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최선의 선택 (2)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경한 치질이라면 밴드와 경화제만으로도 확실하게 치질을 치료할 수 있지만 지금은 미봉책에 불과했다. 근본적으로 치질을 치료할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 역시 확실하게 출혈이 멈췄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태였다. 상처가 완전히 아물기 전에는 배변 중에 밴드로 묶은 부분이 떨어져 나올 수 있었다. 자칫 경화제를 주입한 부분까지 문제가 생기면 손을 쓸 수도 없을 것이다.
‘또 출혈을 하면 어떻게 하지?’
혈색이 조금은 돌아온 환자를 보던 김지훈이 걱정스러운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답답한 일이었지만 여기까지가 최선이었다. 다시 칼을 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환자를 막 회복실로 옮기려는 순간, 뜻밖에도 공정식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훈아, 수술 잘 끝난 거지? 피는 멈췄어?”
“아직은 지켜봐야 할 것 같아. 그런데 무슨 일로 들어왔어? 다른 환자 있어?”
공정식이 목소리를 낮췄다.
“이 환자 때문에. 아무래도 며칠 동안은 중환자실에서 보는 게 안전할 것 같아. 출혈량이 많았던 데다 수혈을 계속해야 하면 간이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말 기가 찰 일이었다. 외과적으로는 단순한 치질 환자에 불과했다. 숱한 사람들이 치질로 수술을 받고, 순조롭게 회복된다. 그런데 간경화가 동반됐다는 사실 하나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아야 하는 상황에까지 밀린 것이다.
문득 크론 환자와 겹치며 기저 질환이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실감했다.
‘정말 어렵다. 수술만 잘한다고 해서 최고의 써전이 될 수는 없다는 의미겠지? 전체적인 상태를 파악하지 못하면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낸다고 해도 결과가 나쁠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자.’
가면 갈수록, 알면 알수록 어려운 길이었다.
환자가 중환자실로 옮겨진다는 것을 노티하기 위해 오상익 교수를 찾았다. 송재덕 교수가 함께 있었다.
“오 교수님, 수술은 잘됐죠? 이제 내과에서 간을 잘 살리는 일만 남았네요. 수고하셨습니다.”
“다 송 교수님 덕분입니다. 배려해 주시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바늘 자국조차 지혈이 안 될 줄은 미처 몰랐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아닙니다. 오늘 일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동안 덕담 같은 말들이 오고 갔다.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리던 김지훈이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동안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두 교수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벽이 느껴졌었다. 아마도 모두 대장 항문이 세부 전공인 데다 연륜까지 비슷한 탓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오상익 교수 입장에서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려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오늘 일로 그 벽의 일부가 허물어진 것 같았다. 김지훈의 눈에는 분명 그렇게 보였다.
‘정말 좋은 분들이신데, 잘된 일이겠지?’
잠시 말이 멈춘 사이에 오상익 교수에게 노티를 했다.
“그래. 알았다. 다음 수술 준비해야지. 어서 가 봐.”
“지훈아, 치프야, 준비하자. 천천히 해라. 천천히.”
송재덕 교수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그 어느 때보다도 즐거워 보였다.
중환자실로 환자를 옮긴 후, 천유섭이 내려오기를 기다리던 김지훈이 입맛을 다셨다.
급한 환자에게 수술 순서를 양보하는 것이 당연한 일 같지만, 병원이라는 곳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았다. 의사들은 자신의 환자를 가장 우선시하고, 환자들 역시 그 누구보다 자신이 더 급하고 더 아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기적인 발로가 아니라 그게 사람일 것이다.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네.’
감사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 오상익 교수와 동네 아저씨 웃음으로 답을 한 송재덕 교수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두 교수는 무엇 때문에 웃었을까?
의사에게 최고 덕목은 결국 환자라는 사실이 새삼 무겁게 다가왔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김지훈이 어깨를 힘차게 흔들었다. 이젠 크론이란 병을 가진 천유섭 환자에게 집중해야 할 때였다. 송재덕 교수도 배 속을 직접 확인해야 확실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겠지만, 과연 어떤 계획을 갖고 수술에 임할지 궁금하기만 했다.
수술실에 들어온 신현수가 자연스럽게 김지훈 옆에 섰다.
“무슨 환잔데 먼저 수술한 거야?”
“응. 치질인데 간경화 때문에 출혈로 문제 생길 뻔했다. 다행히 송재덕 선생님이 수술을 미뤄 주셔서 살았어. 오상익 선생님도 수술 엄청 잘하시네. 그동안 그렇게 수술하시는 걸 봤는데,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그게 우리 수준 아냐? 갑자기 병동에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나도 보는 건데 아쉽네. 그 덕에 크론 환자 수술은 처음부터 볼 수 있어서 좋긴 하다.”
김지훈이 피식 웃었다.
자신감 하면 신현수였다. 수준을 운운하는 모습에 다소 뜻밖이라는 느낌이 들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지난날과는 분명히 다른 생각, 다른 각오를 가졌다는 말이었다.
‘요새 매일 날 자극하는데 아주 좋아. 바람직해. 신현수, 넌 죽었어. 머리로 안 되면 몸으로 밀어붙여 주마.’
묘한 얼굴로 신현수를 노려보던 김지훈이 벌떡 일어났다. 천유섭 환자가 도착한 것이다.
슬쩍 풀어졌던 어깨에 탄탄한 긴장이 실리기 시작했다. 환자의 얼굴을 보자 한편으로는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23살 젊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비쩍 마른 몸.
영양 섭취가 안 돼 누렇게 뜬 얼굴.
지치고 힘든 표정 속에 숨은 두려움.
반드시 정상으로 회복시키고 싶었다. 그러나 천유섭 역시 의사의 한계를 절실하게 깨닫게 하는 환자였다. 제아무리 수술을 잘하는 외과 의사라고 해도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는 없다.
‘이 환자도 손상을 최소한으로 줄여야겠지. 결국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는 말인데, 송재덕 선생님은 과연 확신을 갖고 수술을 하실 수 있을까?’
당연히 그럴 것이라 믿었다. 수술에 참가한 모든 의료진 역시 송재덕 교수를 믿고 있었다. 스승을 비롯한 몇몇 교수들이 확고한 신뢰를 받는 데는, 경험 많고 노련한 외과 의사라는 사실 말고도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평생으로 두고 배워야 할 일이었다.
“환자분, 오래 기다렸죠. 곧 수술 시작할 겁니다. 수술 팀하고 마취과까지 아주 잘 꾸려졌으니까 우리를 믿고 마음 편히 가지세요.”
마치 송재덕 교수의 말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김진호 교수가 신중하게 마취를 시작했다. 김지훈이 신현수와 함께 환자의 복부를 소독하며 수술 준비를 시작했다.
송재덕 교수가 집도의 자리에 섰다. 퍼스트인 김지훈과 세컨인 신현수를 힐끗 쳐다보았다. 믿음직하다는 눈빛이었다. 3년차들 중 가장 실력이 뛰어난 치프 둘이 들어왔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취과, 수술 시작해도 됩니까?”
“예. 시작하십시오.”
으레 오고 가는 말처럼 들리지만, 수술 팀과 마취과 모두 준비가 됐다는 의미였다. 이제부터 환자의 바이탈은 마취과에게 맡기고, 수술 팀은 오직 수술에만 집중하면 되는 것이다.
“메스.”
기름기라고는 찾을 수가 없는 복부를 길게 절개했다. 워낙 마른 데다 송재덕 교수의 빠른 손까지 더해져 순식간에 복막에 도달했다. 김지훈과 신현수가 능숙하고도 적절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복막을 열었다. 신현수가 복벽에 리트랙터를 걸려는 박순용의 손을 막았다. 그러고는 송재덕 교수와 김지훈의 지시를 기다렸다. 세컨 자리에 있었지만 역시 3년차 치프였다.
오랜 시간 염증성 병변으로 시달렸고, 배 속에 농양까지 생겼다. 당연히 장끼리, 혹은 복막과 장 사이에 유착이 발생했을 것이다. 심하면 방광과도 들러붙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극히 조심해야 했다. 여느 수술처럼 바로 복벽을 벌렸다가는 장에 손상을 줄 수 있었다.
송재덕 교수와 김지훈이 조심스럽게 배 속을 확인했다. 예상보다 훨씬 심하게 소장과 대장이 복막에 들러붙어 있었다.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복막에 붙은 장부터 박리하자. 순용아, 수술 진행 확인하면서 장 찢어지지 않게 살살 당겨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재덕 교수의 손은 빨랐고, 치프들의 어시스트는 노련했다. 수술용 가위와 전기 소작기, 그리고 손과 거즈까지 사용해 복막에 달라붙은 장을 모두 떼어 냈다.
오래지 않아 복벽을 안전하게 벌릴 수 있었다. 양쪽에서 리트랙터를 당기자 배 속이 환히 드러났다. 송재덕 교수가 내부 장기를 확인하다 말고 눈살을 찌푸렸다. 김지훈과 신현수의 입에서 답답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장과 대장이 서로 들러붙은 채 소장의 말단인 회장과 대장의 시작 부위인 맹장이 연결되는 회맹부 위를 완전히 덮고 있었다. 게다가 방광과도 유착이 돼 있었다. 복부 CT에서 관찰된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염증이 퍼져 있었다.
“방광부터 풀어 주자.”
방광 손상 역시 반드시 피해야 할 일이었다. 손상을 입혀 제때에 소변 줄을 빼지 못한다면 요로 감염이 유발될 것이다. 이는 회복에 상당히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면역에 문제가 있는 크론 환자이기에 이런 부분까지 신경을 바짝 써야 했다.
한참을 씨름한 끝에야 방광에 붙은 장을 떼어 낼 수 있었다. 신현수가 세컨을 선 덕에 그나마 시간이 덜 걸렸고, 그만큼 안전하게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다.
‘후우! 처음부터 만만치가 않네. 현수 덕에 한 시간은 아꼈겠다.’
수술을 시작한 지 한 시간 반이 지나서야 첫 번째 병변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유착된 장을 풀어 주기 전에 농양부터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장을 먼저 만지다가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을 농양의 벽이 손상되기라도 하면 이차적인 오염과 감염을 초래하기 때문이었다.
“농양부터 제거하자.”
박순용이 리트랙터를 끌었다. 우측 복벽과 대장 사이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시야가 확보되자 김지훈이 손을 들어 막았다. 농양으로 짐작되는 구조물의 겉면이 보였다.
“메스, 석션(Suction:흡입).”
송재덕 교수가 농양 벽을 살짝 절개했다. 직접 석션기를 잡고 흘러나오는 고름을 제거했다.
“석션기 하나 더 준비하세요.”
김지훈이 바로 또 하나의 석션기를 받아 들고는 벽을 따라 퍼지는 고름을 제거했다. 신현수가 기다란 집게 끝에 거즈를 물리고 주변을 닦았다. 손이 척척 맞았다.
이내 고름이 더 이상 흘러나오지 않았다. 거즈와 탭(수술용 헝겊)으로 농양 내의 고름이 퍼지지 않도록 막았다.
이 수술의 목표는 농양 제거가 끝이 아니다. 소장과 대장의 병변을 해결할 때 자연스럽게 같이 제거할 수 있었다.
농양에 대한 처리는 이 정도로 충분했다. 이제 유착된 소장과 대장을 박리할 차례였다.
어느 부위든 염증은 조직을 약하게 한다. 소장과 대장은 특히 더 약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게다가 염증성 궤양이 장벽의 모든 층을 침범하는 크론 환자다. 조그만 실수와 방심만으로도 손상을 줄 수 있었다.
송재덕 교수와 김지훈이 신중하면서도 때론 과감하게 움직였다. 극도로 조심해야 할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정확하게 구분했다.
세컨의 손까지 필요한 과정이 아니었다. 도리어 방해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런 이유로 간간이 손을 거들던 신현수가 콧등을 찡그렸다. 이제야 김지훈의 손놀림이 온전하게 보인 것이다.
‘송재덕 선생님과 이 정도로 손을 맞출 실력이었어? 후우! 역시 정말 만만치 않네.’
조금씩 유착된 장들이 분리됐다. 마침내 회맹부를 중심으로 소장과 대장이 환히 드러났다.
두 시간 반 만에 병변이 발생한 부위를 모두 확인했다. 그나마 손이 빠른 송재덕 교수와 김지훈에, 신현수가 세컨을 선 덕이었다.
송재덕 교수가 조심스럽게 십이지장부터 공장, 그리고 회장을 거쳐 상행 결장까지 꼼꼼하게 확인했다. 복부 CT에서 보인 것 이상으로 주요 병변의 범위와 정도가 심했다.
회맹부를 중심으로 약 30센티미터에 걸쳐 소장의 말단부인 회장에서 염증 소견이 관찰됐다. 대장 쪽으로도 맹장 옆에 발생한 농양을 포함해 상행 결장 초입까지 침범한 것으로 보였다. 육안으로만 보아도 병변 부위가 50센티미터에 가까웠다.
겉으로 보이는 상태가 다는 아닐 것이다. 장을 자르고 내부를 확인하면 더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수도 있었다. 생각보다 심한 병변에 김지훈이 눈가를 찡그렸다.
‘회맹부를 살릴 수 있을까?’
희망을 걸었던 이유는 CT에서 회맹부와 연결된 회장 일부에 병변이 없다는 소견 때문이었다. 실제로도 극히 짧은 부분이었지만 정상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 정도면 소장과 소장, 대장과 회맹부를 연결할 수 있을까? 기술적으로는 가능할지도 몰라. 하지만 회맹부를 살리는 것이 과연 최선의 선택일까?’
송재덕 교수 역시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병변이 퍼진 부위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현수야, 어떻게 생각하니?”
“정상으로 보이는 부분을 최소한 5센티미터 이상 제거해야 병변이 없을 확률이 높다고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회장은 회맹부에서 최소한 35센티미터 이상을 잘라야 합니다. 대장도 상행 결장을 절반 정도는 제거해야 하니까 회맹부를 살릴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최선일까?”
“저로서는 그게 최선입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자신감 넘치는 대답이었다. 수술 전 판단과 다르지도 않았다. 어떤 면에서는 신현수가 수술에 들어오고 싶어 한 이유이기도 했다.
고개를 끄덕인 송재덕 과장이 김지훈에게 시선을 돌렸다.
“지훈아, 넌 어떻게 생각하니?”
김지훈이 입술을 모으며 눈가에 힘을 주었다.
아무리 보아도 회맹부를 살리는 것은 최선이 아니었다. 분명한 무리수였다. 기술적인 문제보다 병변의 범위와 정도를 감안한 판단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회맹부를 살리는 것이 도리어 수술 후 더 큰 문제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환자에게는 힘든 일이지만 현수 말대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막 입을 열려는 순간, 이준영 교수와 이경석이 들어왔다.
“경석아, 수술 다 끝났니?”
“아직 하나 더 있습니다, 선생님. 근데 제가 딱 맞춰 들어온 것 같습니다.”
“지금 막 결정하려던 참이었다. 이 교수는 왜 들어왔어?”
이준영 교수가 잠시 수술 부위를 보더니, 이내 김지훈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모습에 송재덕 교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 물었다.
“지훈아, 넌 어떻게 생각해?”
“저 역시 회맹부를 포함해 병변을 모두 절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판단이 바뀌었네. 이유가 뭐야?”
“수술 후의 예후가 나쁘고, 재수술 위험성이 가장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병변의 범위와 심한 정도를 고려하면 병변을 모두 절제해 주는 것이 도리어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됩니다.”
“당연히 제거해야 하는 게 아니고?”
김지훈이 콧등을 찡그렸다.
당연한 것이 아니라 최선이다. 뭔가 어감만이 아니라 내포된 뜻이 달랐다.
“우리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당연히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중에 환자에게 가장 유리한 방법을 찾는 것은 의사의 몫이고, 결국 상황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일 같은 크론이라도 다른 환자였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조용히 듣고만 있던 이준영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온 얼굴에 만족함이 덕지덕지 묻어났다.
“당연한 선택이 아니라, 최선의 선택이란 말이지.”
송재덕 교수의 말이 묘했다.
김지훈이 눈가에 힘을 주었다. 신현수 역시 입술을 모으며 콧등을 찡그렸다. 당연한 선택과 최선의 선택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느낀 것이다.
집도의와 어시스트.
교수와 전공의들의 시선이 부딪쳤다.
송재덕 교수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내 생각도 그게 최선인 것 같다. 자르자.”
어떤 수술을 할지 결정됐다. 이제부터 필요한 것은 그 수술을 감당할 실력이었다.
수술 방 전체에 팽팽한 긴장이 흐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