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보는 것 역시 배우는 과정이다 (2)
김지훈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대답을 했다.
“예? 응급실에요? 선생님, 저 당직 아닌데요.”
이준영 과장이 별다른 반응도 없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김지훈, 이경석을 찾으면 수술을 해야 할 환자잖아. 어떤 상탠지, 어떻게 수술을 했는지도 모르고 환자를 치료할 방법이 있으면 나한테도 알려 줘.”
당연히 그런 방법은 없다. 백번 들어도 지당한 말이었다. 수술은 안 들어가도 된다는 말은 립서비스에 불과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스승이나 이혁민 교수는 애초부터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 분명했다.
‘악’ 소리가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준영 교수의 무뚝뚝한 표정과 무심한 것 같은 눈빛은 그 어떤 말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항변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예, 선생님. 내려가 보겠습니다.”
그제야 이준영 교수가 외래로 향했다. 2층까지 묵묵히 뒤를 따르던 김지훈이 꾸벅 인사를 하고는 1층으로 내려갔다.
응급실 문을 여는 손이 바르르 떨렸다. 오늘따라 일찍부터 환자들이 몰려와 북새통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발 10시 전에만 끝나라. 올라오자마자 하는 첫 데이트부터 늦을 수는 없어.’
“지훈아, 넌 여기 왜 내려왔어?”
이경석의 물음에 김지훈이 가만히 한숨만 쉬었다. 당연히 궁금해해야 할 송동화 과장 역시 힐끗 눈길만 주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의 환자들 치료를 담당한다는 말에 이미 예견했던 일이었다.
‘구미에서는 과장님들하고 내가 널 죽였는데, 서울에서는 선생님들이 단체로 널 죽이려고 하시네. 복도 많은 놈.’
하필이면 그게 일복이라서 그렇지 정말 복은 많았다.
아뻬도 아니고 빤뻬리도 아닌 혈복막이었다. 김지훈이 1년차와 함께 수술 준비를 챙겼다. 분주하게 움직이면서도 눈은 거의 울고 있었다.
네 팔자를 담담하게 받아들여라, 김지훈.
혈복막 수술이 시작됐다. 이왕 들어간 거 참관을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퍼스트나 세컨 자리를 넘볼 상황도 아니었다. 가장 만만한 인턴을 밀어내고 써드를 섰다. 물론 인턴은 수술실에서 나오자마자 만세를 불렀지만 말이다.
천만다행으로 8시 반이 조금 넘어 수술이 끝났다. 수술이 빨리 끝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 덕인지도 몰랐다.
“야! 지훈이가 써드를 서니까 수술이 엄청 편하네.”
“우아악!”
이경석의 말에 비명으로 답한 김지훈이 꾸벅 인사를 하고는 총알처럼 달려 나갔다.
송동화 과장이 피식 웃고 말았다. 참관을 하며 상황을 보다가 중간에 슬쩍 나간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김지훈은 써드를 자청하고는 눈까지 부릅떠 가며 수술에 집중했다.
‘선생님들 반응이 확실히 이해가 되네.’
서울에 올라와 교수들에게 인사를 하던 중 자연스럽게 김지훈이 거론됐다. 김지훈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 모르는 교수는 없을 테지만, 흉강을 열고 직접 심장 압박을 한 일부터 응급실에서 동맥을 잡았다는 말에는 크게 놀랄 줄 알았다. 그런데 반응이 묘하면서도 제각각이었다.
‘허허! 그랬구나. 그랬어. 그거 아무나 못하는 건데 참 잘했네. 잘했어. 그놈 아주 팔방미인이야. 그런 놈이 대장 해야 돼. 대장. 그치? 송 과장, 내 말이 맞지?’
‘서울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그때는 운이 많이 따랐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네. 현수하고 같이 구미 치프 맡기기를 정말 잘했네.’
‘그랬어? 그만한 놈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아쉽다.’
모두들 즐거워하면서도 뭔가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표정만 봐서는 도대체 좋아하는 건지, 관심이 없는 건지 모를 딱 한 사람만 빼고 말이다.
‘송 과장, 응급실 문제나 얘기하지.’
‘설마 나한테 반말한 거 아니지? 이 교수도 둘, 송 과장도 둘. 이거 큰일이다, 큰일. 야! 헷갈린다. 헷갈려. 앞으로 난 교수라고 불러라. 교수. 알았지? 교수다.’
그 말 한마디로 웃음과 함께 화제가 바뀌었지만, 누구 한 명 김지훈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잠깐 지난 일을 생각하던 송동화 과장의 얼굴에 더욱 밝은 미소가 번졌다. 1년차와 함께 환자를 보는 이경석의 눈빛에도 열정과 진지함이 가득했다.
‘이번 3년차들만 같으면 정말 걱정이 없겠다.’
송동화 과장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
김지훈이 헐레벌떡 의국 문을 열었다.
유석재가 다소 굳은 얼굴로 금경태 과장 파트 오더를 내고 있었다. 약간은 화가 난 것도 같았지만, 환자를 보기로 했으니 당연히 옆에 앉아야 했다.
“송동화 선생님 수술 들어갔다며? 노티는 해야 할 거 아냐, 인마. 들어간 이유가 뭐야?”
“죄송합니다, 선생님. 이준영 선생님께서 환자 제대로 보라고 하시네요. 저 이러다 죽는 거 아닐까요? 구미에서도 간신히 버텼는데 죽겠네요.”
이준영 교수의 오더라는 말에 유석재의 입이 쏙 들어갔다.
“쯧쯧! 어쩐지 환자 치료만 하라는 말이 이상하다 했어. 이준영 선생님이나 이혁민 선생님이 그렇게 환자를 보라고 할 양반들이 아니잖아. 에이! 너는 편할 운명이 아닌가 보다. 고생 좀 해라.”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려던 서도진과 박순용이 김지훈의 살벌한 눈빛에 입을 꾹 다물었다. 맞장구를 치는 사람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점점 더 운명으로 굳어질 것이다.
“선생님, 죄송한데 오더 좀 빨리 내시면 안 될까요?”
김지훈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의아한 말이었다.
어쨌든 빨리 끝내면 그만큼 쉴 시간이 많아지는 법이다. 유석재가 조금은 서둘렀지만 오더를 모두 냈을 때는 9시가 넘었다. 함께 저녁을 먹자는 유석재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급히 의국을 나섰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저 오늘 오프입니다. 급한 약속이 있는 데다, 혹시 또 수술이 뜨면 들어가야 해서요.”
3년차면 이 정도 거부권은 행사할 수 있었다.
“야, 김지훈! 너 첫날부터 이 밤에 어디 가? 데이트하냐?”
눈치 하나는 정말 빠른 놈!
스테이션에 있던 손일석의 목소리를 뒤로한 김지훈이 열심히 고경아와 약속한 장소로 달려갔다. 마음이 급한 탓인지 피곤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후! 늦었다. 무척 피곤할 텐데 괜히 보자고 했나?’
걱정을 한가득 안고 카페에 도착한 김지훈이 콧등을 찡그렸다. 고경아의 얼굴이 몹시도 좋지 않았다. 늦은 것 때문인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탓인지 애매모호했다.
“미안해요, 경아 씨. 송동화 선생님 수술까지 들어가라고 해서 늦었어요. 얼굴이 안 좋네. 화났어요?”
“이런 일이 한두 번이에요? 오늘은 지훈 씨 때문이 아니에요. 몸은 괜찮은 것 같은데, 일반 외과 수술을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이상하게 힘드네요.”
고경아가 차근차근 오늘 근무를 하며 느낀 점들을 말했다. 특히 어깨에 걸린 책임과 미숙한 막내 간호사에 대한 걱정으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런 걱정은 굳이 며칠이 아니라 단 하루만의 경험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조용히 듣고만 있던 김지훈이 고경아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같은 경험을 하고 있었다. 얼마나 마음이 답답하고 무거울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았다.
“혼자 모든 것을 책임지려고 하지 말아요. 그것만큼 힘든 일도 없어요. 후배들을 믿어요. 이제 시작을 한다고 해도 모두 간호사 교육을 받고 왔잖아요.”
“그래도 마음이 놓이질 않아요.”
“경아 씨, 나도 구미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어요. 모든 걸 다 혼자 하려고 했었죠. 무지하게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후배들을 믿고 일을 맡기니까 정말 거짓말처럼 편해졌어요. 경아 씨도 믿으면 돼요.”
약간의 과장이 섞였지만 고경아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
“그러다 실수라도 하면요?”
“실수를 왜 해요?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수술실에 간호사만 있나요? 경아 씨가 그 자리에 없다고 해도 해결해 줄 사람은 많아요. 수술을 할 때는 모두가 한 팀이잖아요.”
오늘따라 말이 술술 나왔다. 굳이 생각하고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럴까요? 지훈 씨 말을 들으니까 마음이 좀 편해지네요. 노력해 볼게요. 믿으면 되죠?”
“그럼요. 내 말대로 하면 만사 오케입니다.”
이제야 고경아가 김지훈의 어깨에 가만히 고개를 기댔다. 서로의 따스한 온기가 전해졌다. 그 어느 때보다도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하는 것 같았다.
“경아 씨, 그런데 오프에 좀 문제가 생겼네요. 월수금이 오프지만 송동화 선생님 수술이 뜨면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스승님 오더라 반항도 못하고 죽겠네요.”
무언가를 억지로 참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아휴! 그럼 2주에 한 번씩 주말에만 만나자고요?”
“아니요. 평일에도 시간이 되면 만나야죠. 다만 상황에 따라서 데이트를 연기하거나, 중간에 병원으로 들어가야 할지도 몰라서…….”
점점 김지훈의 목소리는 작아졌고, 고경아의 숨소리는 커져만 갔다. 그러나 이준영 교수의 오더다. 고경아도 그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기만 했다.
‘아휴! 하필이면 내가 왜 김지훈을 만났지. 정말 미워 죽겠어. 이준영 선생님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고.’
백날 말을 해 봐야 해결책은 없었다. 지금 당장 답답함을 풀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이 모든 일은 다 김지훈 때문이었다.
“아야! 아! 아파요! 아파! 왜 꼬집고 그래요?”
고경아가 콧방귀만 뀌었다.
그렇게 첫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 시간, 금경태 과장이 똥 씹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참관을 한다며 수술실에 들어온 김지훈을 보는 순간 이준영 교수가 생각나며 애써 묻었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설마설마했던 일이 정말 벌어졌다.
‘제길! 송재덕이 병원장 자리를 정말 내놓다니 제대로 한 방 먹었어. 미친놈. 이혁민은 또 뭐야? 구미에 강기웅을 보내고, 천안에 서인섭을 민 것만으로는 불안해서 전종훈까지 불러서 유방 파트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는데,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지? 이준영과 송재덕이면 감수할 수 있다, 이 말인가? 이혁민, 네가 과장 자리에 목을 매고 날 정조준 했다, 이거지.’
장기판이라면 외통수에 가까운 수에 당했다. 이런 일을 막고자 은밀히 교수 협의회를 이용해 개편을 반대했다. 이준영 교수의 경우는 인사 원칙에 어긋난다는 명분이었지만, 전체적인 면을 보면 상당히 약한 명분이었다.
송재덕이 서울로 올라올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들은 후에는 더욱 초조해졌다. 이대로 당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때 일거양득의 수가 떠올랐다. 평소 철저하게 관리했던 서인섭을 천안 병원 교수로 추천했다. 교수로서는 자격이 다소 부족하지만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강기웅까지 내밀었다. 마지막으로 위험부담이 있지만 비장의 한 수가 될지도 모르는 전종훈을 추천했다.
여기에 일반 외과와 가장 관계가 깊은 내과 소화기 주임 교수로 야심이 큰 원관식을 밀었다. 송재덕 교수는 이름이 있기 때문에 무리겠지만 이준영 교수에게 환자가 의뢰되는 일 자체를 막을 의도였다.
현상을 유지하면 가장 좋고, 송재덕 교수만 아니면 개편이 돼도 큰 손해는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물론 금경태 자신은 철저하게 뒤로 빠진 상태에서 일을 진행했다.
당연히 아무것도 모르는 교수들의 반대가 더욱 극심해졌다. 그런데 전면적인 일반 외과 개편과 더불어 던져진 송재덕이라는 패에 교수 협의회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병원장 자리를 내놓은 것이 결정타였다. 병원의 발전을 위한다는 말을 반박할 수 있는 교수는 없었다.
‘이준영에 송재덕까지 치고 들어올지 알았으면 그놈들 넷만으로는 밑지는 장사야.’
결과적으로 졸 2개에 마(馬) 정도 되는 전종훈과 원관식을 얻고, 상대에겐 차와 포를 준 꼴이었다.
항문 전공이긴 했지만 송재덕 교수와 대장 파트가 겹친다는 점을 이용해 오상익 교수를 끌어들이긴 했다. 그러나 아직은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데다 중량감마저 부족했다.
숫자상으로는 여전히 우위에 선 것처럼 보였지만 균형추가 반대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전체적인 힘은 이혁민 교수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다. 민감한 사안이 생기면 이혁민 교수의 의중대로 일이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분명히 신동석과 입을 맞췄어. 그 말은 곧 서울 병원 원장이 내 마지막 자리라는 말이겠지. 아예 공수표일 수도 있고 말이야. 이렇게 된 이상 진평호가 신동석을 확실하게 밀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어. 내가 공격할 수 있는 약점이 뭘까? 신현수는 절대적인 조건이 아니야. 병원 확장에 소요되는 막대한 돈일까?’
인사 발령이 확정된 이후 내내 고민했지만 뾰족한 답은 없었다. 더구나 신동석과 진평호는 급이 다른 사람들이었다. 일개 과장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판이라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는지도 몰랐다.
어쨌든 여기까지 온 이상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가겠다는 목표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한동안 이혁민 교수에게 유화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결과는 더 나빠졌기에 더욱 확신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결국 앞을 가로막는 사람은 누구든지 제거하거나 무릎을 꿇게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게 금경태 과장에게는 현실이자 확고한 가치관이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금경태 과장이 혀를 찼다.
‘이혁민, 이준영과 송재덕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이용하는 모양인데, 넌 분에 넘치는 욕심을 부리는 거야. 내가 이 자리까지 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투자를 했는지 알아? 최악의 경우 신동석이 무사하다고 해도 넌 과장이 될 수 없어.’
치명적인 오판이었다. 이 모든 일이 이혁민 교수의 욕심과 신동석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본 것이다. 자신이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현상 속에 감춰진 본질은 달랐다.
‘의사는 가장 진실돼야 하는 직업이야. 우리 일반 외과 의사는 생명을 직접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더욱 그래야 할지 몰라. 이 교수가 앞장을 서긴 하지만, 너무 많은 짐을 짊어지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무튼 난 자네들을 믿어. 그리고 부탁 하나가 있어. 훗날 금 과장이 마음을 바로 먹으면 받아 주게. 그래도 함께 공부한 동문 아닌가.’
어느 날 자신의 제자들인 이준영 교수, 송재덕 교수, 이혁민 교수, 신기동 교수를 부른 허경발 교수가 한 말이었다.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금경태 과장을 두고 마치 자신이 탓인 양 한탄을 금치 못했다.
제자들 누구도 그 말속에 담긴 마음을 잊지 않았다. 언제나 금과옥조처럼 소중하게 여기며 자신을 되돌아보고 있었다.
그런 진실을 모르는 한 금경태 과장의 판단에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알았다고 해도 변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금경태 과장의 돈에 대한 집착과 야망, 혹은 야심으로 치장된 욕심은 끝이 어딘지도 모른 채 브레이크가 고장 난 열차처럼 질주하고 있었다.
‘세상에 믿을 놈은 단 한 놈도 없어. 지금은 꼬리를 쳐도 언젠가는 내 등에 비수를 꽂을 놈들이야.’
신뢰가 힘이라면 아무런 기준도 없는 불신은 자신을 갉아먹는 독일 것이다. 금경태 과장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스스로 독배를 들고 있었다.
답답한 신음을 흘리던 금경태 과장이 입가를 말았다. 지난 일을 생각하다 보니 이상하게도 눈에 거치적거리는 김지훈을 어떻게 할지 자연스럽게 결정이 난 것이다.
“백날 보기만 한다고 실력이 느나? 수술 방에서 오래 근무한 간호사들이 써전보다 수술을 더 잘해야 한다는 소리와 뭐가 달라? 어리석은 놈. 난 널 가르칠 생각이 눈곱만치도 없어. 그렇게 눈치를 줬건만 지금까지 행동을 보면 넌 이준영과 이혁민 라인이 분명해. 그 선택을 후회하게 해 주지. 간담도를 하고 싶다고? 이준영, 너 때문에 잘난 놈 하나가 고꾸라지는 걸 보게 될 거야.”
금경태 과장의 생각대로 참관은 정말 무의미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