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속 빼고 다 가짐-174화 (174/316)

174화

매리너스 시리즈는 끝났다.

1승 2패의 아쉬운 루징 시리즈.

‘사실 그렇게 아쉽지는 않지.’

어차피 성적 포기한 지 오래인데, 뭐 아쉬워 봤자 얼마나 아쉽다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홈에서의 마지막 시리즈가 끝났다는 것이었다. 정말··· 때가 된 거지.

“오··· 정말 대단하네요. 아주, 아주 좋은 몸입니다.”

3차전이 끝나고 다음 날, 원정길을 떠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모든 준비를 갖췄을 때. 대니얼은 감탄사를 흘렸다.

뭔가, 뭔가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같네. 그때도 저런 반응이었지. 아주 좋은 몸이라고.

그래서 처음에는 조금 꺼렸었는데, 저 눈빛을 다시보니, 지금도 좀 그렇구만.

“···두 발자국만 떨어져 줄래요?”

“음, 다시 처음 만났을 때가 된 것 같군요. 누누이 말하지만, 저는 그저 직업적으로 보는 것뿐입니다. 절대로 다른 뜻은 없어요.”

“네, 잘 아는데, 그냥 조금만 떨어져줘요.”

내 말에 알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린 대니얼이었지만, 그 뒤로도 쭉 나한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물론 진짜 그런 쪽으로 보는 건 아닐 거다. 솔직히 나도 다른 사람이 이러고 있으면··· 안 보고는 못 배길 것 같거든.

얼마나 개꿀잼이냐.

6.5fit에 220파운드 나가는 거구가 레슬링복에 WWE 챔피언 벨트에, 금메달까지 목에 걸고 있는데.

“Go?”

“Oh God···”

“Wow, 정말··· 멋지네요!”

원정을 떠나기에 앞서, 선수단 합류를 위해 콜리시엄에 도착했을 때도, 온갖 종류 시선이 쏟아졌다.

굳이 경기가 없더라도, 경기장 근처는 항상 사람들이 서성거리는데. 다들 날 보더니 저런 반응이네.

“잠깐, 그 이상 입장은- Go? 아···”

클럽하우스로 들어갈 때, 이상한 놈인 줄 알고 저지하려던 구단 직원은 얼굴 보더니 물러섰고. 대단하다는 듯, 따봉을 날렸다.

분명 칭찬일 텐데, 별로 안 반가운 적은 처음이야. X같구만.

“Suck 얘 몸 진짜 좋구나···”

“저런 걸 입어도 잘 어울리네··· 쓰읍, 이런 느낌이 아닌데.”

“뭔가 진짜 레슬링 선수 같은데? 금메달까지 딴.”

“어, 그래서 그런가, 챔피언 벨트도 잘 어울려.”

“Suck 저 녀석··· 바나나(?)가 대단한데? 반바지를 안 입은 이유가 있어. 자신감을 가질만 해.”

하지만 날 커트 앵글로 만들려고 했던 베테랑들은 뭔가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원하던 느낌이 아니었던 거지. 내가 아주 우스꽝스럽게 변할 거라고 생각했나본데···

‘어림도 없지!’

내가 이날을 위해서(?) 몸을 갈고 닦았다, 이 말이야~

꾸준한 트레이닝과 철저한 식단 관리가 여기서 드러나는 거지. 노력한 보람이 있어.

씨익 웃으며 힘을 주어, 근육을 불끈불끈거리니, 제드 라우리는 못 볼 꼴을 보았다는 것처럼 눈을 질끈 감으며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뭐, 기대한 모습은 아니지만, 그래도 재미가 없지는 않네.”

“Hey, 챔피언, 여기 보고 포즈 좀 취해봐. 그래, 커트 앵글처럼. 내 SNS에 올릴 거니까.”

기대보다 덜한 모습에 아쉬워하던 베테랑들은 대충 사진이나 찍고 말았지만.

그래도 그들을 달래줄 다른 녀석들이 새로이 등장했다.

“너 그러고 콜리시엄까지 왔냐?”

“Suck 네가 할 말은 아니야···”

시원하게 상체를 까버린 맷 채프먼을 시작으로, 파워레인저와 카카로트, 카우보이, 피겨 스케이팅? 맞나? 그리고 밤비노, 베이브 루스 등등.

아주 휘황찬란하네.

그렇게 죄다 모인 클럽하우스는 뭔가 좀 묘했다. 뭐랄까···

“뭔가 좀 서커스단 같지 않냐?”

“어, 나도. 뭔가 전문적인 이벤트 업체 같기도 하고?”

“퍼레이드 하는 느낌이야. 신기하네. 어릴 때 꿈이 퍼레이드 하는 거였는데.”

“채프먼 쟤는 투덜투덜거리더니, 선글라스 딱 끼고 멋진 척까지 하네.”

“나 혼자 했으면 X같았을 텐데, 다 같이 이러니까, 한결 편안해.”

일단 절대로 야구팀 같지는 않다. 특별한 이벤트를 위해, 구단에서 초청한 이벤트 팀 같은데?

“Suck 넌 시구자네. 금메달이랑 챔피언 벨트 딴 기념으로 콜리시엄에 시구하러 온 거지.”

“그것참, 말 되네.”

그 멋진 모습을 보니, 왠지 뿌듯했다. 역시, 내가 그나마 정상적이야. 한결 기분이 좋아졌어.

물론 다른 녀석들도 내 모습을 보고, 자기는 그나마 괜찮다며 안심하는 것 같긴 하지만, 뭐, 그렇게 서로 상부상조하는 거지.

마지막으로, 공항에 도착하여, 비행기 앞에서 단체 샷까지 찍은 뒤, 우린 본격적으로 원정길에 올랐다.

이번 시즌, 마지막 시리즈를 위해서.

[@Jed_Lowrie]

[레인저스에게 ‘앵글 슬램’ 먹이러, GOAT Angle이 텍사스로 가는 중! #OAK #You_Suck! #ILoveRookieHazing]

“고트 앵글?”

“Suck이나 You랑 합성하는 것보다는 이쪽이 더 어감이 좋더라고. 그리고 명백한 사실이잖아? Suck 네가 이번 시즌 GOAT인건.”

내가 염소야? 왜?

혹시 악마라는 뜻인가?

염소는 악마의 동물이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나쁜 말은 아닌 것 같아, 그러려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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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 헤이징 데이를 맞아, 멋진 Dress-Up을 선보인 메이저리거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Rookie Hazing Day Dress-Up>

시즌이 마지막에 다다르며, 하나둘씩 루키 헤이징 데이 풍경이 올라왔을 때.

비로소 사람들이 가장 기대했다고 봐도 무방한 애슬레틱스의 드레스업이 공개됐다.

몇몇 심사가 꼬인 이들은 포스트시즌도 못 나간 주제에, 유쾌한척한다면서, 불만스럽게 보기도 했지만. 대다수는 즐겁게 받아들였다.

정규시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벤트였으니까.

<프로레슬러로 변신한 Go?>

특히 고유석의 모습은 루키 헤이징 데이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누구나 색다르게 여겼고.

평소에도 듬직한 체격을 자랑하던 선수였지만, 레슬링복으로 대놓고 탄탄한 몸매를 뽐내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으니까.

[#A’s]

[이런 말 하긴 뭐한데, Go는 진짜 Hot하네. 맷 채프먼도 좋기는 한데, Go를 보니까, 그냥 모든 걸 내려놓고 저 드넓은 품안에 안기고 싶어.]

└어, 여자지? 여자··· 맞지?

└좀 신기하기는 하네. 체격이야 큰 거 알고 있었지만. 안쪽이 저렇데 탄탄할 줄은 몰랐어.

└투수들은 원래 좀 둥글둥글 하지 않나? Suck은 아니네.

└일부러라도 지방을 좀 만들지. 그래야 유연성이 좋아져서, 부상이 덜하니까. Go가 특이 케이스지.

└진짜 X같은 옷인데, 몸이 좋아서 어울리네.

몇몇 이들은 고유석이 Hot하다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고 말이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구사하는 선수라고는 하나.

과거의 슈퍼스타들인, 데릭 지터나 알렉스 로드리게스처럼 같은 느낌의 선수는 아니었으니까.

그렇기에 사진이 공개된 이후, 사람들은 색다른 느낌을 받으며 여성 팬들과 소수의 남성 팬(?)을 양상하기도 했다.

[#A’s]

[GOAT Angle이라. Suck에게 딱 어울리는 단어들이네.]

└그치, 그는 GOAT니까, 하늘에서 우리한테 내려준 Angel이기도 하고. 살짝 다르네.

└금메달과 챔피언 벨트라, 혹시 다음 시즌 우리가 우승한다는 뜻인가?

└Suck이 내년에는 해내겠다는 거지! 미리 선언한 거야!

└그래, 올해는 시작에 불과하니까.

또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챔피언 벨트를 어깨에 걸치며 자신만만하게 포즈를 취하는 모습은 포스트시즌 좌절에 실망했던 팬들에게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안겨주기도 했고 말이다.

GOAT.

The Greatest Of All Time.

그 오만한 단어가 어울리는 시즌을 보낸 ‘챔피언’이 그들과 함께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본인은 자신이 왜 염소냐며 고개를 갸웃거리긴 했지만.

그렇게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애슬레틱스 선수들은 댈러스-포트워스, 정확하게는 알링턴을 향해 날아갔다.

[#A’s]

[표 남는 게 하나도 없네. 저번에 보니까, 레인저스는 좀 널널하더만. 갑자기 뭐야?]

└Suck 마지막 경기잖아. 죄다 보러 간 거지.

└탈삼진 신기록이 걸려 있는데, 당연히 불티나게 팔리지.

└오클랜드에서만 가는 게 아니니까. 다른 곳에서도 엄청나게 몰렸을걸?

└신기록까지 고작 열 개 남았는데, 당연히 경기 봐야지.

└텍사스 새끼들도 어차피 지들 성적은 조졌으니까, 은근히 신기록 기대하던데.

전국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과 함께. 전설로 남을 시즌의 마지막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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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마지막 시리즈를 맞이한 댈러스-포트워스에서는 반응이 조금은 미묘했다.

“왜 하필 폭탄이 우리한테 넘어온 거야···”

“탈삼진 10개··· 안 당할 수 있을까?”

“난 타이기록도 싫어. 그냥 저번처럼 매덕스해도 좋으니까, 삼진 좀 덜 잡았으면···”

“X발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냥 타자 새끼들 죄다 번트나 대라고 해. 그럼 퍼펙트 당하겠지만, 최소한 삼진은 안 처먹겠지!”

“조이 갈로, 조이가 알아서 해줄 거야. 홈런 날려서 강판시켜줄 거라고!”

당연하게도 많은 이들이 적대감을 표출했다. 올 시즌 내내 그들을 망쳤던 빌어먹을 놈이, 이젠 레인저스를 확실하게 박제하려고 오는 거니까.

새롭게 떠오른 신기록의 들러리이자, 피폭자로 말이다.

비록 올해 레인저스가 그들에게 많은 실망을 끼쳤다고는 하나, 그래도 사랑하는 팀이기에, 그런 굴욕을 당하는 걸 보고 싶지는 않았다.

이렇듯 어떻게든 기록을 막아야 한다는 이들도 있었지만, 의외로 레인저스의 연고지역 내에서도 꽤나 많은 이들이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으나,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다.

“레인저스가 당하는 건 좀 X같기는 한데··· 솔직히 보고 싶지 않아? 신기록 세우는 거.”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이런 순간이 오겠어?”

“앞으로 100년쯤 지나도, 다시는 기회가 안 찾아올지도 모르지.”

“괜히 기록 망치려다가 욕먹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냥 깔끔하게 당하는 게···”

불멸의 기록.

절대로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그 기록이 어쩌면 내 눈앞에서 새로이 갱신될 수도 있었으니까.

나이가 지긋한 이들이야, 놀란 라이언이 전설을 만들었던 순간을 기억하기도 했지만.

대다수에게는 너무나도 먼 옛날,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이거나, 갓 태어나 바닥을 기고 있던 까마득한 옛날의 일이었다.

그저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던, 놀란 라이언이라는 괴인을 더욱더 위대하게 만들어주는 신화와 같은 일이었건만.

그 신화가 갑자기 내 눈앞에서 실현되는 것이 아닌가?

낡아빠진 과거의 영상이나, 글자로만 표시된 통계가 아니라, 두 눈으로 직접,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건데. 그런 욕심을 버리기란 쉽지 않았다.

특히나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고.

“무슨··· 완전히 미쳤어! 제일 구린 좌석도 기본 1000달러부터 시작이야. 망할 암표상 새끼들···”

“죄다 매진이던데, 암표상들이 다 쓸어갔나 보네. X같아서 진짜.”

“아냐, 암표상들도 거의 없어. 그냥 진짜로 다 팔린 거야.”

“여긴 무슨 오클랜드 홈이냐? 뭔 놈의 오클랜드 유니폼이···”

“오클랜드만이 아닌데? 쟤들은 뭔데 왔어?”

그런 이들이 전국각지에서 몰려든 글로브 라이프 파크 인 알링턴의 근방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올해 새로운 강성팬덤으로, 필리스마저 이겨내며(!) 유명세를 떨친 ‘레이더스’야, 당연히 오는 사람들이지만.

비교적 평범해 보이는 애슬레틱스 원정 팬들은 물론, 아예 관광객처럼 보이는 이들과 관계가 전혀 없는 제3의 입장인 구단의 팬들까지.

그야말로 온갖 종류의 사람이 미국 전역에서 날아왔다. 커다란 글로브 라이프 파크를 꽉꽉 채워버릴 정도로.

미처 티켓을 구하지 못한 이들은 아쉬움에 경기장 근처를 서성거리기도 했고.

그야말로 난장판과 같은 분위기 속에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전세기가 댈러스-포트워스에 도착했다.

이 모든 사람들이 그토록 기다렸던, 오늘의 주인공을 실고서. 레인저스에게 올해의 안녕을 고하는, 앵글 슬램을 먹여주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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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뒤, 일단 잠부터 늘어지게 잤다. 저녁 경기인 만큼, 그때까지 체력을 최대한 비축해야 했으니까.

“어? 정장 입었네? 그거 멋있던데, 그냥 계속 입고 있지.”

“여기서 그러면 능욕하는 걸로 받아들여서 총 맞아.”

“아, 하긴. 좀 그렇긴 하겠네.”

그렇게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니, 마찬가지로 루키 헤이징 데이의 즐거움을 벗어던지고, 다시 경기 모드로 돌아온 동료들이 반겨줬다.

오늘은 진짜로 중요한 경기였으니까. 물론 나한테만 그렇기는 한데, 어쨌든.

“Suck, 혹시 컨디션이 불편하면, 내일로 미뤄도 돼. 난 괜찮아.”

“그래, 아무리 그래도 기록이 걸려 있는데··· 날아와서 바로 등판하면 좀 그렇지 않아?”

슬슬 경기 시간이 다가오니, 이제야 실감 나기 시작한 건지, 다른 선수들은 걱정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특히 소니 그레이는 기꺼이, 내일 자신의 등판을 내주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고.

“마음은 고맙지만, 괜찮아요. 오늘에 딱 알맞도록 이미 조절해둬서.”

그리고 이제 와서 갑자기 오늘 내가 등판 안 한다고 하면··· 진지하게 폭동 날걸?

무슨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몰려들었던데, 그런 상황에서 노쇼라니. 설사 신기록을 세우더라도 욕먹겠지.

‘그냥 날리기 아깝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배까지 든든하기 채운 뒤, 올해 마지막을 위해 글로브 라이프 파크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편했다.

오히려 저번 경기가 마음은 더 복잡했던 것 같네. 그때는 진짜 마지막이구나 생각이 들었는데 말이야.

정작 진짜 마지막 경기를 앞뒀지만, 지금은 그냥 편안했다. 별다른 긴장감도 없었고.

‘나쁘지 않지. 과하게 감정적인 것보다는, 차라리 차분한 쪽이 좋으니까.’

그렇게 도착한 경기장 근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사람이 더 많았다.

우리 팬들도 보이고, 레이더스야 당연히 있고. 텍사스 팬들도 많고.

“저거 에인절스 유니폼 아니냐? 쟤들은 왜 있어?”

“컵스도 있는데? 아, 하긴, 컵스 팬이야 어디든지 있긴 하지.”

“이건 뭐, 올스타전도 아니고, 전국각지 구단 팬들이 죄다 몰렸네.”

“얘가 진짜 대단한 일을 하기는 하나 봐. 이렇게 싹 몰려든 거 보면.”

다른 동료들은 감탄사를 뱉기도 했다. 한 개인의 마지막 경기가 마치, 리그 전체의 행사와 같은 모습이었으니까.

듣고보니, 올스타전 나갔을 때랑 느낌이 비슷하긴 하네.

그땐 마이애미였고, 지금은 알링턴이라는 게 조금 다르긴 하지만.

“Go! Go다!”

“오늘 잘해요!”

“텍사스 새끼들 아주 죽여버려!”

“오늘은 완봉, 아니, 퍼펙트 하는 거지?”

환호하거나, 응원하거나.

아니면 증오하는 사람들을 뒤로한 채, 여전히 차분한 마음으로 올해의 마지막 클럽하우스에 입성했다.

홈이 아니라서 더 좋네.

솔직히 콜리시엄은 마지막을 장식하기에는 별로 좋은 곳은 아니거든. 다른 팀이랑 비교하면 많이 처지지.

시즌 끝나면, 오프시즌 동안 보수라도 좀 해줬으면 좋겠네. 내가 벌어다준 돈이 상당할 텐데.

“오늘은 좀 어때?”

클러비가 뽀송뽀송하게 세탁해둔 깨끗한 유니폼을 입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으니. 스콧 에머슨이 슬쩍 다가왔다.

나보다 이 양반이 더 감격스러운 것 같네. 뭔가 눈시울이 붉은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평소처럼 컨디션부터 묻는 그에게 나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줬다.

“좋아요. 아주. 그나저나, 설마 오늘도 리미트 있어요?”

“특별히 오늘은 봐줄게. 마지막이니까, Go 네가 원하는 만큼, 마음대로 던져. 한 10점쯤 내주기 전에는, 내려올 생각하지 말고.”

“오, 진짜요?”

마지막이라서 그런가, 화끈하시구만. 진작 이랬으면 얼마나 좋아?

그는 마치 투견의 목줄을 풀어주듯, 족쇄를 푸는 듯한 제스처를 한 뒤, 나와 마찬가지로 피식 웃었다.

그 외에 별다른 이야기는 오가지 않았다. 할 수 있겠냐거나, 기록에 집착해서, 너무 무리하지 말라거나, 뭐 그런 말도 없었지. 정말로 내 마음대로 하라는 것처럼.

“15분 됐습니다, 다음 파트로 가죠.”

대니얼 역시 평소와 별다를 것 없이 워밍업을 도와줬고 말이다.

비행과 숙면으로 조금 늘어진 몸을 천천히 달아 올리며, 문득 관중석을 쭉 훑었다.

서서히 차오르는 사람들.

아직 경기 시작까지 제법 남았는데도, 경기장의 거의 모든 좌석이 채워졌다.

‘마지막이라···’

그걸 보니, 차분했던 마음에 조금씩 불이 붙었다.

레인저스 홈팬들이나, 우리 팬들이야 그렇다 쳐도. 나 하나 보려고 온 사람들이 저렇게 많다니.

기대란 기대는 다 심어놓고, 막판에 미끄러지면 진짜 엄청 쪽팔리겠네.

“오늘 진짜 잘해야겠네요.”

“당연히 그래야죠. 평범한 경기가 아닌데.”

워밍업을 마친 뒤, 불펜으로 향하며 그렇게 중얼거리자, 대니얼은 뭐 그런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듯 피식 웃었다.

“이럴 땐 긴장하지 말라거나, 부담가지지 말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뭐, 저희가 같이 지낸 시간이 얼만데. 긴장 같은 걸 안 한다는 거야, 이미 잘 알죠.”

정답이네.

맞는 말이다. 긴장되진 않았다. 부담스럽지도 않았고.

그냥 조금 흥분됐을 뿐.

애초에 관심이 두려웠으면, 지금 이렇게 서 있지도 못했겠지. 올해 내가 받은 주목이 얼만데.

혹시라도 마지막 문턱의 앞에서 실패하지는 않을까, 좌절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없다. 말했잖아, 오늘 같은 날은 날리기 아깝다고.

“나이스볼.”

불펜에 들어가, 첫 공을 던졌을 때, 평소처럼 공을 받아준 불펜포수는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 이상의 찬사나, 격려 따위는 필요가 없다는 것처럼.

“시간 됐네요.”

내 몸이 눈치가 있는 건지.

오늘의 컨디션은 완벽했다.

올해의 마지막 등판을 장식하기 딱 좋을 정도로.

다르게 말하면···

‘레인저스를 조지기에 딱 좋다는 뜻이기도 하지.’

조금 오만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 내가 긴장하거나, 부담스러워할 이유는 없었다.

말했잖아.

홈에서 못한 완투는 여기서 하겠다고.

사내대장부로서, 뱉은 말은 지켜야지.

누누이 말하지만, 난 안 되는 일에 매달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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