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속 빼고 다 가짐-173화 (173/316)

173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3:1 텍사스 레인저스>

<고유석, 홈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챙기며 25승 달성!>

<‘Big Unit’마저 넘어선 Go! 위는 오직 코팩스와 라이언뿐!>

<고유석, 신기록까지 ‘10K’, 단일시즌 최다 탈삼진이 눈에 보였다!>

경기가 끝난 뒤. 언제나 그렇듯, 기록이 쏟아졌다.

일단 25승을 올렸고, 랜디 존슨을 완벽하게 넘어섰다.

374K를 기록하며, 단일시즌 탈삼진 역대 3위로 올라섰으니까.

준수한 선발투수들이 풀시즌을 던져, 2년 내지는 3년에 걸쳐 쌓을 만한 탈삼진을 단 1년, 그것도 데뷔시즌에 올린 모습은 그저 경이로웠다.

역사상 최고의 시즌을 루키 선수가 보내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고유석, 45.2이닝으로 연속 이닝 무실점 행진 종료!>

<43.1+53.1+45.2, 이번 시즌 도합 142.1이닝 연속 무실점으로 보낸 고유석!>

└기적의 계산법이네.

└각각 별개의 기록인데 그걸 다 더하고 자빠졌네.

└이럴 거면 그냥 짜잘한 무실점도 다 합쳐라.

└근데 진짜 개또라이 아님? 올해 한 세 달을 무실점으로‘만’ 보냈네.

└미친놈임 그러니까 0점대 평자 찍은 거고

└이런 식으로 이상하게 하지 말고, 그냥 다른 걸로 띄워라. 빨아줄 거 어차피 넘치니까.

중간중간 계속해서 연속 이닝 무실점을 이어가고는 했기에, 그것에 기적의 계산법을 대입하는 이들도 있었고 말이다.

<오클랜드 팬들, 홈 마지막 등판에서도 완벽했던 고유석에 ‘기립박수!’>

<오클랜드를 홀린 남자? Go는 베이 브릿지의 ‘연인’>

어쨌든 그토록 화려했던 선수의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 고유석에게 오클랜드 팬들이 보냈던 '경의' 역시 이슈가 되었다.

기립박수야 생각보다는 흔한 일이지만, 그 숫자가 다르고, 느낌이 달랐으니까.

<그의 마지막 경기를 위해 몰려온 팬들! 베이 브릿지 전체가 움직였다?!>

거의 만원 관중에 가까울 만한 숫자의 관중들이 몰렸고, 직관은 하지 못했더라도, 술집이나 집에서 티비로나마 시청한 이들 역시 적지 않았다.

이렇듯, 언제나 관중동원이 최하위에 해당하는 애슬레틱스이건만. 올해는 명백히 달랐다.

이번 경기를 제외하더라도, 전체적인 관중동원율이 올라간 것은 물론, 특히 고유석의 경기에선 웬만한 빅마켓 인기팀 못지않은 수준을 자랑했으니까.

포스트시즌이 사실상 망가져, 이슈가 떨어졌는데도, 그의 홈경기에선 꾸준하게 관중이 증가했고 말이다.

전국적인 인기는 물론, 연고지 내에서도 절대적인 열광을 일으킨 모습을 보며.

많은 언론들은 과거, 메이저리그 첫 번째 전성 시절을 이끌며, 구름 같은 관중을 몰고 다녔던 베이브 루스와 비교하기도 했다.

조금 과장을 보태어, 뉴욕과 오클랜드의 차이를 비교하며, 그보다 더한 수준이라는 이야기를 꺼내는 이들도 있었고.

[#A’s]

[오늘은 뭔가 좀··· 뭉클하더라. 시범 경기 때부터 정말 기대했던 선수였는데. 기대를 아득히 초월하는 성적을 찍더니. 정규시즌 마지막 홈 등판까지 하다니.]

[#A’s]

[8회 끝나고, Suck이 마운드에서 내려가는 모습을 멍하니 보다가,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어. 그냥··· 그래야 할 것 같더라고.]

[#A’s]

[Go가 우리 쪽으로 고개를 숙이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 우리가 아는 모습처럼 멋지지는 않았는데. 그냥 신기했어. 정작 고개를 숙여야 하는 건 우리였는데. 올해 진짜 X나게 멋진 시즌을 보내줬으니까.]

그토록 오늘에 열광한 사람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관중이건, 시청자건, 그것을 추억했다.

이렇듯 엄청났던 시즌의 마지막이 다가왔을 때, 팬들은 물론이고, 언론 역시 기꺼이 박수를 보냈지만.

<텍사스 레인저스, 드디어 Go에게 ‘첫 득점’! 허나 기록의 제물이 되어···>

<조이 갈로, 통한의 솔로 홈런으로, ‘Go를 박살낸 남자’에 세 번째로 이름을 올리다!>

<홈런은 오직 AL 서부지구에서만? 같은지구 팀들에게만 홈런을 허락하는 Go! 매리너스는 그저 눈물···>

의외로 피해자이자 들러리의 입장이었던 레인저스 역시 그럭저럭 만족했다.

신명나게 털리기는 했지만, 어쨌든 희망은 보지 않았는가? 무실점도 깨트렸고.

또한 고유석을 바라보는 애슬레틱스의 시선과 마찬가지로, 그들 역시 기대를 걸고 있는 조이 갈로가 그에게 세 번째 홈런을 선사한 것 역시 마음에 들었고.

이렇듯 생각보다 양쪽 모두 만족스럽게 여기며, 경기는 막을 내렸고, 사람들은 차근차근 그다음을 준비했다.

올해의 진짜 마지막을 말이다.

<한 시대의 시작, 고유석은 마지막 발자국을 디딜 준비가 됐다!>

<역사상 최고의 시즌을 보낸 Go,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시즌을 향한 마지막 한 조각! Go You-Suck의 2017시즌 마지막 경기!>

이미 수없이 많은 기록을 올렸고, 영원토록 기억될 시즌을 보낸 고유석이었지만. 아직 모든 걸 완벽하게 채운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올해, 고유석이라는 선수를 상징해줄 마지막 퍼즐이, 아직 남아 있었으니까.

<‘You Suck!’마저 피할 수 없는 루키 헤이징 데이! 과연 Go의 코스튬은?>

[#A’s]

[슈퍼맨이 아닐까? 올해 Suck은 진짜로 슈퍼맨 같았잖아?]

└헐크는 어때? 피부가 녹색인 게 우리 팀이랑 잘 어울리는데

└곰도 잘 어울릴지도. 덩치가 곰 같잖아.

└쯧쯧, 위엣 놈들은 Noob이냐? Go는 곧 애슬레틱스니까, 흰 코끼리로 가야지!

└여장은 금지라던데, 그럼 여장은 안 하려나? 다행이네. 저런 덩치가 여장하고 있으면 아무리 Suck이라고 해도 좀··· 토가 쏠려···

└올시즌 Suck 성적처럼 Hot하게 가야지. Hooters 어떠냐? 예전에 파드리스가 그거 했었잖아.

└어울리긴 하네, Go의 몸매가 다이너마이트 하긴 하니까.

마찬가지로 올해의 마지막을 즐겁게 해줄 소소한 이벤트 역시 남아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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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루에서 아웃! 게임 스코어 2대3으로 아쉽게 마지막 경기를 이기지 못하면서, 위닝 시리즈로 막을 내립니다.

3연전은 위닝 시리즈로 끝났다. 마지막 아쉽게 승리를 따내지 못하기는 했지만.

사실 와일드카드마저 이미 날아갔기에, 성적은 어차피 큰 의미가 없었다. 그저···

‘꼴찌만 면하면 되겠지.’

서서히 인기가 올라오는 시기인데, 그때 완전히 밑바닥을 치는 것과, 어느 정도는 체면을 챙기는 것은 다르니까.

기존 팬들이야, 애슬레틱스가 꼴찌인 것에 익숙하겠지만. Go 덕분에 새로 유입된 이들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 기존 팬들도 어느 정도는 달래줘야 하기는 하고.

‘잘하면 2위까진 가능하겠군.’

1위를 제외하면, 별다른 순위가 정해지지 않은 AL 서부지구이기에, 포스트시즌은 못 나갈지라도, 지구 내에서 높은 순위 정도는 차지할 수 있으리라.

물론 드래프트 픽은 손해를 조금 볼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애슬레틱스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당장은 윈나우였다.

“말린스도 완전히 끝이지?”

“네, 제로입니다.”

“그래, 다행이군.”

그렇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빌리 빈에게 중요한 건, 오클랜드가 아니라, 마이애미 말린스의 성적이었다.

누누이 언급한 것처럼, 애슬레틱스의 전력보강을 위해선 그들이 망해줘야 했으니까.

파이어 세일을 하도록.

정말 다행스럽게도 마이애미 말린스는 막강한 화력에 비해, 아쉬운 시즌을 맞이했다.

애슬레틱스와 마찬가지로 포스트시즌이 진작 막을 내렸지. 그래서 이제는 아주 노골적으로 파이어 세일이 언급되고 있고.

팬들은 실망하는 분위기지만, 말린스가 선수를 팔아치울 때, 언제 팬들을 신경이나 썼던가.

“퍼즐 하나는 완성됐고, 나머지는? 조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못 찾았습니다만, 길게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다음 스프링캠프 전에는 확실하게 터질 테고요.”

“그래, 그래야지. 그러면 정말··· 좋겠어.”

다음 대계를 위한 남은 퍼즐은 하나. 휴스턴의 몰락.

정말 고맙게도, 그들은 그와 애슬레틱스 내부에서 바라던 것처럼 계속해서 날아줬다.

AL 전체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을 유지하며, 이번 시즌, 다저스, 인디언스, 내셔널스와 함게, 월드시리즈의 확실한 우승 후보권으로 꼽히고 있지.

그렇기에 폭탄이 터진다면, 그 파급력이 더욱더 거셀 테고.

“이제 정말··· 올해도 마지막이 다 됐군.”

“예, 이제 딱 두 시리즈만 남았으니까요.”

“예상보다 더 훌륭했던 시즌이었어, 그렇지 않나?”

빌리 빈의 물음에 데이비드 포스트 단장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상상이상의 시즌이었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 겹쳤던 시즌이고.

단순히 성적을 말하는 게 아니다. 압도적 꼴찌에서 탈출한 것도 물론 기쁜 일이지만.

그보다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라는 팀 자체가 크게 탈바꿈되기 시작한 시즌이니까.

“그래···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어.”

오클랜드라는 도시에 발이 묶인 상황에서, 그토록 갈구했던, 베이 브릿지 지역의 민심도 확 쓸어 담았다.

산호세, 프리몬트 등등.

주변의 도시들의 관심이 이쪽으로 몰렸지.

베이 브릿지의 전통적인 맹주이자, 화려한 10년대를 보냈던 자이언츠가 올해 대차게 몰락해준 덕분도 있지만.

Go가 그렇게 자이언츠에서 이탈한 관심과 기존 오클랜드 주변 연고지의 인기를 쓸어 담아줬으니까.

도저히 눈길을 안 줄 수가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지. 데뷔 직후부터 지금까지, 시즌 내내.

심지어 이제 마지막에 다다랐는데도, 기세를 잃기는커녕, 오히려 계속해서 기록에 도전하며, 더욱더 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고.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도 주목받고 있으니··· 결정적으로 도장을 찍어야겠지.”

“지금의 관심에 우승까지 곁들인다면··· 그땐 정말로 모든 것들이 달라질 테니까요.”

누가 알았을까.

꽝으로 판명난 뒤, 사라질 줄 알았던 값싼 복권이, 이토록 대차게 잭팟을 터트릴 줄.

최소한, 그를 애슬레틱스가 품고 있는 동안은, 앞으로도 흥행은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갑작스럽게 부상으로 무너지거나, 심각한 탈선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말이다.

‘아이콘’이 되어버렸으니까.

단순히 애슬레틱스가 아니라, 메이저리그 전체의 흥행을 짊어진 슈퍼스타가 되었고.

그러니, 그런 폭발적인 관심을 애슬레틱스의 코어팬으로 흡수하려면, 결과도 내야겠지.

그러기 위해서 그나, 눈앞의 데이비스 포스트 단장 같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이고.

매번 허리끈을 졸라매고, 지금 좋더라도, 다음을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눈앞에 아른거리는 황금시대를 바라보며, 빌리 빈은 피식 웃었다.

“그나저나, 우리의 히어로께선 뭘 입는다고 하던가? 슈퍼히어로? 영화? 아니면 Korea쪽 전통 복장?”

“아, 듣자하니, 베테랑들이 제법 짓궂게 준비했더라고요. 하하, 아무래도 인기가 대단한 선수인 만큼, 좀 놀림을 받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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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저스 시리즈가 끝나고.

매리너스를 홈으로 불러들인 뒤, 1차전이 패배로 끝난 다음 날, 2차전을 앞두고, 나는 제드 라우리와 클럽하우스에서 면담을 가졌다.

“설명해봐. 어째서 약속과 다른 거지? 우리 서로 재밌게 생각했었잖아? 셋 다 동의했고. 그런데 왜 달라진 거야?”

“···어쩔 수가 없었어.”

“그니까, 그 어쩔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라고.”

내 물음에 제드 라우리는 눈조차 못 마주치며, 그저 땅바닥을 봤다. 그래, 내가 빡이 돌았다는 걸, 본인도 잘 아는 거겠지.

나보다 훨씬 선배이자, 연장자에게 이렇게 모질게 대하는 게 나도 별로 즐겁지는 않았지만.

워낙 중요한 사안이고, 배신감과 분노가 치밀은 터라.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가 없었다.

“찾아보니까··· 작년에 탬파베이 애들이 했더라고. 2012년에 우리 팀도 했었고. 심지어 이거랑 똑같은 녹색으로. 아, 이거처럼 막 휘황찬란하진 않았지만.”

“그런데? 그게 뭐?”

“아니, 뭔가··· 표절 같잖아? 우리가 괜히 따라 한 것 같고.”

“이게 무슨 디자인 대회도 아니고, 표절은 무슨 얼어 죽을 놈의 표절이야?”

“그냥 좀 그렇잖아. 애슬레틱스는 창의성이 없다, 따라 할 줄 밖에 모른다, 이런 말이 나오면 괜히 찝찝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그런 이유로 나 혼자만 이걸 입어라? 딴 놈들은 정상적으로 입고? 갈아치울 거면 다 갈아치울 것이지···”

“그야··· Suck 너는 You Suck이잖아. 커트 앵글의 You Suck. 유니크하지. 충분한 스토리도 있고.”

별일 아니다. 그냥 계획이 조금 어그러졌을 뿐.

원래는··· 알다시피 다 같이 죽으려고 했다. 다른 녀석들도 억지로 끌고갔지. 나 혼자만 쪽팔리면 억울하잖아.

베테랑 삼인방도 그걸 즐겁게 받아들으니, 원래 계획대로라면 레슬링 팀이 됐어야 할 텐데. 그게 어그러졌다.

‘망할 탬파베이 새끼들··· 망할 애슬레틱스 선배 새끼들··· 이딴 걸 왜 먼저 해가지고, 나 혼자만- 이런 X같은-’

작년에 탬파베이 레이스가 루키 헤이징 복장으로 레슬링 대표팀 팀 복을 했었더라고.

2012년에는 아예 이거처럼 녹색 레슬링복으로 애슬레틱스 선수들이 쫙 차려입었었고.

애슬레틱스가 대충 육상이라는 뜻이잖아. 레슬링도 고대부터 이어진 올림픽 육상 종목 중 하나고. 아마도 그런 의미였겠지.

근데 이번에도 또 다 같이 레슬링으로 가면 따라한 것 같으니, 그냥 다른 놈들은 다른 거 입히고.

나는 제드 라우리의 말처럼 조금 의미가 남다르니까, 나 혼자만 쳐 입으라는 건데···

“그-그럼 잘 챙겨둬! 원정 갈 때, 비행기 타기 전에, 앞에서 다 같이 사진도 찍어야 하니까, 민망한 곳은 알아서 잘 가리고. 저번에 얘기했던 것처럼 반창고나 패드를 준비하던가. 그··· 아래는 반바지 같은 것도 입지 않는 것으로 결정 났으니까, 그렇게 알고.”

계속된 압박에 황급히 도망치며, 제드 라우리가 내 손에 쥐어준 녹색의 야실야실한 레슬링복을 보니, 굉장히 마음이 심란했다.

내가 X발 이러려고 374개나 되는 삼진을 잡은 건가. 이딴 거나 쳐 입으려고.

오랜 전통이니, 드레스업 정도야 그러려니 하고 넘기려고 했는데, 막상 실물을 보니까, 현타감이 장난이 아니네.

거기다 ‘커트 앵글’의 상징인, 올림픽 메달까지 아주 제대로 준비했고 말이야.

황금빛으로 영롱하게 반짝이는 금메달을 보니, 뒷골이 조금 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 이거 깜빡했네. 이것도 써, 그렇게만 입으면 사람들이 누구 따라 한 건지 모르겠더라고. 그리고 그냥 레슬링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고. 이건 ‘프로 레슬링’인데. 그··· 아무튼 이것도 꼭 같이 착용해.”

한숨만 쉬면서 그걸 보고 있을 때, 다시 돌아온 제드 라우리는 무언가를 또 건네주더니, 또다시 냉큼 도망쳤다.

그래, 이것도 준비했어?

짧은 시간 만에 대단하네.

아주 대단한 새끼들이야.

이런 노력을 야구에 기울였으면··· 지구우승은 그냥 했겠네. 월드시리즈도 노려볼 만했겠지.

이딴 개짓거리에 쓸데없는 힘을 쓰지 않았다면 말이야.

허탈하게 그걸 보고 있으니, 뒤늦게 클럽하우스로 들어온 브루스는 어린아이처럼 눈을 반짝였다.

“오! 그거 WWE 벨트 아니야? 이야~ Suck 너 진짜 부럽다. 잘하는 놈이라고, 이런 것까지 준비해줬네. 하긴 니가 이번 시즌 챔피언이긴 하지. 그거 나 한번만 차도 돼? 난 너무 평범해서 별로더라.”

자랑하는 걸까?

자긴 평범해서 이런 특별한 걸 껴보고 싶다며 눈을 반짝이는 브루스에게 대충 벨트를 넘겨줬다. WWE 챔피언 벨트를.

나도 어릴 때 프로 레슬링을 자주 봐서 그런가, 벨트가 눈에 익기는 하네.

그래, 이거까지 낀다면, 평범한 레슬링 옷으로는 절대로 착각하지 않겠어.

“···X같네.”

그렇기에 더 X같았고.

이 꼴을 하고 사진 찍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눈앞이 컴컴했다.

“캬~ 이러니까, 나 진짜 프로레슬러 같지 않아? 어릴 때 꿈이었는데. 아니, 아니지, Suck 네가 진짜 멋지긴 하겠네. 네 체격도 딱 헤비 웨이트 급이잖아? 덩치도 좋고. 진짜 멋지겠네. 부럽다···”

그런 내 속도 모른 채, 두툼한 허리에 꾸역꾸역 벨트를 착용한 브루스는 부럽다는 듯 나를 봤다. 웃어? 웃어? 이게 부러워?

“좋냐? 그럼 니가 입을래? 우리 바꿔서 입자. 어때?”

“···아, 바로 가야겠네. 미안, 시간이 없어서. 그 얘긴 조금 있다가 다음에 하자, 다음에.”

다음 언제 새끼야. 그렇게 좋으면 니가 입으라고. 내가 재미도 없는 평범한 거 입을게.

욕설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그래도 조금 시간이 지나니, 분노가 누그러졌다.

“어? 뭐야? 난 이거-”

“What the- 이딴 걸 입으라고요? 진심이에요?”

“난 올해 2년찬데 왜 입어야 돼···”

“2년차라도 너도 사실상 루키잖아. 그러니까 입어야지.”

시간이 지나니까, 하나둘씩 다른 신인들도 나타나, 베테랑들의 선물상자를 개봉했는데, 진짜 하나 같이 대단하더라고.

파워레인저에, 드래X볼에. 사무국에서 여장 금지했다더니, 여전히 여장 코스튬도 있고.

“···진심이에요? 제드, 저보고 이것만 입으라고요? 사무국에서 과도한 노출은 금지하지 않았던가?”

“아냐아냐, 이 정도는 괜찮아. 생각해보니, 어차피 금지하고 첫 해라서, 그냥 넘어갈 것 같더라고. 잘 어울리겠네.”

심지어 맷 채프먼은 나비넥타이랑 정장 소매만 주더라. 선글라스도 줬고. 상의탈의하고 그것만 입으라면서. 파티 보이인지 뭔지 라는 컨셉이라는데.

뭐야, 그나마 커트 앵글이 정상이네.

374삼진 잡기 잘했다. 이게 에이스 대접 해준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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