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선택적 수술 (1)
알아야 할 것은 많고, 환자는 언제 어떤 수술을 할지 모르는데, 정리하고 토론할 시간조차 부족했다.
‘오늘 안으로 정리해야 내일 토론을 하고, 모레 환자를 다시 볼 때 적용할 수 있겠네. 바쁘다, 바빠. 오프가 모레라서 정말 다행이다. 요새 경아 씨 삐치면 정말 무서워지는데, 꼭 얼굴 봐야지 안 그러면 눈빛에 찔려 죽을 수도 있어.’
일과가 모든 끝난 후의 나른함을 찬물로 날린 김지훈이 책상에 고개를 묻었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에도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넌 뭘 그렇게 열심히 봐?”
“크론이요. 수술할지도 몰라요. 우리끼리 토론하기에도 좋은 케이스 같고요.”
“크론? 이건 또 뭐야? 수술할 케이스면 정말 괜찮네. 나중에도 써먹을 수 있게 확실하게 정리 좀 해라.”
역시 대장 파트를 염두에 두고 있는 이경석이었다.
신기동 교수 수술 때문에 이제야 오프 갈 준비를 하던 신현수가 힐끗 김지훈을 보았다.
여전히 논문에 시선을 집중한 채 고개를 박고 있었다. 이론보다는 실전에 강한 줄만 알았는데 확실히 착각이었다.
‘그럼 그렇지. 지식이 없으면 수술을 잘할 수가 없겠지. 오늘 서연이하고 약속만 아니었으면 동시에 준비해 보고, 정리한 걸 비교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네.’
순간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간만에 하는 데이트였다. 만난 지 이제 2주가 넘어서인지 윤서연이 유난히 보고 싶었다.
신현수가 그 어느 때보다도 머리와 옷에 훨씬 많은 공을 들였다. 이경석이 묘한 표정으로 피식 웃었다.
“뭔 놈의 머리에 그렇게 신경을 써? 데이트라도 해?”
“예. 데이트하러 갑니다.”
“좋겠다. 서연이랑 팔짱 끼고 다니면 때깔 좀 나겠어.”
“그 정도는 기본이죠. 사람들 시선이 부담스럽기는 해요.”
이경석이 한숨을 쉬었다. 농담인 것 같으면서도 진담 같았다. 딱히 반박할 수도 없었다. 훤칠한 키에 귀공자 타입의 신현수와 늘씬한 몸매에 얼굴까지 예쁜 윤서연이라면 능히 시선을 받고도 남을 것이다.
“새장가나 갈까?”
큰일 날 소리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잘난 척은. 우리도 만만치 않아, 인마.’
이럴 땐 김지훈도 귀가 열리는 모양이었다.
그 시간, 금경태 과장과 정한득이 고심에 찬 얼굴로 마주 앉았다. 답답한 숨소리가 이어졌다.
“금 과장, 잔금 넣고 마무리 지어도 될까?”
“계약을 파기하면 10억을 고스란히 날려야 하는데, 이제 와 어쩌자는 소리야?”
“전종훈하고 진상원이 부당 이득으로 조사를 받는다며? 그럼 신동석이 빤히 알고 있다는 얘긴데, 우리 건도 눈치채고 있는 거 아냐? 10억이 아니라 건물 값 110억을 다 날릴 수도 있어. 최악의 경우……. 제길!”
금경태 과장이 눈살을 찌푸렸다. 사법 처리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을 하려고 했을 것이다.
안 그래도 전종훈의 일로 신경이 곤두선 참이었다. 불안하고 초조해 잠도 못 잘 지경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참 묘하게 돌아갔다. 며칠 전 신동석 이사장이 직접 면담을 청하며 외과 센터 문제를 상의해 온 것이다.
“나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며칠 전에 외과 센터에 비치할 기계 문제를 상의해 왔어. 평상시와 똑같은 얼굴로 말이야. 내가 경험한 바로는 신동석은 감정을 완전히 속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표정을 숨기지 못해.”
“사람 속을 어떻게 알아? 고작 그 정도 이유로 110억과 인생을 걸자는 거야?”
“그뿐이 아니야. 어젯밤 신동석 측에서 건물 매입 제의가 들어왔어. 120억을 제시하기에 일단 곤란하다고 넘긴 상황이야.”
정한득의 눈이 반짝였다.
“그럼 확실히 모르고 있다는 말이네. 빨리 액수 절충하고, 웬만하면 바로 넘기는 게 어때?”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뭔가 찜찜해.”
“또 뭐가 문제야?”
짜증 섞인 목소리다.
“신동석 대신 병원 인수를 책임지고 추진하는 사람이 있어. 분명히 병원 내 직원이 아니야. 지난 일을 생각해 보면 우리가 건물주에게 제시했던 액수도 금방 파악한 것 같고, 지금도 딱 10억을 더 불렀다는 게 이상하지 않아?”
잠시 생각에 잠겼던 정한득이 고개를 저었다.
“그거야 건물주와 접촉만 해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잖아. 방금 전까지 10억을 날릴 셈이냐고 하더니,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거야? 내일까지 잔금 치르지 않으면 자동 파기야. 두 눈 뜨고 10억을 허공에 날리는 거라고.”
금경태 과장의 얼굴이 심각하기만 했다.
10억 중 5억은 온전히 자신의 돈이다. 그 돈을 날리면 속이 뒤집어지다 못해 찢어지겠지만 감당할 수 있는 액수였다. 하지만 55억은 차원이 달랐다. 만에 하나 잘못되기라도 하면 당장 한강으로 달려가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정한득이 채근을 했다.
“금 과장, 빨리 결정해. 이미 10억을 넣었어.”
“계속 진행하자, 이거지?”
“그래. 이 정도 위험은 감수했던 거 아냐?”
답답하기만 한 상황에 서로의 입장이 오락가락했다. 상대가 불안해하면 과감해졌다가, 말이 바뀌면 반대로 돌아서고 있었다. 금경태 과장이나 정한득이 이를 모르지는 않았지만, 100억이 넘는 돈 앞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어쨌든 신중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한동안 머뭇거리며 입을 열지 못하던 금경태 과장이 눈가를 찌푸렸다. 갑자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통화를 하던 금경태 과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뭐? 130억을 불렀다고?”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신동석 이사장의 건물 매입 의사는 확실해 보였다. 더구나 잔금을 치러야 할 날짜를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각자 5억씩 날릴 생각이 아니라면 더 이상의 고민은 무의미했다.
“정 국장, 진행하자.”
“그래. 20억만 더 올리면 돼. 지금처럼만 진행하면 우리가 개입했다는 것도 알기 힘들어. 빨리 마무리 짓자고.”
벌써 구월이 거의 다 지나갔다. 앞으로 3개월 안에 확실하게 매듭을 지어야 한다. 그때까지 내야 할 이자 비용이 만만치 않았지만 외과 센터 건립은 이미 결정된 사항이었고, 정보까지 다 빼냈다. 150억 이상만 부르지 않으면 순조롭게 해결될 것이라 믿었다.
다음 날, 금경태 과장과 정한득의 손에서 무려 100억이 추가로 백제 병원 건물주에게 넘어갔다. 전 재산은 물론 빚까지 잔뜩 짊어진 금경태 과장이 이를 악물었다.
이준영 교수와 송재덕 교수에게 환자가 몰리고 있다는 사실에 신경을 쓸 여유조차 없었다. 지금은 오직 150억이라는 돈에만 집중할 때였다.
원하는 대로 일이 해결되면 신동석은 자금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진평호의 계획이 성공할 가능성도 무척 높아질 테고, 일반 외과는 자연스럽게 다시 손안에 들어올 것이다. 덩달아 가장 껄끄러운 사람인 허경발 명예 교수를 볼 일도 없을 것이다.
“실패해서는 안 돼. 아니, 절대 실패할 수 없는 일이야.”
금경태 과장이 마치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정한득도 하루 종일 안절부절못했다.
***
다음 날 밤, 김지훈이 나눠 준 자료를 보던 이경석이 입맛을 쩝쩝 다셨다.
“하필이면 오늘이냐. 오프 가기 다 글렀네.”
“빨리하고 가시면 되죠.”
“지훈아, 크론이다. 크론. 수술 계획만 토론하면 모르지만, 이게 어디 한두 시간 내에 정리가 되겠어?”
외과라고 해서 수술만 할 줄 알면 끝이 아니다. 어떤 질환이든 병태생리부터 예후까지 정확하게 알아야 환자에 따른 적절한 치료 방침을 세울 수 있다.
“차트하고 검사 결과는 내과 병동에 가서 봐야 하니까 그렇긴 하네요. 그럼 중요한 부분만 발표하고 빨리 진행할게요. 현수야, 시작한다.”
치프 셋이 마주 앉았다.
“알다시피 크론의 원인은 면역 이상으로 추정만 할 뿐 확실한 원인은 모릅니다. 증상으로는 설사, 체중 감소, 지속적인 미열, 혈변 등이 주로 나타납니다. 같은 염증성 질환인 궤양성 대장염과는 달리 소화기만이 아니라 피부, 관절, 생식기, 항문 등 전신을 침범하는 질환입니다.”
발표가 이어졌다. 기본적인 개요기에 빨리 설명한다고 했지만 어느새 30분이 훌쩍 지났다. 구체적인 토론에 들어갈 때였다. 환자에 대한 기록에서 눈을 떼지 않던 신현수가 질문을 했다.
“이 환자는 확실히 내과 치료에 반응을 안 하는 건가?”
“지난 5년 동안은 약물에 반응을 했는데, 이번에는 합병증까지 발생한 상태야. 일단 소장 말단부 폐쇄와 맹장 주변부에 농양이 관찰되고, 항문 주위 농양까지 있어서 외과적인 치료가 반드시 필요할 거란 생각이 들어. 아까 오후 회진 때 다시 봤는데 증상도 그대로야.”
이경석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회맹부를 모두 침범한 거야?”
회맹부는 소장과 대장의 연결부로 상당히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이다. 일종의 밸브가 있어 대장의 변이 소장으로 역류하는 것을 방지한다.
문제는 천유섭 환자의 경우 회맹부를 중심으로 소장과 대장을 모두 침범했다는 것이었다. 크론에서 가장 흔한 발생 부위였고, 만일 회맹부를 제거하면 수술 이후의 예후 역시 가장 나빴다.
“지금으로서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어요. 수술을 하게 되면 어느 정도는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니까 그때는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겠죠.”
“회맹부를 제거하면 재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곤란하네.”
이경석의 말에 신현수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한 40퍼센트 정도 되죠? 환자 상태하고 검사 결과를 확인해야겠지만 가급적이면 회맹부를 남겨 둬야 재수술을 피할 확률이 높아지는데, 형 말대로 문제가 되겠어요.”
“맞는 말이야. 항문 주위 농양도 통상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수술도 손상이고, 회복 과정에서 염증을 유발하니까 최소한 적게 건드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어차피 원인이 크론이라면 또 생길 수밖에 없잖아요.”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현수야, 그러면 이 경우에 수술을 하게 되면…….”
역시 신현수와 이경석이었다. 어제오늘 준비할 시간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 척척 말이 나왔다. 심도 있는 토론이 이어졌다. 가운데 앉아 고개를 끄덕이던 김지훈이 흠칫 어깨를 떨며 눈썹을 치켜떴다.
‘정리하고 발표한 건 난데, 둘이만 토론을 해?’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들이었지만 이럴 수는 없었다.
김지훈이 눈을 부릅뜨고는 적극적으로 끼어들었다. 천유섭 환자를 기준으로 증상과 침범 부위에 따라 어떻게 수술을 할지까지 토론했다.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정리된 자료만 보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이마에 잔뜩 주름을 만들던 이경석이 말했다. 오프라는 사실은 염두에 두지도 않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환자하고 검사 결과를 직접 봐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더 판단을 하기가 쉬울 거 아냐. 가자.”
“형, 오프 안 가요?”
신현수의 말에 이경석이 혀를 찼다.
“마누라한테 조금 깨지고, 미안하지만 애들은 장난감하고 과자 몇 봉으로 막아야지, 뭐. 자식이, 갑자기 분위기를 깨고 있어. 빨리 가자.”
모두들 재빨리 일어났다. 막 문을 열려는 순간, 노크 소리가 들리며 스르륵 문이 열렸다. 김지훈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혁원, 너 웬일이야?”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이혁원입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이 밤에 무슨 일이야? 뭔데?”
“예. 일반 외과를 하고 싶습니다.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반가운 일이었다. 더구나 일반 외과를 하겠다는 인턴들 중 처음 인사를 왔다. 다른 때 같았으면 좋아 죽을 일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묘했다. 크론과 토론이 가져온 흥분이 채 가라앉기 전이었다.
이경석이 곤란한 표정을 보였다. 상황을 정리하던 김지훈이 눈을 반짝였다. 이혁원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경석이 형, 일단 내과 병동으로 가서 환자부터 보고 얘기하죠. 오후까지는 어제하고 큰 차이가 없는데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혁원아, 너 무슨 과 돌아?”
“예. 피부과 돌고 있습니다.”
“그래? 천국이구나. 시간 많네. 잘됐다. 우리 따라와.”
이혁원이 영문도 모른 채 뒤를 졸졸 따랐다. 외과에서는 사람 좋다는 치프들만 모였는데 환영의 말 한마디 듣지 못했다. 크론이 어쩌고저쩌고 하며 눈길조차 주지 않아 서운할 지경이었다.
‘원래 인사할 때는 아는 척도 안 하시나?’
내과 병동에 도착했다. 김지훈이 뷰박스 앞에 서며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혁원, 천유섭 환자 차트 가져오고, 검사 결과들 찾아서 순서대로 걸어.”
이경석이나 신현수도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물론 이혁원도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치프의 오더 앞에 서운함이나 불만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재빨리 간호사에게 도움을 청해 차트를 가져오고, 엑스레이 필름까지 걸었다.
“현수야, 이 부분이야. 농양도 농양이지만 회장이 많이 좁아졌지? 그리고 회맹부도 염증이 좀 있어 보이긴 해. 살릴 수 있을까? 경석이 형, 어때요?”
“사진상으로는 잘 모르겠네. 여유가 너무 없지 않아?”
신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도 경석이 형하고 비슷해. 좁아진 회장하고 농양이 회맹부와 너무 가깝지 않아? 염증을 떠나 기술적으로 살릴 수 있겠어? 회맹부 살린다고 억지로 자르고 연결하면 도리어 문제가 더 커질 것 같은데.”
김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이 들긴 해. 너무 가깝지?”
눈가에 잔뜩 힘을 준 채 복부 CT를 보던 이경석이 새로운 생각을 제시했다.
“농양이 발생한 부분을 자르지 않을 수 있으면 가능하지 않을까? 깨끗이 씻어 내고 심지 박은 후, 미세 천공이 저절로 막히길 기다리는 건 어때?”
신현수가 고개를 저었다.
“글쎄요. 시작이야 미세 천공이겠지만 지금도 그럴까요? 만일 천공 부위가 생각보다 크다면 두고두고 말썽을 일으킬 것 같은데요. 그렇게 되면 환자에게도 너무 위험해요.”
신현수의 말대로라면 재수술이 문제가 아니었다. 복강 내 농양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패혈증를 유발할 것이다. 면역 억제제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 패혈증에 빠져든다면 목숨을 위협할 것이다. 조절되지 않는 고열 때문에 가뜩이나 불안한 상황이었다.
김지훈이 입술을 모았다.
‘다행히 농양 경계부가 단단하게 벽을 만들어서 버티고 있지만,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르지.’
“경석이 형, 배를 열고 직접 보는 게 최선이지만, 일단 농양을 밖에서 해결할 수 있을지부터 확인하죠. 배액 관이 기능을 거의 못하던데, 식염수로 세척해 주면 효과가 있을지도 몰라요.”
어떤 수술을 할지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수술 전에 농양을 조금이나마 줄여 줄 수 있다면 환자에게는 무척 유리한 일이었다.
‘혁원이가 아주 적당한 때 왔네.’
“이혁원, 배액 관 세척할 거니까 필요한 거 챙겨서 병실로 와. 현수야, 경석이 형, 같이 가죠.”
병실로 들어간 김지훈이 환자와 보호자에게 조심스럽게 설명을 했다. 늦은 밤 의사가 3명이나 온 것이 의아하기는 했지만, 자식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데 반대할 부모는 없었다. 도리어 밤낮으로 찾아오는 모습에 고마워했다.
곧 이혁원이 필요한 물품을 가져왔다. 스윽 준비한 것을 보던 김지훈이 눈가를 찌푸렸다.
“이혁원, 맨손으로 세척을 하라는 소리야?”
헉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혁원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