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마지막 텀이다 (2)
아뻬가 터져 주변에 고름집이 잡힌 상태다. 맹장이나 인접한 소장 및 장간막에까지 염증이 퍼졌다. 이러한 염증성 병변은 정상 조직보다 훨씬 약하다.
아뻬는 물론 주변에 위치한 혈관도 쉽게 끊어질 수 있다. 따라서 시야를 충분히 확보하고 신중하게 수술해야만 한다. 기구보다는 손으로 직접 수술하는 것이 분명 안전한 방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에게는 개복보다 복강경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은 불문가지의 일이었다. 수술 팀에게도 귀중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물론 이를 뒷받침할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집도의는 이준영 교수다. 치프 정도의 안목으로는 실력을 가늠할 수조차 없다.
오래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까다롭긴 하겠지만 이준영 선생님이라면 쉽게 하실 수 있을 거야. 일단 노티하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려 보자.”
이준영 교수가 나왔다.
이미 터진 지 제법 지난 것으로 판단돼 미룰 시간은 없었다. 바로 수술이 결정됐다.
신현수와 눈을 마주친 김지훈이 신중한 표정으로 말할 기회를 엿보았다. 그런데 미처 말도 꺼내기 전에 이준영 교수가 보호자에게 뜻밖의 말을 했다.
“보호자분,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맹장이 터졌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무조건 배를 열어서 수술을 했습니다만, 이제는 복강경으로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비용은 조금 더 들지만 여러모로 장점이 많습니다.”
복강경이 가진 장단점을 자세히 설명했다. 또한 농양이 형성된 아뻬는 첫 시도라는 점을 솔직하게 말하고, 실패 가능성을 충분히 언급했다.
보호자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첫 시도라는 말을 들은 이상 당연한 일이었다.
“만일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즉시 배를 열어서 수술을 하게 됩니다. 특별한 문제는 없지만, 배꼽 아래에 1센티미터 정도의 수술 자국이 하나 더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실패할 가능성을 여러 번 말씀하셨는데, 혹시 더 위험한 건 아닌가요?”
“위험도는 개복과 동일합니다. 순전히 기술적인 문제와 배 속의 상태가 어떤지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겁니다.”
이준영 교수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자신감이 넘치지도 않았지만, 불안해하지도 않았다. 김지훈의 눈에는 도리어 그 모습이 더욱 믿음이 갔다. 보호자의 눈에도 그렇게 보일 것이다. 반드시 배워야 할 태도 중 하나였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보호자가 라파로를 선택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지훈, 라파로로 준비해.”
“예, 선생님.”
역시 스승이다. 환자와 수술에 대한 고민은 젊은 의사들만의 몫이 아니었다. 이준영 교수 역시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왠지 가슴이 뿌듯했다.
수술 준비가 시작됐다.
이혁원과 함께 수술 방으로 올라가던 김지훈이 신현수에게 눈짓을 했다. 수술 중 무엇을 유념해야 할지 상의하고 싶었다. 아니, 당연히 그래야 했다.
머리를 맞댔다. 일천한 경험이지만, 이를 토대로 최대한의 주의할 점들을 도출해 냈다.
첫 시도이기에 아예 수술 과정을 말할 수도 없는 이혁원이 눈을 크게 뜨고,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심각한 기색을 보이던 김지훈이 미소를 머금었다.
‘기특한 놈.’
불과 3년밖에 차이가 안 난다. 그런데도 이런 생각이 들다니, 치프와 1년차의 차이는 역시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러니 이준영 교수가 김지훈을 볼 때는 오죽할까.
환자가 올라왔다.
신현수가 덧 가운을 입었다. 수술을 참관할 모양이었다.
‘위장관에 적용할 생각을 한다더니, 정규 수술도 모자라 응급 수술까지 따라 들어와? 무서운 놈.’
함께 탈의실을 나가던 신현수가 김지훈을 보며 말했다.
“쉽지 않겠지?”
김지훈이 대답을 하려다 말고 흠칫 놀라며 입을 다물었다. 이혁원이 눈을 부릅뜨고는 절대 그럴 리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기분 좋은 웃음이 나올 정도로 기쁜 일이었다.
수술이 시작됐다.
공기 주입관을 꽂은 직후, 김지훈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신현수와 충분히 상의한 일이었지만 어디까지나 치프들의 생각일 뿐이었다.
“선생님, 평소보다 에어 압력을 조금 줄이겠습니다.”
“왜?”
“농양 주위나 복막에 장이 붙어 있을 수도 있는데, 과도한 압력을 가하면 손상이 가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안전을 위해 당연히 취해야 할 조치였다.
이준영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지훈과 신현수를 보는 눈빛이 부드럽게만 보였다. 반면 이혁원을 보는 눈은 매섭기만 했다. 마치 선배들이 수술에 앞서 어떤 고민을 하는지 절대 잊지 말라는 것 같았다.
절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이제야 다른 1년차를 대하듯 이혁원을 대하고 있었다.
처컥! 처컥!
복막을 뚫는 기구인 트로카의 끝은 무척 날카롭다. 이준영 교수의 손길이 더없이 신중했다. 10밀리미터 트로카 자리로 카메라를 넣었다.
배 속이 환히 보였다. 다행히 복막과 유착된 소견은 없었다. 하지만 아뻬 주위로 대망과 맹장, 그리고 소장이 한데 뭉쳐 한 덩어리가 돼 있었다. 다른 장기를 확인하는 것은 개복보다 훨씬 쉬웠지만 거기까지였다.
김지훈이 눈가를 찡그렸다.
‘완전히 떡이 됐는데 저걸 어떻게 떼어 내지? 이 정도면 아뻬는 거의 썩었을 텐데, 제거하는 것도 문제네.’
잠시 모니터를 보며 생각에 잠겼던 이준영 교수가 단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5밀리미터 트로카.”
조심스럽게 세 곳을 더 뚫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수술이 시작됐다. 이준영 교수의 손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모니터를 보던 김지훈과 신현수의 어깨가 축 처졌다.
허탈하다. 분명 이준영 교수도 자신의 입으로 기술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고 했다. 수술 전에 어느 부분이 얼마나 어려울지 예상하고, 어떻게 퍼스트를 서야 할지 상의했다. 그런데 너무 수월해 보였다.
가느다란 막대 끝에 달린 조그만 켈리가 움직일 때마다 한 덩어리를 이뤘던 장기들이 술술 떨어져 나갔다. 평행 결장에 붙어 있지만 염증이 아주 심하면 그 부분까지 이동해 덮어 버리는 대망이 박리됐다. 소장과 장간막도 신중한 손길에 이내 원래의 자리를 찾아갔다.
퍼스트를 서는 김지훈의 이마에만 땀이 맺혔다.
아뻬가 보였다. 너덜너덜하다. 동맥이 포함된 장간막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찢어질 것 같았다. 이준영 교수라고 해도 결코 만만하지 않은 상태였다.
김지훈의 긴장이 치솟았다.
툭! 툭!
이준영 교수가 가볍게 장간막에 구멍을 뚫었다.
“클립.”
끼이익! 끼이익!
클립 3개씩을 이용해 동맥과 아뻬를 잡았다.
“가위.”
서걱! 서걱!
잘린 아뻬와 동맥 줄기를 배 밖으로 꺼냈다. 주변에 고인 삼출액을 제거하고, 깨끗한 물로 씻었다.
수술 후 배 속에 생길지도 모르는 고름집을 방지하기 위해 드레인을 삽입했다.
허탈하다 못해 어이가 없었다. 마치 수없이 많은 경험을 한 의사처럼 수월하게 수술을 끝냈다.
수술도 결국 한길로 통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준영 교수 역시 지금도 전공의들 못지않게 노력하는 것일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김지훈, 마무리해.”
“예. 수고하셨습니다.”
아직도 얼떨떨하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이준영 교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 무슨 일 있어?”
“예? 아닙니다,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힘찬 목소리는 김지훈의 트레이드마크다. 그제야 이준영 교수가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을 지으며 수술실을 나갔다.
김지훈의 얼굴이 점점 심각해졌다. 라이벌인 신현수에게서 느꼈던 자극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력한 자극이었다. 그저 입만 딱 벌린 채 엄청나다는 생각만이 감돌았다.
‘어후! 스승님을 어떻게 따라잡지? 아니야. 난 할 수 있어. 하나도 남김없이 다 빼먹으면 돼. 파이팅!’
부릅뜬 눈과 불끈 쥔 주먹의 의미가 달랐다.
그때 수술실을 나갔던 신현수가 고개를 들이밀었다.
“지훈아, 이준영 선생님은?”
“방금 전에 나가셨으니까, 보호자를 만나고 계시지 않으면 휴게실에 계실 거야. 왜? 환자 있어?”
“응. 빨리 마무리해. 바로 노티하자.”
환자를 회복실로 옮긴 김지훈이 신현수와 함께 응급실로 내려가 환자를 보았다. 복부 CT까지 모두 확인했다. 날을 잡았는지 이번에도 정말 간만에 보는 환자였다.
Gall Bladder Empyema.
담낭 내 농양.
말 그대로 담낭 내에 고름이 가득 차는 질환이다. 대개는 담석이 원인이며, 전신 상태가 불량한 경우에 많이 발생한다. 이번 환자 역시 전형적인 경우였다.
75세 고령.
고혈압 등의 전신 질환.
수일간 지속된 담석증으로 인한 담낭염.
전통적인 방법은 담낭을 최대한 빨리 절제하는 것이다.
반면 환자의 상태가 나쁘다면, 특히 패혈증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담낭에 고름을 배출할 관만 박고 끝낸다.
배를 열고 닫는 시간은 물론 마취 시간까지 아끼기 위한 방편이다. 근원적인 치료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불가피한 일이었다.
꼼꼼하게 환자 상태를 살핀 김지훈이 콧등을 찡그렸다. 예전의 경험이 떠올랐다. 그 당시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관만 박고 끝냈다. 정확한 판단이었다. 그런데 복강경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질 않았다.
“현수야, 다행히 패혈증은 아주 초기인 것 같은데 라파로로 가능할까?”
“나도 그 생각은 했는데, 관만 삽입하는 것은 몰라도 담낭 절제는 어려울 것 같아. CT상으로도 담낭 벽이 상당히 부어 있어서, 담낭 떼다 잘못하면 간에 손상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아. 관만 삽입하는 거라면 조금만 열어도 되는데, 라파로가 딱히 유리할 것도 없잖아.”
“그러니까 절제를 하든, 관만 박든 개복이 더 유리해 보인다 이거지? 근데 방금 전 수술하시는 것을 봐서는 라파로로도 충분히 절제하실 수 있을 것 같아. 솔직히 이준영 선생님처럼 실력이 있었으면 난 바로 라파로야.”
성향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것이 손의 차이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치프들이 아무리 상의해도 결정은 집도의의 몫이다.
입맛을 쩝쩝 다시던 김지훈이 갑자기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이준영 교수의 결정이 나기도 전에 한계를 절실하게 느낀 것이다.
‘난 아직도 멀었네. 내 실력으로는 라파로는 꿈도 못 꾸잖아. 나도 빨리 담낭을 절제해 봐야 하는데 기회가 있으려나?’
입이 썼다. 신현수는 이미 수술을 해 보았다는 사실에 조급해지는지도 몰랐다. 부러운 건 몰라도, 조급한 건 절대 금물이었다. 차라리 욕심을 부리는 것이 나을 것이다.
노티를 했다. 환자와 검사 결과를 확인한 이준영 교수가 김지훈과 신현수를 불렀다. 회복실에서 내려온 이혁원이 눈을 반짝이며 귀를 쫑긋거렸다. 상태가 좋아 보이는 것이 오프의 힘인 모양이었다.
“김지훈, 신현수, 어떤 수술 방법이 좋겠어?”
신현수가 위험성을 거론하며 여전히 개복이 유리하다고 했다. 신중한 만큼 일리가 충분한 의견이었다. 반면 김지훈은 잠시 고민을 한 끝에 라파로를 주장했다.
“근거가 뭐야?”
“현수가 말한 위험성 이상으로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또한 수술 팀의 능력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최악의 경우 개복을 해야 한다고 해도, 배 속을 확인하는 대로 빠르게 판단을 내린다면 적절한 시간 내에 수술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준영 교수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김지훈과 신현수를 보았다. 그러고는 입가에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번에도 미리 상의를 한 기색이 역력하네. 그래. 너희들이 이제야 진정한 라이벌로 거듭나는지도 모르겠다. 쓸데없는 자존심만 버리면 말이야.’
김지훈과 신현수가 마른침을 삼켰다.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하기만 했다. 일종의 자존심 싸움이었다.
“너희 둘의 판단은 모두 정확해. 어느 방법을 택한다고 해도 그만한 이점이 있어. 김지훈, 신현수.”
그래서 어떤 결정을 했다는 말일까?
“예, 선생님.”
“너희 둘만이 아니라 치프들과 함께 고민하고 상의한다면 가장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다. 신중함과 과감함이 어울리니까 정말 보기 좋다. 앞으로도 기대하마.”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보기 좋다는 말까지 들을 줄은 몰랐다.
순간 김지훈의 얼굴이 벌게졌다. 신현수도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환자를 보는 일은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다. 자신의 의견과 다른 결정이 나더라도 창피하거나 자존심이 상하는 일도 아니었다. 함께 상의하고 고민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로 큰 의미가 있었다.
‘어후! 함께 노력해 최고의 수술 팀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해 놓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거야? 누구 말대로 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 미안하다, 현수야.’
‘후우! 아직도 지훈이하고 자존심 싸움을 했었나? 서연이가 평생을 함께 가야 할 사람이라고 했는데, 무슨 생각을 했던 거지?’
머리 하나보다는 둘이 낫다는 사실을 누구나 안다. 단순하게 지나칠 수도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김지훈이고, 신현수이기에 결코 소홀하게 생각할 수 없었다.
잠시 시간을 준 이준영 교수가 나직하게 말했다.
“김지훈, 라파로 준비해.”
“예, 선생님.”
모두들 부산하게 움직였다.
신현수는 또 수술실에 들어왔다.
수술을 앞둔 김지훈이 슬며시 신현수의 등을 툭 쳤다.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고, 손가락은 라파로 기구를 가리키고 있었다.
스승과 제자의 의견이 일치했다.
좋은 건 좋은 거다.
“현수야, 이번에는 과감이네. 으하하하!”
어린아이 같은 모습에 신현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었다. 김지훈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일이 딱 떠올랐다.
“라파로로 담낭 절제 해 봤어?”
꿀 먹은 벙어리가 따로 없었다.
수술이 시작됐다.
같은 과정을 거쳐 담낭을 확인했다. 퉁퉁 부은 모습이 건드리기만 해도 찢어질 것 같았다.
이준영 교수도 조금은 더 고민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개복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었다.
“트로카.”
입이 또 벌어졌다. 조그만 수술 기구가 움직일 때마다 간과 바짝 붙어 있는 담낭이 떨어져 나왔다. 어느새 담낭 동맥을 잡고, 담낭관까지 잘랐다.
빠르다. 너무 빠르다.
담낭 농양 환자에게는 최고의 결과였다.
콘돔에 담긴 담낭이 나오는 순간 또 어깨에 힘이 빠졌다. 스승은 감히 넘보지 못할 벽이었다. 그런데 가슴속 깊은 곳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신현수가 당면한 라이벌이라면 스승은 미래의 라이벌이었다. 넘어서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들불처럼 타올랐다. 그 끝이 최고의 써전인지는 모르지만, 한 발 한 발 끊임없이 전진할 것이다.
‘스승님, 기다리십시오. 저 달려갑니다.’
그래. 꿈은 크게 가질수록 좋다.
“김지훈, 마무리해.”
“수고하셨습니다.”
마취에서 깨지도 못한 환자가 눈을 벌떡 뜰 것처럼 힘찬 목소리였다. 이준영 교수가 흠칫 놀랄 정도였다.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라 의아한 표정이었다.
그때 돌아서던 이준영 교수가 그렇게 고대하던 말을 했다.
“김지훈, 다음 주에 라파로 하나 하자.”
“예? 혹시 담낭 절제술인가요?”
“그래. 확실하게 준비해. 현수는 상당히 잘했다.”
아예 마른 장작 한 더미에 휘발유까지 뿌리고 불을 지폈다. 김지훈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가공할 눈빛과 뜨거운 열기가 수술실을 휘감았다.
환자가 회복실로 옮겨졌다.
김지훈이 막 수술 방을 나가려던 신현수의 어깨를 툭 쳤다. 반격이다. 확실하게 기를 죽일 일도 떠올랐다.
“현수야, 다음 주면 차이도 없겠지? 아니다. 위암 수술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지. 혹시 해 봤어? 난 그런 소문 못 들었는데.”
신현수의 눈빛이 번쩍였다.
꿀 대신 쓰디쓴 쑥을 씹으며 각오를 다졌다.
하루 저녁의 일치고는 참 복잡 미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