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껍질을 깰 수 있을까? Ⅱ (3)
아침 이른 햇살이 무척이나 따가웠다.
잠에서 깬 신현수가 눈가를 잔뜩 찡그리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벌써부터 방 안 공기가 후끈했다.
신현수가 크게 기지개를 펴며 욕실로 향했다. 등을 따라 흐르는 차가운 물줄기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동기들과의 모임에서 나누었던 대화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과장님 문제는 얘기 안 했으면 좋겠다고 니가 그랬다며. 지훈이가 하지 말자고 해서 경석이 형이랑 나는 그냥 오케이 했는데. 왜? 아니야? 바로 널리 알려 줄까? 항상 준비는 돼 있으니까 언제든지 말만 해.”
“현수야, 이번에는 지훈이하고 일석이 저 자식들 성화에 내가 하지만, 4년차 때는 너나 지훈이 중에 한 명이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야 우리 의국이 더 단단해지지 않겠어? 대신 한 가지만 부탁하자. 웃어, 인마. 그러면 백 점이다.”
“현수야, 서운한 거 아니지? 난 솔직히 니가 하는 것도 찬성이지만, 첫 총치프는 경석이 형이 하는 게 가장 무난할 것 같아. 다들 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텐데, 공연히 투표다 뭐다 하면 서로 얼굴밖에 더 붉히겠어?”
동의는 했지만 왠지 모르지만 서운했다.
금경태 과장에 관한 일과 총치프를 정하는 것이 김지훈의 말에 좌지우지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이경석을 총치프로 정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하는 순간, 모두들 눈을 동그랗게 뜨며 휘파람까지 부는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그 이후에도 김지훈이 자주 입에 오르내렸다. 실력으로나 인간성으로나 김지훈이 적임자라는 말까지 들렸다. 술김에 나온 말이라고 해도 가슴이 아플 정도였다.
‘실력도 우리 중 최고라고? 4년차들보다 내가 더 뛰어나다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일반 외과 3년차들 자리답게 자연스럽게 수술 얘기가 나왔다. 당연히 최근에 벌어진 가장 어려운 수술들이 화제의 중심이었다.
“천안 팀, 지금 그 정도 수술로 명함을 내미는 거야? 서울에서는 우리 3년차들이 말이야.”
손일석이 입을 열자 마치 췌장암과 직장암 수술을 눈앞에서 보는 것 같았다. 이경석에게 들었던 말과는 차원이 달랐다. 특히 김지훈이 췌장암에서 마지막에 혈관을 잡을 때와 직장암에서 타이를 하는 과정은 압권이었다.
동기들이 감탄사를 연발했다. 결코 김지훈의 실력이 최고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동기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한 잔의 소주가 사라질 때마다 의문이 꼬리를 이었다.
어느 면으로나 자신보다 나을 것이 단 하나도 없었던 김지훈이었다. 한참 앞에서 출발했는데 이제는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을 넘어 김지훈은 한 발 앞에 서서 달리고 있었다.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니었다. 피곤에 못 이겨 현기증을 느낄 정도로 최선을 다해 왔다. 누구보다도 깔끔했지만 이제는 머리에 까치가 집을 지어도 당연하게 여길 정도였다.
그런데 이런 차이가 도대체 어디서 생긴 걸까?
문득 이경석과 손일석의 대화가 떠올랐다.
“일석아, 부러워? 그럼 지훈이만큼 열심히 해.”
“형, 나도 지훈이하고 똑같이 열심히 해요. 근데 어느 순간에 보면 말도 안 되는 실력을 보이면서 저 앞에 있으니까 사람 환장하는 거죠. 저 자식 혹시 우리에겐 없는 특별한 능력이라도 있는 걸까요? 손가락이 다른가?”
“어이구! 손가락이 길면 수술 잘하니? 일석아, 어쩌면 절박함 속에서 온갖 어려움을 스스로 이겨 냈기 때문일지도 몰라. 미움받아 음성으로 쫓겨났고, 마주칠 때마다 그놈의 눈총이 웬만했냐? 나 같으면 벌써 때려치웠을 거다.”
“그러네요. 지훈이가 우리랑 좀 다르긴 하죠? 교수님들에게 그렇게 타면서도 좋다고 웃는 놈은 저 자식밖에 없을 겁니다. 그것뿐인가? 수술이라면 파트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환장을 하잖아요. 금 과장 수술도 좋다고 들어갈 놈입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놈이지만, 어떤 때는 4차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윽! 갑자기 이준영 선생님 생각났다. 아! 살 떨려.”
“너도 비슷해, 인마. 하여간 온실 속의 화초는 하루만 안 봐도 죽는다지만, 잡초는 아무리 밟아도 죽지 않는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것 같다.”
“잡초? 어감은 좀 나쁜데 이상하게 어울리는 것 같네. 나 말고 저 자식한데 말이에요. 어이! 잡초!”
그 말이 생각나는 순간 신현수가 머리를 쥐어뜯었다. 거대한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잡초와 온실 속 화초.
잡초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떠나서 온실 속 화초라는 말이 가슴에 절절이 와 닿았다. 분명 자신을 빗대서 한 말이 아니었지만, 대놓고 한 말처럼 아팠다.
문득 지난날이 스쳤다. 이준영 교수를 비롯해 몇몇 교수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항상 웃음을 보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혼날 만한 실수를 해도 도리어 격려를 했다. 어느 때부턴가 그런 태도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수술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절실하지는 않았다. 때가 되면 당연한 것처럼 그것도 가장 먼저 수술을 받았다. 치프로 내려간 구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일주일이었지만 김지훈은 수술에 들어가서도 온갖 고생을 다 했을 것이다.
반면 자신은 아무 문제 없이 칼바람을 일으켰다고 할 정도로 많은 수술을 받았다. 지금까지 큰 소리 한번 나지 않았고, 수술이 끝날 때마다 강기웅 과장은 감탄을 터트리곤 했다.
신현수가 강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까지 누려 온 모든 일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통상을 넘어선 특혜였다.
아버지가 이사장이 아니었다면 결코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었다. 그 점을 빤히 알면서도 무시했다. 어쩌면 너무 당연하다고 여겨 느끼지도 못했던 것 같았다. 단지 자신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결국 같은 수술을 해도 임하는 자세와 각오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당연함과 절박함의 차이가 지금의 차이를 만든 것이다. 만일 처음부터 똑같은 기회가 주어졌다면 참담할 만큼 자존심이 뭉개졌을지도 몰랐다.
두려움이 몰려왔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시원하기만 했던 물줄기의 차가움을 감당할 수 없었다. 도망치듯 욕실에서 뛰쳐나온 신현수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고민에 빠졌다. 간간이 눈가를 찡그리며 괴로워했다.
‘온실 속 화초, 그게 나였어. 절박함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모든 것이 당연하다고만 생각하는 놈이 무엇을 얼마나 배울 수 있었겠어?’
신현수가 이를 악물었다. 후회를 하면 이미 늦은 것이 아니라 바로잡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을 믿고 싶었다. 아니, 그렇게 만들어야 했다. 아직 기회는 있었고, 결코 포기하거나 물러날 때가 아니었다.
신동석과 신현수가 마주 앉았다. 서로가 바빠 오래간만에 한 자리였다.
“현수야, 요새 많이 힘드니? 얼굴이 말이 아니구나.”
“괜찮아요. 우리 과 3년차들은 다들 이렇게 일하는데 저도 최소한 그만큼은 해야죠.”
미소 한 점 없는 신현수의 얼굴에 신동석이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남들은 신현수가 조금은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리를 했지만, 자신 앞에서는 항상 웃었던 아들이었다. 무엇인가 고민이 있어 보였다.
“어제 3년차 모임이 있었지? 무슨 일이 있었니?”
“별일 없었어요.”
“그래? 총치프를 뽑는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됐어?”
신현수가 콧등을 찡그렸다.
‘아버지, 서운해하지 마세요. 어제였다면 모르지만 오늘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거든요. 지금은 가장 좋게 결정이 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경석이라고 있습니다. 그 형이 총치프가 됐어요.”
“이경석? 그럴 만한 능력이 있나?”
신동석이 의아하다 못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제 자리가 끝날 때쯤 금경태 과장이 총치프의 중요성과 의미를 언급했다. 신현수를 아끼는 자신의 힘과 영향력이 감소했다는 이유를 들며, 당혹스럽게도 김지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까지 했다. 그런데 이름도 듣지 못했던 전공의가 치프로 뽑힌 것이다.
“예. 저도 적임자라고 생각해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그럼요. 당연하죠.”
신현수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걸리자 신동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언제나 최고이기를 바라는 아들이었기에 미소에 담긴 의미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도리어 자식보다 뛰어난 전공의는 없을 것이라고 믿었던 탓인지, 아버지인 자신의 가슴이 쓰렸다.
‘금경태의 말이 사실이었나? 우리 현수가 정말 밀리는 거야? 김지훈도 모자라 이경석까지 뛰어난 놈들이 그렇게 많았나? 그런데 왜 내 귀에 들리질 않았지?’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확실한 발판이 필요해. 어렵더라도 바로 외과 센터까지 추진하는 게 좋겠어. 자식 놈들 문제가 겹쳐 입장이 애매모호하지만, 원칙대로 하면 서로에게 부담될 일도 없겠지.’
한참 만에야 입을 연 신동석이 눈가에 힘을 주었다.
“현수야, 사람 눈은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는 법이다. 이런 일로 실망할 필요 없어. 그리고 그동안 네게는 병원 일을 얘기 안 했지만 이번 일은 말해야 할 것 같구나. 외과 센터를 만들어야겠다.”
신현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 갑자기 왜 제게 그런 말씀을 하세요?”
“곧 전문의가 되고,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가급적이면 입지를 빨리 다지는 게 좋겠어. 삼사 년 정도 경험을 쌓고, 센터장을 하면 훨씬 수월하지 않겠니?”
“제가 외과 센터를 맡는다고요?”
“그래. 안 될 게 뭐가 있어?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 넌 그동안 열심히 실력만 쌓으면 돼. 나머지는 아비가 다 알아서 하마.”
신현수가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의 꿈과 희망이 단지 병원을 운영하는 것뿐이었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최고의 써전이 되고 싶었다. 김지훈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면서 교수들에게 확고한 인정을 받고 싶었다. 그것이 바로 자신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아버지의 뜻을 따른다면 난 또 온실 속에 갇힐 거야. 그러면 영원히 지훈이의 뒷모습만 볼 수밖에 없어.’
“아버지, 전 싫습니다. 센터장을 하더라도 제 힘으로 이루고 싶습니다.”
신동석이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우리 현수가 많이 컸구나.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녹록한 곳이 아니야. 맨손으로 시작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넌 모르잖니.’
“현수야, 일부러 어려운 길을 갈 필요는 없어. 지금처럼만 하면 네게 손가락질을 할 사람도 없을 거야.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아비 말대로 하자. 네 형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서 지금은 대학에서 인정을 받고, 운영도 훌륭하게 잘하고 있잖니.”
부자든 아니든, 이것이 아버지의 마음일 것이다. 신현수도 모르진 않았다. 그러나 자신이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결심을 했는지는 모른다. 어쩌면 김지훈과 처음 인턴을 할 때부터 무의식 속에 잠재됐던 생각이었을지도 몰랐다.
지금이 바로 말을 해야 할 때였다. 갑자기 신현수가 자세를 바로잡았다.
“아버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투까지 변했다.
“응? 그래. 무슨 말인데?”
“전 아버지의 아들입니다. 하지만 제 꿈을 이룰 때까지 이사장님의 아들로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일반 외과 의사인 신현수로 살고 싶습니다.”
신동석이 눈만 껌뻑이며 입을 열지 못했다.
“아버지, 제 꿈은 병원장이 아니라 최고의 써전이 되는 겁니다. 제 동기들, 특히 김지훈과 당당하게 경쟁하고 싶습니다. 지금처럼 절 보호해 주시면 그럴 수가 없습니다. 아버지, 전 반드시 꿈을 이룰 겁니다. 믿어 주십시오.”
품에서 뛰어놀던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어느새 훌쩍 자라 건강한 청년이 돼 눈앞에 서 있었다.
신동석의 숨이 살짝 가빠졌다. 갑자기 변한 아들의 모습에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무슨 말이든 해야 한다는 생각에 입을 열려던 신동석이 길게 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묻었다. 불현듯 신현수의 할아버지이자, 초대 이사장인 신호선의 말이 생각났다.
‘현수를 네 품속에 가두려고 하지 마. 그놈은 나나 너하고는 달라. 지금은 두꺼운 껍질 속에 갇혀 있지만, 그 껍질을 깨면 뭘 해도 할 놈이야. 의사가 되면 분명히 너하고는 다른 꿈을 꿀 거야. 돈으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것이 있지 않겠어?’
그때는 웃으며 지나쳤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신호선이 말한 신현수가 있었다. 아비의 품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꿈꾸며 달려가고자 하는 자식이었다.
“허허! 허허!”
신동석이 돌연 대소를 터트렸다.
말할 수 없이 뿌듯했다. 가슴이 먹먹하고, 눈가가 붉어질 정도로 대견하기만 했다.
더더욱 외과 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지금의 신현수라면 굳이 금경태 과장처럼 욕심과 야심으로 가득 찬 인물과 손을 잡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목적지는 같지만, 자신과는 전혀 다른 길을 따라갈 것이라 믿었다.
“그래. 그렇게 하마. 하지만 현수야, 그래서 더 외과 센터를 빨리 만들어야겠다. 너라면 이 아비가 생각하지도 못할 정도로 병원을 훌륭하게 이끌어 갈 수 있을 것 같구나.”
“아버지, 이해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다. 정말 잘 커 줘서 내가 고맙다.”
신현수가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의 결심을 밝혔고, 아버지는 받아들였을 뿐인데 그 어느 때보다도 가슴이 벅찼다. 으레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감도는 어색함과 딱딱함까지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아버지, 병원 확장 때문에 돈이 많이 드셨을 텐데 외과 센터까지 만드신다고 무리하지 마세요. 제 생각이지만 지금은 외과 센터를 원활하게 이끌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조금 더 기다리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아버지와 금경태 과장의 관계를 알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센터장으로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틀린 말도 아니다만, 금경태 과장이 아직은 도움이 될 거야. 사람 성격이나 욕심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일단 그 사람이 가진 능력이 필요하거든. 의사로서의 실력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행정적인 능력이 탁월해.”
신현수가 흠칫 놀라며 심상치 않은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 금경태 과장님에게 센터를 맡기실 생각이세요?”
“당장은 대안이 없어. 이혁민 교수가 마음에 들긴 한다만, 융통성이 너무 없어서 말이야. 물론 금경태 과장도 여러 문제가 있지만, 그건 내가 감당하고 통제해야 할 일이야. 이쪽저쪽 분위기까지 맞출 수 있는 사람은 금경태 과장뿐이다.”
“아버지, 그건 절대 안 됩니다. 금경태 과장은 아버지 생각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의사로서 자격이 없어요.”
신동석이 깜짝 놀랐다. 절대 허튼소리를 할 신현수가 아니었다.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한동안 나직한 목소리가 이어지며, 간간이 답답한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부분 신동석 자신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일들이었다.
의사들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금경태 과장 같은 사람이 필요했기에 어느 정도의 전횡과 독선은 눈감아 왔다. 그런데 논문 문제가 나오는 순간, 통제가 가능하다고 여겼던 과도한 욕심과 야심이 신현수에게까지 향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만일 그 논문을 세계 학회에 네 이름으로 발표했다면 어떻게 되는 거냐?”
“진실을 알게 되면 금경태 과장도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절 의사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거예요. 반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면 평생 그 문제로 절…….”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이었다. 일반 외과를 책임지는 과장이 제자의 목줄을 잡고 흔들려 했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조차 없을 것이다.
흥분을 못 이긴 신동석의 볼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나 때론 합법과 불법의 경계까지 넘나들며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다. 신동석의 눈동자가 차갑게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