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우리의 능력을 증명해 보자 Ⅰ (1)
은근히 설렌다.
손일석의 추측이 사실일까?
지금도 최고의 써전이 되고 싶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왔다. 스승과 교수들의 가르침을 잊지 않도록 항상 경계했다.
그 덕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독불장군은 없다. 스승과 교수, 그리고 동기와 후배들까지 모두 함께 가야 한다. 또한 큰 스승님의 말씀대로 진정한 의사가 되는 것이 우선이었다.
실력과 인성, 그리고 환자를 대하는 자세까지 아직 배우고 몸에 익혀야 할 것이 무수하게 남았다. 만일 손일석의 말이 사실이라면 도리어 더욱 각오를 다져야 할 때였다.
‘어쨌든 일석이 말대로 모두가 함께 남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그렇지. 나 혼자 총대를 메라고 해? 알았어. 니들이 이렇게 나온단 말이지.’
밤새 뒤척이다 말고 눈을 뜰 때마다 김지훈의 눈이 번쩍였다. 오늘따라 한가한 응급실에 곤히 자고 있는 신현수를 보는 눈빛이 으스스했다.
다음 날 아침.
임영순 환자의 보호자들이 수술에 동의했다. 일단 환자의 몸 상태를 회복시키고,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수술을 하기로 했다. 수술이 가능하다면 무조건 위전절제술을 해야 한다. 상당한 압박이 느껴졌다.
회진이 끝날 무렵, 이준영 교수가 김지훈을 불렀다.
“스키로스 타입이라고? 빨리 발견해서 다행이다. 수술도 잘될 수 있도록 단단히 준비해.”
“예. 명심하겠습니다, 선생님.”
이준영 교수의 입가가 살짝 말렸다. 눈가에는 잔주름이 잡혔다. 좀처럼 볼 수 없는 표정이었다. 게다가 어깨까지 두드렸다. 스승이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칭찬이다.
“야! 그거 진단하기 정말 힘든 병인데 응급실에서 어떻게 찾아냈니? 잘했다. 잘했어. 이 교수, 걱정하지 마. 수술도 잘할 거야. 이놈 정도면 믿을 수 있잖아. 암! 그렇고말고. 지훈아, 치프야, 대장 하자. 대장.”
송재덕 교수야 언제나 좋은 말을 하며 기운을 북돋아 주지만, 오늘따라 목소리에 더욱 큰 즐거움이 실려 있었다.
냉정하기로는 이준영 교수 못지않은 신기동 교수도 웃고 있었다.
갑자기 기가 팍 살았다. 수술 방으로 내려가는 동안 각오를 다졌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시도는 해 볼 일이었다.
긍정은 힘! 깨지고 타면 어떠리!
꾸준히 도전하면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다.
첫 번째 수술이 시작됐다.
유방암 환자다.
이혁민 교수가 메스를 드는 모습을 보던 김지훈이 눈가에 바짝 힘을 주었다. 무작정 집도의의 손에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호흡을 맞추는 것이 오늘의 목표다.
‘어정쩡하면 더 탄다. 이왕 마음먹은 거, 눈 딱 감고 확실하게 하자.’
환자의 좌측 가슴을 타원 모양으로 길게 절개했다. 전기 소작기를 이용해 피하지방층을 따라 유방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에서 빨간 피가 새어 나왔다.
“타이!”
편안하게 하던 대로.
김지훈이 빠르게 타이를 했다.
전과는 분명 달랐다.
이혁민 교수가 힐끗 김지훈을 보았다. 가슴이 서늘해지는 순간이었지만 별말이 없었다.
이내 세심한 손길로 유방 조직을 들어내기 시작했다. 흉부 근육과의 경계부에 도달했다. 유방에 피를 공급하는 굵은 동맥들이 나오는 부분이다. 상당한 주의가 필요했다.
노련한 외과 의사의 수많은 경험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동맥의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낸 이혁민 교수가 세심한 손길로 동맥을 잡았다.
김지훈이 본연의 손으로 타이를 했다. 여전히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어떤 의미인지 확실하지 않다.
김지훈이 숨을 가다듬었다. 이혁민 교수의 손을 방해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도, 자신의 손이 필요한 과정에서는 적극적이고도 과감하게 움직였다.
이혁민 교수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김지훈, 여기서 주의할 것은 출혈이다. 그건 알제?”
순간 긴장하고 말았다.
“예. 주의하겠습니다.”
그것으로 끝이었지만 왠지 더 초조해졌다.
곧 유방이 거의 다 절제되고 좌상방 부분만 남았다. 어깨 쪽으로 주행하는 임파선을 절제하는 시작점이다. 출혈도 문제지만 과다한 임파선 절제는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이혁민 교수의 손이 더욱 세심해졌다. 김지훈 역시 최대한 조심스럽게 퍼스트를 섰다. 이것 또한 내 손이라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이 부분에서는 무엇을 조심해야 하나?”
“유방과 연결되는 임파선만 잘라야지, 다른 임파선을 자르면 안 됩니다. 그래야 수술 후 합병증인 팔의 통증과 심한 부종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래, 맞다. 임파선은 눈에 안 보인다고 해도 주행하는 길은 유추할 수 있다.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하는지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유방을 절제할 때보다 훨씬 주의해야 한다.”
태울 때나, 칭찬할 때나, 설명할 때나 항상 조곤조곤한 목소리다. 그때의 분위기나 내용만으로 판단해야 한다.
생각보다 훨씬 반응이 좋았다. 제대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방심할 때가 아니었다. 의식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긴장을 풀지 못했는지 등짝이 슬슬 축축하게 젖고 있었다.
조용한 가운데 수술은 계속 진행됐다. 임파선을 제거한 후 마무리가 시작됐다. 좌측 가슴부터 겨드랑이 부분까지 수술 부위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제법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세심하고 부드러운 손과 과감한 손이 어울렸다. 때때로 호흡이 맞지 않을 때가 있었지만, 뜻밖에도 상당히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이혁민 교수의 배려만이 아니라 김지훈의 실력 역시 상당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느새 수술이 끝났다.
‘도리어 예전보다 훨씬 편하네. 제대로 짚은 걸까? 수술도 잘 끝났으니까 어떤 말이든 한마디 하시겠지?’
기대와는 달리 아무 말도 없었다. 은근히 초조했다.
주변에는 이혁원과 고경아뿐이었다. 이제 1년차를 시작한 놈의 눈은 믿을 수가 없었다. 속도 모르고 별말 없이 수술 잘 끝났다고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고경아에게 눈길을 돌렸다.
‘전하고 다르신 것 같긴 한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그렇죠? 다음 수술을 해 봐야 알겠네.’
역시 고경아다. 김지훈의 눈빛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어쨌든 무언은 긍정에 가깝다. 약간의 확신이 서며, 다소의 자신감이 붙었다.
“배운 대로 편안하게.”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다.
갑상선 수술을 할 때는 더욱 자연스럽게 퍼스트를 섰다. 유방암 수술보다 크기는 작아도 훨씬 위험한 부위였기에 상황에 맞게 과감하면서도 신중하게 임했다.
간간이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다는 것인지, 아닌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이혁민 교수의 반응에 너무 촉각을 곤두세운 모양이었다. 아니면 주로 수술에 관한 말인 데다 항상 일정한 높이의 목소리 탓에 감을 잡기 힘든지도 몰랐다. 눈치 빠른 손일석이 옆에 있었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 지경이었다.
수술 중 잡생각을 하는 것만큼 위험천만한 일은 없었다. 김지훈이 고개를 빠르게 흔들고는 수술에 집중했다.
두 번째 수술도 끝났다. 지금쯤이면 최소한 힌트라도 줄 때였다.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수술 방을 나가던 이혁민 교수가 갑자기 김지훈에게 손짓을 했다. 귀가 쫑긋 열렸다.
“음! 이 정도면 수술 후에 출혈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하지만 조금 더 노력해야 한다. 임영순 환자 수술은 결코 만만치 않아. 근데 니 뭔 일 있었나? 꽤 변했네.”
이혁민 교수의 눈이 웃고 있었다. 마스크가 아니었다면 입가에 걸린 미소까지 보았을 것이다.
왜 숨을 내뱉기 힘든지 모를 일이었다.
“이제야 수술할 맛이 조금 나네.”
마지막 말에 김지훈의 입가가 쭉 찢어졌다. 힘차게 인사를 한 김지훈이 남몰래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 없는 환호성을 질렀다. 하루 종일 어깨를 짓눌렀던 긴장이 확 풀렸다.
‘좋았어. 이 정도면 90퍼센트 이상 합격이야.’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찾았다. 나머지 10퍼센트만 확신으로 바뀐다면 더 이상의 문제는 없을 것이다.
고경아도 활짝 웃고 있었다. 4년차가 된 이후 처음으로 타지 않는 모습에 정말 기뻐하고 있었다.
‘지훈 씨! 파이팅!’
‘오늘 저녁 맛있는 거 먹읍시다. 밥 먹지 말고 기다려요.’
고경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눈빛만으로도 술술 대화가 된다. 정말 뿌듯하고 기분 좋은 하루다.
흥분을 가라앉힌 김지훈이 눈을 감은 채 오늘의 일을 정리했다. 수술이 끝난 치프들이 하나둘 모였다. 신나게 탄 모양이었다. 표정이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모든 관심이 온통 김지훈에게 쏠렸다.
하루 종일 노심초사하며 얻은 답을 그냥 알려 달라고?
어림도 없는 소리다. 위험을 무릅쓰고 나무에 먼저 올라간 놈이 달콤한 과실을 얻는 법이다. 밑에서 입만 벌리고 있으면 그만큼 기다려야 하는 게 마땅한 일이다.
‘며칠만 더 타세요. 나 혼자 총대를 멨는데, 그 정도 대가는 치러야지.’
문제는 손일석이다. 그놈의 예리하고 날카로운 눈과 귀가 무엇을 보고 들었는지가 관건이었다.
김지훈이 슬쩍 손일석에게 눈길을 주었다.
“지훈아, 어떻게 됐어? 빨리 말해 봐. 예전의 송재덕 선생님이 아니야. 이러다 악몽을 꿀지도 몰라.”
손일석도 결과를 알지 못했다. 하긴 이혁민 교수의 목소리만으로는 분위기를 판단하기 힘들다. 수술 모자와 마스크 때문에 표정은 볼 수도 없다. 더구나 수술실 밖에서 봐야 하니 상황을 파악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혁원도 마지막 말은 못 들어 정보가 샐 염려도 없었다.
절대 티가 나서는 안 된다. 10년이 넘도록 붙어 다닌 손일석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비장의 카드가 필요했다. 정말 심각해져야 한다.
본능적으로 임영순 환자가 떠올랐다. 위를 모두 잘라야 한다. 수술 과정이 빠르게 뇌리를 스쳤다.
식도가 보였다. 수술 시야가 극도로 나쁜 상황에서 자르고 소장과 이어야 한다. 생각만으로도 심한 긴장과 압박이 느껴졌다.
“후우!”
길고 무거운 한숨이 저절로 터졌다. 손일석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도대체 뭐야? 이러다 4년차 끝나기도 전에 다 타 죽겠다. 에이! 대놓고 물어볼까?”
“일석아, 그거 좋은 생각이다. 이준영 선생님이나 신기동 선생님보다는 송재덕 선생님이 한결 편하잖아.”
“형, 누구 잡을 일 있어? 야야야! 소리 들을까 봐 잠이 안 온다고 했잖아. 얘기해 줄 거였으면 벌써 알려 주셨겠지. 그리고 솔직히 선생님들이 언제 우리에게 친절한 적이 있었어? 무슨 선문답도 아니고, 만날 갑갑한 문제 하나 툭 던지기나 하고 말이야. 에이! 우리가 똑똑하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벌써 다 쫓겨났을 거야.”
신현수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지훈아, 혹시 다른 말씀은 없었어?”
왠지 미안했다. 하지만 어젯밤 분명히 맞장구를 치며 좋다고 박수를 쳤다. 이번 주 정도는 활활 타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래야 이제 이틀 남았다. 많이 봐준 거다.
표정 관리가 힘든지 김지훈의 얼굴이 벌게졌다. 속으로는 웃음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럴수록 치프들의 얼굴이 더욱 심각해졌다.
무겁고 밝은 분위기 속에서 일과가 끝났다. 고경아와 맛있는 저녁을 함께 먹을 시간이었다.
“지훈이 데이트하러 가?”
입을 열면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눈에 힘을 꽉 주고 고개만 끄덕였다. 이럴 때 한숨은 필수다.
“데이트하러 가는 놈이 그게 뭐야? 어깨 펴고 힘내, 인마. 우리가 한두 번 타냐?”
걱정하는 목소리에 왠지 미안한 마음도 잠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손만 들어야 했다. 쭉 찢어진 입가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세상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솔직히 짧아도 이틀, 길면 이번 주 정도는 갈 줄 알았다. 목요일에는 모처럼 수술도 없어 들킬 염려도 없었다.
순조롭게 일과를 마치고 숙소에 들어가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손일석의 헤드락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이경석의 가공할 주먹이 등짝에 퍽퍽 박혔다. 신현수는 팔짱을 낀 채 예전의 차갑고 냉정한 모습으로 돌아와 노려볼 뿐이었다.
그 순간 직감했다. 걸렸다.
“니가 감히 날 배신을 해? 넌 오늘 죽었어.”
“지훈아, 난 폭력을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오늘은 예외다. 신기동 선생님한테 죽을 뻔했다.”
처절하게 응징을 당했다. 걸린 건 분명한데, 도대체 어떻게 알았는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욱신거리는 몸을 간신히 챙기고 눈치를 보며 조용히 물었다.
“형, 어떻게 알았어요?”
“어휴! 이 자식을 그냥 확! 신기동 선생님이 김지훈은 제대로 하는데, 넌 왜 아직도 이 모양이냐고 하시는 순간 배신감에 억장이 무너지더라.”
신현수까지 가세했다.
“너 이러면 반칙이다. 우리 정정당당했으면 좋겠다.”
“정정당당? 속았어. 저 자식이 혼자 잘 먹고 잘 살 셈이었던 거야. 십 년이 넘게 절친이라고 믿었는데 등에 비수를 꽂아? 김지훈, 너 이리 와. 너 죽고 나 죽자.”
머리에 빨간 띠만 안 둘렀지, 성토대회가 따로 없었다. 아랫년차들이 없다는 게 정말 다행이었다. 역시 거짓말을 한 놈은 선의든 아니든, 그에 합당한 벌을 받는 모양이다.
김지훈이 이혁민 교수와 수술을 하면서 느낀 점과 들은 말을 자세하게 설명을 한 후에야 용서를 받았다. 커피에 음료수까지 바치며 온갖 비굴한 미소를 다 짓고서야 말이다.
“아! 그러게, 총대 메라면서 박수는 왜 쳐? 솔직히 속으로는 좋아했잖아.”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고 발악을 하긴 했다. 결과는 굳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이럴 땐 얌전히 입 다물고 있는 것이 최선이란 사실을 온몸으로 깨달았다.
그때 이혁원이 환자 문제로 노티를 했다.
“알았다. 내려갈게, 횩원아.”
발음도 제대로 안 된다. 생각보다 많이 맞긴 맞은 모양이었다.
다음 날, 이번 주 마지막 정규 수술이 시작됐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고 해도 몸이 따라 주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한순간에 집도의의 손보다 자신의 손에 충실해진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력 때문일 수도 있고, 성격 때문일 수도 있었다.
의외로 손일석과 이경석의 얼굴이 좀처럼 펴지질 않았다. 고지가 눈앞인데 밟을 수가 없으니 답답할 것이다.
반면 신현수는 확실히 달랐다. 냉정한 판단하에 차근차근 자신의 손을 확연하게 보였다.
“오늘 수술 편했다. 잘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이준영 교수의 말이었다. 위장관 파트에 더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이혁민 교수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존경하는 교수였다.
신현수의 얼굴에 감동의 물결이 퍼졌다.
***
한바탕 난리가 잦아들고 안정을 찾을 무렵, 임영순 환자의 수술 날이 결정됐다. 다음 주 월요일이었다.
날짜를 받아 든 김지훈이 콧등을 찡그렸다. 이제야 교수들과 호흡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알기 시작했는데 너무 큰 수술이 잡혔다. 벌써부터 긴장감이 다가왔다.
주말 내내 수술을 준비하며 환자 상태를 최대한 회복시켰다.
물론 주어진 행복을 놓칠 수는 없었다. 고경아의 집에서 삼시 세끼를 해결하며 필요한 때만 병원을 찾았다.
응급 수술이 연이어 벌어졌고, 손일석과 이경석의 얼굴에도 점차 편안한 미소가 걸리기 시작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어느새 월요일 아침이 밝았다. 임영순 환자의 수술 전 준비가 시작됐다.
수액을 달고, 예방적 항생제가 투여됐다. 코 줄과 소변 줄을 낄 때는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참을성이 많은 환자였다. 보호자들에게 도리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수술 방 앞이다. 보호자들의 눈가가 붉어졌다.
“어여들 가. 나 때문에 출근도 못해서 어떻게 한다니. 걱정하지 말고 빨리들 가. 난 괜찮아. 갈 때 차 조심하고.”
어머니의 마음이다.
“어머니, 수술 잘될 겁니다.”
자식들의 눈물 속에, 스키로스 타입의 위암이라는 진단을 받은 고령의 임영순 환자가 수술 방으로 들어갔다. 의료진들의 얼굴에 서서히 진한 긴장이 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