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써전-491화 (491/1,329)

제1화 환자에게 좋으면 의사에게도 좋은 일이다 (1)

순간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갈등에 빠졌다. 일단 복사물을 꺼내면 지금까지의 고민이 어느 정도는 사라질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도리어 수술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더욱 커지며 갈팡질팡 마음을 잡기 어려웠다.

‘만일 송재덕 선생님이 이 방법을 택하시면 내가 집도할 기회는 없겠지? 그냥 아무것도 아니라고 얼버무리고 수술을 할까? 아니야. 환자에게는 이 방법이 훨씬 유리해. 내겐 기회가 또 있지만 환자에게는 단 한 번뿐인데, 내 욕심을 앞세우는 것은 옳지 못해.’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의사가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원칙을 한 번 어기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게 될 것이다.

‘후우! 최고의 써전 이전에 진정한 의사가 되는 것이 먼저다. 잊지 말자.’

물론 어떤 선택을 할지는 송재덕 교수에게 달린 일이었다. 하지만 복사물을 보이는 순간 집도할 기회는 사라진다고 보는 것이 편할 것이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그럴수록 이상할 정도로 더욱 진한 아쉬움이 발목을 잡았다.

머뭇거리는 김지훈을 본 송재덕 교수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채근했다.

“뭔데 그러니? 궁금하다. 궁금해. 빨리 줘 봐, 빨리.”

길게 숨을 내쉰 김지훈이 손에 들고 있던 복사물을 송재덕 교수에게 건네려는 순간 의국 문이 열렸다.

이준영 교수와 이혁민 교수였다. 그때까지도 손은 주저하고 있었다.

“이 교수, 웬일이야? 아직 퇴근 안 했어? 시간이 몇 신데 퇴근해야지, 퇴근.”

“김지훈이 어떻게 준비를 했는지 보러 왔습니다. 준비를 확실하게 해야 수술도 할 수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신현수, 만만치 않았을 텐데 니 자극 좀 받았나?”

이혁민 교수가 노골적으로 경쟁을 부추겼다. 이준영 교수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이미 발표한 자료를 살피고 있었다. 준비가 미흡하면 당장이라도 불덩이를 날릴 것 같은 눈빛이었다.

“우리 치프들이 어떤지 알면서 왜들 그래? 잘했어. 아주 잘했으니까 신경 쓰지 마. 내 맘에 쏙 들어.”

“다행입니다, 선생님. 저도 좀 읽어 보겠습니다.”

자료를 읽던 교수들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마지막 부분까지 모두 확인한 이준영 교수가 힐끗 김지훈을 보며 물었다.

“손에 든 건 뭐야? 자료가 더 있어?”

김지훈이 손에 들린 한 장의 복사물을 보며 눈가에 힘을 주었다. 스승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간의 고민과 아쉬움이 불현듯 사라졌다.

‘그동안 스승님께서 정말 가르치고자 하셨던 것은 기술이나 지식이 아니라 의사로서의 자세와 마음가짐이었어. 집도에 욕심을 낼 문제가 아니야. 일단 말씀드리는 것이 맞아.’

김지훈이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추가로 준비한 겁니다.”

목소리마저 밝아졌다. 혹시 몰라 여분으로 몇 장을 더 복사해 놓길 잘했다. 교수들과 치프들에게 복사물을 건넸다.

천천히 복사물을 읽던 송재덕 교수가 상당히 놀랍다는 표정으로 김지훈을 보았다.

‘에스 결장암 환자에게 스테이플을 사용하자고? 허어! 왜 이런 생각을 못했지? 김지훈, 하여튼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나를 놀라게 하는구나.’

다들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사실 사고방식만 살짝 바꾸면 누구든지 생각해 낼 수 있는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의외라고 할 정도로 놀란 이유는 고지식할 정도로 기존의 방법을 고수하는 의료계의 특성 때문일지도 몰랐다.

송재덕 교수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에스 결장암인데 호치키스를 사용하자고?”

“예, 선생님.”

“그냥 손으로 해도 충분한데 그럴 이유가 있을까. 환자한테 그게 유리하겠어? 근데 가능은 한 거니? 호치키스가 거기까지 들어갈지 모르겠다.”

김지훈이 눈빛을 굳혔다.

의사들은 사람의 몸을 다루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안전성을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 그래서 입증된 방법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 외에도 고려해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때문에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에는 경계의 눈길부터 보내는 것이 당연한 반응이었다.

확실한 근거와 확신을 갖고 말해야 했다.

“직장에서 1센티미터 내지 2센티미터 정도 상부에서 연결을 해야 하기 때문에, 스테이플을 사용하는 데는 물리적으로 문제가 없습니다. 길이는 충분합니다.”

“그래. 그렇긴 하네. 호치키스가 길긴 길지. 그럼 할 수 있다고 치고, 득이 뭐야? 더 빨리할 수 있나? 그래야 얼마나 빨라지겠니. 잘해야 일이십 분이다.”

“예. 그렇긴 하지만, 장을 만지는 시간이 적으면 적을수록 보이지 않는 손상을 덜 주게 됩니다. 단 10분이라도 절약할 수 있다면 큰 이득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손으로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안전하게 연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송재덕 교수가 눈가를 좁혔다.

맞는 말이었다. 대장이나 소장 연결 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점막을 반드시 이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일정한 간격으로 수처를 해 줄수록 잘 붙는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면에서 스테이플은 사용하기에 따라 효용성이 무척 큰 기구였다. 이중으로 점막을 이어 주고, 외벽 역시 조밀하면서도 일정하게 연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손으로는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정밀함이었다.

김지훈과 송재덕 교수가 열띤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았다. 과연 스테이플이 손으로 하는 것보다 얼마나 정확하고 안전한지가 주된 내용이었다.

사실 송재덕 교수가 김지훈보다 스테이플이 갖는 장점을 모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쩌면 이때를 빌려 신현수와 이경석에게도 알려 줄 생각인지도 몰랐다.

다들 진지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문제는 또 있었다. 송재덕 교수는 이를 간과할 사람이 아니었다.

“지훈아, 아주 좋은 생각이야. 그런데 말이야. 호치키스를 사용하면 기구 값 때문에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더 커지잖아. 그 점은 생각해 봤니? 괜히 돈만 더 쓰게 하는 거 아닐까? 우습지만 정말 중요한 문제다. 아무리 좋은 방법도 돈이 너무 많이 들면 도리어 나쁜 방법이 될 수 있어.”

“그 점은 저도 생각해 봤습니다. 물론 수술 비용 자체는 증가하지만 회복이 더 빠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입원 일수의 단축이 가능하고, 제반 비용이 줄어든다면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흐음! 그렇구나. 입원 기간이 준다, 이 말이지. 그래. 그렇겠네. 좋다. 좋아. 한 가지만 더 물어보자. 경험은? 스테이플에 의존하면 경험은 어떻게 쌓지?”

은연중 김지훈의 집도 경험이 사라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이미 각오한 일이고, 경험은 꼭 집도를 해야만 쌓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에스 결장암이라도 지금보다 몇 센티미터만 더 상부에 발생하면 현재 갖고 있는 스테이플은 적용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다른 경우에서는 전통적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스테이플을 사용한다고 해도 수처나 타이는 기본적으로 해야 하고, 어느 면에서는 더욱 신중해야 하기 때문에 경험 문제도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송재덕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니 말이 맞다. 맞아. 경석아, 현수야, 너희들 생각은 어때? 지훈이 말대로 호치키스를 사용하는 게 좋겠니?”

신현수가 콧등을 찡그렸다.

복강경에 이어 스테이플까지, 점점 기구 사용이 늘어 가는 것이 추세였다. 앞으로 어떤 기구가 나올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간 단 한 번도 깊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생각을 비틀기만 해도 되는 일을 왜 떠올리지 못했을까?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 말고는 다른 이유가 없어. 여유가 없으니까 다른 생각을 못하지. 후우! 그렇게 생각하면 지훈이는 불과 이틀 만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알 수가 없는 놈이네. 실력 말고 빠트린 게 또 무엇이 있는 걸까?’

“현수야, 치프야, 왜 대답이 없어? 빨리 말해 봐라. 현수 니 생각은 어떠니? 어때?”

이혁민 교수가 빤히 보고 있었다. 솔직하게 말할 일이었다.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지훈이 말대로라면 환자에게도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허허! 그래. 그렇구나. 우리 총치프는 어떻게 생각해?”

이경석이 동의한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렇게 되면 김지훈이 집도를 할 가능성은 없었다. 환자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점은 백번 공감하지만, 실력을 한층 더 쌓을 수 있는 기회였다.

정규 수술이 주는 의미를 고려하면 한 단계 이상 비약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누구보다도 수술 욕심이 많은 김지훈이었기에 의외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굳이 말을 안 해도 되고, 아니면 일단 수술을 받고 다음에 말을 해도 되는 일이잖아. 혹시 스테이플까지 사용해 보고 싶은 건가?’

그럴 수도 있었다.

“저도 정말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지훈이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지훈아, 그럼 집도는?”

집도 문제는 전공의들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었다. 함부로 거론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기에 극히 조심해야 할 정도로 민감한 질문이었지만, 진심으로 묻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김지훈이 당연하다는 얼굴로 송재덕 교수를 보았다.

“스테이플을 사용해야 하는데 당연히…….”

김지훈은 스스로 집도할 기회를 차 버린 것이 분명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수술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놈이 말이다. 이경석이 고개를 흔들었다.

‘3년을 봐 왔는데 정말 알다가도 모를 놈이네.’

송재덕 교수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이준영 교수와 이혁민 교수도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김지훈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외과 의사로서는 상당히 유연한 사고를 가졌다. 그것은 곧 같은 수술을 두고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한다는 말이었다. 또한 환자를 위하는 마음과 자신의 욕심을 버리는 자세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었다.

“좋다. 좋아. 그래. 환자가 일 번이다, 일 번. 우리는 그다음이야. 그치? 내 말이 맞지? 환자에게 좋은 일은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니까 말이야. 하자. 호치키스로 수술하자.”

이준영 교수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김지훈은 지금까지 가르친 것 이상을 배웠다. 스승으로서 이보다 뿌듯한 일은 없었다.

무뚝뚝함마저 버릴 일이었다.

“김지훈, 좋다. 이렇게만 가자. 잘했다.”

“어이구! 선생님이 대놓고 지훈이 칭찬을 다 하시고 웬일이십니까? 현수야, 니도 이런 건 배워라. 실력만이 능사가 아니다. 때로는 마음가짐과 자세가 훨씬 더 중요할 때가 있어. 내 믿어도 되지? 믿는다.”

“예, 선생님. 명심하겠습니다.”

“경석이 니는?”

“당연히 배워야죠, 선생님.”

훈훈한 공기가 모두를 감쌌다.

김지훈도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었다. 지금도 수술을 하고 싶어 죽겠지만 이번만큼은 집도를 포기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를 위해서라면 더한 선택도 할 수 있어야 했다. 의사로서 누리는 기쁨과 보람은 오직 환자에게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 응급실 환자를 보고 올라온 이경석이 피식 웃고 말았다.

“대장 자릅니다. 준비해 주세요. 으음!”

김지훈이 잠꼬대를 하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속으로는 얼마나 아쉬워하고 있을까!

***

수요일 아침이 밝았다.

송재덕 교수가 기진맥진한 홍선호에게 다시 한 번 수술 방법을 설명했다.

달랑 수액에 의지해 4리터나 되는 하제를 마시고 이틀 내내 설사를 했으니 정신이 없을지도 몰랐다. 그래도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였다. 어제 이미 김지훈과 함께 한 차례 설명을 했지만 처음 시도하는 방법이다. 충분하고도 확실하게 이해시킬 필요가 있었다.

“환자분, 잘 들으셨죠. 스테이플이라는 기구를 사용하면 훨씬 빠르게 회복되실 겁니다. 그럼 수술실에서 뵙겠습니다. 긴장하지 마세요. 수술 잘될 겁니다. 우리 김지훈 선생을 믿으세요.”

수술 방은 오늘도 수술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수술 계획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수술실에 들어서자 김진호 교수가 굵은 목소리로 맞이했다.

“지훈아, 에스 결장암 환잔데 스테이플은 뭐냐?”

“그렇게 됐습니다, 선생님. 위치가 적당해서요.”

꾸벅 인사를 하고는 고경아에게 다가갔다. 부지런히 필요한 기구들을 챙기고 있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스테이플이 유난히도 하얗게 보였다.

“별문제 없죠?”

“네. 다 점검했어요.”

지난밤 통화를 하며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는 고경아가 살짝 곁눈질을 하며 말했다.

“아쉽지 않아요?”

“왜 안 아쉽겠어요. 그래도 더 좋은 방법을 택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죠. 수술이야 또 기회가 있을 거고.”

“누구보다도 많이 하게 될 거예요. 자랑스러워요.”

들릴 듯 말 듯 나직한 마지막 말에 김지훈이 밝게 웃었다.

잠시 후, 박순용이 간이침대를 밀고 들어왔다. 긴장된 기색이 역력한 환자를 수술 침대에 옮겼다.

수술실이 갑자기 조용해지면서 부산해졌다.

김진호 교수가 마취를 시작했고, 고경아도 막바지 준비를 했다. 규칙대로 5분 동안 손을 소독한 김지훈과 박순용이 수술 가운을 입고 장갑을 꼈다.

김지훈이 복부 소독을 하다 말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스테이플을 사용하자는 말을 안 했으면 집도를 했을지도 모르는 수술이었다. 그런 만큼 아무 문제 없이 성공리에 수술이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우리 모두 파이팅 합시다.’

“벌써 준비 다 끝났구나. 자! 모두들 긴장 풀고 오늘도 수술 잘해 봅시다. 고 간호사가 있으니까 걱정 없겠다. 손발이 착착 맞겠지?”

딱 맞춰 수술실에 들어온 송재덕 교수의 목소리에 여유가 넘쳤다. 김지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늘따라 몇 마디 말이 이상하게 신경 쓰였다.

‘에이! 내가 너무 과민한 거야.’

“지훈아, 경석이하고는 얘기가 됐지?”

“예. 스테이플을 사용할 때 들어올 겁니다.”

“그래. 알았다.”

수술 준비가 모두 끝났다. 송재덕 교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한 발을 내디뎠다.

김지훈의 눈이 동그래졌다.

“스테이플은 퍼스트 자리에서도 충분히 다룰 수 있으니까 수술 시작하자. 빨리 자리 옮기지 않고 뭐하니? 김진호 교수 목 빠지겠다.”

이제야 송재덕 교수의 말이 이해가 됐다.

환자에게 김지훈을 믿으라고 한 말.

고경아와 손발이 착착 맞겠다는 말.

그 모든 것이 다 수술을 준다는 말이었다.

송재덕 교수의 신뢰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순간 숨도 쉬기 힘들 정도로 뻑뻑해진 가슴에 간신히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수술실에서 서둘러 움직이는 것은 피해야 할 행동이었다. 호흡을 고르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집도의 자리로 이동한 김지훈이 빠르게 수술 방법을 되새겼다.

준비가 됐다.

“마취과, 수술 시작해도 됩니까?”

“예. 시작하셔도 됩니다. 김지훈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김진호 교수를 향해 눈인사를 한 김지훈이 다소 길게 숨을 내쉬며 송재덕 교수를 보았다. 믿음에 답하는 길은 오직 하나, 수술을 정확하게 해내는 것뿐이었다. 적당한 긴장과 함께 자신감이 필요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시작하겠습니다.”

“그래. 수술 시작하자.”

김지훈이 눈빛을 단단히 굳히며 손을 내밀었다.

“메스.”

메스를 건네는 고경아의 손에서 가벼운 흥분이 느껴졌다. 무영등 불빛에 반짝이는 은색 메스를 환자의 피부에 대는 순간 이제야 실감을 했다.

마침내 바라고 바라던 정규 수술을 받았다. 그것도 대장암이란 메이저 수술이다.

‘후우! 긴장하지 말고 배운 대로 최선을 다하자.’

김지훈이 환자의 복부를 절개했다.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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