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써전-447화 (447/1,329)

제1화 전공의도 의사다 Ⅰ (1)

날이 환하게 밝고서야 신현수가 구미로 떠났다.

“지훈아, 아버님 잘 부탁한다. 주말에 보자.”

“걱정하지 말고, 운전이나 조심해.”

‘자식! 요새 갑자기 확확 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네. 서연이하고는 언제 이 정도로 가까워졌지?’

경황 중이라 미처 묻지는 못했지만, 표정만 봐도 단순히 사귀는 정도가 아니었다.

피식 웃으며 눈을 비비던 김지훈이 밤을 새운 김에 곧바로 회진 준비까지 했다.

눈이 빡빡하고 머리가 어질어질했지만, 아침 일과가 끝날 때까지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오늘은 입원 환자만이 아니라 컨설트까지 보아야 했다.

“다음 주 화요일로 잡자.”

이제는 정규 수술을 일주일에 3개 정도는 잡을 수 있었다. 내과에서 의뢰한 환자만이 아니라, 외래로도 간간이 수술을 할 환자들이 오기 시작한 덕분이었다.

부지런히 수술에 필요한 검사들을 확인하고, 환자들이 전과될 날짜까지 챙긴 후에야 아침 일과가 모두 끝났다.

항상 그렇듯, 오늘 같은 날은 바로 이때가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아! 피곤하다. 조금만 자자.’

다리가 후들거리고, 눈꺼풀은 바윗덩어리가 짓누르는 것처럼 무거워졌다.

스테이션 책상에 엎드려 잠시 잠을 청했다. 물론 간호사에게 한 시간 뒤에 깨워 달라는 부탁을 한 후였다.

아직도 일을 하고 있을 서도진과 박순용은 죽을 맛일 것이다. 아니, 죽고 싶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김지훈도 그런 때를 거쳤기에 당당히 잠을 잘 수 있다. 치프가 되면 더 당당히 푹신한 침대에서 잠을 청할 수 있을 것이다. 일만 없으면 언제든 말이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며 주말이 왔다.

전공의들의 눈가에 환호와 부러움이 교차했다.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전공의들 최고의 희망, 휴가가 시작된 것이다.

3년차 중에서는 이경석이 가장 먼저 휴가를 갔다.

“지훈아, 일석아, 형 먼저 갔다 오마. 나 없는 동안 환자 잘 부탁한다. 이번 주에 수술 두 개 잡혀 있으니까 하나씩 들어가면 되겠다. 수고해라.”

“잘 갔다 와요, 형. 애 하나 또 만들지 말고.”

“지훈아, 그건 일석이 대사 아니냐?”

“이 자식은 애인도 없는데 뭘 알겠어요?”

씨익 웃으며 의국을 나서는 이경석을 그저 부러운 눈으로 바라만 보았다. 김지훈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다 말고 투덜거렸다.

“일석아, 앞으로 최소 3주는 죽었네.”

“어쩌겠냐. 정갑수 그 인간하고 같이 시작한 우리가 문제지. 힘들어도 당직 날 오는 환자는 각자 확실하게 책임지자. 그래도 난 일주일만 버티면 간다.”

원래 휴가는 인원이 가장 많은 서울 병원에서 가는 것이 가장 좋았다. 각 년차당 4명씩 근무하기 때문에 1명이 빠져도 일과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3명만 되어도 주중 오프는 물론 주말 오프까지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명이 적은 3년차들은 사정이 달랐다. 3명과 2명의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두 명이 근무해야 하는 경우에는 주말 오프는 물론 평일 오프조차 가기 힘들었다. 그나마 오프만 사라지는 것뿐이면 다행이지만, 업무량까지 엄청나게 늘어나기 마련이었다.

한마디로 일주일 휴가 가겠다고, 휴가 시즌 내내 피똥을 싸며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일이 년차 때는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지만, 이젠 제법 머리에 피가 마른 3년차였기에 체감으로도 더욱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죽었다고 복창하고 열심히 일하는 수밖에.

조금은 갑갑한 눈으로 서로를 보던 김지훈과 손일석이 서둘러 일어났다. 살아남아 무사히 휴가를 가려면 재빨리 일을 끝내고 틈나는 대로 자는 것이 최선이었다. 경험이 가져다준 귀중한 철칙이었다.

의국을 나서던 김지훈이 씨익 웃었다.

“일석아, 말 잘했다. 이번 주말 당직은 너다.”

손일석이 경악에 찬 눈으로 주저앉았다.

휘파람을 불며 후다닥 일을 끝낸 김지훈이 숙소로 향하다 말고 발길을 돌렸다. 윤재철이 생각난 것이다.

이혁민 교수 파트 4년차가 알아서 잘 보겠지만, 친구 아버지에 수술까지 들어갔다. 더구나 신현수가 잘 봐달라는 부탁까지 한 마당이었다.

병실로 들어서자 윤서연이 막 윤재철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직은 상당히 힘들 텐데 벌써 일어나 운동을 하다니, 역시 의지가 대단한 사람이었다.

“지훈아, 웬일이야?”

살짝 손을 흔든 김지훈이 윤재철을 보았다.

“아버님, 벌써 운동하시는 거예요?”

“우리 서연이가 얼마나 성화를 부리던지 앉아 있을 수가 없네요. 김지훈 선생, 어제는 내가 정신이 없어서 인사를 못했네. 고마워요.”

“아유! 아버님, 말씀 좀 놓으세요. 이러시면 불편해서 다신 못 옵니다. 그리고 저 현수한테도 무지하게 혼날 겁니다.”

“현수한테요?”

“아버님 수술 받는다고 그 밤에 구미에서 달려온 놈인데, 아버님 안 찾아뵀다고 하면 가만두겠습니까? 저 살려 주시는 셈 치고 말씀 좀 편하게 해 주세요.”

김지훈의 넉살에 윤재철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슬며시 윤서연의 어깨를 잡았다.

차가운 성격 때문에 조금은 불안했던 신현수였다. 지금은 많이 변했다는 윤서연의 말도 미덥지가 못했다. 그런데 김지훈의 눈을 보니 확실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전에 보았을 때는 현수와의 사이에 벽이 있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정말 눈빛까지 달라졌네. 정말 변했구나. 현수야, 고맙다. 김지훈 선생도 고마워. 그놈이 마음을 연 게 서연이만의 노력은 아니었을 거야.’

마음이 푹 놓인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던 윤재철이 눈가를 살짝 찡그렸다.

사실상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수술을 했다. 지금까지 잘 버텨 왔는지 알았는데 또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재발은 아니었지만 솔직히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불안하기만 했다. 아무리 의지가 강하다고 해도 암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불안감마저 잊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더 문제가 되기 전에 우리 서연이 시집은 보내야 되는데, 서둘러야겠어. 최소한 손자 놈 얼굴은 봐야 하잖아.’

윤재철이 무거운 마음을 한숨으로 내뱉었다.

그때 문득 김지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시뻘건 눈과 피로에 찌든 얼굴.

밤을 새 가며 자신을 수술한 여파일지도 몰랐다. 그런 환자가 자신 한 명만은 아닐 테니 잠도 제대로 못 잤을 것이다.

사위가 될 신현수를 비롯해 수많은 외과 전공의들이 그렇게 살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 하나 때문에 응급실에서부터 수술까지 꼬박 10시간이 걸렸나? 응급실에서라도 시간을 줄였으면 한결 피곤이 덜했을 텐데.’

윤재철의 생각이 깊어졌다.

신동석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도 대략은 알고 있었다. 서로 사돈이 될 사이라 그런지 힘들다는 내색조차 비치지 않았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돈 문제는 확실하게 해야 사이가 돈독해지는 법이라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가진 돈이 아무리 많으면 뭐할까?

죽고 나면 다 쓸데없다는 말이 왜 이리 가슴에 와 닿는지 모를 일이었다.

자식의 행복을 돈으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문득 온갖 환자들로 가득 찼던 응급실의 풍경이 자꾸만 어른거렸다. 그들 역시 자신과 같은 고통에 시달렸을 것이다.

유용하고 의미 있게만 쓴다면 돈이란 놈만큼 훌륭한 수단도 없었다. 윤재철은 그 수단을 이미 남들이 부러워하고도 남을 만큼 갖고 있었다.

당직일 때 오는 환자는 각자 책임지자는 말이 무색한 주말이었다. 송동화 과장이 수술을 들어가면 남은 한 명은 응급실을 커버해야 했다. 왜 그리 환자들이 많은지 수술할 환자조차 제시간에 준비할 수가 없었다.

결국 주말 내내 응급실과 수술실을 전전하고야 말았다. 구미에서 올라와 윤재철과 함께 있던 신현수의 얼굴도 보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같은 외과 전공의가 아니었다면 서운하다는 소리를 듣고도 남았을 것이다.

손일석이 울부짖었다.

“어후! 힘들어 뒈지겠네. 이게 다 정갑수 그 새끼 때문이야. 그 지랄하고 일 년도 안 돼 옷 벗을 거면서 왜 들어와서 민폐를 끼치는 거야?”

“재수 없게 그 인간 얘기는 왜 자꾸 꺼내? 난 요새 악어 얼굴 안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김지훈의 말에 손일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정말 그러네. 꼬맹이 스태프면 응급실에서라도 가끔은 보여야 하는데, 어디 처박혀 있는 걸까?”

“스태프는 무슨. 그 인간이 일을 하겠어? 일은 다 밑에 넘기고, 막상 교수님들 앞에서는 혼자 다 한 것처럼 생색만 무지하게 낼 거야.”

“맞아.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야. 강호의 법도가 아무리 땅에 떨어져도 그렇지, 그런 인간이 팰로우가 되다니 백이 좋긴 좋아. 에이! 우리 아버지는 뭐했나 몰라?”

“부모님 살아 계신 것만으로도 행복한 줄 알아, 인마.”

“에휴! 내가 무슨 말을 못해요. 알았어, 인마. 가만! 어떻게 생각하면 재수가 없는 것도 아니네. 앞으로 2주 동안은 마음이라도 편하게 지낼 것 같거든.”

“무슨 소리야?”

“내일부터 전종훈이 휴가 가서 얼굴 볼 일이 없어. 그다음에는 내가 휴가 가잖아. 어쨌든 그 사람은 정말 적응이 안 돼. 어떻게 지금까지 한결같이 내 탓을 하지? 수술도 지지리 못하는 게 말이야.”

교수도 교수 나름이다. 실력도 없으면서 인성까지 개판이면 당연히 대접을 못 받는다. 이제는 전종훈 교수를 말할 때 교수나 선생님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전공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욕이나 안 하면 다행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던 김지훈이 갑자기 반색을 했다.

“일석아, 그럼 이번 주에 유방 수술은 없는 거네? 야! 일 조금 줄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일도 정도껏 있어야지, 너무 과중해지면 죽도 밥도 안 된다. 특히 환자들에게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런 이유로 김지훈 역시 일이 적정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굴뚝같았다. 물론 약간의 사심이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손일석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당연히 전종훈 수술은 없지. 그런데 이혁민 선생님이 귀신처럼 유방암 수술 두 건을 잡으셨더라. 짜증을 피하는 대신 소리 없이 말라 죽는 거지. 지훈아, 이 대목에서 우리 인간적으로 나눠 들어가자. 대장 하나, 유방 하나. 어때?”

김지훈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으로야 송재덕 교수 수술을 모두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일반 외과 전공의라면 가급적 모든 수술을 경험해야 그만큼 배우는 것도 많아지는 법이었다.

“좋아. 상황 봐서 적절하게 나눠 들어가자. 어이구! 난 2주 연짱인데 죽었다.”

“우와! 역시 김지훈이야. 땡큐! 땡큐!”

손일석이 호들갑스럽게 엄지를 치켜들었지만 결국에는 그게 그것일 것이다.

이준영 교수, 송재덕 교수, 이혁민 교수의 유방 수술, 신기동 교수에 송동화 교수까지 3년차 둘이 담당해야 할 교수만 다섯이었다. 달콤한 일주일의 휴가를 위해 마땅히 치러야 하는 대가라지만, 이건 정말 버거울 정도로 컸다.

휴가 시즌의 첫 주가 정신없이 지나갔다.

하필이면 시간대가 묘하게 안 맞아 김지훈은 유방 수술을 모두 들어가고, 손일석은 송재덕 교수의 수술에만 들어갔다.

“나쁜 놈아, 왜 너만 들어오니. 아! 대장 하고 싶구나. 그래. 확실히 하자, 확실히. 내가 앞으로 나쁜 놈이라고 안 해도 되는 거지? 신 교수하고 얼굴 붉히지 않아도 되지? 왜 말이 없어? 어디야? 대장이지? 그치?”

“지훈아, 일석이가 대장 한단다. 넌 어떻게 생각하니? 자리는 내가 다 만들 테니까 하기만 하면 돼. 대장 하자, 대장. 경석이, 일석이, 지훈이. 야! 좋다, 좋아. 대장의 황금기구나. 그치? 내 말이 맞지? 지훈아, 왜 대답이 없어? 너 나쁜 놈 만들고 싶지 않다. 지훈아, 우리 나쁜 놈 되지 말자.”

송재덕 교수의 말에 김지훈이나 손일석이나 말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그 덕에 볼 때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송재덕 교수의 성화에 시달려야 했다. 이준영 교수의 진중한 눈길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김지훈, 잘 봐 둬라. 겨드랑이 조직을 제거할 때는 신경과 혈관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안 그러면 수술 후에 팔이 퉁퉁 부어 있거나 무척 아파한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것도 좋다만, 조금 더 섬세하고 부드럽게 해라. 아 참! 쓰라고 한 논문은 어떻게 됐나? 빨리 내라. 그래야 전문의 논문 쓸 거 아니가. 이러다 니 시험 못 본다.”

논문 소리에 흠칫 놀라기는 했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유방암 수술을 한 환자들이 팔의 부종이나 통증으로 고생하는 경우를 보긴 했다.

암의 치료 원칙상 이혁민 교수도 100퍼센트 막지 못할 만큼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 문제는 전종훈 교수가 수술을 한 이후 빈도가 확연하게 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환자들이 보였구나. 이혁민 선생님 수술에 들어오길 잘했네. 전종훈은 그 이유를 모르는 걸까?’

가르침과 태움은 항상 붙어 다니는 모양이었다. 조곤조곤한 목소리에 소리 없이 말라 죽고 있었다.

여기까지만이면 그래도 덜 힘들 것이다. 김지훈에겐 이준영 교수와 송동화 교수가, 손일석에겐 신기동 교수가 남아 있었다. 타든 안 타든 피곤이 가중되자, 살짝 던지는 말 한마디에도 엄청난 피로와 중압감에 시달려야 했다.

그래도 시간은 간다.

3년차들은 죽어 나갔지만 윤재철은 하루가 다르게 빠른 회복을 보였다. 강한 의지만이 아니었다. 오프 때마다 올라와 치료를 자청한 신현수의 덕이 컸을 것이다.

어느새 윤서연의 눈에서 눈물이 마르고 미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대신 신현수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인턴 때도 그렇게 깔끔하고 단정했던 신현수였다. 시간이 지나가며 조금은 흐트러지긴 했지만, 그래도 일반 외과 전공의치고는 깔끔했다. 하지만 이제는 김지훈과 똑같아지고 있었다.

“현수야, 이러다 너 사고 나겠다. 난 괜찮으니까 평일에는 절대 올라오지 마라.”

“아닙니다, 아버님. 지금이 제일 중요한 시기라서 안 됩니다. 제 걱정 하지 마시고 아버님은 회복에만 신경 쓰세요.”

걱정이 가득한 윤재철이었지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신현수가 이렇게 고맙고, 믿음직스러울 줄은 몰랐다.

그 때문인지 머릿속을 빙빙 돌고 있던 생각이 점점 구체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

마침내 이경석이 돌아오고 손일석이 휴가를 갔다. 얼마나 급했는지 머리에 까치집을 얹은 채 그대로 달려 나갔다. 폐부를 찢는 웃음소리만 남았다.

“지훈아, 난 간다. 찾지 마라. 으하하하!”

1년차만큼 꼴이 말이 아닌 김지훈을 본 이경석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하루도 지나지 않아 똑같은 상황에 처하겠지만 먼저 휴가를 다녀왔다. 체력이 남아 있는 만큼 최소한의 배려는 해 줄 일이었다.

“지훈아, 전종훈과 신기동 선생님, 둘 중 한 명 택해.”

거의 반쯤 눈이 감긴 김지훈이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에휴! 비수에 찔리는 게 여러모로 좋겠지만, 전종훈이 경석이 형과 나이가 비슷하다고 대우를 해 줄까? 어림도 없지. 차라리 내가 욕을 먹는 게 낫다.’

“형, 내가 전종훈 수술 들어갈게요.”

“그래도 되겠어?”

“일주일인데요, 뭐. 다음 주에는 내가 휴가잖아요.”

이경석이 씨익 웃으며 어깨를 툭툭 쳤다.

아무리 교수와 전공의라고 해도 전종훈 교수와는 나이가 비슷해 짜증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냉커피 한 잔 사는 것으로 고마움을 대신했다.

시원하고 달달한 커피에 김지훈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이런 맛에 또 하루를 견딜 수 있는 힘을 얻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앞날은 누구도 모르는 법이다. 이경석과의 관계를 생각할 때 선택은 적절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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