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화
<마이크 폴티네비치, 8이닝 노히터, 기록 달성을 코앞에서 아쉬운 실패!>
화려하고, 또 낭만을 자극하기 충분한 경기였기에, 당연하게도 경기가 끝나는 즉시 여러 논평 이어졌다.
오직 고유석의 200탈삼진, 그리고 0점대 ERA만 지켜 보고 있었던 기자들은 뜻밖의 이벤트에 흥분을 감추지 않았고.
고유석을 주시했던 야구팬들 또한 예상치 못한 눈 호강에 얼떨떨한 반응마저 내비쳤다.
다만 그토록 반응이 몰렸기에,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고, 특히 이 투수전의 승자가 과연 누구였는가를 토론하는 게 빈번하게 일어났다.
<시작은 미약했고, 중간은 창대했으나, 마지막은 다시 미약했다.>
<실리적으로 완봉을 포기한 Go,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마이크!>
<이번 시즌, 가장 아름다웠던 투수전의 승자는 Go? 그는 이미 링을 떠났다!>
<승부를 먼저 포기한 Go, 끝까지 싸웠으나, 결국 좌절한 마이크 폴티네비치>
어쩌면 확실한 승자가 없었기에 더욱더 논란이 생기는 것도 있었다. 노히터가 나왔거나, 고유석이 9회에도 등판하여, 완봉승을 거뒀다면.
아름다웠던 승부에 걸맞은 완벽한 결말이 나왔겠지만. 둘 다 실패로 돌아갔으니까.
그렇기에 언론과 팬들은 저마다의 논리에 따라 주장을 펼치며, 승자를 뽑았고.
대다수의 이들은 성적과 별개로, 마이크 폴티네비치를 높게 쳤다.
[#Braves]
[비록 팀은 패배했고, 노히터도 실패했지만. 난 마이크가 자랑스러워. 지치고 힘들어도 마운드에 오르면서, 스탯관리만 할 줄 아는 애송이랑 본인은 다르다는 걸 보여줬으니까.]
└패전투수가 되긴 했지만. 진정한 승자는 마이크지.
└솔직히 좀 실망했어. 8회까지만 하더라도 길이 기억될 경기라고 생각했는데. 한쪽이 먼저 포기해버리는 걸 보고.
└Go는 비겁하게 성적을 챙겼고, 마이크는 용감하게, Braves답게 맞서 싸웠지!
└삼진? 그래, 많이 잡았지. 무실점? 참 대단하네. 하지만 그 Asian이 진짜 메이저리그의 에이스가 되고 싶다면. 책임감도 보여줬어야 해.
물론 성적은 고유석이 훨씬 좋다. 결국 똑같이 8이닝으로 끝났고, 그는 무실점에, 13개의 탈삼진을 올렸으니까.
허나 9회에 마운드에 오르지 않는 모습은 기대감을 품었던 사람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주기 충분했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끝까지 마운드에 오르려고 했던 마이크 폴티네비치를 칭송하며.
반대로 고유석에겐 스탯관리를 한다는 불쾌한 시선을 보냈으나. 당연하게도···
[#A’s]
[패배자 새끼들이 말은 더럽게 많네. 그게 진짜 용감한(Brave)한 행동이냐? 더 추잡한데?]
└냅둬, 전반기에만 200탈삼진 도전하는 투수가 없는 놈들의 넋두리니까.
└Go한테 책임감 운운하는 거 보고 솔직히 좀 어이가 없더라. 벌써 120이닝 던진 투수한테 뭐? 책임감? 비겁하게 성적을 챙겨? 웃기고 자빠졌네.
└팩트는 우리는 이겼고. Go는 전반기 0점대 ERA가 확정됐으며. 200탈삼진도 가능한 범위까지 왔다는 거지.
그런 외부의 반응에 애슬레틱스는 그저 코웃음으로 화답했다.
물론 그들 역시 내심 아쉽기는 했다. 기왕이면 그토록 사랑하는 고유석이, 감히 자신들에게 개짓거리를 벌이려던 투수에게 완승을 거둬주길 바랐으니까.
비록 그런 아름다운 마무리는 못했지만, 그걸 제외하면, 이번 경기는 오클랜드 팬들을 120% 만족 시켜줬다.
고유석이 간만에 무려 8이닝이나 던졌고, 타자들을 때려잡으면서, 자신이 건재하다는 걸 다시금 증명해냈으며. 거기에 ERA와 탈삼진을 모두 다 챙겼으니까. 마지막에 멋진 끝내기 홈런으로 팀이 승리하기도 했고.
그렇기에 이미 충분히 만족한 팬들에게 다른 이들의 비판 혹은 비난은 그저 루저들의 투덜거림에 불과했다.
[#Braves]
[이 X같은 것들이 어딜 개소리야? 꺼져 X발 놈들아. 너네 x신 투수가 못해본 노히턴지 뭔지, Go는 이미 옛날옛적에 해봤으니까. X신 같은 패배자 새끼들.]
└얜 뭔데 우리 커뮤니티에서 지랄이야?
└아, 그거네. 미식축구 보다가, 연고지 이전으로 야구로 갈아탄 오클랜드 놈들. 레이더스라고 부르던데. 얘들 좀 유명하지. 거의 필리스 수준이야.
└필리스? 그 X새끼들이랑 동급이라고? 심각하네.
└버림받은 X새끼들은 X같은 Football이나 보러 꺼져라. 괜히 지랄하지 말고.
└니들이나 꺼져. 우리 Suck이 제일 잘하니까, 그보다 못하는 X신이나 빠는 것들이 꺼져야 맞지! 우리가 최곤데 우리가 왜 꺼지냐? X신새끼들.
└말이 안 통하네. 그냥 운영자한테 밴 먹이라고 하자.
물론 모두 다 코웃음‘만’ 치지는 않았다. 소수정예이기는 하나. 고유석에겐 ‘그’ 필리스와 컵스에 못 지 않은,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할지도 모르는 열성팬들이 있었으니까.
이렇듯 화려했던 경기와 그런 경기에서 내린 고유석의 선택은 논란과 이슈를 낳았지만.
그에게 낭만이 없다며 비난하던 이들도 한 가지는 인정했다.
바로 고유석이 이번 경기에서 가장 많은 걸 얻어간 사람이라는 걸 말이다.
아슬아슬하게 보였던 기록들이, 이젠 현실로 다가왔으니까.
####
경기 이후. 브레이브스 팬들은 내게 아주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고는 했다.
뭐랄까, 노히터를 실패하긴 했어도, 내가 완봉이라도 했다면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승부였다는 딸딸이도 가능한데.
그것마저 없어졌으니, 더 화가 치밀었다고 해야 하나?
“저 양반들 용감하네. 오클랜드까지 와놓고 저렇게 굴고.”
경기장에 출근할 때면, 종종 원정팬이 보였는데, 날 어떻게 알아보고는 심하게 노려보기도 했다.
“대니얼은 아무렇지 않나 봐요?”
“저도 아쉽기는 합니다만. Go의 선택이 옳다는 걸 아니까요. 완투를 하셨다면, 회복기간이 더욱더 늘어났겠죠. 피지컬 트레이너는 언제나 선수의 몸이 중요하죠. 개인의 팬심이 아니라.”
대니얼 역시 브레이브스의 팬이기는 한데, 그는 생각보다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경기가 막 끝나고, 같이 집으로 돌아갈 때만 하더라도 쪼오끔 미련이 남은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아주 프로페셔널 하지.
“그리고 애초에 노히터도 불가능했고요. 트레이너라서 잘 알죠. 설사 9회 첫 타석을 잘 넘겼더라도. 그다음에 터졌을 겁니다.”
피지컬 트레이너다 보니, 마이크 폴티네비치가 무리하고 있었다는 것도 알아차린 것 같고.
아무튼 브레이브스라는 적이 좀 늘어나긴 했지만, 뭐, 애초에 리그도 다른데다가. 콜리시엄인데 뭘 어쩌겠어.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유니폼으로 환복하시고, 바로 스트레칭 들어가도록 하죠.”
“네, 금방 갈게요.”
소수의 분노에 찬 브레이브스 원정팬을 무시하고, 클럽하우스로 들어가니, 선수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하, 나머진 죄다 탈락이겠네.”
“크리스는 솔직히 뽑힐 만하지 않나?”
“경쟁자들이 너무 빡세지.”
“그래도 둘이나 배출한 게 어디야? 거기다 선발투수를 배출했는데. 이 정도면 됐지.”
“최소한 자존심은 지켰네.”
뭔가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은데, 뭘 보고 저래?
크리스? 뽑혀? 선발투수를 배출해? 사람 들어온 곳도 못 알아차리고,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고 있길래. 가볍게 벽을 쳤더니, 그들은 그제야 나를 발견했다.
“오, 오셨네. 아메리칸 리그 최고의 선발투수님이.”
“그건 또 갑자기 뭔 소리야?”
“에이, 뭘 빼고 그러시나. 어차피 다 알고 있으면서. SNS만 안 하지, 인터넷 자주 보는 거 다 알고 있는데.”
“그래, 너 아닌 척하면서 맨날 경기 끝나면 기사 찾아보잖아? 팬 커뮤니티도 싹 훑고.”
어떻게 알았지.
최대한 덤덤한 척 숨긴다고 숨겼는데, 이미 다 알고 있네.
내가 제법 오래 머무르기는 했나보다. 죄다 알고 있구만.
다 알고 있다는 듯 음흉하게 웃은 제드 라우리는 슬쩍 휴대폰을 들이밀었고. 역시 이미 알고 있는 정보다.
“좋으시겠어? 올스타전 선발투수 확정돼서.”
올스타전 투표 집계인데. 아마 곧 끝날 거다. 그러니 순위변동은 없다고 봐도 되겠지.
투표에서 나는 선발투수 포지션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사실상 올스타전 선발투수 등판이 확정된 건데, 솔직히 이런 성적 찍었는데 1위 못하면 그게 더 이상하긴 하지.
나 말고도 오클랜드에서 올스타전에 나갈 만한 선수는 욘더 알론소 정도가 전부였다.
이쪽도 교체멤버일 거 같고.
크리스도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기는 한데, 외야에 막강한 타자들, 스타들이 많다보니.
조금 힘들어 보이네.
아무튼 나는 이미 확정이다.
“뭐, 당연한 건데. 좋기는 무슨. 그리고 정확하게 말해야지. 아메리칸 리그 최고의 투수가 아니라. 그냥 최고야.”
“와··· 뻔뻔한 것 좀 봐라. 뭔 루키가 이래.”
“좀 좋아하는 척이라도 해라. 내가 데뷔하자마자 올스타 들어갔으면, 진짜 며칠은 잠 못 잤을 것 같은데. Suck 얘는 루키 같은 맛이 없단 말이야.”
“진짜 종자가 다르긴 하네. 배짱이 무슨··· 아주 Big Ball이야.”
먼저 너스레를 떠니, 오히려 입이 막힌 건지, 고개만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도, 이건 좀 신기하네.’
무덤덤하게 굴기는 했지만, 솔직히 나도 투표 결과가 좀 놀랍기는 했다.
올스타전 나가는 거야, 사실 6월이 시작됐을 때부터 이미 기정사실이었기에 그렇다 쳐도.
‘전체 3위라···’
전체 순위가 엄청나거든.
올해 데뷔한 신인이, 한 리그를 통틀어서 네 번째 득표율을 자랑한다는 건, 분명 비범한 일이니까.
오클랜드의 마켓 규모와 팬덤 규모를 고려하면, 더욱더 신기한 일이고.
애슬레틱스가 그리 전국적인 인기팀은 아니니, 사실상 이 득표 중 대다수는 내 개인 팬이라는 뜻이니까.
‘요즘 들어 욕도 좀 먹고 있지만, 그만큼 인기도 확실하네.’
전국적인 스타가 됐다는 거야, 이미 알고 있기는 한데. 직접 숫자로 확인하니 감회가 새롭구만.
‘직접 행동으로 나왔다는 건, 단순히 일시적인 인기가 아니라는 뜻이지.’
가장 고무적인 건 그거다.
올스타전 투표라는 게, 간편하면서도 은근 귀찮거든.
진짜 팬심이 있는 게 아니라면, 굳이 수고를 감수하고 싶지 않다는 거지.
그런데 전체 득표 4위까지 했다는 건, 어쨌든 직접 행동으로 나설 정도의 팬층이 나한테 생겼다는 뜻이다.
그러니···
‘잘해야지. 한번 주저앉는 순간, 훅 꺼질 테니까.’
####
7월, 전반기가 끝나고 올스타전이 찾아오는 시기.
그리고 각 구단이 이번 시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가 드러나는 시기다.
선수 개개인에게는 사이 영이나 MVP, 신인왕 등, 각종 상의 윤곽이 드러나는 때고.
즉,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되는 때라는 거지. 그 검증을 위해 한 차례 솎아내기도 시작되고.
“몇 명 안 보이네.”
“내려간 거지. 슬슬 그런 시기니까.”
브레이브스전이 끝난 뒤. 클럽하우스에는 몇몇 익숙한 얼굴이 사라졌다.
조금 늦는 걸 수도 있겠지만, 라커룸마저 싹 비워져서 새것이 된 걸 보면, 무조건 강등이다.
‘자렐은 성적이 아슬아슬하다 싶더니, 결국 내려갔네.’
대표적으로 로테이션상 다음 시리즈 선발등판이 예정된 자렐 코튼은 아예 라커룸이 깨끗하게 비었다.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기 위한 건지, 별로 좋지도 않은 라커가 아주 깨끗하게 청소됐네.
작년, 다저스에서 트레이드된 뒤, 오클랜드의 시즌 후반을 지탱했다고 봐도 무방한 성적을 올렸지만.
올해 레귤러 선발투수로서 기대를 받은 것치고는, 솔직히 좀 많이 떨어지는 성적을 올렸으니, 어쩔 수 없지.
그래도 그 정도면 사정이 나은 편이다. 빅리그를 제법 밟아봤고, 어느 정도 인상적인 모습도 심어줬으니.
팀에 투수가 필요한 순간이면, 가장 먼저 녀석을 떠올릴 테니까. 다른 마이너들보다는 사정이 훨씬 나은 편이지.
‘그게 계속되다 보면, AAAA급 선수가 되는 거지만.’
“선발투수 올라왔나? 아니면, 불펜에서 누구 선발로?”
“듣기로 새로 콜업 했다고 하던데? 리암이 어제 저녁엔가 잠시 클럽하우스 들렸다가 봤대. 투수인데 랜디 존슨 닮았다더라.”
떠나간 이들은 아쉽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새로운 이들이지.
다른 선수들의 반응도 마이너 때와 비슷했다. 내려간 녀석을 언급하기보다는, 새로운 뉴페이스를 궁금해했으니까.
사실 자렐 코튼이 그리 선수단에 녹아든 선수가 아니라는 것도 무덤덤한 반응의 이유 중 하나일 거고.
나도 솔직히 종종 밀머니 왕창 따서, 봉투 하나 던져주던 걸 제외하면 그리 인연이 깊지는 않으니까.
혹시나 싶어 브루스를 쿡 찌르니, 바로 정보가 나왔다. 투수랑 야수 사이에 있는 포수라서 그런가, 은근 정보가 많단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브루스는 꽤나 난감하다는 눈치였다. 랜디 존슨이라는 표현 때문이겠지.
“빅유닛이면, 릴리스 포인트 엄청 높겠네. Suck 너만 하더라도 쓰리쿼터인데도 좀 높은 편인데. 그보다 더 크면···”
“거기다 오버핸드면 타자도 죽고, 너도 죽겠지. 수고해라.”
어젯밤, 뉴가이를 만난 리암 헨드릭스가 그렇게 표현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나랑 마이너에서 자주 마주친 녀석은 아닐 것 같았다. 랜디 존슨처럼 키가 큰 녀석이 있었다면, 분명 기억에 남았을 테니까.
‘올해 더블A 콜업한 녀석 중에 잘한 녀석인 건가? 아니면 드래프트 신입생?’
그러고 보면, 고셋은 결국 못 올라왔구만. 올해는 콜업 한 번 노려 볼만 했을 텐데 말이야.
나랑 소니, 그리고 션 마네아가 잘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선발진이 아주 두꺼운 편은 아니니까.
그래도 성적만 잘 찍고 있으면, 확장 로스터로 올라올 수도-
‘랜디 존슨 맞네.’
과거의 동료들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을 때, 사람이 바글거리던 클럽하우스에 누군가 새로이 들어왔고. 그건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었다.
“어··· 진짜 랜디 존슨 같은데? 아니, 고셋 쟤 왜 저런 꼴이야?”
“정강이 아래를 잘라낸 랜디 존슨이네.”
다니엘 고셋. 오랜만이구만.
락하운즈에서 매번 X같은 알람으로 내 단잠을 깨웠던 녀석이 어색한 표정으로 입장했다.
원래도 머리가 긴 편이긴 했는데, 이젠 확실히 장발을 하고 있었고, 거기에 못 본 새 콧수염까지 멋들어지게 기른 모습은 영락없는 랜디 존슨이다.
다니엘 고셋이 작년 말에 트리플A로 올라갔었고, 브루스도 올해 초반까지는 트리플A에 있었기에 서로 안면이 있는 건지. 그 괴상한 몰골에 헛웃음을 흘렸다.
‘빅유닛이라고 하기에는 키가 좀 많이 작기는 하네. 생긴 건 아들 수준이지만.’
겨우 6피트 밖에 되지 않는 녀석이니, 이 경우는 스몰유닛이라고 해야겠지.
아무튼, 우리 외의 다른 선수들 또한 새로운 신인에 흥미롭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몇몇은 경계감을 보내기도 했고.
구단 입장에서야 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자원이지만, 선수에겐 또다른 경쟁자이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쟤도 결국 올라왔네.’
다니엘 고셋이야 익숙한 녀석이고, 자주 어울렸던 녀석이니 반갑기는 한데. 사실 얘보다는 그 뒤에 녀석이 더 반가웠다.
‘애들이라고 기죽지 말라고 같이 사이좋게 손잡고 들여보낸 건가.’
맷 채프먼. 타격 재능도 뛰어나지만, 특히 수비가 아주 진국인 녀석이지.
어색한 표정의 녀석들을 보니, 조금 기분이 미묘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기대받는 유망주인 얘네 둘과 나 사이의 격차는 이루 말할 수도 없이 컸으니까.
그런데 정작 이제 나는 팀의 에이스고, 얘들은 갓 데뷔한 햇병아리라니. 괜히 기분이 이상하네.
“대니, 맷. 괜히 어색하게 굴지 말고, 그냥 들어와. 뒤에 사람이 못 들어오잖아.”
어색하게 눈치보고 있는 꼴이 안쓰러워서, 슬쩍 이름을 불러주니 둘은 퍼뜩 머리를 쳐들었다.
“오, Suck!”
살벌한 아저씨들 사이에서 아는 얼굴을 보니 꽤나 반가운 눈치인데, 이 X부랄 놈의 Suck 소리는 오랫동안 못 만났어도 여전하네.
“쟤들 벌써 선수단 문화를 아는데? 요즘 루키들은 무슨 교육이라도 받고 오나···”
“Go가 아니라 Suck이라고 부르다니. 뭘 좀 아는 녀석들이야. 괜찮겠어.”
“거봐, 다들 Suck이라고 한다니까. Go나 You가 아니라. 이게 상식이라고. 자, 빨리 돈 내놔.”
날 Suck이라고 지칭하는 것에서 대체 왜 호감을 느낀 건지는 몰라도, 루키를 관찰하던 다른 선수들은 그 소리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따스하게 그들을 맞이했다.
이 Suck같은 새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