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발전해야 하는 이유 (2)
수술 방 앞이다.
홍채연이 남편과 자식들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코 줄과 소변 줄에, 수액까지 주렁주렁 매단 채 눈길은 오직 가족에게 향해 있었다.
“여보, 당신하고 애들 점심 잊지 말고 꼭 챙겨요. 나 수술 잘 받고 나올게요. 상철 엄마, 고마워.”
남편은 고개만 끄덕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시간이 됐다. 수술 방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유리문 너머로 가족들의 얼굴이 사라지자 홍채연의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홍채연이 수술대 위에 누웠다.
이혁민 교수와 김지훈의 손에 홍채연이라는 환자의 삶이 걸렸다. 물끄러미 자신의 손을 바라보던 김지훈의 두 눈에 단단한 각오가 실렸다.
마취를 걸기 시작했다. 복부를 소독할 준비를 하던 김지훈이 나직하게 헛기침을 했다. 활달한 성격에 약간은 통통했던 사람이 생각보다 많이 말라 있었다. 그동안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문득 환자 앞으로 나온 밥을 상철 엄마와 함께 먹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나마도 한두 술 뜨다 말고 숟가락을 내려놓았었다.
‘체력이 떨어지면 수술도 버티기 힘들고, 회복에도 문제가 생기는데, 그때는 왜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을까?’
육신만 치료하는 사람은 반쪽짜리 의사다. 힘들다고 해도 질병은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한다.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다 보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답이 나올 것이다.
어느새 모든 준비가 끝났다. 어느 틈에 들어왔는지 신현수가 덧 가운을 입고 참관 준비를 하고 있었다. 눈길이 마주치자 신현수가 슬며시 주먹을 흔들어 보였다.
‘환자를 위해서라도 자신을 갖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고맙다, 현수야.’
수술이 시작됐다. 복벽을 열고 배 속을 확인했다.
모든 암은 아무리 조기라고 판정을 했어도 반드시 눈으로 장기들을 확인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전이가 의심되면 원칙에 입각해 수술을 해야 한다.
간을 비롯해 모든 장기들이 깨끗했다. 육안으로는 비대해진 임파선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원격 전이는 물론 임파선 전이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였다.
예정대로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혁민 교수가 한참 동안 위를 촉진했다. 병변 주위에 꽂은 클립을 찾는 것이다.
“김지훈, 만져 봐라.”
부들부들하면서도 두꺼운 위벽이 만져졌다. 그 탓에 가늘고 조그만 클립을 쉽게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신중하게 내시경 소견을 떠올리며 예상되는 지점을 촉진했다. 무언가 딱딱하고 길쭉한 물체가 느껴졌다.
‘하나.’
동일한 촉감의 물체가 두 개 더 만져진다면 정확한 위치를 찾은 것이다. 바로 옆에서, 또 그 옆에서 동일한 느낌을 받았다.
‘둘, 셋.’
위치를 확인한 김지훈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
내시경으로 볼 때보다 훨씬 더 높은 위치였다. 새로운 방법이 아니었다면 고민할 것도 없이 100퍼센트 위전절제술을 해야 하는 경우였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마음이 더욱 강해졌다.
‘동맥 하나라도 잘못 처리한다면 위를 모두 잘라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몰라. 정신 바짝 차리자.’
포셉 끝으로 그 지점을 찍었다. 이혁민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가 맞는 모양이다. 자르자.”
화이트 실크로 수처를 한 후 조심스럽게 잡아당겼다. 위벽이 마치 원뿔처럼 딸려 올라왔다. 수처한 부분을 중심으로 3~4센티미터 여유를 두고 잘랐다.
절제된 위를 펼치자 은색으로 반짝이는 클립이 한가운데서 반짝였다. 정확하게 잘랐다.
절단면에서 피가 철철 났다. 위는 소장이나 대장보다 훨씬 강한 운동을 하기 때문에 혈류도 풍부하고, 동맥도 상당히 굵다. 통상의 위암 수술에서는 혈관을 먼저 처리하지만, 새로운 방법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대기하고 있던 박순용이 재빨리 임상병리실로 향했다. 조직 검사 결과를 기다릴 수는 없었다. 출혈이 지속되는 데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절제를 한 부분은 봉합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니들 홀더.”
이혁민 교수가 점막이 빠지지 않도록 주의를 하며 최대한 빠르게 봉합을 했다. 일일이 지혈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기에, 봉합을 하며 자연스럽게 지혈을 해야 했다.
김지훈도 이를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다. 다른 때보다 강하게 타이를 했다. 점막이 맞붙으며 혈관까지 조여졌다. 빨간 위 점막이 시야에서 사라질수록 출혈도 감소했다.
깔끔하게 봉합이 됐다. 위 모양이 찌그러졌지만 인체의 복원력은 상상 이상이다. 시간이 가면 원래의 모습을 거의 다 되찾을 것이다. 식사든 뭐든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순조롭다. 많은 경험을 한 술기였고, 간단한 과정이기도 했다.
여기까지다.
임파선 절제는 고도의 집중력과 섬세한 손이 필요했다. 위의 혈류를 보존하기 위해 동맥을 비롯해 혈관 손상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리어 위절제술을 할 때는 동맥과 임파선을 동시에 제거하기 때문에 쉽다고 할 수가 있었다.
“켈리.”
막 임파선 절제를 준비할 때 박순용이 들어왔다.
“선생님, 점막에 국한된 암이랍니다.”
암을 모두 들어냈기 때문에 일부분만 확인한 내시경 조직 검사보다 훨씬 정확한 결과였다.
‘정말 다행이다. 이렇게 되면 무리해서 임파선까지 제거해야 하나? 에이! 아니지. 암 주변만 달랑 제거하면서 괜히 이런 방법을 택했겠어?’
순간 든 생각을 털어 버리고 수술에 집중했다.
임파선은 장간막 속에 포함돼 있다. 위는 대장과는 대망으로, 간과 비장 쪽은 장간막으로 연결된다. 결국 지방으로 이루어진 장간막과 대망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
없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대망은 순식간에 제거됐다.
장간막만 남았다. 동맥이 숨어 있는 곳이다.
이혁민 교수의 손이 더욱 신중해졌다.
노란색의 연약한 조직인 장간막만을 제거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가는 혈관이 터질 때마다 주변이 벌겋게 물들었다.
가장 힘을 조절하기 힘든 때가 바로 지방조직을 타이할 때다. 조금만 힘을 과하게 주어도 뚝뚝 잘려 나간다. 김지훈도 타이 하나하나에 극도의 주의를 기울였다.
“타이! 타이!”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만 갔다.
고개도 들지 않고 임파선을 제거하던 이혁민 교수가 잠시 손을 멈췄다. 너무 집중한 탓에 불과 3시간도 안 돼 수술 모자가 흠뻑 젖어 있었다.
체력이 떨어지면 집중력도 떨어진다. 탈수는 더 문제였다.
김지훈이 마취과 간호사에게 눈짓을 했다. 신현수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우유 하나씩 비운 후 수술을 재개했다.
주의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장간막은 연약하다지만 혈관이 포함되면 제법 질기다. 자칫 잘못 당기면 연결된 장기인 간과 비장이 손상을 받을 수 있었다.
한층 더 긴장된 손으로 동맥을 확인하며 장간막의 지방조직을 박리했다.
위의 하부가 벌거벗은 것처럼 드러났다. 간과 비장에 붙은 장간막이 제거됐다. 몸통과 상부에 분포하는 동맥들이 확연하게 드러나며 벌떡벌떡 뛰었다.
남은 부분은 식도 주변이다. 손이 닿는 부위까지 최대한 제거했다. 박리는 물론 타이하기도 정말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이미 위전절제술 때 경험한 부위였다. 장간막이 찢어지지 않도록 적당한 힘과 세기로 타이를 했다. 그래도 이마와 등은 땀으로 축축해졌다.
드디어 장간막이 모두 제거됐다. 그 속에 반드시 제거해야 할 임파선이 포함돼 있다.
“후우!”
길게 숨을 내쉰 이혁민 교수가 목을 이리저리 돌렸다. 김지훈도 뻐근한 어깨를 풀며 수술 부위를 보았다. 마치 뼈대만 남은 건물처럼 위와 동맥을 포함한 혈관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놀랍다. 암이 전이될 수 있는 임파선은 단 한 부위도 남지 않았다. 이 상태에서 암이 발생한다면 재발이 아니라 새로운 암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말 대단하시네. 난 언제 이렇게 수술을 할 수 있을까?’
교수들의 벽은 까마득할 정도로 높았다. 아무리 따라가도 평생 넘지 못할 것 같았다.
마무리가 시작됐다. 혈관들이 아무런 보호 조직도 없이 드러나 있기 때문에 배 속을 씻는 일마저도 조심해야 했다.
드레인을 박고 배를 닫을 차례였다.
“김지훈, 마무리 잘해라.”
“수고하셨습니다.”
김지훈의 손이 휙휙 날았다. 이혁원이 땀을 빼며 타이를 했다.
“연습 좀 하자. 너 조금 있으면 백 일 당직도 끝인데, 아직도 이러면 어떻게 해?”
그 와중에도 김지훈은 깨알 같은 태움을 잊지 않았다.
“내가 봐도 그러네. 혁원아, 한 번 뒤처지기 시작하면 만회하기 힘들어. 동기들이 이겨야 하는 상대는 아니지만, 가장 좋은 경쟁 상대야. 그렇게 해서는 힘들다.”
신현수는 한술 더 떴다. 담담한 말투가 어째 더 아프게 들렸다. 이혁원이 고개도 들지 못했다. 김지훈과 신현수 또한 이혁원에게는 까마득하게 높은 벽이었다.
5시간에 걸친 수술이 끝났다. 예상보다 오래 걸렸지만 앞으로 경험이 쌓인다면 훨씬 빨라질 것이다. 그것 또한 새로운 수술을 통한 발전이고, 환자를 위하는 길이었다.
하루가 지났다.
수술 후 1일째다.
홍채연이 일어나 앉아 있었다. 배에 난 수술 창은 절제술을 했을 때와 똑같지만, 배 속의 수술 크기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기 때문일 것이다.
수술이 잘됐다는 말에도 입가에 미소만 살짝 걸릴 뿐이었다. 생각보다, 혹은 들은 것보다 덜 아프고, 덜 힘들다는 사실에 도리어 불안한 모양이었다.
“정말 암을 다 떼어 낸 건가요?”
“그럼요. 조직 검사 결과만 확인하면 되는데, 수술하면서 본 소견으로는 별문제 없을 겁니다.”
김지훈만 웃었다.
오늘도 정규 수술은 이어졌고, 하루가 정말 빠르게 지났다. 새로운 환자들을 만나고, 기존의 환자들과 작별을 했다. 수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장 취약한 환자들에게 더욱 신경을 썼다.
갑상선 절제술을 한 환자가 내일 퇴원하라는 말에 펄펄 날아다녔다. 치프들이 수술한 환자들 역시 무사히 회복돼 하나둘 퇴원을 했다.
이틀이 더 지났다.
수술 후 3일째다.
홍채연 환자의 괴로움을 가중시키던 코 줄을 뺐다. 목구멍을 꽉 막았던 코 줄이 빠지자 홍채연이 캑캑거리며 기침을 했다. 위를 절제했다면 최소 일주일은 걸릴 일이었다.
정말 빠른 회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채연의 얼굴은 밝아지지 않았다. 그렇게 활달하고 유쾌했던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경과가 상당히 좋은데 얼굴이 너무 안 좋으시네요. 걱정거리가 있으세요?”
“아니에요. 그냥 기운이 없네요.”
시간 나는 대로 환자들을 찾았고, 홍채연의 병실은 그때마다 꼭꼭 들렀다. 점점 오가는 말이 많아졌지만 예전의 생기는 보이지 않았다.
신경이 무척 쓰였지만 교수들의 말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또다시 수술을 하게 됐다. 김지훈은 유방암을, 신현수는 라파로 탈장을, 손일석은 또 한 번의 대장을, 그리고 이경석은 응급으로 들어온 대장 파열 환자를 수술했다.
‘으으으! 탈장을 라파로로? 부럽다. 그래. 이것도 내겐 좋은 일이야. 다음 텀에는 나도 받을 수 있다는 말이잖아.’
똑같은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하며 즐거워했다. 시간이 없을 때면 자신의 환자를 부탁하고, 부탁받은 환자는 자신의 환자처럼 치료했다.
나흘이 더 지났다.
수술 후 일주일째다.
물부터 시작한 홍채연이 어느새 죽을 먹고 있었다. 이제는 걷는 것도 힘들어하지 않았다. 새로운 수술 방법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대단한 결과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얼굴은 어두웠다. 좋은 일은 연이어 타지는데, 유독 홍채연의 반응이 좋지 않아 걱정이 끊이질 않았다. 이유를 물어봐도 웃기만 할 뿐이었다.
조직 검사가 나왔다. 부분 절제를 한 부위부터 임파선까지 병변을 제외하고는 깨끗했다. 이젠 위전절제술을 한 것과 다름이 없다는 확신을 가져도 좋았다.
‘후우! 퇴원할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무슨 걱정을 저렇게 할까? 예전의 영훈이 엄마는 도대체 어디로 갔지?’
한숨을 푹푹 내쉬며 홍채연을 찾았다.
조직 검사 결과를 알려 주었다. 지금까지 힘없이 축 처졌던 홍채연이 눈을 반짝였다. 마치 다짐이라도 받는 것처럼 몇 번이고 다시 물었다.
“정말 다 제거가 된 거죠? 더 이상 내 몸에는 암세포가 없는 거죠?”
목소리가 높아졌다.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수술 잘됐다고 했잖아요. 이제 항암 치료를 하고, 정기적인 검진만 제대로 받으면 됩니다.”
“정말이죠?”
“그럼요.”
“정말이죠?”
“그렇다니까요?”
그것이 반가워 일일이 대답을 했다.
홍채연의 눈가가 갑자기 붉어졌다. 이내 눈물을 뚝뚝 흘리며 펑펑 울었다. 갑작스러운 울음에 당황한 김지훈이 어쩔 줄 몰라 입만 벙긋거렸다.
“선생님, 고마워요. 위를 다 잘라야만 암이 다 없어졌을 거란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어요. 암이 남아 있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만 했어요. 차라리 위를 다 자르는 게 나았을 거라는 생각까지 했어요. 무서웠어요. 정말 무서웠는데 이젠…….”
수술 전보다 더 서럽게 울었다.
수술이 잘됐다고 좋아만 했는데, 정작 환자가 두려워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의사에게는 새로운 시도였지만, 환자에게는 말도 못할 정도로 불안한 일이었던 것이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울음이 멈추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어느 틈엔가 들어온 신현수가 나직한 한숨을 내뱉고 있었다. 그동안 틈틈이 홍채연을 찾아 상태를 살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모두 다 들은 모양이었다.
“죄송합니다. 우린 그런 생각도 못했네요.”
“아니에요, 선생님. 제가 믿지 못했나 봐요. 선생님들을 찾아온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 이제야 알았어요. 정말 고마워요. 정말 고맙습니다.”
또 운다. 전과는 분명 다른 눈물이었다.
“아닙니다. 저희가 고맙습니다.”
착잡하면서도 후련한 마음으로 병실을 나왔다.
신현수가 조용히 말했다.
“이번 수술을 보면서 언젠가는 라파로로 조기 위암을 수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혼자 그런 상상을 하면서 가슴이 부풀었었는데, 오늘 환자를 보니까 조금 더 깊게 고민하고 접근해야 할 것 같다.”
“나도 그런 생각이 드네.”
“환자의 마음을 알지 못하면 치료가 잘되어도 결과는 반쪽뿐이겠지? 어렵다. 예전에는 지식과 실력만 있으면 최고의 써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어렵다.”
무거운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문득 그간 수술에 취해, 성취에 만족해 진정한 의사, 최고의 써전이 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잊고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다시 고삐를 단단히 조일 때였다.
숙소에 앉아 곰곰이 생각에 잠겼던 김지훈이 갑자기 눈을 부릅뜨며 신현수를 보았다.
‘위암을 라파로로?’
“신현수, 라파로는 내 거야!”
자신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신현수가 깜짝 놀라다 말고 별 같잖은 소리를 다 들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꾸는커녕 눈길도 주지 않았다.
김지훈의 매서운 눈초리가 허망하게 흩어졌다.
다시 사흘이 지났다.
수술 후 열흘째다. 홍채연이 퇴원을 하는 날이다.
“호호호! 선생님, 그럼 다음 달에 뵐게요. 집에 가면 식구들도 그렇고, 이웃들도 다들 깜짝 놀랄 거예요. 근데 선생님, 요즘 연애하죠?”
“그건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전공의 중 대장이라고 해도, 1년차 때 생각하면 참 깔끔하게 옷을 입으시네요. 원래 총각 때는 변하기 힘든데 말이에요. 혹시 결혼 날짜 잡히면 청첩장 꼭 주셔야 돼요. 신현수 선생님, 저 퇴원해요. 다음 달에 봐요. 어쩜! 저렇게 잘생기고 깔끔하실까.”
퇴원한다고 해도 아직은 몸조리가 필요한데, 외래로 내려가 이미 인사를 한 이혁민 교수는 물론 이준영 교수에게까지 인사를 하고 다녔다. 즐거운 웃음소리를 온 사방에 뿌리면서 말이다.
영락없는 음성의 오지랖 넓은 영훈 엄마였다. 기억 속의 모습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행복 바이러스다.
김지훈이 정말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었다.
홍채연은 새로운 수술 방법이 얼마나 효과적인 수술인지 온몸으로 증명했다. 환자를 위한 의사들의 고민과 결정이 최고의 결과를 도출했다.
가슴이 뿌듯하다 못해 터질 것처럼 벅차올랐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발전해야 하는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