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폭풍 속으로 (2)
모든 증거를 확보하고도 마지막 한 발짝을 나가지 못했던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그렇게 잡기 힘들었던 조상천의 입은 의외로 쉽게 열렸다. 하지만 그의 말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밤새 진술을 받아 낸 서정호가 금경태를 불러냈다.
“금경태 씨, 아직도 입을 열 생각이 없습니까?”
금경태가 바닥만 응시했다. 이미 의사로서의 생명은 끝났다. 진평호의 제안대로 입을 닫는 대신, 집행유예와 빚을 갚고도 남을 돈을 챙기는 것만이 살길이었다.
서정호가 까만 유리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잠시 후, 강 형사가 TV를 들고 들어와 어젯밤 녹화한 특집 보도를 틀었다.
온 세상에 진평호와 자신이 저지른 일이 폭로됐다. 숨이 턱턱 막히고 눈앞이 깜깜했지만 여기서 무너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금경태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방송까지 될 수 있지? 다 끝난 건가? 아니야. 세상 사람들이 다 안다고 해도 어차피 달라질 것은 없어. 진평호 말대로 난 재단 인수를 몰랐고, 백제 병원과도 관련이 없어. 신호선의 주치의도 아니었잖아. 버텨야 해. 그래야 내가 살아.’
마음과는 달리 금경태의 얼굴이 점점 하얗게 변했다. 일목요연한 상황 보도를 보자 얼마나 큰일에 휘말렸는지 이제야 똑똑히 알았다. 자신은 그저 작은 톱니바퀴 중 하나였을지도 몰랐다. 아니, 진평호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수사 중인 사건이 어떻게 새어 나갔는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사실에 근접해 있네요. 어때요? 아직도 할 말이 없습니까?”
금경태가 이를 악물었다. 변할 것은 없었다. 재판에서 중요한 것은 증거다. 방송은 방송일 뿐이고, 그마저도 의혹에 불과했다. 죄를 증명하는 것은 검찰의 몫이다.
더구나 검찰이 아직도 자신이 백제 병원 거래에 관여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들었다. 단지 중간에 이만회란 인물 하나를 통했을 뿐인데, 솔직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긴 했다. 하지만 그간 서정호의 태도와 말을 생각해 보면 분명해 보였다.
‘진평호가 어떤 수를 썼는지 몰라도, 이렇게 되면 난 이 사건과는 무관해지는 거야. 백제 병원도 모르는 일이야.’
갈수록 불안이 증폭됐지만 입을 열 수는 없었다. 거짓을 진실로 믿어야 했다.
물끄러미 금경태를 보던 서정호가 고개를 흔들며 혀를 찼다. 새삼 진평호가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 돈이 사람을 어디까지 변하게 하는지 두려울 뿐이었다.
“금경태 씨, 조상천 알죠? 아! 이만회라고 해야 알겠군요? 중간에 서서 대신 거래를 한 사람을 왜 지금까지 잡지 못했는지 궁금했을 겁니다.”
이만회가 아니라 조상천이 본명?
금경태가 움찔거렸다.
“조상천이 진평호와 잘 아는 사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까? 당연히 몰랐겠죠. 어쨌든 조상천이 그러더군요. 금경태 당신이 정한득 국장과 함께 백제 병원을 인수하려 했다고요. 고위 공무원이 왜 그런 짓을 했을까요? 그것도 병원을 관리 감독하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말입니다.”
그간의 일이 줄줄이 흘러나왔다.
서정호의 능력은 대단했다. 단지 조상천을 잡았을 뿐인데,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모든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아무리 법을 모른다고 해도 뇌물 수수 혐의에 새로운 죄목이 추가될 것이란 사실을 모를 수는 없었다.
금경태가 두려움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자! 이렇게 되면 녹취록이 확실한 증거가 됩니다. 물론 금경태 당신은 금전적 손해를 만회할 속셈으로 신호선의 병세를 이용했겠죠. 난 그렇게 생각하지만 불행히도 법은 그렇게 판단하지 않을 겁니다. 최소한 살인의 의도는 가졌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미수까지?”
신호선을 지켜보았을 뿐인데 살인이라니?
의도건 미수건 간에 이건 차원이 다른 범죄였다.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진 금경태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진평호와는 한배를 탔다. 아직도 자신을 구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역시 진평호였다.
‘살인? 아니야. 그건 아니야. 내가 입을 열면 진평호 너도 죽는 거야. 날 분명 구해 주겠지? 그럴 능력이 있잖아.’
금경태는 이 상황에서도 입을 열지 않았다.
서정호가 허탈하게 웃었다.
“상황 파악이 안 되시는군요. 녹취록을 보면 어느 정도 말이 오간 이후에 녹음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맞죠? 아! 아직도 묵비권을 행사 중이시죠. 어쨌든 그전에 어떤 말이 오갔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먼저 제안한 사람은 금경태 당신입니다. 즉, 주범이라는 말이죠. 진평호와 공모를 했든 안 했든, 당신은 바깥세상 구경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것 하나만은 내가 확실하게 약속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말에 금경태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서정호는 단 한 번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사실대로 말하라고 윽박지르지도 않았다. 그런데 약속한다는 말 그 한마디에 온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섬뜩하기만 했다.
바닥만 보고 있던 금경태가 이제야 서정호를 보았다. 타협이란 단어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두 눈에는 자신이 내뱉은 말은 반드시 실행하고 만다는 의지가 서려 있었다.
참을 수 없는 두려움이 온몸을 휘감았다. 전신이 사시나무 떨리듯 흔들렸다.
“의사가 환자의 생명을 놓고 흥정을 해요? 더구나 신호선 씨가 당신을 상당히 아꼈다는 증언이 수두룩합니다. 판사도 사람이에요. 당신보다 진평호가 먼저 세상을 구경하게 될 겁니다. 그래도 할 말이 없습니까?”
금경태가 가쁜 숨을 내쉬기만 했다. 눈빛은 불안했고, 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도 몰랐다. 입이 바짝 말라 힘겹게 마른침을 삼켰다.
서정호의 눈빛이 번쩍였다.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마지막 한 방을 날릴 때였다.
“강 형사, 조사 끝내자. 더 이상 조사할 이유가 없다.”
“예, 영감님. 그럼 금경태에겐 살인…….”
그 순간 금경태가 무너졌다.
“아니야. 난 아니야. 진평호가 먼저 제의를 한 겁니다. 난 그럴 생각이 조금도 없었습니다.”
금경태가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다시 자리에 앉던 서정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상당수의 범죄자가 그렇듯 뉘우침이나 후회는 없었다. 어떻게든 살고자 하는 몸부림에 불과했다. 동정할 가치도 없었다.
서정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
그날 밤, 진평호가 서재를 박살 내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대로 손에 잡히는 것은 모두 내던졌다.
“김 비서, 너 이 새끼! 일을 어떻게 처리한 거야? 당장 변호사들 들어오라고 해.”
미처 연락을 하기도 전에 변호사들이 다급한 얼굴로 초인종을 누르고 있었다.
난장판이 된 서재를 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누군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진평호는 아직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다.
“회장님, 조상천을 알고 계셨습니까?”
“그런 놈이 있긴 있어. 김 비서, 설명해.”
김 비서가 입을 열려는 순간, 변호사 대표가 손을 저었다.
“아닙니다. 죄송합니다만, 이 시간 이후로 변론을 포기하겠습니다. 그동안 사용한 비용을 뺀 나머지는 모두 돌려드리겠습니다. 또한 직무와 관련된 일은 절대 발설하지 않는다고 약속드립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서로 간의 신뢰가 없으면 변호가 불가능합니다. 조상천이 우리가 우려했던 연관 고리였더군요. 검찰이 조상천의 신변과 진술을 확보한 이상, 형량을 줄이는 데 주력하셔야 할 겁니다. 다음 변호인에게는 솔직하셔야 할 겁니다. 그럼 이만.”
진평호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어딜 간다는 거야? 거기 안 서?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이따위 행동을 해? 나 아직 안 죽었어.”
변호사들이 냉정하게 돌아섰다. 변론을 포기한다는 한 장의 서류가 비서의 손에서 나풀거렸다. 법조계의 관행상 좀처럼 볼 수 없는 일이었다. 변호사들의 경력에도 오점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평호는 오로지 자신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만을 요구할 것이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이는 곧 패소였고, 어쩌면 변호사들에는 그것이 더 치명적일 수 있었다.
분노를 못 이기고 부들부들 떨던 진평호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둠을 뚫고 몇몇이 비밀리에 자리를 가졌다. 심각한 목소리 속에 때론 고성까지 오고 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얼굴들이 좋지 못했다. 초조함 속에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기색만 보였다.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정한득만이 공포에 질려 진평호에게 매달릴 뿐이었다.
“회장님,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대로 가면…….”
진평호가 피가 나도록 입술을 악물었다.
***
월요일 아침, 병동 분위기가 무척이나 어수선했다. 어떤 직원들은 큰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고, 일부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기도 했다.
김지훈이 회진을 도는 동안은 물론 수술실에서도 이준영 교수의 입이 열릴 때마다 귀를 쫑긋 세웠다. 금경태에 관해 한마디 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오후 회진이 끝나고 나서 먼저 입을 열었다.
“스승님,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겁니까?”
무슨 말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이준영 교수가 묘한 눈길로 김지훈을 보았다.
분노와 배신감 속에 답답함이 가득했다.
“원칙대로 되겠지. 반드시 그래야 하고.”
분노였다.
“하지만 스승님이 걱정이다.”
답답함의 근원이었다. 급기야 한숨까지 길게 내쉬었다.
김지훈이 눈가를 찡그렸다.
방송을 본 이후 허경발 교수가 떠오르긴 했지만 어떤 마음일지는 감히 생각할 수도 없었다.
아무리 미워도 제자 중 한 명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성공한 제자일 수도 있었다.
그동안 뿌듯해했을까? 아니면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을까?
금경태 속에 어떤 괴물이 들었는지는 몰랐을 것이다. 알았다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보고만 있을 허경발 교수가 아니었다. 어쩌면 통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절대 연민이나 동정을 느낄 문제가 아니었다.
“큰 스승님 잘못이 아니지 않습니까? 금경태 과장은 누구도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저질렀습니다.”
김지훈의 목소리가 단호하기만 했다.
이준영 교수가 입술을 오므렸다. 문득 자신보다 더 아팠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래도 꿋꿋하게 이겨 내며 자신의 길을 걸어온 제자였다.
이준영 교수가 눈가에 힘을 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다. 당연히 죗값을 치러야지. 스승님도 그렇게 생각하고 계실 거야.”
같은 스승에게 배운 동문이라는 사실에 남아 있던 미련이나 연민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다만 스승을 볼 낯이 없었을 뿐이었다.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허경발 교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분노에 앞서 누구보다도 아플 테지만, 금경태의 본모습을 용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 이상 제자로 여기지 않을지도 몰랐다. 용서하기에는 너무 멀리 간 금경태였다.
‘이젠 훌훌 털자. 금경태는 더 이상 내 동문이 아니야.’
이준영 교수도 가슴속에 남아 있던 말 못할 미련과 찌꺼기를 말끔하게 씻어 냈다.
불현듯 개운해진 마음에 피식 웃었다. 김지훈의 눈에도 똑똑하게 보일 정도로 말이다.
“지훈아, 한동안 어수선하겠지만 네가 나서서 분위기를 잘 잡아. 이 상황이 지속되면 우리에게나 환자에게나 결코 좋지 않아. 무슨 말인지 알지?”
“예, 선생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준영 교수가 김지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3년이란 세월은 결코 짧지 않았다. 배움에 목말라하고, 가르칠 것이 수두룩했던 제자가 어느새 자신과 삶의 고민을 함께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듬직한 모습에 뿌듯했다. 스승도 자신을 그렇게 보고 있을 것이다. 이젠 앞만 보고 힘차게 달릴 때였다.
사회적 반향이 만만치 않아야 했다. 그런데 정훈철의 단독 보도 이후 다른 방송은 잠잠했다. 일부 신문에서만 비중 있게 다룰 뿐이었다. 뭔가 불안했다.
수요일 저녁, 의국원들이 모두 모여 저녁 식사를 했다. 당연하게 여겼던 일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정말 간만이었다. 그동안 중환자실 환자부터 응급 수술에 금경태 일까지 겹치며, 함께 식사할 시간조차 갖기 어려웠던 탓이었다.
손일석이 손가락으로 머릿수를 세더니 히죽 웃었다.
“야! 정말 간만이네. 금경태가 없어서 그런가? 지훈아, 근데 이상하지 않아? 이 정도 사안이면 난리가 나야 할 것 같은데 너무 잠잠하네. 뭐 들은 얘기라도 없어?”
“없어. 전화하기도 그렇고.”
“현수 너는?”
“나도 들은 거 없어.”
왠지 침울한 목소리였다.
그때 서도진이 목소리를 높였다.
“선생님, 곧 터지겠죠. 이런 일이 묻히면 그게 제대로 된 사회예요? 당연히 감방 들어가야죠. 그런 인간한테 배웠다는 사실만으로도 쪽팔려 죽겠는데, 만에 하나 얼굴 봐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전 그만둡니다. 일단 면전에다가 욕 한번 시원하게 날려 주고요.”
다혈질이다. 아랫년차들 태우는 모습을 볼 때마다 느끼긴 했지만 생각 이상이었다.
손일석이 엄지를 척 내밀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오우! 역시 서도진이야. 뭐라고 할 건데?”
“당신이 의사야? 넌 사람도 아니야. 이 정도면 될까요?”
“오케이! 멋지다. 금경태는 그런 말을 들어도 싸. 어? 9시네. 인턴 선생, TV 좀 켜 봐.”
마침 김치찌개가 들어왔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다들 고개를 처박았다.
동시에 9시를 알리는 소리와 함께 뉴스가 시작됐다.
막 수저를 입에 가져가던 김지훈이 흠칫 놀라며 TV를 보았다. 다들 밥을 푸다 말고 그대로 굳었다.
진평호 구속 기소.
금경태 구속 기소.
정한득을 비롯한 고위 공무원들 소환 조사.
몇몇 국회의원들의 외압 정황 포착.
[혐의가 입증된 진평호 씨와 금경태 씨는 구속 기소가 확정됐으며, 소환 조사를 받는 인사들 중 일부도 곧 구속 기소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특히 보건복지부의 정한득 국장은 소환과 동시에 구속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도진이 또 소리를 질렀다.
“선생님, 드디어 확실하게 처리되네요.”
“내가 뭐라고 그랬어? 사필귀정. 지훈아, 역시 우리 정호 형님이야. 정말 확실하게 처리하시네.”
[그동안 수사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진평호 씨는 예전에 무혐의 처리됐던 사안들까지 다시 조사를 받게 된다고 하는데, 결정적인 이유가 있습니까?]
[아직 공식 발표는 없습니다만, 새로운 증인들을 다수 확보했다고 합니다. 그에 따라 단독 보도했던 녹취록까지 증거로 채택된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아울러 금경태 씨가 심경 변화를 일으켜 전말을 모두 자백했다는 소리도 들리고 있습니다.]
수의를 입고 초췌한 모습으로 구속되는 금경태가 보였다.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걷는 모습만 봐도 딱 금경태였다.
신현수가 이를 갈았다.
“모자이크 처리는 왜 해? 나쁜 새끼. 평생 감옥에서 썩었으면 좋겠다.”
그 뒤로 휠체어를 타고 마스크를 한 사람이 보였다. 진평호일 것이다.
카메라가 펑펑 터지며 질문 공세가 이어졌지만,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힘없이 손을 저으며 입을 열지 않았다.
김지훈이 수저를 소리 나게 내려놓으며 눈가를 찌푸렸다.
“저 사람 진평호 맞지? 멀쩡하게 면회까지 온 사람이 휠체어에 마스크까지 했네. 하여튼 꼭 저런 놈들이 있어요. 신장이 안 좋다는 건 알지만 진짜 타이밍 죽인다.”
“그러게 말이다. 병이 없는 놈들도 저러던데 오죽하겠어. 어? 혹시 저러다 병보석으로 풀려나오는 거 아냐? 투석도 하긴 해야 되잖아.”
“설마! 녹취록이 증거로 채택됐으면 살인 미수나, 뭐 그런 걸로 걸리지 않았겠어? 어쨌든 집에서 편하게 투석을 받다가 감옥에서 받으려면 죽을 맛일 거다.”
누구도 안타까워하지 않았다. 한때 과장이었던 사람에게 손가락질만 이어졌다. 다들 분개하며 당연하다는 말만 토해 냈다. 몰락이자 사회적 매장이다.
김지훈이 피식 웃었다. 분명 좋은 일이 아닌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오는지 모를 일이었다.
신현수와 손일석도 마찬가지였다.
“아줌마, 맥주 네 병만 주세요.”
인턴까지 모두들 맥주 한 잔을 비웠다.
원샷!
지금까지 마신 맥주 중 가장 시원했다. 짜릿짜릿한 느낌이 정수리까치 솟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