR을 기록한 Go!>
<32경기 26승 0패, 235이닝 13실점 13자책점 ERA 0.50 393K, Go, 영원히 ‘임팩트’의 지표로 남을 시즌을 마무리 짓다!>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앞으로도 많은 것이 바뀌겠지만, 한 가지는 명확했다.
흔히, 한 투수의 단기 임팩트를 논할 때 교과서 혹은 기준치로 자리 잡았던 20세기 말엽,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1999년의 역투를 대신해.
앞으로 한 세기, 21세기를 지배할 새로운 지표가 생겼다는 것이 말이다.
<올해 우리는 모두 다 Go의 시즌을 봤고, Go의 경기를 봤으며, Go의 피칭을 봤다.>
<앞으로 족히 50년 동안, 차세대 투수들은 그 누구도 우리에게 ‘감동’을 주지 못할 것!>
넉넉잡아, 앞으로 남은 한 세기를 대표할 시즌과 그 성적을 보며, 몇몇 칼럼에선 이후의 투수들에게 애도를 보내기도 했다.
앞으로는 누군가 잘한다는 말이 나오거나, 루키 선수가 임팩트를 보이더라도. 최소한 지금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그리 큰 감흥을 주지 못할 테니까.
그것은 도전자들을 향한 저주이자, 고유석 본인에 대한 저주이기도 했다.
얼마나 잘하든지, 어떤 기록을 세우든지, 대단한 위업을 세우든지, 항상 그 이름과 그 시즌이 앞길을 막아설 테니까. 영원토록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물론 가장 큰 가능성은 고유석 본인이 그걸 다시금 갱신하여, 이번 최다 탈삼진과 마찬가지로 더욱더 허들을 높이는 걸 테지만.
<애슬레틱스, 지구 3위로 시즌 마감, 아쉬웠지만, 반등의 희망이 있었던 시즌!>
<휴스턴, 아쉽게, 100승 달성 실패! 허나 목표는 월드시리즈!>
<양키스 vs 트윈즈, 와일드카드 게임의 승자는?>
<트리플 크라운 확정! 모든 부문 만장일치도 가능할지도···>
<고유석, 이달의 투수&루키 싹쓸이!>
그렇기에 완전히 정규시즌이 끝나, 결국 애슬레틱스와 고유석은 초대받지 못한 포스트시즌의 문이 열렸는데도. 영원토록 끝나지 않을 찬송가처럼, 그 이름은 끊이지 않고 쭉 이어졌다.
완벽으로 가득 찼던 2017년의 투수를 축복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