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써전-493화 (493/1,329)

제2화 바람이 분다 Ⅰ (1)

처음으로 받은 정규 수술이 무사히 끝났다.

김진호 교수와 이경석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지 못했다. 치프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3년차다. 지금까지 이 정도 난이도를 가진 수술을 받은 3년차는 없었다.

더구나 임파선 전이를 동반한 대장암에 스테이플까지 사용했다. 상당한 경험이 필요한 수술이었지만 자연스럽게 진행된 탓인지 어렵게 보이지도 않았다. 김지훈이 직접 스테이플까지 조작했어도 무리가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음성에서 봤을 때부터 알아봤지만, 보면 볼수록 정말 대단한 놈이네. 교수님들에게 받는 신뢰도 확실한데, 전문의 따기 전에 웬만한 수술은 다 해 보는 거 아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김진호 교수를 본 고경아의 눈이 기쁨으로 반짝였다. 전공의들이 수술을 훌륭하게 해낼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는 교수였지만 이번만은 확실히 달라 보인 것이다. 고경아가 마치 자신이 수술을 한 것처럼 자랑스러워했다.

‘지훈 씨, 멋져요. 파이팅!’

‘고마워요, 경아 씨. 어시스트를 너무 잘해 준 덕분이에요. 경아 씨가 안 도와줬으면 수술 제대로 못했을 거예요.’

‘아니에요. 지훈 씨가 최고예요.’

조용히 눈길을 마주치던 김지훈이 헛기침을 했다.

마취에서 깨어난 환자가 나직한 신음을 내뱉으며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서둘러 환자를 회복실로 옮겼다.

박순용과 함께 수술 후 오더를 내며 환자 상태를 살피던 김지훈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띠! 띠! 띠! 띠! 띠! 띠!

규칙적인 심장박동과 안정적인 혈압.

똑! 똑! 똑!

순조로운 회복을 알리며 한 방울씩 떨어지는 소변.

무사히 수술을 끝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가슴이 뿌듯하다 못해 터질 지경인데, 회복까지 더없이 순조로웠다. 응급 수술을 했을 때와는 또 다른 감흥이 다가왔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분에 김지훈이 연거푸 길게 숨을 내쉬었다. 어쩐지 의사들과 간호사들의 눈빛마저 달라진 것 같았다.

‘너무 좋다고 기분을 그대로 드러내면 안 되지. 명색이 치픈데 이럴수록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침착하게 행동해야 돼.’

김지훈이 자꾸만 찢어지려는 입가에 힘을 꽉 주며 표정 관리를 했다.

수술 방을 나가던 김지훈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기쁨을 참는 일이 슬픔을 참는 것 이상으로 힘들었다.

오후 회진을 돌기 직전까지 환자를 수시로 찾았다. 누구 하나 중요하지 않은 환자는 없었지만 유달리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얀 김을 뿜는 가습기 방향을 조절하고, 수액 속도까지 확인했다. 제시간에 주사제가 투여됐는지, 바이탈은 안정적인지 빠짐없이 점검했다.

모든 치료가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환자는 힘들어했지만 의식은 명료했다. 심지를 통해 나오는 삼출물도 깨끗했다.

“환자분, 오늘은 푹 쉬시고 내일부터는 운동하셔야 합니다. 당분간 코 줄은 유지해야 하지만, 소변 줄은 내일 아침에 바로 뺄 거니까 화장실도 직접 걸어가셔야 합니다.”

한참 환자와 보호자에게 주의할 사항들을 알려 주고 있을 때 누군가 불쑥 들어왔다.

“지훈아, 치프야, 어떠니? 환자분 괜찮니? 괜찮지?”

“예. 특별한 문제 없습니다.”

어느새 회진 돌 시간이 된 모양이었다.

김지훈이 눈가를 찌푸리며 박순용에게 눈짓을 했다.

‘올라오시면 바로 연락을 해야죠.’

‘그러려고 했는데, 올라오시자마자 바로 환자를 보러 오시네요. 죄송합니다.’

송재덕 교수만의 특징이었다. 신경이 쓰이는 환자가 있으면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하는 양반이니, 이번 역시 그러고도 남았다. 박순용이 애꿎게 눈치를 먹었지만 당연한 일이었다. 치프가 차질 없이 회진을 돌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1년차가 필히 챙겨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환자분, 수술 잘됐습니다. 우리 김지훈 선생 덕에 스테이플도 잘됐으니까 퇴원도 빨리하시게 될 겁니다. 불편한 점 있으시면 언제든 우리 선생들을 찾으세요. 그럼 이만. 지훈아, 치프야, 회진 돌자.”

오늘따라 모두들 발걸음이 가벼웠다. 수술이 잘된 데다 각자 나름의 이유로 기분까지 좋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박순용도 방금 전에 일은 이미 까맣게 잊은 후였다.

모든 교수들의 회진이 끝났다.

이제야 긴장이 풀리는지 김지훈이 한껏 기지개를 펴다 말고 깜짝 놀라며 급히 팔을 내렸다. 이준영 교수가 무뚝뚝한 얼굴로 손짓을 하고 있었다.

‘아까 회진 다 도시지 않으셨나?’

“선생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잠깐 나 좀 보자.”

복도도 아니고 계단이다.

천천히 외래로 향하는 이준영 교수를 뒤따르던 김지훈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웬만한 일로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지만 김지훈은 알 수 있었다. 분명히 기분 좋은 얼굴이었다. 물론 그걸 표현할 이준영 교수는 아니었다.

“항상 강조한 말이지만 어떤 파트를 세부 전공으로 삼든 기본이 가장 중요해. 대장, 혈관, 위장관 할 것 없이 최대한 배워야 한다. 알았어?”

“예, 선생님.”

“대장암이 간으로 잘 퍼지는 거 알지? 상황에 따라서는 간 절제와 대장 절제를 동시에 해야 하는 경우들이 있으니까, 특히 대장 수술은 확실하게 배워야 해. 송재덕 선생님이 널 믿는 만큼 방심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목소리나 표정은 여전했지만, 그 속에 이준영 교수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김지훈이 자만을 경계하라는 스승의 말을 곱씹었다.

‘대장암 수술을 정규 수술로 받았다고 해서 내 실력이 갑자기 느는 것은 아니겠지. 스승님 말씀대로 항상 겸손한 자세로 노력해야 돼. 난 이제 3년차에 불과해.’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긴 김지훈을 보는 이준영 교수의 눈가에 즐거운 주름이 잡혔다.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제자를 보는 눈에는 흡족함과 자랑스러움이 서려 있었다.

이제는 칭찬 하나로 방심할 김지훈이 아니었다. 때론 그런 제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오늘은 김지훈이 평생 잊지 못할 의미가 있는 날이기도 했다.

“지훈아, 오늘 수술은 정말 잘했다. 자랑스럽다.”

“예?”

김지훈이 멀뚱멀뚱 의아한 표정만 지었다.

‘지훈아, 잘했다. 자랑스럽다?’

분명 그 세 마디가 귓가에서 울렸지만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다른 말은 몰라도 자랑스럽다는 말이 스승의 입에서 나올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김지훈이 자신도 모르게 되물었다.

“스승님, 지금 혹시 자랑스럽다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준영 교수가 힐끗 눈길 한 번 주고는 외래로 사라졌다. 홀로 남은 김지훈이 멍청히 뒷모습을 바라보다 말고 하얀 이를 보였다.

스승에게 전에 없는 칭찬을 받았다. 기쁨으로 반짝이던 고경아의 눈이 생각났다.

명색이 치프라고?

그건 수술 직후의 마음일 뿐이었다.

참고 참았던 웃음이 터지며 입가가 찢어졌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나가던 간호사가 깜짝 놀라며 희한한 표정을 지었다.

복도에 서서 혼자 히죽히죽 웃고 있던 놈이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질렀는데, 멀쩡하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얼굴이 벌게진 김지훈이 후다닥 사라졌다.

수술로 인한 반향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다른 교수들 역시 김지훈을 보며 은연중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신뢰와 인정이었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가슴이 아릴 정도로 강한 자극으로 다가갔다.

신현수가 전에 없는 독기를 품었다.

수술 준비 및 발표할 때부터 시작해, 위 절제 수술을 들어갈 때까지 번쩍번쩍 눈을 빛냈다.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건강한 독기였다.

첫 정규 수술을 받는 영광을 아깝게 놓친 이경석도 긴장의 끈을 더욱 단단히 조였다.

김지훈 역시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잘난 놈이 완전히 날 잡아먹겠다는 표정을 지어? 이거 은근히 떨리네.’

금요일 오전.

마침 수술이 없었다. 김지훈이 슬그머니 수술실에 들어가 참관을 했다.

“니 왜 들어왔어? 신현수가 수술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들어왔나?”

“아닙니다. 수술 방에 일이 있어서 들어온 김에 잠깐 들어왔습니다.”

“그래? 그럼 시간 될 때까지 잘 봐라.”

에둘러 말했지만 핑계라는 것을 모를 사람은 없었다. 이혁민 교수의 말에 자극을 받은 신현수가 눈가에 바짝 힘을 주었다. 눈에서 불길이 쏟아질 것 같았다.

수술이 시작됐다.

신현수가 완전히 변했다. 특유의 냉정하고 침착한 모습을 되찾았다.

피부를 절개하고 복막을 열었다.

위궤양의 위치를 파악한 후 절제를 시작했다.

김지훈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대단해. 어떻게 이혁민 선생님하고 저렇게 손이 잘 맞지? 정말 정확하면서도 세심하네. 내가 왜 거칠다는 말을 들었는지 더욱 확실하게 알 것 같다.’

배를 여는 순간부터 닫는 그 순간까지 신현수의 손은 한 치의 실수도 없었다. 위를 절제한 후 소장과 이어 줄 때는 그저 감탄만 터졌다.

어느새 수술이 끝났다. 이혁민 교수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김진호 교수는 허탈하게 웃었다.

“야! 너무하네. 아무리 치프라지만 신현수 너까지 이래도 되는 거야? 지훈이는 말할 것도 없고 이경석 선생도 만만치 않은데, 하여간 부럽다. 우리 과 치프들도 너희들처럼 눈에 독기 좀 품었으면 좋겠다.”

엉뚱한 놈이 독기를 품었다. 대장암 수술로 잠시 잠잠했던 승부욕이란 불꽃이 타닥 소리를 내며 타올랐다.

‘현수야, 니가 내 동기라는 게 너무 고맙다. 너만 보면 가슴이 활활 탄다. 활활 타.’

김지훈에 이어 신현수까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어쩌면 더욱 놀랐는지도 몰랐다. 년차를 넘어선 뛰어난 실력과 눈에 띄게 달라진 자세에 신현수를 보는 시각까지 달라진 것이다.

‘예전에는 이사장님 아들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요샌 일반 외과 치프로만 보여. 김지훈하고 둘이 언젠가는 일을 낼 것 같지 않아?’

‘이경석 선생도 만만하지 않아.’

즐거운 소문이었다.

더욱 마음을 다잡게 하는 말이었다. 치프들 모두에게 말이다.

***

토요일 오전.

주말 집담회 내내 금경태 과장은 말이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얼굴만 찌푸리고 있었다. 과장 표정이 그럴진대 분위기가 살 리가 없었다. 게다가 무엇이 그리 급한지 집담회가 끝나자마자 사라졌다.

이런 분위기를 끌고 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에이!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상의라도 하든지 해야 할 거 아냐? 아니지. 애초에 그럴 놈이 아니지. 에이! 나쁜 놈. 제발 정신 좀 차려라.’

송재덕 교수가 간단하게 커피나 한잔하자며 교수들과 치프들을 불렀다.

오상익 교수가 흔쾌히 웃으며 함께 자리를 했지만, 구영선 교수와 임동완 교수는 완곡하게 거절을 했다. 여전히 벽을 느끼는 것 같았지만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혁민 교수가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입을 열었다.

“신현수, 니 수술 많이 늘었다. 이젠 아주 제법이다만,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된다. 수술도 이론과 지식처럼 끝이 없는 법이다. 언젠가는 내보다 훨씬 잘해야 한다. 알았나.”

“명심하겠습니다, 선생님.”

“이 교수, 지금도 무지하게 잘하는데 뭘 그렇게 강조를 해. 현수야, 치프야, 너 나쁜 놈이지만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 잘한다. 잘해. 아 참! 이 교수, 우리 경석이는 수술 언제 줄 거야?”

“케이스 나오는 대로 주겠습니다.”

당연한 일이라는 것처럼 이준영 교수가 바로 대답을 했다. 약간은 의기소침하고 기운이 빠졌던 이경석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아직 수술을 못 받았다고 해도 인정을 받는 것보다 즐거운 일은 없었다.

“빨리 줘라. 빨리. 지훈이는 대장암 수술을 했다. 대장암을. 이거 아무나 주는 거 아니다. 나니까 준 거 알지? 경석이 신경 써야 한다. 단단히 신경 쓰자.”

“그래요. 우리 이경석 선생도 충분히 수술을 받을 자격이 됩니다. 이준영 교수님, 신경 많이 써 주세요.”

“선생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상익 교수의 말에 모처럼 즐거운 웃음이 터졌다.

한동안 주중에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던 중, 이혁민 교수가 갑자기 헛기침을 터트렸다. 대화가 돌고 돌다 외과 센터에 대한 말이 나온 것이다.

“이 교수, 외과 센터는 어떻게 되는 거야? 만든다, 만든다 소문은 무성한데 보이는 게 없잖아.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일이 잘 안 되나? 그러면 안 되는데. 안 되지. 그럼, 안 되고말고.”

“그게 저도 확실하지는 않습니다만, 몇 가지 난관이 있는 모양입니다. 대신 한 가지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좋은 소식? 뭔데? 빨리 말해 봐. 빨리.”

이혁민 교수가 활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중앙 의료원 개설이 예정보다 빨라지는 모양입니다. 그렇게 되면 스승님께서 내년 3월이 아니라 1월부터 바로 병원에 나오시지 않겠습니까? 직접 진료를 하시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과에게도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김지훈의 눈이 동그래졌다.

‘와! 큰 스승님께서 드디어 중앙 의료원 원장님으로 오시는 건가?’

송재덕 교수는 더 좋아했다.

“그거 외과 센터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네. 좋다. 좋아. 스승님이 계시면 중심이 확 잡히겠지. 그치? 내 말이 맞지? 아니네. 그렇게 되면 우리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큰일 났다. 큰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 교수, 생각을 해 봐. 스승님께서 우리 치프들을 보시면 애들이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지 한눈에 아실 거 아냐. 근데 우리가 그걸 못해 봐라. 옛날처럼 호되게 혼나지는 않겠지만 꾸중 정도는 듣지 않겠어? 음! 꾸중, 이 나이에 꾸중 들으면 안 되는데. 창피하다. 창피해.”

오상익 교수가 조용히 웃었다.

“허경발 선생님이 예전에는 대단하셨죠? 제가 직접 배우지는 못했지만 소문은 많이 들었습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죽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죠. 한 번 화가 나시면 감당할 사람이 없었어요. 특히 환자 제대로 못 보면 그냥 뭐…….”

뒷말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교수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치프들이 동시에 서로를 보았다. 송재덕 교수를 제외하고는 방식은 달라도 태우는 일에는 일가견이 있는 교수들이었다.

불덩이와 칼, 그리고 차가운 얼음.

배운 대로 가르치게 되는 모양이었다.

김지훈이 갑자기 소리 없는 웃음을 날렸다.

‘혁원아, 멀지 않았다.’

배움을 실천하지 않으면 그것은 죽은 지식이고, 이는 곧 죄악이다. 반드시 태워야 할 일이었다.

김지훈이 음흉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의아한 표정을 짓던 신현수와 이경석도 곧 입가를 말고 말았다.

한동안 대화가 이어졌다. 내과 센터 개설도 만만치 않다는 소리가 얼핏 흘러나왔다. 거의 모든 준비가 끝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의아한 일이었다. 신현수도 금시초문인지 고개만 갸웃거렸다.

어쨌든 외과 입장에서는 좋은 소식을 들었다.

중앙 의료원이 만들어지고, 허경발 교수가 원장으로 취임을 하는 순간 개편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얼마나 크게 개편할지는 모르지만 금경태 과장은 결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지금처럼 자신의 일까지 등한시한다면 불을 보듯 빤한 일이었다.

그 시간, 금경태 과장이 술잔을 앞에 둔 채 부들부들 손을 떨고 있었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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