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써전-468화 (468/1,329)

제11화 과실과 사고 (2)

회의실에서 조그만 동요가 일어났다. 신상민 원장이 뜻밖의 말을 한 것이다.

“그럼 마지막으로 전종훈 교수의 소명을 듣고 오늘 바로 결정하도록 하죠.”

엄청나게 빠른 일 처리였다. 드문 일이기도 했지만 통상 이런 문제는 한두 달은 지나야 결론이 나기 마련이었다.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모를 일이었다.

자리를 함께한 교수들이 당황했다. 금경태 과장에게는 당황을 넘어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이런 일은 시간을 끌어야 희석되는 법이다. 더구나 아직 환자와 최종 합의도 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전종훈 교수에게 불리할 수도 있었다. 진평호가 전종훈 교수를 내치지 않는 한 성의 이상의 것을 보여야 할 때였다.

‘이런 일을 회의 한 번으로 처리하자니, 저 양반이 미쳤나?’

금경태 과장이 급히 발언을 신청했다. 상황을 확실하게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원장님, 신중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이건 병원과 교수의 명예가 달린 일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래서 신속하게 처리하고자 합니다. 사고가 아니라면 질질 끌어야 병원 이미지만 나빠질 겁니다. 빨리 전종훈 교수 불러요.”

평소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는 신상민 원장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스러울 정도로 단호하기 짝이 없었다. 사안이 명백하다면 결정을 미룰 이유가 없다는 말을 인정하면서도 뭔가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눈가를 굳힌 금경태 과장이 잠시 휴회를 제안했다. 지난밤에 접촉했던 몇몇 교수들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었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고서야 금경태 과장의 표정이 풀어졌다.

곧 전종훈 교수가 소명 자료를 들고 들어왔다.

약간은 긴장된 얼굴이었지만 금경태 과장과 주변의 교수들을 보며 입가를 말고 있었다. 안심하는 눈치였다.

‘송재덕하고 이혁민을 빼고는 다 만난 교수들만 있네. 그래. 환자하고는 곧 합의를 볼 테니까, 재수 없지만 실수를 인정하고 과실로 끝내자.’

소명이 이어졌다.

신상민 교수가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니까 전 교수는 잘못한 일이 없다, 이겁니까?”

“엄밀하게 말씀드리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으니까 환자와 원활하게 합의를 보겠습니다. 병원과 교수님들에게 누를 끼친 부분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알겠습니다. 잘못이 없다면 큰 문제가 아니겠군요. 소명 잘 들었습니다. 오늘 중으로 결론을 낼 거니까 기다리세요.”

‘오늘 중으로? 뭐야? 그럼 이미 결론이 났다는 말이잖아? 아! 끽해야 과실이네. 사고라고 생각한다면 한두 시간 내에 결론을 내릴 수가 없지.’

지레짐작을 한 전종훈 교수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회의장을 나섰다.

과실로 결정이 나면 200만 원만 손해 보고 모든 일을 끝낼 수 있는 것이다. 만에 하나 법정으로 간다고 해도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전문가 집단인 의사들의 판단을 판사가 뒤집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금경태 과장이 남몰래 혀를 찼다.

‘무조건 잘못했다고 해야 유리하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또 헛소리를 늘어놓다니, 저 자식 머릿속에는 도대체 뭐가 들은 거야? 내가 입단속을 다시 하지 않았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생각도 못하는구만. 멍청한 놈. 진평호도 늙어서 그런지 사람 보는 눈이 예전 같지 않은 게 분명해.’

회의가 속개됐다.

송재덕 교수가 작심을 한 듯 사고라고 주장했지만, 금경태 과장의 반발에 팽팽한 설전만 벌어졌다.

그런데 간간이 말을 보태는 다른 교수들의 태도가 묘했다. 이혁민 교수가 눈살을 찌푸렸다.

‘다들 과실로 결론 내고 넘어가자는 분위기네. 아무리 병원 이미지가 중요하고, 같은 의사라지만 이건 아니지.’

“같은 과 교수로서 이런 말씀을 드리기는 그렇지만, 이번 일은 단순히 거즈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수술 이후에 보인 전 교수의 행동에 방점을 두어야 합니다. 과실로 덮는다면 앞으로 유사한 일이 생겼을 때 또 이런 식으로 넘어가야 하고, 결국 병원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킬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의사로서의 책임, 특히 집도의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용납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이혁민 교수까지 가세를 했지만 분위기는 돌아서지 않았다. 미리 손을 썼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부원장인 금경태 과장과의 관계에, 같은 의사라는 사실까지 작용한 탓이 분명하다고 여길 뿐이었다.

결국 표결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과를 본 신상민 교수의 안색이 어두웠다.

“과실로 결론이 났습니다. 이사장님께 말씀드리고,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하고 이만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송재덕 교수가 부들부들 떨었다.

“이건 아닙니다. 의사가 의사다워야지. 그래야 보호해 줄 가치가 있는 겁니다. 전공의들도 잘못했다고 하는데 지금 뭐하는 겁니까? 자식들 보기 부끄럽지 않아요? 당신들은 교수예요, 교수.”

회의실을 나가던 교수들이 송재덕 교수의 시선을 피했다. 심정적으로는 동의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신동석 이사장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가진 진씨 일가의 조카사위를 구렁텅이에 빠트린다면 자리가 온전치 못할 것이다.

금경태 과장은 입술을 쭉 내민 채 눈길도 주지 않았다.

‘이게 현실이야. 그렇게 날뛰다가는 네가 먼저 잘린다는 걸 몰라? 현명하게 행동해야 할 거야.’

신상민 원장이 조용히 다가와 어깨를 두드렸다.

‘아직 실망하기는 일러, 송 교수. 마음 가라앉히고 기다려.’

“이 교수, 송 교수하고 커피나 한잔해.”

별다른 말도 없이 이사장실로 향하는 신상민 원장을 보던 송재덕 교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혁민아, 이건 아니잖아. 세상이 이러면 안 되지. 그만둬야겠다. 너무 오래한 모양이다. 내가 지금까지 지키며 가르쳐 온 것들이 다 거짓말이 됐는데, 애들 얼굴을 어떻게 봐? 이건 아니다, 혁민아.”

무겁고 답답한 한숨 소리만 들렸다.

마지막으로 회의실을 나서던 교수의 눈빛이 번쩍였다.

‘나가야 할 사람과 남아도 될 사람이 누군지 확실하네. 욕심이 너무 많긴 하지만 금경태 과장은 확실히 쓸모가 있어. 내가 이렇게까지 생각해 주는데 눈길 한번 안 주다니 서운하네.’

진상철 교수가 희죽 웃고 있었다. 진평호의 영향력은 곧 자신의 힘이었다.

그 시간, 금경태 과장과 만난 전종훈 교수의 얼굴이 환해졌다. 과실로 결론이 난 이상 이제 다시 고개를 빳빳하게 들 수 있었다. 돈만 건네면 환자나 보호자를 다시 만날 일도 없었다.

‘이백도 많은 거 아냐? 그냥 백만 원만 줄까?’

“과장님, 고생하셨습니다. 제가 술 한잔 사겠습니다.”

오늘도 전종훈 교수는 편안하게 두 발 뻗고 잠이 들었다.

금경태 과장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송재덕 교수부터 소식을 전해 들은 김지훈까지 모두들 잠을 설쳤다.

다음 날,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것처럼 출근한 전종훈 교수가 평상시와 다름없는 일과를 보냈다.

회진을 도는 동안 노윤미와 마주쳤지만 슬쩍 눈길만 준 것이 고작이었다. 유방 종물 수술에 들어갔던 안호석의 얼굴이 벌게진 것도 여전했다.

“참 대단하네.”

다들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전종훈 교수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더욱 뻔뻔하게 보이긴 했다.

‘어이구! 피곤하다. 좀 쉴까?’

점심을 먹고 교수실에 들어간 전종훈 교수가 늘어지게 기지개를 폈다. 책상 위에 이사장 직인이 선명하게 찍힌 한 장의 공문이 놓여 있었다.

‘이사장도 꽤 성격이 급한 모양이네. 어쨌든 이걸로 끝이구나. 오늘은 두 발 뻗고 푹 잘 수 있겠어.’

여유로운 표정으로 공문을 펼친 전종훈 교수의 눈가에 주름이 잡혔다. 눈까지 비벼 가며 몇 번이고 다시 확인했다. 벌겋게 달아올랐던 얼굴이 시커멓게 변했다.

“뭐, 뭐야? 씨펄! 이게 도대체 뭐야?”

전화기를 잡는 손이 덜덜덜 떨렸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신상민 원장과 주요 보직 교수들이 모두 참석한 자리에서 과실로 결론이 났는데 이럴 수는 없었다.

(과장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탁한 목소리가 갈기갈기 갈라졌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저 좀 보셔야겠습니다.)

전화가 뚝 끊겼다.

금경태 과장이 눈가를 찌푸렸다.

‘예의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놈이네. 버릇없는 놈. 물에 빠진 놈 구해 놨더니 고마운 줄도 몰라?’

그래도 무언가 감이 안 좋은지 몸을 일으켰다.

잠시 후, 금경태 과장도 말을 잃었다.

딱 네 글자만이 쓰여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일에 입을 열 수조차 없었다.

‘신동석, 넌 의사가 아니야. 우리가 과실이라고 했으면 그걸로 끝인데 이게 무슨 짓이야.’

얼굴까지 꺼멓게 변한 금경태 과장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마지막에 적혀 있는 단 네 글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권고사직.

“과장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과실이라고 결정이 났는데 권고사직이라니요? 말이 됩니까?”

“나도 몰라.”

바짝 마른 입술로 입을 열지 못하던 전종훈 교수가 벌떡 일어났다. 정식으로 항의하고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과실을 이유로 사직을 요구한다면 소송까지 불사해야 하는 문제였다.

불리할 것도 없었다. 대학 병원 의사는 사립학교 교직원 신분을 보장받기 때문에 이사장이라고 해도 함부로 자르지 못한다. 본인 스스로 나가지 않는다면 교육부의 허가까지 필요한 사안이었다.

“어디를 가려고 그래?”

“당장 이사장을 만나야겠습니다. 권고사직이라니요? 이건 말도 안 되는 처삽니다. 이미 과실로 결론이 났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사장이라고 해도 이런 사안으로 날 자르진 못합니다.”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고민에 잠겼던 금경태 과장이 눈을 부릅뜨며 앞을 가로막았다. 전에 없이 심각한 표정이었다.

“기다려. 신동석은 근거 없이 함부로 결정하고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야. 권고사직을 말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또 뭘 잘못한 거야? 분명 전 교수 자네를 자를 수 있으니까 이런 공문을 보냈다는 생각은 안 들어?”

흥분을 금치 못하던 전종훈 교수가 멈칫거렸다.

보직이 없는 한 신동석 이사장과 의사들이 직접적으로 부딪힐 일은 없다. 병원을 옮길 때도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진료가 아닌 다른 일이 분명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전종훈 교수가 깜짝 놀라며 그대로 달려 나갔다.

“전종훈, 어디 가?”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금경태 과장이 고개를 저으며 이를 갈았다.

‘버릇없는 놈. 아쉬울 때만 꼬리를 흔들어? 그런데 저 자식,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또 누굴 만나러 가는 거야?’

전종훈 교수가 허겁지겁 달려간 곳은 진상철 교수의 방이었다. 턱 밑까지 차오른 숨에 미처 입을 열기도 전이었다. 악어까지 얼굴이 창백해진 채 들어왔다.

“형님, 이게 무슨 일이에요? 나한테 이런 게 날아왔어요.”

악어의 손에도 한 장의 공문이 들려 있었다.

권고사직.

4개의 글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전종훈 교수 손에 들린 공문을 와락 뺏어 든 진상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버지인 진평호와 관련이 있는 의사들을 겨냥한 것이 틀림없었다. 더구나 전종훈 교수와 악어는 자신의 수족이 될 의사들이었다.

‘과실만으로는 교수직을 박탈할 수가 없어. 그렇다면 결국 이 자식들이 한 짓이 문제가 됐다는 말이야. 제길! 그걸 어떻게 알았지?’

“전종훈, 진상원, 내가 조심하라고 했지? 병원 확장 건을 이용해 도대체 얼마나 해 먹은 거야? 몇 건이야? 신동석이 그 문제를 안 것이 틀림없어.”

전종훈 교수와 악어가 얼굴을 들지 못했다. 진상철 교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귓구멍이 막혔어? 몇 건에 얼마야?”

“두, 두 건입니다. 1인당 4억 정도씩 득을 봤습니다.”

“병신 같은 새끼들.”

신동석 이사장이 이 문제를 걸고넘어진다면 아무리 고민해도 답은 없었다. 유일한 해결책은 진평호의 힘뿐이었다. 30퍼센트가 넘는 지분이라면 이번 일을 덮을 수도 있었다.

신동석 이사장도 설마 진평호가 병원 전체를 노린다는 사실까지는 모를 것이라 여겼다. 그만큼 진평호는 은밀하게 움직였다.

문제는 전종훈과 악어가 나중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설득시키는 것이었다.

전화기를 든 진상철이 숨을 가다듬었다. 진평호에게 욕먹을 각오는 했지만 가슴이 떨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항상 어렵기만 한 진평호의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너 언제나 일 제대로 할 거야? 못난 놈! 그래서 지금 나보고 신동석에게 부탁이라도 하라는 거냐?)

“부탁까지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지분이 있으시니까 그에 준한 권리라고 하시면 되지 않을까요?”

(지분을 걸고 그 두 놈을 살려 달라? 그럴 가치가 있어? 난 피가 섞였다고 무조건 도와주지는 않아. 너도 그 점을 명심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필요한 일이 꽤 많으실 겁니다. 금경태가 있긴 하지만 아시다시피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는 사람입니다.”

진평호가 잠시 고민에 잠겼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했다. 더구나 병원, 특히 의사들에 관한 일은 진평호도 문외한이었다. 지금은 아무리 쓸모가 없어 보여도 나중에는 쓸모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면이 있었다.

‘이참에 신동석을 떠봐? 그간 내 생각과 크게 벗어나지 않아서 연락 한번 하지 않았는데, 세상일은 모르지. 아는 눈치라도 보이면 더욱 확실하고 은밀하게 일을 처리해야 돼.’

(음! 알았다. 대신 그 두 놈 확실하게 단속해. 확장 건으로 장난질한 걸 알 정도면 신동석도 뭔가 눈치챘을 수도 있어. 면담이 잡히면 바로 연락해.)

“가능하다면 지금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대비할 시간을 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전화를 끊은 진상철 교수가 바로 이사장실에 연락을 했다. 마침 손님이 와 있어 아직 퇴근 전이었다. 바로 면담을 요청했고, 30분 후 올라오라는 답을 받았다.

3명이 머리를 맞대고 상의를 했다.

물론 진상철 교수, 한 사람의 목소리만 들렸고, 전종훈 교수와 악어는 고개도 들지 못했다. 오직 신동석 이사장이 부정한 이득을 취했다는 사실을 모르길 바랄 뿐이었다.

뒤늦게 자리에 합류한 금경태 과장의 얼굴이 똥 빛으로 변했다.

그 시간, 신동석 이사장이 윤재철의 말을 들으며 앉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전종훈과 진상원을 이렇게 해결하면 진평호 회장도 반응을 보인다, 이 말씀이십니까?”

“왜 아니겠습니까? 사돈께서 진평호 회장이 어떤 일을 꾸미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셈입니다.”

“혹시 쓸데없이 자극을 해 도리어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사돈, 진평호 회장과 정면으로 충돌하면 상처만 남습니다. 적당히 경고를 해 물러나도록 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모르고 있는 것과 알고 있는 것은 보통 차이가 아닙니다. 이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을 볼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닙니까?”

신동석 이사장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

병원과 대학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우물 안 개구리였다.

윤재철이 아니었으면 진평호가 병원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당할 뻔했다. 아무리 돈이 된다지만 부동산 개발을 노릴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알겠습니다. 사돈 덕에 큰 화를 면하게 됐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금경태 과장까지 해결해도 되겠지요?”

“금경태 과장이요?”

윤재철이 막 입을 열려는 순간 인터폰이 울렸다. 진상철 교수가 올라온 것이다.

시선을 교환한 윤재철이 휴게실로 자리를 옮겼다.

‘사돈, 한동안은 정말 독해지셔야 합니다. 잊지 마세요.’

입안을 감도는 커피 향이 유난히 쌉쌀하면서도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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