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속 빼고 다 가짐-125화 (125/316)

125화

“스트라이크 아웃!”

폭탄 돌리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바로 다음 이닝에 끝났으니까.

박제가 되기 싫었던 호세 아브레우 대신, 그가 떠넘긴 폭탄의 주인공이 된 건, 4번타자, 아비세일 가르시아였다.

‘누가 보면 나라 잃은 것처럼 보이겠네. 아니, 그렇게 싫나?’

다음 사람에게 폭탄을 돌리려는 건지, 최선을 다해 아주 적극적인 스윙을 보여줬지만. 두 번은 안 되지.

자신이 최소한 메이저리그가 살아 있는 동안은 영원토록 박제가 될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건지.

아비세일 가르시아는 하늘이 무너진 듯한 표정으로 타석에서 물러났고, 그런 그에게 마치 울라고 부추기는 것처럼 찰칵거리는 카메라 셔터소리가 나를 향해 쏘아졌다.

“Zero!”

“Zero···”

열심히도 하던 카운트다운도 끝났다. 홈팬들은 제로를 외쳤고, 흥겨운 장면이기에 역시 카메라가 그 모습을 담았지만···

‘뭔가 힘이 없네.’

오히려 아까 전에, One이라고 외칠 때보다 소리가 덜한 건 기분 탓인가? 하긴, 중간에 흐름이 끊겼으니 어쩔 수 없지.

저번 이닝에 소리치려고 열심히 목청 가다듬고 있었는데, 한 이닝 더 기다려야 했으니. 흥이 식지 않고 배겨?

‘그래도, 구단은 준비 확실하게 했네. 가난해도 에이스 대우는 철저하구만.’

조금 애매해진 분위기에도 축제는 이어졌고. 맥이 빠졌던 홈팬들은 고막을 폭격하는 듯한 폭죽 소리에 다시금 흥을 올렸다.

이게 뭐라고 폭죽까지 터트려. 누가 보면 우승이라도 한 줄 알겠어? 사람 기분 좋게 말이야.

‘돈 없다고 해도, 이런 거 할 정도는 있긴 하구나.’

가난한 걸로는 메이저리그에서 최상위권에 꼽히는 애슬레틱스인데, 아무리 그래도 메이저리그 구단이긴 하네. 제법 거금을 들인 것 같으니까.

그저 그런 쇼 정도가 아니라, 진짜 불꽃 축제를 방불케 할 만큼, 쾅쾅, 시원하게도 터트리는 걸 보면 말이야.

그대로 경기는 잠깐 소강상태가 됐다. 진행할 수가 없는 분위기가 되었으니까.

아마도 전광판에는 전반기 200탈삼진!이라는 글자가, 대문짝만하게 찍혔겠지.

‘흐름이 끊기긴 했지만···’

“그래도 나쁘지는 않네.”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마무리를 했다면, 더욱더 멋지긴 했겠지만. 그래도 결국 해냈으니까. 기분 좋게 웃어야지.

굳이 감정을 숨기는 대신, 대놓고 미소를 짓자, 화이트삭스 선수들은 불쾌한 듯, 나를 노려봤지만.

‘꼬우면 고춧가루 좀 더 팍팍 뿌리던가?’

지들이 당해놓고 승질이야.

내가 웃는 게 띠꺼우면, 애초에 빌미를 안 줬어야지. 안 그래? 그리고 어딜 눈을 부라려!

‘기록은 기록이고. 경기는 경기지. 아직 안 끝났다, 새끼들아.’

판넬은 모두 사라졌다.

아홉 개 다 내려갔으니까.

그걸 다 없애버리겠다는 목표는 달성했으니. 이제 미니게임의 시간이지.

“스트라이크!”

궁금하잖아. 마운드 내려갈 때까지 과연 몇 개가 다시 올라올지. 기왕이면 왕복을 하고 싶지만. 무리할 생각은 없거든.

다시 경기가 진행되고, 타석에 올라온 타자, 토드 프레이저는 입술을 씹었다.

잠깐 소강상태가 되면서, 피칭의 흐름이 끊겼는데도, 여전히 숨 가쁘게 던진 빠른 투구에 내 리듬파워가 여전하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자, 우리 끝까지 가봅시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열심히 최대한 올려봐야지!’

전반기 200탈삼진.

그 아름다운 기록이야 이미 달성이 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화이트삭스의 악몽을 끝내기엔, 아직 너무 이르거든.

“스트라이크!”

힘도 남아돌고.

오버페이스는 금물이라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다 털어놓고 내려가야지 않겠어? 그래야 선발투수라고 할 수 있지.

투 스트라이크. 매치포인트다. 어차피 기록은 내줬기에,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 건지.

토드 프레이저는 사납게 부들거리며 나를 노려봤지만.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그의 역할은 오늘 경기 열 번째 삼진이자, 시즌 201삼진, 그리고 다시 올라온 K 판넬의 첫 번째 주인공이었다.

####

<불안을 종식하는 화려한 삼진쇼! 여전히 Go?>

<시즌 마지막 등판, 과연 Go의 전반기 최종 성적은?>

200번째 삼진이 올라간 순간. 대기 중이었던 기사들은 모든 포털 사이트와 언론사의 홈페이지를 점령했다.

아니, 어쩌면 조금이라도 야구와 관련된 모든 곳이 그것으로 뒤덮였다.

[#A’s]

[Suck 200K 달성! 솔직히 Suck이 겨우 아홉 개도 못 잡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 없지?]

└그럼그럼, go한테 그 정도는 너무 가뿐하지. 기세 좋은데, 이대로 ‘그거’까지 가자!

└한 가지 확실한 건, Suck은 역사상 최고의 투수라는 거야.

└전반기만 놓고 보면, 진지하게 GOAT 맞는데?

└전반기? 고작? 더 넓게 봐야지. 전반기, 이번 시즌 정도가 아니라. 전체 커리어를 놓고 봐도 최고가 될 거야. 확실해!

애슬레틱스의 팬 커뮤니티는 물론, 그를 미워하는 레인저스와 양키스, 브레이브스 같튼 팀들의 커뮤니티 또한 그 이야기를 했으니까.

<#Rangers>

[Suck 이 미친놈, 진짜 했네.]

└전반기에만 200탈삼진이라니··· X발 왜 저런 새끼가 같은 지구인데?

└저 200개 중에서 우리 몫은 얼마냐?

└우리야 우수고객이지··· 24개니까, 12%쯤?

└매달 50개 이상씩 삼진 잡아야 가능한 건데. 이걸 진짜로 하네. 무슨 빅유닛도 아니고···

레인저스는 감탄과 두려움, 그리고 허탈함을 느꼈다.

현대야구에서 더는 볼일이 없다고 여겼던 성적을 기록한 투수에 대한 순수하게 감탄하면서도.

이 역사적인 순간에 자신들이 큰 몫을 했다는 것이 박탈감이 들었고.,

그런 투수가 하필이면, 하필이면 자신들과 같은 지구라는 것에 공포감이 들었으니까.

[#Braves]

[투수코치로 매덕스 모셔오라고 이 X신 프런트야! 200탈삼진 보고도 감이 안 오냐?]

└제의를 안 했겠냐? 본인이 마음이 없다는 거지.

└미운 놈이라서 그런가, 축하해주고 싶어도 괜히 열 받네.

└대단하긴 하지. X같은 놈이 해서 그렇지.

브레이브스는 감탄하면서도, 분노감을 느꼈다. 바로 직전 경기에서, 불쾌함을 선사한 투수였고, 그런 투수를 완성 시킨 게 하필이면 자신들의 레전드였으니까.

물론 레인저스와 마찬가지로 역사적인 기록과 성적 자체에 경의를 표하는 이들도 없잖아 있었으나.

제법 많은 이들이 다시금 곽거의 영웅이 돌아와 주기를 바랐다. 저런 투수를 만들어주길 원했고.

[#Yankees]

[Suck 200삼진 했다. 쟤 진짜 못 데려오나? 너무 탐나는데. 저런 선수는 양키스 유니폼을 입어야지! 뭐라도 해봐!]

└가능성이 1%라도 있다면, 다 걸고 배팅할 텐데. 그마저도 없지. 최소한 앞으로 5년 간은.

└오클랜드가 지금처럼 부러웠던 적은 빅맥(마크 맥과이어) 이후로 처음이야. 저런 애를 공짜로 쓰고 있다고? 그나마, 빅맥은 약이라도 빨았지... 쟨 뭐야?

└우리한테 노히터를 한 놈이긴 하지만, 진짜 욕심나긴 X나게 욕심나네.

양키스는 부러움이 짙었다.

비록 그들에게 노히터라는 치욕을 선사한 투수지만, 아니, 노히터를 해낸 녀석이기에 더욱더 욕심이 생겼다.

언제나 최고의 선수는 핀 스트라이프를 입어야 하고, 저 투수는 명백히 최고였으니까.

그 외에도 고유석을 상대해 보았던지, 아니면 아무런 연관이 없던지 간에.

모든 메이저리그 구단과 그 팬들이 기록에 주목했고, 일시적으로 자신들의 경기를 잠시 내려놓을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경악, 경이, 감탄, 질투. 부러움, 그리고 숭배까지.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내보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감정이 야구팬들에게서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성적이었고, 그런 반응이 너무나도 당연한 선수였으니까.

고유석, Go You-Suck, 혹은 Go, Suck 등, 수많은 이름이 하나의 자연현상처럼 미국 전역을 휩쓸었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도 힘든 일이다. 워낙 광대하고, 드넓은 땅을 자랑하는 미국이기에, 자연현상마저 전역을 뒤흔들지는 못하니까.

<고유석, 전반기에만 200탈삼진 달성! 미국 야구를 정복했다!>

└와, 갓유석 이걸 진짜로 하네 이게 사람이냐?

└솔직히 몇 경기 전만 하더라도 이런 말 하는 놈 X신으로 취급했는데 알고 보니 X신은 나였던거임~

└갓유석 그는 신인가? 갓유석 그는 신인가? 갓유석 그는 신인가?

└메쟈 하부리그 새끼들은 똑똑히 들어라. 이제부터 야구 종주국은 고유석 보유국인 우리 대.한.민.국.이다.

[빛유석이랑 사진 찍음,jpg]

[도서관에서 공부하면서 몰래 경기 보고 있는데, 200탈삼진 달성했을 때 갑자기 눈이 부셔서 뭔가 했더니. 창문 밖에 빛유석 떠 있더라. 바로 한 컷 찍었음.]

└전광판이라도 찍은 줄 알았더니ㅋㅋㅋㅋ 미친놈이 하늘 사진 찍고 있네

└└ㅂㅅ아 빛나는 거 안 보이냐? 저게 고유석이잖아. 매일 낮에 보면서도 모르네.

└작성자 괜찮음? 눈멀었을 거 같은데?

└└안 그래도 황급히 눈 딱 감고 간신히 찍음.

└태양 : 내가 고유석이라고? 전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런 말씀은 삼가 주십시오.

└고유석 지금 미국에 있는데, 어케 한국에서 사진 찍냐? 생각 좀 해라.

└시차 모르냐? 원래 갓유석은 한국에서 한 번, 미국에서 한 번, 하루에 두 번 뜬다. 모르면 배워라.

└└내가 문과라 잘 몰랐다. 그치, 갓유석이라면 그 정도는 돼야지.

물론 그토록 자랑스러운 선수인, 고유석을 배출해낸 본고장(?) 한국이야 더 말할 것도 없었고.

일본이나 대만 등, 야구와 밀접한 대부분의 국가들에서도 여러 반응이 나오며, 고유석이라는 이름의 태풍이 야구계 전체를 뒤흔들었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아직 끝나지 않은 경기에 몰렸다. 전반기, 그 반환점의 끝을 두 눈으로 담고 싶었으니까.

####

“아, 저 X새끼가- 얌전히 삼진이나 당할 것이지.”

“X같은 놈이 웃는 꼴 좀 봐라! 차라리 안타라도 쳤으면 인정이라도 해줬다!”

4회가 끝났을 때.

분위기는 별로 안 좋았다.

혹시나 싶은 걱정이 떠올랐으니까.

리언 매티스 자신도 마찬가지였고. 가장 완벽하게 기록이 달성할 수 있었건만, 딱 흐름이 끊어졌는데. 어쩌면 이게 큰 파도로 돌아오지 않을까?

‘아니, 아니야. 그럴 리가···’

애써 부정했지만. 혹시나 모른다는 걱정이 생겨났다.

199. 불길한 숫자지. 9가 많은 건 언제나 안 좋거든. 항상 여기서 기록이 막히고는 하니까.

지난번에 그 브레이브스의 투수도 9이닝에서 노히터가 망가지지 않았던가? 물론 그건 기쁜 일이기는 하지만.

또, 그 있잖은가? 독일의 유명한 클래식 작곡가. 교향곡인지 뭔지, 딱 아홉 개 만들고 죽었다던데. 그 외에도 사례는 무수하게 많지.

아무튼 13 못지않게 9는 불길한 숫자다. 어쩌면 그 9의 마수에 사랑하는 Go마저 빠져버리는 게 아닐까?

“설마··· 이대로-”

“닥쳐!”

안 그래도 분위기가 나쁜데, 거기에 한몫을 더 하려는 건지, 홀로 중얼거리던 이에게 주변의 질타가 쏟아졌다.

가장 큰 행복을 눈앞에서 빼앗긴 사람들의 감정은 그만큼 격하게 요동쳤다.

그런 분위기에 입을 꾹 다문 리언 매티스는 불안한 눈으로 그라운드를 봤지만, 그 모든 것이 우습게도-

“스트라이크 아웃!”

“그렇지!”

“놀랐잖아!”

“Zero!”

Go는 너무도 간단하게 불길함을 넘어섰다. 아, 그래 저런 선수지. 징크스고 나발이고. 그냥 자기가 하고 싶으면 무조건 해내고 마는 투수.

비록 맥은 조금 빠졌지만, 경기장의 분위기는 놀랍도록 다시금 훈훈해졌다.

여기가 오클랜드, 그것도 우범지대의 한복판에 위치한 콜리시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Suck! 이참에 끝까지 가자! 그거도 아직 남았어!”

“그래, 삼진 200개가 대수냐? 그건 당연한 거고. 기왕이면 두 가지를 다 노려!”

그럭저럭 관중들은 만족했고, 폭죽이 요란하게 울리며 기분을 더욱더 업 시켜줬다.

하지만 가장 앞자리, 3루쪽 좌에 앉은 흉흉한 이들은 짐짓, 당연하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더 큰 것을 내놓으라 소리쳤다.

‘퍼펙트 말하는 건가?’

어떤 의미에선 대단한 사람들이다. Go가 자기가 원하는 걸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투수라면.

저 사람들, 레이더스는 무엇이든 다 바라는 이들이니, Go와 잘 어울리는 팬이지.

외형에서 드러나듯 조금 기괴하기는 하지만, 짧은 시간만에 그들은 놀랍도록 에이스 팬덤의 리더가 되었다.

“그거라면···”

“그러고 보니, 아직 하나도 안 맞았지?”

“투구수도 넉넉하겠다. 충분히 가능하겠는데?”

“X발 다 닥쳐! 괜히 입밖으로 꺼내지 마!”

이번에도 한발 더 나아가 또다른 것을 요구하는 모습에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리언 자신도 조금 기대를 해봤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닝 관리해야지. 설사 진짜로 퍼펙트나 노히터를 이어간다고 쳐도. 6이닝이면 내릴 거야.’

위대한 선수인 만큼, 최대한 관리를 해줘야 한다. 구단이 Go에게 결장을 제안했다는 건, 팬들 사이에선 이미 암암리에 다 퍼진 이야기다.

불확실한 200탈삼진 대신.

0점대 ERA라도 지키려는 생각이겠지만, 그것 외에도 이미 과다한 이닝을 소화한 그에게 휴식을 주려는 의미도 없지는 않았겠지.

‘전반기 200탈삼진도 했는데. 굳이 더 무리할 이유는 없어.’

그러니 내려갈 거다. 물론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눈에 담았다. 아니, 애초에 눈이 갈 수밖에.

“스트라이크 아웃!”

기록을 달성한 뒤에도, Go는 여전히 페이스를 유지했다. 화이트삭스를 몰아쳤고, 삼진을 잡았다.

관중들에게, 우리에게, 리언 매티스, 자신에게 아쉬움이 남지 않을 경기를 보여주려는 것처럼.

그 모습에 그의 이닝이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는 걸 대부분은 추측할 수 있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Suck! 오늘도 진짜, 진짜로 죽여줬다!”

“사랑해! X발 사랑한다!”

“후반기에도 믿어도 되지? 올스타전 MVP 먹고 돌아와!”

이젠 제법 야구에 대한 지식 혹은 눈치가 쌓인 레이더스조차 더는 퍼펙트를 입에 담지 않았다. 그저 열심히 소리쳤을 뿐.

“저런 개색-”

“아, 좀 진짜! 맥 좀 끊지마!”

곧이어 6회, 안타 하나를 내주면서 애초에 불가능해지기는 했지만.

“스트라이크 아웃!”

그런 안타를 징벌하듯, Go는 후속타자를 삼구삼진으로 잡으며, 전반기 200 탈삼진을 달성하고도, 세 개를 더 잡았다.

‘이제 내려가겠네.’

6이닝 12K 1피안타 무실점.

Go가 보여줄 수 있었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챙길 수 있었던 모든 영광을 챙긴 기록. 그리고 전반기의 마지막 성적이다.

퍼펙트마저 깨졌으니. 더 올라갈 이유가 없지. 최근 Go의 경기에서만 유독 멍청하게 구는 타자들도 오늘은 5점이나 냈으니, 승수도 챙길 수 있을 거고.

그러니 자연스럽게 관중들은 그에게 안녕을 고하며, 배웅했고, 리언 매티스 자신도 박수를 쳤지만.

역시 아쉬웠다.

정말 이렇게 끝나나?

‘조금 더 보고 싶다.’

물론 시즌이 끝난 건 아니다.

로테이션과 올스타 브레이크를 감안했을 때, 한 열흘쯤 지나면 다시 볼 수 있지.

그렇지만 아쉬웠다.

그런 감정이 Go에게 전해진 걸까? 터덜터덜 마운드를 내려가던 Go는 관중석을 흘끔 훑더니, 잠시 기다리라는 듯 손을 뻗었다.

“저건 무슨 뜻이지?”

“어··· 사인볼이라도 던져주려는 건가?”

“솔직히 여기 Go 사인 볼 없는 사람도 있나?”

“있기는 하겠지. 많지는 않겠지만. 아, 혹시 커튼콜 해달라는 뜻 아니야?”

저마다 의견은 분분했지만, 그래도 최소한 한 가지는 확실했다. Go가 자신들의 아쉬움을 알아줬다는 것 말이다.

다른 선수들의 말이나, 마운드에서의 행동을 보면, 약간 똘끼가 있는 것 같은데.

팬들에겐 자상한 선수지.

다시금 훈훈한 미소가 감돌았을 무렵, 오클랜드의 덕아웃이 카메라에 잡혔다.

‘어? 왜 언쟁을···’

그 화면 속에서 Go는 투수코치와 약간의 말다툼을 벌였다. 뭐지? 무슨 일이지?

완벽했던 경기인데.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었던 건가?

다시금 걱정이 생겨났을 무렵, 투수코치는 결국 졌다는 듯 고개를 저었고, Go는 기분 좋게 웃으며 그의 지정좌석에 앉았다.

“아···”

그리고 자신을 카메라가 찍고 있다는 걸 깨달은 듯, 입맛을 다신 뒤, 손가락 하나를 펼쳤다.

전광판 화면을 통해 그걸 본 순간, 자신도, 다른 사람들도, 저도 모르게 탄성을 뱉었다.

그래, 정말 잘 알았던 거다. 자신들이 얼마나 아쉬워하고 있는지.

“와아아아아아!”

“그래, 딱 그거면 돼!”

“전반기 마지막이고, 올스타전 빼면 한동안 보지도 못하는데, 6이닝은 너무 짧지!”

다시금 환호성이 터졌다.

어쩌면 200탈삼진이 달성됐을 때보다 조금 더 크게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괜히 그의 뜻을 곡해한 건 아니었다.

Go는 아이싱을 하지 않았고, 7회 초, 다시 올라왔으니까.

“스트라이크 아웃!”

비록 삼진은 고작 하나를 더 추가하는 것에 그쳤고. 빡세게 달리면서, 힘이 좀 빠진 건지, 볼넷도 하나 내줬지만.

“아웃!”

“아웃!”

당당히 7회마저 제손으로 끝마친 그는 이제 만족하냐는 듯, 전처럼 흘끔거리는 게 아니라, 잠시 마운드 위에 우뚝 서서 대놓고 관중석을 훑었다.

“타고난 슈퍼스타네.”

그 행동과 눈빛에, 무의식적으로 그런 말이 나왔다. 그래,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시선을 어떻게 끌어야 하는지.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는지, 너무 잘 아는 선수다. 그렇기에 미칠 수밖에 없는 거고.

그 물음에 이번엔 자신들이, 팬들이 화답했다. 아까 전의 박수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서, 자리에서 일어나, 손이 부르트도록 손뼉을 치는 것으로.

“후반기에도 잘해보자!”

“Suuuuuuuuck! 이 깜찍한 녀석!”

“그래, 이제 됐다! 이 정도면 됐어! 나머진 올스타 게임이랑 후반기에 쓰자!”

그 장면에 Go 또한 이제야 만족했다는 듯, 씨익 웃으며 조금 뒤늦게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7이닝 13K 1피안타 1볼넷.

아름다운 성적을 끝으로, 그가 들어간 뒤에도 박수는 한동안 더 이어졌고. 그를 외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아니, 그다음 이닝, 그다다음 이닝. 경기가 끝났을 때조차 그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그런 광기와 18경기 127이닝 13승 0패. 204탈삼진. ERA 0.57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남긴 채. 영원토록 기억될 전반기가 저물었고.

이게 끝이라는 걸 알고, 이미 충분히 만족스러웠기에, 그들은 그저 박수로서 그를 배웅했다. 잠깐의 휴식 뒤의 후반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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