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화
웃기는 일이다.
6이닝 2실점인데 ERA가 오른다는 건 말이야.
리그 평균 수준의 투수라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오히려 말이야.
거기다 삼진도 적당히 일곱 개나 잡았으니, 이 정도면 A는 아니더라도 B에서 B- 정도는 되겠지. 하지만 나를 기준으로 한다면 시즌 최악의 성적이다.
‘뭐, 기대치가 다르니까.’
이 정도쯤 했는데 나쁜 성적이라는 게, 조금 억울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지. 내가 그만큼 사람들의 눈을 높여서 그런 거니까.
그래도 현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오늘도 수고했어!”
“뭐, 이런 날도 있는 거지. 잘했다!”
“앞으로도 그냥 이 정도만 해줘! 그걸로 충분하니까.”
평소보단 덜하긴 한데,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것 같네.
하긴, 좀 얻어맞아서 그렇지, 내용 자체는 재밌었을 거다.
무지성으로 들이박았으니까.
‘특히 저 양반들한테는 딱 알맞았을 거고.’
우리 (전)레이더스 말이야.
자주 봐서 그런가, 이제는 대충 성향이 보였다. 겉모습도 특이하지만, 그 속내도 아주 꼴마초에 지독한 상남자들이지.
“Hell Yeah!”
“2실점? 그게 뭐가 중요해? 타자들 때려 부쉈으면 된 거지!”
“평소 같은 모습이 제일 좋기는 한데, 가끔씩은 오늘처럼 팍팍 던져 줘! 아주 속이 다 후련하네!”
그러니 화끈하게 때려 박는 피칭이 제법 마음에 들었을 거다. 나도 마찬가지고.
약간의 깨달음을 얻었거든.
‘원래 내 피칭은 아니지.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건.’
어렸을 때, 그러니까 한 중학생 정도였을 때는 나도 파워피처를 동경했다.
그때 유행했던 야구만화 속 주인공처럼 자이로볼이니 뭐니 하는 강속구를 막 던지면서 타자들 때려잡는 거 말이야. 얼마나 멋있어?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고 본격적으로 ‘프로’를 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깨달았었다.
‘내 길이 아니었지.’
만화 속 주인공과 나는 아주 거리가 멀다는 것을. 고등학생 때도 구속이 그리 빠른 편은 아니었고, 구위야 뭐, 더 말할 것도 없지.
그래서 과감하게 바꿨다.
당시 1학년 때는 투수코치였던 감독님의 권유에 따라, 1학년 내내 제구부터 잡았거든.
그러다가 생각보다 그쪽으로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 이후로 내 피칭의 근간은 어디까지나 제구였다. 조금이라도 코스가 위험하다 싶으면 여지없이 얻어맞았으니까. 그것도 장타로만.
스카우트 받고 미국 건너간 뒤로는 더 말할 것도 없고.
루키 리그에는 쿠바나 푸에르토리코 같은 중남미 출신이 많다. 뭘 먹었는지 다들 힘 하나는 장사지.
‘애초에 야구로 밥 벌어 먹으려고 넘어왔을 정도면, 피지컬은 확실하다는 뜻이니까.’
그때부터는 조금 더 바꿨다.
제구에 집중하면서도, 최대한 안 맞는 방향으로, 어떻게든 배트와의 접촉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스윗스팟에 조금이라도 걸치면, 바로 넘어가니까. 다행히 효과는 좋았다. 최소한 더블A까지는 기어 올라갔으니까. 뭐, 그 뒤로는 말 안 해도 되겠지.
어쨌든 제구를 기반으로, 타자에게 최대한 안 맞는 방향으로 던진 덕에 삼진은 생각보다 많이 잡았다.
그래서 구려 터진 스터프와 달리 파워피처처럼 군다는 말도 종종 들었었고.
‘공을 똑바로 던질 수 있게 된 뒤로는 자신감이 붙었지만···’
허나 난 어디까지나 피네스피처다. 무조건이지.
심지어 그렉 매덕스에게 배우고, 시범경기를 초토화 시키고, 결국 빅리그에 입성하고 지금까지도 마찬가지고.
새롭게 진화한, 아니, 올바르게 변화한 구위의 위력은 충분히 맛보았지만, 항상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언제나 제구에 일정 이상의 집중력을 할당했는데.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최소한 덜 위험한 타자들을 상대로는 어느 정도 제구를 포기하더라도 상관없다.’
그 부담을 좀 내려놓아도 된다는 것을. 제구를 포기하고 막 던지는데도 쉽게 처리된 레드삭스의 '못난놈'들 덕에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지.
역시 좋은 날보다는 안 좋은 날에 배우는 게 많다니까.
별거 아닌 깨달음이라고 해도, 차근차근 무언가를 알아간다는 게 중요한 거지.
만족스럽게 웃으며 마운드에서 내려가니, 스콧 에머슨이 맞이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네.’
투구수가 그리 많지는 않으니, 한 이닝 정도는 더 던질 수도 있겠지만, 대니얼의 신신당부도 있었으니까.
이 정도로 만족해야지.
“교체죠?”
“저번 경기는 완봉도 했으니까. 오늘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뭐, 그렇긴 하죠. 바로 아이싱 하겠습니다.”
“그래, 수고 많았어.”
내가 순순히 물러나자, 스콧 에머슨은 다행이라는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내가 막 탐욕스럽게 이닝을 갈구하는 사람은··· 얼추 맞는 것 같기는 한데, 아무튼 나도 경우라는 걸 아는 사람이다.
루키가 완봉을 했는데, 그다음 경기마저 긴 이닝을 소화한다면, 투수코치로선 머리가 핑~ 돌겠지.
“실점은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냥 가끔 이런 날도 있는 거지.”
“6이닝 2실점 했는데 그런 말 듣는 것도 좀 이상하네요.”
“어··· 그런가? 뭐, 네가 워낙 잘했으니까. 그래도 괜찮아 보이네.”
그래도 혹시 내 기분이 상했을까, 위로해주려던 스콧 에머슨에 장난스럽게 말하니, 그도 어깨를 으쓱거렸다.
‘6이닝이라, 만족스러운 이닝은 아니지만, 그래도 묘하게 후련하네.’
아이싱을 받고 벤치에 털썩 앉으니, 묘한 해방감이 느껴졌다. 6이닝밖에 던지지 않았는데도, 할 거 다 하고 내려온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빡세게 던진 터라, 몸은 좀 힘들긴 한데, 정신은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도 편안했다.
“종종 이렇게 던져야겠어.”
일정수준 이상의 타자들에겐 어림도 없겠지만, 타격이 약한 놈들 상대로는 제법 잘 통하겠네. 특히 인터벌이 빨라지기 시작하면 더욱더 효과가 좋을 거고. 나쁘지 않겠어.
그렇게 중얼거리며 씨익 웃었을 때, 문득 왠지 모를 찝찝한 시선이 느껴졌다.
‘스티븐? 뭐야, 왜 저렇게 쳐다봐? 괜히 기분 나쁘게.’
스티븐 보그트.
함께 덕아웃으로 돌아와, 포수 장비를 벗고 있던 그는 어째서 그런 나쁜 말을 하느냐는 듯한 표정으로 날 쏘아봤다.
저 양반은 또 왜 저래?
뭘 잘못 먹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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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우리가 이겼다.
다행히 나도 승리를 챙겼고.
ERA가 오르긴 했어도, 이 정도면 충분하지.
그리고 다음날. 드디어 고대했던 시간이 왔다.
“브라이언, 오랜만이네요.”
브라이언, 그가 왔다.
원래는 원정 일정 끝나고 바로 만나기로 했었지만. 어제 바로 등판했잖아, 일부러 일정을 맞춘 거겠지. 등판 직전에 비즈니스 이야기를 해봐야 좋을 게 없으니까.
반갑게 맞이하는 내 말에 그는 조금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오랜만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그렇긴 하지.
그래도 홈에서는 내내 픽업을 받아서 그런가, 잠깐 못 봤는데도 왠지 오래 떨어져 있었던 것 같단 말이야.
“그래서, 가져 왔습니까?”
“네, 따끈따끈한 것들로 뽑아 왔습니다. 최대한 조건이 좋은 것 위주로요.”
브라이언과의 해후는 서브고, 메인은 이거지. 집으로 들어온 그는 제법 묵직한 종이 뭉텅이를 테이블에 놓았다.
나무재질의 테이블을 때리는 묵직한 소리에 대니얼은 헛웃음을 흘렸다.
“나도 어떻게든 프로에 도전했어야 하는 건데···”
약간 박탈감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럴 수밖에 없지. 1년 전의 나도 똑같은 감정이었을 테니까.
테이블에 놓인 이 종이 하나하나가···
‘죄다 돈이지.’
물론 진짜 그렇다는 건 아니고, 저게 진짜로 다 제안서일 리는 없다. 또한 그중에서도 몇몇은 그냥 슬그머니 찔러보는 정도일 거고.
“이쪽은 글러브와 신발, 그리고 인터리그를 위한 배트 등의 장비 지원 위주입니다. 해당 브랜드만 사용한다는 조건이고요. 현재로선 가장 조건이 좋죠. 그리고 이건 스포츠 드링크, 이쪽은···”
어쨌든 상당히 두툼한 제안서를 하나하나 분류한 그는 슬쩍 내 의사를 물었다. 저번에 한 말이 진짜냐는 것처럼.
싹 다 한다고 했었잖아. 정말로 그럴 생각이냐는 건데···
“다 하죠.”
“예, 진심이셨군요. 무슨 뜻인지는 잘 알겠습니다. 충분히 이해는 합니다만, 별로 추천하지는 않겠습니다.”
역시나 설득하네.
수수료로 먹고사는 에이전트가 굳이 몸값을 올리는 걸 만류하는 게 좀 우습긴 하지만. 나도 그의 생각을 이해했다.
‘괜히 시즌 중에 비즈니스에 얽혀서 좋을 게 없으니까.’
자칫 경기에 지장이 갈 수도 있고, 루키가 제법 날리더니 돈독이 올랐다는 식의 좋지 못한 이미지 저하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비난는 짧고, 돈은 영원하지.’
이건 또 누가 한 말이냐고?
우리 아빠. 물가를 감안해서, 10년째 유지했던 돼지갈비 1인분의 가격을 올리시면서 남긴 말이다.
그 말처럼 처음에는 단골들의 비난이 쏟아졌지만,, 결국 매출을 까보니, 확실히 올랐다고 말하셨었지.
‘뭐, 그리고 중간에 CF 촬영을 하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그 브랜드 제품만 좀 성실하게 쓰는 건데, 별 상관은 없지.’
아, 물론 CF 제안도 있긴 하다. 주로 한국 기업 위주로.
내년 오프시즌 때 촬영 하자는 건데, 일종의 선도매지.
이번 시즌 마지막에 이르러서 내 성적이 어떨지는 불확실하지만, 그런 리스크를 감안하고서라도, 몸값 낮을 때 미리 선점하겠다는 거다.
어차피 오프시즌이면 시간이 남아돌 텐데, 굳이 벌써부터 선점할 필요까지가 있겠느냐 싶겠지만.
‘생각보다 짧으니까. 메이저리거의 오프시즌은.’
시즌동안 혹사당한 몸을 휴식하고, 그 뒤에 다시 몸 만들고, 시즌 준비하고 하다보면, 결국 프리타임은 굉장히 짧거든. 죄다 찍을 수 있는 게 아니지. 또 1월쯤 되면 미국으로 들어가야 하니까.
‘어쨌든 전화로 들은 대로 제법 많기는 하네.’
솔직히 나도 좀 놀라기는 했다. 완봉 직후 엄청나게 빗발쳤다고 하기는 하는데,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지.
그치만··· 돈복사를 어떻게 참아. 심지어 나는 아직 최저연봉 받는 루키 선수인데 말이야.
집도, 차토 죄다 렌트 인생이라, 내년이면 방 빼야 하는데, 이건 못 참지.
“다 가죠. 장비야 그리 심하게 타는 편도 아니고, 지금 쓰는 글러브도 같은 브랜드 거니까 괜찮고. 나머지는 당연히 상관없습니다.”
생각보다 내 의지가 확고하다는 걸 깨달은 듯 결국 설득을 포기한 브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Go의 생각이 그러시다면, 최대한 도와야죠. 네, 최대한 접촉해서, 좋은 조건을 얻어내겠습니다. 혹시 원하시는 요구조건은 있으십니까?”
“뭐, 그냥 브라이언한테 맡기는 거죠. 저는 쥐뿔도 모르니까.”
그나마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 그를 보며, 문득 생각해뒀던 조건이 떠올랐다.
“아, 아니지, 하나 있긴 하네요.”
“네, 뭐죠?”
“어떤 브랜드든지 상관없는데, 단가가 좀 떨어지더라도 무조건 기간은 짧게 갑시다.”
“짧게··· 말입니까?”
대충 훑어보니, 기본이 3년이다. 당연할 수밖에 없지. 저 기업들은 지금 내 가치에 투자한 게 아니라, 유망주로서 고유석의 미래를 본 거니까.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내가 지금 같은 퍼포먼스를 한다는 가정하에, 어차피 내 가치는 계속해서 상승할 테니까.
“매년 몸값이 달라질 텐데, 헐값에 묶일 수는 없잖아요?”
그 순간, 조금 우려가 깃들었던 브라이언의 얼굴에 오늘 처음으로 미소가 감돌았다.
정답이라는 것처럼.
“네, 그렇죠. Go의 가치는 점점 더 올라갈 수밖에 없죠. 맞는 말씀입니다. 최대한 계약기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하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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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삭스와의 1차전 직후에는 생각보다 잔잔한 반응이 나왔다.
<고유석, 보스턴 상대로 2실점! 허나 여전히 0점대 방어율! 100K까지 D-4!>
그럭저럭 삼진도 적당히 잡았고, 이번 시즌 최다 실점이긴 하나 겨우 2밖에 되지 않으며.
경기의 내용 또한 실점 외에는 고유석이라는 투수가 확실하게 레드삭스 타선을 압도한 경기였으니까. 몇몇 타자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렇기에 이전처럼 열광적인 분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적당히 준수한 피칭이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이어졌으나.
<드디어 퍼졌나? Go, 6이닝 2실점 5피안타 1볼넷, 이번 시즌 최악의 경기>
어디에도 이레귤러는 있다.
처음 기사가 올라왔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면 코웃음을 치거나.
드디어 퍼졌나, 굉장히 노골적인 단어 선택이었으니까. 마치 지금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6이닝 2실점을 한 것 가지고 퍼졌다고 말하는 건 다소 빈약했고 말이다.
아니, 5월까지 0.44의 ERA를 유지하며 무려 96개의 탈삼진을 올린 투수에게 퍼졌다는 말은 근본적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허나 그런 비웃음이 무색하게도, 마치 그게 발사장치라도 된 것처럼, 그 이후 비슷한 논조의 기사 혹은 칼럼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졌다.
<욕심에 무너지는 루키? Go의 부상 위험을 무시할 수 없어···>
일단 자극적이다.
천재 투수, 역대급 재능, 최고의 루키 등등. 수많은 수식어를 낳으며 가장 주목받았던 투수가 드디어 빈틈을 보이고 있었으니까.
거기다 명분도 있다.
4월을 완벽하게 지배했던 투수, 그것도 루키가 5월 이후로 불안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아예 거짓이라곤 볼 수 없겠지.
그렇기에 고유석이 퍼지기 시작했다거나, 아니면 문제가 생겼다는 식의 이야기가 줄지어 나왔고.
몇몇 악의적인 기사들은 그것을 빌미로 당장의 성적을 위해 유망주를 혹사한다며 오클랜드에게 공격을 가하기도 했다.
[#A’s]
[Suck이 퍼졌다니, 이건 또 뭔 개소리야? 요즘 기자들은 경기 안 보고 기사 작성하나?]
└그치, 딱 그런 거지. 경기 봤으면 퍼졌다느니 뭐라느니 못했을 테니까.
└자책점만 좀 내줬지, 레드삭스 타자들 찍어 눌렀는데, 퍼지긴 뭐가 퍼져?
물론 오클랜드 팬들은 그런 분위기를 혐오스럽게 여겼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칭송하던 놈들이, 갑자기 돌변하여 구단이나 선수에게 화살을 돌리는 게 우스웠으니까.
└솔직하게 말하면, 드디어 올 게 온 거지. 이제 데뷔한 투수인데, 벌써 62이닝이나 던지는 게 말이 되냐?
└Go도 마크 프라이어 꼴 나겠네. 프런트가 재능을 망치는구만.
└솔직히 그냥 거품 꺼지기 시작한 거지.
물론 그 외의 이들은 그것을 달갑게 받아들였다. 루키가 화려하게 리그를 정복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스터디셀러지만, 모든 이들이 다 좋아하는 건 아니니까.
특히나 고유석에게 한 번씩은 박살났던 다른 AL 서부지구 팀의 팬들은 더욱더 기쁘게 생각했고 말이다.
지구 라이벌 팀에 좋은 투수가 있는 건 그리 반가운 이야기는 아니었으니까.
└X발 Suck새끼가 퍼지긴 왜 퍼져? 그 새끼가 퍼지면 우리는 뭐가 되냐고?
└뭐가 되긴, X신되는 거지.
└희생했다고 생각해. 레인저스가 완봉을 당해준 덕분에 쟤가 맛이 가기 시작했으니까.
└X까 X발놈들아. 누구 맘대로 희생이야?
완봉이란 굴욕 탓에 고유석의 평가가 내려갈수록 함께 묶여서 비웃음당할 수밖에 없는 레인저스는 조금 달랐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서부지구 팀의 팬들은 기뻐했다. 강건너 이웃을 하찮게 여기는 자이언츠도 마찬가지고.
그렇게 신성의 등장에 열광했던 사람들은, 마찬가지로 초신성이 되어 폭발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도 열광했고.
처음으로 승리를 쟁취했던 한국의 안티팬들 역시 경기 내용은 애써 무시한 채 기쁨을 만끽했지만.
그들에겐 애석하게도, 그런 분위기가 영원히 이어지지 못했다.
고유석에겐 그런 이들과 등을 돌린 언론을 다시 닥치게 만들 확실한 방법이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