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써전-459화 (459/1,329)

제7화 수술이 가져온 여파 Ⅱ (1)

악어가 오만상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매형,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진상미가 좋아진 게 확실해요?”

“확실해.”

“에이! 병명을 확실하게 모르면 애초에 건드리지 못하게 했어야지. 상철이 형한테는 뭐라고 해?”

전종훈이 독한 양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누군 그러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아? 진상미가 말 한마디 없이 이준영이한테 진료를 받았는데 내가 어떻게 해? 걱정하지 마. 어차피 정신과 병명이 따라다니는 한 회장님이 마음을 바꿀 리는 없잖아.”

“큰아버지가 아니라 상철이 형이 문제라니까. 상호 형하고 재산 싸움 하는 거 빤히 알면서 그런 소리가 나와요? 제길! 그 집에서 떨어지는 떡고물이 얼만데.”

전종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진상철은 한마디로 돈줄이자 뒷배였다. 예전에는 데면데면한 사이였지만, 진평호가 첫째인 진상철을 놔두고 둘째인 진상호에게 사업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확 변했다.

돈과 권력에 관한 한 누구보다도 계산이 빠른 진평호의 눈에 진상철은 재목이 아니었다. 그래서 애초에 의사를 시켰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당연히 진상철은 길길이 날뛰면서 분을 못 이겼지만, 진평호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한 말 한마디 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러던 중 기회가 왔다. 진평호의 신장에 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정형외과 의사였고, 사이까지 좋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의사에, 자식이다. 진평호도 치료에 관한 한 진상철을 통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을 빌미로 진상철은 다시 진평호의 신임을 얻었고, 어떻게든 진상호에게 쏠린 눈을 돌리려 했다.

걸림돌은 최대한 없애야 했고, 당시 진상호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던 진상미도 그중의 하나였다. 그것이 8년 고통의 시작이 된 것이다.

“원인이 안 나왔을 때 아예 정신 병동에 넣었어야 했어. 상호 형이 우리한테 해 준 게 뭐가 있어? 병원 내 인맥을 만들기 위해 우리를 이용하지만, 어쨌든 상철이 형이 돈을 만져야 유리해. 무엇보다도 누나하고 와이프가 큰아버지 수발을 계속 들게 해야 돼. 매형, 듣고 있어요?”

악어의 말에 전종훈이 눈가를 찌푸렸다.

이후 진상철의 제안으로 자신과 악어의 와이프가 진상미의 역할을 대신했다.

그 순간 돈이 가져온 달콤함에 취했다. 진평호의 집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은연중에 흘리거나 던져 주는 말은 대단히 귀중한 정보였다.

정보만 충실히 전하면 진상철은 개의치 않았다. 그 대가로 말이 떡고물이지, 제법 잘산다는 소리를 듣는 자신의 집에서 보아도 욕심을 낼 수밖에 없는 액수가 오갔다.

가장 최근에는 병원 확장에 관한 정보를 듣고, 바로 요지에 위치한 개인 주택 하나를 구입했다. 불과 한두 달 만에 악어와 반으로 나눈 수익이 억대를 넘었다.

그뿐인가? 진평호와 재단 이사인 진철호가 주는 무형적 힘은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솔직히 경쟁자들에 비해 가장 실력이 처졌던 자신이 먼저 교수가 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악어는 말할 것도 없었다.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신동석의 수족이라고 할 수 있었던 금경태 과장까지 진평호에게 머리를 숙였으니 말 다 했다.

물론 개중에는 그런 자신을 몰라보는 교수들이 있긴 했다. 그들 중 하나가 이번 일의 발단이니, 악연도 이런 악연이 없었다.

‘이준영, 신기동, 너희 둘은 어디에도 발을 못 붙이게 만들어 줄 거야.’

어쨌든 진평호의 행동과 결정에 대단한 이득과 특혜가 걸려 있었다. 훗날 일반 외과 교수들에게 당한 수모도 갚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진상철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정말 진상미가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해?”

“큰아버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누가 알아요? 수발을 도맡았던 사람이 진상미라는 걸 잊으면 안 돼. 만에 하나 진상미 혓바닥에 넘어가기라도 하면 상철이 형만이 아니라 우리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갈 게 뻔하잖아요. 제길!”

“알았어. 우리 병원에서도 정신과 진단을 받았으니까 그쪽으로 계속 몰아가자. 진상미가 이준영이나 김지훈과 접촉하는 걸 막아야 하는데.”

“어휴! 김지훈 그 새끼는 안 끼는 데가 없네. 매형 과니까 발붙이지 못하도록 신경 좀 써요. 두고두고 속 썩일 놈입니다.”

“아무래도 금경태하고 얘기를 좀 해야겠어.”

그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통화를 하던 전종훈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진상철의 목소리가 악어에게도 들릴 지경이었다.

(전종훈, 똑바로 해.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때인지 몰라? 뒷구멍으로 해 처먹은 게 있으면 그 값은 해야 할 거 아냐? 진상미 확실하게 처리해. 만일 내 손에서 병원 날아가면 상원이하고 넌 끝이야. 알았어? 그리고 교수로서 인정 좀 받아. 허구한 날 욕먹었다는 소리 안 들리게 하란 말이야. 어떻게 금경태부터 제대로 움직이는 놈이 없어.)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전화가 끊어졌다.

악어와 전종훈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 시간, 금경태 과장도 머리를 돌리고 있었다.

‘진상미의 병을 찾았는데 그동안 가만히 있던 진상철이 왜 그렇게 과민하게 반응하지?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뭘까?’

지금은 진평호과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을 것 같은 일에도 신경을 바짝 곤두세워야 할 때였다. 조그만 허점이나 실수 하나가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었다.

턱을 문지르며 생각에 잠겼던 금경태 과장이 혀를 찼다.

고민해야 할 정도의 문제였다면 진평호가 이미 언질을 주었을 것이다. 말 한마디 없는데 굳이 먼저 나설 이유가 없었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될 일이야.”

백제 병원 일이 해결되지 않는 한 다른 일에 신경을 쓸 수도 없었다. 그보다는 지금까지 조용하기만 한 신동석에게 모든 정신을 집중해야 할 때였다.

‘왜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걸까? 신현수가 있는데 설마 외과 센터를 접은 건 아니겠지. 혹시 중앙 의료원 인선 때문에 잠시 결정을 미루고 있는 걸까?’

먼저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신동석이 방심하든, 자신을 믿든 간에 뭔가 결정을 내려야만 움직일 수 있었다.

어떤 일이든 타이밍이 있다. 신동석이 결정을 내리는 순간 전광석화처럼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 사실을 알기에 금경태 과장은 도리어 초조해지고 있었다. 만일 엉뚱한 타이밍에 움직인다면 최악의 경우를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신동석, 나도 당신도 시간이 없어. 어서 결정해. 제길! 이 와중에 이준영이 또 신경을 쓰이게 만드는군. 정말 도움이 안 되는 놈이야.’

후텁지근한 날씨만큼이나 갑갑한 나날이었다.

며칠이면 이준영이라는 이름이 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김지훈이라면 득이 될 수 있었지만 이준영은 아니었다. 어김없이 가슴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깊은 잠을 잔 지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

김지훈이 휴가에서 복귀했다.

휴가를 간 건지, 안 간 건지 구분이 되질 않았지만 형식은 그랬다.

쏜살처럼 주말이 지나가고 새로운 주가 시작됐다. 무사히 회복돼 죽 한 그릇을 거뜬히 해치운 진상미가 환한 얼굴로 퇴원을 준비했다.

“김지훈 선생님, 이 신세 꼭 갚을게요.”

“신세라니요. 의사가 환자를 치료했는데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항상 건강하시고, 불편한 데가 있으면 응급실로라도 바로 오세요. 제가 가장 먼저 달려가 봐드리겠습니다.”

“평생 동안이요?”

“일단 내년 팔월까지는 여기로 오시면 되고, 그 이후는 잘 모르겠네요.”

진상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병원에 남으실 생각 없으세요? 선생님 같은 분이 남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게 내 마음대로 되나요.”

“남으실 생각은 있는 거죠?”

“그렇긴 한데 두고 봐야죠.”

“누가 결정하는지 모르지만 사람 보는 눈이 있다면 꼭 남으시게 될 거예요.”

“말씀이라도 고맙습니다. 전 소아과 병동에 일이 있어서 이만 가 봐야겠습니다. 조심해서 가세요.”

‘김지훈 선생님, 잘 지내세요. 정말 고마워요. 이 신세 절대 잊지 않을게요.’

부리나케 사라지는 김지훈을 보던 진상미가 나직한 숨을 내쉬었다.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우습게도 진평호 회장의 집이 될 것이다. 미처 챙기지 못한 짐도 챙겨야 하지만, 꼭 해야 할 말이 있었다.

지난 시절 입 꾹 다물고 산 대가는 받아야 했다. 자신의 고통과 아픔에 아랑곳하지 않은 진평호를 상대로 말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지도 몰랐다. 진상호에 대한 원망도 끈적끈적 남아 있었다.

또 한 명의 환자가 퇴원했다. 비록 의사와 환자로서 만났고, 다시는 볼 일이 없어야 하지만 좋은 인연일 것이다. 우연히 마주쳤을 때 서로를 알아보고 밝게 웃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할 것이다.

그날 윤재철도 퇴원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지났다.

환자만 바뀔 뿐 의사들의 생활은 크게 다를 것이 없었고, 달라질 이유도 없었다.

단 두 사람의 태도만 달라졌다.

두 건의 수술로 이준영 교수의 이름이 또 오르내렸지만, 금경태 과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심각한 고민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주변에 시선도 주지 않았고, 말수까지 적어졌다.

전종훈 교수도 비슷했다. 수술 때마다 전공의를 보는 눈빛은 변함없었지만 욕이 줄어들긴 했다. 물론 이준영 교수와 신기동 교수와는 정면으로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일 것이다. 진상미에 대한 일은 일언반구도 없었다.

‘두 사람이 조용히 있으니까 편하네.’

김지훈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어느새 팔월도 이제 열흘 정도 남았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시간이 흐르는 것을 실감할 수 없는 것이 전공의 생활이다. 하지만 4년차들이 손을 놓을 때가 됐다는 사실에 다들 묘한 아쉬움과 흥분에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 있었다.

“유석재 선생님, 더 늦기 전에 전체 회식 하셔야죠.”

“그냥 일하다 공부하러 가는 거지, 회식은 무슨. 손 놓는다고 우리가 어디 가? 4년차 숙소에 오면 언제든지 볼 수 있어.”

“에이! 그래도 사람이 정이 있죠. 선생님들께 배워야 할 것도 많고요. 우린 아직 멀었습니다.”

“어유! 김지훈이 아부 많이 늘었네. 그렇게만 살아라. 한결 편해질 거다.”

오래간만에 유석재와 단둘이 대화를 나누었다. 영영 못 보는 것도 아닌데 의외로 섭섭했다. 열흘만 지나면 치프가 된다는 사실도 잠시 접어야 했다.

그때 누군가 의국 문을 두드렸다. 뜻밖에도 윤재철이었다.

“유석재 선생, 김지훈 선생, 여기 있었네, 이혁민 교수님 안 올라오셨나?”

김지훈이 벌떡 일어나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이혁민 선생님 안 올라오셨는데요. 오늘 외래 진료 보실 겁니다.”

“응. 알고는 있는데 환자 때문에 병동에 계시다고 해서 말이야.”

유석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최근에 작은 문제가 생긴 환자가 있는데, 그 때문에 올라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유석재가 후다닥 뛰어나갔다. 짐작이 맞았는지 잠시 후 이혁민 교수와 함께 돌아왔다.

“잠깐 보고 가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이때 오셔서 니한테 들켰네. 어쨌든 그 환자 상처에 염증 생긴 거 잘 봐라. 사소해 보여도 의외로 고통스러운 일이다.”

전공의들에게 맡겨도 충분한 일인데 직접 와서 보다니, 환자에 관한 한 무척 세심한 이혁민 교수였다.

김지훈이 콧등을 찡그렸다.

‘나도 저때까지 저런 열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정말 배워야 할 건 손이나 지식이 아니라 이런 걸지도 몰라.’

이혁민 교수가 힐끗 김지훈을 보며 말했다.

“니들 일 안 하나? 나가 봐라.”

곧 윤재철과 나직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의국에서 나온 김지훈과 유석재가 의아한 표정으로 서로를 보았다.

“선생님, 무슨 일 있어요?”

“나도 몰라. 갑자기 왜 찾아오셨지?”

무슨 말이기에 단둘만의 자리를 가지는지 모를 일이었다.

얼마 후, 의국에서 나온 윤재철이 곧장 이사장실로 향했다. 김지훈을 보고는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심각해 보였다. 모르긴 몰라도 건강에 관한 문제는 아니었다.

신동석 이사장이 윤재철과 마주 앉았다.

“몸은 어떠십니까?”

“덕분에 괜찮습니다.”

“병원 일 때문에 상의하고 싶으신 일이 있다고요? 혹시 입원 중에 불편했던 점이라도 있으셨습니까?”

윤재철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 일이 아닙니다. 주제넘은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돈께서 알고 계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아울러 드릴 말씀도 있고요.”

“제가 알아야 할 일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번에 수술을 다시 받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현수하고 서연이 관계도 있고, 김지훈 선생을 아시는지는 모르지만 일하는 걸 보니까 어려운 점이 많더군요. 그래서 허락하신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신동석 이사장이 다소 의아한 얼굴로 의자를 당겨 앉았다.

이젠 현직에서 물러난 데다 윤재철은 애초부터 의료 쪽과는 상관이 없는 사람이었다.

혹시 병원에 기부를 하려는 것인지도 몰랐지만 사돈이 될 사람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상당히 가까운 관계일 수 있었다. 하기에 돈 문제는 더욱 신중해야 했다.

“혹시 기부나 이런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비슷합니다만, 병원 확장과 외과 센터 개설 문제에 대해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말씀도 안 드리고 알아봐서 죄송하지만 문제가 심각하더군요.”

“심각한 문제라니요?”

윤재철이 나직하게 헛기침을 했다.

“지금까지 상당한 자금을 들이신 것으로 압니다. 이미 내과 센터를 만드는 일은 진행이 되고 있으니까 지난 일은 그렇다고 쳐도, 백제 병원 건은 신중하게 접근하셔야 합니다.”

신동석 이사장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신현수를 통해 대충은 들었을 수도 있었지만 구체적인 사안까지 거론하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더구나 가장 골치가 아픈 백제 병원에 관한 일이었다.

“안 그래도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사돈께서 왜 백제 병원을 신경 쓰시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백제 병원 인수 건을 제게 일임하셨으면 합니다. 그동안 병원을 훌륭하게 경영해 오셨지만, 이런 문제는 제가 조금 더 잘 아는 것 같습니다. 말이 좀 그렇지만, 최소한 병원 내 식구에게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신동석 이사장이 깜짝 놀랐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누구한데 당한단 말입니까?”

“현수에게 대충 금경태 과장에 관한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사돈께서 생각하시는 것 이상으로 교활한 사람이더군요. 이대로 백제 병원 인수를 추진하시면 수십억을 허공에 뿌리실지도 모릅니다.”

“그럼 그 뒤에 금경태 과장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윤재철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신동석 이사장이 허탈한 표정으로 의자에 몸을 묻고 말았다. 왜 백제 병원 인수가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지 사방으로 알아본 결과 배후에 누군가 있다는 느낌은 받았다. 그런데 그 사람이 금경태 과장일 줄은 몰랐다.

“확실합니까?”

“확실합니다. 내과 센터로 상당한 이득을 취한 교수들도 몇몇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진평호 회장 일가더군요. 어떻게 보아도 사업 주체 중 한 명이니까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감당을 못하실 겁니다.”

신동석 이사장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확장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여 찜찜했지만 최소한의 양심을 믿었다. 더욱이 병원 발전에 앞장서야 할 재단 이사다.

순간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진 신동석 이사장이 윤재철을 보았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윤재철이 조용히 몸을 기울였다. 비쩍 마른 얼굴에서 번쩍이는 눈빛이 서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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