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써전-478화 (478/1,329)

제5화 함께해야 할 사람들 Ⅰ (2)

박순용이 내과 1년차와 함께 환자를 보았다. 신현수도 한동안 환자 상태를 지켜본 후 병동으로 올라갔다. 공정식과 함께 필요한 치료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김지훈이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간경화와 크론이라. 우리 과 치료를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기저 질환을 이해하지 못하면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가 없겠지? 그렇다고 내과 문제까지 심도 있게 파고들 수도 없는 노릇인데, 생각할수록 정말 어렵네.’

입맛을 다신 김지훈이 치질 환자를 살폈다.

간경화 때문에 까맣긴 했지만 환자의 혈색은 돌아왔다. 바이탈은 안정적이었고, 의식 상태도 명료했다. 그러나 출혈량이 워낙 많았던 탓에 여전히 수혈이 필요했다. 추가 출혈을 막기 위해 혈액 응고 제제인 혈소판 농축액과 신선 동결 혈장까지 투여되고 있었다.

수술에서 회복될 때까지는 외과에서 치료해야 하지만, 그 기간에도 많은 부분에서 내과와 협진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환자를 두고 과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지도 몰랐다.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점이 많다고 해도 그것이 환자를 위한 길이었다.

“환자분, 수술 부위 확인하겠습니다.”

항문에 댄 두툼한 거즈가 분홍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체액과 피가 섞인 양상이었다. 부분적으로는 검붉은 색까지 보였다. 아직도 출혈이 있다는 의미였지만 지켜보아도 좋을 정도였다.

“환자분, 다행히 큰 문제는 없습니다만, 내일 아침까지는 절대 안정이니까 앉는 것도 안 됩니다. 척추 마취를 해서 더 철저하게 지키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머리 아파서 또 고생할 수 있어요.”

김지훈이 자신의 머리를 톡톡 치며 정말 아프다는 것처럼 콧등을 찡그렸다.

환자가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주렁주렁 매달린 혈액과 수액 줄이 눈에 걸렸다. 치질 수술을 한 환자에게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던 소변 줄까지 끼운 상태였다.

어쩐지 희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소름이 돋았다.

대부분의 경우 치질 절제술은 어려운 수술이 아니다. 확실하게 제거해 줄수록 재발율도 낮아진다. 수술 후 통증은 상당하지만 대다수의 환자가 삼사 일 정도 입원한 후 퇴원한다. 그런 수술에 환자의 목숨을 걸었다. 만일 출혈을 잡지 못했다면 최악의 경우가 발생했을지도 몰랐다. 모든 사람들이 피식 웃으며 얼굴을 붉힐 치질이라는 병으로 말이다.

간경화가 원인이라는 것을 빤히 알고 있으면서도 실감이 나질 않았다. 항문에서 철철 쏟아지던 피도 아주 오래전 일인 것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입을 꼭 다문 채 나직한 한숨을 내쉰 김지훈이 천유섭 환자에게 다가갔다. 아직 마취에서 완전히 깨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순조롭게 회복되고 있었다.

“박순용 선생님, 특별한 문제 있어요?”

“없습니다, 선생님.”

“드레인(심지) 괜찮죠?”

“예. 특별한 이상은 없습니다.”

심지에서 나오는 체액의 양상을 확인한 김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순용은 충분히 믿을 수 있었다. 1년차가 끝날 때까지는 모든 일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겠지만, 그것과 신뢰는 별개의 문제였다. 서도진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중환자실 환자 때문에 상당한 중압감을 느꼈을 것이다. 사실 지금도 심리적인 부담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 수술한 환자들을 보며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마취과나 간호 파트처럼 수술에 직접 관련이 있는 의료진 이상으로 내과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다.

이 말은 결국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병원의 모든 의료진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행정 직원들까지 모두가 함께해야 할 사람들이라는 의미였다.

‘휴우! 정말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네. 모두가 고마운 사람들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김지훈이 전과는 다소 다른 마음가짐과 태도로 일상에 전념했다. 전공의로서, 또한 치프로서 갖춰야 할 것들을 잊지 않으려 애를 썼다. 년차에 맞게 일을 분배하고, 각자 자신의 일에 충실하면 중환자실에 환자가 더 있다고 해도 충분할 것 같았다.

물론 치질 환자의 간 가능이 더 악화될까, 혹은 천유섭의 면역 기능에 문제는 없을지 노심초사하긴 했다.

다행히 두 환자 모두 병실로 올라갈 수 있었다. 두 눈이 시뻘겋게 변한 박순용과 내과 1년차가 쓰러지기 직전에 말이다.

물론 김지훈도 무사하지 않았다.

(지훈아, 치프야, 천유섭 환자 어떠니? 치질 환자는 피 안 나오지? 어때? 괜찮지?)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에, 거의 킵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이 중환자실에서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그 덕인지 그날 이후 하루하루가 무난하게 흘렀다. 치질 환자는 출혈에서 벗어났고, 천유섭 역시 예상보다 빠른 회복을 보였다.

중간에 주말 오프를 한 번 다녀왔다. 송재덕 교수의 전화가 신경 쓰였지만 고경아와의 시간은 정말 소중했다.

행복한 데이트에 이어 치프들과 토론을 몇 번 하는 사이 다들 퇴원을 했다.

“김지훈, 그 환자들 잘 퇴원했지?”

한 번 본 환자에 관한 일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챙기는 이준영 교수였다. 파트를 불문하고 김지훈과 관련이 있으면 더 확실하게 기억했다.

“간경화하고 크론 환자 말씀하시는 거죠? 퇴원에는 문제가 없는데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내과 치료 잘 받고, 다시는 얼굴 볼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외과 의사에게는 그게 가장 좋은 일이지.”

외과 의사가 환자 얼굴을 또 본다는 것은 십중팔구 재수술을 의미한다. 모든 과들이 그렇겠지만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다.

“지훈아, 치프야, 그게 좋긴 하지만 세상일을 누가 알겠니. 우리는 그냥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야. 어떤 병은 스스로 자처하지만, 어떤 병은 사람 힘으로 어쩔 수가 없잖니. 이번 간경화 환자는 술 때문이지? 크론하고는 상황이 다르다. 적당히 먹자. 적당히. 그게 좋다. 좋아.”

맞는 말이었다. 의사에게는 다 같은 환자지만 사연은 저마다 달랐다. 지나치게 잦은 음주에서 비롯된 간경화 환자와 원인조차 확실하게 알지 못하는 크론 환자가 같은 생각을 할 리는 없을 것이다.

여하튼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환자들이었다.

‘다들 고생을 많이 했는데 건강했으면 좋겠네요.’

몇몇 환자들을 빼고는 두고두고 기억날 만한 환자는 없었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처럼 회진, 수술, 당직, 오프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어느새 9월이 훌쩍 지나고 10월도 끝을 보이고 있었다. 은근히 쌀쌀해진 아침저녁의 차가운 냉기와 하얀 입김이 곧 겨울이 온다고 알려 주고 있었다.

10월 마지막 주 주말을 맞은 김지훈이 창밖을 보며 콧등을 찡그렸다.

내과 소화기와 신장 센터가 윤곽을 보이기 시작했다. 새로 짓는 건물은 조금 더 있어야 완공을 하겠지만, 리모델링 대상 건물의 공사는 이미 끝났다. 아쉬운 대로 곧 센터가 운영된다는 소문까지 들렸다.

“무슨 생각을 하기에 그렇게 넋을 빼고 있어?”

이경석이었다.

“경석이 형, 내과 센터 오픈까지 한 달도 안 걸릴 것 같죠? 소문도 그렇고요. 기분이 조금 찜찜하네요.”

“왜? 외과 센터 때문에? 곧 만든다잖아.”

“말만 무성하지, 진척이 없잖아요. 솔직히 어디다 만들어요? 백제 병원밖에 없다는 건 다들 잘 알고 있는 사실이고, 건물까지 비었는데 아무런 변화도 없잖아요. 물 건너간 것 같지 않아요?”

눈살을 찌푸리던 이경석이 힐끗 김지훈을 보았다.

“외과 센터 생기면 여러모로 좋겠지. 지훈아, 근데 우리가 신경을 쓴다고 안 될 일이 되겠어? 그냥 잊고 살아. 어차피 만들어질 거면 언젠가는 만들어진다.”

“하긴 형 말이 맞네요. 아 참! 요새 금경태 과장은 왜 그런데요? 솔직히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떠나서 일 하나는 확실하게 하는 사람이었잖아요.”

“나도 잘 몰라. 사실 수술 건수는 옛날보다 크게 적어진 건 아닌데, 환자에 대한 관심은 확실히 줄어들었어. 아니, 그보다는 정신이 다른 데 팔린 것 같아.”

김지훈이 목소리를 낮췄다.

“뭔가 확실히 있어요. 교수실에서 술병 나온다는 소문이 돈다는 거 형도 알죠? 나도 얼핏 교수실에서 금경태 과장이 나오는 걸 봤는데 분명히 얼굴이 뻘갰어요. 술 마시는 거 맞죠? 수술도 오전이면 다 끝나는데, 오후 회진을 제일 늦게 돌 이유가 없잖아요. 술 냄새 없애려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이경석이 입맛을 다셨다. 문제가 많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일반 외과의 과장이었다. 자신이 저지른 일들에 대해 책임을 지고 나갈 때는 나가더라도, 병원에 있는 한 손가락질을 받는 사태는 없었으면 했다.

“니가 눈치챘을 정도면 현수도 알겠지?”

“확실한 게 아니라서 말은 안 했는데 당연히 알고 있겠죠. 저러다 그냥 스스로 옷 벗는 거 아니에요?”

“글쎄다. 그럴 양반은 절대 아닌데 속내를 모르겠다. 에이! 이 문제는 그만 얘기하자. 그나저나 우린 진짜 메이저 수술을 언제 받을까? 4년차는 돼야겠지?”

메이저 수술에도 범주가 있다. 비장 파열이나 다발성 장 파열 정도면 메이저라 할 수 있었지만, 치프들에게는 또 다른 욕심이 있었다. 정규 수술, 그것도 암 수술을 하고 싶은 것이다. 또는 라파로를 하는 것도 그중의 하나였다.

“통상적으로는 그래 왔지만 현수가 워낙 출중해서 모르죠. 이혁민 선생님도 실력을 가장 우선하시잖아요. 조기 위암이면 3년차 때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경석이 실눈을 떴다.

“사돈 남 말 하고 있네. 그럼 네가 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말이잖아?”

“에이! 그건 아니죠. 실력도 실력이고, 송재덕 선생님도 겉으로는 팍팍 줄 것 같지, 실제로 그럴 분이에요? 도리어 더 빡빡하신 분이잖아요. 그리고 형은 마지막으로 구미 가니까 어쩌면 제일 좋은 기회를 잡을지도 몰라요.”

“그런가? 순환 근무가 폐지되면서 천안이나 구미보다 우리가 훨씬 불리하긴 해. 어쨌든 당장 내가 제일 문제다. 암 수술은 욕심도 안 내. 치프 된 지 벌써 두 달이 다 됐는데 메이저는 하나도 못해 봤잖아.”

“나도 이제 한 건 했어요. 그것도 아뻬인 줄 알았다가 대장암이라 한 거지, 아니었으면 형이나 나나 마찬가지죠.”

오래 말을 해 봐야 입만 아플 뿐인 일이었다.

치프라면 누구나 진정한 메이저 수술을 받기를 갈망했다. 하지만 이제 3년차 치프다. 4년차 치프가 돼야 가능한 일이고, 그나마도 실력은 물론 전폭적인 신뢰까지 얻어야 한다.

더구나 이경석의 말처럼 서울 병원은 조건까지 좋지 못했다. 응급 수술의 밭이라고 할 수 있는 천안이면 암 수술은 몰라도 수술 건수를 채우기에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 병원은 상대적으로 응급 수술이 적은 데다 4년차 때는 치프만 4명이다. 계산상 응급 수술이 뜨는 족족 치프들이 모조리 받아야 간신히 수술 건수라도 채울 수 있었다.

곤란한 노릇이었다. 최악의 경우 편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퍼스트를 선 수술을 마치 집도한 것처럼 수술 기록지를 하나 더 작성하는 것이다. 실제로도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라도 그런 경우가 많았다.

이런 부분을 엄격하게 검사한다면 아마 전문의 시험을 볼 수 있는 전공의는 거의 없을 것이다.

외과 센터에서 금경태 과장, 그리고 수술 건수까지 답답한 일의 연속이었다. 둘이 마주 앉아 한숨만 푹푹 쉬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교통사고로 인한 헤모뻬리(Hemoperitomeum:혈복강)와 빤뻬리(Panperitonitis:복막염)가 의심되는 환자 한 명 있습니다.)

수술 당직인 김지훈의 눈이 반짝였다. 집도를 하든, 못하든 간에 경험은 많을수록 좋은 법이었다.

서둘러 응급실로 향하는 김지훈을 보던 이경석이 뒤를 따랐다. 굳이 논문 쓰기 싫다는 말을 하면서 말이다.

응급실에 도착하자 박순용이 막 복부 CT를 걸고 있었다. 한눈에도 비장 파열이 보일 정도로 심한 손상을 입었다. 이 정도면 장 파열까지 동반됐을 가능성이 높았다. 박순용이 같은 판단을 하다니, 공력이 꽤 쌓인 모양이었다.

“박순용 선생님, 바이탈은요?”

“심장박동은 100회 정도고, 혈압은 100에 60 정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의식은 명료하고, 소변도 잘 나옵니다.”

“다른 손상은 없어요?”

“좌측 늑골과 상지에 다발성 골절이 동반됐습니다. 상지 골절은 정형외과에서 일단 부목으로 고정한 상탭니다. 흉부외과에서도 혈흉으로 흉부 도관 삽입했고, 출혈 멈추지 않으면 수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친 데가 너무 많네. 환자 봅시다.”

언제 상태가 돌변할지 모르는 환자였다.

김지훈의 마음과 발길이 바빠졌다.

38세 남자 환자, 기명석.

흉부외과 2년차인 이종원이 응급실 인턴과 함께 바이탈을 잡고 있었다. 박순용과는 꽤 친한지 서로 눈짓을 나누며 김지훈에게 인사를 했다.

“종원아, 흉부 출혈은 어때?”

“지금 상태로는 열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다행이네. 변상훈 선생님은 잘 계시지? 인턴 때 구미에서 정말 많이 배웠는데,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네.”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김지훈이 환자를 꼼꼼하면서도 빠르게 살폈다. 이경석도 함께 보았다. 단순히 같은 과라서가 아니라, 한 명이라도 더 모여 함께 판단을 내린다면 향후 치료에 더욱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경석이 형, 장 파열도 있을 것 같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빨리 노티하고 수술 들어가.”

간당간당 유지되는 바이탈이 언제 무너질지 몰랐다. 최대한 빨리 수술을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김지훈이 바로 노티를 했다. 오늘의 당직 교수는 이준영 교수였다.

(지금 바로 출발한다.)

혹시 수술을 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들긴 했지만, 환자의 바이탈을 유지시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노티를 하고 처치실로 돌아온 김지훈이 입술을 모았다.

그사이에 바이탈이 흔들렸던 모양이었다. 이경석이 땀을 흘려 가며 바이탈을 잡고 있었다.

띠띠띠띠띠!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경고음이 울렸다. 소변이 잘 나오는지 보기 위해 쭈그리고 앉은 이경석이 손을 흔들며 외쳤다.

“박순용 선생, 수액 풀(Full)로 틀고 비지에이 추가로 내보내. 인턴 선생, 손아귀로 아플 정도로 짜야 피가 제대로 들어간다. 꽉꽉 짜. 지금 혈압 얼마 나와?”

혈액과 수액이 줄줄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90에 60 나오네요.”

김지훈의 목소리에 이경석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지훈아, 이준영 선생님 나오시면 바로 해야 될 것 같다. 너 노티하러 나가자마자 혈압 뚝뚝 떨어지는 것으로 봐서는 비장이 완전히 깨졌을 수도 있어. 미리 수술실 잡아 놔.”

환자의 바이탈이 흔들린다고 해서 치프 둘이 동시에 매달릴 이유는 없었다. 그보다 수술실까지 가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고 환자를 위한 일이었다.

이경석과 박순용에게 환자를 맡기고 나온 김지훈이 직접 수술 스케줄을 작성했다. 아직 보호자의 동의를 얻지 못했지만 수술 방에 뛰어 올라가 마취과와 상의까지 했다.

허겁지겁 응급실로 돌아왔을 때 이준영 교수가 막 도착했다. 복부 CT를 확인하고 바로 환자 상태를 살폈다. 혈압을 100에 60까지 회복시킨 이경석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있었다.

“이경석, 오늘 당직이 누구야?”

“예. 지훈이가 수술 당직입니다.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서 제가 같이 봤습니다. 그래서 수술 스케줄을 박순용 선생님 대신.”

말도 끝나기 전이었다. 이준영 교수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힐끗 쳐다보고는 보호자를 만났다.

깨끗한 가운의 김지훈 옆에 여기저기 피를 묻힌 이경석이 서 있었다.

‘나만 가운이 깨끗하니까 정말 이상하네.’

공연히 어색해진 김지훈이 헛기침을 했다.

곧 보호자가 동의를 했다.

“선생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수술실이 준비되는 대로 바로 수술하겠습니다.”

환자를 올릴 준비를 하느라 간호사들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이직도 인턴 두 명이 붙어 피를 짜고 있었다. 이경석과 박순용도 환자 곁에 바짝 붙어 있었다.

힐끗 이경석을 보며 무언가를 생각하던 이준영 교수가 조용히 김지훈을 당직실로 불렀다.

“김지훈, 너 대장암 수술 한 번 했었지?”

“예. 아뻬로 들어갔다가 한 적이 있습니다.”

이준영 교수가 살짝 눈가를 찡그렸다. 뭔가 전과는 다른 눈길에 김지훈이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혹시 수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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