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휴가다! (2)
생후 6개월 이내의 아기들은 아무리 사소한 증상이라도 상당한 주의를 해야 한다. 한 달 이내의 신생아는 말할 것도 없다. 가벼운 기침이 실제로는 폐렴인 경우가 무척이나 흔할 정도다. 구토나 설사 역시 마찬가지였고, 눈앞의 갓난아기는 토하는 양상까지 심상치 않았다.
다른 과 의사들이 보기에는 너무 어린 아기였다. 김지훈이 재빨리 소아과 과장을 찾았다.
“어머니, 아기가 너무 어리네요. 소아과 선생님이 봐야 하니까 빨리 절 따라오세요.”
아기를 안고 뒤따라오던 엄마가 비명처럼 소리를 질렀다. 아기가 또 분수처럼 쫙쫙 토하며 자지러졌다. 포대기 한 부분이 퍼렇게 물들었다. 담즙이 섞였다는 의미였다.
김지훈이 눈가를 잔뜩 찌푸렸다.
‘이제 일주일 됐는데 담즙까지 토해? 뭐지?’
소아과 과장이 급히 진찰을 했다. 고성문까지 달려와 심각한 기색으로 아이를 보았다.
동네 사람들도 모두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리를 뜨지 못했다. 몇 년 만에 갓난아기의 울음소리를 들려준 귀하디귀한 아이였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촉진만큼 중요한 것이 아이의 병력이었다. 당황한 아이 엄마가 발을 동동 구르며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했다. 고경아가 엄마를 달랜 덕에 그나마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애를 낳고 산부인과에서 4일간 입원했다가 퇴원을 했어요. 그때까지는 별문제 없었는데, 퇴원하고 다음 날부터 자꾸 보채면서 가끔씩 토하더라고요. 양도 많지 않았고, 딸꾹질을 시키면 괜찮아져서 큰 걱정은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오늘 점심때부터 갑자기 너무 심하게 토하네요. 아예 젖을 물리지도 않았는데 계속 토하면서 이렇게 울어요.”
아직 자기 몸도 가누기 힘든 아이 엄마가 초조한 기색으로 우는 아기를 꼭 안은 채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눈가를 잔뜩 찌푸린 고성문이 아기를 살핀 후 김지훈을 보았다.
“자네도 아이 좀 진찰해 봐.”
김지훈이 조심스럽게 아이의 상태를 살폈다.
빵빵한 복부와 불규칙한 장음.
자지러지는 울음.
분수처럼 토해 내는 심한 구토.
불행하게도 장 폐쇄를 암시하는 소견이었다. 아무리 심한 장염이라도 이렇게까지 중한 증상을 보일 수는 없었다. 설령 장염이라고 해도 신생아이기 때문에 일차적인 원인이 따로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버님, 장 폐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토하는 양상과 태어난 지 이제 일주일밖에 안 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유문부 협착을 가장 먼저 의심할 수 있지만 담즙이 섞였습니다. 다른 질환까지 염두에 두고 빨리 검사부터 하는 게 좋겠습니다.”
고성문도 같은 생각이었다. 정확한 병명은 몰라도 최소한 외과적인 복부 소견이 강하게 보인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다행히 유문부 협착이라면 간단한 수술로 완치될 수 있었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진 않았다. 해부학적 구조상 유문부 협착에서는 담즙을 토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보다 더욱 심각한 질환일 수도 있었다.
“그럼 빨리 가자. 어머니, 일단 아이 배가 조금 심해 보여서 사진부터 찍어 보는 게 좋겠습니다. 일단 우리 병원이 제일 가까우니까 그리로 갑시다.”
고성문이 직접 차를 몰았다. 소아과 과장은 물론 김지훈과 고경아도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미리 연락을 해 둔 덕에 도착하자마자 복부 사진을 찍었다.
사진이 나왔다. 엑스레이 앞에 선 고성문과 김지훈이 말을 잃었다.
심한 장염이라고 해도 소장 내 가스는 다량으로 관찰되지 않는다. 그런데 아이의 소장에는 가스가 꽉 차 있었고, 대장으로 오인할 만큼 심하게 확장돼 있었다.
확실한 장 폐쇄 소견이었다.
“소아과 과장, 뭐 같아?”
“글쎄요. 검사를 더 해 봐야 알겠지만, 혹시 장 결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장 결손? 자네는?”
김지훈이 눈가를 잔뜩 좁힌 채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가스로 가득 찬 장의 경로를 따라갔다. 위와 십이지장이 관찰됐다. 이어, 소장의 중간 부분인 공장을 따라가던 순간 더 이상 공기 음영이 관찰되지 않았다. 마치 일종의 벽이 공장의 내부를 완벽하게 막아 버린 것처럼 보였다.
‘장 결손이라면 공장 너머로는 음식물이 내려가질 않으니까 변이 아예 생기질 않았겠지?’
김지훈이 아이 엄마를 보았다.
“어머니, 그동안 아이가 변을 봤나요?”
“보긴 봤는데 양도 많지 않았고, 조금 끈적끈적해서 이상하긴 했어요. 하지만 먹는 양이 워낙 적은 데다 원래 처음에는 그런 줄…….”
초산인 모양이었다. 남아 있던 태변, 혹은 점액성 분비물을 신생아 변이라고 착각했을 수도 있었다. 어쩌면 병원을 찾기 힘든 지역이라는 점이 지금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큰 이유였을지도 몰랐다. 더더욱 이런 산골에서는 산부인과나 소아과를 찾기 힘드니 말이다.
‘후우! 엄마가 걱정을 제일 많이 했을 텐데.’
고개를 끄덕인 김지훈이 양해를 구하고 항문 검사를 했다.
고형 변을 볼 나이가 아니었기에 장갑에 변이 묻는지 확인해야 했다. 맑은 점액만이 묻어 나왔다. 혹시 몰라 냄새까지 맡아 보았지만 확실히 변은 아니었다.
“아버님, 저도 장 결손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단이 맞는다면 수술을 지체할 수가 없습니다. 빨리 종합 병원으로 보내시죠.”
고개를 끄덕인 고성문이 전화기를 들었다.
원주에서 이런 환자를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은 단 하나였다. 의외로 길게 통화를 한 고성문이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지금 소아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휴가를 갔다네. 하필이면 이럴 때 휴가를 가? 어떻게 하지?”
장 결손이 맞는다면 다른 방법은 없다. 최대한 빠르게 검사를 해 확진한 후, 상황이 허락하는 대로 즉시 수술을 하는 것뿐이었다. 수술을 미루면 미룰수록 아이의 상태는 급격하게 나빠질 수 있었다. 수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즉시 이송하는 것만이 답이었다.
설명을 들은 아이 엄마가 발만 동동 구르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함께 온 보호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떤 의사에게 수술을 맡겨야 할지 답답하기만 한 일일 것이다.
김지훈이 콧등을 찡그렸다.
‘진단이 틀릴지도 모르지만, 무턱대고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가면 시간이 또 지체될 것이 분명해. 아직 스승님과 송재덕 선생님이 퇴근을 안 하셨겠지?’
“아버님, 저희 병원으로 보내시죠. 제가 연락을 하겠습니다. 송재덕 선생님이라고 계시는데, 천안 병원에서 소아외과까지 담당하셨었습니다.”
“소아외과를? 그럼 빨리 연락해. 간호사, 구급차 대기시키고 라인부터 잡아요.”
송재덕 과장이 누군지도 모를 텐데, 소아외과라는 소리에 고성문이 살짝 놀라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모습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최대한 시간을 아끼고, 장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기 위해 아기의 코에 가는 줄을 꼽았다. 자지러지는 아기를 보던 엄마가 눈물을 펑펑 흘렸다.
“엄마가 미안해. 정말 미안해.”
고성문이 보호자와 상의를 하는 동안 간호사들도 다급하게 움직였다. 달리 방법이 없는 보호자들이 믿을 사람은 고성문뿐이었다. 곧 동의를 했고, 다행히 이준영 교수와도 바로 연결됐다.
김지훈의 설명을 들은 이준영 교수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결정을 내렸다.
(빨리 데리고 와. 아이 상태 나빠지지 않게 잘 봐.)
그 한마디로 상황은 끝났다.
앰뷸런스 경광등이 번쩍거렸다. 고성문이 김지훈과 고경아를 보며 소리쳤다.
“너희들이 근무하는 병원으로 가는데 뭐해? 빨리 타. 보호자분들은 가져오신 차 타고 뒤따라오세요.”
이미 함께 갈 생각이었던 김지훈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고경아도 이미 앰뷸런스에 오르고 있는 참이었다. 굳이 고성문까지 갈 필요는 없었다.
“아버님, 경아 씨까지 같이 가니까 저희만 가도 됩니다.”
“무슨 소리야? 우리가 봉사 가서 진료한 환잔데 끝까지 책임져야지. 나 없어도 내일 의료봉사는 문제없어.”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경광등을 번쩍이며 서울로 향했다. 앞서 있는 차들이 제대로 비켜 주지 않아 마치 곡예를 부리는 것처럼 사이사이를 빠져나갔다.
흔들리는 차 안에서 아이 상태를 살피던 김지훈이 입술을 모았다.
고성문은 단순히 장인이 될 사람만은 아니었다. 환자들에게 큰 신뢰를 얻은 이유가 있었다. 정성과 관심이었다. 환자는 물론 보호자의 아픔도 외면하지 않는 의사였다.
‘그래서 환자들이 거리낌 없이 수술을 받았구나. 의료봉사도 한두 번 가신 게 아닌 것 같고. 후우! 아버님처럼 항상 의사가 가져야 할 마음을 잃지 않고 일관되게 살아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덜컹 앰뷸런스가 흔들리자 아기가 울컥 토했다. 이미 눈물범벅이 된 아이 엄마를 달래며 고경아가 아기의 입가와 옷을 닦았다. 손에 토사물이 묻었지만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경아 씨도 마찬가지네. 배워야 할 것이 참 많아.’
난데없는 환자 때문에 휴가 중에 다시 병원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불만을 가질 수가 없었다. 도리어 누군가는 고마웠고, 누군가는 존경스러웠다.
서울 병원에 도착했다.
번쩍이는 경광등 불빛에 달려 나온 간호사들이 김지훈을 보고는 살짝 눈짓을 했다. 이미 환자를 받을 준비를 모두 마쳤다는 것 같았다.
오늘도 응급실은 환자로 넘쳐났지만, 생후 일주일 된 아이보다 급할 수는 없었다.
미리 연락을 받고 대기하고 있던 서도진과 박순용이 아기를 재빨리 방사선실로 옮겼다.
고성문이 묘한 표정으로 응급실을 둘러보며 말했다.
“송재덕 선생은 안 왔나?”
송재덕이라는 이름이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그 와중에 딱 한 번 말씀드린 건데 기억력도 좋으시네.’
“아버님, 간호사가 내려오셨다고 했으니까 아마 당직실에서 이준영 선생님과 함께 계실 겁니다. 연락을 드릴까요?”
“아니야. 사진 나오면 그때 인사하지.”
서도진이 고경아와 고성문을 번갈아 보다가 묘한 표정으로 김지훈을 보았다. 휴가 간 사람이 갑자기 환자를 데리고 오다니 의아한 일이었다. 더구나 고경아에,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사람까지 있었다.
‘인턴 때부터 만나시더니 확실하게 사귀셨던 모양이네. 그런데 저분은 누구지? 둘이 닮은 것 같기도 하네.’
환자에게 신경을 쓰면서도 김지훈의 일이었기에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곧 사진이 나와 슬며시 물어볼 기회조차 없었다. 서도진이 당직실로 향하는 김지훈을 보며 고개만 갸웃거렸다.
곧 교수들이 나왔다.
김지훈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일까?
이준영 교수와 송재덕 교수는 물론, 이혁민 교수와 신기동 교수까지 모두 있었다.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자신들의 파트가 아니었고, 진단 자체도 불확실한데 정말 의아한 일이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마치 이미 아는 사이인 것처럼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다들 뷰박스 앞에 나란히 서서 복부 사진을 보았다.
눈만 껌뻑거리던 김지훈이 고개를 연거푸 갸웃거렸다.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이었다.
‘어디서 봤지? 분명 본 것 같은데 그럴 리가 없잖아?’
그 순간 가물가물하기만 한 사진 한 장이 떠올랐다.
큰 스승님인 허경발 교수의 서재에서 보았던 바로 그 사진이었다. 존경하는 교수들 옆에 금경태 과장이 있어 입맛만 다셨었다.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보니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송재덕 교수 옆에 서서 웃고 있는 낯선 사람.
젊은 시절이었지만 누군가와 몹시도 비슷했다.
김지훈이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아버님? 맞네. 아버님이 거기 계셨었네. 그럼 이게 어떻게 되는 거야? 아버님도 큰 스승님의 제자라는 말이잖아?’
순간 등짝에 식은땀이 흐르며 가슴이 서늘해졌다. 놀랍다는 생각보다는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이준영 교수와 고성문의 말에는 아예 식겁을 하고 말았다.
“선생님, 장 결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공장이나 회장 초입에 병변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다른 기형이 동반됐을지도 모르니까, 바로 복부 초음파 하고 대장 조영술을 해야겠습니다.”
“이 교수, 시간이 늦었는데 가능하겠어?”
“환자 때문에 원주에서 오셨는데 미룰 수가 없죠. 김지훈.”
“예? 예, 선생님.”
“방사선과에 다 말해 놨으니까 빨리 검사 챙기고, 소아과에 연락해서 바로 수술 가능한지 알아봐. 선생님, 결과 나올 때까지 당직실에서 기다리시죠.”
“그럴까?”
보호자에게 설명을 한 고성문이 당직실로 향했다. 교수들이 모두 뒤를 따르는 것을 보니 가장 선배인 모양이었다.
의문도 잠시, 송재덕 교수가 확실하게 알려 주었다.
“선생님, 이게 얼마 만입니까? 술 산다고 그렇게 말만 하시고 말이에요. 잘 지내셨죠? 원주에서 개업한다고 하실 때 우리가 얼마나 실망했는지 아세요? 그치? 신 교수, 이 교수, 내 말이 맞지? 그때 기분 안 좋다고 우리 술 먹었잖아. 많이 먹었어. 많이. 난 중간에 우리가 뭘 했는지 기억도 안 나.”
“송 교수, 자네는 하나도 안 변했어.”
“제가 어딜 갑니까? 근데 지훈이는 마음에 드세요? 저놈 저거 대장 해야 하는데 말을 안 듣네요, 말을.”
문이 닫히는 바람에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
김지훈이 궁금해 죽겠다는 서도진을 뒤로하고 고경아와 밖으로 나갔다. 아기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박순용이 이미 알아서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경아 씨, 어떻게 된 일이에요?”
“저도 몰라요. 우리 아빠가 교수님들하고 아는 사이인 거 맞죠? 내가 근무한 게 몇 년인데, 어쩜 그동안 한마디도 안 하실 수가 있죠? 교수님들도 어쩜 그럴 수가 있어요?”
고경아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네요.”
곰곰이 생각을 정리하던 김지훈이 입맛만 다셨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말씀하시는 것으로 봐서는 같이 수련하시고 상당히 친하신 것 같은데, 그동안 왜 한마디도 안 하셨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너무나 당황스러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조차 구분이 되질 않았다. 어쨌든 일단 상황을 봐 가며 자세한 관계를 아는 것이 먼저였다.
한참 동안 고경아와 얼굴을 맞댄 채 생각에 잠겼던 김지훈이 갑자기 미소를 머금었다.
개뿔도 없는 줄 알았는데 장인어른에 교수들까지 든든한 뒷배가 생긴 걸지도 몰랐다.
가슴이 뿌듯해져 응급실로 향하던 김지훈의 표정이 갑자기 홱 변했다.
“경아 씨, 설마 아버님 때문에 교수님들이 나한테 잘해 주신 건 아니겠죠? 그럼 난리 나는데. 어라? 정말 그런 거면 어떻게 하지?”
“지훈 씨, 아빠한테 지훈 씨 만난다고 말씀드린 게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럴 리가 있어요?”
설마가 사람 잡는 법이다. 슬그머니 이마에 맺힌 땀을 닦은 김지훈이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스스로의 능력이 아닌 다른 힘으로 여기까지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답답하기만 한 시간이 흘렀다.
검사 결과가 나오고 나서야 고민을 벗어 던지고 정신을 집중할 수 있었다.
예상대로였다. 아이의 소장 일부가 결손돼 있었다. 다행히 동반 기형은 없었다.
“김지훈, 소아과에서는 뭐래?”
“너무 어려서 갖는 위험을 빼고는 다른 문제는 없답니다. 일단 소아과 중환자실에 입원시키고, 수술 스케줄 잡는 대로 준비하겠답니다.”
“그래? 그럼 내일 아침에 응급으로 하자.”
말이 좀 이상하다. 꼭 수술을 들어오라는 것처럼 들렸다.
들어가고야 싶지만 휴가다. 수술이 끝난 후 바로 환자를 두고 나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최소한 한나절은 잡아먹을 것이다. 휴가라는 말이 혀끝까지 나오는 순간 고성문이 쐐기를 박았다.
“난 오늘 경아 집에서 잘 테니까 자네는 병원에서 자. 내일 수술 전에 보자. 환자 끝까지 책임져야지. 그게 의사야.”
고작 하루 계곡에 발을 담갔을 뿐인데 졸지에 수술을 들어가게 생겼다. 김지훈과 고경아의 얼굴이 뭐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희한하게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