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고요하니까 도리어 불안하다 Ⅱ (1)
주어진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조금이라도 매듭이 약하면 스테이플에 직장이 밀착되지 않는다. 반대로 지나치게 강하면 항문 조직이 끌려 올라올 가능성이 높았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감각이 적정하다는 강한 확신이 필요했다.
다시 한 번 매듭과 실에서 전해지는 힘을 확인한 김지훈이 눈빛을 굳혔다.
‘지금이다. 더 이상 조이면 안 돼.’
천천히 손을 뺐다.
긴장을 감추지 못하던 송재덕 교수가 힐끗 시선을 주고는 타이를 확인했다. 무영등 불빛이 스테이플의 끝을 비추는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이놈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지? 일단 육안으로는 확실하게 타이가 됐어. 좋아. 가 보자. 땀을 흘린 만큼 좋은 결과가 있겠지.’
“경석아, 스테이플 연결하자. 준비해.”
예정대로 수술을 진행한다는 말에 김지훈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 마치 온몸에 힘이 다 빠진 것처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동시에 이경석의 긴장이 치솟았다. 두 개로 이루어진 스테이플을 연결하는 일 역시 직장과 스테이플을 연결하는 타이만큼 중요한 과정이었다. 단순히 레버만 당기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정확하게 연결하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경석이 몸체에 달린 레버를 잡았다.
“지훈아, 머리하고 몸체가 일직선이 맞지?”
“예, 맞습니다.”
“경석아, 연결하자. 당겨.”
숨도 쉬기 힘들 만큼 긴장이 치솟았다. 조금이라도 손이 흔들리면 정확히 연결되지 않는다. 사소한 실수 하나에도 환자는 살아 있는 내내 인공 항문을 달고 살아야 한다.
송재덕 교수는 물론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
눈가에 잔뜩 힘을 준 이경석이 서서히 레버를 당겼다.
끼기긱!
다소 이질적인 소리와 함께 머리 부분이 끌려오며 몸체와 맞닿는 느낌이 전해졌다. 조금 더 힘을 주자 물컹한 대장 조직이 꽉 맞물리며 스테이플에 달린 칼날에 잘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이제는 머뭇거릴 때가 아니었다. 빠르고 강하게 레버를 당겨 남은 직장과 대장을 단번에 연결시켜야 한다.
이경석이 과감하게 레버를 끝까지 당겼다. 꽉 쥔 주먹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힘을 주었다.
철컥!
스테이플이 한 치의 틈도 없이 맞물렸다.
행여 빈틈이라도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이경석이 한참 동안 주먹을 풀지 못했다. 눈을 꽉 감은 채 석상처럼 굳었던 이경석의 입이 열렸다.
“선생님, 스테이플 빼겠습니다.”
송재덕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스럽게 스테이플을 빼낸 이경석이 연결 부분을 확인했다.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오직 결과만을 기다렸다.
도넛처럼 생긴 두 개의 조직이 하얀 천 위에 펼쳐졌다. 대장 조직의 점막이 온전하게 보였다. 남은 직장에서 분리된 조직에서도 점막이 모두 관찰됐다. 찢어지거나 손상된 부분은 보이지 않았다.
“일석아, 괜찮지? 확실하게 연결됐지?”
손일석이 입도 열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이경석의 목소리가 은근히 높아졌다.
“선생님, 육안으로는 정확하게 연결됐습니다. 바로 조직 검사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대답이 들리기도 전에 부리나케 병리실로 달린 이경석이 초조한 표정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모든 암 수술에서 행해지는 최종 확인 과정은 언제나 가슴을 떨리게 했다.
제거한 조직들에 암이 없다는 말이 들려야만 수술을 확실하게 한 것이다. 더구나 이번에는 항문 조직이 없는지도 확인해야만 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드디어 조직 검사 결과가 나왔다.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던 이경석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숨을 헐떡이며 수술실에 도착해 힘차게 외쳤다.
“선생님, 프리입니다. 항문 조직도 없답니다.”
암 세포가 관찰되지 않는다는 의미인 프리(Free)라는 말이 더없이 크게 들렸다. 항문 조직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에는 숨도 쉬기 힘들었다. 항문에서 불과 6센티미터 떨어진 직장암을 제거하고 성공적으로 스테이플을 연결한 것이다.
모두들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직장암을 제거한 송재덕 교수.
완벽하게 타이를 해낸 김지훈.
정확하게 스테이플을 연결한 이경석.
모든 과정을 함께한 고경아까지.
그저 가슴이 벅찰 뿐이었다. 어쩌면 국내 최초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떠올리지도 못했다. 보람, 기쁨, 희열이란 감정들이 휘몰아쳤다.
불과 1센티미터가 이렇게 큰 차이였단 말인가?
‘허허! 다들 정말 잘했다. 수고했다.’
입술을 모은 채 수술 팀을 바라보던 송재덕 교수가 표정을 싹 바꿨다. 아직 수술이 끝나지 않았다. 지나친 감정적 동요는 금물이었다.
“수술하자.”
그제야 모두들 정신을 차렸다. 마치 예상했다는 것처럼 태연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경석아, 우리 셋이 수술했잖아. 그럼 당연한 일인데 뭘 그렇게 호들갑을 떨어. 경석아, 배 닫아라. 지훈이는 퍼스트 서자. 천천히 해. 천천히. 1년차 너는 가서 오더 내. 이 수술 한 번도 못 봤지? 제대로 써라. 제대로. 6센티미터다. 6센티미터. 허허! 6센티미터야.”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킨 김지훈이 어깨를 흠칫거렸다.
3년차 둘이 배를 닫으라니 의아한 일이었다.
어쨌든 하라면 해야 하는 게 전공의였다.
이경석이 꾸벅 고개를 숙이고는 다시 수술복을 입고 집도의 자리에 섰다. 지금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린 터라, 송재덕 교수는 배만 닫으면 수술이 끝날 수 있도록 모든 과정을 진행시킨 상태였다.
‘거칠다는 의미를 안 것 같다고 했지? 다들 흥분 가라앉히고 이참에 지훈이 손 좀 보자. 같은 년차라도 배울 게 있으면 배워야지.’
“경석아, 뭐하니? 수술 중에는 흥분하면 안 돼. 배 닫자. 천천히 해. 천천히. 나쁜 놈아. 나가지 말고 같이 보자. 잘 닫나, 못 닫나 보자.”
손일석까지 남으라니 더욱 의아한 일이었지만 서두를 일이었다. 송재덕 교수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모를 리 없는 이경석이 재빨리 눈짓을 했다.
‘지훈아, 천천히 하라고 하셨으니까 빨리 진행하자. 스타일 알지?’
김지훈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엇박자가 났다. 이경석과는 한 번도 손을 맞춘 적이 없었다. 더구나 거칠다는 말 때문에 배를 열고 닫는 과정조차 신중해진 김지훈이었다.
‘지훈아, 너 갑자기 왜 이래? 그 빠른 손 다 어디 갔어? 너무 늦어, 인마. 선생님 화내셔.’
대놓고 이런 방식이 맞는다고 말을 할 수도 없어 난감한 일이었지만, 내심 송재덕 교수의 반응을 보고 싶었다. 제대로 하는 것이라면 별말이 없겠지만 반대라면 틀림없이 지적을 할 것이라 믿었다.
턱! 턱!
마치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는 것처럼 손이 부딪쳤다. 송재덕 교수의 제자를 자처하는 이경석답게 무척 손이 빨라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수없이 해 온 과정이니 머뭇거릴 이유가 없는데 김지훈의 손은 여전히 느리기만 했다. 결국 피부 봉합만을 앞둔 상태에서 이경석이 눈가를 찌푸리고 말았다.
‘아후! 김지훈, 오늘따라 너 왜 이래? 같이 죽자는 거야?’
그때 송재덕 교수가 스윽 머리를 내밀었다.
“잘한다. 잘해. 그럼. 그렇게 해야지. 일단 그게 손에 익어야 하는 거야. 천천히 하자. 천천히.”
김지훈과 이경석이 동시에 송재덕 교수의 얼굴을 보았다. 손일석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돌려 말하기의 명수답게 손이 느리다고 한마디를 던진 것인지, 아니면 다른 뜻이 있는지는 표정 속에 숨어 있을 것이다.
이경석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3년차 둘이 배를 닫으면서도 시간을 질질 끌고 있는데 송재덕 교수가 웃고 있었다. 마스크에 가려진 두 눈은 분명히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때론 천천히 하는 걸 배워야 할 때가 있어. 무작정 빠른 것보다 차근차근 배운 후에 빨라지면 그게 정말 빠른 거야. 잘 봐라. 생각보다 빠르다. 빨라. 지훈아, 우리 경석이랑 대장 하자, 대장. 서로 믿는 사람끼리 하면 얼마나 좋아. 오늘 6센티미터짜리도 성공했잖아. 이거 아무나 못한다. 못해. 근데 너 오프 잘 갔다 왔어? 뭐 좋은 일 없었니?”
난데없이 이건 또 무슨 말일까?
이준영 교수에 이어 송재덕 교수까지 왜 자신의 오프에 이렇게 관심을 보이는지 모를 일이었다. 설마 고경아의 집에 인사를 드렸다는 것을 알고 묻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고경아도 은근히 의아해하는 얼굴이었다.
“고 간호사, 오늘따라 눈이 더 반짝이네. 좋은 일 있었구나. 주말에 오프 갔다 왔지? 그렇구나. 오프 갔었구나. 오프.”
“교수님, 제가 오프였는지 어떻게 아세요?”
“그냥 감이지, 감. 내가 촉이 예리해요. 눈만 딱 봐도 알아. 고 간호사, 기분 좋구나. 좋아. 나도 좋다. 아이고! 힘들다. 피부 잘 닫아라. 아 참! 경석아, 케이스 리포트 쓰자.”
송재덕 교수가 허허 웃으며 수술실을 나갔다.
3년차 3명의 시선이 부딪쳤다. 그동안 수술 중에 들었던 말보다 훨씬 많은 말을 들었다. 그렇다고 수술을 성공했다는 흥분이나 기쁨도 아니었다. 분명 무엇인가 가르치고자 한 것이다.
국내에서 최초로 수술을 성공했을지도 모른다는 희열도 잠시였다. 그보다는 오늘따라 유난히 좌충우돌하는 송재덕 교수의 말이 마음에 더 걸리는지 이경석이 의아한 눈초리로 김지훈을 보았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눈가에 주름이 잡힐 정도로 웃고 있었다. 김지훈이 가장 어려운 과정을 성공시켰다는 사실에 고경아도 좋아 죽었지만, 그 모습까지 눈에 보일 리는 없었다.
“지훈아, 오프고 수술이고 다 떠나서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야? 지금 니 손이 느리다는 거야, 빠르다는 거야?”
역시 이경석이었다. 손일석도 무척이나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귀를 활짝 열고 있었다.
“형, 제가 서울에 올라오자마자 이준영 선생님한테 손이 거칠다는 지적을 받았어요. 그게 무슨 의민지 고민한 끝에 나름대로 답을 찾아봤는데, 송재덕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까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일은 나눠야 배가 되는 법이다.
김지훈이 차근차근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경석이 눈만 껌벅거렸다. 뭔가 맞는 듯하면서도 뜬구름 잡는 것 같은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도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었다.
혹시나 몰라 피부 봉합을 김지훈에게 넘겼다. 방금 전까지와는 달리 다시 손이 빨라졌지만 예전만큼 빠른 손은 아니었다. 분명히 그렇게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차이점을 확연하게 알 수는 없었다.
‘도대체 뭘 봐야 하는 거지?’
‘후우! 이제 스승님에게 확인만 받으면 되는 건가?’
‘야! 눈으로 보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손의 감각만으로 그런 타이를 해냈단 말이지. 송재덕 선생님이 우리에게 배우라고 할 정도로 앞서 있고 말이야. 갈수록 태산이네. 이건 친구를 떠나서 내 자존심이 걸린 문제야. 반드시 따라잡는다.’
3년차 3명이 각기 다른 생각을 하며, 각기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김진호 교수도 마찬가지였다. 보는 사람의 가슴이 떨릴 정도로 힘들고 어려운 수술을 해낸 모습에 그저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고경아는 말할 것도 없었다. 김지훈이 타이를 할 때는 너무 초조하고 불안해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수술이 성공했다는 사실은 한마디로 감동이었다.
‘지훈 씨, 정말 자랑스러워요.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 정도예요. 아빠에게 오늘 수술을 말씀드리면 정말 기뻐하시겠죠?’
생각조차 제대로 이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반면 수술 중이라는 사실을 잊은 전공의는 없었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피부 봉합이 모두 끝났다. 함께 환자가 깨기를 기다리던 손일석이 갑자기 긴 숨을 내쉬었다.
“야! 생각해 보니까 이건 완전히 사건이네. 케이스 리포트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잖아? 학회에 보고해야 하는 거 아냐? 이거 발표되면 난리 나겠다.”
잠시 사라졌던 흥분이 다시 찾아왔다.
이경석이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그렇지. 국내 최초일지도 몰라. 빨리 써야겠는데. 우리보다 늦게 성공했어도 발표를 빨리하면 최초라는 말이 넘어가는 거 아냐.”
“맞아요, 형. 빨리 쓰세요. 근데 거기에 수술 팀 이름도 들어가나? 만일 들어가면 내 이름도 올려 줘요.”
“걱정 마, 인마. 참관 하오문주 손일석. 딱 이렇게 올려 줄게. 지훈아, 어때?”
김지훈이 말없이 웃기만 하자 손일석이 난리를 쳤다. 하지만 이내 이경석의 말에 입을 쏙 다물었다.
“지훈아, 타이 할 때 어떤 감각이었는지 얘기 좀 해 봐.”
“맞아. 그게 제일 중요한 과정이었잖아? 김지훈, 빨리 형한테 네가 습득한 모든 것을 실토해.”
환자를 깨우는 중이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한마디 하고도 남았을 김진호 교수가 웃기만 했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기도 했지만, 오늘만은 지금 이 순간을 즐길 권리가 있는 수술 팀이었다.
“전공의 선생님들, 환자 다 깼습니다. 못한 얘기는 회복실에서 하세요. 갑시다. 고 간호사, 성 간호사, 우리 마취과 간호사, 모두 수고했어요.”
마취에서 무사히 회복된 환자가 회복실로 옮겨졌다.
김진호 교수가 발소리를 죽인 채 교수 휴게실로 달려갔다. 일반 외과 전공의에게는 자부심이었지만 김진호 교수에겐 놀라움 그 자체였다. 마치 자신이 수술을 한 것처럼 실감나게 설명을 했다.
“송재덕 선생님도 대단하지만, 김지훈 그놈은 정말 보통이 아니에요. 손만 넣고 타이를 하는데 보는 내가 떨려서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고요. 하여튼 일반 외과는 복이 터졌어요. 이번 3년차들은 하나같이 탐이 나네.”
이번 수술이 서울 병원 최초인지라 관심을 두고 있던 의사들도 많았다. 그 덕에 항문에서 6센티미터 떨어진 직장암 환자의 항문을 보존했다는 사실이 급속히 퍼져 나갔다.
금경태 과장도 당연히 그중 한 명이었다.
교수실에 틀어박혀 얼굴도 내밀지 않았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오후 회진을 올라갔을 때는 가운을 벗어 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보기 싫은 의사들의 입이 귀에 걸려 있었다.
“선생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일석이도 이런 수술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참관으로 만족해야겠죠?”
“이렇게 되면 학회에 빨리 발표를 하셔야죠. 이준영 선생님이 수술하신 췌장암까지 하면 우리 병원 일반 외과 레벨이 껑충 뛰어오르겠습니다. 제 기분이 다 좋아집니다.”
“허허! 별거 아냐. 6센티미터나 7센티미터나 그게 그거지, 뭐. 사실 내가 한 일도 없어. 지훈이가 타이 잘해 주고, 경석이가 호치키스 확실하게 연결한 덕이야. 지훈아, 이참에 아예 대장 하는 걸로 결정하자. 우리 셋이 손을 맞추면 5센티미터도 하겠다. 그치? 내 말이 맞지?”
김지훈이 입을 꼭 다문 채 딴청을 피우며 도리어 이준영 교수를 보았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이게 다 스승님께서 절 가르쳐 주신 덕분입니다.’
‘수고했다. 정말 잘했다.’
무뚝뚝한 얼굴로 한마디도 하지 않던 이준영 교수가 씨익 웃고 말았다. 정말 제자 하나는 잘 두었다는 표정이었다.
송재덕 교수가 고개를 흔들며 콧소리를 냈다.
“에이! 죽 쒀서 개 준다더니, 이게 뭐니.”
“감사합니다, 선생님.”
이제야 이준영 교수의 입이 열렸다. 개라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정말 고맙다는 것 같았다.
“나쁜 놈들. 에이! 왜 점점 나쁜 놈들이 늘어가지? 이 교수, 신 교수, 도대체 왜 그런 거야? 내가 뭐 잘못했나? 응? 나 정말 열심히 하는데 세상이 날 외면하는 거니?”
오늘 수술이 가져올 명예나 개인적인 명성은 더 이상 거론되지 않았다. 그 모습이 금경태 과장의 화를 더욱 북돋았다. 가식처럼 보일 뿐이었다.
슬쩍 눈길을 준 김지훈이 입맛만 다셨다.
의사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기쁨과 보람을 모르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