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써전-488화 (488/1,329)

제10화 희망은 삶의 힘이다 (2)

김지훈과 신현수가 동시에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지금 정규 수술을 받는다는 말이에요?”

“뭘 그렇게 놀라? 하여튼 회진 끝나고 나서 너희들하고 수술 계획을 같이 짜라고까지 하셨다. 하하하! 어때? 가능성이 높지?”

웃음소리에 자신감이 넘쳤다.

사실 그동안 서로 내색을 안 해서 그렇지, 누가 먼저 정규 수술을 받을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특히 김지훈과 신현수는 강력한 라이벌답게 보이지 않는 불꽃까지 튀겨 왔다. 그런데 이경석이 가장 먼저 앞으로 치고 나온 것이다.

신현수가 약간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수술을 할 환잔데요?”

수술도 수술 나름이다. 단순한 담낭 절제술이라면 조금은 상황이 다를 수도 있었다. 비록 응급 수술이었지만 치프들 대부분 해 본 적이 있는 수술이기 때문이었다.

이경석이 가슴을 슬며시 폈다.

“총수담관에도 돌이 있어서 라파로는 아니고 개복을 해야 할 환자야. 담낭 떼고 T-tube 박겠지? 어후! 현수야, 담낭이야 너희들도 제거해 봤겠지만 총수담관은 다르잖아. 어떻게 열고 닫는지 자세히 공부 좀 해야겠다. 아! 돌은 또 어떻게 제거하지?”

김지훈이 눈만 멀뚱거렸다. 담낭 절제술과 T-tube 삽입술이라면 메이저 수술이다. 그것도 정규 수술이라니 할 말을 잃었다. 평소 이경석을 인정하고 있었지만 자신과 신현수를 제치고 가장 먼저 받을 줄은 몰랐다.

단지 총치프라고 해서 수술을 먼저 줄 교수들이 아니었다. 이경석은 그만큼 준비됐고, 전폭적인 신뢰까지 얻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더구나 다른 사람도 아닌 전공의들에게 가장 엄격한 이준영 교수다.

‘비상이다. 이건 비상이야.’

애애애애앵! 애애애앵!

순간 머릿속에서 빨간 불이 번쩍이며 요란한 경고음을 울리기 시작했다. 자신과 신현수에게 무엇인가 부족한 면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반드시 찾아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티를 낼 때가 아니었다. 솔직히 눈물이 나긴 하지만 축하해 주고도 남는 일이었다.

어쨌든 인정하는 것이 먼저였다.

김지훈이 어깨를 흔들며 말했다.

“형, 축하해요. 문제없도록 저도 최선을 다해 도울게요. 어후! 그나저나 형한테 제대로 한 방 맞았네요. 현수야, 우리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콧등을 찡그린 채 생각에 잠겼던 신현수가 힐끗 김지훈을 보고는 넥타이를 반쯤 풀었다. 조용히 책상에 앉으며 축하의 말을 건네면서도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경석이 형이 제일 먼저 정규 수술을 받는다니 충격이네. 어쩌면 그게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지. 후우! 지훈이 저 자식은 분명 눈에 불을 켤 텐데, 또 오프까지 반납해야 하나? 앞만 보고 달린다고 정말 최고의 써전이 될 수 있을까?’

솔직한 심정이었다. 결코 게으름이나 나태함이 아니었다. 김지훈과의 관계가 좋아지면서 경쟁이라는 말과 함께 최고의 써전이란 말에 담긴 의미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금경태 과장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 실력만이 최고였다면 당연히 존경을 받아야 할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실력에 어울리는 인성과 성품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되돌아보아도 답은 마찬가지였다. 진정한 의사, 혹은 최고의 써전에게 필요한 덕목은 분명 실력만이 아니었다. 핑계 같기도 했지만, 오프는 단지 휴식만이 아니라 그러한 면을 채울 수 있는 유용한 시간이기도 했다.

김지훈도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신현수의 생각대로 이미 눈에 불을 켜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런데 머리를 긁적이며 뭔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경석보다는 자신이나 신현수가 더 많은 시간과 열정을 투자했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이경석이 수술을 먼저 받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무엇을 놓치고 있었던 거지?’

노력이 부족했을까?

그동안 오프를 가장 많이 반납한 사람은 바로 김지훈 자신이었다. 신현수도 그에 못지않았다. 이경석보다 노력이 부족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가정이 있는 사람과 총각을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실력일까? 교수들의 판단은 어떨지 모르지만 실력이 문제였다면 최소한 신현수가 먼저 수술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다. 어쩌면 스승은 또 다른 것을 알려 주고자 하는지도 몰랐다.

답을 찾기 정말 어려웠다.

‘그냥 더 열심히 하라는 말씀인가? 어후! 솔직히 현수나 나나 2년차보다 더 힘들게 일하는데, 여기서 더 어떻게 노력을 해?’

어정쩡한 침묵이 흘렀다.

그때 신현수가 갑자기 풀어 헤쳤던 넥타이 끈을 다시 단단히 조이며 일어섰다. 제대로 쉬는 것 역시 일의 연장이자 경쟁을 지속할 힘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지훈아, 난 오프 간다. 경석이 형, 내일 저녁에 같이 수술에 대해 토론해 보죠.”

“뭐? 오프 간다고?”

누구보다도 심각해야 할 신현수였다. 김지훈의 다소 놀란 목소리에 신현수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왜? 하루 종일 책 붙들고 있어야 실력이 그만큼 느는 것도 아니고, 재충전을 해야 집중을 할 거 아냐? 간다. 열심히 해라.”

정말 의외였다.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었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숙소를 나가는 신현수를 보던 이경석이 웃음을 터트렸다.

“지훈아, 현수 말이 맞다. 쉬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일만 하다 보면 도리어 문제가 될 거야. 너희들도 이젠 나이를 생각해야지.”

“예? 나이라니요?”

“너도 이제 스물아홉이야, 인마. 내년이면 서른이다. 몸 관리 잘해라. 20대하고 30대는 다르다. 가 보면 알아.”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그렇다.

의대에 입학한 지 어느새 10년이 지났다. 의사가 된 지도 벌써 4년째였다. 지금도 누구보다 팔팔하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간간이 육체적 부담을 느낀 것 또한 사실이었다.

‘벌써 내 나이가 그렇게 됐나? 인턴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세월 빠르네.’

문득 인턴 때가 생각나며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이 떠올랐다. 항상 기억하고자 했던 것인데 잘도 까먹는 교훈이자 일에 임하는 자세였다.

선택과 집중!

그 속에는 역으로 쉬어야 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의사의 몸과 마음이 지치면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가 입게 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런 면에서 치프까지 돼 피로를 마냥 달고 살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이젠 치프답게 스스로를 관리해야 하는 것이 맞았다.

더구나 의사로서의 삶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고경아와는 멀지 않은 미래에 가정을 꾸려야 한다. 지금까지 맺은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연도 무척 중요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현수한테 좋은 거 배웠네. 그래. 여유를 갖고 일하고 배우자. 대신 확실하게 선택하고 집중하자.’

고개를 끄덕인 김지훈이 이경석을 보았다.

“형, 근데 지금 뭐해요? 수요일 수술에 대비하려면 오늘밖에 시간 없어요. 내일 발표하셔야죠.”

“아이고! 그러네.”

이경석이 책상에 고개를 박았다. 물끄러미 그 모습을 보던 김지훈이 입술을 모았다.

신현수는 확실히 변한 정도가 아니었다. 누구보다도 자존심이 강했건만, 이경석이 정규 수술을 가장 먼저 받는다는 사실 앞에서도 오프를 갔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그 모습 또한 신현수가 정말 강력한 라이벌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누가 먼저 수술을 받는지는 의미가 없어지는 건가? 그래도 정말 강력한 자극이네.’

사실 메이저 정규 수술은 4년차나 돼야 받을 줄 알았다. 반면 이경석이 예정대로 수술을 받는다면 자신이나 신현수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말이었다. 얼마나 가슴이 떨릴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첫 번째를 놓쳤다는 아쉬움이 컸지만, 문득 누가 먼저 앞서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리어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졌다. 간절히 원하던 것을 생각보다 빨리 이룰 수도 있다는 희망 때문일 것이다.

한참 수술에 필요한 사안들을 준비하던 이경석이 힐끗 김지훈을 보며 씨익 웃었다. 신현수는 예정대로 오프를 갔고, 김지훈에게서도 어딘지 모르게 여유가 느껴졌다.

‘그래. 죽자 살자 달리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여유를 보이는 게 훨씬 좋아 보인다. 그 덕에 나도 숨 좀 쉬고 말이야. 솔직히 내가 가장 먼저 정규 수술을 받는다는 사실이 의외긴 하지만, 어쨌든 얼마나 좋아.’

모처럼 편안한 밤이 지나갔다.

아니다. 조금 더 지켜봤어야 했다. 여유로운 생각도 잠시, 김지훈이 무섭도록 책을 파고들었다. 눈가에 걸렸던 졸음도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넌 투지 빼면 시체야, 인마.’

마치 본능처럼 자극에 반응하고 있었다.

***

화요일은 송재덕 교수의 수술이 없어 항문 파트 수술만이 있는 날이었다. 때론 수술 중간에 예상치 못한 시간이 남기도 했다. 오늘이 그랬다.

‘한가하다고 방심하지 말고 일과 중에는 정신 바짝 차려야 돼. 막간을 이용해 이론 공부나 좀 할까? 아니지. 일단 이임순 환자부터 보고 오자.’

모처럼 얻은 일과 중의 여유도 마다하고 김지훈이 이임순 환자의 차트를 펼쳤다. 그동안 빠트리고 있었거나, 혹은 새로운 오더가 났는지 볼 참이었다.

차트를 뒤적이던 김지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간호사, 이임순 환자 병실 밖으로 나와서 운동해도 된대요?”

“네. 우종철 교수님이 그 오더 내신 지 며칠 됐는데 이제 보셨어요? 특별한 보호 조치도 필요 없다고 하시던데요. 따르륵 선생님답지 않네요. 아! 선생님 파트가 아니었죠.”

“치프 보고 따르륵이 뭐예요? 에이! 그건 그렇고, 환자분이 병실 밖으로 나온 적 있어요?”

“어머! 선생님이 제일 잘 아시지 않아요? 그나마 선생님이 오셨을 때는 움직인다고 들었는데 아니었어요?”

생각한 것만큼 움직이는 양이 없는 것이 분명했다.

“이준영 선생님 말씀도 안 듣나요?”

“지금은 회진 돌 때 앉아 있기는 해요. 보호자 말로는 화장실은 간다는데, 정작 걷는 건 못 봤어요. 사실 저라도 움직일 마음이 생길 것 같진 않아요. 잘못한 거 하나도 없던데 너무 불쌍해요.”

간호사의 말에서 문득 이임순 환자를 치료하는 일에 내포된 난관들이 보였다. 회복에는 환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 또한 의료진의 마음과 의지였다.

하지만 이임순을 보는 눈은 달랐다.

두려움, 불안, 측은함, 안타까움.

그리고 다시는 건강해지지 못할 것이란 시선.

이임순도 스스로 분명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부정적인 요소들이 겹치고 쌓이는 이상, 회복의 길은 더디기만 할 것이다.

힐끗 시계를 보고는 병실로 향하던 김지훈이 눈가를 찡그렸다.

‘에이즈에 대한 공포 때문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임순 환자를 피하겠지. 어쩌면 죽음보다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더 두려울지도 몰라. 이임순 환자에게 바깥세상은 어디일까?’

침대에서 일어나 앉고, 한 발을 내딛는 것은 아주 작은 일에 불과했다. 이임순이 정말 발을 디뎌야 할 곳은 병원이 아니라 바깥세상이었다.

그 경계가 어디일까? 퇴원만 시키면 능사일까?

병실 문을 두드리던 김지훈이 길게 숨은 내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문득 이임순에게 바깥세상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움직이는 것조차 그렇게 힘들어했을까? 그래. 뭐가 문제든 이젠 다른 사람들을 봐야지. 이임순 환자도 HIV 양성과 에이즈 환자는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 그래야 살아갈 거 아냐.’

침대 앞에 선 김지훈이 눈빛을 굳혔다. 일단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할 일이었다.

“환자분, 점심 식사 하셨죠? 뭐해요? 일어나세요. 소화도 시킬 겸 운동 좀 하죠. 손잡아 드릴까요?”

이임순 입장에서는 무던하면서도 참 끈질긴 의사였다. 고맙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하지만 일어나 걷고 움직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스스로도 알 수가 없었다.

병실 안을 뱅글뱅글 돈다고 세상이 달라질까?

사람들이 자신의 병을 아는 순간 어떻게 반응할지는 안 봐도 빤한 일이었다. 굳이 다른 사람을 찾을 필요도 없었다. 얼마 전까지 자신이 에이즈 환자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떠올리는 것으로 충분했다.

서로가 서로를 두려워할 것이다. 그런 세상으로 나가 햇빛을 볼 자신이 없었다. 아무리 속 깊은 의사라고 해도 그런 두려움까지 알지는 못할 것이다.

“뭐해요? 저 수술 들어가야 하니까 빨리 일어나세요.”

연이은 재촉에 이임순이 마지못해 일어섰다.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이 싫었고, 김지훈과 눈을 마주치기도 싫었다. 그런데 왜 일어나 한 발을 내딛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내가 병원 내에서 갈 수 있는 곳이 고작 다섯 걸음밖에 안 되네. 퇴원할 때는 어떻게 하지? 사람들 눈에 안 띄게 한밤중에 할 방법은 없을까?’

무심코 몇 걸음을 내디딘 이임순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김지훈이 갑자기 병실 문을 열고는 나가자는 손짓을 한 것이다.

그때 복도 앞으로 환자 한 명이 지나가며 힐끗 고개를 돌렸다. 이임순이 깜짝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두려움이 느껴졌다.

김지훈이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내 생각이 맞았네. 사람이 두려운 거였어. 환자분, 그럴 이유가 없어요. 당신은 맹장 수술을 한 것뿐입니다.’

이임순에게만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이임순을 진심으로 스스럼없이 대해야 했다.

“환자분, 병실이 너무 좁죠? 나갑시다. 복도 끝까지 한 번만 갔다 오죠. 그러면 며칠 내에 퇴원하게 됩니다.”

몇 번을 재촉해도 이임순은 발을 떼지 못했다. 환자나 보호자가 보일 때마다 손까지 떨었다.

복도를 지나가던 사람들이 의아한 눈초리를 보였다. 그럴 때마다 이임순은 더욱 움츠러들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을 두려워하고, 피하려는 것만 같은 모양이었다.

이제는 모른 척하고 지날 때가 아니었다.

“이임순 씨, 그냥 복도고 다들 똑같은 환자예요. 뭐가 문제죠? 두려워하지 말아요. 그걸 깨지 못하면 어떤 희망도 갖지 못할 겁니다. 그러면 무슨 힘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저도 희망이 없었으면 벌써 쓰러졌을 겁니다.”

입술을 깨문 채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있던 이임순이 끙끙 소리를 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처럼 발을 내딛지 못했다.

김지훈이 이임순의 손을 꽉 잡았다. 소리 없는 응원과 용기를 전했다.

그 때문일까? 마침내 이임순이 복도로 한 발을 내밀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 발을 마저 내밀었다.

드르륵! 드르륵!

코 줄도 모자라 소변 줄까지 낀 채 고통스러운 얼굴을 한 환자 한 명이 앞을 지나쳤다.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었다.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이며, 자신의 삶에 대한 애착이자 책임일 것이다.

그런데 정작 복도로 나가자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병원은 환자들의 세상이다. 그들의 눈에는 이임순 역시 환자 중의 한 명일 뿐이었다. 결코 특별하거나 피해야 할 사람이 아니었다.

이임순이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두 뺨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이 누군가의 손등으로 뚝뚝 떨어졌다.

순간 김지훈이 콧등에 잔뜩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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