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써전-807화 (807/1,329)

10화. 전임 역시 새로운 시작이다 (2)

교수들은 의외로 담담한 기색이었다.

“당장 그만두는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놀라나? 내도 이제 과장 자리 유지하기가 힘들다. 올 한 해 지켜보고 다음 과장으로 누가 적합한지 결정할 생각이다.”

박승준 교수과 지동훈 교수에게 의미심장한 눈길을 주었다. 연공서열에 따른 인사 조치는 없다는 말을 다시 상기시키는 것 같았다.

“전임이나 조교수라고 과장 못한다는 법 없다.”

짐작이 맞았지만, 설마 이제 전임이 된 의사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뛰어나도 과장이 되려면 그만한 인품과 자세까지 갖춰야 한다는 의미였다.

뜻밖의 말이 연이어졌다.

“앞으로 위장 파트는 지 교수에게 전적으로 맡길 생각이다. 지 교수, 인사 위원들과 얘기 다 끝냈으니까 다음 주부터 주임 교수 맡으면 된다.”

이건 또 무슨 말일까?

김지훈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선생님, 그러면 선생님은 어떤 파트를?”

“병원에서 나가는 것도 아닌데, 일 안 하겠나? 유방하고 갑상선 환자가 많이 늘었다. 위장 쪽하고 관련도 없어서 파트를 새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어.”

엉뚱한 생각을 하던 전임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신현수도 이 모든 일이 금시초문인지 놀란 표정으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함께 일할 전공의가 있어야 하는데 여력이 없지? 그래서 낮에 별일이 없는 혈관 파트가 겸했으면 한다. 오하석도 같이해야겠지. 김지훈, 괜찮겠나?”

당연한 말이었다. 아무리 사람이 없어도 과장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뛸 수는 없는 일이다.

김지훈이 숨도 쉬지 않고 말했다.

“예. 조치 취하겠습니다.”

“부탁한다.”

끝이 아니었다.

송재덕 교수가 박승준 교수를 보았다.

“박 교수, 수술 얼마 하지도 않으면서 내가 주임 교수를 너무 오래 잡고 있었지? 이제 주임 해라, 주임. 경석이하고 둘이 잘 꾸려 봐.”

박승준 교수가 깜짝 놀랐다.

“선생님, 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

“올해 인사이동 때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나 아직 원장이야. 원장. 과장보다 더 바빠. 박 교수도 이제 주임 할 때 됐어. 열심히 하자, 열심히. 그럼 우리 이 교수만 남았구나. 지훈아, 교수야, 간담도 주임 욕심 안 나니? 나지? 그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일인 모양이었다. 모두들 착잡함을 금치 못했지만 교수들은 도리어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후진 양성을 위해 자신의 자리를 흔쾌히 내놓은 선배를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이혁민 교수가 먼저 일어났다.

“그럼 다들 퇴근하자. 우리는 상의할 일이 더 남았다. 송재덕 선생님, 이준영 선생님, 가시죠. 참! 내 수술 날은 특별히 잡지 마라. 상황 보면서 하자.”

역시 깊고도 넓은 연륜을 쌓은 과장이었다. 폭탄 발언일 수도 있는 일을 담담하고도 쉽게 처리했다. 아랫사람을 믿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김지훈, 힘들겠지만 열심히 해. 신현수, 이경석, 전임이다. 올해 안에 라파로 끝내자.”

이준영 교수도 뒤늦게 한마디 보탰다.

김지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소와 달리 뭔가 말이 길었지만 정식 교수가 됐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심각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박승준 교수가 입술을 깨물었다.

‘주임 교수가 된 건 기쁘지만, 결국 절대 자만하거나 방심하지 말라는 말씀이겠지? 정말 마음에 있는 말씀을 하신 거라면 더 노력하고, 후배들을 아껴야 돼. 주임 교수 자리까지 미련 없이 내려놓으시다니, 모두에게 인정받는 과장은 저런 모습이겠지? 송재덕 선생님, 이혁민 선생님,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민을 떠나 축하할 일이 남았다.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지 교수, 축하해. 우리 방심하지 말고 열심히 하자.”

선후배라지만 경쟁자일 수도 있는데, 진심이 느껴졌다.

“선생님, 그런 말씀 마십시오.”

지동훈 교수가 어쩔 줄을 몰랐다.

왠지 훈훈한 분위기에 다 같이 합창했다.

“축하드립니다.”

박승준 교수에게는 강한 자극이었고, 신현수와 지동훈 교수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축하의 말도 잠시, 각자 생각에 잠겨 한동안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누가 주임 교수든 거의 차이가 없는 이경석도 심각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지훈 역시 어딘지 모르게 착잡했지만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다. 두 파트를 맡아야 할 강병옥과 일이 늘 수밖에 없는 오하석을 떠올리며 어떻게 꾸려 갈지 생각했다.

‘병옥이는 무조건 환영할 테고, 하석이가 문제네.’

인원도 적은데 100일 당직에 들어간 1년 차에겐 엄청난 부담이었다. 걱정이 앞섰지만 전에 없던 일이었다. 일단 부딪쳐 봐야 답이 보일 것이다.

‘답이 안 나오네. 고민은 나중에 하자.’

“우리도 일어나죠?”

약간 깔리긴 했지만 평소와 별다르지 않은 목소리였다. 그런데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며 안됐다는 표정으로 김지훈을 보았다.

“왜들 이러세요?”

신현수는 입맛을 다셨고, 손일석은 고개를 저었다.

“김 교수, 큰일 났네. 큰일 났어. 환자 볼 때처럼 빠릿빠릿하게 머리가 안 돌아가? 수술하시는 날을 정하지 않으셨잖아. 그럼 병옥이나 하석이만 들어가게 될까?”

“현수가 있는데 무슨 소리야?”

“과장님이 빠지시면 당연히 위장 수술이 늘지 않겠어? 라파로는 또 어쩌고요. 경석이 형하고 같이 아직도 곡소리를 내고 있는데,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지 않습니까? 일복 터지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일복이 터지네.”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월수금 수술, 화목 진료, 오후에 시간 나면 혈관 수술까지 해야 한다. 만일 손일석의 말이 맞는다면 몸이 세 개라도 부족할 것이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이준영 선생님 말씀이 의미심장하지 않아? 세상에서 제일 무뚝뚝한 분이고, 너 힘들어 죽는 건 세상이 다 알아. 그런 분이 새삼스럽게 힘들겠지만 열심히 하라는 말씀을 하신 이유가 뭘까? 난 라파로로 현수하고 경석이를 죽일 테니까, 넌 이혁민 선생님한테 죽어라. 이런 뜻 아니겠어?”

식은땀이 났다.

미소를 지으며 먼저 일어나던 박승준 교수와 지동훈 교수까지 동의한다는 얼굴이었다.

순간 다리에 힘이 빠져 털썩 의자에 주저앉고 말았다.

손일석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김지훈의 불행은 곧 행복이 될 수 있었다.

“지훈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는 법이야. 여유가 없으면 만들어야지. 파트 하나 더 맡으면 쓰러져 죽을 수도 있어. 어떻게 하면 될까?”

“좋은 방법이 있어?”

“있지. 내가 누구야? 베스트 프렌드잖아.”

귀가 활짝 열렸다.

“혈관 수술을 나한테 넘기면 돼. 집도하느라 신경 바짝 쓰는 것보다 편안하게 퍼스트 서면 얼마나 평화롭겠어? 이건 신의 계시야. 어쩌면 신기동 선생님의 안배일지도 몰라. 역시 사나이 간의 끈끈한 의리를 아시는 분이야.”

빌어먹을 놈!

김지훈이 눈을 확 찢으며 일어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연구실로 향했다.

손일석이 졸래졸래 뒤를 따르며 답을 재촉했다. 갑자기 생각지도 않았던 불만이 뛰쳐나왔다.

“전임은 개인 교수실 안 주나? 혼자 있고 싶다.”

“어허! 왜 이러시나? 프렌드끼리 그러는 거 아니다. 난 순수한 마음으로 김 교수 부담을 덜어 주려는 것뿐이야.”

“네가 퍽이나 그러겠다. 혈관 수술 집도는 나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거 알잖아, 인마.”

연구실에 도착한 전임들 모두 쉽사리 퇴근하지 못했다. 별다른 말도 없이 자리에 앉아 침묵을 지켰다. 이혁민 교수와 송재덕 교수의 결정을 쉽게 수긍하기 힘든 탓이었다.

게다가 복강경이라는 벽, 유방과 갑상선 파트 수술까지 들어가야 할지 모르는 라이벌의 존재까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턱을 괸 채 곰곰이 생각에 잠겼던 김지훈이 가운을 확 벗어젖히며 고개를 흔들었다.

“고민한다고 생길 일이 안 생기는 것도 아니고, 민생고부터 해결합시다. 나 먼저 갑니다.”

퇴근하는 김지훈이나 그 모습을 보는 동기들이나 어깨가 축 처져 있긴 마찬가지였다.

손일석은 신기동 교수를 떠올리고 있었다.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던 김지훈이 눈가를 찡그리며 하늘을 보았다. 급격하게 늘어날지 모르는 일도 일이지만, 1년 후 과장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말이 떠나질 않았다.

물론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유방과 갑상선 파트를 새로 만든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젊은 의사 못지않은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송재덕 교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작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문제는 과장을 맡는 세대가 병원의 주역이라는 점이었다.

신기동 교수도 주임 교수 자리를 넘겼다. 복강경에 국한된 일이지만 스승은 너만큼 경험 많은 써전이 없다는 말까지 했다.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자신들의 권한과 책임을 물려주기 시작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언제나 그 자리에 계실 줄 알았는데, 스승님도 같은 마음이실까? 왜 이렇게 답답하지?’

인턴부터 전임까지 7년의 세월을 넘어 8년째다. 앞으로 눈 몇 번 더 뜨고 감으면 강산이 변할 세월이긴 했다.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가슴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생각만으로도 우울할 지경이었다. 다들 같은 마음이었을 테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 입 밖으로 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동기들의 처진 어깨가 눈에 걸렸다.

고경아와 마음속 말을 나누었다.

“지훈 씨, 은퇴하신 것도 아니고 과장도 내년에 그만두시는데 사서 걱정할 거예요? 이준영 선생님이 퍽도 좋아하시겠네. 다른 걱정 하지 말고 우리 걱정이나 해요.”

단칼에 잘렸다. 다른 때 같았으면 무척 서운했을 텐데 의외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먼 훗날 일을 두고 너무 심각했던 모양이었다.

핀잔 한 번 더 먹었다.

“혹시 해서 하는 말인데, 환자 늘었다고 병원에서 쓸데없이 시간 보내면 알죠? 일 끝나면 칼처럼 퇴근해요. 도대체 일복은 언제 사라지는 거예요? 난 몰라. 이러다 혼자 애 낳으면 어떡해.”

안 될 일이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날 수가 없죠. 내가 용납 못해.”

일복은 병원과 집을 가리지 않는 모양이다.

큰소리 뻥뻥 치고, 설거지한 후 열심히 다리를 주물렀다. 어여쁘고 소중한 아기를 가진 마님보다 먼저 잘 수는 없다. 슬슬 감기는 눈을 필사적으로 떴다.

고경아는 더 힘들기에, 홀몸이 아니기에, 나름 외조이기에, 끈적끈적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을 지우기 위해.

다음 날, 분주하게 오전 일과를 끝낸 전공의들 얼굴이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이혁민 교수의 결정을 통보한 김지훈도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졸지에 세 파트를 맡게 된 오하석은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 강병옥은 예상대로 환영하는 기색이었고, 송진우는 은근히 반색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눈치였다.

‘병옥이 형 일이 많아지면 혈관 수술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네. 나는 좋은데 하석이는 어떻게 하지? 이러다 100일 당직 끝나기 전에 쓰러지는 거 아냐?’

이혁원이 가장 심각했다.

이준영 교수 환자만 보면 된다는 것은 명목일 뿐이었다. 치프로서 간담도 파트는 물론 김지훈이 담당하는 환자도 봐야 한다.

혈관 파트에 유방과 갑상선까지 관여해야 한다면 복강경 수술을 배울 시간조차 내지 못할 수 있었다.

그러나 4년 차 치프다. 자신보다 아래 연차를 챙겨야 할 때였다.

“선생님, 하석이에게 일이 너무 몰리는데요.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나도 그게 걱정인데, 과장님 결정이니까 일단 따라야지. 너희들이 많이 도와줘야겠다. 종진이 너도.”

나종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과장님 파트를 맡고 있으니까, 위장관 수술하고 겹치지 않으면 이혁민 선생님 수술까지 들어가겠습니다. 만석아, 너도 응급실에만 매달리지 말고 바짝 신경 써.”

“예. 이렇게 된 이상 응급실은 제가 확실하게 책임지겠습니다. 하석이도 잘 챙기겠습니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우렁찬 목소리로 동문서답이다.

다들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저었다. 바이탈에 미친 정도가 아니라 목을 맨 것이 틀림없었다.

1년 후 과장이 바뀐다는 사실은 주된 관심사가 아니었다. 무관심이 아니라 배울 것이 산더미인 전공의라는 위치 때문일 것이다.

‘그래. 너희들은 다른 데 신경 쓰지 말고 지금처럼만 했으면 좋겠다. 그런 고민은 우리만으로도 충분해.’

김지훈이 딱딱 손뼉을 치며 자리를 끝냈다.

전임이 아니라도 일이 생길 때마다 일일이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혁원과 나종진이 최대한 무리 없도록 의국을 끌어갈 것이다.

후배들을 믿고 맡겼다. 맡은바 일에 최선을 다하면 길이 보일 것이다.

진료만 있는 오늘은 혈관에 매진해야 하는 날이었다. 오후 5시부터 연달아 3개를 해야 한다. 회진까지 돌면 9시는 돼야 퇴근할 것이다.

‘경아 씨 눈치 보면서 하는 수술인데 확실하게 하자. 손일석, 집도하고 싶다 이거지? 병옥이하고 넌 죽었어.’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눈 깜짝할 사이에 진료가 모두 끝났다. 수술도 마찬가지였다. 강병옥 한 번 쓰러트리고, 손일석 두 번 불태우고 나니 깔끔하게 모든 수술이 마무리된 후였다.

아직도 태울 거리가 남았건만, 퍼스트를 서기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손일석이 집도의 자리를 넘봤다.

“갑상선, 유방, 만만치 않아요.”

이마에 맺힌 식은땀이나 닦고 말할 일이었다. 불길을 날릴 때마다 느끼는 미안함까지 싹 사라졌다.

퇴근하기 전, 일부러 응급실에 들러 한마디 툭 던졌다.

“손일석 선생님, 혈관은 수처와 타이가 핵심입니다. 혹시 인턴 때처럼 삼겹살 사서 다시 연습해야 한다는 생각은 안 드십니까? 똑바로 합시다.”

전문의 3년 차이자 군의관이다. 후배 눈치 보며, 세컨이든 써드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수술 참여를 마다하지 않은 손일석이었다. 이를 악물며 부르르 온몸을 떠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전문의를 태우며 공력 많이 늘었다.

이제야 태움에 숨겨진 미학과 묘미가 슬슬 느껴졌다. 물론 재미는 절친인 손일석에게만 해당되는 일이었다. 후배 교육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다음 날, 연이어진 수술에 이혁원이 화염에 휩싸인 채 비명을 질렀다. 담낭 박리와 클립으로 동맥 결찰을 해 본 대가를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치렀다.

“내가 개복 수술이 기본이라고 했지? 라파로 기구 연습만 하면 뭐해? 기본기를 확실하세 쌓아야 할 거 아냐? 켈리부터 다시 잡아.”

이준영 교수 일 때문에 이혁원이 빠지고, 대신 나종진이 마지막 수술을 들어왔다. 기대 만발이었고, 박리와 클립까지 잡아 보고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곧바로 줄줄 흐르던 눈물이 뜨거운 불길에 바싹 말랐다.

4년 차 치프들의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희한하게 일하는 맛이 나네.’

교수들의 변함없는 모습에 지난밤의 걱정도 많이 사라졌다.

힘차게 하루를 마감하고 새로운 하루를 맞이했다. 수술이 모두 끝날 무렵 호출이 왔다.

이혁민 교수의 목소리가 왠지 서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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