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써전-526화 (526/1,329)

제10화 기회 역시 환자가 주는 법이다 (1)

신현수가 없다는 것을 깜빡했다.

파트가 다르다고 해도 교수 회진과 수술을 모두 2년차에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김지훈과 손일석이 부랴부랴 대장 항문 파트 환자를 파악했다.

교수만 4명이다. 환자 수도 결코 적지 않았다. 월요일 아침부터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녀야 했다.

수술은 더 문제였다. 손일석은 이혁민 교수와 신기동 교수의 수술만도 벅찬 상황이라, 대장 파트 수술을 들어갈 처지가 아니었다. 나머지 수술은 모두 김지훈의 몫이었다.

이준영 교수가 이를 모를 리 없었다.

“파트 가리지 말고 원칙대로 들어가.”

“예, 선생님.”

수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김지훈이었지만 목소리가 즐겁지만은 않았다. 라파로가 머릿속에 꽉 박혀 있었지만 다른 도리가 없었다. 수술이 겹치면 당연히 메이저 수술이나 고령, 혹은 환자 컨디션 등이 나빠 위험도가 증가하는 경우를 우선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서도진이라면 라파로 퍼스트를 훌륭하게 설 것이다. 무조건 김지훈과 함께 수술을 들어가야 하는 이혁원도 픽스턴으로서는 엄청난 경험을 할 기회였다.

송재덕 교수의 대장암 수술부터 들어갔다. 입가에 미소가 잔뜩 걸려 있었다.

“지훈아, 치프야, 얼마 만에 나랑 수술하는 거지? 꽤 됐다. 꽤 됐어. 그치? 오늘은 호치키스 아니니까 천천히 하자. 천천히. 아니구나. 이 교수 수술이 있으니까 빨리하자. 빨리. 마취과, 미안한데 빨리 좀 걸자. 우리 치프 바쁘다. 바빠.”

김지훈이 어깨에 힘을 주었다.

‘힘들겠지만 이런 기회도 흔치 않아. 정말 마음먹고 한번 달려 보자. 배울 게 많을 거야.’

실력이 늘면 시야가 넓어지고, 시야가 넓어지면 기존 수술에서도 새로운 면을 보게 되는 법이다.

각오를 다지던 김지훈이 힐끗 이혁원을 보았다.

무슨 일이든 첫걸음이 중요하다. 집도의들마다, 혹은 수술마다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면이 있고, 반대로 뚜렷한 차이도 있다. 그 속에서 무엇을 얻을지는 각자의 능력이지만, 선배는 공연히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부터 가르쳐야 할까?

곰곰이 생각에 잠겼던 김지훈이 고개를 흔들었다. 인턴과 치프의 수준 차이를 간과했다. 교수와 전공의 간의 차이만큼 클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기본이다.

“혁원아, 송재덕 선생님은 이준영 선생님하고 수술 스타일이 많이 다르셔. 하지만 기본은 절대 다르지 않아. 그리고 대장암 수술을 어떻게 하는지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수술에 필요한 기본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해. 욕심 부리지 말고 기본부터 잘 보고 배워.”

“예, 선생님.”

이혁원이 눈가에 힘을 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곧 오전 첫 수술이 시작됐다.

역시 송재덕 교수다.

메스가 번쩍이는 순간 배가 열렸다. 에스 결장에 발생한 암 덩어리를 촉진한 후 전이 여부를 확인했다. 빠르면서도 정확한 손은 사소한 이상도 놓치지 않았다.

김지훈 역시 확실하게 보조를 맞췄다.

“지훈아, 치프야, 이 정도 자르면 될까?”

암 발생 부위와 충분한 간격을 두지 않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김지훈이 이내 무슨 말인지 알았다.

송재덕 교수의 눈이 1년차에게 향해 있었다. 덩달아 이혁원도 수술 원칙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임파선 전이가 있으니까 조금 더 자르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이 정도까지는 자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구나. 그래. 조금 더 자르는 게 안전하겠다. 성 간호사, 켈리.”

따가각! 따가각!

톱니 물리는 소리와 함께 장간막이 순식간에 제거됐다. 에스 결장 동맥은 물론 전이가 의심되는 임파선까지 묶고 제거해야 할 구조물들이 모조리 포함됐다.

“장겸자.”

따르륵! 따르륵!

암 덩어리에서 하방으로는 5센티미터, 상방으로는 10센티미터 이상의 간격을 두고 잘랐다. 내용물이 새지 않도록 단단히 감싼 대장이 간호사에게 건네졌다.

“프로즌(Frozen Biopsy:냉동 조직 검사) 나갑시다.”

충분히 제거했기에 암 세포가 나올 리는 없지만, 안전을 위해 조직 검사는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때맞춰 들어온 안호석이 대장 조직 일부를 들고 병리실로 달려갔다.

“프리(Free)입니다.”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소리다. 수술 재개를 알리는 소리이기도 했다.

송재덕 교수와 김지훈의 손이 다시 바빠졌다.

대장을 연결하고, 문제 되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한 후 마무리에 들어갔다.

이혁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아뻬를 한 것처럼 빠르고 수월하게 끝을 보이고 있었다.

송재덕 교수가 허허 웃으며 장갑을 벗었다.

“아이고! 힘들다. 힘들어. 지훈아, 치프야, 배 닫자. 천천히 해라. 천천히. 다음 수술은 이 교수 수술 들어가니?”

“예.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그래. 열심히 하자. 열심히.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해. 천천히.”

이젠 목소리만 들어도 무슨 뜻인지 안다.

김지훈이 고개도 들지 않고 마무리에 전념했다. 배 속을 깨끗이 씻은 후 드레인을 넣고 배를 닫았다. 니들 홀더(봉합용 수술 기구:Needle Holder)의 톱니가 물렸다 풀리는 소리가 빠르게 반복됐다.

피부 봉합만 남았다. 1년차에게 니들 홀더를 넘긴 김지훈이 이혁원에게 눈짓을 했다. 타이를 하라는 말이었다.

어느 틈엔가 송재덕 교수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이밀고 있었다.

한 바늘을 떴다.

“타이!”

이혁원이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김지훈이 눈가를 찡그리며 조금 더 지켜보았다. 확실히 미숙하고 부족했다. 실제로 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는 것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었다.

“혁원아, 나머지는 내가 하자.”

휘리릭! 휘리릭!

손이 안 보일 지경이었다.

“그래그래. 이 정도는 해야 제대로 된 타이지. 타이하고 수처는 기본 중의 기본이야. 이걸 못하면 수술도 못한다. 암! 그렇고말고. 지훈아, 치프야, 내 말이 맞지? 그치? 대장 하자, 대장. 좋다. 좋아.”

이혁원이 답답한 한숨을 내쉬면서도 눈가에 바짝 힘을 주고 있었다. 송재덕 교수의 빠른 손에도 전혀 힘들어하지 않는 김지훈은 감히 쳐다볼 수도 없었다. 하지만 자신은 이제야 인턴 근무를 마치는 중이다.

‘지훈이 형도 인턴 때부터 저렇게 하지는 못했을 거야. 최선을 다하면 더 잘할 수 있어. 반드시 형보다 뛰어난 써전이 되고야 만다.’

이혁원의 눈에서 쏟아지는 불길에 김지훈이 흠칫 놀랐다. 지금까지 본 후배들의 눈빛 중 가장 매섭고 살벌했다. 언젠가는 제대로 일 한번 낼 것 같았다.

‘역시 이혁원이야. 무섭다, 무서워.’

그래야 땅바닥을 헤매는 인턴이다.

“혁원아, 타이는 그따위로 하면 안 된다.”

단 한마디로 이혁원이 처참하게 무너졌다.

그렇게 첫 수술이 끝나고 두 번째 수술이 이어졌다.

이준영 교수의 라파로다.

첫 수술 못지않게 빨리 끝났다.

너무 빨라도 탈이다. 김지훈과 이혁원이 헉헉거리며 다음 수술을 준비했다.

수술 - 수술 - 수술 - 수술.

회진과 당직, 그리고 응급 수술.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다르지 않았다. 김지훈도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일이 몰아닥쳤다. 정말 원 없이 수술을 들어갔다. 입에서 단내가 날 지경이었다.

“으아아! 우리 과 수술이 이렇게 많았나? 현수야, 빨리 돌아와라. 혼수 만든다고 미적거리지 마라. 이러다 우리 죽는다. 이혁민 선생님까지 논문으로 날 죽이고 계신다고.”

결국 손일석이 비명을 질렀다.

논문 소리에는 절로 소름이 돋았다.

사실 김지훈도 중간중간 마이너 수술은 빼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놈의 수술이 뭔지 몸이 따라 주질 않았다. 번뜩 정신을 차리고 보면 하루 종일 수술실에서 살고 있는 자신을 볼 뿐이었다.

일이 년차와 픽스턴들이 슬슬 치프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인원 변동이 없는 데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기에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 탓에 치프들의 몰골이 망가지면 망가질수록 심적 부담이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짜증을 부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목요일이다.

오늘도 하루 종일 수술실에서 살았다.

마지막으로 이혁민 교수의 탈장 수술이 남아 있었다. 고령이었지만 메이저 수술이 줄줄이 벌어지는 바람에 시간이 늦어졌다.

손일석은 신기동 교수와 그렇게도 좋아하는 혈관 수술을 하고 있었다.

상당한 피곤을 느낀 김지훈이 찬물에 세수를 하고는 수술실로 들어갔다. 이혁원은 그 틈을 타 눈을 붙였는지 눈에 핏발이 서 있었다.

“김지훈, 니 정말 오래간만에 내랑 수술한다.”

“예. 저번에 한 빤뻬리 이후에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제. 시간 참 빠르네. 참! 니 논문은 잘 쓰고 있나?”

잠잘 시간도 없는데 그럴 턱이 있나?

김지훈이 벅벅 머리만 긁자 이혁민 교수가 혀를 찼다.

“니 재수해서 학교 들어오지 않았나? 그러다 전문의 시험도 재수한데이.”

숨이 턱턱 막혀 왔지만 입도 뻥긋하지 못할 문제였다.

이혁원이 묘한 눈으로 김지훈을 보았다. 마치 약점이라도 발견한 것 같은 눈빛이었다. 웃는 것 같기도 했다.

마취과가 척추마취를 하는 동안 논문 소리가 귀에서 떠나질 않았다. 손일석이 왜 그렇게 죽는 소리를 했는지 이해가 됐다. 나직한 목소리가 팍팍 가슴을 찔렀다. 빨리 수술이 시작되길 바랄 뿐이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시간은 간다. 마침내 수술이 시작됐다.

탈장은 배 속에서 시작된 고환 동맥과 정맥이 통과하는 통로를 따라 장이 빠져나오는 질환이다. 통로 주변을 단단히 조이고 지탱해 주어야 할 근육의 약화가 원인이다. 치료는 약해진 근육을 겹쳐 꿰매 복벽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마이너 수술이라지만 의외로 어려운 수술이다. 너무 약하게 봉합하면 재발하고, 너무 강하게 봉합하면 통증이 심해 한동안 걷기 힘들어질 수도 있었다. 따라서 이혁민 교수처럼 세심하고 꼼꼼한 손이 필요한 수술이었다.

서혜부를 절개하고 탈장 주머니를 찾아 제거했다. 고환 동맥이 빠져나오는 부분을 중심으로 주변 근육을 겹쳐 꿰맸다.

적당한 긴장과 압력이 유지되는지 확인한 후 수술을 끝냈다. 아주 간단하게 보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했다. 그리고 다음 주까지 4년차 때 총치프 할 사람 뽑아라. 서울 총치프가 전체 총치프를 하기로 결정됐고, 전과는 달리 내하고 할 일이 많다. 그러니까 신중해야 한다. 알았나?”

픽스턴들이 근무를 시작했는데, 정작 얼마 안 있으면 3월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총치프라는 말보다 4년차라는 말에 가슴이 더 설렜다.

“예, 선생님. 천안 팀하고 연락하겠습니다.”

“그래. 아 참! 논문 빨리 써라. 내 불시에 검사할 기다.”

설렜던 마음이 싹 사라졌다. 김지훈이 고개를 푹 숙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현수 파트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에 일과마저 상당히 늦게 끝나는 판국이었다. 이를 모를 리 없을 텐데, 한편으로는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에휴! 정말 죽어라 죽어라 하시네. 그래도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언제 봐도 참 깔끔하셔. 그렇다고 손이 느리신 것도 아니고, 참 희한해.’

수술은 잘 끝났다. 별문제 없이 회복될 것이다.

뻐근한 몸을 이끌고 병동으로 올라갔다. 교수 회진을 다 돌고, 오더를 내고 나니 9시였다.

아직 일은 끝나지 않았다. 오늘 수술한 환자들을 다시 한 번 살피고서야 하루 일과를 마칠 수 있었다.

배가 등짝에 들러붙었다. 밤 10시가 훌쩍 넘어서야 허겁지겁 저녁 식사를 했다. 미처 밥숟가락을 놓기도 전에 삐삐가 울렸다. 1년차와 픽스턴들이 눈물을 흘리며 응급실로 향했다.

잠시 후, 노티가 왔다. 아수라장 속에서 응급이 하나 떴단다. 평일 날 밤에 무슨 일인지 모를 일이었다.

“지훈아, 오늘 니가 당직인 거 알지? 역시 수술이 뜨네. 내가 정말 난생처음으로 백당직인 걸 감사하게 생각하는 중이다. 수고해라. 난 응급실 정리하고 잘란다.”

과연 그렇게 될까? 김지훈만큼 일복 터진 놈이 또 있다는 사실을 잊었나?

다음 날 새벽, 김지훈과 손일석이 수술 방 휴게실 소파에 그대로 엎어졌다. 너무 피곤해 숙소에 올라갈 힘도 없었다. 총치프를 뽑아야 한다는 말은 꺼내지도 못했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손일석이 잠꼬대를 하며 울었다.

금요일이다.

오늘도 역시 눈알이 팽팽 돌 정도로 바쁜 날이었다.

굳이 특이한 일을 꼽으라면 이준영 교수 앞으로 탈장 환자가 입원한 것이었다.

눈이 시뻘게진 김지훈이 차트를 보며 중얼거렸다.

“이혁민 선생님 수술과 다른 점이 있는지 볼 수 있는 기회네. 몸은 힘들어도 확실히 도움이 많이 된 주야. 그나저나 담도에 돌이 있는 환자는 안 오나? 적절한 케이스가 있어야 자연스럽게 말씀을 드리지.”

말할 기회를 놓친 데다 시간은 물론 적당한 환자도 없어 라파로에 관한 말을 하지 못했다. 곧 기회가 오겠지만 은근히 몸이 달아올랐다.

고민만 할 때가 아니었다. 할 일이 아직 태산이었다.

“도진아, 선생님들 올라오시기 전에 빨리 회진 돌자.”

차례차례 병실을 돌고 마지막으로 탈장 환자를 보았다. 70세 남자 환자로 이름은 용동남이었다.

수술 전 주의해야 할 점을 설명하던 김지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당히 정정해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 보였다.

“할아버님, 어디 불편하신 데 있으세요?”

“의사 양반, 수술을 꼭 해야 하나?”

“예. 문제가 없을 때 빨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만일 배 속에서 빠져나온 장이 다시 안 들어가면 썩을 수도 있어요. 그러면 배 열고 장까지 잘라야 합니다.”

환자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화들짝 놀랐다. 눈가까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겁이 얼마나 많으시기에 이 정도로 놀라시지?’

그때 환자 한 명이 끙끙대며 걸어와 간신히 침대에 누웠다. 탈장 수술을 한 환자였다. 이혁민 교수가 세심하게 수술을 했는데도 신음 소리가 나올 정도로 통증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하긴 근육을 억지로 끌고 와 단단하게 봉합한 것만으로도 상당히 고통스러울 것이다.

문제는 용동남이었다.

“의사 양반, 저 봐. 나보다 어린 사람이 저렇게 아파하는데 수술을 어떻게 해? 난 죽어도 아픈 건 싫어.”

“어이구! 그래도 하셔야 합니다. 어제 수술하셔서 아파하시는 거예요. 내일이면 잘 걸으실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하루 이틀만 참으시면 되고, 정 아프시면 진통제라도 놔 드릴게요.”

용동남이 부르르 떨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 모습을 보던 보호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선생님, 저희 아버님이 워낙 겁이 많으십니다. 이해해 주세요. 아버지, 입원까지 했는데 창피하게 왜 이러세요?”

아들의 핀잔에 용동남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수술을 내가 받지, 니가 받아?”

“어휴! 할아버님, 진정하시고 마음 푹 놓으세요. 스트레스 너무 받으시면 수술 못합니다.”

용동남이 입맛을 다시면서도 탈장 환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하필이면 그때 옆으로 돌아누우면서 또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난리가 났다.

“저 봐, 저 봐. 돌아눕지도 못하잖아. 얼마나 아프면 통증 조절긴지 뭔지, 저것도 하나 소용이 없네.”

김지훈이 피식 웃고 말았다. 겁이 많은 사람들을 한두 명 본 것도 아닌데, 참 유난스러울 정도였다.

그러나 환자마다 통증을 느끼는 정도나 두려움이 다르기에 탓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잘 달래서 수술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70세 노인을 말이다.

이준영 교수가 회진을 돌 때도 한바탕 난리가 났다. 침착하게 수술의 필요성을 얘기했지만 그때뿐이었다.

김지훈도 뾰족한 방법이 없어 입맛만 다셨다.

‘하룻밤 자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그렇게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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