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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써전-436화 (436/1,329)

제6화 고요하니까 도리어 불안하다 Ⅱ (2)

그날 저녁, 의국이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국내에서 최초로 수술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파트나 년차를 가리지 않았다. 유석재와 홍재순이 엄지를 치켜들었고, 서도진과 박순용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웃음꽃을 피우는 사이, 서서히 흥분이 가라앉았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살듯, 일반 외과 전공의는 수술을 먹고 자라야 한다. 곧 모두의 관심이 수술로 집중되며 진지한 대화가 이어졌다.

수술 과정을 들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홍재순이 이경석을 보았다.

“정말 대단했네. 그런데 이경석 선생, 이번 수술을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 뭔 거 같아? 철저하게 준비하고 수술에 들어가긴 했지만,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거나 마찬가지잖아.”

“워낙 긴장을 한 탓인지 솔직히 지금도 정리가 잘 안 되네요. 수술이 끝날 때쯤 다른 일도 좀 있었고요. 지훈아, 넌 어떻게 생각해?”

김지훈이 콧등을 찡그렸다.

사실 수술 후 누구보다도 흥분한 사람은 김지훈 자신이었다. 티를 내지 않으려 기를 써야 할 정도였다. 그런데 담담하게 보일 정도로 평소와 다를 바가 없는 송재덕 교수, 눈물을 흘릴 정도로 기뻐하는 보호자, 의식이 완전히 돌아오자 몇 번이고 자신의 배를 확인하는 환자를 보는 순간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저도 마찬가지죠. 다만 인공 항문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환자를 보니까 정신이 번쩍 들긴 했어요. 결국 환자에게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냈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흥분하고, 기뻐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그거야 당연하지. 아무리 수술을 잘했다고 해도 환자가 나빠지면 아무 소용이 없는 거잖아. 근데 그게 지금 얘기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

“경석이 형, 만일 다음에 똑같은 환자가 온다면 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송재덕 선생님은 당연히 오늘처럼 수술을 하시겠지만 형이나 나는 어떨까요? 혹시 운이 따른 건 아닐까요?”

손일석이 손가락을 까딱까딱 흔들었다.

“지훈아, 내가 보기에 절대 운은 아니다.”

“그럼 실력이라고? 우리가 정말 그 정도로 실력이 있어? 경석이 형, 정말 그럴까요?”

모두들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아무리 뛰어나도 전공의다. 실력만으로 가능했다면 이미 누군가는 성공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운으로 치부할 수만도 없었다. 설혹 이번 수술은 운이 따랐다고 쳐도, 의사가 운을 믿고 수술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니 말대로 운이 작용했을지도 모르지. 그렇다고 우리 실력이 엉망인 것은 아니잖아?”

“맞아요. 우리도 분명히 능력은 있지만 수술을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잖아요. 결국 집도를 하신 송재덕 선생님에게서 이유를 찾아야 한다는 말이죠. 그리고 수술 중 형이 어떻게 어시스트를 섰는지 생각을 하는 순간, 갑자기 우리가 손을 맞출 수 있었던 이유가 떠올랐어요.”

모든 시선이 일제히 김지훈에게 쏠렸다.

정답이 아니라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었다. 대단하고 거창한 말도 아니었다. 순간 당황한 김지훈이 얼굴을 붉혔다.

“어후! 심각한 건 아니고 그냥 제 생각이에요. 너무 진지하게 듣지 않으셔도 돼요.”

“일단 뭔지 얘기부터 해, 인마. 궁금해 죽겠다.”

이경석의 채근에도 잠시 뜸을 들이던 김지훈이 입술에 침을 축이며 입을 열었다.

“송재덕 선생님은 손이 그렇게 빠르신데도 항상 기본을 지키시잖아요. 그리고 오늘 형이 스테이플을 처음 다루면서도 정확하게 하는 걸 보니까 형도 기본에 정말 충실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에 이혁민 선생님이 수처나 타이가 우리 과 수술의 가장 기본이라고 하신 말씀도 떠올랐고요.”

“기본에 충실했다? 내가 그랬나?”

“당연하죠. 얼마나 큰 요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기본을 자꾸만 잊는 것 같아서 반성 좀 했어요. 요즘 들어 3년차에 수술 좀 했다고 자만했는지도 모르고요.”

손일석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니야. 니 말이 맞는 것 같아. 누구나 타이는 할 수 있지만, 오늘 스테이플에 한 타이를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정말 타이의 귀재가 아니면 불가능하겠지. 그만큼 노력을 했다는 말이고.”

모두들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항상 지켜야 하지만 도리어 등한시하는 기본의 중요성이 새삼 다가온 것이다. 슬슬 분위기가 무거워지자 손일석이 고개를 흔들었다.

‘기분 좋은 날 이러면 안 되지. 지훈아, 총대 메라.’

“어라? 그러고 보니까 이 자식이 타이 잘한다고 지 자랑을 하고 있었네. 홍재순 선생님, 응징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잘난 척하는 걸 그냥 넘어가는 건 강호의 법도가 아닙니다.”

홍재순이 웃으며 한술 더 떴다.

“그래. 나도 같은 생각이다. 자랑하는 놈은 아주 박살을 내야 돼. 그렇다고 3년차 팼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개망신이니까 그냥 커피로 하자. 김지훈, 어떻게 할래? 시원한 커피 쏠래, 아니면 시원하게 맞을래.”

아니, 이게 왜 커피로 귀결이 될까?

어쨌든 다소 무거웠던 분위기가 일순간에 사라졌다. 싫어도 일어나야 했다. 할 일이 많을 텐데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서도진과 박순용마저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입맛을 다시며 의국을 나서던 김지훈이 나직하게 말했다.

“3년차가 커피 사러 가는데, 일이 년차는 뭐하고 계시는 걸까? 홍재순 선생님 볼 날 얼마 안 남았습니다.”

“김지훈, 구월 되려면 아직 멀었어! 인마!”

홍재순의 고함이 공허하게 울렸다.

서도진과 박순용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말년에 가까워지면 힘이 떨어지는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시원한 커피 한 모금을 물고 나른한 휴식에 잠겼던 김지훈이 눈가를 찡그렸다. 이경석과 손일석의 얼굴에 고민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마도 오늘 수술과 송재덕 교수의 말 때문일 것이다.

수술은 모두 함께했다. 거칠다는 의미를 안 것이 특별히 잘났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의사마다 손이 다르기 때문에 먼저 알았을지도 몰랐다.

공연히 미안해진 김지훈이 호들갑을 떨었다.

“형, 기본이고 뭐고 솔직히 오늘 수술 정말 멋지지 않았어요? 송재덕 선생님 손도 그렇고, 형도 대단하던데요. 직장 박리할 때 조금만 실수를 해도 출혈이 엄청 났을 텐데, 형은 아주 쉽게 어시스트를 선 것 같아요. 스테이플도 그렇고.”

“내가?”

“그럼요. 역시 실력이죠? 그 덕에 수술도 잘 끝났고, 환자한테도 얼마나 좋아요. 야! 6센티미터짜리 직장암 수술 이거 학회에 발표하면 정말 난리 나겠죠?”

이경석이 피식 웃었다.

“너한테 배우라는 말까지 들었는데 뭐가 실력이야? 하여튼 수술이 무사히 끝나서 기분은 좋다. 책으로 볼 때는 실감이 안 나더니, 실제로 보니까 1센티미터가 정말 살벌하네. 이게 다 니가 타이를 제대로 한 덕분이다.”

“우리가 같이한 거죠.”

“에이! 구경만 한 나는 뭐야? 지훈아, 다른 거 다 떠나서 타이 어떻게 했는지 다시 말해 봐. 그 상황에서 손가락 감각만으로 타이가 가능해? 그리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부담감 같은 건 안 느꼈어?”

“왜 아니겠냐. 타이 끊어 먹었으면 나 정말 자살했을 거다. 얼마나 떨리던지 숨도 못 쉬었어.”

3년차들의 대화가 길어졌다. 겸손과 관용 속에 강한 승부욕이 교차했다. 저마다 최고가 되고자 하는 욕심을 굳이 감추지도 않았다. 지금까지 정직하고 당당하게 일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서로를 믿고 있었다.

수술 과정을 하나하나 되짚었다. 지독하기만 했던 긴장과 가슴이 터질 것 같은 흥분이 살아났다. 마침내 얼마나 놀라운 결과를 만들었는지에 다다르는 순간 환호성까지 지르고 말았다. 개개인의 고민을 떠나 환자에게 최선의 결과를 얻어 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뻐하고 있었다.

“야! 난 프리라는 말이 오늘처럼 기뻤던 적도 없었다.”

“형, 참관만 한 나도 그런데 형은 오죽했겠어요.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리네. 아! 살 떨려.”

김지훈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 모습이 바로 써전이야. 최고의 써전이 되기 위해서는 실력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야. 서로를 믿고, 이해하고, 함께 갈 수 있어야 해. 이렇게 되면 마취과하고 간호사들도 한 팀이니까 서로 마음이 통해야겠지?’

생각도 못한 수술을 성공한 덕인지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이 이어졌다. 최고의 써전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될 수 있는지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그때 문득 최고의 라이벌인 신현수가 떠올랐다.

“일석아, 현수가 어떻게 지내는지 들은 거 있어? 강기웅 선생님하고 잘 지내는지 모르겠다.”

“내가 누구냐. 손일석이야. 잘 지낸다는 정보 입수한 지 오래지. 타기는커녕 수술하느라 정신이 없단다. 도대체 넌 왜 치를 떨 정도로 고생을 한 거야?”

“정말이야? 강기웅 선생님하고 잘 지낸대?”

“현수한테 직접 확인해 봐야 확실하겠지만, 일단 들리는 말은 그래. 확률 99퍼센트 정도 되는 고급 정보라 의심할 여지는 없지만 말이야. 구미 전체 의국장이라고 고생은 좀 한다고는 하는데, 의국비를 타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김지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통 까칠한 게 아니었는데 정말 의외네.”

“지훈아, 가끔 널 보면 정말 깜깜하고 암담하다는 생각이 들어. 왜 당연한 걸 의외라고 해? 난 강기웅 선생님 얼굴도 모르지만 현수한테 왜 잘해 주겠냐? 까놓고 말해서 아버지가 이사장이 아니었으면 너랑 차이가 있겠어?”

애초에 타고난 것이 다르니 할 말은 없지만 속상한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굳이 그런 사실을 일부러 들춰내며 괴로워할 필요는 없었다. 더구나 신현수도 많이 변했다.

“일석아, 현수만 보자. 그게 속 편하잖아.”

“현수 많이 변한 거야 나도 잘 알지. 하지만 나나 경석이 형은 긴장해야 돼. 후반기에 구미 갈 가능성이 높잖아. 너나 나나 다를 바가 없을 텐데 큰일 났다. 에휴! 이럴 땐 성질이 나긴 해.”

이경석이 손일석의 어깨를 툭툭 쳤다.

“일석아, 현수는 현수의 인생이 있는 거고, 우리는 우리의 인생이 있는 거야. 앞만 보고 가자.”

갑자기 인생 얘기가 펼쳐지려는 순간, 유석재가 의국으로 들어왔다. 잠시 필요한 책을 찾다 말고 손가락을 튕겼다.

“아 참! 중요한 걸 잊고 있었네. 지훈아, 이번 주에 3년차들 다 올라오라고 해.”

“이번 주예요? 선생님들도 아직 안 모이셨잖아요?”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과장님 오더다. 마침 잘됐지, 뭐. 겸사겸사 단합 대회도 하고, 진지하게 얘기할 기회잖아. 그리고 혹시 우리가 전에 교수님들하고 모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조심해. 같은 년차라고 생각이 다 같지는 않겠지?”

손을 흔들며 나가던 유석재가 머리를 톡톡 쳤다.

“요새 왜 이렇게 정신이 없지. 휴가 스케줄 잡아. 우린 구월에 손 놓기 때문에 안 가는 거 알지?”

휴가라는 소리에 김지훈이 다급하게 달력을 보았다. 이미 달력 앞에 서서 빨간 동그라미를 치고 있는 놈이 있었다. 역시 하오문주 손일석다웠다.

“경석이 형, 칠월 셋째 주라고 했죠? 난 칠월 마지막 주. 지훈아, 너는? 난 절대 일정 못 바꾼다.”

“알았어, 인마. 난 팔월 첫째 주. 오케이!”

순식간에 휴가 날짜가 정해졌다. 3년차들이 다시 머리를 맞댔다. 모두 모인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할 것이며, 어떻게 끌어갈지 상의를 했다. 수요일도 다른 날처럼 24시간이긴 마찬가진데 참 바쁜 하루였다.

***

분위기가 극과 극을 달렸다.

목요일 아침 회진에 양승철 교수가 병동으로 와 송재덕 교수를 찾았다. 컨설트를 낸 의사가 할 얘기는 빤했다. 함께 직장암 수술을 한 환자를 보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수술이 국내 최초라고 알고 있는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우리도 분발해야지, 이러다 일반 외과 교수님들에게 우리 내과가 밀릴 것 같습니다.”

“양 교수, 같이 가자. 같이. 환자들 잘 검사하고 진단해서 팍팍 보내 줘. 그럼 우리가 깔끔하게 치료할게. 우리 과하고 내과가 궁합이 착착 맞으면 얼마나 좋아. 좋다. 좋아.”

“원관식 교수가 의뢰한 췌장암 환자도 잘 회복되고 있죠? 굉장히 어려운 수술들을 연이어 성공하셨습니다.”

“에이! 이준영 교수는 말할 것도 없어. 한동안 일이 있어서 그렇지, 간담도에서는 최고야. 최고. 같이 가 볼까?”

결국 박평자 환자까지 찾았다. 마침 회진을 돌고 있어 많은 말들이 오고 갔다. 이준영 교수 뒤에 서서 귀를 기울이던 김지훈이 눈가에 힘을 줬다.

‘야! 너무 즐거워들 하시네. 역시 환자가 제일 중요해. 양승철 선생님 분위기를 보니까 간담도 환자는 모두 스승님께 보낼 것 같네. 원관식 선생님보다 환자도 훨씬 많이 보실 텐데, 이러면 확실하게 역전인가?’

김지훈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금경태 과장의 똥 씹은 얼굴이 이를 말해 주고 있었다.

‘췌장암도 모자라 6센티미터짜리 직장암 환자의 항문을 보존했어? 학회는 난리가 날 테고, 병원에서도 홍보에 열을 올릴 텐데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군. 제길! 진료 부분에서는 구영선이나 임동완까지 분발한다고 해도 어림없겠어. 어떻게 해야 하지?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

오만상을 찌푸리던 금경태 과장이 양승철 교수가 다가오자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어색하면서도 탐탁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양승철 교수가 가볍게 고개만 숙이고는 지나쳤다.

‘외과가 확실하게 반으로 쪼개졌네. 실력이 있는 사람이 과장까지 하면서 도대체 왜 저럴까? 다른 곳에 너무 관심이 많아. 욕심도 많고. 쯧쯧! 내가 지금 다른 과 걱정할 때가 아니네. 원관식이 정신을 차려야 할 텐데.’

이제는 다른 과 교수들도 하나둘 금경태 과장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 의사라는 직분을 잊은 사람과의 교류는 위험할 뿐이었다. 다만, 금경태 과장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방향을 잃고 욕심을 내는 의사가 많다는 것 또한 현실이었다.

그렇게 상반된 분위기 속에서 목요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김지훈은 최고의 하루를 또 보냈다.

목요일 밤 이준영 교수와 간만에 응급 수술을 했다. 그리고 딱 한마디 들었다.

“아직도 거칠어.”

여전히 같은 말을 들었지만 목소리가 달랐다. 이준영 교수 역시 제대로 가고 있다는 말을 한 것이다. 주먹을 불끈 쥐며 부르르 떨던 김지훈이 갑자기 눈가를 찌푸렸다.

‘이거 너무 좋은 일만 벌어지니까 도리어 더 불안해지네. 아침 집담회에서 금경태 과장도 너무 조용했어. 워낙 어려운 수술이라 시비를 걸지도 못하는 걸까? 아니면 스승님 수술이 아니라서?’

정말 이상하게도 금경태 과장은 지금까지 얼굴만 구길 뿐 별다른 말이 없었다. 마치 신경을 끊은 것처럼 조용했다.

두 팔을 들어 환영할 일이었지만 왠지 무슨 꿍꿍이라도 있는 것 같았다. 별게 다 불안했다.

금요일도 다르지 않았다.

병원은 언제나 의사들의 손길이 필요한 환자들로 넘쳐났다. 이젠 모두들 흥분을 가라앉히고 일상에 전념했다. 이경석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할 일이 더 늘었다.

일과를 모두 마친 이경석이 홀로 의국에 앉아 차트를 보고 있었다. 직장암 환자도 살펴야 했지만, 케이스 리포트를 작성해야 해서 당분간은 병원을 떠날 수 없었다.

한참 동안 머리를 긁으며 고민하던 이경석이 누군가의 기척에 고개를 돌리다 말고 흠칫 놀랐다.

“어? 너 웬일이야? 오늘 금요일인데 어떻게 올라왔어?”

구미에 있어야 할 신현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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