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써전-675화 (675/1,329)

4화. 마음먹기 나름. (2)

‘오늘 집도는 내가 했지만 배운 사람은 나잖아? 그래! 스승님이 퍼스트를 섰지만 난 여전히 배우고 있고 후배들에게 수술을 줄 때는 내가 가르치잖아. 실력이 없는데 교수나 전공의나 무슨 차이가 있어?’

그동안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상황이 다르다고 해도 홍재순과의 경험이 있다.

‘하윤호 교수를 가르친다고 생각하면 속 썩을 일이 없겠네. 좋았어. 교수 자격 안 되는 사람 교수 한 번 만들어보자. 역시 내겐 스승님이 계셔야 돼. 이런 가르침을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수없이 반복됐고 앞으로도 반복될 일이었다. 하윤호 교수의 반응에 달렸지만 분위기를 잘 조절하면 불필요한 충돌을 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집도의로서 해야 될 마무리는 해야지.’

또 한 번 새롭게 정리했다.

다음 날 수술실로 들어가던 김지훈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 투지 비슷한 감정이 들끓었다. 교수로서 또 하나의 시험대에 선 지도 몰랐다.

복강경을 이용한 담낭 절제술이 첫 수술이다.

예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하윤호 교수가 빵빵해진 환자 배를 턱턱 두드렸다. 수술하기 적정한지를 보려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습관이었다. 눈살 찌푸려지는 행동이었다.

‘박승준 선생님과 작은 아버지에게 말을 들었으니까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생각했겠지? 김지훈, 잘해보자.’

“준비 다됐지? 김지훈 선생, 잘 안 보인다. 카메라 잘 비쳐 봐.”

어째 건방을 떨 정도로 여유로운 것 같았다.

김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카메라 각도를 조절했다.

이혁원이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염증이 제법 심한데 끝까지 할 수 있을까?’

강병옥은 눈알을 돌리며 살살 눈치를 보았다.

처컥! 처컥!

끊임없이 공기가 주입됐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하윤호 교수가 눈살을 찌푸렸다. 거친 손에 툭하면 출혈이 발생했고 지혈이 쉽지 않아 끙끙댔다.

“이혁원, 피 나는 거 안 보여? 간 확실하게 밀어. 에이 씨! 오늘따라 왜 이렇게 힘들지?”

간당간당하다.

이대로 가다간 100% 개복이었다.

스스로 자신하는 미니콜레를 할 것이다.

어느 쪽이든 환자에게 득이 될 것이 하나도 없었다.

김지훈이 눈가를 굳혔다.

‘실력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겠지? 그렇다면 후배의 조언도 기꺼이 받을 수 있어야 돼. 보호자에게 입에 거품 물고 설명하는 것처럼 환자도 생각하길 바라.’

생각과 말투는 달라야 한다.

나이 많은 선배가 전공의를 한다고 여겨야 한다.

“선생님, 이 부분에서 켈리를 사용하는 것이 더 쉽지 않을까요? 경험상 전기 소작기로 출혈을 막기 쉽지 않습니다.”

하윤호 교수가 손을 멈추고 김지훈을 보았다.

자존심을 세울까?

아니면 자연스럽게 넘어갈까?

‘어쭈? 안 하던 짓을 하네. 술자리 효과가 있는 모양이야. 쪽 팔리지만 다음 수술을 생각하면 이 정도 말은 들어줘야겠지? 겸사겸사 덕도 보고.’

“그래? 내 스타일하고는 조금 다른 면이 있네. 케이스마다 다를 수 있으니까 이 환자는 켈리로 박리해 보자.”

다소 쉬워졌지만 기구 하나 적절하게 사용한다고 실력이 늘 리는 없었다. 시간이 하염없이 지났다. 조용히 지켜보며 어시스트를 하던 김지훈이 다시 입을 열었다.

동맥 주변을 박리하기 직전이었다.

“동맥 잡을 때 위쪽보다 아래쪽에서 접근하는 방식이 더 쉬운데 선생님은 안 그러십니까?”

‘야! 이 자식 봐라. 목소리까지 사근사근한 게 효과 만점이네. 이제 주변 상황이 확실히 눈에 들어오는 거야?’

하윤호 교수가 입맛을 쩝쩝 다셨다.

“이 경우는 그게 더 나을 수도 있겠네. 잘 봤어. 역시 김지훈 선생 실력이 보통은 아니야.”

거만한 목소리와는 달리 일부 방식 바꿨다고 실력 늘지 않는다. 김지훈이 치밀어 오르는 무언가를 쑥 누르며 수술에만 집중했다.

담낭 관을 잡을 때 슬쩍 조언 하나를 더 했다.

그 덕에 섬뜩한 느낌을 받는 횟수가 줄긴 했지만 식은땀이 나기는 마찬가지였다. 김지훈에게 대놓고 말을 못한다 뿐이지 하윤호 교수의 짜증도 여전했다.

“이혁원, 너 똑바로 안 할래?”

똑바로 하라는 말이 사뭇 다르게 들렸다.

묘한 분위기 속에서 담낭까지 제거됐다. 이미 2시간이 훌쩍 지났다. 하윤호 교수가 피곤한 듯 목을 휘휘 돌리며 기지개까지 폈다.

“어후! 케이스도 많지 않은데 그때마다 왜 이렇게 어려운 케이스가 걸리는지 모르겠네. 김지훈 선생, 미안한데 마무리 부탁해. 바로 다음 수술을 이어해야 하는데 보호자에게 설명할 시간도 없겠다. 안심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해야 하지 않겠어?”

시작만 하고 말 거였으면 애초에 말도 꺼내지 않는 편이 낫다. 여기서 마무리를 대신 한다면 엉뚱한 생각을 할 것이다.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

확실히 해야 했다.

‘이 정도 케이스가 어렵다면 확실하게 배워야지.’

김지훈이 조용히 하윤호 교수를 보았다.

“수술 부위 마무리까지 하시죠.”

“김지훈 선생이 있는데 마무리를 굳이 내가······.”

“집도의는 선생님이십니다.”

목소리가 확 변했다.

하윤호 교수의 얼굴도 따라 변했다.

‘뭐야? 마음 바꾼 것 같았는데 갑자기 왜 이래?’

의아한 눈으로 김지훈을 보던 하윤호 교수가 서늘한 눈빛에 흠칫 놀랐다.

‘이 자식 봐라. 전임되려면 내 의견이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을 텐데 그새 잊은 거야? 내 눈에 벗어나면 너도 끝이야.’

눈썹을 꿈틀거리며 무언의 경고를 날렸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말 몇 마디로 은근슬쩍 넘어갈 상황이 아니었다. 자칫 고집을 부렸다가는 불상사가 벌어질 것 같은 얼굴이었다.

‘제길! 도대체 뭔 수작이야? 마무리는 또 언제 끝내지? 끝까지 해봐야 득 될 게 하나도 없는데.’

김지훈은 자리에서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속마음을 감춘 하윤호 교수가 헛기침을 했다.

“김지훈 선생도 힘들었구나. 말을 하지.”

마지못한 말과 함께 마무리가 시작됐다.

애초에 깔끔하게 진행된 수술이 아니었다.

끙끙 소리가 났다.

출혈 부위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이 부분은 수처를 하셔야지 클립으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피곤하신 것 같은데 제가 해도 되겠습니까?”

목소리가 다시 얌전하게 변했다.

“어휴! 오늘 컨디션이 엉망이네. 부탁할게.”

슥슥 손놀림 몇 번에 출혈이 깔끔하게 잡혔다. 김지훈이 여러 차례 손을 거들었지만 30분도 더 지나서야 마무리까지 모두 끝났다.

수술실을 나가던 하윤호 교수가 이를 악물었다.

수고하셨다는 말에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물론 김지훈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제길! 이 자식이 설마 날 갖고 노는 건가?’

김지훈의 얼굴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없었다.

몇몇 조언으로 거친 손을 상당 부분 막았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했다. 결국 환자도 개복을 면했다. 수술 하나를 두고 오전 내내 매달렸지만 나쁜 결과는 아니었다.

‘쯧! 점심 먹기 글렀네.’

다음 환자가 내려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이혁원이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선생님, 작전 바꾸신 겁니까?”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무슨 생각인지 눈에 빤히 보였을 것이다.

“그렇게 보여? 환자를 위해서는 이게 낫지 않아?”

“예, 무사히 끝나고 나니까 저도 마음이 편합니다.”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 팀의 분위기까지 좋았다면 응당 그렇게 해야 할 일이었다. 물론 하윤호 교수도 느끼는 바가 있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수술이 이어졌다.

손에 익은 복강경이 아니라 미니콜레다.

단 한 번의 경험을 통해 보다 나은 방법을 찾았지만 하윤호 교수의 손에서도 배울 점이 있을 것이다. 두 눈을 부릅뜨고 수술을 보았다.

“김지훈 선생, 수술 보고 싶어 하는 건 알겠는데 너무 들어오지 마. 도리어 방해 돼. 한두 번 본 것도 아니면서 왜 이래?”

대단한 사람이다.

방금 전 수술을 잊었는지 핀잔까지 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꽤나 짜증이 났을 테지만 생각과 행동이 바뀌었다. 오늘도 불과 30분 만에 담낭이 제거됐다. 수술 부위는 엉망 직전이었다.

하윤호 교수가 스윽 김지훈을 보았다.

“이번 수술 마무리는······.”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중간에 말을 뚝 잘라버렸다.

“선생님께서 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하윤호 교수의 숨소리가 거칠어졌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김지훈이 퍼스트를 서는 것만 해도 남들 눈에는 의아한 일이었다. 이 상황에서 목소리까지 높였다가는 더 이상 수술을 함께 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윤호 교수로서는 치명적인 일이었다.

‘이 자식이 정말.’

눈가가 벌게진 채 마무리를 시작했다.

김지훈도 힘들어했는데 쉬울 리가 없다.

미니콜레를 많이 해봤을 테니 복강경 수술보다는 나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도저히 교수라고 봐 줄 수가 없었다.

‘설마 마무리를 한 번도 안 해 본 거야? 도대체 무슨 깡으로 수술을 하는 거야? 생각 이상으로 문제가 너무 크네. 이러다 조만간 사고 치겠다.’

한숨이 나왔다.

손을 따라가며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펠로우가 전임을 가르쳐야 한다니 어이가 없었다.

하윤호 교수가 간신히 주요 출혈 부위를 잡았다.

“타이!”

타이를 하려던 김지훈이 지그시 수술 부위를 보았다. 집도의만 편하다. 손 위치를 살짝 바꿔주면 편할 것 같은데 퍼스트는 조금도 고려하지 않았다.

‘퍼스트를 서니까 도리어 집도의가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씩 보이네. 역시 어떤 상황에서도 배울 게 있어.’

“선생님, 손을 조금만 위쪽으로 올려주시겠습니까? 그래야 타이하기가 좋을 것 같습니다.”

‘집도의는 난데 지금 네 손에 맞추라는 거야?’

사근사근한 말과는 달리 김지훈의 눈빛은 예사롭지 않았다. 불끈 치미는 짜증에 한소리 하려던 하윤호 교수가 의미모를 소리를 내뱉으며 손을 옮겼다.

지적 아닌 지적이 계속됐다.

수술 팀 모두가 땀에 젖을 무렵 수술이 끝났다. 김지훈이 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정말 피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얼굴이 완전히 시뻘게진 하윤호 교수와는 달리 김지훈의 얼굴은 나쁘지 않았다.

분명히 배울 것이 있었다.

‘초반에 손을 쓰더라도 저런 식으로 하면 안 돼. 마무리도 마찬가지고. 그럼 어떤 방식으로 진행해야 안전할까? 기구를 최대한 사용한다고 해서 유리할 것 같지도 않네.’

따라 해야 할 방식이 아니라 반드시 피해야 할 방식을 보았다. 언제 똑같은 실수를 할지 누구도 모른다. 두고두고 명심해야 할 일이었다.

회복실이다.

설명을 마치고 들어온 하윤호 교수가 똥 씹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입가에 거품이 전보다 더욱 풍성하게 맺혀 있었다. 마무리를 직접 했는데 오히려 자신이 없는 모양이었다.

환자 상태를 확인한 김지훈이 슬쩍 고개를 숙이고는 조용히 이혁원을 불렀다.

“혁원아, 미니콜레 보면서 느낀 점 싸그리 말해 봐.”

“예? 전 잘 보지도 못했습니다.”

“눈 뜨고 있는 거 다 봤어. 빨리 말해.”

“선생님, 곤란하게 왜 그러세요.”

“자식이! 네가 보고 문제라고 느낀 게 있으면 같이 고민하자고, 인마. 그래야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낼 거 아냐. 사람이 문제지 미니콜레라는 수술법이 문제가 아니잖아.”

‘이번 수술도 뭔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이거였나? 라파로는 환자를 위해서 가르쳐 주시고 미니콜레는 아직 확실하지 않으니까 도움이 된다면 하나라도 더 아셔야한다 이 말이지?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오네.’

이혁원이 진지해졌다.

우연히 자리를 함께 한 나종진까지 가세했다. 일견 하윤호 교수를 성토하는 자리같았지만 미니콜레라는 수술을 이제야 제대로 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마지막 수술이 이어졌다.

두 번째 수술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피곤에 절은 하윤호 교수가 눈가를 잔뜩 찌푸린 채 김지훈을 불렀다.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김지훈 선생, 도대체 왜 이래? 좋은 게 좋은 거 아니야? 피곤할 걸 떠나서 이러면 서로에게 좋을 일 없다. 얘기 들었으면 세상 만만치 않다는 거 알 때가 됐잖아?”

김지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박승준 교수와 한 술자리를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실력만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정신 상태까지 글러먹었다.

손일석 말대로 계급장 떼고 한 판 붙어도 시원찮을 판이었다. 하지만 이제 시작했다. 당장 쫒아낼 수 없다면 일단 일반외과 의사는 만들어야 했다.

‘사고 치면 당신 선에서 해결한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야. 환자를 생각해서라도 실력 키울 생각이나 해. 내가 이렇게 하는데도 정신 못 차리면 둘 중의 한 명은 옷 벗게 될 거야.’

옷 벗는다는 말과 생각을 몇 번이나 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지그시 이를 문 김지훈이 끓어오르는 가슴을 가라앉혔다. 이유가 무엇이든 지금은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는 편이 나았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할 말도 미리 생각해 두었다.

“미니콜레를 제대로 배우려면 앞으로도 이렇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힘들더라도 절 가르친다고 생각하시고 마무리까지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말과는 달리 김지훈의 눈은 차가웠다.

한 마디 더 하려던 하윤호 교수가 헛기침을 했다.

예의상 한 말이라는 것을 모를 수 없었다.

“정말 그것 때문이야?”

“다른 이유가 있겠습니까?”

‘제길! 도대체 무슨 꿍꿍이야? 김지훈이 나한테 수술을 배운다는 소리가 나오면 그보다 좋은 일도 없긴 한데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 일단 지켜보자. 만일 수작을 부리는 거라면 김지훈, 넌 전임이고 뭐고 끝이야.’

“진작 말을 하지. 알았어. 잘해 보자.”

웃고 있는 하윤호 교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렇게 긴 하루가 지났다.

회진을 끝낸 김지훈이 이혁원과 나종진을 불렀다.

“혁원아, 종진아, 확실히 초반에는 손으로 하는 것이 유리하겠지? 그 이후에 라파로를 응용하면 안전하지 않겠어?”

“예, 저도 그럴 것 같습니다.”

“오케이! 다음 수술에서는 지적 좀 할 수 있겠네. 어찌됐든 수술은 환자를 위해 하는 거잖아. 우리 힘 합쳐서 하윤호 교수 일반외과 의사 만들어보자.”

이혁원과 나종진이 흠칫 놀랐다.

아무리 문제점이 많다고 해도 김지훈의 입에서 나왔다고 생각하기에는 파격적인 말이었다. 더구나 자신들은 전공의다. 눈을 말똥말똥 뜬 채 김지훈을 보던 이혁원이 나직하게 말했다.

“선생님, 상당히 즐거워 보이시는데 제가 똑바로 본 거 맞죠? 오늘 담낭 세 개 절제했는데 6시가 넘어서야 다 끝났습니다.”

김지훈이 갑자기 웃었다.

“예전이었으면 9시에 끝났을지도 몰라. 성질내고 짜증 부린다고 당장 손이 바뀌겠어? 잘 가르쳐서 다음번에는 3시쯤 끝날 수 있게 해 보자. 그리고 혹시 하윤호 교수하고 문제 생기면 바로 나한테 연락해. 누가 잘했든 부딪치면 무조건 너희들 손해니까 명심해.”

마음을 다르게 먹으니 기분이 달라지며 속에 담긴 말까지 팍팍 나왔다. 이혁원과 나종진이기에 어떤 말을 해도 새나갈 염려가 없었다.

전공의를 떠나 든든한 조력자이기 때문이었다.

피할 수 없다면 하윤호를 고쳐라!

그래도 안 되면 하윤호 교수가 왜 교수 자격이 없는지 모든 사람 앞에서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머릿속과 마음이 개운해졌다.

이혁원과 나종진의 얼굴도 편안해 보였다.

이런 날엔 외쳐야 한다.

자! 다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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