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함께해야 할 사람들 Ⅱ (1)
비장 파열과 장 파열이 동반됐다면 확실한 메이저 수술이다. 치프가 된 이후 내색은 하지 못했지만 수술에 대한 갈증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하물며 메이저다. 욕심을 부리고도 남았다. 수술을 준다는 소리가 나오는 순간 두말하지 않고 달려들어야 할 참이었다.
하지만 말속에 뭔가 숨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색을 하는 것 같았던 김지훈이 신중한 표정으로 이준영 교수의 말을 기다렸다.
‘내게 주실 거면 수술실에서 그냥 말없이 주셨을 스승님인데 따로 불러서 말씀을 하실 리가 없잖아. 경석이 형에게 기회를 주실 생각인가?’
서운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준영 교수에게는 이경석 역시 가르쳐야 할 전공의 중 한 명이기 때문이었다.
나직하게 헛기침을 한 이준영 교수가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경석이가 실력은 괜찮은데 경험이 부족해서 걱정이다.”
무슨 말일까?
생각했던 그대로였다. 총치프로서 과장 파트를 맡은 것이 도리어 문제가 되고 있었다. 금경태 과장의 수술 건수가 준 것은 물론 진료까지 등한시하는 상황이었다.
이준영 교수도 어떤 면에서는 다르지 않았다. 라파로에 중점을 두면서 전공의에게 줄 수 있는 수술을 잡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응급실 근무까지 돌아가며 하는 탓에 그런 경향이 더욱 심했다.
물론 아직 구미 파견과 4년차 근무가 남아 있지만, 전공의를 가르쳐야 할 교수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송재덕 교수가 인정하는 이경석이니, 이준영 교수도 당연히 인정하고 있을 것이다.
김지훈은 그렇게 생각했다.
‘생각해 보니까 그동안 경석이 형이 받은 수술 건수가 가장 적네. 설렁설렁 일하는 사람도 아니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는데, 스승님 마음이 편치는 않으실 거야.’
나름대로 이준영 교수의 말을 해석한 김지훈이 잠시 머뭇거렸다. 솔직히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한편으로는 서운하고 아쉬운 것도 사실이었다.
‘에이! 수술을 줄지, 말지는 스승님 권한인데, 내가 서운해할 이유가 없잖아? 다른 사람도 아닌 경석이 형이고, 세상에서 제일 까다로운 스승님한테 인정을 받았다는 말인데 도리어 축하해 줘야지.’
김지훈이 눈빛을 굳히며 힘차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선생님.”
“뭘 알았다는 소리야?”
이준영 교수의 눈가에 의아함이 살짝 묻어 있었다.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다가왔다.
‘어? 내가 잘못 해석했나?’
“이경석 선생에게 수술을 주신다는 말씀 아니셨습니까?”
“오늘 수술 당직은 너잖아. 경석이가 퍼스트를 서도 되겠어? 할 수 있겠어?”
김지훈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선생님, 죄송합니다만 혹시 저하고 이경석 선생하고 둘이 수술을 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가능하겠어?”
멍한 표정으로 이준영 교수를 보던 김지훈이 숨을 몰아쉬었다. 갑자기 심장이 뛰며 가슴까지 벌렁거렸다.
수술을 받는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인데 의견까지 묻고 있었다. 더구나 이경석과 둘이 수술을 하라는 것은 신뢰를 넘어 파격에 가까운 일이었다.
‘후우! 스승님이 지금 내 의견을 물어보신 건가? 경석이 형이 퍼스트를 선다고 스승님이 안 들어오실 것도 아닌데 충분히 하고도 남지. 좋았어.’
순간 기분이 들뜬 김지훈이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려다 말고 또 멈칫거렸다. 갑자기 등덜미를 따라 싸늘한 기운이 흘렀다.
잘못 생각했다. 이준영 교수는 단순히 자신은 제자고, 둘 다 치프이기에 수술을 준 것이 아니었다. 이경석에 대한 배려도 없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 이유만으로 자신과 이경석에게 수술을 맡길 리가 없었다. 분명히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지금까지 이런 경우는 없었어. 그렇다면 집도의가 수술 팀을 택해야 할 때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 알려 주시는 걸까? 아니면 동기들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라는 말씀이실까?’
한 가지 사실은 명확했다. 즐거운 것이 아니라 엄청난 부담이었다.
생각이 바뀐 탓인지 집도의로서 책임지고 이경석과 수술을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을지 고민스러워졌다.
반면 이준영 교수와 함께 수술을 한다면 사고가 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겠지만, 평생 스승의 울타리에 기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수술을 하고 싶다는 욕심, 혹은 열망.
집도의의 어깨에 걸린 무거운 책임.
김지훈이 그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 교수가 아닌 동기가 퍼스트를 선다는 사실에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책임감이 느껴졌다. 실수나 사고에 대한 두려움마저 몰려왔다.
‘경석이 형이 퍼스트를 서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내 능력이 따라 줄까? 언제나 동료를 믿어야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이런 경우라면 다르지 않을까?’
김지훈이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지 못하자 이준영 교수가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 고민해야지. 네 능력이면 누가 퍼스트를 서도 수술은 충분히 할 수 있어. 하지만 집도의로서의 자세와 고민이 따라 주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게 또한 수술이야. 경석이는 평생을 함께해야 할 동기니까, 이참에 서로에 대한 신뢰를 더욱 단단히 하는 것도 좋겠지.’
별다른 고민도 없이 덥석 수술을 할 수 있다고 했으면 실망했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큰 소리로 혼을 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도 제자는 스승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고민하는 것으로 충분해. 환자 올리고 수술 진행하자.”
어깨를 툭툭 치는 이준영 교수의 손길에 신뢰가 가득했다.
김지훈이 콧등을 찡그리며 긴 숨을 내쉬었다. 불과 5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한 시간은 고민한 것 같았다.
“환자 기다린다.”
이준영 교수의 나직한 목소리에 꾸벅 인사를 한 김지훈이 급히 이경석을 찾았다. 중환자실 환자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웠던 2년차들이 보였다.
“경석이 형, 이준영 선생님이 형도 수술 들어오래요.”
“나도? 알았어. 환자 바이탈 다시 불안해지니까 빨리 올라가자.”
이경석이 이유도 묻지 않았다. 그저 교수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자 하는 열정과 환자에 대한 걱정 및 관심 때문이었다.
“예. 빨리 올라가죠. 안호석, 서도훈, 니들은 왜 이제 나타나? 수술 방에서 연락 오는 대로 환자 올려.”
“죄송합니다. 중환자실에 출혈 환자가 있었습니다.”
내과 환자가 갑자기 상부 위장관 출혈을 해 함께 있다는 소리는 이미 들은 터였다. 그래도 이럴 때 눈가에 힘 한번 주는 것이 치프다. 찌릿한 눈빛에 움찔거리는 2년차들을 뒤로하고 수술 방으로 뛰어 올라갔다.
환자를 기다리며 이제야 숨을 돌린 이경석이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
“지훈아, 환자가 중하긴 하지만 나까지 들어오라는 이유가 뭐야? 특별한 말씀 있으셨어?”
“형, 우리 둘이 수술하래요.”
“뭐? 우리 둘이? 설마 네가 집도하고, 내가 퍼스트를 선다는 말이야?”
김지훈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경석이 깜짝 놀랐다.
“이준영 선생님은?”
“세컨 자리에 들어오시겠죠. 저도 이준영 선생님이 우리를 이 정도로 믿으실 줄은 몰랐어요. 하여튼 지금 급한 건 우리가 어떻게 수술을 진행할지예요. 환자 올라오기 전에 입으로라도 맞춰 봐야 하지 않겠어요?”
그간 이론 공부를 하며 수술 방법에 대해서도 토론을 했다. 익숙한 일이었다. 비장 절제와 소장, 혹은 대장 손상을 염두에 두고 손짓까지 해 가며 준비를 했다.
“형, 일단 비장부터 최대한 빨리 제거하고, 만일 돌발 상황이 생기면 상황에 맞춰서 대처하기로 하죠.”
“오케이!”
이경석이 손가락을 튕기자마자 수술 방 앞 유리문이 열리며 요란한 바퀴 소리가 들렸다. 박순용과 안호석이 환자를 옮기고 있었다. 급히 뒤를 따라 수술실로 들어갔다.
일이 년차들 덕분에 가졌던 약간의 여유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제부터는 수술에 참가한 의사들이 환자의 목숨을 책임져야 한다.
창백한 얼굴과 다소 흐릿한 의식.
띠띠띠띠띠!
정상을 벗어난 심장박동 소리.
흉부 도관을 따라 조금씩 흘러나오는 피.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복부.
혈류가 나빠져 간간이 떨어지는 소변 방울.
바이탈을 체크한 마취과 전공의가 수액과 혈액을 풀로 주입했다. 필요한 조치들을 모두 취한 후 바로 마취를 걸었다. 환자의 흐릿한 의식이 완전히 사라졌다.
간호사 도움 아래 수술용 덧 가운을 입고 장갑을 꼈다. 장갑에 묻은 미세한 붕산 가루가 흩날렸다.
“복부 소독합니다.”
복부 전체를 소독한 후, 절개할 부위만 남기고 환자의 전신을 모두 덮었다.
각자 자신의 자리에 서야 할 때였다. 퍼스트 자리에는 이경석이 섰다. 세컨은 박순용이었고, 이준영 교수는 뜻밖에도 써드 자리에 섰다.
김지훈이 집도의 자리에 서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마취과는 다소 의아한 얼굴이었고, 수술실 간호사인 성미경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그만큼 이례적인 일이었고, 이준영 교수는 그 이상으로 자신을 신뢰한다는 말이었다.
‘적당한 긴장을 유지하고, 절대 집중력을 잃으면 안 돼. 칼을 대는 순간부터 끝까지 머뭇거릴 틈은 없어.’
숱하게 해 왔던 과정을 앞두고 전에 없는 긴장이 다가왔다. 김지훈이 가볍게 어깨를 흔들며 말했다.
“마취과, 수술 시작하겠습니다.”
“예. 시작하셔도 됩니다.”
“선생님, 시작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준영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지훈이 이경석과 눈을 마주치고는 손을 내밀었다.
“메스.”
무영등 불빛 아래 은색 메스가 날카롭게 빛났다.
김지훈이 과감하게 복부 정중앙을 길게 절개했다. 빠르게 복벽을 열고 복막까지 도달했다. 반투명의 노란 복막이 배 속에 가득한 피로 검붉게 보였다.
수술용 집게로 복막을 살짝 들어 올렸다. 혈관이 없는 곳을 골라 메스로 작은 구멍을 냈다. 순간 검붉은 피가 흘러나왔고, 이경석이 재빨리 석션을 했다.
구멍 속으로 손가락을 넣은 김지훈이 복막과 붙은 장기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수술용 가위로 단번에 복막을 열었다. 온통 피만 보였다.
띠띠띠띠띠띠띠!
심장박동 소리가 더욱 빨라졌다. 고민하거나 망설일 틈이 없었다.
“비장 절제 들어갑니다.”
김지훈이 소장과 대장을 밀어내며 환자의 좌측 복부를 확보했다. 여기저기 깨진 비장이 피 속에 잠긴 채 반쯤 보였다. 확실한 시야를 확보해야 했다. 이경석이 재빨리 박순용이 잡은 리트랙터를 당겼다.
“박순용 선생님, 더 끌어 올려요. 석션.”
이경석이 석션을 해 피를 제거하는 사이, 김지훈은 비장이 연결된 조직을 확인했다. 너덜너덜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손상이 심했다. 동맥을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가능하다고 해도 시간이 생명인 수술이었다.
“켈리, 켈리, 켈리.”
따가각! 따가각! 따가각!
김지훈과 이경석이 빠르게 손을 놀렸다. 비장 동맥을 싸고 있는 연결 조직을 번갈아 가며 빠르게 잡았다. 10여 개가 넘는 켈리를 사용했다.
“타이, 타이, 타이.”
조직을 묶고 자르기를 반복했다. 치프들의 손은 마치 여러 번 호흡을 맞춰 왔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각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알고 움직였기 때문이다.
손상받은 비장이 순식간에 제거됐다. 조금은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던 마취과 전공의는 물론 이준영 교수까지 놀랍다는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
한 차례 물로 씻어 낸 후 확인한 결과, 비장을 제거한 자리는 깨끗했다.
“마취과, 바이탈 어때요?”
“아직은 확실히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띠띠띠띠띠띠띠!
여전히 심장박동이 빨랐다. 아직 회복이 덜 되었든지, 아니면 숨어 있는 출혈 부위가 있다는 의미였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탈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것은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었다.
“동반 손상 확인합시다.”
따뜻한 물을 배 속에 붓고 석션을 반복하며 장기들을 확인했다. 간과 췌장이 있는 부위 및 위와 방광은 깨끗했다. 그런데 세척한 물에서 여전히 붉은색이 감돌았다.
“위부터 시작해서 장간막 손상까지 확인합시다.”
김지훈이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수술을 주도해 나갔다. 위장에 이어 소장을 배 밖으로 꺼내 확인했다. 줄줄 끌려 나오던 소장의 중간 부위, 즉 공장에서 심각한 손상이 발견됐다. 장이 파열된 것은 물론 인접한 동맥이 끊어진 채 피를 쏟고 있었다. 장 사이에 숨어 있던 출혈 부위였다.
“모스키토(가위처럼 생긴 작은 수술용 집게).”
즉시 끊어진 동맥을 잡았다. 장간막을 구성하는 지방 사이로 피가 스며들어 주변이 온통 멍이 든 것처럼 검붉었다. 그 속에 어떤 손상이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순간 이준영 교수를 보려던 김지훈이 고개를 흔들었다. 집도의가 조언을 구해야 하는 퍼스트는 이경석이다. 이준영 교수도 그 점을 강조하기 위해 가장 말석인 써드 자리에 섰는지도 몰랐다.
“이경석 선생님, 이 정도 손상이면 동맥이 끊어진 부분을 포함해 20센티미터 정도 잘라야 할 것 같은데, 어때요?”
잠시 고민하던 이경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게 최선인 것 같아.”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준영 교수도 동의한다는 의미였다.
“성미경 간호사, 장 절제합니다. 준비하세요.”
김지훈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쳤다.
“마취과, 바이탈은 어떻습니까?”
“이제 확실하게 잡히기 시작합니다. 수술 계속 진행하셔도 아무 문제 없겠습니다.”
대장 파트를 하고 싶은 이경석이다. 전공의들 중 가장 뛰어나다는 김지훈이다.
수술 전에 이미 예측을 하고 준비까지 했다. 경험도 의외로 풍부한 과정이었다. 거리낄 것이 없었다.
장간막 속에 포함된 소장 동맥과 굵은 정맥을 잡은 후, 빠르게 장간막을 절제했다. 톱니 맞물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손상된 부분이 정리되고, 어느새 소장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김지훈은 과감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수처를 했다. 단단하고 확실한 이경석의 타이는 조금의 틈도 용납하지 않았다.
마침내 마지막 봉합과 타이를 끝으로 파열된 소장을 확실하게 이었다.
“세척합니다.”
따뜻한 물로 배 속을 씻어 내고 수술 부위를 꼼꼼하게 살폈다. 비장을 제거한 자리는 물론 소장을 연결한 부분도 깔끔하기만 했다.
필요한 조치는 모두 했다. 이제 마무리만 남았다.
김지훈과 이경석이 동시에 이준영 교수를 보았다. 이대로 진행해 수술을 끝내도 될지, 아니면 미진한 부분이 있는지 들어야 할 때였다. 그동안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기에 어떤 말이 나올지는 빤했지만 긴장을 감출 수 없었다.
이왕이면 잘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이경석과 손을 맞추며 문제점은 없었는지 알고 싶었다.
이준영 교수가 조용히 수술 부위를 바라보았다.
‘녀석들, 생각보다 훨씬 더 열심히 했고, 서로를 확실하게 믿고 있구나. 지금처럼만 가자. 그러면 어떤 외과 의사보다 훌륭한 써전들이 될 수 있어.’
크론 환자를 수술할 때 김지훈이 신현수와 손을 맞추는 것을 보았다. 라이벌이라는 것만을 의식했다면 서로가 경쟁적으로 움직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도 지금도 그렇지 않았고, 김지훈이라는 제자가 단단히 중심을 잡고 있었다.
특히 오늘 수술을 이끌어 가는 모습에는 절로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다. 잘했다는 말이 혀끝까지 튀어나오며 하마터면 새어 나올 뻔했다.
“드레인 박고 끝내. 수고했다.”
장갑을 벗는 이준영 교수를 보던 김지훈이 활짝 웃었다. 여느 때처럼 똑같은 말을 들었지만 눈가와 목소리가 달랐다. 스승은 정말 기뻐하고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김지훈의 목소리가 전에 없이 힘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