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써전-713화 (713/1,329)

3화. 구미 가기도 전에. Ⅱ (2)

저녁 어스름에 걸려 온 한 통의 전화.

출혈이 발생한 환자를 확인하기 위해 휴가에도 불구하고 병원으로 향하는 김지훈과 송진우.

병실에 누운 환자의 급박함.

박승준 교수와 당직 전공의들의 심각한 기색.

늦은 밤에 시행된 재수술과 무사히 수술을 끝마친 의료진의 안도와 새로운 초조함.

긴장과 땀의 연속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들의 모습이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그날의 기억을 따라 모두들 벅찬 가슴에 긴 숨만 몰아쉬었다.

‘우리가 저렇게 일하고 있었나?’

생각해 보면 특별할 것이 없는 일상이었다. 휴가 때라는 점만이 다를 뿐이었다. 김지훈과 다른 생각을 하는 일반외과 의사는 없을 것이다.

단 한 놈, 하윤호 교수만 빼고 말이다.

김지훈과 송진우 위주로 돌아가던 방송이 어느새 일반외과 의사 전체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급박함이 뿌듯함으로 변했다.

벨기에 대사 부인 수술을 앞둔 의료진.

홍보 현수막에 적힌 복강경이란 글귀.

전공의 모두 난리가 났다.

“종진아, 저거 우리 아니야? 우리 또 나왔다. 또 나왔어.”

“병옥이 형, 화면발 되게 좋네. 얼굴이 하얘서 그런가?”

“넌 나올 때마다 빨개지면 어떻게 하냐?”

“조용히 해. 수술 들어간다.”

땀에 흠뻑 젖은 김지훈과 신현수에 이어 심각한 표정으로 회복실을 지키는 자신들의 모습에 환호성이 터졌다. 환자를 가리지 말라지만 벨기에 대사 부인을 수술한 사실은 일종의 자랑이자 자부심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저 수술 정말 힘들었어.”

이혁원의 말에 다들 입술을 모았다.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한 가족의 삶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일반외과 의사였다.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의 모습이었다.

TV를 시청하는 의료진들의 즐거운 웃음과 잠시나마 오해와 편견을 잊은 사람들의 마음이 밤하늘로 퍼졌다.

이준영 교수 부부의 즐거움이 가장 클지도 몰랐다.

‘명예를 위해서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훈이 네게는 이런 행운도 필요해. 이름을 많이 알려서 나쁠 것은 없지. 저 녀석이 언제 이렇게 컸지?’

“여보, 아무리 겸손해도 뛰어난 사람은 언제가 빛을 본다더니 김지훈 선생님이 딱 그러네요. 당신과 혁원이가 툭하면 말하는 이유가 있었네. 우리 혁원이도 인정받는 의사가 됐으면 좋겠다.”

“난 아니야?”

“호호호! 그런 말도 할 줄 알고 당신 많이 늙었네. 우리 혁원이가 제일 잘생겼죠?”

“그런가? 지훈이 만큼만 해 주면 바랄 게 없어.”

무뚝뚝한 아버지이자 스승의 마음이다.

최문옥 여사와 고성문이 있다.

“우리 둘째 사위 정말 잘났네. 여보, 경아도 지금 보고 있을 텐데 전화 한 통이라도 해요.”

“전화는 무슨? 김 교수 저러다 저거 허파에 바람 들어가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 아무리 보기 좋은 꽃도 일찍 피면 일찍 시드는 법인데 큰일 났네.”

고성문이 슬며시 전화기를 집었다.

아버지와 딸의 대화는 무척 짧았다.

장인과 사위의 대화는 더 짧았다.

한참 엄마와 딸이 수다를 떠는 그 시간 한 놈은 이를 바드득 갈고 있었다. 치미는 화를 못 참겠는지 리모컨을 냅다 던졌다.

일반외과, 그 하루 어디에도 하윤호는 없었다.

“후우! 저 수술을 내가 했어야 하는 건데. 이런 씨펄! 피디라는 새끼도 정말 웃긴 놈이네. 무지하게 찍어댔는데 왜 내 얼굴은 코빼기도 안 나오는 거야?”

병원에 있으면 뭐하나 한 일이 있어야 나오지.

불 꺼진 거실에 나직한 TV 소리만 들렸다.

하윤호 교수의 눈에 제어할 수 없는 초조함이 실렸다.

가뜩이나 없던 환자 씨가 마른지 오래였다.

김지훈은 담도암 환자까지 수술하며 펄펄 날고 있었다. 구미 파견이 결정된 후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가졌지만 이번 주 역시 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박승준 교수는 물론 하성원 원장의 눈빛도 좋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간 조교수 임용은커녕 전임강사 자리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옷 벗어야 할 상황에 몰릴 수도 있었다.

‘저 자식이 구미로 가면 이준영 혼자 그 많은 환자를 다 볼 수는 없겠지. 그 때쯤이면 나아질까?’

한 가닥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지만 불안감은 조금도 가시지 않았다. 돌파구를 찾으려고 해도 실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윤호 교수 자신도 그 사실을 모를 수는 없었다.

스트레스로 위염도 모자라 원혈 탈모까지 생길 지경이었다. 대머리가 될 때까지 고민하고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할 때였다. 기회가 주어질 때 말이다.

토요일 아침, 김지훈이 가는 곳마다 난리가 났다.

화면발이 어떻다는 둥, 인턴 때도 방송을 타더니 또 나왔다는 둥, 구미 갔다 오면 환자에 치어 죽을 것이라는 둥 화제 만발이었다. 덩달아 신현수와 전공의들도 쏟아지는 말, 말, 말에 붕 떴다.

이준영 교수마저 웃음을 보이자 불행히도 얼굴조차 비치지 못한 이경석이 부러워 죽겠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윤호 교수만 초조함을 못 이겨 어린아이처럼 손톱을 물어뜯었다.

들떴던 분위기가 주말을 기점으로 서서히 잦아들었다. 으레 그렇듯 밀려오는 환자와 수술로 숨 가빴고 월요병까지 도진 탓이었다.

구미 파견을 일주일도 안 남긴 시점이었지만 김지훈은 단 한시도 편할 틈이 없었다. 이준영 교수와 신기동 교수가 정말 미친 것처럼 밀어 붙였다. 이혁민 교수와 송재덕 교수도 작정을 한 모양이었다.

“놀면 뭐 해? 예약 환자나 수술도 없잖아. 구미에서 위암 수술도 할 지 모르는데 참관이라도 해라.”

“지훈아, 교수야, 대장도 자르겠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박승준 교수하고 경석이 수술 들어가자. 눈에 확실히 담고 가라. 아니면 철한이한테 창피 당한다. 창피.”

몸이 열 개라도 부족했다.

함께 가는 송진우는 당연히 죽음이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술실에서 살아야 했다. 불길과 비수는 당연히 따라오는 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할 일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었다.

‘어후! 힘들어 죽겠네. 홍간난 할머니라도 멀쩡하시면 얼마나 좋아. 설마 구미가 지금보다 힘들지는 않겠지.’

일복의 제왕, 김지훈이 가기에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고경아도 마음을 정리했는지 철저하게 준비한다며 배정된 수술 이외에 추가 어시스트를 자청했다. 혹시 잊을지 모른다며 수술 기구 목록까지 꼼꼼하게 작성했다.

집에 돌아오면 손잡을 힘도 없었다.

부부가 쌍으로 죽을 판이었다.

이 정도 되면 구미 과장이건 초빙이건 간에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는 누군가는 조급할 수밖에 없었고 한 줄기 빛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호텔 연회실을 밝히는 화려한 조명 아래 정장을 차려 입은 사람들이 모였다. 하윤호 교수가 박승준 교수와 함께 구석에 앉았다.

“저분이 S 병원 원장님, 그 옆이 H 병원과 D 병원 원장님입니다. 맞은편에 앉은 분들은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힘 꽤나 쓰는 분들입니다.”

“힘 꽤나 쓴다고? 뭐하는 분들인데?”

“이 모임이 이름 있거나 병원장이라고 무조건 참석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정관계 분들도 몇 분 있고 사업하는 분들까지 있는데 만지는 돈 단위가 달라요. 저기 머리 벗겨진 양반 보이시죠?”

“의사는 아닌 것 같네.”

“돈이 얼마나 무서운지 저 양반 보면 딱 알 수 있다니까요. 아들이 개망나닌데 돈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으니까 누구 하나 말을 못합니다. 솔직히 병원장님들도 아들한테는 한 수 접어줄 정도라니까요.”

유난히 웃음소리가 컸다. 하얀 바둑돌 속에 박힌 검은 돌처럼 눈에 너무 뜨였다. 주변 눈치 안 보고 무례해 보이는 행동거지까지 일견 졸부의 전형이었다.

“이 자리에 별로 어울리는 사람 같지 않은데 뭐하는 사람이야?”

“양 회장이라고 부르는데 부동산의 귀재에요. 사업 규모가 워낙 커서 벌렸다 하면 어마어마하게 법니다. 아마 오늘 드는 비용도 거의 다 냈을 거예요. 그래서 껴 주긴 하지만 저 사람도 어디 아파서 왔을 때 제대로 대우 안 하면 난리 납니다. 씀씀이는 좋은데 아들하고 하는 짓이 똑같아요.”

짐작이 맞았다.

부동산이 아니라 땅 투기일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저런 사람하고 친해질 이유가 있어?”

“개똥도 쓸모가 있다고 병원 입장에서는 환영할 수밖에 없는 환자입니다. 별 쓰잘데기 없는 이유로 입원이라도 하면 돈은 문제가 안 됩니다. 특실도 모자란 사람이에요.”

‘그나저나 얼마 전에 투자한 돈은 어떻게 된 거야. 서너 배는 문제없다고 했는데 잘못된 것은 아니겠지?’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를 나무라고 있었다.

하윤호의 속마음을 알 수도 없었다.

조용한 듯 왁자지껄한 모임이 이어졌다.

하성원 원장이 박승준 교수를 몇몇 병원장들에게 소개했다. 뜻밖의 말까지 던졌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박승준 선생이라고 제가 기대 많이 하고 있는 선생입니다. 조금만 더 열심히 해주면 응급 센터를 맡길까 생각 중인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흠칫 놀란 박승준 교수가 눈가를 좁혔다.

‘이준영 선생님이 계신데 무슨 말이지?’

형식상 하는 말일까?

이내 이어진 병원장의 말에 집중하기 힘들 정도였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농담처럼 처우가 마음에 안 들면 자신의 병원으로 오라는 말을 던졌다.

“대장 쪽에서는 이름이 있어서 조금만 더 지나면 잡기 힘들 겁니다. 기회 되는 병원이 확 잡아채면 운 좋은 거죠. 박 교수, 내가 눈여겨보고 있어.”

“감사합니다. 원장님.”

“어이구! 내 앞에서 그런 말씀 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절대 안 될 일입니다. 말 나온 김에 우리 하 교수도 잘 부탁드립니다. 박 교수하고는 뗄 수 없을 정도로 가까운 사인데 세상일 누가 알겠습니까? 신경 써 주세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하 교수, 잘 지냈지?”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원장님.”

하윤호 교수의 이마가 땅에 닿을 지경이었다.

정신없는 밤이 지났다.

박승준 교수가 오늘 만난 사람들의 면면을 기억해 내며 일일이 명함을 확인했다. 권위와 명예를 얻은 사람들의 힘과 여유를 보았다.

- 박 교수, 실력만 중요한 게 아니야. 넓은 시각으로 봐야 돼. 인연 잘 쌓고 제때에 활용하면 성공하게 돼 있어. 의사라고 병원만 보고 사는 것 좋지 않아. -

‘하성원 원장님 말씀처럼 눈에 들어서 나쁠 일 없어. 하윤호도 참석하는 모임인데 내가 자리 못 잡을 이유가 없지.’

수많은 기회가 넘치는 모임이었다. 다만 병원을 다시 옮기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자 위험이었다. 특별한 변동이 없는 한 지금 이 자리에서 성공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성원 원장님과 하윤호.’

심사를 복잡하게 만드는 존재들이었다.

박승준 교수가 밤이 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 하윤호 교수 역시 잠시도 자리에 앉질 못했다.

이번 주도 정규 수술은 없었다.

응급실 환자 또한 기대하기 힘들었다.

‘실적 확실히 내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성원 원장의 말이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초조하다 못해 극도로 불안하기까지 했다. 눈에 가시 같은 김지훈이 화제의 중심에 서고 보란 듯 미친 것처럼 수술을 해대니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진료실을 맴돌던 중 한 통의 전화가 왔다.

“하 교수, 환자 한 명 보낼 테니까 이번에는 수술 제대로 해. 이름 보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거야. 까다롭다고 다른 병원 보낼 생각하지 말고 신경 단단히 써. 반드시 원하는 대로 해 줘. 너만 아니라 내 투자 건까지 걸려 있으니까 절대 실수하지 마.”

잔뜩 화가 실린 하성원 원장의 목소리에 번뜩 정신이 났다. 부랴부랴 진료실로 들어간 하윤호 교수가 눈살을 찌푸렸다. 마치 짠 것처럼 자신의 말이 현실이 됐다.

‘양 회장 아들, 양천석?’

웬만한 사람은 눈 아래 깔고 사는 인간이다. 아버지의 위세 덕이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돈까지 걸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 교수, 오래 간만이야. 옆구리에 뭐가 생겼는데 다른 병원 갔더니 수술해야 한다고 해서 찾아 왔어. 자식이 간단한 수술이라면서 시간을 안 맞춰 주네. 내가 누군지도 모르나? 눈은 왜 달고 다니는지 몰라. 내일 오전에 가능하지?”

“먼저 옆구리부터 봅시다.”

“여기야. 여기. 오진하지 말고 잘 봐.”

‘나이도 어린 새끼가 꼬박꼬박 반말이네.’

제법 큰 종물이 만져졌고 가져온 검사 결과를 보니 지방종이 분명했다. 근육 속에 묻힌 것도 아니고, 크기에 관계없이 의외로 수술하기 쉬운 질환이었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일단 크기 때문에 국소마취로는 불가능했다. 솔직히 가능할지도 몰랐지만 수술 중 통증을 완벽하게 제어할 자신이 없었다. 수술 내내 짜증을 내다 못해 버럭버럭 소리까지 지를 인간이었다.

‘이 정도라면 문제없겠어. 아들 수술한 의사를 모른척하진 않겠지? 특실에 일주일만 입원하면 병실 비용만 얼마야? 근데 내일 오전이라고?’

“죄송한데 내일 오전 이외에는 시간이 안 되십니까? 전신 마취를 해야 되고 시간도 늦어 스케줄 잡기가 조금 곤란할 수가 있습니다.”

양천석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하 교수까지 왜 이래? 나 아픈 거하고 기다리는 거 질색이야. 빨리 수술 받고 마음 편하게 쉬었다 가자. 아버지도 한 번 들리실 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

손가락에 동그라미가 걸렸다.

“아! 마취과 의사도 전공의나 새끼 의사들 말고 윗사람한테 해 달라고 해. 이왕이면 과장이 좋겠지?”

VIP 환자가 주는 이득도 있지만 그만큼 단점도 있다. 거만한 표정으로 안하무인, 반말 찍찍 내뱉는 양천석이 대표적인 예였다. 하지만 실적과 양 회장의 힘 그리고 투자한 돈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상당히 무리한 요구가 뒤따랐지만 초조함이 극에 달하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없다. 치료비와 사적 이익을 따지고 있는 자신이 얼마나 초라한지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수술을 끼워 넣어야 하는데 교수들이 알면 가만히 있을까? 김지훈 그 새끼는 또 어떻게 하지?’

“뭘 그렇게 고민해? 병원이 한두 곳도 아닌데 따지기는. 누가 공짜로 해 달래? 아버지가 널 찾아가라고 해서 왔어. 안 되면 관둬.”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제길! 무리가 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네. 설마 이틀 후면 구미 가야 하는 놈이 이 일로 또 지랄하지는 않겠지. 그 자식 수술하는 동안 재빨리 해결하자.”

목요일 오후 4시 30분이다.

금요일 정규 수술 스케줄을 내기 직전이었다.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스케줄 작성까지 직접 하고는 허겁지겁 의국으로 올라갔다. 이혁원이 각 파트에서 취합한 수술 스케줄을 정리하고 있었다.

어린아이, 노인, 질환의 경중을 따라 정해진 원칙에 따라 차례차례 순서를 정할 참이었다.

“이혁원, 스케줄 아직 안 냈지? 이것도 추가해.”

“예? 급하다면 모를까 이미 교수님들도 순서를 대충 아시기 때문에 지금 주시면 올리기 힘듭니다.”

“내일은 내가 수술하는 날이잖아. 첫 수술은 아니어도 되니까 오전에만 배정해.”

가끔 이런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보존적 치료를 하며 지켜보던 입원 환자의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빨리 수술해야 하는 경우다. 응급으로 수술하기에는 준비가 모자라고 마지막 원칙대로 하기에는 시간이 허락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환자도 없는데 갑자기 무슨 수술을 한다는 거지? 외래로 온 환자면 이렇게 급히 넣을 일이 없잖아.’

의아한 눈으로 스케줄을 받아든 이혁원이 눈가를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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