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속 빼고 다 가짐-161화 (161/316)

161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3:0 시애틀 매리너스>

경기는 애슬레틱스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꿋꿋이 버틴 보람도 없이.

매리너스 타자들은 고유석이 내려간 이후 불펜마저 뚫어내지 못했으니까.

<스콧 서비스 매리너스 감독, ‘열심히 던져준 마이크 리크에게 미안할 뿐’, 그 외에는 묵묵부답!>

<시애틀 매리너스, 19,234->13,000+a 경기 도중 5000명 이상의 관중이 빠져나갔다?>

<고유석에게 ‘삭제’된 매리너스, 실망한 관중들의 대거 이탈!>

힘든 경기가 될 거라는 거야 이미 알고 있었다고는 하나. 조금 허무하다 싶을 만큼 쉽게 털린 경기로 인해.

결과적으로 고유석의 예상처럼, 미리 경기장을 빠져나간 이들이 최종 승자가 되었고 말이다.

<오클랜드의 선택은 성공했다! 고유석, 풀컨디션 완벽투!>

그토록 참담한 패배, 아니, 학살에 우울해진 시애틀과는 달리, 고유석과 그를 둘러싼 분위기는 화기애애 했다.

기존의 317탈삼진에서 15탈삼진을 추가, 332탈삼진을 기록하며.

1900년대, 본격적인 현대야구가 시작된 이후. 데드볼과 라이브볼 시대를 통틀어 역대 단일시즌 탈삼진 11위로 올라섰으니까.

그런 고유석을 보며 팬들은 조금씩 기대감을 품었다.

[#A’s]

[진지하게 놀란 라이언 기록, 한번 노려볼 만하지 않아?]

└오늘 유독 컨디션이 좋아 보이긴 했지만, 만약 계속 유지한다면··· 가능할지도?

└383삼진이지? 놀란 라이언 기록이. 앞으로 한 4경기쯤 남았으니까··· 어? 진짜로 잘하면 가능하겠는데?

383K, 역사상 최고의 철인이자, 역대 최고의 파이어볼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놀란 라이언의 단일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으로.

종종 언론에서는 그것을 앞으로 절대로 깨지지 않을 불멸의 기록 중 하나로 언급하기도 했다.

대부분 선발투수의 경우 풀시즌, 풀 로테이션을 소화할 경우 32경기를 등판하는데. 383이면, 거의 매 경기 12개의 삼진을 잡아야 가능한 수치였으니까.

그런데 그걸 정말로 해낸 투수가 등장했다.

그야말로 경이로운 수준의 9이닝당 탈삼진을 기록 중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사람들은 당연히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그가 꿈 속의 이야기나 같았던 탈삼진 기록을, 신기록을 세울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또한 그 선수에게 주어진 휴식의 효과가···

<5일 쉰 Go는 ‘또’ 달랐다! 경기 평균구속 86.9마일!>

<경기 동안 20번의 최고구속(89마일)을 기록한 Go! 시즌 막바지에도 여전한 힘을 선보였다!>

<휴식에 만족하는 Go? ‘마음 같아선 내년에도 이렇게 쉬고 싶다’고 밝혀···>

휴식으로 인해 경기수가 조금 줄어드는 것을 충분히 채우고도 남는다는 것이 이번 경기로 증명됐기에 더더욱 기대했고.

이번 경기에서 고유석은 거의 매 타석마다 최고구속을 찍었고, 이번 경기 동안 기록된 평균구속은 다른 경기보다 훨씬 높았다.

그런데도 마운드에서 내려갈 때, 굉장히 멀쩡한 듯한 모습은 팬들에겐 기쁨을, 그리고 앞으로 그를 상대해야 하는 팀들에겐 절망을 안겨줬다.

승부를 길게 끈다거나, 마지막까지 버틴다거나 하는 방법마저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니까.

한편으로 몇몇 사람들은 조금 다른 의미에서 신기함을 느끼기도 했고.

[고유석 ㅈㄴ 신기하지 않음?]

-평균구속은 점점 오르는데, 최고구속은 죽어도 89마일이네. 90마일 진짜 못 찍나?

└저게 육체적 최대 한계치인 듯

└사실 지금처럼 성적 찍으면 구속은 의미 없지, 결국 구속도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 필요한 건데, 이미 개씹넘사급 결과를 냈잖음

└웃긴 건 최고구속 빼면 다 좋음, 내구성이랑 체력도 ㅈㄴ 좋잖아 풀시즌 꽉꽉 채워서 던지는데, 경기당 평균 7이닝 먹고 멀쩡할 정도로

└구속은 갓유석의 마지막 인간미지, 솔직히 최고구속까지 막 100마일이었으면 오히려 좀 꺼려졌다 ㅇㅈ?

└ㅇㅈ 그나마 구속이 89마일이라서 살갑게 느껴짐

이렇게 폼이 좋은 와중에도 기어코 90마일이 찍히지 않는 최고구속은 무언가 신비로운 느낌마저 들었으니까.

한국에서는 그나마 역대 최고의 선수가 가진, 유일한 인간미 정도로 취부하며, 재밌게 여겼지만.

그와 달리 미국에서는 진지하게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A’s]

[혹시 Suck이 일부러 밸런스 맞추는 거 아니야? 80마일대로도 충분하니까, 더 찍을 수 있는데도 그냥 참는 거지.]

└가능성이 없진 않지. 혹시 몰라, 나중에 조금 털린다 싶으면 갑자기 90마일 95마일 찍을지도.

└95마일은 너무 갔고, 90마일은 솔직히 가능할 것 같긴 해. 당장 어제만 봐도 여력이 좀 남았잖아?

└최고구속을 20번이나 찍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그게 최고구속이 아니라면 말이 되겠지만.

└실제로 몇몇 기자들도 그렇게 추측하더라. 지금이 밸런스가 잘 잡혔으니까, 굳이 출력을 더 내기보다는 의도적으로 자제하는 거라고.

└솔직히 90마일을 못 찍겠어? 매덕스도 젊을 때는 90마일까진 넉넉하게 찍었는데

어쩌면 고유석이란 투수는 사실 90마일을 던질 수 있는 게 아닐까?

던질 수 있지만, 지금 구속만으로도 차고 넘치기에,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으니, 그냥 적당히 조절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 모두가 그에게 속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내년, 소포모어 징크스가 시작될 때는 갑자기 90마일을 훌쩍 넘길지도.

시즌이 이어지고, 이닝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내려가기는커녕 혹사 속에서 오히려 점점 더 올라가는 평균구속을 보며,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런 추측에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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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하는데, 진짜야? 사실 나도 좀 이상하긴 했어. 아니, 평균구속이 점점 오르는데, 최고구속은 고작 1마일도 안 올라가는 게 말이 돼?”

브루스는 어디서 대체 무슨 개소리를 듣고 온 건지 그렇게 말했다.

이 새끼 지금 나 능욕하나? 지금 이거 일부러 조리돌림하는 거 아니야? 그 쉬운 90마일도 못 찍는 똥쓰레기 어깨라고.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브루스의 얼굴은 굉장히 진지했다. 진심으로 그렇게 믿는 것처럼.

심지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브루스 얘만이 아니었고 말이다.

“Suck 너 사실 90마일 던지지? 89마일은 요즘 어린애들도 막 찍던데. 설마 너 정도 되는 피지컬인 녀석이 겨우 그 정도 일리가 없잖아?”

“그건 뭔 개소리야, X발놈아.”

요새 잘해서 그런가, 아주 별 개소리가 다 나오네.

“내가 X발 90마일을 찍을 수 있는데 그걸 왜 억제해! 그냥 닥치고 던지지! 그거 아껴봤자 뭐 한다고!”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는 지는 얼추 이해가 되기는 하는데, 듣는 놈 입장에선 어이가 없었다. 뭐가 어쩌고 저째?

내가 그놈의 90마일 시부랄거 한번 찍어보겠다고, 마이너에서 온갖 개짓거리를 다 해봤다.

롱토스도 하다가 때려쳤고, 싱글A에선 스트라이드폭을 넓혔다가 투구 밸런스 조저서 다시 고쳤다. 오죽하면 투구폼을 뜯어고쳐 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

왜? 최고구속이 89마일인 것과 90마일인 건 굉장히 다르거든. 기대치 자체가 달라지니까.

그런 온갖 개짓거리를 하고도 제자리 걸음이라 그냥 다 포기했었는데, 뭐? 내가 일부러 안 던져?

“어디서 그런 개X까는 소리를···”

“아, 아닌가 보네. 미안.”

내 격렬한 반응에 브루스는 위협을 느낀 듯 황급히 사과하며 살짝 멀어졌다.

음, 나도 모르게 발작버튼이 눌렸네. 진정하자, 유석아.

지금 니 성적이랑 비교하면, 구속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야. 90마일 찍으면 뭐해? 100마일 던지면 뭐하냐고.

지금처럼 개쩌는 성적 찍는 게 최고다, 그러니까, 흥분하지 말자.

“다시는 그런 개똥찌끄레기 같은 소릴 내 앞에서 하지 마.”

간신히 감정을 제어하며, 나직하게 신신당부하자, 브루스는 보블헤드처럼 세차게 머리를 끄덕거렸다.

그래, 앞으로 지켜본다.

요새 잘 받아줘서 예쁘게 봐주려고 했더니, 어딜 그런 개소리를···

체인지업 던진다고 하고, 포심을 손바닥에 확 꽂는 수가 있으니, 꼴 받게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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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 나한테 무기력하게 쓸려나갔던 것과는 달리, 이어진 2,3차전에서 매리너스는 깔끔하게 승리를 차지했다.

역시 프런트에서 괜히 올해 포스트시즌을 사실상 포기한 게 아니야.

특히 2차전은 소니 그레이의 6이닝 2실점 역투에도 불구하고 막판에 불펜이 털리면서 아쉽게 패배했다.

“스윕 그리고 루징이라. 순위 제대로 꼴아박았네.”

“이러면 포스트시즌은···”

“사실상 끝났지. 와일드카드 순위도 쭉 밀렸으니까. 지구우승은 이미 물 건너갔고.”

“아, 포스트시즌 꼭 나가보고 싶었는데···”

그것으로 사실상 포스트시즌은 날아갔다. 마지막까지 으쌰으쌰 하자던 선수들도 축 늘어졌고.

팬들의 가을야구에 대한 기대감도 제대로 꺾였지.

브루스 역시 내심 포스트시즌을 기대했던 건지, 홈으로 돌아온 뒤에도 계속 찡찡거리네.

“여기가··· 메이저리그!”

그렇게 악재가 계속되는 와중에 그나마 희소식이 있다면, 확장 로스터로 지친 선수단이 보강되었다는 것 정도였다.

“맷, 개지랄 떨지 말고, 짐이나 풀어. 너 없는 동안 니 라커룸 아무도 안 써서 깨끗하니까, 그냥 짐 던져 놔.”

“에이, 그냥 맛이나 내 본 거지. 왜 초를 치고 그래.”

사실 확장 로스터야 이미 실시되었지만, 죄다 원정에 따라온 건 아니었거든. 이미 원정 떠나고 있는데, 중간에 끼워 넣기가 애매하니까.

그래서 몇 명 정도만 합류한 탓에, 별로 많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홈에 돌아와서 싹 다 합류하니까, 클럽하우스가 엄청 바글바글거리네.

‘죄다 아는 얼굴이구만.’

이번 확장 로스터로 새로 합류한 선수 중 대부분 나도 아는 얼굴이었다.

얼마 전까지 팀에 있었던 주제에 잠깐 내려온 거 가지고 빅리그 처음 밟은 마이너리거 코스프레하는 맷 올슨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나머지 선수들도 중에서도 작년 더블A 미들랜드 락하운즈에서 같이 뛰었던 이들이 많았으니까.

그렇지 않더라도, 그보다 아랫 단계의 마이너리그 팀에서 함께한 선수들도 있고.

아무튼 그렇게 옛 동료들을 다시 보니, 이제 시즌이 거의 마지막에 다다랐다는 게 새삼 실감났다.

“이제 시즌 종료까지 한 달도 안 남았네,”

일정을 보면 10월 1일까지 경기가 있는 걸로 아는데. 벌써 그게 눈앞으로 다가왔다니.

“웬 안 어울리는 아련한 눈빛이야? 소름 돋으니까, 그런 표정 하지 마.”

“아니, 그냥. 좀 신기하잖아. 데뷔했던 게 얼마 전인 것 같은데, 이제 시즌 끝날 때가 됐다는 게.”

그리고 내가 정말로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로 풀시즌을 꽉꽉 채우다 못해, 혹사 소리를 듣게 되다니. 감회가 새롭구만.

작년 더블A에 처음 올라갔을 때만 하더라도, 상상도 못했던 일인데 말이야.

그때의 고유석에게 니가 곧바로 다음 시즌에 메이저리그 데뷔하고, 22승도 하고, 탈삼진도 300개 넘게 찍고, ERA는 0이라고 하면.

X같은 소리 하지 말고 꺼지라고 했을 거다. 내 자신이기에 아주 잘 알지. 콧방귀도 안 뀔걸?

뿌듯함과 신기함이 섞인 기분에 잠깐 클럽하우스를 쭉 훑고 있으니, 브루스는 그 꼴이 못 마땅했던 건지 눈살을 찌푸렸다.

뭐. 내가 생각보다 감성적인 사람인 거에 불만이라도 있어? 표정 안 풀어?

“이런 성적 찍어놓고 사람인 척하는 게 좀 웃겨서.”

“그렇긴 하지.”

“그리고 너랑 나랑 앞으로 같이 뛸 시즌이 몇 갠데, 뭐, 겨우 한 시즌 끝나는 거 가지고. 아직 끝나지도 않았지만.”

하긴, 난 제이미 모이어보다 더 오래 던질 거니까. 마운드에 똥칠하기 직전에 은퇴할 거고.

그토록 길고 길 커리어에서 이제 겨우 한 시즌 저물어가는 건데, 센치해지는 것도 조금 우습긴 하지.

“Suck 너 다음 등판이 휴스턴이지?”

“어, 이번엔 홈이라서 다행이네. 또 그쪽 원정이었으면 개짓거리하지는 않을지, 약간 꺼름칙했을 텐데. 마음 놓고 조질 수 있겠어.”

“···그래, Suck 너는 역시 그쪽이 훨씬 더 잘 어울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감성적인 것보다는 타자들 신명나게 때려잡는 게, 훨씬 성미에 맞기는 하지.

마침 상대도 휴스턴이니까, 죄책감 없이 족치면 되겠네.

팍 내려 박은 우리랑 다르게, 걔들은 지구우승 이제 그냥 확정이던데. 가을야구 못하는 팀의 꼬장을 제대로 부려줘야지. 배알 꼴려서 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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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 분류는 잘 진행되고 있나?”

“예, 분석팀이랑 스카우트 팀이 똘똘 뭉쳐서, 착실하게 분류하고 있습니다.”

빌리 빈의 질문에 데이비드 포스트 단장은 아무 걱정 말라는 것처럼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보통 9월에 들어서서, 확장 로스터가 시작되면, 각 구단은 둘 중 하나로 나뉜다.

막판 스퍼트에 집중하거나.

다음을 대비해서 선수단 내부 평가 및 팜 정리에 나서거나.

애슬레틱스는 그중 내부 평가 및 팜 정리에 가까웠다. 정확하게 말하면 선별 중이었지.

“툴, 실링, 혹시나 하는 미래의 가치, 뭐든지 확실하게 파악해야 돼. Go는 그나마 운이 좋아서 다행이지···”

“예, 자칫 잘못했으면··· 이런 투수를 트레이드 매물로 사용할 뻔했으니까요. 그것도 덤으로 얹어줬을 거고.”

선별은 철저했다. 철저할 수밖에 없다. 스카우트팀과 분석팀의 목이 걸려 있었으니까.

다행히 운영진의 ‘현명한’ 판단 끝에, Go는 팀에 남았고, 오클랜드에서 전설을 만들고 있었다. 애슬레틱스 최고의 슈퍼스타가 됐고.

그런데 만약, 작년 그의 더블A에서의 활약이 플루크라고 확정되어 트레이드됐다면···

‘스카우트팀, 분석팀, 나, 그리고 사장님까지, 전부 다 무사하지는 못했겠지.’

제 아무리 오클랜드의 진정한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빌리 빈이라고 해도, 옷을 벗어야만 했으리라.

그것을 잘 알기에, 현재는 선수 평가에 더욱더 철저해졌다. 아주 티끌만큼의 잠재력이라고 할지라도, 절대로 무시하지 않았고.

그렇게 확실한 검토과정을 거친 뒤, 모두 선별이 되고 나면···

“말린스입니까?”

“일단은 거기가 최고지. 좋은 매물이 많으니까.”

말린스에 팔아치워야겠지.

정말로 다행스럽게도, 마이애미 말린스의 포스트시즌 도전은 서서히 꺾이고 있었다.

그들 역시 준수한 성적을 올리며, 충분히 포스트시즌에 나갈 만한 팀이기는 하나.

늘 그렇듯 NL 서부지구가 문제지. 강팀이 바글바글거리는 마경 답게.

2위인 애리조나 디백스가 82승을 올리며, 웬만한 지구우승급 성적을 내고 있고. 콜로라도 로키스도 지구 3위인데도 와일드카드는 2위를 지키고 있었으니까.

그 덕에 마이애미 말린스는 포스트시즌이 날아가기 일보직전이었다. 물론 정규시즌이 끝나야 알겠지만. 정말로 포스트시즌이 좌절된다면···

“파이어세일 하겠죠?”

“무조건. 벌써부터 양키스에 스탠튼을 팔려고 서로 밀담을 나눈다는 소문이 파다하잖아?”

“예, 데릭 지터가 중매쟁이 노릇을 한다고 하던데. 스탠튼은 아마 그쪽으로 가겠죠. 나머지가 메인 게임이고.”

그땐 말린스가 내놓은 선수를 어느 팀이 가져가느냐의 싸움이 열리리라. 그때를 위해 애슬레틱스 역시 차곡차곡 준비하는 것이고.

아무리 파이어세일이라고 해도, 말린스가 충분히 혹할 만한 대가를 제시해야 하니까.

“Go에 대한 말은 별로 없지? 휴식은 잘 받아들이고 있다고 하나?”

“예, 뭐. 너무 잘 받는다고 하던데. 코치 말로는 내년에는 아예 풀시즌을 5일 휴식으로 하면 안 되느냐고···”

장난스럽게 말하는 데이비드 포스트 단장에 빌리 빈은 피식 웃었다. 그럴 수야 없지.

내년이야 말로 그의 피칭이 가장 필요한 순간이니까. 혹사야 이미 시킨지 오래니, 더 거리낄 것도 없고.

-아웃! 애슬레틱스가··· 루징 시리즈를 챙겨갑니다.

사무실 한켠에 켜둔 티비에선 경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선수에 대한 선입견과 개인적인 감정이 생길 수 있기에, 원래는 중계방송도 잘 보지 않는 편이지만. 이젠 다르다.

어차피 사실상 포기한 시즌이고, 내년 계획이 빽빽하게 짜인 만큼, 팀 성적이나 선수 개인의 성적은 어차피 별로 중요치 않았으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시작부터 탱킹을 할 걸 그랬네요. 잘~하면 1픽도 먹었을 것 같은데.”

“이제 지구 4위인가?”

“네, 와일드카드도 많이 밀렸을 겁니다.”

“어쩔 수 없지. 중요한 시기에 주전 선발투수들에게 휴식을 시켜줬으니까.”

다시금 루징 시리즈.

포스트시즌을 바란다면 마지막 힘을 내야 할 9월인데도, 매리너스전에 이어, 홈으로 돌아와 에인절스에게 다시 루징 시리즈를 당하며 성적은 시원하게 망했다.

오래전처럼, 갑자기 20연승을 하지 않는 한, 포스트시즌은 이제 불가능한 것이나 다름없지.

그렇기에 이제 더는 어떠한 언론에서도 진지하게 애슬레틱스의 포스트시즌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돌풍을 입에 담지도 않았고.

“관중들 표정이 별로 좋지는 않은데요?”

“어쩔 수 없지. 구단이 포스트시즌을 포기해버렸으니까. 팬들은 화가 날 수밖에.”

사실 팬들 반응은 별로 좋지는 않았다. 분명 가능할 것 같았는데, 그걸 일찌감치 포기해버린 셈이니까.

만약 작년이었다면, 올해처럼 시원하게 포기하진 못했을 거다. 그러면 정말로 최소한의 희망마저 사라져버렸을 테니까.

완전히 희망이 사라진 팬들은 구단에 기대감을 놓고서 등을 돌렸을 테고.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제 팬들은 절대로 등을 돌리지 못한다.

그 이유는 당연히...

“그나마 다행이네요, 다음 경기가 Go라서, 마침 홈이고.”

Go You-Suck.

이번에도 그였고.

그가 있는 한, 최소한 팀에 남아 있는 동안에는, 오클랜드의 팬들은 절대로 희망을 놓지 못한다.

그런 투수가 선수단에 있으니, 언제라도 다시 날아오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으니까.

그러니 구단의 행보에 약간의 불만은 품을지라도, 결국에는 꾹 참고 지켜보겠지. 어쩌다가 불만이 조금 커지더라도.

“다행이지, 정말로.”

그가 등판하기만 하면 다시 말끔하게 사라져버릴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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