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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써전-434화 (434/1,329)

제5화 고요하니까 도리어 불안하다 Ⅰ (2)

비록 세컨을 서야 하긴 했지만 반드시 검토해야 할 수술 과정을 이경석 덕분에 즐겁고도 알차게 준비했다. 그렇다고 해도 경험이라고는 단 한 번뿐이었다.

꽤 밤이 늦어서야 시간이 난 김지훈이 홀로 의국에 앉아 수술 환자의 복부 CT를 확인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직장과 항문의 경계부터 정확히 일곱 컷 위에서 암이 관찰됐다. 암 덩어리가 스테이플을 이용할 수 있는 한계선인 7센티미터에 딱 걸려 있다는 의미였다.

‘단 1센티미터만 더 위에 있었어도 수술이 한결 쉬울 텐데 아쉽네. 하긴 1센티미터만 더 아래에서 발생했어도 인공 항문을 만들 수밖에 없는데 이것도 그나마 다행이겠지. 어쨌든 주변부 침범이 제법 있어서 출혈이 만만치 않을 거야. 정신 바짝 차려야 해.’

한동안 고민스러운 표정을 짓던 김지훈이 입을 삐죽거렸다. 신경 써야 할 일이 하나 더 있었다. 한시라도 빨리 거칠다는 말의 의미를 확인하고 싶었다. 마침 오늘은 이준영 교수가 야간 당직인 화요일이다.

‘이제 올 때가 됐다. 이왕 올 거면 오늘 와라.’

김지훈이 주먹을 불끈 쥐며 스스로에게 강한 확신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한낱 바람일 뿐이었다. 화요일 당직 역시 고요하고 편하게 지나갔다.

푹 자고 일어난 김지훈이 입맛만 쩝쩝 다셨다. 꼭 화장실 갔다가 밑 안 닦고 그냥 나온 기분이었다.

‘아! 몸은 편한데 영 찝찝하네. 왜 이렇게 어색하지? 그 많던 응급 수술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아침 일과도 무난하게 끝났다. 외과 센터에 대한 말이 오간 탓인지 금경태 과장에게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그 외에는 특별할 일이 없었다.

회진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수술 방으로 향하던 김지훈이 눈빛을 굳혔다.

‘언제 또 볼지 모르니까 정말 눈에 콱 박아야 해. 간담도 파트를 한다고 해서 대장 수술을 아예 안 해도 된다는 소리는 아니잖아.’

잠시 후, 직장암 환자가 수술 방 앞에 도착했다. 이경석과 함께 환자를 수술실로 옮기던 김지훈이 눈을 반짝였다. 고경아가 이제는 초짜 티를 조금은 벗은 성미경 간호사와 함께 부지런히 수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김지훈에게 살짝 눈길만 주고는 이내 고개를 돌렸지만 서운하기보다는 기뻤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만큼 멋있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즐거운 미소를 머금던 김지훈이 서둘러 표정을 감췄다. 모두들 긴장하고 있는 기색이 역력했다. 퍼스트를 서야 하는 이경석은 말할 것도 없었고, 마취과 김진호 교수까지 입을 꾹 다문 채 환자 상태만 살폈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의료진으로 구성된 수술 팀이라고 해도 처음 하는 수술 앞에서는 상당한 중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조차 힘들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천안에서는 백무용 교수가 참가했지만 지금은 전공의뿐이기에 더욱 긴장하는지도 몰랐다.

곧 송재덕 과장이 수술실로 들어왔다. 스윽 주변을 둘러보더니 갑자기 환자의 손을 잡았다.

“환자분, 긴장하지 마세요. 왜 이렇게 긴장을 하실까. 긴장하면 잘될 수술도 안 되는 법입니다. 경석아, 고 간호사, 내 말이 맞지? 그치? 긴장하면 안 좋다. 안 좋아. 평소처럼 마음 편히 먹으면 수술 잘 끝나 있을 겁니다.”

묘한 말마따나 환자에게만 필요한 말이 아니었다. 수술 팀에게도 긴장하지 말라고 에둘러 한 말일 것이다.

그러나 말 몇 마디로 쉽게 풀릴 긴장이 아니었다.

‘거참! 긴장은 수술할 때나 필요한데 벌써부터 왜들 이래? 그나마 지훈이 저놈 얼굴이 좀 낫네.’

예정된 시각에 마취가 시작됐다. 그런데 평소라면 벌써 손을 씻고 와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을 송재덕 교수가 김진호 교수에게 양해를 구하며 김지훈을 보았다.

“김 교수, 조금만 있다가 시작하자. 지훈아, 잘되겠니? 나랑 경석이랑 잘할 수 있을까? 어때? 힘들겠지? 힘들다. 힘들어. 이렇게 긴장하면 정말 힘들다.”

송재덕 교수의 의도가 바로 느껴졌다. 가뜩이나 고도의 집중력과 긴장이 요구되는 수술이었다. 수술 전부터 너무 과도한 부담에 휩싸이면 필히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었다. 수술 중에는 몰라도 지금은 평소와 같은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말일 것이다.

“선생님께서 하시는데 힘들 리가 있겠습니까? 그런 일은 생각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그렇구나. 지훈이가 날 확실하게 믿는구나. 좋다. 좋아. 준영이도 이런 수술은 못하지. 근데 경석이는 왜 저러니? 고 간호사, 내가 무서워? 나 좋은 사람이야. 알지? 얼굴 펴. 우리 긴장해야 할 때 그때 긴장하자. 암! 그래야지. 봐. 얼굴 펴니까 얼마나 예뻐. 정말 예쁘다, 예뻐.”

수술 팀의 긴장이 조금은 누그러지는 것 같았다.

송재덕 교수가 이제야 허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시간을 주려는 듯 여유 있게 천천히 수술에 필요한 기구와 스테이플을 점검했다.

준비는 완벽했다. 이제 수술의 성패는 수술 팀의 손에 달렸다.

송재덕 교수의 눈가에서 서서히 미소가 사라졌다.

“마취과, 수술 시작합니다. 이경석, 수술하자.”

수술하자!

이 말은 곧 지금부터가 긴장과 집중을 해야 하는 때라는 말이었다. 조금은 누그러졌던 긴장감이 치솟기 시작했다. 무영등 불빛을 받은 메스가 번쩍였다.

드디어 서울 병원 최초로 스테이플을 이용한 직장암 환자의 항문 보존 수술이 시작됐다.

띠! 띠! 띠! 띠! 띠!

규칙적인 심장박동 소리.

슈우욱! 슈우욱!

나직한 인공호흡기 소리.

“보비(전기 소작기)! 타이! 켈리!”

손을 번개처럼 움직이면서도 침착하기만 한 송재덕 교수의 목소리를 따라 순식간에 배가 열렸다. 원격 전이를 확인하고, 곧 암 덩어리를 포함한 직장을 잘라 내기 시작했다.

세컨 자리에 서서 리트랙터(수술용 끌개)를 끌며 수술 과정을 지켜보던 김지훈이 눈가를 좁혔다. 지금까지 눈에 보이지 않았던 사실들이 하나둘 보이고 있었다.

송재덕 교수의 손은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반면 이경석의 손은 매끄러운 것 같으면서도 무엇인가를 자꾸 빠트리는 것처럼 보였다.

‘역시 건강한 부위는 깔끔하게 정리를 하시네. 수술하시는 속도가 그대로인 걸 보면 완전히 손에 익으셨다는 말이겠지? 경석이 형의 손을 자연스럽게 유도하시는 것처럼 보이는데 역시 중요한 과정이 분명해.’

수술 중에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송재덕 교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김지훈의 눈이 반짝였다. 전공의들이 알아야 할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는 스타일이기에 집중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경석아, 여기 타이 한 번 더 하자. 이 부분을 거칠게 처리하면 나중에 장이 달라붙어서 장 폐쇄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이 정도면 깨끗하게 처리된 거 아닙니까?”

“타이 한 번 더 하는 거 5초도 안 걸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 역시 이경석과 똑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더구나 거칠다는 말까지 했다. 눈과 귀를 더욱 활짝 열고 수술 과정과 송재덕 교수의 손에 집중했다.

간간이 오가는 말들을 머릿속에 단단히 박았다. 거칠다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짚었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졌다.

‘맞아. 장간막 역시 결국에는 암이 퍼지지 않은 부분만 남으니까 신경을 많이 써야 해. 수술 정말 잘 들어왔네.’

약간은 들뜬 김지훈의 기분처럼 수술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어느 틈엔가 손일석이 들어와 참관을 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만큼 집중하고 있기도 했지만, 수술 중에는 절대 한눈을 팔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암이 발생한 부위에서 충분한 여유를 두고 상부의 대장을 잘랐다. 절단면에 스테이플의 머리 부분을 넣고 단단히 타이를 했다. 이경석의 손이 무척이나 신중했다.

“경석아, 호치키스 몸체에도 이런 식으로 타이 하면 돼. 손에 전해지는 느낌을 기억해. 그게 가장 중요하다.”

오늘따라 송재덕 교수가 많은 말을 했다. 이경석을 가르치는 것만은 아니었다. 가끔은 슬쩍 김지훈을 보면서 신경을 쓰고 있었다.

이제 중요하고 위험한 과정만이 남았다.

골반 내에 묻혀 있는 직장을 암이 발생한 부위의 하부까지 박리해야 한다. 시야가 극히 나빠지는 데다 자칫 심각한 출혈까지 야기될 수 있었다.

송재덕 교수가 전기 소작기와 수술용 가위를 조심스럽고도 신중하게 사용했다. 조금씩 직장 주변을 파 내려갈 때마다 어려움은 가중됐다. 타이를 하는 이경석의 긴장이 확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김지훈 역시 피를 닦느라 정신이 없었다.

암 발생 부위에 도달했다. 암 세포가 주변 조직을 침범해 박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송재덕 교수의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로 애를 먹었다. 수십 장의 거즈가 피로 물들었고, 수없이 타이를 반복했다.

노련한 송재덕 교수가 마침내 암이 발생한 직장의 하부까지 모두 골반 조직에서 분리해 냈다. 모두들 자신도 모르게 길게 숨을 내뱉고 말았다.

그런데 송재덕 교수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눈가에 잔뜩 주름을 만들고 있었다.

이제야 허리를 편 송재덕 교수가 김지훈을 보았다.

“지훈아, 저게 7센티미터가 맞니? 저번 수술과 위치가 다른 것 같지 않아? 일석아, CT 확인해 봐.”

재빨리 복부 CT를 확인한 손일석이 7센티미터가 맞는다고 했다. 김지훈 역시 어젯밤에 확인한 사항이었다.

하지만 송재덕 교수 말대로 전과는 느낌이 달랐다. 암 덩어리가 더 아래쪽에 발생했는지 항문과의 경계 부분이 노출되기 직전인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불행하게도 방사선 검사와 실제 소견의 차이였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잔뜩 눈가를 찌푸리던 김지훈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선생님, 일단 항문으로 스테이플 몸체를 넣어서 정확한 위치를 판단한 후, 스테이플 사용이 가능한지 결정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고개를 끄덕이던 송재덕 교수가 순간 머뭇거렸다.

스테이플을 조작하는 것이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어려운 과정은 남은 직장을 스테이플에 단단히 묶는 것이었다. 항문 보존이 가능할지 몰라도 일단 누가 타이를 해야 할지는 결정해야 했다.

집도의는 누구보다도 빠르고 냉철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경석은 충분히 신뢰하고도 남았지만 김지훈이 앞서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 환자를 위해서라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때였다.

송재덕 교수가 눈가에 힘을 주며 말했다.

“경석아, 내려가서 스테이플 잡아. 확인해 보자.”

이경석이 가볍게 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빠져나와 고경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스테이플.”

이경석이 조심스럽게 항문으로 스테이플 몸체를 밀어 넣었다. 골반 내는 항문에 가까워질수록 엄청나게 좁아진다. 몸을 비틀며 손가락을 간신히 넣은 송재덕 교수가 스테이플의 끝을 만지며 직장에 여유가 있는지 확인했다.

눈가가 어두워졌다.

“제길! 6센티미터네. 지훈아, 이거 연결이 되겠니?”

그 순간 모두들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단지 1센티미터에 불과했지만 물리적인 차이는 실로 대단했다. 손가락을 넣기도 힘들 정도로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타이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암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항문 쪽으로도 적정한 길이를 추가로 제거해야 한다.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한다. 직장과 직장을 연결해야지, 직장과 항문을 연결하면 절대 붙지 않는다. 따라서 반드시 직장을, 그것도 스테이플에 묶을 수 있는 정도는 남겨야 한다. 하기에 단 1센티미터에 불과한 위치 차이가 수술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다.

침묵이 흘렀다.

이대로 항문을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항문을 보존하기 위해 억지로 직장을 길게 남겼다가 암이 남아 있으면 결국 항문까지 모조리 제거해야 한다.

시간만 잡아먹을 뿐이었다. 게다가 재발의 위험성도 급격하게 증가한다.

김지훈이 거의 눈을 감은 채 고민에 잠겼다.

‘원칙을 따라서 직장 하부를 자르면 3센티미터도 안 남고, 스테이플에 묶기 위해서는 최소한 2센티미터 이상이 필요하다. 결국 1센티미터도 여유가 없다는 말인데, 손가락도 넣기 힘든 상황에서 안전하게 타이를 할 수 있을까?’

노련하고 선구적인 의사들이 7센티미터를 마지노선으로 정한 이유는 수없이 많았다. 만일 무리하게 타이를 하다가 점막이 눈에 보이지 않게 찢어지거나, 혹은 직장이 항문 조직과 연결이 된다면 수술 후에 100퍼센트 샌다. 골반 내 감염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식은땀이 날 일이었다. 하지만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너무도 강했다.

송재덕 교수 역시 아직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 같은 생각이기 때문이었다.

입술을 꽉 물고 있던 김지훈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입을 열었다.

“선생님, 항문 살려야 합니다.”

“문제가 너무 많아.”

“남은 직장에 암 세포가 있다면 어쩔 수 없이 항문까지 모두 제거해야겠지만 지금은 시도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타이는? 타이 하다가 주변 조직까지 찢어지면 출혈 감당 못한다. 지금도 간신히 잡았어. 위험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나같이 환자를 위협할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났다. 아무리 환자를 위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위험한 시도였다.

반면 암을 모두 제거하고 점막을 손상 없이 정확하게 연결할 수만 있다면 이보다 좋은 결과는 없었다.

환자에게나 의사에게나 극과 극의 결과이자 선택이었다.

‘지훈이, 저놈 손이라면 안전하고 정확하게 타이를 할지도 몰라. 누구보다도 타이를 잘하는 놈이잖아. 그럼 출혈은? 김진호 교수와 일석이까지 있는데 지금부터 고민할 일도 아니다.’

송재덕 교수가 나직한 신음 소리를 냈다.

어쨌든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래. 조금이라도 불안하면 재빨리 항문을 제거하면 되지. 일단 시도하자. 김지훈, 타이 할 수 있겠지?”

“예. 할 수 있습니다.”

김지훈의 눈에 강한 의지가 실렸다.

직장 하부 절단이 시작됐다.

항문에서 6센티미터 떨어진 부위에서 발생한 암이다. 논문에서조차 언급되지 않은 수술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경석이 단단히 스테이플을 잡아 기준점을 만들었다. 가장 긴 니들 홀더(봉합용 수술 기구)를 사용했지만 수처조차 쉽지 않았다. 간신히 수술 시야를 확보해 한 바늘 한 바늘씩 점막을 포함한 직장 전체를 떴다.

마취과 간호사가 연거푸 송재덕 교수와 김지훈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 주어야 했다.

째깍! 째깍!

시간은 쉼 없이 흘러만 갔다.

그렇게 손이 빠른 송재덕 교수였지만 무려 한 시간 반이 넘게 걸려서야 직장을 제거할 수 있었다.

이제 타이만이 남았다.

김지훈이 스테이플을 감싸고 있는 직장을 확인했다.

정말 손이 들어갈 공간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수처를 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자신 있게 말했지만 막상 타이 할 부위를 보자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통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을 지경이었다.

“타이.”

송재덕 교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결코 물러나거나 회피할 수 없는 시간이 다가왔다.

침착하게 수술 부위를 확인한 김지훈이 조심스럽게 골반 속으로 두 손을 넣었다. 가장 굵다지만 결국은 장을 꿰매는 실이다. 손가락에 걸쳐진 가느다란 실의 감촉을 느끼며 침착하게 타이를 시도했다.

그래도 뭔가가 보였던 첫 번째 수술과는 달리 눈으로는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 오직 손의 감각만을 믿어야 했다.

‘절대 당기지 말고 미는 것처럼 해야 한다. 그래야 점막 손상을 막을 수 있어. 여기까지 왔는데 나 때문에 실패할 수는 없어.’

딱딱한 스테이플의 경계가 느껴졌다. 중간에 삐죽이 솟아 있는 막대까지 더 조여야 한다.

절대 서둘러서는 안 된다.

손에 걸린 실, 연약한 직장과 너덜거리는 주변 조직, 그리고 스테이플의 딱딱한 감촉까지 단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된다.

손가락 끝에서 서서히 실의 매듭이 만들어졌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빡빡하면서도 아주 익숙한 느낌이 전해졌다.

이제 조금만 더 매듭을 강하게 조이면 끝이다.

마지막 힘을 가한 김지훈의 이마에서 땀이 주르륵 흘렀다.

여기서 손을 빼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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