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오늘만 같아라 (1)
이 순간을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빈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했지만, 규모가 커진 집담회에 불과하다고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았다.
만에 하나 미비하고 모자란 것이 있다면 다음에는 더욱 철저하게 준비하면 될 것이다.
‘긴장할 거 없어. 준비한 대로 발표하고 대답하면 돼. 시작하자. 현수야, 스승님,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영 교수의 눈빛은 확고했고, 신현수는 든든했다.
“안녕하십니까? 전공의 4년차 김지훈입니다. 증례 보고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가장 일반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담낭 절제술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김지훈의 목소리가 침착했다.
한 장 한 장 슬라이드가 넘어갔다.
가장 흔하게 시행되는 수술이었고, 이는 곧 복강경 술기의 기본이다.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었지만 장황해서도 안 된다. 핵심과 요지를 또박또박 정확하게 설명했다.
“다음 슬라이드.”
복강경을 이용한 아뻬 수술에 대한 설명이 시작되자 수많은 의사들의 뜨거운 관심이 느껴졌다.
불현듯 이준영 교수와 했던 수술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국내 최초는 아닐지 몰라도 병원 내에서는 최초였다.
그때의 흥분과 떨림이 다가왔다. 잠을 쪼개 가며 논문과 자료들을 읽고, 또 읽었던 열정이 실리기 시작했다. 마치 지금 수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몰두했다.
“다음 슬라이드.”
복강경을 이용한 탈장 수술이다. 점점 관심과 열기가 고조됐다. 눈은 슬라이드 화면에, 귀는 김지훈의 목소리에 집중됐다. 수술의 장단점과 술기의 어려움을 설명할 때는 많은 의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술의 난이도는 별개의 문제였다.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선구적으로 수술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로 대단한 일이었다. 자부심이 느껴졌다.
마지막 증례가 남았다. 간담도를 전공한 의사들이 가장 관심을 보일 수술이었다.
김지훈이 눈가에 힘을 주며 더욱 집중했다.
“마지막으로 T-tube 삽입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동안 담즙 유출 우려로 인해 개복을 해 왔지만, 복강경을 이용해도 충분히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구체적인 과정 보시겠습니다.”
슬라이드 화면이 차례차례 이어졌다.
하이라이트다. 실제 수술 장면을 찍은 사진들이 나오자 여기저기에서 묘한 탄성이 터졌다. 자신들보다 먼저 시도한 의사가 있다는 아쉬움 같기도 했고, 상당히 숙련된 손놀림에 놀라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왠지 모를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을 느낀 김지훈의 목소리에 힘이 팍팍 들어갔다.
주어진 시간은 모두 50분이다. 증례 보고를 40분 내에 끝내고, 남은 10분은 질의에 답하는 시간이다.
정확하게 발표를 끝내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었다. 그렇게 준비해 왔다.
마지막 슬라이드가 넘어갔다.
9시 40분이다.
“이상으로 증례 보고를 마치겠습니다. 10분간 질문 받겠습니다. 질문 있으십니까?”
아주 짧은 침묵이 흐른 후 질문이 시작됐다.
의사들의 관심 사항은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다르지 않았다. 이준영 교수와 머리를 맞대고 예상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담낭 절제술에 국한됐다고 해도 라파로를 꾸준히 시행해 온 의사들이었다. 이미 일부 수술은 시도를 한 의사들도 있었다. 같은 고민과 같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김지훈이 침착하게 대답을 했다. 상당히 까다로운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쟁쟁한 의사들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정확하게 답변을 했다. 때로는 자신만의 의사를 피력하기까지 했다.
이준영 교수가 마이크를 잡을 필요도 없었다. 그동안 해 온 노력과 땀의 결과였다.
질문과 대답이 이어지는 사이, 시간이 거의 지났다.
“더 이상 질문 없으십니까?”
그때 허경발 원장이 질문을 신청했다. 일순 발표장 전체가 숨을 죽였다. 간담도 분야의 대가이자, 일평생 환자를 위해 몸을 바친 의사를 향한 존경이자 예우였다.
침착하기만 하던 김지훈의 얼굴도 발갛게 상기됐다.
“김지훈 선생님, 아주 잘 들었습니다. 한 가지만 묻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전망이 어떨 것 같습니까?”
의사가 아닌 사람도 할 수 있는 평범한 질문이었지만, 대가이자 큰 스승님의 질문이었다. 외과가 지향해야 하는 또 하나의 미래를 묻는 말이기도 했다.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복강경 수술을 할 때마다 생각해 온 일이기도 했다.
“말씀 감사합니다, 선생님. 복강경 자체와 환자들이 얻는 장점을 생각할 때, 곧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질환에 적용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간담도만이 아니라 위장관과 대장 분야까지 적용할 분야와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의사들 역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허경발 원장이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군요. 맞는 말입니다. 우리 모두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가장 인상에 남을 것 같습니다. 충실한 준비 고맙고, 발표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남은 10분이 모두 지났다. 짧은 휴식에 이어 다음 발표를 이어 가야 한다. 열기가 뜨겁다고 시간을 연장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시작을 알렸던 이준영 교수의 무뚝뚝한 목소리가 이제야 다시 들렸다.
“더 이상 질문을 받을 시간이 없군요. 이상으로 증례 보고를 마치겠습니다. 미흡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큰 박수가 터졌다. 고개 숙여 인사를 하던 김지훈이 긴 숨을 내쉬었다.
학회에서의 첫 발표를 무사히 마쳤다. 언제 또 기회가 올지 모르지만,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자 큰 자산이었다.
슬라이드를 정리한 신현수가 다가오며 씨익 웃었다.
“조금은 떨 줄 알았는데 뻔뻔하게 잘하네.”
이젠 유들유들하기까지 했다. 예전의 그 차가움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를 일이었다.
“속으론 많이 떨었어. 어쨌든 정말 고맙다, 현수야.”
‘감사합니다, 스승님. 경석이 형, 일석아, 고맙다. 선생님들께도 모두 감사드립니다.’
고맙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이준영 교수는 어느새 수많은 참석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너무도 자연스럽게만 보였다. 허경발 원장이 연신 웃음을 터트리며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지훈이 입술을 모았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스승은 앞으로도 마땅히 관심과 주목을 받아야 할 의사였다.
‘스승님, 드디어 스승님이 계셔야 할 자리에 서신 것 같습니다. 왜 제 가슴이 이렇게 먹먹하죠?’
갑자기 어디선가 웃고 있을 고경아가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때마침 이준영 교수가 손짓을 했다. 급히 달려간 김지훈과 신현수가 허리를 깊게 숙여 허경발 원장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김지훈 선생, 오늘 발표 잘했다. 수고했어. 신현수 선생도 수고했어요. 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변에 서 있던 참석자들 중 누군가가 김지훈을 빤히 보다 말고 눈가를 찡그리며 물었다.
“이 교수님, 두 번째 증례로 발표한 라파로 아뻬를 전공의 4년차가 했다는 소리가 있던데, 맞습니까?”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다.
“맞습니다. 오늘 발표한 우리 김지훈 선생이 집도를 했고, 아주 훌륭하게 수술을 마쳤습니다.”
모두들 깜짝 놀랐다. 전공의에게 라파로를 주었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더구나 라파로 아뻬는 첫 케이스라고 했다.
“그래요? 특별히 전공의들에게 라파로에 대한 수련을 따로 시키기라도 하시는 모양입니다.”
“아닙니다. 우리 병원 역시 다른 병원과 상황이 다르진 않습니다만, 노력과 실력을 겸비했기에 주었을 뿐입니다. 김지훈 선생은 제가 가장 신뢰하는 전공의입니다. 여기 함께 있는 신현수 선생도 마찬가지고요. 기회가 되면 라파로를 또 집도하게 할 생각입니다.”
신현수의 눈가에 흥분이 감돌았다. 김지훈은 아예 입을 다물지 못했다.
분명 가장 신뢰한다고 했다. 남들 앞에서는 물론 자신에게도 이런 말을 한 적은 없었다. 그렇게 믿고, 느꼈을 뿐이었다. 그런데 막상 이준영 교수의 입을 통해 들으니 어떤 기분인지 형용할 수조차 없었다.
허경발 원장이 김지훈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이 교수가 눈이 정확하긴 합니다. 허허허!”
얼굴이 벌게질 일이었다. 자리를 지키기가 민망했다. 게다가 정말 중요한 일을 아직도 하지 못했다. 김지훈이 주춤주춤 틈을 보다 슬그머니 빠져나왔다.
따로 모여 있던 교수들이 환하게 웃었다. 고성문만 뒷짐을 진 채 다른 곳을 보고 있어 인사를 하기가 의외로 곤란한 상황이었다.
‘어후! 아버님께 인사드려야 하는데 큰일 났네.’
“지훈아, 치프야, 잘했다. 잘했어. 오늘 끝나고 나서 다 같이 밥 먹을 거니까 그때 보자. 고성문 선생님, 거기서 혼자 뭐하세요? 시간이 조금 애매모호하긴 하지만 함께 가셔야죠.”
고성문이 스윽 고개를 내밀며 헛기침을 했다. 기회를 엿보던 김지훈이 재빨리 인사를 했다.
“아버님, 그동안 별일 없으셨습니까?”
“빨리도 한다. 발표만 잘하면 뭐해? 송 교수, 스승님도 계시는데 가야지. 늦으면 내일 아침에 가지, 뭐.”
장인의 말투가 어디 갈 리 없었다. 뭔가 말을 해야 하는데 그걸 알면서도 입이 열리질 않았다.
그때 이경석과 손일석이 고경아와 함께 다가왔다. 성미경 간호사까지 있어 인사하는 데 휴식 시간을 다 썼다.
“그럼 이따가 봅시다. 지훈아, 치프야, 가서 다음 발표 듣자. 가자.”
두 번째 발표가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고성문이 김지훈과 고경아에게 눈치를 주며 구석으로 갔다.
“자네, 그 옷 인사하러 왔을 때 입은 옷이지?”
“예? 예, 맞습니다.”
“에이! 옷 살 시간도 없었어? 이런 때는 젊은 사람답게 좀 꾸미고 그래야 할 거 아냐? 양복에 흰 양말은. 쯧쯧! 옷이 날개라는 말이 괜히 있는 줄 알아?”
‘경아야, 김 서방이 옷 살 시간이나 있겠니? 얼굴 보기 힘들더라도 네가 좀 참아야 된다. 하긴 머리에 떡을 진 채 인사하러 온 놈이 제 손으로 옷을 살 리도 없겠지.’
김지훈은 머리만 긁적이고, 고경아는 공연히 안절부절못했다.
고성문이 입맛을 다시며 뭔가를 내밀었다. 신용카드다.
“경아야, 이걸로 이놈 옷 한 벌 사 입혀.”
김지훈이 깜짝 놀랐다.
“아닙니다, 아버님. 제가 사겠습니다.”
“내가 자네 예뻐서 이러는 줄 알아? 다 우리 경아 위해서 하는 일이야. 잔말 말고 경아가 사다 주는 옷이나 잘 입어. 그래도 오늘은 머리는 감고 왔네.”
미처 감사하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고성문이 홱 돌아섰다.
허경발 교수 옆자리에 앉으며 슬며시 목을 뺐다. 김지훈이 고경아와 함께 자리를 찾고 있었다.
‘우리 경아 눈에서 눈물 나는 순간, 자넨 내 손에 죽는 거야. 알았어? 그래도 내가 사위 하나는 정말 잘 얻었네. 발표 참 깔끔하게 잘했고, 겉멋 든 놈보다는 백배 낫지.’
눈가에 즐겁고 행복한 미소가 한가득 걸렸다.
고경아 옆에 바짝 붙은 김지훈은 더했다. 입이 찢어지기 직전이었다. 겉으로는 아무리 타박을 해도 장인어른은 자신을 정말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다.
‘아버님, 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내가 예쁘면 처갓집을 향해 절을 한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반대였다. 장인의 마음을 아는 순간 고경아가 왜 이리 예뻐 보이는지 모를 일이었다. 사람들만 없었으면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을 것이다.
고경아가 불을 질렀다.
“지훈 씨, 정말 멋졌어요. 최고예요.”
이보다 더한 칭찬과 기분 좋은 말은 없었다. 근질거리는 입술을 참느라 끙끙 앓아야 할 지경이었다.
다음 발표가 이어졌다.
손일석이 하품을 하고, 이경석은 마치 무슨 생각이라도 하는 것처럼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신현수만이 눈가를 좁힌 채 집중하고 있었다.
고경아도 약간은 따분할 수밖에 없었다.
“지훈 씨, 재밌어요?”
말이 없다. 아무리 목소리를 죽였다지만, 옆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듣지도 못한 것 같았다. 오직 발표에만 눈과 귀를 집중하고 있었다.
나직한 한숨을 내쉬던 고경아가 미소를 머금었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
결코 한눈을 팔지 않는 사람.
하기에 오직 한 여자만을 사랑할 것이다. 그렇게 믿었고, 확신했기에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고경아의 마음도 모른 채 김지훈은 한곳만 보고 있었다.
‘야! 저렇게도 수술을 하네. 약물을 간암에 직접 주입해서 사이즈를 줄인 후, 수술 크기까지 줄인단 말이지? 대단하다.’
새로운 세계다. 논문으로 보는 것과 직접 경험을 한 의사들의 설명을 듣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명쾌하면서도 놀랍고, 왜 우리는 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한 여운을 남겼다.
큰 박수와 함께 두 번째 발표가 끝났다.
고경아가 잠시 화장실을 간 사이, 손일석이 눈짓을 하며 김지훈을 구석으로 잡아끌었다. 절대 졸지 않았다는 듯 눈빛이 유난히도 반짝였다.
“왜 그래?”
“고성문 원장님이라는 분이 장인어른 되시는 분이야? 제수씨 아버님 맞지? 내가 제대로 들은 거지?”
“제수씨?”
“아니, 처형 되실 분. 됐지? 내 말이 맞지?”
손일석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맞긴 한데, 너 오늘은 말조심해라. 지금처럼 처형 뭐, 이런 소리 잘못 나오면 넌 바로 이거야.”
김지훈이 목을 치는 시늉을 했다.
“나야 지금은 총애를 받고 있지만, 장인어른 상당히 꼬장꼬장하신 분이다. 삐끗하는 순간 회복 불능이 될 수가 있어.”
“그래? 보기에도 그러실 분 같긴 해. 지훈아, 오늘 나 지원사격 좀 해 줘. 잘되면 니가 원하는 건 한 가지는 무조건 들어줄게.”
“오늘 저녁 식사 때? 선생님들 다 계시는데 무슨 소리야? 우린 술 한 잔 받기만 해도 다행이야, 인마.”
손일석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모르는 소리. 지레짐작으로 포기하는 놈에겐 기회가 없는 법이야. 모든 일에는 반드시 기회가 있어. 그걸 제때 포착하는 게 바로 능력이지. 고맙다, 지훈아.”
“뭐? 난 아무 말도…….”
“약속한 거다. 믿는다.”
손일석이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고는 막 발표장으로 들어오는 고경아를 향해 달려갔다. 만면에 가득 미소를 머금고 말이다.
“경아 씨,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굉장히 건조하네요. 제가 음료수 하나 사다 드릴게요. 뭐 드실래요?”
“어머! 전 괜찮아요.”
“아닙니다. 갈증을 느낄 때는 이미 늦은 겁니다. 그 전에 적당하게 수분 섭취를 해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전에 보니까 이온 음료 좋아하던데, 그걸로 준비할게요.”
사실 굳이 외부로 나가 음료를 살 필요는 없었다. 학회장에는 이미 주스와 커피가 준비돼 있기 때문이었다. 발품을 팔면 더욱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일념하에 손일석이 바람처럼 이온 음료를 사 왔다.
손일석이 기대한 대로 고경아가 무척 고마워했다.
김지훈이 쩝쩝 입맛을 다셨다.
생활 능력은 누구보다도 강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시간이 갈수록 정말 강한 놈은 바로 손일석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역시 강호의 하류 문파인 하오문 문주다운 처세술이었다.
간단한 점심 식사 후, 나른함이 가시기도 전에 어느새 오후 발표까지 모두 끝났다. 오래간만에 서로의 얼굴을 본 참석자들이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서로 경쟁하고 앞서가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결국에는 모두 동료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계시네. 오늘 참석하신 모든 선생님들께 정말 많은 걸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참이 지나서야 저녁 식사 자리로 이동할 수 있었다. 허경발 원장과 재야의 고수 고성문 원장이 참석하는 자리였다.
고경아와 성미경 간호사도 함께했다. 제각각 다른 의미의 기대를 하며 자리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