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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써전-342화 (342/1,329)

제7화 부당함은 반드시 깨져야 한다 (2)

눈 깜짝할 사이에 주말이 왔다.

최동빈은 지정 병원으로 옮기지 못했다. 회사와의 대화가 잘 풀리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했지만, 김지훈이 절대 불가하다는 말을 매일 강조했기 때문이다.

오성미는 얼굴도 보기 힘들었다. 아마도 다른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는 중일 것이다. 한 살배기를 등에 업은 채 현주의 손을 잡고 뛰어다니고 있을 오성미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플 정도로 답답한 시간이었다.

숙소에 있는 김지훈을 본 홍재순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지훈아, 오프 안 가?”

“예? 아는 형님이 계신데 구미로 내려오신대요. 그래서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 너 오프 안 가면 내가 가려고 했더니 아깝네. 지금 응급 수술 하나 있는데 같이 들어갈래?”

“에이! 저 오프예요, 선생님.”

“그렇구나. 난 수술에 미친 놈이라서 좋아할 줄 알았지.”

홍재순이 피식 웃으며 수술 방으로 향했다.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되도 않는 농담을 던지고 있었다. 덕분에 가끔은 어색하지만 웃을 일이 있었다.

정훈철이 생각보다 꽤 늦게 연락을 했다. 한달음에 약속 장소인 싱글벙글로 달려간 김지훈이 환하게 웃었다. 한수임과 고경아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복 매운탕에 한 잔 가볍게 걸쳤다. 텅 비었던 배 속을 채운 정훈철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니가 말한 환자 말이야. 상당히 안 좋은 사람한테 걸렸어. 마동식은 일개 하청 업체 사장이긴 한데, 그 아버지가 문제네. 사업체를 여러 개 갖고 있는 데다 영향력도 꽤 있는 사람이야. 그동안 산재가 많이 발생했는데, 다 이런 식으로 막은 것 같아. 공무원과 유착한 정황도 있고 말이야. 그래서 이 지역 방송에서도 몇 번 보도를 시도했지만 사방에서 압력을 받고 흐지부지됐다네.”

답답한지 물 한 컵을 단숨에 비운 정훈철이 말을 이었다.

“게다가 네 환자는 진단 주수만 16주 정도 되니까 치료비도 엄청 나오잖아. 그러니까 더 입을 막고 절대 산재 처리를 하지 않으려고 할 거야. 회사에게 가해지는 불이익이 생각보다 상당히 클 수가 있거든.”

정훈철만 믿고 있던 김지훈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예? 그럼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하긴. 형도 만만한 사람은 아니다. 이건 일부 공무원과의 유착 문제가 걸린 데다 요즘 슬슬 이슈로 뜨고 있는 산재야. 몇 건 더 보강만 하면 전국 방송을 탈 수도 있어.”

장훈철이 씨익 웃다 말고 갑자기 눈빛을 굳혔다.

“그런데 말이야. 그게 네 환자에게는 문제가 될 수가 있어. 방송이 나가고 사방에서 압력이 가해지면 회사도 어쩔 수가 없긴 할 테니까 분명히 해결은 될 거야. 하지만 시간이나 경제적으로는 도리어 손해를 볼 가능성이 커.”

“산재 처리가 된다면서요.”

“되지. 문제는 언제 될지 모른다는 거야. 사회적인 문제가 되면 도리어 당사자들에겐 더 큰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게다가 그 돈으로 충분할까? 솔직히 말해서, 만일 내가 방송을 안 한다는 조건을 걸고 보상을 해 달라고 하면 돈은 훨씬 더 많이 받을 가능성이 커. 현실과 이상의 차이지. 넌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김지훈이 눈가를 찡그렸다. 정훈철에게 연락을 한 이유는 사회의 부조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실 산재에 관한 것도 잘 몰랐다. 환자의 딱하고 부당한 사정을 혹시나 도울 수 있을까 해서 연락을 했을 뿐이었다. 그 탓인지 쉽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형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라고 쉽겠어? 언론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터트려야 하지만, 환자를 생각하면 보상을 더 받게 하는 게 좋겠지. 이런 면이 기자들이 갖는 최대 딜레마다. 옳은 일이라고 해도 대부분의 경우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거든.”

“환자에게 정말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까요?”

“뜬구름 잡는 식의 보도는 힘이 없어. 반면에 누군가 부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스스로 나서서 호소하면 그건 메아리가 될 수 있지. 하지만 관련된 사람들 중에 공무원까지 있는데, 그들이 가만히 보고만 있을까?”

김지훈이 답답한지 눈가를 좁혔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정훈철이 물끄러미 김지훈을 보며 말했다.

“환자 본인에게 달렸어. 취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부당함과 싸우겠다고 하면 그렇게 가는 거야. 하지만 만일 반대라면 보도를 한다고 해도 아까 말한 것처럼 메아리가 되긴 어렵겠지.”

충분히 수긍이 되는 말이었다. 같은 보도를 봐도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지만 누군가는 관심도 갖지 않는다. 관심을 가졌다고 해도 시간이 가면 다들 잊고 만다. 결국 다른 사람이 겪은 일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보느냐, 아니면 말 그대로 남의 일처럼 지나가느냐의 문제라는 말이었다.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피해를 감수하고 환자가 나서 준다면 관심을 가져 주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질 것이다. 그것이 곧 부당함을 깰 수 있는 시작이 될 것이다.

하지만 결정은 온전히 최동빈의 몫이었다. 행동에 따른 피해를 입어야 할 사람은 바로 최동빈과 가족들이기 때문이었다. 누구도 강요할 수 없는 문제였다.

“환자가 동의할까요?”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솔직하게 말하고 결정을 기다려야지. 큰 뜻을 위해서 개인을 희생시켜도 된다는 말을 난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

신중하게 생각할 일이었다. 답답한 분위기 속에 한 잔, 두 잔 술잔만 비워졌다. 술기운이 얼큰하게 오른 정훈철이 웃으며 김지훈의 어깨를 다독였다.

“넌 할 만큼 다 했으니까 이제부터는 형한테 맡겨. 내일 동료들하고 환자를 만나 보면 결론이 나겠지. 설혹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야. 환자를 비난해서는 절대 안 되는 일이고. 그냥 보도 시점이 조금 더 뒤로 미뤄지는 것뿐이니까. 자! 그럼 이 얘기는 여기서 끝내고, 우리 2차 가자. 그러데 어디서 자나.”

정훈철이 슬쩍 한수임을 보았다.

“그러게요. 경아야, 어떻게 하지?”

고경아의 얼굴이 빨개졌다. 여자끼리 잔다면 굳이 물어볼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별생각 없이 듣고 있던 김지훈이 돌연 눈을 번쩍였다.

“형님, 승희도 없는데 우리가 있으면 방해가 되겠죠?”

“두말하면 잔소리지. 처제, 우린 이따가 둘이 알아서 갈 테니까 제수씨는 지훈이랑 알아서 하세요.”

처제와 제수씨를 절묘하게 섞었다.

정훈철과 한수임의 지원 사격에 힘을 얻은 김지훈이 2차를 외쳤다. 일단 고경아의 무장을 해제시키는 것이 먼저였다. 왠지 예감이 좋았다.

다음 날, 김지훈이 통한의 눈물을 흘리다 말고 말짱한 얼굴로 휘파람까지 불고 있는 정훈철을 노려보았다.

어젯밤, 오래간만에 동생을 만났다며 정훈철이 계속 고를 외쳤다. 그것도 폭탄주로 말이다. 문제는 그 술을 대부분 김지훈이 마셨다는 것이었다.

정훈철을 탓할 수는 없었다. 자연스럽게 최동빈과 산재 문제가 거론됐다. 언론인의 사명과 80년대와 90년대를 살아오며 아팠던 기억까지 꺼냈다. 사회의 부조리에 핏대를 올려 가며 맞장구를 친 사람은 다름 아닌 김지훈이었다.

결국 새벽까지 마셨다.

술에 떡이 됐는데 뭔 일이 벌어지겠는가!

고경아가 어디서 잤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서슬 퍼런 고경아의 눈빛은 상당히 함축적이었다.

잘 곳을 마련해 줄 생각은 하지도 않고 술을 마신 죄? 아니면 홀로 자게 한 죄? 그것도 아니면 혹시?

온갖 상상을 하던 김지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경우든 아무 상관도 없는 시점이었다. 이미 버스는 떠났고, 손을 흔들어 봐야 절대 되돌아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술 때문인지, 다른 생각 때문인지 모르지만 머리가 빠개질 것처럼 아팠다.

늦은 점심때가 돼서야 해장을 하고 병원으로 들어갔다.

정훈철보다 먼저 병동으로 올라갔다. 이미 카메라를 든 기자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김지훈이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의국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간호사가 빼꼼히 고개를 들이밀었다.

“샘, 잠깐만 나와 보세요. 방송국에서 환자와 인터뷰를 한다고 조용한 곳이 없냐고 묻네요. 어떻게 하죠? 갑자기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요. 혹시 샘은 아세요?”

김지훈이 시치미를 뚝 뗐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일단 기자들하고 무슨 일인지 얘기부터 해 봐야겠네요. 근데 누구하고 인터뷰를 하는 거지? 나쁜 일이 아니면 의국을 쓰라고 할까?”

사전에 대충 입을 맞춘 일이었다. 정훈철이 슬쩍 윙크를 하고는 의국으로 들어갔다. 이제 최동빈과 오성미의 결정만 남았다. 어떤 결론을 내리든 후회하지 않기만을 바랐다.

한참 후에야 최동빈에 대한 취재가 끝났다.

정훈철이 입맛을 다시며 혀만 찼다.

“형님, 어떻게 하겠대요?”

“글쎄. 내일 중으로 연락을 한다는데 받아 봐야 알지, 뭐. 얘기를 하다 보니까 최동빈 환자가 여러 고리의 딱 한가운데 있네. 협조만 잘되면 제대로 터트릴 수도 있겠는데 말이야.”

“그냥 터트리면 안 되나요?”

김지훈의 말에 정훈철이 인상을 썼다.

“지훈아, 총보다 펜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그것보다 더 센 게 권력이다. 그런 권력이 어디서 나와? 돈이야. 창피한 말이지만, 방송국도 권력과 돈 앞에서는 버티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이런 보도는 아얏 소리 못하게 준비하고, 제때에 빵 터트리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누군가 손을 쓰기 전에 말이야.”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고 했다. 모르긴 몰라도 관련된 사람 역시 한둘은 아닐 것이다.

“그럼 비밀을 지키는 게 중요하겠네요.”

“철저하게 입단속은 하고 있지만 며칠 못 갈 거야. 상대에 따라서는 하루도 못 갈 수 있고 말이야. 그래도 이미 방송에 내보낼 준비는 얼추 다 됐어. 보강이 얼마나 확실하게 되느냐, 그게 문제지. 돌아오는 토요일에 바로 내보낼 수 있으면 좋겠는데.”

다소 무거운 분위기 속에 저녁 식사를 했다.

주말이 그렇게 지나갔고, 작별은 언제나 아쉬웠다. 더구나 최동빈의 일로 고경아와는 제대로 말도 하지 못했다. 그래도 웃고 있는 고경아가 고맙기만 했다.

“경아 씨, 구미까지 내려왔는데 미안해요.”

“얘길 들어 보니까 누군가는 꼭 나서야 할 일일 것 같긴 해요. 지훈 씨가 나쁜 일을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하지만 나 많이 속상한 건 알죠?”

고경아가 무언가를 꾹꾹 눌러 참고 있었다. 김지훈에 대한 불만일 것이다. 하지만 끝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정말 과분한 사람이었다. 일방적일지 모르지만 그동안 깊게 고민하고 생각해 왔던 것을 말할 때였다.

“경아 씨, 내년 1월 1일에 시간 꼭 비워요.”

고경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웃었다.

“지훈 씨, 아직 십이월도 안 됐어요. 그리고 그때는 천안 근무 아니에요? 오프 확실히 받을 수 있어요?”

“전쟁이 나도 오프 받을 겁니다. 그러니까 꼭 시간을 비워야 합니다. 나랑 갈 데가 있어요.”

“어디요?”

김지훈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없이 웃기만 했다. 답답해 죽겠다는 고경아의 성화에도 어디를 가겠다는 것인지 알려 주지 않았다.

“그때 시간 못 내면 일 년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니까 잊지 말아요. 형수님 기다리시네요. 갑시다.”

김지훈이 정훈철의 차가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제대로 말은 못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작별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었다. 만나기가 쉽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사랑이라는 감정이 더욱 진해졌는지는 김지훈만 알 것이다.

이제 구미도 2주만 있으면 떠난다. 수레바퀴 구르듯 반복적인 생활이 이어졌다.

하지만 주말이 다가올수록 기대를 넘어 긴장감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논문과 관련된 이론 공부를 하다가도 잠깐씩 신경이 팔려 한 소리 먹기 일쑤였다.

“김지훈, 너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집중 좀 해. 이렇게 준비하다가는 이혁민 선생님한테 100퍼센트 퇴짜 맞아. 인마, 어떻게 수술할 때와 달라도 이렇게 다르니? 너 학교 다닐 때 공부 못했지? 아니면 벼락치기로 살아남았든지.”

‘어떻게 스승님이나 교수님들도 모자라 선배한테까지 타냐. 인생이 참 험난하다. 에휴! 내가 택한 길이니 누굴 탓할 수도 없고. 정말 태우는 재주는 기가 막히네.’

사이가 좋은데도 가끔은 치가 떨릴 정도였다. 홍재순이 악명을 날릴 때 욕을 먹은 사람이 어땠을지는 안 봐도 비디오였다. 주먹 안 날아간 게 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제법 땀을 흘렸다. 마침 응급실에 환자가 있어 한 시간 만에 이론 공부를 마쳤다. 왜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지 모를 일이었다. 탈출하는 심정으로 숙소를 나와 환자를 보았다. 애매모호한 아뻬라 일단 입원을 권유하고, 커피 한잔할 생각에 밖으로 나왔다.

11월 중순의 밤공기는 따뜻한 커피가 잘 어울릴 정도로 제법 쌀쌀했다. 서울은 아마 더 추울 것이다.

문득 고경아 생각이 난 김지훈이 공중전화 박스로 향하다 말고 귀를 쫑긋거렸다. 주차장 쪽에서 고함 소리가 들렸다.

‘환자들 자야 하는데, 이 밤에 누구야?’

툭하면 높아지는 목소리에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둠 속에서 흐릿하게 세 사람이 보였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모습이 어딘가 낯이 익었다. 최동빈이었다.

“최동빈,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내가 분명히 경고했지. 너 인생 완전히 망치고 싶어? 내가 우습게 보여? 김 부장, 너도 이따위로 일할래? 만일 방송에 이 자식 실명이라도 나오면 내 체면이 뭐가 돼? 다들 알 거 아냐?”

마동식이었다. 김 부장이 옆에서 쩔쩔매고 있었다. 한참 어린 사람한테 막말을 들은 것이 분하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어쩌면 그게 김 부장의 처세술 중 하나인지도 몰랐다.

“사장님, 일단 고정하십시오. 제가 잘 말하겠습니다. 현주 아빠, 아무리 서운해도 그렇지, 지금까지 누구 때문에 먹고살았는데 이런 일을 벌이면 안 되지. 아닌 말로 사장님 아니었으면 일이나 할 수 있었겠어? 이건 배은망덕한 정도가 아니야.”

최동빈이 먼 곳에 눈길을 둔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 부장이 눈가를 찌푸렸다.

“현주 아빠, 입 다물고 있어서 좋을 게 없어. 어쨌든 상황이 이렇게 됐지만 지금이라도 좋게 해결하자구. 사장님 뒤에 누가 있는지 잊었어? 사장님, 어떻게 말씀대로 할까요?”

“노인네 난리 치는 소리 못 들었어? 코딱지만 한 회사 때문에 이게 무슨 꼴이야? 당장 해결해.”

“예. 알겠습니다, 사장님. 현주 아빠, 우리 말대로만 해. 그럼 사장님께서 섭섭하지 않게 해 주실 거야. 만일 사장님 뜻을 거역하면 자네 인생만이 아니라 가족들까지 힘들어질 수밖에 없어. 현주를 생각해. 이제 다섯 살이잖아. 그 어린것이 힘들게 살면 자네 마음이 편하겠어?”

최동빈이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흔들리고 있었다.

“현주 아빠도 알지만 회장님이 운영하시는 업체가 구미에만 있는 게 아니야. 어디를 가든 이 바닥에 있는 한 회장님 손을 벗어나질 못해. 아닌 말로 자네가 특별한 기술이 있어, 아니면 다른 일을 할 줄 알아. 그러니까 각서 쓰고 빨리 그 PD에게 연락해. 자네에 대한 보도는 거부하겠다고 말이야.”

말을 마친 김 부장이 쓰윽 주변을 둘러보았다. 김지훈이 재빨리 벽 뒤로 숨으며 몰래 지켜보았다. 두툼한 돈 봉투가 김 부장의 손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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