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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써전-440화 (440/1,329)

제8화 껍질을 깰 수 있을까? Ⅱ (2)

3년차들만 남았다. 오래간만에 만난 반가움을 나누기 전에 먼저 총치프를 정해야 한다. 비록 3년차 후반기 6개월에 국한된다고는 하지만, 병원에 남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욕심을 낼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

차라리 예전처럼 교수들이 정했다면 그나마 편했을 것이다. 서로 얼굴을 빤히 보며 직접 정해야 한다는 것도 큰 부담이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서로에게 큰 불만 없이 원만하게 결정해야 하는데 문제네. 다들 생각이 있을 텐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곰곰이 생각에 잠겼던 김지훈이 이경석과 유창범을 보았다. 공연히 나이를 먹은 것도 아니고 그만한 영향력도 있었다.

“경석이 형, 창범이 형, 화장실도 갈 겸 조금 쉬죠.”

“그래. 그게 좋겠다. 안 갈 사람은 음료수나 한잔할까?”

고개를 끄덕인 김지훈이 함께 매점으로 향하다 말고 입을 오므렸다. 신현수가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지금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경석에게 양해를 구하고 회의실로 돌아갔다. 신현수가 묵묵히 창밖을 보고 있었다.

‘그동안 금경태 과장과 지낸 일 때문에 입장이 무척 곤란하겠지. 에휴! 내가 현수였다면 더 힘들어했을 텐데, 좀 더 신중하게 말을 했어야 했어.’

“현수야, 무슨 생각해?”

힐끗 시선을 준 신현수가 눈가를 좁혔다.

“그냥 복잡하네. 그런데 어제 내게 했던 말을 모두 모인 자리에서 다시 할 거야?”

“왜? 곤란해?”

“곤란하다고 하면 안 할 것처럼 말하네.”

“당연하지, 인마. 금경태 과장 문제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너보다 중요하겠어? 일석이하고 경석이 형 입만 막으면 된다. 말만 해.”

신현수에게는 참 희한하면서도 우스운 일이었다.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한 번도 살갑게 대한 적이 없었다. 윤서연 문제에 자존심까지 내세우며 김지훈과는 거리를 두려 했었다. 그런 자신의 입장을 왜 헤아리는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금경태 과장 문제도 그랬다. 나중을 생각한다면 애초에 꺼내지 않는 것이 훨씬 유리했다.

“지훈아, 내가 정말 니 친구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솔직히 말하자. 이유가 없잖아.”

의미는 다르지만 맞는 말이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금경태 과장 문제를 말한다고 해서 딱히 득을 볼 것도 없지만, 해가 될 것이란 생각도 하지 않았다. 동기이자 친구이기 때문에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김지훈이 피식 웃었다.

“현수야, 그게 친구잖아. 이유가 꼭 있어야 하냐?”

“일석이도 그렇게 생각할까?”

“자식, 별소리를 다 하네. 그럼 우리가 친구지, 아니냐? 일석이한데 그런 말 하지 마라. 난리 날 거다.”

신현수가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친구! 난 단지 이기고 싶은 라이벌이라고 여겨 왔는데, 넌 나를 친구로 생각해 왔단 거야?’

마치 가슴이 아픈 것처럼 서늘해졌다. 하지만 말로 못할 일은 없다. 정갑수와 악어, 그리고 금경태 과장을 생각하면 세 치 혀가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김지훈이 총치프 자리를 노리는 것은 아닐까?

말도 안 되는 소리란 걸 알면서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지워지질 않았다. 병원에 남고 싶다는 열망이 강하면 못할 일도 아니었다. 누구보다도 최고의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김지훈에겐 놓칠 수 없는 자리기도 했다.

“총치프는 누가 되는 게 좋을까?”

곧 해야 할 말이기는 했지만 지금 대화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김지훈이 눈가를 찢었다.

“머릿속이 복잡하긴 한 모양이다. 친구 얘기하다 말고 갑자기 총치프는 왜 나와?”

“바로 정해야 하는데 이상할 게 뭐가 있어?”

신현수의 목소리가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에휴! 냉정한 놈. 그래. 이상할 건 없지. 어쨌든 내 생각에는 총치프가 어떤 자리인지만 생각하면 간단할 것 같아.”

“무슨 말이야?”

“일단 힘든 문제가 있을 때 편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하니까 이해심이 많고,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이어야겠지. 반대로 교수님들에게 의견을 개진하려면 그만큼 교수님들하고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어야 하고. 간단하게 정리하면 무난한 사람이 좋겠다는 말이야.”

“성격만 좋다고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야.”

“물론 실력도 뛰어나야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현수가 입을 열었다.

“그런 사람이 있어?”

금경태 과장과의 문제를 감안해도 가장 근접한 사람은 다름 아닌 김지훈이었다. 자천할 정도로 뻔뻔한 놈이 아니라는 걸 빤히 알면서도 목소리까지 높였다.

김지훈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 사람이 왜 없어? 현수야, 우리 년차 잘난 년차다. 당연히 다들 자격이 되지. 그래도 굳이 꼽으라면 딱 두 명이 떠오르지 않아?”

두 명이라는 소리에 신현수가 콧등을 찡그렸다.

실력과 성격은 물론 대인 관계까지 무난한 사람이 누굴까?

교수들이 정한다면 김지훈과 자신만이 자격이 된다는 생각을 했었다. 당연하다고 여겨 왔는데 스스로 뽑아야 한다니, 이젠 그마저도 혼란스러웠다.

김지훈의 눈가에 걸린 웃음의 의미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순리대로 하면 돼. 쉽게 생각하자.”

곧 3년차들이 총치프를 정하기 위해 다시 모였다. 한동안 나직한 대화가 오고 갔다.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빨리 결정이 났다.

다들 만족스러운지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아이고! 생각보다 빨리 끝났네. 지훈아, 경석이 형, 오늘 같은 날은 시원하게 한잔 빨아야죠. 1차는 삼겹살, 2차는 골뱅이. 오케이? 꼴찌가 돈 내기.”

애들도 아닌데 그 소리에 모두들 후다닥 달려 나갔다.

신현수의 눈길이 신이 나 함께 웃고 떠드는 김지훈에게서 떨어지질 않았다.

갑자기 오늘만큼은 동기들과 코가 비뚤어지도록 마시고 싶어졌다. 평소 쳐다보지도 않았던 소주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금경태 과장에 관한 문제는 잊었다. 왠지 마음이 편했다.

***

3년차들이 소주와 삼겹살에 코를 박고 있을 시간, 금경태 과장이 이사장실로 향하고 있었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얼굴을 잔뜩 찌푸리다 말고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입가마저 말았다.

‘역시 진평호야. 신동석을 무너트리려면 도리어 내가 목을 맨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맞는 말이야. 그래야 조금이라도 그 시커먼 속을 보이겠지.’

상황을 역전시킬 기회는 안이 아니라 밖에 있었다.

신동석은 용의주도하게 백제 병원을 제외한 모든 건물과 예정 부지를 사들였다. 이미 병원과 인접한 건물은 리모델링에 착수했고, 곧 남은 부지도 대대적인 철거와 함께 새 건물을 짓기 시작할 것이다.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동네에서 정보까지 샜다. 지금까지 들어간 돈만 족히 수백억은 되고도 남을 것이다. 여기에 백제 병원까지 인수하려면 더 많은 자금을 투여할 수밖에 없다.

‘어디서 자금을 조달하는지 모르지만 상당 부분은 빚이 분명해. 빚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돈 귀신인 진평호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겠지. 그런데 진평호가 왜 이제 와 나보고 백제 병원을 인수하라고 할까? 어차피 정보가 샜으니까 최대한 이득을 얻으라고는 했지만 찜찜해. 생각만큼 득이 없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막대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분명했다. 문제는 신동석보다 먼저 백제 병원을 손에 넣은 후 반드시 인수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제길! 답은 나왔는데 일단 건물을 손에 넣어야 뭘 하든지 말든지 할 거 아냐. 도대체 얼마를 원하는 거야? 건물주가 의사였다면 조금은 편했을 텐데, 하필이면 주인이 다르다니 재수도 없군.’

고민스러운 표정을 짓던 금경태 과장이 눈가를 좁혔다.

백제 병원을 인수해도 신동석이 끝까지 건재하다면 절반의 이득일 뿐이었다. 도리어 손해가 될 수도 있었다. 자리가 위태롭기는 비슷하겠지만 진평호가 병원을 장악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 형국이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첫 번째 열쇠는 정한득이었다. 철거와 재건축이 아무리 합법적으로 진행된다고 해도 인허가는 별개의 일이다. 또한 어떤 건물들이라도 병원 시설로 이용되기 위해서는 보건법을 따라야 한다.

허가만 지연시키면 멀쩡한 건물들이 애물단지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쏟아부은 돈은 모두 신동석의 사재가 아니면 빚이기 때문에 치명타를 받을 것이 뻔했다.

이자와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만으로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돈이 사라질 것이다. 제아무리 돈이 많아도 규모가 커 버틸 재간이 있을 리가 없었다.

훌륭한 시나리오였다. 그래서 정갑수 때문에 멀어졌던 정한득과도 다시 손을 잡았다. 정한득 역시 막대한 돈 때문에 두말하지 않고 자신에게 손을 내밀었을 것이다.

물론 무리수가 없을 수는 없었다. 지금 백제 병원의 주인이 부르는 액수만도 이미 자신과 정한득이 동원할 수 있는 한도를 한참 넘어섰다. 계약을 성사시킨다고 해도 백제 병원을 담보로 잡혀야 할 정도였다.

하기에 그 어떤 문제보다 신중해야 했다.

평생 만져 보지 못할 돈을 만지느냐, 아니면 쪽박을 차느냐!

그야말로 죽느냐, 사느냐가 걸린 문제였다. 평생 돈과 명성에 목을 걸다시피 한 금경태 과장에게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모든 요소를 다시 짚었다. 긴 시간을 소모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고수익에는 고위험이 따른다는 격언만큼 맞는 말도 없었다.

‘그래. 언제까지 굽실거리며 살 수는 없지. 일단 정한득을 통해 백제 병원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해. 그래야 건물주도 손을 들 거야. 그 전에 신동석이 반드시 백제 병원을 인수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어디를 파고들어야 하지?’

이사장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느려졌다.

‘신동석이 왜 돈도 안 되는 외과 센터를 거론했을까? 신현수의 입지를 탄탄하게 만들어 줄 속셈이 분명해. 백제 병원 자리 외에는 센터를 만들 곳이 없으니까 그걸 이용해야 돼. 여기에 신현수가 나 아니면 결코 외과를 장악할 수 없다는 상황까지 만들면 애가 타겠지. 제길! 이래저래 한동안은 신동석의 확실한 개가 되어야겠군.’

확신이 섰다. 이제 뒤를 돌아보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우물쭈물하다가는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었다.

생각을 정리한 금경태 과장이 눈을 번쩍였다.

‘다시는 주변 놈들을 믿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해. 신동석이나 진평호나 결국에는 날 버릴 놈들이야. 자존심이고 뭐고 내가 원하는 것을 최대한 빼내는 것만이 살길이야. 신동석, 지금부터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가 주지. 즐길 수 있을 때 즐겨.’

금경태 과장이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신동석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또 하나의 생각이 스쳤다.

‘센터장. 그래. 그것까지 신현수와 엮는 거야.’

문을 여는 금경태 과장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목소리는 태연하기만 했다.

“부르셨습니까, 이사장님.”

“어서 오세요. 앉아요. 토요일인데 미안합니다. 시간이 없으니까 용건만 간단히 말하죠. 외과 센터 문젠데, 현재 외과 상황에서 운영을 할 수 있겠어요? 규모나 재무적인 문제까지 포함해서 말이에요.”

보자마자 외과 센터를 거론했다. 바라던 일이었지만 살짝 불안감을 느낀 금경태 과장이 안색을 굳혔다.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해야 할 때였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사소한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보다 이번에 내과 소화기와 신장 파트를 센터로 만드는 과정을 보니까 미진한 점이 꽤 눈에 보이더군요. 들인 돈이 있는데 계속 적자를 볼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닙니까.”

‘결국 돈 문젠데 사소한 일이 아니지. 이러다 외과 센터를 포기하는 거 아냐? 절대 안 돼.’

금경태 과장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한마디라도 삐끗하면 외과 센터 건립이 백지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되면 백제 병원도 자연스럽게 물 건너가는 것이다.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해 신동석이 낌새조차 알아채지 못하도록 설득해야 했다.

“만일 외과 센터를 계속 추진하신다면 원래 계획대로 백제 병원 자리를 이용하실 생각이십니까?”

“그 자리밖에 없지 않아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만, 초기 투자가 너무 클 것 같아 걱정입니다. 다만 외과 센터가 우리 과만으로 구성되는 것도 아니고, 응급실과 다른 외과까지 맞물리기 때문에 지금하고는 조금 상황이 다르지 않을까 합니다.”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인가요?”

“당장은 모르지만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서는 일이 년 내에 가능하다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듭니다. 물론 누가 책임 의식을 갖고 일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긴 할 겁니다. 그리고 외람된 말씀이지만, 현수를 생각해서라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역시 우리 현수를 잊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어떻게 현수에게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왕 나온 김에 제 생각을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세요.”

신동석이 의자를 바짝 끌어당겨 앉았다.

“장차 우리 병원을 확실하게 운영하려면 행정직에 앞서 의료진들을 먼저 장악해야 합니다. 의사 입장에서 볼 때 단순히 외과 과장인 것과 센터의 책임자는 많이 다릅니다. 만일 내과 센터장들까지 현수와 뜻이 척척 맞는다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입지를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내과 센터장들까지요?”

“그렇습니다만, 사실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지금도 이사장님의 개혁 방안은 물론, 신현수에게도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의사들이 어느 정도는 있는 게 사실이니까요.”

신동석이 입을 모으며 나직한 콧소리를 냈다.

예상은 하고 있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애써 키운 병원을 아무에게나 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사실 그 때문에 금경태 과장과의 관계를 확실하게 끊지 못하고 있었다.

금경태 과장은 처음 봤을 때부터 이미 신뢰하기 힘든 사람이었다. 가까이 두기에는 문제가 많았지만, 합리적인 말에도 저항하는 의사 사회가 발목을 잡았다. 단지 같은 의사가 아니라는 점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이 적절한 이득을 제공하면 완벽한 손발이 되어 주는 금경태 과장과 손을 잡았다. 게다가 지금도 일정 정도는 자신을 대신해 처리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었다.

‘진평호와 접촉하는 건 분명한데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현수를 생각하면 지금 당장 관계를 끊을 수는 없어. 하지만 앞으로도 내가 통제할 수 있을까?’

공적인 문제뿐이라면 이혁민 교수와 전적으로 상의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혁민 교수는 사적인 영역을 용인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능력이 안 된다면 신현수가 병원장이 되는 것 자체를 막을 사람이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신현수 스스로 크는 것이지만 신동석은 아버지기에 입장이 달랐다. 불법적인 일만 아니라면 최대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주고 싶었다.

신동석이 금경태 과장을 보았다.

“계속해 보세요.”

“이미 말씀드린 대롭니다. 우선 외과 센터를 개설하고, 내과 센터장 자리에 현수를 확고하게 밀어주는 사람을 앉히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 아닐까 합니다. 더구나 우리 과 내에서도 현수의 입지가 탄탄하지 않은 면이 있어서 신경을 좀 더 쓰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문제라기보단 3년차 중에 김지훈이라고 있는데, 대단히 뛰어나 교수들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저와 몇몇 교수가 현수에게 신경 바짝 쓰고 있지만, 아시다시피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아서요. 말씀드리기 뭐하지만, 과장인 제 말도 쉽게 통하지도 않는 상황입니다.”

역시 이 와중에도 자신의 실속을 찾는 금경태 과장이었다. 그간 신동석이 이혁민 교수와 더 많은 논의를 했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신동석이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찼다.

사실 이혁민 교수와 이미 같은 문제를 상의했다. 무리가 된다면 외과 센터를 뒤로 미루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까지 들었다. 내심 자식에 대한 일이 거론되기를 바랐지만 신현수에 대한 말은 일절 없었다. 최소한 이준영 교수를 비롯해 일반 외과 교수들 중 절반 정도의 생각일 것이다.

‘두 가지 면을 다 만족시킬 방법은 없을까? 후우! 김지훈은 또 뭐야? 잊을 만하면 김지훈이란 이름이 들리다니, 현수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소린가? 좋은 일만은 아니야.’

신동석의 눈가에 초조함이 실렸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혹시 금경태 과장은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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