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써전-432화 (432/1,329)

제4화 허락만 해 주신다면 뭘 못하겠습니까? (2)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따가운 햇살에 눈을 뜬 김지훈이 멍한 표정으로 천장을 보았다. 등에서 느껴지는 포근하고 푹신푹신한 느낌이 아주 낯설었다.

마치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뭐, 이런 느낌이었다.

드르렁! 드르렁!

침대 밑에서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정신없이 자고 있는 고경철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서 빨간 불이 번쩍번쩍 빛났다.

‘헉! 내가 언제 여기 들어왔지? 아우! 머리야!’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려 했지만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고경아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까지만 생각났다. 체육복 차림인 것으로 보아 완전히 떡이 됐던 건 아닌 모양이었다.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가족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경순의 팔팔한 목소리가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

‘분명 나보다 더 마신 것 같은데 쌩쌩하네.’

기척을 느낀 고경아가 재빨리 다가왔다.

“지훈 씨, 괜찮아요? 피곤할 텐데 더 자요.”

“아니에요. 어머님, 아버님께 인사드려야 하는데.”

“먼저 씻으세요. 그 꼴로 무슨 인사예요.”

깨끗한 수건과 새 칫솔을 건네받은 김지훈이 미소를 지었다. 핀잔을 들어도 좋았다. 사소할 수도 있고, 당연한 일일 수도 있는데 기분이 묘했다.

깨끗이 씻고 나와 인사부터 했다.

“아버님, 어머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응. 우리야 잘 잤지. 잠자리가 어땠는지 모르겠네. 자네 몸은 괜찮아? 경순이가 어제 너무 먹여서 속이 안 좋지? 콩나물국 끓였으니까 잠깐만 기다려. 경희야, 경철이 좀 깨워. 제일 어린 놈이 제일 늦게 일어나요. 방학이라고 책은 쳐다보지도 않고 만날 늦잠이네.”

엄마의 걱정과 잔소리.

티격태격하는 남매들의 목소리.

힐끗 눈길 한 번 주고는 TV만 보는 아버지.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침이다. 그런데 그 속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했다.

고춧가루를 팍팍 친 콩나물국을 먹을 땐 이상하게도 얼큰해지는 속만큼 가슴도 뜨거워졌다.

아침 식사가 끝나고 모두 거실에 둘러앉았다. 고경아가 옆에 바짝 붙어 있었지만 왠지 어색하면서도 허전했다.

그렇다. 아직 정식으로 허락을 받지 못했다.

김지훈이 슬쩍 고성문을 보며 눈가를 좁혔다. 시간이 지나자 다시 슬슬 치밀어 오르는 술기운을 냉수 한 잔으로 달랜 후 전의를 다졌다.

고성문을 뺀 모든 가족이 김지훈을 식구로 대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어영부영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결국에는 최종 결정권자인 장인의 허락을 확실하게 받아야 마음이 편할 것이다.

슬며시 방으로 들어갔던 김지훈이 말쑥하게 차려입고 나오자 모두들 분위기를 직감했는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김지훈이 고경아와 함께 고성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저… 어머님, 아버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응? 김 서방, 뭔데? 얘기해.”

김지훈이 눈가에 힘을 주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어머님, 아버님, 경아 씨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결혼하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김지훈의 진지한 말에 은근한 긴장이 솟구쳤다. 하지만 답은 이미 나왔다. 단 한 사람이 허락하기만 하면 말이다.

식구들의 눈길이 일제히 고성문에게 향했다. 고성문이 턱을 문지르며 눈가를 좁혔다.

‘당장 허락을 해도 문제는 없겠지만, 경아 인생이 달린 일인데 하루 만에 허락할 수는 없지. 마침 어떤 놈인지 보다 확실하게 알 기회도 있고 말이야. 근데 이놈이 항상 나보다 마누라를 먼저 부르네. 에이! 나쁜 놈.’

“결혼하고 싶다고? 좋지. 근데 자네 꿈이 뭔가?”

“전공의 마치고 나면 학교에 남고 싶습니다.”

“군대는 갔다 왔다고 했으니까 시간은 절약하겠네. 근데 말이야. 결혼은 현실이야. 사랑만으로는 한평생 같이 못 살아. 혹시 자네 집 있나?”

김지훈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없습니다.”

“그럼 모아 놓은 돈은 있나?”

집과 돈이 사위를 보는 기준 중의 하나일 수는 있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더구나 허락을 구하기 위해 온 자리에서 할 말도 아니었다.

최문옥이 흠칫 놀라며 입을 열려고 하자, 고성문이 스윽 무릎을 누르며 입을 막았다.

“할 얘기 있으면 당신은 조금 있다가 얘기해. 자네, 왜 말이 없어?”

그간 모은 돈이 적지는 않다고 해도 집을 사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했다. 사실 한 푼도 쓰지 않고 전공의 월급을 다 모아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열심히 모으겠습니다.”

“전공의 월급이야 빤하고, 우리 때와는 달라서 학교에 남으면 팰로우를 이삼 년은 해야 할 테고, 그래 봐야 백만 원 정도 더 받는 거 아냐? 어느 세월에 돈 모아서 집을 사? 그사이에 애들이라도 생기면 또 어떻게 키울 거야?”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였다. 솔직히 그동안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없었다. 막연하게 잘될 것이라는 생각만 해 왔을 뿐이었다. 김지훈이 선뜻 입을 열지 못하자 조용히 듣고만 있던 고경아가 야무진 표정을 지었다.

“아빠, 저도 일하잖아요. 둘이 벌면 돼요. 그런 걱정은 하지 마세요.”

고성문의 눈이 살짝 찢어졌다.

“그래? 그러면 될지도 모르지. 먹고사는 문제는 그렇다고 쳐도 더 중요한 게 남았어. 너야 사랑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모든 걸 지나갈 수 있겠지만 아빠는 아니다. 내 사위 될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해. 내 딸이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할 거 아냐.”

김지훈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버님, 저 정말 경아 씨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행복하게 살 자신도 있습니다.”

“말로는 뭘 못해? 솔직히 하루 딱 보고 자네가 어떤지 내가 어떻게 알 수 있겠어? 오래 볼 필요는 없다고 해도 최소한 몇 번은 봐야 알지.”

“아버님, 제가 2주에 한 번씩 주말 오프를 받습니다. 그때마다 인사드리겠습니다.”

“띄엄띄엄 봐서 제대로 알 수 있을까?”

고성문이 딴청을 피우며 혀를 찼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몸이 빠짝 단 김지훈이 입술에 침을 바르며 물었다.

“아버님,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어떻게 하긴. 내 말대로 하면 되지.’

묘한 눈으로 김지훈을 보던 고성문이 나직하게 헛기침을 했다.

“자네, 휴가 아직 안 갔지? 날짜는 잡았나?”

“예? 아직 못 잡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휴가는 왜.”

“뭐 별건 아닌데, 올 여름에 의료봉사를 가. 그렇다고 병원을 닫을 수도 없잖아? 한 사람이라도 힘을 보태면 좋겠지? 겸사겸사 서로에 대해 알 수도 있고 말이야.”

결국 휴가 때 의료봉사를 하든지, 병원에서 일을 돕든지 둘 중의 하나를 택하라는 말이었다.

순간 고경아의 목소리가 뾰족해졌다.

“아빠, 일 년에 한 번 있는 휴간데 그러시면 어떻게 해요?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그때도 일을 하라는 거예요?”

고성문의 눈이 가늘어졌다.

“경아야, 넌 왜 이렇게 과민 반응이야? 혹시 둘이 같이 가기로 했어? 가만? 그러고 보니까 작년에 너 집에 안 왔잖아? 설마 작년에 둘이?”

순간 온갖 생각이 스치는지 김지훈을 보는 고성문의 눈에서 불길이 쏟아졌다.

‘헉! 갑자기 작년 휴가가 여기서 왜 나오지?’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김지훈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말았다.

그러나 고경아의 정신력은 강했고, 순발력도 뛰어났다.

“무슨 소리예요, 아빠! 병원에 일이 있어서 못 온다고 말했잖아요. 경희야, 너도 알잖아.”

“응? 으응, 언니. 병원에서 일이 있었지. 맞아.”

고경희가 말꼬리를 흐리자 고성문의 눈이 더욱 가늘어졌다. 말이 길어지다가는 어디서 꼬리를 잡힐지 모르는 일이었다. 만에 하나라도 둘이 일주일간 휴가를 함께 보냈다는 사실을 알면 허락이고 뭐고 불호령부터 떨어질 태세였다.

김지훈이 재빨리 나섰다.

“아버님,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이번 의료봉사에 휴가를 맞추겠습니다. 언제 가실 생각이십니까?”

다행히 고성문의 관심을 돌린 모양이었다.

“괜찮겠어? 놀고 싶으면 안 와도 돼.”

“아닙니다. 꼭 오겠습니다.”

“굳이 그렇다면야. 팔월 첫째 주다.”

고경아는 아직 미련을 못 버렸다.

작년 휴가는 꿈처럼 행복했고, 즐거웠었다. 내심 휴가를 어디로 갈지 생각까지 한 마당이었다.

“아빠, 지훈 씨는 어디서 자요. 그리고 휴가 때라도 쉬어야지 재충전을 해서 다시 일을 하죠. 그러다 쓰러지면 아빠가 책임질 거예요?”

“그건 걱정하지 마. 우리 집에서 먹고 자면서 출퇴근해. 일주일 내내 가는 것도 아니고 4일만 하면 되니까, 남은 날에는 근처 계곡에라도 놀러 가면 되지.”

김지훈의 귀가 번쩍 뜨였다.

‘경아 씨 집에서 잔다고?’

이건 점수를 따는 것을 넘어 한 식구가 될 수 있는 완벽한 기회였다. 고경아는 물론 가족들과 일주일 내내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도리어 몸이 달았다. 고경아에게 가만있으라는 눈짓을 한 김지훈이 힘차게 말했다.

“아버님, 팔월 첫째 주에 찾아뵙겠습니다. 의료봉사 끝나고 나면 허락해 주십시오.”

기대와 즐거움이 잔뜩 묻은 목소리에 고성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저렇게 좋아해? 내가 뭐 실수했나? 아니지. 안 그러면 저놈하고 휴가 갈 가능성이 100퍼센트잖아. 그건 절대 안 되지. 만약에 저놈의 마음이 바뀌기라도 하면 그런 난리가 없을 텐데 절대 안 돼.’

“그건 그때 가 봐서. 늦었다. 서울 가려면 시간 좀 걸릴 텐데 이젠 가 봐. 경아야, 일 있으면 꼭 전화하고 매사에 조심해. 응? 조심해야 한다. 아빠는 약속이 있어서 나가 봐야겠다.”

무슨 의미인지 김지훈과 고경아를 번갈아 보며 조심하라는 소리를 몇 번이나 했다. 아직도 사위는 도둑놈이라는 생각이 가득한 모양이었다.

외출을 준비하던 고성문이 김지훈을 따로 불렀다.

“긴말하지 않겠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 알지? 사람도 마찬가지야. 자만과 자신은 달라. 항상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두고 살아. 그리고 우리 경아 정말 소중하게 여겨야 해. 알았어?”

“예. 명심하겠습니다, 아버님.”

“소중하다는 말이 뭔지 알지?”

눈치를 보아하니 손만 잡아도 당장 몽둥이를 들 것만 같았다. 김지훈이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버님, 다녀오십시오. 소중하게. 명심하겠습니다.”

“에이! 믿을 수가 있어야지.”

고성문이 혀를 차며 외출을 했다. 비록 장인어른은 외출을 했지만 이렇게 헤어지기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최대한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 싶었다.

어느새 점심을 먹을 때가 됐다. 식구들과 함께 막국수집을 들른 후, 치악산에 있는 길 카페를 찾았다. 번듯한 건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자판기만 외롭게 서 있었다.

아마도 그래서 길 카페라고 부르는 모양이었다.

커피를 뽑아 길가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커피를 마셨다. 그래도 행복했다. 커피는 유난히도 달고 고소했다. 나무 그늘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산바람을 맞으며 나누는 대화는 즐겁기만 했다.

‘딱 부러지게 말씀을 안 하셔서 그렇지, 아버님도 허락을 하신 거지? 경아 씨를 만난 게 나한테는 정말 천운이었네.’

혼자 히죽히죽 웃고 있는 김지훈을 보던 고경순이 남은 커피를 홀라당 마셨다.

“제부, 이번에는 봐주지만 다음에는 이렇게 안 지나가요. 엄마, 그때는 엄마도 달려야지.”

“얘는! 내가 무슨 술을 마신다고 달려. 니들끼리 마셔.”

“아이고! 우리끼리 마시면 바로 삐칠 거면서 그런 말 마세요. 어제도 엄마만 쏙 빼놓고 소양강 가서 잠 못 잤지?”

김지훈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집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2차로 소양강까지 갔던 모양이었다.

소양강 소리가 나오자 고경아의 눈초리도 살벌해졌다. 귓가에서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거친 숨결이 느껴졌다.

“지훈 씨, 언니 말은 무시해요. 몸도 못 가눠서 나랑 경희랑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요? 경철이까지 그냥 아주 난리도 아니었어요.”

“그래요? 그랬구나. 어? 그럼 누가 체육복을?”

혹시나 해서 한 말이었다. 그런데 순간 고경아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 모습에 무슨 상상을 했는지 김지훈이 묘한 표정을 짓다 말고 씨익 웃었다.

대가는 고경아의 맵디매운 손가락이었다.

아쉬운 작별을 할 시간이 다가왔다. 최문옥이 김지훈의 손을 잡았다.

“김 서방, 일하기 힘들 텐데 경아 아빠 말은 신경 쓰지 말고 휴가 때 마음껏 쉬어. 끼니 거르지 말고 건강 잘 챙겨야 해. 혹시 시간 나면 내 집이라고 생각하고 언제든 와.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미리 연락하고.”

“감사합니다, 어머님.”

“고맙긴. 사위도 내 아들이야.”

가슴이 먹먹해진 김지훈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운 이들을 떠나보낸 이후 비었던 가슴 한구석을 누군가가 대신하고 있었다.

그렇게 다가올 8월을 기약하며 첫인사를 마쳤다.

서울로 올라가는 내내 김지훈이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고성문이 허경발 명예 교수의 제자이자 가장 윗사람이라는 사실까지 알았다면 아주 입이 귀에 걸렸을 것이다.

***

새로운 한 주를 힘차게 시작했다. 원주에 다녀온 이후 세상이 온통 장밋빛으로 가득했다.

이젠 항상 가슴을 무겁게 했던 금경태 과장의 존재는 신경도 쓰이질 않았다. 가장 위중한 박평자를 비롯해 모든 환자들은 순조롭게 회복됐고, 이준영 교수는 예정대로 라파로 수술을 했다.

처컥! 처컥!

환자의 배 속에 공기를 불어넣는 기계음 소리가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아직은 금경태 과장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분명 달랐다.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손은 라파로에서도 빛을 발했다.

‘야! 역시 기본이 중요하다는 말이겠지? 실력이 있으시니까 라파로건 개복을 하건 항상 한결같으시네.’

이번 주에도 양승철 교수가 컨설트를 보냈다.

환자와 상담을 하며 수술 날짜를 잡는 이준영 교수의 모습에 김지훈이 마치 자신의 일인 양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지훈, 다음 주 화요일 날 하자. 스케줄 잡아.”

“예, 선생님.”

이래저래 바빠졌다. 가운을 입고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어느새 땀에 푹 젖어 있기 일쑤였다. 오늘도 어김없었다.

부지런히 하루 일과를 마친 김지훈이 의국으로 들어오자 한참 책을 들여다보고 있던 이경석이 반색을 했다. 김지훈이 가운부터 벗어젖히고 선풍기 앞에 섰다.

“형, 잠깐만요. 어후! 시원하다. 오늘 왜 이렇게 덥죠? 앞으로 두 달은 이럴 텐데 큰일이네.”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건물이 오래돼서 그런 건데 어쩌겠냐. 그건 그렇고, 여기 좀 앉아 봐. 빨리.”

이경석이 의자까지 빼며 손짓을 하자 김지훈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항상 웃는 얼굴로 침착하기만 했던 평소와는 달리 조금은 조급해 보였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경석 옆으로 가던 김지훈이 무심코 창밖을 보았다. 눈가에 살짝 주름이 잡혔다.

“형, 저거 뭐하는 거죠?”

“뭔데? 뭐 이상한 거 있어?”

창문 쪽으로 쭉 얼굴을 내밀던 이경석 역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어느 틈에 들어왔는지 손일석이 어깨동무를 하며 고개를 스윽 내밀었다.

“지훈아, 궁금하니? 저런 건 형한테 물어봐야지. 경석이 형한테 물어봐야 답 안 나온다.”

마치 나는 무슨 일인지 다 알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김지훈과 이경석의 고개가 자연스럽게 손일석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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