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써전-514화 (514/1,329)

제4화 용서할 수 없는 자 (1)

이준영 교수와 이혁민 교수가 당황스러운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지만 도저히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금경태 과장은 도대체 무슨 죄를 저지른 것일까?

“이 교수, 들은 말 있어?”

“저도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안타깝기만 했다. 두 손을 얽맨 수갑과 마치 인생을 포기한 것 같은 마지막 눈빛이 마음에 걸렸다. 이런 식으로 금경태 과장이 몰락하는 것은 바라지도, 생각하지도 않았다.

불현듯 스승의 얼굴이 생각났다.

등을 돌렸다고 해도 함께 고생하고 부딪히며 수련을 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기억을 버릴지 몰라도, 누군가는 아련한 추억으로 간직하기 때문일 것이다.

치열하게 산 만큼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수많은 문제들로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 왜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지 모를 일이었다.

줄줄이 들고 나오는 박스를 보던 서정호가 씨익 웃었다. 보강 조사가 필요하지만 사안이 백팔십도 달라졌다. 쓸데없는 종이 쪼가리에서 어떤 보물이 나올지 모르는 일이었다. 쓰레기통에 버린 메모까지 싹 수거했다.

무엇보다도 손에 들린 금경태 과장의 휴대폰이 묵직하게 느껴졌다. 수색하는 사이 부재중 전화가 수차례 왔다. 익숙한 전화번호였다. 비록 비서의 전화번호였지만 진평호가 얼마나 다급한지 알려 주고 있었다.

‘진평호도 감이 좋긴 좋네. 하지만 늦었어. 녹음기의 존재는 모르겠지만, 뭐가 나올지 몰라 똥줄이 타겠지.’

혼자 히죽 웃던 서정호가 입가에 힘을 주었다.

금경태 과장에게서 진평호에게도 치명적인 새로운 증거를 압수했다. 진상미의 연락처까지 확보했다. 피라미도 기대하지 못했는데 월척을 낚아 올린 꼴이었다.

조 검사는 물론 진평호도 까마득하게 모를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진상미부터 만나야겠군. 증인으로 세울 수만 있다면 보다 확실해진다. 반드시 싹 쓸어버려야 해. 돈에 눈이 멀어 사람 목숨을 갖고 놀아? 개새끼들.’

“강 형사, 먼저 들어가. 녹취록 작성해서 몇 부 복사하고 통화 내역 확보해. 오늘 확보한 증거들 절대 조 검사에게 넘어가면 안 된다. 뭐 좀 나왔냐고 물어보면 입 꾹 다물어. 입장 곤란하면 나한테 물어보라고 해.”

“어디 가시게요?”

“진상미.”

강 형사를 먼저 보낸 서정호가 진상미의 연락처를 눌렀다. 긴 연결음 끝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한동안 심각한 통화가 나직하게 이어졌다.

“그럼 바로 찾아뵙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잠시만 기다리세요. 신변은 철저하게 보호해 드릴 겁니다.”

병원을 나서던 서정호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뜻밖일 정도로 순조롭게 일이 풀렸지만 등짝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김지훈이 전화를 걸지 않았다면, 하필 그때 볼펜이 닳지 않았다면 치명적인 실수를 했을 것이다. 이전에도 이런 실수를 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동서 덕에 실수를 면했어. 정신 바짝 차리고, 그놈들을 다 처넣는 것만이 실수를 만회할 길이야.’

각오를 다지던 서정호가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

가장 중요한 문제를 간과했다.

조 검사를 필두로 진평호를 비호하는 세력의 힘을 계산해야 했다. 또한 진평호는 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금경태에게 유능한 변호사들을 붙일 것이다.

그들과 동시에 싸워야 한다. 아직은 진상미와 확보한 자료들을 함부로 꺼내 들 때가 아니었다. 한 방에 무너트리지 못하면 대대적인 반격에 손도 못 쓰고 옷을 벗어야 할지도 몰랐다. 이런 상황에서 홀로 맞서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다.

또한 금경태를 긴급체포했지만 구속영장 발부는 또 다른 문제였다. 조 검사에 필적하는 힘이 필요했다.

그와 대척점에 서 진평호를 잡고자 하는 고위 검사를 떠올렸다.

서정호가 지검으로 돌아가는 내내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원하는 결과를 얻어 냈다. 구속영장을 발부받을 때까지 싸울 일만 남았다.

예상이 적중했다.

연행을 한 이상 녹음기의 존재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어느 틈엔가 달려온 진평호의 변호사들이 녹취록을 검토했다. 순간 말을 잃을 정도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잠시 시간을 요청하고는 진평호와 바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대응책을 논의했다.

조 검사는 얼굴을 일그러트린 채 녹취록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변호사들을 만난 금경태 과장은 묵비권을 행사했다.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민 진평호의 살벌한 협박을 전해 들은 터라, 입을 열고 싶어도 그럴 처지가 아니었다.

논의를 마친 변호사들이 이의를 제기했다.

“내용 자체는 문제가 있지만, 솔직히 흥분하면 술자리에서도 할 수 있는 말입니다. 더구나 특정한 대상이 없지 않습니까? 도대체 누굴 죽였다는 말입니까?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겼다는 증거는 있습니까? 이것만으로는 긴급체포는 물론 구속 수사의 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

강력한 항의 속에 검사들만의 자리를 가졌다.

조 검사가 슬쩍 배석한 검사들을 보며 얼굴을 굳혔다. 진평호와는 한배를 탄 것이나 다름없는 처지였다. 갑자기 투입된 차장검사의 존재가 마음에 걸렸다. 부장검사인 자신보다 상관이었지만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서 검사, 법리적으로는 변호사들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어. 증거를 보강해서 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안전해. 지금까지 들인 공이 얼만데 확실하게 해야 하지 않겠어?”

“금경태가 녹음까지 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진상을 파악하기도 전에 증거 인멸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드십니까? 이번 기회에 진평호까지 구속 수사를 해야 합니다.”

“그럴 위험은 있지만, 만일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더 문제가 돼. 자칫 수사 전체가 난항을 겪을 수 있어. 그 점은 생각 안 해? 그리고 진평호는 녹취록의 내용만으로는 무리야. 처음부터 끝까지 누굴 지칭하는지, 진짜 살의를 갖고 말하는 건지 애매모호하잖아. 보다 확실한 증거가 필요해.”

설전이 벌어졌다.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배석한 차장검사가 결정을 내렸다. 서정호의 입가에 걸린 미소에 조 검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격렬한 공방이 벌어졌다. 진상미가 전해 준 자료들까지 준비한 서정호가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동안 숨겨 왔던 자료들이 노출되면 조 검사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뻔했지만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밤이 꽤 늦었지만 끝까지 양측의 말을 들은 판사가 결정을 내렸다.

“녹취록의 내용이 상당히 중대해 반드시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금경태의 구속영장 청구는 받아들이겠습니다. 단 기간은 일주일이며, 그때까지 본 판사가 납득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연장은 불허하겠습니다. 진평호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기각합니다. 진평호의 사회적 위치를 감안할 때 도주의 우려가 없고, 녹취록의 내용이 실제적으로 실행됐는지에 대한 소명이 현저하게 부족합니다. 이만 마치겠습니다.”

변호인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얼굴을 펴지 못했다. 서정호에게도 불만스러운 결정이었지만 뒤집을 수 없는 판사의 결정이었다. 동행했던 조 검사의 표정이 묘했다. 변호사들과 다름이 없었다.

서정호가 눈빛을 번쩍이며 각오를 다졌다.

‘진평호, 조 검사, 반드시 잡는다. 기다려. 내 손으로 직접 네놈들 손모가지에 은색 팔찌 꼭 채워 주마.’

주어진 시간은 일주일뿐이다. 단 한시도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그때 진평호까지 구속하지 못한다면 지난날의 쓰라림을 또 겪어야 할 것이다.

서정호의 손에서 전화기가 떨어지질 않았다.

***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헤모글로빈 11.3

혈소판 165,000

김지훈과 신현수가 지금 막 나온 검사 결과지를 들고 잠시 입을 열지 못했다. 하룻밤 만에 혈액 수치가 정상으로 올라왔다. 드레인은 깨끗했고, 신호선의 혈색은 잘 익은 홍시처럼 빨갰다.

천당과 지옥을 오간 느낌이었다.

“현수야, 아직 마음을 놓기에는 이르지만 정말 좋아지셨지? 내가 다 뿌듯하네. 할아버님께 고맙기도 하고. 고생했다. 다 네 덕분이야.”

신현수가 입술을 모았다. 자신이 해야 할 말을 김지훈이 하고 있었다.

그 말 한마디 속에 그동안 놓쳐 왔던 것이 무엇인지, 그동안 왜 자신이 밀릴 수밖에 없었는지 다 담겨 있었다.

대답을 해야 하는데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를 않았다. 고맙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김지훈이 신호선에게 인사를 하고는 병동으로 달려갔다.

신현수가 피식 웃으며 뒤를 따랐다. 이제야 다소나마 마음을 놓고 다른 환자들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병동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분주했다.

1년차들이 속속 드레싱을 끝내고 스테이션으로 돌아왔다. 2년차들은 차트를 가지런히 정리하고는 치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치프 회진을 돌았다. 마음의 짐을 던 덕인지 다들 발걸음이 가벼웠다. 퇴원을 앞둔 환자에게는 축하의 말을 건네고,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와는 함께 아픔을 나누었다. 환자들의 입가에 서리는 미소가 너무 반갑고, 고마웠다.

‘그래. 이게 의사 하는 맛이야. 수술하고 좋아져서 퇴원하는 걸 보는 것만큼 즐겁고 보람된 일이 어디 있어?’

절로 웃음이 나왔다.

한 명의 환자가 좋아졌다고 새삼 이런 생각까지 들다니, 사람 간사하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었다. 신호선이 죽음의 문턱에서 극적으로 돌아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치프들의 얼굴이 밝은 덕에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도 좋았다. 그런데 회진 돌 시간이 꽤 지나도록 교수들 중 누구 한 명 올라오지 않았다. 그동안 이런 적은 없었다.

“무슨 일 있으신가?”

“그러게. 왜 안 올라오시지?”

하오문주를 자처하는 손일석도 고개만 갸웃거렸다. 다들 의아한 표정만 지었다.

결국 9시가 거의 다 돼서야 교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교수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어두웠다. 입을 열기 어려울 정도였다. 금경태 과장은 아예 회진조차 올라오지 않았다. 과장 없이 집담회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김지훈이 힐끔 눈치를 보자 이준영 교수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집담회는 취소됐으니까 그렇게 알아.”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신경 쓸 것 없어.”

회진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들 외래로 향했다.

각 파트 전공의들이 하나둘 의국으로 들어왔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들이었다.

손일석이 탁자를 톡톡 치며 눈을 가늘게 떴다.

“분명히 뭔가 있는데, 뭘까? 교수님들 전체가 신경을 쓸 정도로 중요한 일이 도대체 뭘까? 지훈아, 어제오늘 뭐 이상한 일 없었어?”

“없는데.”

“현수는 중환자실에 거의 박혀 있었으니까 당연히 모를 테고, 우리 일이 년차들은 일하느라 정신이 없으니까 알 수가 없겠지. 뭘까? 혹시 나한테 제보할 거 있는 사람 없어?”

다들 꿀 먹은 벙어리다.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을 거듭하던 손일석이 손뼉을 딱딱 치며 일어섰다.

“어디 가?”

“내가 왜 하오문주인지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려 줄게. 레이더망 총가동하면 십중팔구는 걸리게 돼 있어. 기다려. 너희들의 궁금증을 일거에 풀어 주마. 가려운 데를 긁어 주는 거 역시 치프의 일이지. 그렇지.”

웃음도 안 나왔다.

어쨌든 의국에 앉아 있어야 아랫년차들 눈치만 보인다. 병동 일도 특별히 챙겨야 할 것은 없었다.

김지훈이 신현수에게 눈짓을 하고는 함께 중환자실로 향했다.

“할아버님, 얼굴이 무척 좋아지셨는데 기분은 좀 어떠세요? 괜찮으시죠?”

“그럼. 우리 김지훈 선생이 나 때문에 신경 많이 썼지? 어젯밤에 현수가 무척 고마워했는데 알고 있지? 저놈이 표현에 좀 인색하니까 이해해 줘. 고마워.”

긴말에도 숨 하나 가빠하지 않았다. 바짝 말랐던 혀에 물기가 촉촉하게 돌았다. 고령의 몸으로 사투를 벌였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였다.

“할아버님, 고맙다니요. 그런 말씀 마세요. 전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이렇게 좋아지셔서 도리어 제가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죄송한데, 솔직히 현수 저 자식은 포기했습니다.”

김지훈의 말에 신현수가 멋쩍게 웃었다. 신호선이 즐거운 미소를 머금으며 김지훈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마치 앞으로도 잘 지냈으면 하는 것 같았다.

“할아버님, 그럼 현수하고 잠시만 계세요. 혹시 어디 불편하시면 말씀하시고요.”

김지훈이 고개를 돌리며 하품을 했다. 눈이 따끔따끔해지며 피로가 몰려왔다.

중환자실 당직실로 들어가 조심스럽게 잠에 빠진 인턴 옆에 누웠다. 히터에서 따스한 바람이 솔솔 불었다. 스르르 눈이 감기자마자 코를 골기 시작했다.

얼마나 잤을까? 누군가 어깨를 흔들었다.

손일석이었다.

신현수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옆에 앉아 있었다.

“왜? 무슨 일 있어?”

“지훈아, 빨리 일어나 봐. 비상이다, 비상.”

“비상? 뭔데 이 난리야?”

“금경태 과장이 검찰에 끌려갔대. 누가 끌고 갔는지 알아? 서정호 검사님! 정호 형님이란다.”

김지훈이 벌떡 일어났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왜? 이유가 뭐야?”

“아직 그것까지는 몰라. 하여튼 총무과에서 나온 말인데, 어제 교수실을 압수 수색했다네.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준영 선생님하고 이혁민 선생님이 그 자리에 계셨다는 말도 있어. 무슨 일인지 끝날 때쯤에는 고함 소리까지 터지고 난리도 아니었던 모양이야. 뭘까? 병원 내 일로 연행까지 당할 수가 있나?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지른 걸까?”

김지훈이 눈가를 찡그렸다.

어제 진상미와 통화를 한 후 바로 연락을 했다. 시간상으로 보면 그때 서정호도 병원 내에 있었다는 말이었다. 진평호에게 집중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고 있는데, 갑자기 금경태 과장을 조사하다니 의아한 일이었다.

‘금경태 과장이 진평호하고도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나 참! 형님이 이를 갈 정도로 나쁜 인간인데, 끼리끼리 노는 것도 아니고 별일이 다 벌어지네.’

확실하지 않은 말은 내뱉지 않는 것이 좋다. 입이 근질근질했지만 간신히 참았다.

어쨌든 일반 외과를 대표하는 사람이 검찰에 끌려갔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래서 집담회까지 취소하신 거네.”

“빙고! 지금쯤 대책을 세우느라 바쁘시겠지. 경찰도 아니고 검사가 그 자리에서 연행했다면 당분간 얼굴 보기 힘들다는 소리잖아. 현수야, 넌 뭐 짚이는 거 없어?”

신현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인상을 썼다.

“오늘 아침에 아버님이 잠깐 할아버님 얼굴만 보고 급하게 나가셨어. 절대 마음을 놓으실 분이 아니라 이상하다 싶었는데, 관련이 있는 걸까?”

손일석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라? 그럼 병원 내 일인가? 근데 압수 수색을 해? 앞뒤가 안 맞잖아. 어후! 머리 아파. 이거 하오문 역사 이래 최초로 외부 레이더까지 가동을 해야 하나?”

이 와중에도 농담을 했지만, 그 정도 일로는 절대 욕할 수 없는 친구가 바로 손일석이다. 정신머리 없다는 타박을 하는 대신 허탈한 웃음이 터졌다.

“얼씨구! 검찰에도 정보원이 있어요?”

“영업 비밀이다.”

손일석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는 당직실을 나왔다.

간호사들이 힐끔힐끔 눈치를 보다 말고 쪼르르 손일석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병동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어느새 소문이 쫙 퍼진 모양이었다.

그때 이준영 교수에게 전화가 왔다.

(오늘 오후 회진 못 돈다. 이 교수, 신 교수, 송재덕 선생님도 다 못 도니까 치프들에게 알려 줘.)

“무슨 일 있으십니까?”

(별일 아니야.)

전화가 툭 끊겼다.

목소리가 상당히 심각했다. 금경태 과장이 연행됐으니 그럴 만도 했지만, 그렇다고 정규 일과까지 취소하다니 더욱 의아했다.

이미 알고 있던 일들은 절대 이유가 아니었다. 그게 이유라면 금경태 과장은 벌써 사라졌을 것이다.

무슨 일인지 점점 궁금해졌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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