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낭떠러지 (2)
워낙 드문 케이스다. 수련 당시의 경험까지 해서 모두 3명의 환자를 보았을 뿐이지만 한 가지 귀중한 교훈을 배웠다. 발병 후 수일 안에 출혈이 멈추지 않으면 아무리 소량이라고 해도 바로 수술을 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논문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내용을 이준영이 알 리가 없지. 혈액 검사는 변동이 없나?’
“차트 가져와.”
금경태 과장이 꼼꼼하게 차트를 확인했다. 전에 없이 신중한 눈빛으로 매일 두 차례씩 시행한 검사 결과를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지난날의 경험과 비교하며 보다 확실한 예측을 하고자 했다.
‘간수치는 돌아오고 있어도 혈소판은 확실히 떨어지고 있군. 수혈을 꽤 했는데도 헤모글로빈 수치 역시 만족스럽지 않고 말이야. 이렇게 되면 이차 출혈을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100퍼센트 단언할 수는 없지만 위험도가 상당히 증가했다는 것은 확실했다. 만일 이차 출혈 후 수술을 하게 되면 수술을 성공한다고 해도 사망률 자체가 급격하게 치솟을 것이다.
금경태 과장의 판단은 지금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게 가장 안전한 길이었다.
그런데 제어할 수 없는 욕망이 발목을 잡았다.
선택의 기로였다.
신동석 이사장에게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이제라도 수술을 하게 하면 어떤 이득이 있을까?
실력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미 신뢰를 잃은 이상 수술은 이준영 교수가 하게 될 것이다. 실패하면 책임은 면하겠지만, 성공한다고 해도 고맙다는 말 정도 들을 것이다. 그것으로 끝날 공산이 높았다.
‘백제 병원 문제와 맞바꾸는 것이 가능할까?’
신동석 이사장의 반응은 물론 윤재철의 존재까지 마음에 걸렸다. 이제 와 솔직하게 얘기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더구나 의료의 특성상 자신의 판단을 100퍼센트 신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어떤 경우를 생각해 봐도 유리할 구석이 없었다.
반대로 입을 다문다면?
살면 불리하고, 죽으면 유리하다.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무의식 속에서 무언가 생각을 가로막고 있었다.
자신에게 득이 될 부분과 진평호를 떠올리던 금경태 과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신호선의 위험을 방기하는 것은 곧 죽음을 방기하는 것이다. 위태롭게 남아 있던 의사로서의 윤리 때문인지 몰라도 꺼림칙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처음 자신을 교수로 임명한 사람이 신호선이었고, 재임 당시 큰 기대를 받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제길! 별게 다 발목을 잡는군. 이런 인연을 다 따지면 세상 모든 사람을 챙겨야 한다는 소리야. 그러다 보면 다 된 일도 망칠 수 있어.’
금경태 과장이 눈살을 찌푸리며 갑갑한 소리를 냈다.
옆에 서 있던 김지훈이 바짝 긴장했다.
‘심각한 문제라도 있는 건가?’
그간 한 번도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환자에 대해 고민하는 금경태 과장이 아니었다. 속마음을 모르니 당연한 일이었지만, 김지훈에게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경고였다.
그때 금경태 과장이 답답한 숨을 내쉬며 CT로 눈을 돌렸다. 별생각 없이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급하게 손짓을 해 댔다.
“그간 찍은 CT 다 걸어 봐.”
지금까지 네 번이나 찍었다. 뷰박스(View Box)가 모자랄 정도였다.
날짜별로 정렬된 CT를 번갈아 보던 금경태 과장의 눈이 번쩍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턱을 매만지며 눈을 떼지 못했다.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수술은 하기로 했어? 어떻게 결정했어?”
난데없는 질문이었다.
“출혈이 멈출 때까지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그래?”
금경태 과장의 눈빛이 더욱 매서워졌다.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사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준영 교수까지 말이다. 똑같은 케이스를 보지 못했다면 앞으로도 알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지금까지의 갈등을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도 있는 결정적인 소견이었다.
‘이건 누구도 볼 수가 없어. 곧 출혈을 할 가능성이 농후해. 아니, 거의 100퍼센트야.’
머릿속이 미친 것처럼 돌아가기 시작했다.
‘입만 다물면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있어. 어떻게 해야 하지? 그렇게 해야 하나? 가만!’
문득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인물이 생각났다.
“혹시 허경발 선생님도 보셨나?”
김지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당연히 환자를 보았다. 큰 스승이자 간담도계의 대가라는 칭송을 받는 의사였기에, 어떤 견해를 보일지 기대가 돼 가슴까지 떨렸었다. 하지만 허경발 교수도 특별한 대책이 없었다.
문득 고개를 푹 숙이며 자신의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 했던 신현수가 생각났다. 교수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아렸다.
“특별한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금경태 과장이 입술을 내밀며 팔짱을 끼었다. 특유의 거만함을 은근히 내비쳤다.
‘허경발 선생도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군. 어쨌든 내겐 유리한 일이야.’
가장 왕성하게 활동한 시기가 이미 한 세대 전이다. 검사 장비부터 시작해 기술까지 모든 것이 급변했다. 단적으로 스테이플은 나오기도 전이었고, CT나 MRI마저 찍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물론 경험은 결코 무시할 수가 없고, 아직도 배울 것은 무궁무진했다. 하지만 신호선의 경우와 같은 환자는 보기 어려울 것이다. 장비를 이용하지 않으면 진단과 치료 자체가 어려운 환지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이해득실을 따졌다. 입만 다물면 거의 100퍼센트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의사의 윤리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은 지 오래였다.
남은 것은 단 하나, 환자에 대한 부담, 아니 신호선이라는 특정한 사람에 대한 부담만 가지지 않으면 된다.
‘살 만큼 산 양반이야. 솔직히 일한 만큼 월급을 받았을 뿐인데, 빚진 것도 없잖아.’
마음속 저울추가 서서히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의도적으로 일을 꾸미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죄의식마저 희미해졌다.
입술을 꾹 다물고 눈빛을 굳힌 금경태 과장이 아무 말도 없이 중환자실을 나갔다.
‘지금까지 모른다면 앞으로도 알 수가 없어. 수술을 하면 무조건 사고가 나게 돼 있어. 이걸 잘 이용하면 진평호에게는 막대한 돈을 받고, 이준영은 제 발로 나가게 되겠지. 결국 병원도 내 손에 들어오게 될 거야. 난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면 끝이야.’
무엇을 보았는지 모르지만 선을 넘었다.
지금이라도 올바른 길, 아니 지극히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었지만 그럴 마음이 없었다. 욕심과 야망, 그리고 질시에 못 이겨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다.
김지훈의 안색이 심각해졌다.
눈치를 봐서는 무엇인가 있는데 아무 말도 없으니 더욱 의문이 생겼다. 도대체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기만 했다.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뭘까? 아무것도 아니라면 그렇게 고민하는 기색을 보일 리가 없잖아. 그래. 확신하지 못하는 걸 거야. 설마 스승님과의 관계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건 아니겠지.’
엉뚱한 생각까지 들었지만 그냥 넘어갈 일도 아니었다.
혈액 검사를 펼치고 처음부터 마지막 결과까지 일일이 확인했다. 새로울 것이 없었다.
CT를 확인했다. 간암과 주변 출혈 부위를 꼼꼼하게 살폈다. 역시 크기가 커진 것 이외에는 새로운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전부터 이상하게 눈에 걸리는 소견이 하나 있긴 했다. 별것 아니라고 지나쳤지만 금경태 과장의 심각한 얼굴을 본 때문인지 더욱 신경이 쓰였다.
김지훈이 볼펜을 꺼내 들고 CT를 보며 뭔가를 그려 나갔다, 몇 번이나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답이 안 나오는지 갈수록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상인지, 아닌지 확실하게 알 수가 없네. 안 되겠다. 나 혼자 고민할 일이 아니야.’
신현수와 손일석을 불렀다.
근 일주일 동안 제대로 눈을 붙이지 못한 신현수가 머리에 까치집을 짓고 있었다. 신현수가 해야 할 일을 나누어 한 탓에 피곤에 절기는 손일석도 마찬가지였다.
뷰박스 앞에 모인 일반 외과 3년차 셋을 보던 간호사들이 피식 웃고 말았다.
“이번 치프 선생님들은 1년차 때부터 지금까지 어쩜 저렇게 한결같을까?”
“그러게. 난 그중에서도 신현수 선생님이 제일 신기해. 인턴 때도 그렇게 깔끔했던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변하니?”
“맞아. 그런 거 보면 김지훈 선생님이 제일 한결같지? 호호호!”
난데없는 웃음을 터트리던 간호사들이 급히 고개를 숙였다. 중환자실에서 웃음은 어쩌면 금기일지도 몰랐다. 일하는 사람을 더욱 힘들게 할지라도 말이다.
손일석이 졸음이 덕지덕지 묻은 눈가를 비비며 입을 열었다. 하품까지 늘어지게 해 댔다.
“에휴!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왜 이렇게 피곤한지 모르겠네. 자도 자도 졸려. 지훈아, 무슨 일이야?”
신현수는 아직도 멍한 모양이었다.
“정신 좀 차려. 이게 좌측 간동맥으로 보이는데, 그 옆에 또 하나가 있는 것 같지 않아? 혈관 하면 너니까 눈 똑바로 뜨고 제대로 확인해 봐.”
“무슨 소리야? 아무리 기형이 있다고 해도 좌측 간동맥이 두 개인 사람이 어디 있어? 설령 있다고 해도 수술하면 어차피 다 잘라야 하는데, 그게 무슨 문제야?”
“그게 아니라, 하나는 우측 간동맥인 것 같으니까 그러지. 원줄기에서 좌우 간동맥이 갈라지는 부위가 여기야. 맞지? 그럼 여기서부터 따라가 보자.”
상당히 진지한 태도에 손일석이 고개를 흔들었다. 신현수도 뜻밖의 말에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집중을 했다.
“이상하긴 하네. 그럼 우측 간동맥이 좌측 간을 통과해서 지나간단 말이야? 그런가?”
간 내 구조물은 복잡하다.
간동맥과 간문맥, 그리고 간정맥과 담도까지 4개의 구조물이 실질 속에 얽혀 있다. 게다가 CT는 단면을 보기 때문에 모두 다 잘린 모양으로 보인다.
따라서 혈관이나 담도 같은 구조물이 한 줄기로 보이지 않는다. 꼼꼼하게 살펴야 동맥, 정맥, 담도를 구분할 수 있고, 굵기가 가늘면 대강의 위치로 가늠하게 된다.
하기에 3년차 셋이 머리를 맞대도 혈관의 기형을 확신하기 힘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지훈이 다소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몇 번을 봤는데, 내 눈에는 아무래도 우측 간동맥이 좌측 간을 통과하는 것처럼 보여. 잘못 본 걸까?”
손일석이 눈을 크게 뜨고 다시 확인했다.
“어후! 그래도 잘 모르겠네. 하지만 만약 네 말이 맞는다면 수술할 때……. 어? 이거 보통 문제가 아니네.”
수술이라는 소리에 신현수도 깜짝 놀라며 당황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만약 김지훈의 말대로라면 정말 심각한 문제였다. 간을 절제할 때는 혈관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다. 어차피 없애야 할 구조물이기 때문이다.
결국 통상의 경우처럼 좌측 간을 자르면 좌측과 우측 간동맥을 모두 자르게 된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되면 간 전체가 죽게 되고, 이는 곧 환자의 사망을 의미한다. 또한 혈관 기형을 확실하게 알고 들어간다고 해도 수술의 위험성이나 난이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질 것이다.
“지훈아,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신현수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 같았다.
“현수야, 혈관 촬영술을 해서 확인하는 수밖에 없어.”
“지혈을 위한 치료를 해도 출혈이 안 멈추는데, 혈관 촬영을 하려면 헤파린을 써야 하잖아. 안전할까?”
혈관 촬영을 하게 되면 혈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만일 혈전이 중요 기관의 혈관을 막기라도 한다면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따라서 응고 방지제인 헤파린을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간 내 출혈을 촉진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딜레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라지만 출혈을 악화시킨다면 도리어 더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만약 김지훈의 판단이 틀렸다면 그것이야말로 더 큰 문제였다. 엉뚱한 검사를 위해 환자의 목숨을 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확신이 필요했지만 누구도 그럴 능력이 없었다. CT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비록 추측이고 의심일 뿐이었지만, 교수들의 판단이 절실한 때였다.
이준영 교수와 신기동 교수에게 노티를 했다. 신현수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이혁민 교수에게까지 노티를 했다. 내친김이었다. 신기동 교수만큼 해부학을 강조하는 송재덕 교수를 빼놓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교수들을 기다리는 동안 김지훈이 깊은 생각에 잠겼다. 불확실한 판단을 말했지만, 맞든 틀리든 간에 그에 따른 계획을 세우는 것이 마땅했다. 의심만 하고 적당한 선에서 교수들에게 판단을 미룬다면 의사로서는 자격 미달일 것이다.
얼마 후, 4명의 교수와 3명의 치프가 모두 모였다.
김지훈의 설명을 들은 교수들이 다소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도 신중하게 CT를 확인했다. 한동안 모두들 고민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야! 지훈이 말을 들으니까 그렇게도 보이네. 눈썰미 참 좋다. 아니지. 이건 정성이고, 관심이지. 하여튼 꼼꼼하게 잘 봤다, 잘 봤어. 신 교수, 어때? 혈관은 신 교수가 전문이잖아? 그렇게 보여?”
“글쎄요. 확신하기 힘드네요. 다른 환자라면 고민할 것도 없는데, 하필이면 간 내 출혈이니 함부로 검사를 할 수도 없고 고민되네요. 이 교수는 어때?”
“내도 정말 어렵다. 우측 간동맥이 완전히 휘어서 좌측 간을 통과한단 말이지. 내는 판단하기 참 어렵네. 김지훈, 니는 니 말을 얼마나 확신하나?”
교수들도 답답하기 짝이 없는 모양이었다.
김지훈이 입을 열지 못했다. 지금은 섣불리 입을 열 상황이 아니었다.
모두들 이준영 교수를 보았다. 최종 결정은 결국 주치의의 몫이기 때문이었다.
갑갑한 시간이 흘렀다. 누구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깊은 고민에 잠겼던 이준영 교수가 눈빛을 굳히며 물었다.
“김지훈, 혈관 촬영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해?”
스승의 질문이다. 지금까지 고민하고 교수들에게 알린 이유는 명확했다.
심호흡을 한 김지훈이 자신이 집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침착하게 대답을 했다.
“치명적인 위험 요소를 무시하고 수술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수술을 해야 한다면 가능하겠어?”
어떤 의견을 묻는 것일까?
간담도 파트의 치프다.
또한 이준영 교수의 제자다.
환자가 신호선이라고 해도 상태에 따른 판단부터 수술까지 이미 생각하고 있어야 했다. 김지훈은 그렇게 배웠고, 항상 그렇게 해 왔다.
“제 판단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라면 먼저 수술 준비를 확실하게 한 후, 혈관 촬영을 하고 바로 수술에 들어가겠습니다. 물론 헤파린의 영향이 남아 있겠지만, 시간을 지체해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을 막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언제 했으면 좋겠어?”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 같습니다. 출혈이 멈추길 기다리다가 만약 이차 출혈이 발생한다면 최악의 상황에서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해야 한다는 소리야?”
김지훈이 눈가에 힘을 주었다. 혈관 촬영과 그에 따른 조치는 그간의 모든 계획을 버리고 백지에서 생각해야 할 일이었다.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단호한 대답에 교수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치프라고 하지만 전공의라는 것을 볼 때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적극적인 의견이었다.
하지만 딱히 반박할 거리가 없었다. 생각해 보면 가장 합리적인 판단일 수도 있었다. 간 내 출혈과 이차 출혈, 그리고 혈관 기형까지 조합한다면 말이다.
이준영 교수가 모든 상황을 다시 점검했다.
신호선의 상태와 검사 결과, 그리고 CT와 초음파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다시 확인했다. 그러고도 한참을 교수들과 의견을 나누며 고민했다.
신현수는 물론 김지훈과 손일석도 초조하게 결론이 나기를 기다렸다.
‘혈관 기형이 아니면 어떻게 하지? 아니야. 걱정할 것 없어. 의문이 들면 당연히 말씀드리고, 상의하는 것이 맞아. 스승님과 교수님들도 정확하게 판단하실 거야.’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신현수의 입술이 타들어 갈 지경이었다.
마침내 결정이 났다.
이준영 교수가 힐끗 김지훈에게 시선을 주고는 신현수에게 말했다.
“신현수, 이사장님 오시라고 해. 상황을 말씀드리고 동의하시면 바로 준비하자.”
“설마 내일 수술하시겠단 말씀이십니까?”
이준영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지훈과 자신의 결정을 확고하게 믿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