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꽃은 꽃이다 (2)
일은 죽어라고 할 테니 오프만은 확실하게 보장해 달라는 간절한 눈빛이었다. 같은 년차가 4명이니 최악의 경우 4일에 한 번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이틀에 한 번 오프를 갈 수도 있었다.
김지훈의 말 한마디에 이삼 년차 8명의 생활이 걸렸다. 의국원들의 초조함과는 달리 김지훈에게는 생각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줄 건 줘야 원하는 것을 얻는 법이다.
‘오프 문제는 빨리 얘기해 줬어야 하는데, 왜 이렇게 정신이 없지? 오프 못 가는 설움을 니들한테까지 줄 수는 없지.’
적당한 오프는 힘이다. 그동안 치프들이 오프도 제대로 가지 못했다는 사실은 조금도 고려할 가치가 없었다.
“두 명씩 당직 서.”
“그럼 이틀에 한 번입니까?”
“당연하지.”
의국원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얼굴까지 벌게졌다. 당장이라도 환호성이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오프를 가는 그 시간까지 내색조차 할 수 없었다. 손일석을 뺀 모든 치프들의 얼굴이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불에 타고, 비수에 찔리고, 조곤조곤한 말에 짓눌렸다.
후우! 휴우! 어후!
무거운 한숨 속에 치프들의 첫날이 지나갔다. 이러다 수련이 끝날 때까지 4년 내내 탈 판이었다. 자끈거리는 골치에 은근한 피곤이 몰려왔다.
그래도 이틀마다 한 번씩 오프를 간다.
카르페 디엠!
하지만 내일은 또 어떨까?
***
4년차 치프 생활은 달랐다. 전공의 회진 때마다 우르르 뒤를 따르는 의국원들 덕분인지 환자들의 시선이 전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이혁민 교수의 방침 때문일 수도 있었지만, 교수들 역시 치프들의 의견을 십분 존중했다.
이틀마다 가는 오프는 삶의 활력소이자 힘이었다. 김지훈의 너그러운 결정에 감동한 이삼 년차들은 제 몫을 단단히 해냈다. 펜티엄의 위력에 힘입어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케이스 작성도 척척 해결해 냈다. 100일 당직에 들어간 1년차들의 어깨에는 피곤이 잔뜩 내려앉았다.
모든 일이 순조로웠다. 수술 중 타는 것만 빼면 말이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오상익 교수와 구영선 교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급기야 손일석까지 송재덕 교수에게 한 소리를 들었다.
“일석아, 치프야, 잘하자. 이러면 안 된다. 정말 안 된다.”
3년차 때보다 더 심하게 압박을 하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교수들 모두 작정을 한 것 같았다. 머리를 감싸 쥐고 고민을 했지만 뾰족한 답이 없었다.
오늘도 여지없이 조곤조곤한 말에 짓눌린 김지훈이 턱을 괸 채 생각에 잠겼다. 함께 당직을 서는 신현수는 물론, 오프인 손일석과 이경석마저 심각한 기색으로 엉덩이를 떼지 못했다.
“우리 실력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심해. 이유가 뭘까?”
이유를 알면 이러고 있을까? 한숨을 푹푹 쉬며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경석이 형, 홍재순 선생님은 어때요?”
“앞으로 몇 달은 오상익 선생님에게 더 배워야 한다고 수술 때마다 옆에 꼭 붙어 계신다. 그나마 그때는 오상익 선생님도 별말씀 안 하셔서 살 만해. 문제는 신기동 선생님이지.”
펠로우도 교수다. 하지만 이제 막 전문의가 됐다는 사실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모든 일을 혼자 결정하고 책임지려면 경험이 더 필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갈 길 참 머네.’
배움에는 끝이 없다지만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이혁원이었다.
(35세 남자 환자입니다. 3일 전 발생한 우하복부 동통을 주소로 내원했습니다. 아뻬가 의심됩니다.)
이럴 때는 역시 수술이 약이었다.
아뻬라는 소리에 김지훈이 모든 고민을 잊었다. 많으면 하루에도 몇 개씩 뜨던 아뻬를 이번 주 내내 보지도 못했다. 처졌던 어깨에 힘이 팍 들어갔다.
그런데 김지훈이 가운을 걸치자 신현수가 눈을 반짝이며 일어섰다.
“현수야, 수술 당직은 나야.”
“알아. 근데 혹시 라파로를 권유하면 하지 않을까?”
만일 라파로로 아뻬를 하게 되면 퍼스트를 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수술 당직이 누구인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수술 방법은 전공의들이 결정할 수 없는 문제였다. 더구나 이준영 교수가 당직인 날도 아니었다.
“우리 마음대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잖아.”
“이준영 선생님께 이미 말씀드렸어. 환자가 원한다면 당직이 아닌 날도 나오셔서 수술하신다고 했으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
‘이 자식이 아주 단단히 작정을 했네.’
순간 서늘한 기운이 목덜미를 스쳤다. 신현수가 품고 있는 날카로운 칼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김지훈이 콧등을 찡그렸다.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하지만 의료계와 환자들을 위해 나아갈 방향이라는 것을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더구나 다음 텀이 간담도다. 신현수가 노력하면 할수록 기회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선순환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오케이! 일단 말은 해 보자.”
김지훈이 손가락까지 튕기자 신현수가 조금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응급실로 들어서자 오더를 작성하던 이혁원이 재빨리 차트와 검사 결과를 준비했다.
혹시나 미비한 점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인지 안호석과 박순용이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100일 당직 기간에는 이삼 년차도 꽤나 고생을 할 수밖에 없다.
곁에서 함께 움직이는 전공의가 있었다. 응급의학과 1년차였다.
“할 만해? 피곤하진 않아?”
“격일제라 괜찮습니다.”
“그래도 고생이 많다. 열심히 해.”
김지훈의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어찌 보면 우스운 일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굽는 꼴이었다.
잠시 송동화 과장을 떠올린 김지훈이 복부 사진까지 확인한 후 환자를 진찰했다.
전형적인 아뻬였다. 김지훈이 차근차근 설명을 했다.
“환자분, 맹장염이 확실합니다. 가급적 빨리 수술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수술을 받기로 결정하시면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수술 방법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보호자와 환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개복과 라파로를 이용한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여러모로 라파로가 유리하기에 환자는 물론 보호자도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결정적인 난관이 있었다.
“비용에 차이는 없나요?”
“복강경은 보험이 되질 않습니다. 입원 기간이 삼사 일 정도 짧아지기는 하지만, 조금 더 드실 겁니다.”
형편이 빠듯한 사람에게는 단돈 만 원도 아쉽다. 원무과 직원에게 대략적인 비용을 확인해 알려 주자 보호자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더 이상 권유하면 서로 곤란할 뿐이었다. 신현수가 아쉬운 얼굴로 나직한 한숨을 내뱉었다.
“다음에 기회가 또 있을 거야. 앞으로 아뻬하고 탈장은 일단 얘기는 해 보자.”
보호자와 환자가 개복 수술에 동의했다.
‘이혁민 선생님이 당직이시네. 아뻬로도 탈까?’
이혁원이 부지런히 수술 준비를 하는 사이, 김지훈이 노티를 했다.
(알았다. 보호자와 환자에게 설명은 잘했겠지? 내 지금 바로 나갈 테니까, 준비되는 대로 시작하고 있어라.)
“예? 먼저 시작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뭐 잘못됐나?)
“아닙니다. 시작하고 있겠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구미에서 송동화 과장과 근무할 때 응급 의학과 개설 문제로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서울 병원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더구나 수술 때마다 줄곧 탔는데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어쨌든 확고한 신뢰다. 이혁민 교수의 신뢰를 절대 무너트릴 수 없었다.
당장 필요한 것은 환자의 믿음이었다. 다시 한 번 환자를 진찰하고, 보호자에게 더욱 세심하게 설명을 했다.
수술 팀을 어떻게 구성할지도 고민이었다. 순간 3년차 생각이 났지만 이혁민 교수가 자신을 믿듯, 김지훈도 아랫년차들을 믿는 것이 마땅한 일이었다.
“박순용 선생님, 이혁민 선생님께서 먼저 시작하라고 하시네요. 수술 들어와서 퍼스트 서세요.”
박순용이 깜짝 놀랐다. 이혁원만 무슨 의미인지 몰라 어리바리한 표정으로 눈만 껌벅거렸다.
일사천리로 수술 준비가 끝났다. 수술 과정을 상기하며 재빨리 수술 방으로 올라갔다.
환자가 올라오기 전이다. 이혁원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벌써 몸에 밴 모양이었다.
그러나 핵심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다. 또한 같은 내용을 백날 되풀이하는 것 역시 의미가 없다.
“이혁원, 수술 과정 말해 봐.”
자신 있는 표정이었다.
“예. 환자의 우하복부에 12번 메스로 5센티미터 정도 평행 절개를 가하고, 피하지방층을…….”
“바짝 마른 환자다. 5센티미터는 어디서 나온 거야? 그리고 지혈은 안 해? 니가 직접 수술하는 것처럼 생각하랬지. 다시.”
처음부터 다시 과정을 설명했다.
“다시.”
“쯧! 다시.”
“혁원아, 니가 수술하는 거야. 다시.”
다시라는 말이 가차 없이 반복됐다.
이혁원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며 얼굴까지 하얗게 변했다. 뒤늦게 올라온 박순용이 입맛을 다시며 얼굴을 찡그렸다. 배운 대로 열심히 가르쳤지만, 수술 한번 해 본 적이 없는 1년차의 한계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반복에 반복을 거듭했지만 간신히 아뻬를 찾는 과정까지 통과했다. 환자가 올라오지 않았으면 완전히 통과하는 데 얼마나 걸렸을지 모를 일이었다.
“이혁원, 확실히 하자. 수술할 때 눈 뜨고 있다고 다 보이는 게 아니야. 환자 옮기자.”
함께 환자를 옮기려던 김지훈이 흠칫 놀라며 꾸벅 인사를 했다. 이혁민 교수가 떡하니 서 있었다.
‘그럼 그렇지. 안 들어오실 분이 아니지. 그러면 박순용 선생님이 나가야 하겠네.’
약간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특별한 말이 없어 일단 박순용과 함께 수술을 준비했다.
빠르게 모든 준비가 끝났다. 그런데 이혁민 교수가 수술복을 입은 채 팔짱만 끼고 있었다.
“시작하지 않고 뭐해? 빨리해라.”
수술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을 생각인 모양이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마취과, 수술 시작해도 됩니까?”
“예. 시작하셔도 됩니다.”
마취과 전공의의 목소리가 은근히 높았다. 이혁민 교수가 참관만 하는 모습에 다소 놀란 것 같았다.
김지훈 역시 전과는 다른 긴장을 느꼈다. 아무리 아뻬라지만 전례가 없는 일이라 그럴지도 몰랐다.
‘평소 하던 대로 침착하게 하자.’
수술이 시작됐다. 가장 많이 한 수술이다. 박순용 역시 퍼스트를 충분히 서고도 남았다. 과감하면서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김지훈의 손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아주 잠깐 박순용과 호흡이 맞지 않는 순간에도 슬기롭게 대처했다.
어느새 수술이 끝났다. 발판 위에 서서 처음부터 끝까지 수술을 지켜본 이혁민 교수가 혀를 찼다.
“김지훈, 니 수술 참 잘한다. 마음에 든다. 그러면 퍼스트도 지금처럼 서야 하는 거 아니가? 어째 박순용이 퍼스트는 더 잘 서는 것 같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수술은 잘하는데 퍼스트는 못 선다?
그것도 2년차인 박순용이 더 잘 선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정말 고민할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문득 이제는 퍼스트를 서는 데 아무런 문제도 없는 치프들이 모조리 타는 이유가 분명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혁민 교수는 힌트를 준 것인지도 몰랐다.
“어렵다. 어려워. 도대체 뭘까?”
가물가물 무엇인가 잡힐 것 같으면서도 잡히지 않았다.
응급 수술은 이상하게 없을 땐 없어도, 뜨기 시작하면 우르르 몰려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뻬가 하나 더 떴다. 김지훈이 노티하기로 결정하자마자 신현수가 환자와 보호자에게 라파로를 설명했다.
열정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용이 가져오는 장벽은 높기만 했다. 게다가 이혁민 교수가 이번에도 김지훈에게 수술을 주자 아쉬워하는 기색이 너무 역력하게 보였다.
“현수야, 나도 아쉽다. 곧 기회가 올 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바짝 긴장을 해야 했다.
앞으로 6개월간 큰 변화가 없는 한 신현수와 당직을 함께 서야 한다. 지금과 같은 열정과 노력을 보인다면, 그 이상의 노력을 해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마음을 놓을 수가 없네. 무서운 놈.’
똑같은 과정이 반복됐다.
“이혁원, 이 환자하고 아까 수술한 환자하고 같아? 나이고 신체적인 조건이고 뭐고 다 다르잖아? 다시.”
이혁원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아뻬 동맥이라도 잡아 보자. 찾다가 시간 다 보내겠다. 랜드마크를 찾아야 할 거 아냐?”
환자가 기다려 줄 리는 없다. 결국 아뻬를 찾다가 끝났다. 이혁원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다 못해 줄줄 흘렀다. 박순용의 눈가가 사나워지기 시작했다.
“수술 끝나고 나 좀 보자.”
찌릿! 경고 3회.
이혁원의 심장은 헐떡이는데, 김지훈과 박순용은 신경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반쯤은 맞고, 반쯤은 틀린 생각이었다. 스스로 배우고 얻지 못하면 언젠가는 흐릿한 기억으로만 남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수술이 시작됐다. 뱃살이 상당히 넉넉한 환자였다.
수술하기는 어렵고 불편하지만, 가급적 적게 열어야 수술 후 회복에도 좋다는 것이 김지훈의 원칙이었다. 아직은 경험이 짧다고 할 수 있는 박순용이 눈가에 힘을 주며 최선을 다해 퍼스트를 섰다.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렇다고 박순용을 탓할 수는 없었다. 호흡이 안 맞는 이유는 두툼한 뱃살에 비해 너무 작게 열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았다.
당연히 이혁원은 말할 것도 없었다. 세컨의 역할인 끌개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수술 시야가 나빠질 때마다 김지훈이 직접 이혁원의 손을 잡고 리트랙터의 위치를 정해 주었다. 슬쩍 눈길 한 번 던지면서 말이다.
결국 평소와는 달리 시간이 꽤 걸렸다. 피부 봉합을 마친 김지훈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교수들이 퍼스트를 서 줄 때와는 비교조차 하기 힘들었다. 끝까지 참관을 한 이혁민 교수가 눈가를 좁혔다.
“김지훈, 수술은 집도의만 잘한다고 잘되는 게 아니다. 항상 최상의 팀을 꾸릴 수는 없다는 거 모르나? 박순용, 퍼스트 잘 섰다. 니가 김지훈보다 낫다.”
많은 생각을 불러오는 말이었다. 아뻬를 하면서 수술 팀의 경험과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똑같은 말을 또 들었다.
수술은 잘하는데 퍼스트는 못 선다. 두 번째 아뻬는 제대로 따라오지도 못한 박순용은 여전히 퍼스트를 잘 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할 이혁민 교수가 아니었다.
‘4년차인 내가 2년차보다 퍼스트를 못 선다는 말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닐 수도 있어. 도대체 뭘까? 만일 박순용 선생님이 아니라 현수나 일석이가 퍼스트를 섰다면 잘했다는 말을 들었을까?’
머릿속이 점점 더 복잡해졌다. 수술 방을 나가는 이혁민 교수에게 물었다. 답을 줄 거면 벌써 주었을 테니, 돌려 물어야 빠를 것이다.
“선생님, 이번에 제가 퍼스트를 섰다면 제대로 섰을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역시 애매모호하다. 치프들과 머리를 맞대야 할 일이었다. 이제는 수술이나 환자에 관한 문제는 동기들과 상의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 방법이었다.
‘도대체 뭘까?’
김지훈이 심각한 기색으로 고민에 빠졌다. 그 모습을 본 이혁민 교수가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빠른 시간 내에 교수들의 의도를 알아내고 따라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 시간, 이혁원이 박순용에게 눈물이 쏙 빠지도록 타고 있었다. 경고 3회 누적의 결과는 처참했다.
“서도진 선생님한테 걸렸으면 넌 더 죽었어. 다행인 줄 알아. 그리고 수처하고 타이 연습은 하고 있지?”
박순용의 목소리가 밤새 메아리처럼 이혁원의 귓가를 울렸다. 시뻘게진 눈으로 서로를 보던 1년차들이 피식 웃었다. 잘났든 못났든, 1년차는 1년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