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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써전-446화 (446/1,329)

제11화 같은 수술, 같은 환자는 없다 (2)

소장과 대장이 한 덩어리로 뭉쳐 꽉 달라붙어 있었다. 가뜩이나 이전의 수술로 정상적인 경로를 잃은 소장과 대장이 마구 뒤섞여 구분조차 하기 힘들었다. 의사들끼리 흔히 하는 말로 완전히 떡이 된 것이다. 지금까지 이런 장으로 어떻게 소화를 시켰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미처 배 속을 보지 못한 박순용이 수술 시야를 확보할 생각으로 리트랙터를 살짝 당겼다. 세컨이나 써드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동작이었다.

김지훈이 다급하게 소리를 지르며 박순용의 손을 막았다.

“당기지 마세요.”

흠칫 놀란 박순용이 그대로 멈췄다. 아주 살짝 힘이 가해졌을 뿐인데 복벽에 들러붙었던 장의 겉 부분이 그 힘을 못 이기고 힘없이 찢어졌다. 이 정도로 장이 약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박순용을 힐끗 쳐다본 이혁민 교수가 눈가를 찌푸리며 말했다.

“박순용, 니 실수 아니다. 먼저 주의하라고 말을 하지 않은 내 실수다. 다행히 겉만 살짝 찢어진 거니까 걱정할 것 없다. 서도진, 너도 지금부터는 나나 김지훈의 말 없이는 함부로 움직이지 마라.”

마치 자신이 실수라도 한 것처럼 당황했던 김지훈이 입술을 모았다. 가뜩이나 힘들 수밖에 없는 수술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혁민 교수가 짜증을 내며 소리를 질렀다면 분위기가 나빠지는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수술을 제대로 진행하기 힘들었을지도 몰랐다.

‘나 같으면 당장 뭐라고 했을 텐데 도리어 자신의 실수라고 하시네. 결국 모든 책임은 집도의가 지어야 한다는 말씀이겠지?’

이것이야말로 집도의가 가져야 할 자세였다. 그렇다고 퍼스트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긴장의 끈을 더욱 조인 김지훈이 손상된 장을 조심스럽게 거즈로 덮었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심하네.”

이혁민 교수의 말에 김지훈의 눈가가 어두워졌다. 그간의 경험으로 보면 지금부터가 도리어 수월해야 했다. 서로 들러붙은 장을 떼어 내고, 밴드가 있으면 끊어 주는 것으로 수술이 끝나야 한다. 그런데 장을 분리하는 일부터 쉽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그보다 더 큰 걱정이 있었다.

“선생님, 이 정도로 심하다면 혹시 재발한 걸까요?”

“두고 보자. 부종이 너무 심하고, 어느 게 대장인지 소장인지 구분이 잘 안 되니까 우리도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서두르면 멀쩡한 장 다 찢어 먹는다.”

“예, 알겠습니다.”

“일단 찢어진 장부터 봉합하자.”

다행히 바깥 부분만 찢어졌고, 두 바늘 정도만 뜨면 되는 미미한 손상이었다. 하지만 장 조직이 너무 약해진 상태였다. 이혁민 교수가 극도로 신중하게 수처를 했다.

타이는 말할 것도 없었다. 조금만 힘을 잘못 주어도 도리어 더 큰 손상을 가할 수 있었다. 단 두 번의 타이를 했을 뿐인데 김지훈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후우! 보기보다 훨씬 더 힘드네. 정말 조심해야겠어.’

장들이 한 덩어리가 된 탓에 일단 복벽에 붙은 장부터 떼어 내야 했다.

이혁민 교수의 손을 따라 막 장에 손을 대던 김지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정신 바짝 차리고 조심한다고 했는데 하마터면 장을 찢어 먹을 뻔했다.

이혁민 교수의 날카로운 눈빛이 느껴졌다.

‘지금 뭐하는 기고! 니는 퍼스트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주의하겠습니다.’

눈가에 힘을 준 김지훈이 더욱 신중하게 손을 움직였다. 모든 감각을 손끝에만 집중시켜야 했다.

스윽! 스윽!

이혁민 교수가 마치 간을 자를 때처럼 신중하고도 조심스럽게 조금씩 장을 분리했다. 평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느렸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손이 부자연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김지훈의 이마에 맺힌 땀이 사라지질 않았다. 손이 마음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천천히 수술을 진행하는 이혁민 교수와 보조조차 맞추지 못한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조금만 삐끗해도 장에 손상을 준다는 부담을 이기지 못한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해도 김지훈의 실력을 생각한다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급기야 당황하고 말았다. 시간이 갈수록 다른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러지? 어떻게 해야 하지?’

퍼스트도 제대로 서지 못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순간 머릿속까지 혼란스러워지며, 손을 제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이혁민 교수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김지훈, 집중해라. 침착하게 하던 대로 하면 된다.”

김지훈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수술에는 의외로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많다. 따라서 원칙과 기본만큼 필요한 것이 임기응변이었다. 그런 면 역시 누구보다도 뛰어났다. 배를 열기 전까지는 쉽게 생각했다고 해도 이번 수술 역시 그 연장선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이렇게 당황하는 것일까?

뭔가 심상치 않은 변화를 느낀 이혁민 교수가 수술을 멈췄다. 묘한 눈길로 김지훈을 보았다. 자신이 보기에는 평소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손인데, 김지훈은 그렇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번뜩 한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뛰어나다고 인정받는 전공의들에게서 가끔 이런 모습을 보았다. 경험상 생각보다 심각한 일일 수도 있었다. 최악의 경우 심리적인 동요를 막지 못한다면 퍼스트를 바꿔야 할 수도 있었다.

‘하필이면 이럴 때 사달이 나나. 자만은 머릿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너처럼 빠르게 발전하다 보면 손에도 자만이 깃들게 된다. 머리로는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손은 척척 움직여야 한다고 믿는 거지. 그러니 이 수술처럼 뜻대로 안 되면 당황할 수밖에 없겠지.’

“김지훈, 똑같은 환자가 없는 것처럼 똑같은 수술도 없다. 자신의 손을 너무 과신하다 보면 도리어 당황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 법이다. 지금은 내가 한 말만 생각해라. 내도 이준영 선생님도 우리가 가진 손의 한계를 잊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알겠나?”

스승과 이혁민 교수가 가진 한계?

그 순간 거대한 망치로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이 다가왔다. 최근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자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떤 수술도 두렵지 않았다. 그런데 실상은 자신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속에 자만이 가득 숨어 있었다. 나름 교수들의 말만큼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수술이 엄청난 위험을 내포하자 한순간도 못 버티고 무너진 것이다.

눈가를 잔뜩 찌푸린 김지훈을 본 이혁민 교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금은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김지훈, 뭐하나? 수술 진행할 수 있겠나?”

다시 들려온 이혁민 교수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후우! 손을 과신한다? 그래. 나도 모르게 내 한계를 무시하고 있었던 거야. 결코 자만하면 안 돼. 지금 난 퍼스트를 선다. 내 역할에만 충실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

미묘한 감정과 생각의 변화가 김지훈을 다시 돌려 세웠다. 답답함과 불안이 사라지며 서서히 제자리를 찾았다.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김지훈 특유의 손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스윽! 스윽!

이혁민 교수의 손이 다르게 보였다. 결코 느린 것이 아니었다. 정확하고 섬세한 손으로 꾸준히 위험을 피하며 장을 분리해 내고 있었다.

복벽에 붙은 장을 떼어 냈다. 한 덩어리로 뭉쳐 있던 장들을 하나둘 분리했다. 소장과 대장이 점점 확실하게 구분되며 정확한 해부학적 위치까지 확보했다.

그러나 수술 부위에 가까워질수록 위험도는 증가했다. 단단하게 엉켜 붙은 장을 분리할 때마다 타이 할 부위가 늘어났다.

“타이, 타이, 타이.”

단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단순하기만 한 타이가 이렇게 힘든지 최근에는 아예 생각도 하지 못했다. 어깨가 뻐근해지고, 손가락이 뻑뻑해질 정도였다.

김지훈이 타이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이혁민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 한마디에 이렇게 달라져? 정말 무서운 놈이네.’

마침내 식도와 연결된 대장의 하부가 보이기 시작했다. 종물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이었다. 더욱 크게 확장된 장들이 훨씬 더 단단하게 붙어 있었다. 장 폐쇄가 발생한 부분에 가까워졌단 의미였다.

그만큼 수술은 더 어렵고 힘들어질 것이다.

‘지금이 가장 조심해야 할 때다.’

김지훈의 눈이 번쩍였다. 수술 부위에 무섭도록 집중하며 이혁민 교수의 사소해 보이는 손놀림조차 놓치지 않았다. 수술용 가위와 전기 소작기가 끊임없이 움직였다. 김지훈의 손이 극도로 신중해졌다.

드디어 장 폐쇄가 유발된 부위가 노출됐다. 그 순간 김지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이혁민 교수는 묘한 신음 소리를 냈다. 다행과 불행이 동시에 교차했다.

“재발은 아니네. 다행이다. 근데 어떻게 이런 식으로 장이 끌려 들어갔지? 내도 이런 경우는 처음 보네. 서도진, 박순용, 수술 부위까지 잘 봐 둬라. 위를 모두 제거하면 그 자리를 소장과 대장이 다 채우기 때문에 장 폐쇄 수술도 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 환자는 식도에 대장을 연결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도 아주 불안정해서 더하겠지.”

여느 수술과 다름없다고 여긴 김지훈에게 하는 말일지도 몰랐다. 모두들 이제야 소장과 대장이 확실하게 구분이 될 정도로 드러난 배 속에 시선을 고정했다. 비슷한 환자가 온다면 그때는 더욱 신중하고 조심하게 될 것이다.

수술이 이어졌다.

장 폐쇄를 유발한 직접적인 원인은 밴드(Band)였다.

노끈처럼 질기고 가늘게 만들어진 염증 조직이 올가미로 작용한 것이다.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었다. 복잡하게 얽힌 여러 개의 밴드 사이사이로 장이 겹겹이 밀려 들어가 있었다.

마치 사방에서 목을 조르는 것처럼 밴드가 장을 조여 내부 공간까지 완전히 막아 버린 것이다.

윤재철의 상태가 갑자기 나빠진 것으로 보아, 순식간에 연쇄적으로 발생한 것이 분명했다.

툭! 툭! 툭!

밴드를 끊었다. 사이에 끼었던 장들이 풀려 나왔다.

끝이 아니었다. 여러 부위에서 워낙 심하게 쪼여졌었기 때문에 장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해야 했다.

불행하게도 일부는 원활하지 못한 혈액 공급으로 창백해져 있었다. 검게 변한 부분마저 보였다.

“김지훈, 이거 살겠나?”

자르자는 말이 아니었다. 도리어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말이었다. 이토록 약해진 장을 자르고 이으면 바늘 자국마저도 아물지 않을 것이다.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따뜻한 물로 장을 데워 혈류를 증가시키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체온보다 약간 높은 정도로 데워진 물을 부었다.

째깍! 째깍!

시간이 흐르며 물이 식을 때마다 다시 뜨거운 물을 부었다. 창백하기만 한 장의 색깔이 약간은 돌아왔지만 검게 변한 부분이 문제였다. 초조한 시간이 흘렀다.

“몇 분이나 됐나?”

힐끗 시계를 본 김지훈이 살짝 어깨를 펴며 말했다.

11시에 시작했는데 벌써 새벽 3시였다. 장을 박리하는 데만 무려 4시간이 걸린 것이다.

“15분 정도 지났습니다.”

“15분? 이 정도면 확실한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이혁민 교수도 확신할 수 없는지 눈가에 잔뜩 주름만 만들었다.

그때 누군가 수술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문이 꽉 찰 정도로 거구의 의사 옆에 생각도 못한 사람이 서 있었다.

“선생님, 이 시간까지 안 주무셨습니까?”

“거의 다 끝난 것 같네. 잘됐어?”

“여기까지는 무사히 왔는데, 장이 죽을지 살지 모르겠습니다. 조직이 너무 약해 자를 수도 없고 난감하네요.”

이준영 교수가 배 속을 보며 말했다.

“얼마나 기다린 거야?”

“15분 기다렸습니다.”

“이 정도면 돌아올 것 같은데, 조금 더 기다리지.”

“그럴 생각입니다. 그런데 신현수 니는 여기 웬일이야? 아! 이 환자분하고 관계가 있지. 그래서 왔나?”

신현수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지 못했다.

윤서연에게 윤재철이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안호석에게 당직을 맡기고 달려왔다. 눈이 퉁퉁 부은 채 아직도 눈물을 흘리고 있는 윤서연을 보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혁민 교수와 김지훈이 수술을 한다는 말에 마음이 놓이기는 했지만 불안하기만 했다. 차마 혼자 둘 수가 없어 지금까지 함께 있다가, 마침 이준영 교수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따라온 참이었다.

“선생님, 아버님은 괜찮으시겠죠?”

“그래야지. 일단 기다려 보자.”

간호사에게 따뜻한 물을 받아 다시 배 속에 붓던 김지훈이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서연이하고 사귀는 건 알았지만, 이 밤에 달려올 정도로 깊은 사이인지는 몰랐네. 후우! 현수의 마음을 봐서라도 꼭 돌아와야 하는데. 아버님, 현수까지 왔습니다. 힘내세요.’

문득 고경아 생각이 났지만 지금은 수술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꺼멓게 변한 장이 분홍빛으로 변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모두들 숨을 죽인 채 기다렸다.

째깍! 째깍!

띠! 띠! 띠! 띠! 띠!

무거운 정적을 뚫고 시계 초침과 심장박동 소리만이 울렸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의사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는 시간이 15분 더 지났다. 더 이상 기다리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다행히 검게 변했던 부분의 색이 어느 정도 본래의 색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극에 반응해 꾸불꾸불 움직여야 혈류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이혁민 교수가 수술 기구로 톡톡 장을 건드렸다. 반응이 없었다.

신현수의 눈에는 초조함이 가득했다. 김지훈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뜨거운 물을 적신 탭으로 장을 감쌌다. 단 1초라도 수술실의 냉기에 노출시킬 수 없었다.

톡! 톡! 톡!

다시 자극을 주었다. 장이 움직인 것 같았다. 더 이상의 반응은 없었다. 이 정도라면 살지 못한다. 장이 붙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자를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에 와 윤재철의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제발! 움직여.’

‘아버님, 서연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발 힘내세요.’

눈가를 잔뜩 찌푸린 이혁민 교수가 힐끗 신현수를 보며 마지막 자극을 가했다. 이번에도 반응이 없거나, 있다고 해도 극히 미약하면 최악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톡! 톡! 톡!

숨도 쉬기 힘들었다. 모든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나직한 초침 소리가 몇 번 들려오는 순간, 극에 달했던 긴장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꿈틀! 꿈틀! 꿈틀!

장이 움직였다. 자극을 받은 곳에서 시작된 조그만 움직임이 장을 따라 퍼져 나갔다. 완전히 돌아왔단 의미였다.

이혁민 교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돌아왔네. 다행이다.”

이준영 교수만이 고개를 끄덕일 뿐, 모두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만 내쉬었다.

그때 신현수가 거의 주저앉을 것처럼 비틀거렸다. 김지훈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현수야, 왜 그래? 어디 안 좋아?”

신현수의 눈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김지훈의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정신없이 고개를 숙인 신현수가 다급히 수술실을 나갔다. 윤서연에게 달려갔을 것이다. 어디선가 기쁨에 겨운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다시 한 번 장의 움직임을 확인한 이혁민 교수가 피식 웃었다.

“신현수, 저노마 많이 변했네. 김지훈, 뭐하나? 벌써 3시가 훌쩍 넘었다. 빨리 마무리하고 끝내자.”

한껏 들떴던 분위기가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이내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그로부터 한 시간 반이 더 지날 때까지 긴장은 사라지지 않았다.

금요일 새벽 5시.

무려 6시간 만에 장 폐쇄 수술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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