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속 빼고 다 가짐-165화 (165/316)

165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7:0 휴스턴 애스트로스>

<고유석, 8이닝 무실점 2피안타 14K 무사사구>

<탈삼진 하나가 새로운 역사다! Go, 사실상 6위는 확정?>

<고유석 23승! 다승왕&평균자책점&탈삼진 트리플 크라운 확정!>

경기는 애슬레틱스의 무난한 승리로 막을 내렸다. 애초에 선발투수에게 8이닝 무실점을 당한 시점부터, 승리는 이미 날아간 셈이지만 말이다.

다시금 승리를 올리며, 고유석은 사실상 다승왕마저 확정 지었다. 탈삼진이야 더 말할 것도 없었고.

아직 경기가 남기는 했지만, 다른 투수들이 뜬금없이 연투를 거듭하는 게 아닌 이상, 더는 세는 것조차 의미가 없었다.

역사상 가장 화려한 트리플 크라운이 확정되며, 이젠 신인왕-사이영-MVP 삼관왕 확정 정도가 아닌, 모두 만장일치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는 반응이 나왔지만.

사실 그것 자체는 이미 예전부터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기에, 사람들은 의외로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보다는 당장 현재 진행 중인 기록이 더 흥미로웠으니까.

<역사상 최고의 Dr.K의 탄생? 신기록까지 38K!>

<놀란 라이언 ‘그런 대단한 투수가 내 기록을 깨준다면, 오히려 기쁠 것’>

<샌디 코팩스 ‘기록은 이미 깨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쉬운 건 그저, 작년 다저스가 그를 트레이드 영입하지 않은 것’ ‘더욱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더욱더 올라온 순위.

그에 여러 전설이 무거운 입을 열었다.

놀란 라이언과 샌디 코팩스, 각각 1800년대 이후, 역대 1위와 2위 기록을 가진, 최고의 레전드들은 그들의 기록을 노리는 신성의 등장을 기꺼이 축하했다.

그런 반응에서 알 수 있듯, 사실상 이미 거의 달성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여론이 대세였고 말이다.

또한 샌디 코팩스의 뜻밖의 발언에 다저스 팬덤은 다시금 진한 아쉬움을 흘리기도 했다.

[#Dodgers]

[설마 작년에 리치 힐이랑 조시 레딕 받아올 때 같이 데려온다던 Go가, 그 Go였어?]

└응 같은 사람이야. 그때 데려왔으면 진짜 잭팟이었는데···

└빌리 빈은 십년감수했겠네. 이런 선수를 덤으로 얹어줄 뻔 했으니.

└기억나네. Ryu랑 같은 나라 투수라고 해서, 제법 긍정적으로 생각했었는데, 아쉽네.

└그때도 제법 잘하긴 했지만, 플루크라는 평가 아니었나? 어쩌다 이렇게 됐냐.

└매덕스한테 배웠다던데, 그게 신의 한 수가 된 게 아닐까?

└우리는 매덕스랑 인연도 있으니까, 충분히 모셔올 수 있으니, 트레이드로 데려왔으면 여기서도 터졌을 텐데. 진짜 아깝다.

사실 아쉬운 건 다저스만은 아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제법 많은 구단들이 작년을 그리워했으니까.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떻게든, 뭘 내줘서든 잡았어야 했다고.

작년, 구단과 힘싸움을 벌이며, 브라이언이 수많은 팀들을 끌어들였기에.

트레이드 마감 전, 꽤나 중요 매물로서 여기저기에 이름이 올랐던 고유석이니까.

[#D-Bakcs]

[그때 Suck을 적극적으로 영입했다면··· 잘하면 다저스 잡고 지구우승 했겠는데?]

└생각할수록 아까워, 단장 새끼, 좀만 더 후하게 제안해보지

└지구우승 가능하지, 얘 혼자 20승은 올려줄 텐데. 그럼 다저스 역전이네.

└다른 것보다 랜디 존슨의 기록을 우리 선수가 다시 갈아치운다는 것도 좋고.

└그때가 마지막 적기였어, 이젠 트레이드는 글렀고, FA만 남았는데··· X나게 비싸겠지?

└말도 못하지. 이대로 FA까지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최소 4억은 깔고 갈 걸.

어쩌면 고유석이라는 선수가 가장 ‘값싼’ 시기였기에, 더욱더 아쉬울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346K, 0점대 ERA. 그리고 200이닝과 23승까지. 클래식과 세이버 양쪽 모두 다 그저 완벽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성적을 기록 중인 선수였으니까.

이렇듯 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고유석에 관한 아쉬움과 기쁨, 그리고 관심은 더욱더 몰려들었다.

포스트시즌이 뒷전으로 밀려날 정도로.

####

애스트로스 시리즈는 스윕으로 끝났다. 뽀록 제대로 터진 거지. 4연전을 죄다 이기다니.

‘진작 이랬으면 진짜 지구우승도 가능했겠네.’

이미 포스트시즌이 나가리 된 상황에서 이제 와서 잘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지만 말이다.

팬들이야 지구우승 확정이라고 거들먹거리는(?) 놈들한테 제대로 고춧가루 뿌려주고, 또 꼴찌는 안 하겠다고 좋아하긴 하던데.

사실 이런 상황에선 그냥 지는 게 낫지. 드래프트 픽이라도 올려야 하니까.

“엣취···”

아무튼 그런 애스트로스전을 뒤로 하고, 보스턴 원정을 떠나는데, 이상하게 몸이 으슬으슬했다. 날씨가 갑자기 확 추워져서 그런가, 몸이 좀 이상하네.

‘땀 흘리고 옷 안 갈아입은 게 문제였나?’

러닝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땀이 흐르는데, 딱 한번 옷을 안 갈아입었더니. 바로 효과가 나왔다. 이래서 간절기에는 조심해야 돼, 감기 기운이 갑자기 훅 온다니까?

“엣취!”

“Suck 너 몸 괜찮은 거 맞아? 다음 등판 할 수 있겠어?”

“괜찮아, 이 정도는. 그냥 재채기만 하는 거야. 열도 안 나고.”

“위험할 거 같은데···”

계속된 재채기에 오늘도 함께 포커를 치던 브루스는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제드 라우리나 마커스 시미언 등,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고.

“Suck 니 몸이 그냥 몸이야? 오클랜드의 공공재지.”

“피로가 쌓여서 면역력이 떨어진 걸수도 있겠는데? 얘 좀 심하게 혹사하고 있긴 하잖아?”

“5일씩 꼬박꼬박 쉬게 해주는데 피로는 무슨. 그냥 재채기라니까?”

솔직히 콧물도 별로 안 나오고, 재채기만 좀 나오는 수준이니, 이 정도는 거뜬했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심상치 않게 느낀 건지, 브루스는 곧바로 스콧 에머슨을 데려왔다.

“감기 걸렸다면서? 진짜야?”

“그냥 재채기 좀 나오는 거 가지고 감기는 무슨···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나아요, 이런 건. 제가 워낙 건강 체질이라. 엣취!”

괜찮다고 너스레를 떨고 싶었는데, 막판의 재채기가 다 망쳤다. 심각한 표정을 지은 코치는 감독에게로, 감독은 다시 윗선으로 보고를 올렸고.

“이번 등판 거르기로 했어. 보스턴도 제법 쌀쌀한데, 괜히 등판했다가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큰일 나는 거야.”

“저 진짜 멀쩡하다니까요?”

결과적으로 내 등판은 날아갔다. X발 이러는 게 어딨어!

“알아, 멀쩡한 거. 그래도 만약이라는 게 있잖아. 원래 이런 식으로 큰 병으로 발전되는 거야. 혹시 모르니까, 우너정 동안 클럽하우스나 덕아웃에도 오지 말고, 그냥 호텔에서 푹 쉬어.”

“경기는 어쩌고요? 갑자기 등판 꼬일 텐데.”

“투수야 남아도는데, 설마 한 경기를 못 채울까. 재채기 멈추고, 좀 더 정밀 검사 받고 나면, 다음 등판 논의해보자.”

그 결정이 대단히 불만스러웠지만, 어쩔 수는 없었다. 그만큼 날 걱정한다는 건데, 뭐 어쩌겠어.

혹시 손이라도 베이면, 정형외과 의사도 불러올 기세네.

내가 오클랜드에서 진짜 중요한 사람이긴 한가 봐.

<그에게 무슨 일이? 밥 멜빈 감독 ‘그저 가벼운 감기증세’>

<여러 의사들, ‘혹사와 면연력 저하의 연관 관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어···’>

레이더스는 아마 이번에도 오열했을 것 같다. 심지어 이번엔 애너하임이 아니라, 동부, 그것도 보스턴까지 왔는데 노쇼라니··· 충격 받아서 졸도해버렸을지도 모르겠네.

‘진짜 미안한데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네.’

호텔방에 감금된 처지라, 사정 설명도 못 해주고, 미안하다고 말도 못 해주니. 왠지 마음이 좀 그랬다.

그렇다고 보답하고자 뭔가를 하려고 해도, 사인도 다 있고, 사진도 웬만큼 찍었다고 했으니···

음, 그냥 다음 등판에서 삼진이나 많이 잡아야겠네. 그거 말곤 없겠어.

“멀쩡하네요.”

“그쵸? 그냥 일시적인 재채기였다니까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앞으로는 웬만하면 따뜻하게 입으시고, 특히 훈련 이후에는 꼭 환복 하십시오.”

다행히 감기 기운은 금방 떨쳐냈다.

간략하게 받은 검사도 깨끗했고.

재채기는 레드삭스와의 3차전, 원래 내가 등판했어야 했던 그 날 멈췄지. 그러게 멀쩡하다니까.

‘그래도 다음 원정도 동부니까, 멀지는 않겠네. 바로 비행기 타면 되겠어. 정말로 따라올지는 모르겠지만’

시리즈는 루징으로 끝났고.

내 등판은 곧바로 다음 원정의 2차전으로 잡혔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그들과의 인터리그 2차전 말이다.

제대로 성사만 된다면, 최악의 매치업이구만.

####

켈빈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정말이지, 오래간만에 살 떨리는 ‘대결’이 다가왔으니까.

“X바아아아아아아아알!”

“말도 없이 X발 거르는 게 어딨어! 저번처럼 얘기라도 해주던가!”

“또! 또야 또! 난 x발 이번이 두 번짼데 또라고, 또!”

그가 진두지휘하는 레이더스 ‘원정군’의 사기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큰마음 먹고 나섰던 동부 ‘정벌’이 좌절되었으니까. 보스턴, 이 먼 곳까지 온 보람이 없게도.

거기다 언제 다시 등판할 지도 모르기에, 이대로 오클랜드로 돌아가야 하나 싶었던 그때. 딱히 보고 싶지도 않았던 레드삭스와의 3차전이 종료된 뒤, 발표가 나왔다.

“켈빈! Suck 다음 시리즈 등판이래!”

“이번엔 확실해? 또 X발놈의 감기는 없대? 여기가 춥기는 더 추운데.”

“호텔방에서 아늑하게 지내느라, 몸 다 나았다던데? 필라델피아야. 어떡할래?”

다행스럽게도 등판은 금방 찾아왔다. 곧바로 다음 시리즈 2차전으로 예약되었으니까.

물론, 이미 신뢰에 금이 간 만큼, 그것을 마냥 믿을 수가 없었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고민해야만 했다.

여기까지 온 거, 필라델피아면 그리 멀지도 않으니(?) 그냥 따라가야 하나?

아니면 지친 ‘패잔병’들을 이끌고, 치킨처럼 오클랜드로 도망쳐야 할까?

사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형제들, 우린 필라델피아로 간다. 자유의 종을 약탈하자!”

“Hell Yeah!”

원정은 끝나지 않았다.

설사 그것이 연고도 없는 동부를 떠도는 것이라고 할 지라도.

다행스럽게도 그와 같은 마음인 ‘형제’들은 기꺼이 지도자의 결정을 따라줬지만,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듣기로 필라델피아는 좀 장난이 아니라던데.”

“뭐가 장난이 아닌데? 야구 보는 너드 새끼들이야, 죄다 애들 소꿉놀이 수준이지.”

“아니, 그 정도가 아니야. 직접 보면 알아. 필리스 이 새끼들은··· 우리과야. 팬덤 전체가 죄다.”

그 말에 귀가 번쩍 트였다.

레이더스에게 야구란 굉장히 사근사근한 스포츠였다.

팬이라는 것들은 앉아서 맥주나 홀짝이고 있고. 직관을 가더라도 조용한 도서관 같지.

NFL의 열정에 익숙한 그들에겐 너무나도 낯설게도 말이다. 그런데 그런 조용한 야구에서도, ‘동족’이 존재했다.

“이야~ 경기 지는 날은 도시 곳곳에서 쓰레기통 부순다는데?”

“그래! 패배에는 응당 이런 모습을 보여야지! 이게 맞는 거야!”

“새끼들 마음에 드네. 이렇게 진심을 담아 응원해야, 진짜 팬이지!”

“X같이 하면 욕도 좀 하고 그러는 게 맞긴 하지! 새끼들, 스포츠를 제대로 즐길 줄 아네!”

필라델피아 필리스.

그들에 대한 조사는 손쉬웠다. 대충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그들의 행적은 나왔으니까.

그들은 분명 지금까지 겪어온 샌님들과는 달랐다. 진정한 스포츠맨(?), 진정한 팬들이 그곳에 있었다. 그렇기에 가슴이 두근거렸고,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우리끼리 가능할까?”

“솔직히··· 좀 빡셀 거 같은데··· 계획도 제대로 안 잡혔으니까.”

“레이더스 죄다 왔으면 모를까, 우리 정도로는 좀···”

NFL처럼 광적인 열기에 휩싸인 곳에, 소수의 인원으로 침입하는 건 그리 현명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또한 갑작스러운 원정인 만큼, 어떻게든 암표든 뭐든 경기장 관람 티켓이야 구할 수도 있겠지만, 제대로 응집하지는 못하겠지. 따로따로 떨어져야 할 테고.

그러면 위험성은 더욱더 커질 테고. 그렇기에 켈빈은 이 수많은 무리의 리더로서 선택을 내려야만 했다.

위험을 감수하고 갈 것이냐.

아니면··· 재정비라는 이름의 ‘후퇴’를 결정할 것이냐.

이번에도 선택은 쉬웠다.

“친구들, 내가 요즘 야구를 좀 찾아보고 있는데, 이게 그 인터리그라는 거야.”

“알아, 그건 왜?”

“그러니까, 매년 지구가 순환되는데, 필리스와 애슬레틱스가 만나는 건 3년에 한번이라는 거지. 아마도.”

“그니까 왜?”

“즉, 지금 물러서면, 3년간 치킨으로 살아야한다는 거지. Go를 그 적지에 버려두고, 도망친 겁쟁이 새끼들 말이야.”

그 말 한마디면 충분했다.

그들에게서, 필라델피아라는 도시에게서 진한 동질감이 느껴졌기에, 더욱더 마음이 기울었다.

드디어 만난 진정한 적지의 한복판에, 내 선수, 우리의 선수를 홀로 보낸다고? 그렇게 버려둔다고? 그럴수야 없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린 필라델피아로 간다. 자유의 종을 약탈하러.”

“Hell Yeah!”

“그래! 그래야 레이더스지!”

“필리건? 그딴 게 뭔 상관이야! 어차피 Suck이 다 죽여버리면, 알아서 빌빌 길 텐데!”

레이더스의 위대한(?) 사령관은 물러서지 않았다. 설사, 그 앞이 험난한 혈투로 가득하다고 할지라도.

####

“아, 필리스 원정은 진짜 좀 힘든데···”

“조심해, 가끔 외야에 서 있으면 쓰레기 던지는 놈들도 있어.”

“Suck, 혹시라도 뭔가 번쩍한다 싶으면, 바로 눈 감아. 아주 가끔이지만, 레이저 쏘기도 하거든. 대부분 바로 걸려서 쫓겨나니까, 잠깐만 참으면 돼.”

원정을 떠나는 기내에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베테랑들이 주도했지.

쓰레기를 던진다더라. 경기장으로 버스 들어가면 뻐큐를 날리면서 쌍욕을 퍼붓는다더라.

혹시라도 경기에서 원정팀이 이기면, 쓰레기통 부서지는 소리가, 밤낮으로 들린다더라 등등.

듣는 입장에서 두려움을 넘어, 어이가 없고, 진심이냐고 되묻고 싶은 말들이 나돌았는데.

필라델피아 필리스.

그 이름 앞에선 모든 것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졌다.

‘우리 레이더스 양반들이 이번 시즌에 갑자기 뜨긴 했지만··· 진짜는 이쪽이지.’

오죽하면 선수들이 가장 이적되기 싫은 팀으로 꼽겠어.

자기네 팀 선수라도, 마음에 좀 안 든다 싶으면 바로 욕부터 박고 볼 정도라니까, 말 다한 거지.

참고로 내가 기억하기로 그 조사에서 가기 싫은 팀 2위는 우리다. 구장이 너무 구리잖아. 오클랜드, 그거 하나로 설명이 충분하기도 하고.

어쨌든 필리스는, 메이저리그의 강성 팬덤하면, 일종의 고유명사처럼 여겨지는 팀이었다. 그렇기에 몇몇은 기대하기도 했고.

“레이더스, 따라올까?”

“등판 거르고 온 건데, 설마 따라오겠어.”

“둘이 맞붙으면 진짜 좀 볼만 하겠네. 솔직히 올해만 한해서, 우리 팬들도 필리건에 안지지 않나?”

“필리건들 보다야 낫지. 최소한 우리한테 욕은 안 하잖아?”

“레이더스도 욕 하잖아? 가끔 얘 경기에서 똥싸면 아주 푸짐하게 박아주던데?”

“그래도 얘 경기에서만 그러잖아. 필리스는 맨날 그러고.”

말했잖아, 최악의 매치업이라고. 레이더스대 필리건이라니. 제대로 맞붙기만 한다면, 아주 볼만할 거다.

‘뭐, 저번이야 그나마 서부에서 놀았으니, 따라왔다지만, 이번엔 좀 다르지.’

허나 가능성이 높지는 않았다. 동부, 완전 반대편인데. 미리 계획하지도 않았을 테니, 연달아 따라오기는 힘들겠지.

“레이더스가 없어도, 조용하지는 않겠네.”

“아, 하긴. 레이더스 대신할 사람들이 바글바글 거릴 테니까.”

그래도 적적하진 않을 것 같았다. 사실 요새는 레이더스가 소리를 안 지르면 오히려 좀 어색한데.

이번엔 그들이 없더라도, 필리건, 홈관중들이 대신해줄 테니, 귀가 심심하지는 않겠어.

“다시 한번 진지하게 말하는데, 무조건 눈 감아. 정통으로 맞으면 시력 떨어져.”

“···알았으니까, 그만 강조해요.”

레이저는 좀 걱정되긴 하지만. 설마 진짜로 쏘나?

그렇게 여러 소문 속에서 비행기는 필라델피아에 내렸다.

“재채기 안 하지?”

“예, 제가 옆에서 봤는데, 그냥 멀쩡했어요.”

“그래, 계속 체크해.”

“브루스, 너 어째 내 옆에 계속 붙어있더니, 나 감시하던 거냐?”

“코치가 시키는데 어떡해? 그래도 괜찮으니까, 다행이네.”

어쩐지, 자기 자리에도 안 가고, 계속 내 옆에서 조잘거리더라니. 스콧 에머슨의 개가 여기 있었구만.

그래도 이젠 정말로 티끌 하나 없이 깨끗했기에 상관 없었다. 진짜 경기 등판할 일만 남은 거지.

‘그러고 보니, 인터리그 원정이니까, 투수타석 있을 텐데··· 여기서 저번처럼 지랄하면 큰일 나겠지? 이번엔 참아야겠네. 잘못하면 발모가지 부러지겠어.’

그런 생각을 하며, 숙소를 거쳐, 다시 시티즌스 뱅크 파크로 도착했을 때. 나는 소문만 무성했던 필라델피아, 아니, 필리건의 실체를 마주했다.

“이야~ 감동적이네. 저렇게 열심히 준비를 다 해주시고.”

“어? 허···”

저번에 우리 부모님이 오클랜드에 오셨을 때와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으니까.

경기장 주변, 곳곳에는 대충 저런 내용을 담은 피켓이나, 플랜카드가 흩날렸다, 홈팬들이 아주 당당하게 들고 다녔지. 내 등판은 내일인데 말이야. 그 정성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상대팀들이 레이더스 보면 이런 기분이었던 건가? 내가 당사자가 되니까, 좀 새롭네.

“필리스, 생각보다 깜찍하네.”

“깜찍? 저게? 깜찍하긴 무슨··· 또라이들 같아서 무섭구만.”

“이 새끼들 야구에 너무 진심인 거 아니야?”

“여긴 죄다 레이더스네.”

다른 선수들은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나는 진심이었다.

얼마나 깜찍해? 너무 깜찍한 나머지, 아주 깨물어서 죽여 버리고 싶은데?

안 그래도 경기 거르고 와서 기분 x같은데, 먼저 살살 건드려주시네. 아주 좋아. 이래야 재밌지. 기대한 보람이 있어.

‘내일, 슈퍼소닉 고유석, 시즌 2호 출동을 해야겠어.’

이번에는 참으려고 했지만.

저렇게들 열렬히 바라고 있는데, 그럴수야 있나. 그 기대를 충족시켜 드려야지.

슈퍼소닉 고유석, 일발 장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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