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전공의도 의사다 Ⅱ (3)
이준영 교수가 팔짱을 낀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원체 얼굴에 표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지만, 화가 난 것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었다. 이혁민 교수도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종훈 교수와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하나도 빠트리지 말고 얘기해라.”
올 것이 왔다. 이미 각오한 일이다. 솔직하게, 가감 없이 말하는 것만이 유일한 답이었다.
눈빛을 굳힌 김지훈이 전종훈 교수와의 일을 설명했다. 이준영 교수는 물론 이혁민 교수도 아무 말 없이 묵묵하게 듣기만 했다.
“그래서 결국 진상미 환자에게 퇴원까지 하라고 권유했습니다. 말씀도 드리지 않고 제 마음대로 결정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잘못한 게 있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아무리 불리해도 결코 거짓말을 할 김지훈이 아니라고 철석처럼 믿었다. 남의 약점을 이용해 득을 취하지도 않을 것이다. 기대한 대로 전종훈 교수를 비방하는 말은 일절 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유리하다면 무엇이든 끌어들여야 할 상황인데도 말이다.
모든 말을 종합해 볼 때, 지적을 받아야 할 사람은 전종훈 교수였다. 굳이 김지훈의 잘못을 찾는다면 순간의 흥분을 이기지 못했다는 것 정도였다.
김지훈의 말이 끝났지만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이혁민 교수의 표정이 살짝 변했을 뿐이었다.
‘아부에 주제를 알라는 말까지 했어? 전종훈, 니 정말 어디까지 갈 생각이야. 문제가 될 것이 하나도 없는 일인데, 도대체 뭘 믿고 이런 식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거야.’
골치가 아픈지 이혁민 교수가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전종훈 교수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신기동 교수와 충돌한 이후에도 변한 것이 없었다.
과연 제대로 교수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조차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수술 실력은 물론 언행이나 자세까지 모두 자격 미달이었다.
이번 일도 진상미 환자의 차트를 보는 순간 확신을 가졌다. 진통제를 주라는 오더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1년차와 간호사들에게 확인한 결과, 입원한 이후 회진조차 제대로 돌지 않았다. 자신의 말과는 달리 환자에게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김지훈의 성격상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의사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김지훈을 아끼는 자신들마저 설득시키지 못한다면 잘못은 고스란히 김지훈의 몫이 될 수도 있었다.
“김지훈, 최종 오더는 결국 교수가 내린다. 더구나 니 파트도 아닌데 월권을 했다는 생각은 안 드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근데 왜 이런 문제를 일으켜? 이유가 뭐야?”
이 부분만큼은 잘못한 것이 없었다. 김지훈이 당당하게 대답을 했다.
“환자 때문입니다. 전공의 역시 의사이기 때문입니다. 의사가 환자에게 관심을 갖고 치료하는 것은 파트나 상하 관계 이전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에 관한 문제는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과도 상의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널 인정하지 않는 교수들에게도?”
만일 금경태 과장 환자였다면?
고민할 일이 아니었다.
“그런 문제는 환자와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맞는 말이다만, 니 태도 역시 중요하지 않겠나?”
“그 점은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순간 이준영 교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러나 여전히 김지훈에게 눈길만 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알았다. 그건 그렇고, 이 일로 인해 니가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했어?”
“솔직히 그 당시에는 못했습니다.”
이혁민 교수가 혀를 찼다.
“김지훈, 니는 환자를 감정만으로 보나? 니 말대로 하면 환자부터 먼저 생각했어야 하는 거 아니가? 흥분하지 말고 조리 있게, 이성적으로 대처했어야지. 앞뒤 생각도 안 하고 달려들기만 하면 징계를 먹든, 안 먹든 결국 누가 피해를 보겠나? 환자라는 생각 안 들어?”
김지훈이 고개를 푹 숙였다.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어쨌든 이번 일 다시 생각해 보면서 근신하고 있어라. 최대한 말은 해 보겠지만 어찌 될지 모르겠다.”
심장이 쿵 소리를 내며 내려앉았다.
이혁민 교수의 입에서 징계 소리가 나왔다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사안이 심각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단단히 각오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스스로에게도 거짓이었던 모양이었다.
답답한 침묵이 흘렀다. 한참 만에야 이혁민 교수가 입을 열었다.
“선생님, 가시죠. 다들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이준영 교수가 아무 말 없이 일어났다.
덩그러니 홀로 남은 김지훈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이준영 교수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무슨 말이라도 해 주기를 바랐다. 원망인지, 두려움인지 모를 감정에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막 집담회실 문을 열던 이혁민 교수가 멈칫거렸다.
“선생님,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습니다.”
“좋진 않네.”
“제가 잘 해결할 테니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준영 교수가 고개만 끄덕였다.
잠시 후, 나직한 이혁민 교수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전종훈 교수의 얼굴이 점점 시뻘게졌다.
“지금 내가 잘못했다고 하시는 겁니까? 만날 같은 공간에서 김지훈하고 서로 얼굴을 맞대야 하는 전공의하고 간호사들 말을 어떻게 전적으로 믿을 수 있습니까?”
“전 교수, 잘못을 누가 했는지는 스스로 판단해라. 단, 내가 내린 결론은 김지훈에게 징계를 받아야 할 정도의 잘못은 없다는 거다.”
“그게 그 말 아닙니까?”
이혁민 교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누구라도 수긍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돌려서 말을 했다. 평소 감정이 안 좋다고 기분대로 행동할 상황이 아니었다. 너무 밀어붙여 전종훈 교수가 강하게 반발이라도 하면 김지훈에게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최근에 와 어렴풋이 전종훈 교수의 뒤에 금경태 과장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토록 안하무인일 리가 없었다.
그런데 전종훈 교수는 말속에 담긴 의도와 의미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강하게 나가야 물러설 위인이었다.
“그럼 정식으로 징계 절차를 밟을까? 그렇게 되면 김지훈하고 그때 옆에 있었던 사람들까지 다 불러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을 들어야 해. 환자 때문에 시작된 일이니까 차트까지 확인할 수 있어. 그렇게 해도 되겠나?”
전종훈 교수가 흠칫 어깨를 떨었다.
솔직히 교수와 전공의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김지훈을 불러 공식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유는 많았다. 김지훈의 행동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고, 이참에 자신을 무시하는 시선도 없애야 했다.
은근히 자신을 경원시하는 전공의들의 시선을 참기 힘들었다. 수술을 할 때마다 비웃는 것 같은 눈빛에는 울화까지 치밀었다.
반드시 손을 봐야 한다고 벼르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김지훈이 때마침 적당한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다.
금경태 과장이 뒤에서 받쳐 주기만 하면 간단하게 이루어질 일이라고 생각했다. 교수들만큼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들도 없기 때문에 적절한 선에서 마무리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전에 있던 병원에서의 경험으로 보면 간단하게 끝날 일이었다. 그런데 이혁민 교수는 달랐다. 아니, 몇몇 교수들까지 똑같은 사람들이었다.
‘제길! 난 교수도 아닌가? 내 말을 듣고 전공의 새끼 무릎 꿇려서 잘못했다고 싹싹 빌게 하면 넘어갈 일이잖아. 그런데 일을 이렇게 만들어서 날 궁지로 몰아? 이혁민, 당신 실수한 거야. 내 뒤에 누가 있는지 알고도 이러는지 보자.’
으드득! 이를 간 전종훈이 금경태 과장을 보았다. 지금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금경태 과장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눈가를 찌푸렸다.
‘밖에서는 개차반이라더니, 아예 생각이 없네. 빵빵한 집안과 진평호의 힘을 믿고 까불기만 하면서 교수직에는 또 미련이 있었네? 쯧쯧! 꼴에 무슨 교수라고. 어쨌든 내가 손해 볼 일도 없고, 이 정도면 다신 서로 얼굴 안 보려고 할 테니까 충분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이 교수, 들어 보니까 서로에게 오해가 있었던 것 같네. 그냥 훌훌 털고 여기서 끝내지. 별일 아닌 일에 이게 무슨 난리야? 전 교수, 자네도 기분 나쁜 일이 있었겠지만 적당히 타이르고 말았어야지. 자! 이만 끝내고 주말이라도 즐겁게 지냅시다.”
금경태 과장의 눈짓에 구영선 교수가 맞장구를 쳤다.
“저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어쨌든 교수하고 전공의 사이에 벌어진 일인데, 일 키워야 좋을 게 하나도 없지 않습니까?”
이혁민 교수가 눈가를 좁혔다. 심각한 기색의 송재덕 교수나 날카로운 눈으로 전종훈 교수를 노려보는 신기동 교수도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싫든 좋든, 과장이라는 사람이 좋게 끝내자는데 계속 문제를 제기하기에는 부담이 컸다.
금경태 과장이 피식 웃었다.
‘아까는 난리를 칠 것처럼 말을 하더니, 정작 말을 해야 할 때는 조용하구만. 고작 전공의 하나 때문에 이러는 거야? 웃기는 놈들.’
“그럼 다들 동의한 것으로 알고 이만 끝내겠습니다. 공연한 일이었지만, 덕분에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다고 생각합시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다들 주의를 해 주세요.”
말은 청산유수다. 몇몇 교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언제부턴가 금경태 과장 편에 선 것 같은 오상익 교수도 그중의 한 명이었다. 시선을 마주친 이혁민 교수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오상익 선생님이 왜 갑자기 저러시지? 알 수가 없네. 혹시 송재덕 선생님 때문에 그러시나?’
대장 항문 파트에서 대장 파트가 분리됐다. 항문을 전공했지만 파트를 모두 맡았던 오상익 교수 입장에서는 자신의 입지가 줄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일반 외과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필히 발생하는 진통일지도 몰랐다.
이래저래 신경 쓰이는 일이 많았다.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쉬던 이혁민 교수가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뻔뻔해도 조금은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전종훈 교수가 임동완 교수 옆에 서서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깟 전공의 하나 때문에 이게 무슨 꼴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걔들하고 동급이 아니잖아요? 에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놈들 때문에 이게 뭐야? 내 참! 더러워서.”
끝말을 얼버무렸지만 똑똑하게 들렸다.
조용히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던 이준영 교수가 눈을 부릅떴다. 백번 양보해도 김지훈이 잘못한 것은 없었다. 누구보다도 이 상황에 화가 났지만 행여나 김지훈이 다칠까 봐 참고 있었다. 그게 스승의 마음이었다.
‘전종훈, 이 교수의 말에 전전긍긍하던 놈이 일이 이렇게 끝나니까 뭐가 어쩌고 어째? 넌 교수로서 자격이 없어. 전공의들을 가르쳐서는 안 되는 놈이야. 모든 사람이 다 넘어간다고 해도 난 더 이상 안 되겠다.’
지그시 전종훈 교수를 노려보던 이준영 교수가 뚜벅뚜벅 걸음을 옮겨 앞을 가로막았다.
이준영 교수의 눈에서 전에 없던 분노가 느껴졌다.
“전종훈.”
거구의 몸집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뚝뚝한 목소리에 전종훈 교수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을 쳤다.
“예? 왜 그러십니까?”
“이름 앞에 교수라는 직함이 붙어 있다고 다 교수가 아니다. 똑바로 해. 한 번만 더 이런 문제를 일으키면 내가 가만 안 둔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얼굴이 시뻘게진 전종훈 교수가 부들부들 손을 떨었다.
“내 말 못 들었어? 창피당하지 않으려면 큰 소리 내는 대신 수술 실력이나 키워. 그게 교수 손이야? 그리고 전공의도 엄연한 의사야. 잊지 마.”
이준영 교수가 작정을 한 모양이었다. 면전에 대고 돌직구를 날렸다. 할 말 있으면 해 보라는 듯 전종훈 교수를 노려보았다.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알아들었으면 대답을 해.”
“예? 예.”
전종훈 교수가 뒷걸음을 치다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준영 교수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깜짝 놀라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금경태 과장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그대로 지나쳤다.
후끈하면서도 묵직한 바람이 휙 불었다.
“큰일 났다. 큰일 났어. 준영이 화나면 엄청 무서운데 큰일 났다. 그러게 왜 잘못하니. 전공의가 잘못했어도 보듬고 가르쳐야 하는 사람이 교수다, 교수. 신 교수, 이 교수, 우리 잘하자. 잘못하면 우리도 혼나겠다. 어이구! 난 뭐 잘못한 거 없나? 경석이한테 물어봐야겠네. 가자. 가자. 물어보러 가자.”
눈치가 참 없는 것 같지만 송재덕 교수의 말은 언제나 폐부를 찔렀다.
달랑 전종훈 교수만 남았다. 극심한 분노와 뭉개진 자존심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를 악물고 터져 나오려는 욕설과 고함을 참는 것이 다였다.
각자 자신의 방으로 가던 교수들의 표정도 제각각이었다. 이준영 교수의 갑작스러운 말이 단순하게 전종훈 교수만을 겨냥한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이해타산을 따지고, 누군가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토요일 오후 회진을 돌았다. 평소와 다를 바는 없었지만 분위기가 무거운 것만은 사실이었다.
김지훈은 그렇게 느꼈다.
회진을 끝낸 이준영 교수가 아무 말도 없이 이혁민 교수와 함께 의국으로 들어갔다.
뒤따라 들어간 김지훈이 답답한 숨을 내쉬었다.
‘스승님 얼굴이 어두우시네. 교수님들 회의에서 좋은 소리는 없었던 모양이네. 어후! 휴가 가는 날 이게 무슨 꼴이야. 갈 수는 있을까?’
“앉아.”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은 김지훈이 고개를 숙였다. 마치 중요한 시험을 앞둔 것처럼 두근두근 심장이 뛰며 초조해졌다. 무슨 말이 나올지 알 수가 없었다.
“김지훈, 잘했다. 어깨 펴.”
숨을 죽이고 있던 김지훈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난데없는 말에 의아한 정도를 넘어 머리까지 멍했다.
이혁민 교수가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
“선생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잘했다고 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이놈 헛바람 듭니다.”
“그럼 잘못했나?”
이혁민 교수가 입맛을 다시며 손을 흔들었다.
“어이구! 선생님도 이런 점은 좀 고치셔야 합니다. 김지훈, 난 다르다. 이번에는 넘어가지만 다음에는 나한테 정말 혼난데이. 교수하고 문제 생기면 이유가 뭐가 됐든 무조건 니만 손해다. 알았나?”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김지훈이 얼떨결에 대답을 했다.
“예, 선생님. 명심하겠습니다.”
“선생님, 이만 가시죠. 송재덕 선생님이 목이 빠져라 기다리실 겁니다. 생각해 보니까 환자를 위한 마음이 지훈이 저노마를 잡을 뻔했습니다.”
“좋은 일이야. 가지.”
의국을 나서던 이준영 교수가 힐끗 김지훈을 보았다.
‘잘못한 거 하나도 없으니까 어깨 펴고 즐겁게 휴가 다녀와. 네가 그렇게 걱정한 환자는 내가 잘 보고 있으마. 자식! 몇 번을 생각해도 정말 잘했어.’
“환자 이름이 진상미 맞아?”
“예? 예. 맞습니다.”
“알았다. 휴가 잘 갔다 와.”
그 순간 김지훈의 고개가 완전히 꺾였다. 무뚝뚝하기만 한 목소리가 계속 귓가를 울렸다.
‘잘했다. 휴가 잘 갔다 와.’
왜 이렇게 가슴이 벅찬지 모를 일이었다.
스승의 믿음과 격려에 가슴이 먹먹하기만 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긴 숨을 내쉬던 김지훈이 벌떡 일어나 달려 나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막 닫히고 있었다. 김지훈이 다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덜컹 소리를 내며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평소 웃음을 볼 수 없었던 스승이라는 사람의 입가에 미소가 걸려 있었다. 제자의 입에도 같은 미소가 감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