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수술은 치료의 시작에 불과하다 (2)
환자 아내인 오성미가 남편의 모습에 주저앉고 말았다.
머리에 칭칭 감긴 붕대와 전신을 뒤덮은 거즈.
입가에 단단히 고정된 인투베이션 튜브.
가슴 한쪽을 뚫고 들어가 있는 튜브와 검붉은 피.
좌측 다리의 부목.
거칠기만 한 호흡과 흐릿한 의식.
이제야 남편인 최동빈이 얼마나 많이 다쳤는지 실감이 난 것이다. 수술만 하면 번쩍 눈을 뜰 것이란 생각은 바람에 불과했다. 등에 업은 한 살배기 아이조차 버거운지 버둥거리기만 할 뿐 일어나질 못했다.
오성미를 부축해 의자에 앉힌 김지훈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의사인 자신도 겁이 나는데 아내는 어떤 마음일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숱한 환자들을 보아 왔지만 이런 문제는 좀처럼 적응을 할 수가 없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할 수 있는 말은 고작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중환자실 환자만 환자가 아니었다. 입원 환자는 물론 응급실을 통해 매일 쏟아져 들어오는 환자들도 등한시할 수 없었다. 정규 수술을 한 환자들은 물론 응급 수술을 한 환자들까지 모두 아프고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김지훈과 서도진이 하루 종일 정신없이 움직였다. 시간이 날 때마다 중환자실에서 킵을 했다.
그러나 한 여인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인 최동빈의 상태는 쉽게 호전되지 않았다.
홍재순은 물론 서도진까지 머리를 맞댔다. 환자의 전신 상태를 호전시킬 방법은 모두 동원했다. 전해질 균형을 맞추고 손상 부위의 회복과 부종을 해결하기 위해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알부민(albumin:혈액 제제)까지 투여했다.
아침저녁으로 신경외과 과장이 환자를 살폈지만 의식은 여전히 혼미했다. 의식 상태가 나빠 인투베이션 튜브를 제거할 수도 없었다.
급기야 3일째 되던 날 열까지 났다. 수술 후 사망 원인의 25퍼센트를 차지한다는 폐렴이었다.
젊은 환자에게는 극히 드문 경우였지만 다발성 손상이 준 여파였다. 절대 안정이 필요한 탓에 거의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 역시 주요한 원인이었다.
‘이 상태에서 폐렴을 빨리 해결하지 못하면 환자는 죽는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김지훈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제 남는 시간은 모두 최동빈 환자에게 쏟아부어야 했다. 자는 시간도 아까웠다. 잠을 쪼개서라도 환자를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것만이 유일한 답이었다.
적절한 습기를 머금은 산소를 분당 10리터의 속도로 공급했다. 강력한 항생제를 투여하며 수시로 가래를 제거했다. 튜브를 통해 석션을 할 때마다 노란 가래가 끊임없이 끌려 나왔다. 그때마다 환자가 격렬하게 몸을 흔들며 고통을 호소했다.
“선생님, 현주 아빠는 어때요? 의식은 돌아왔나요? 폐는 괜찮아졌나요?”
“아직은 두고 봐야 합니다.”
환자의 아내인 오성미의 눈에서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최선을 다해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할 정신도 없었다. 그저 시뻘게진 눈으로 환자의 곁을 지키는 김지훈을 믿을 뿐이었다.
필사적인 노력이 이어졌다. 간간이 서도진이 킵을 하긴 했지만 병동과 응급실 근무로 더 이상의 여력이 없었다. 가뜩이나 손이 모자란 구미 병원의 현실은 김지훈의 체력으로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
결국 수술 후 7일째 되던 날 홍재순까지 나섰다.
“가서 세 시간만 자고 와. 그동안 내가 킵을 할게.”
“감사합니다, 선생님.”
며칠 동안 잠다운 잠을 자지 못했다. 의자에 앉아 깜박깜박 졸은 것이 거의 다였다. 침대에 눕자마자 그대로 까무러치는 것처럼 잠에 빠져들었다.
자는 내내 가위 눌린 것처럼 답답했다. 무엇인가 시커먼 것이 다가오는 느낌에 소스라치게 놀라 눈을 떴다.
창밖이 희미하게 밝아 오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잤다.
깜짝 놀란 김지훈이 급히 중환자실로 달려갔다.
아침 7시였다. 세수도 제대로 못한 김지훈을 본 홍재순이 피식 웃었다. 밤을 꼬박 새웠는지 눈이 빨갰다.
“가래 양도 준 것 같고, 색깔이 많이 좋아졌네. 아침에 찍은 흉부 사진하고 검사 결과 확인하고 올라가자. 참! 수술은 정말 잘된 것 같다. 드레인이 아주 깨끗해.”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수술 부위가 잘 아물고 있다니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가래 양이 줄었다는 말에 석션을 한 후 신중하게 청진을 했다.
가라랑! 가라랑!
폐렴이 발생했을 때보다 폐 소리는 좋아졌다. 그러나 석션 직후에는 일시적으로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김지훈이 수시로 청진을 하며 폐 소리가 변했는지 확인을 했다.
가라랑! 가라랑!
‘확실히 좋아지긴 했는데 사진까지 좋아졌을까?’
흉부 사진을 본 김지훈이 눈가를 찡그렸다. 일말의 기대를 가졌건만 차도가 없었다. 위안이라면 가래 색깔이 옅어진 것과 열이 잡히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흉부 사진이 좋아지지 않는 이상 절대 폐렴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었다.
“보호자는 만나셨어요?”
“응.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더라.”
“의식이라도 확실하게 돌아왔으면 좋겠는데 정말 걱정입니다. 오늘 브레인(뇌) CT 다시 찍기로 했는데 좋아졌을지 모르겠네요.”
김지훈의 안색이 지나치게 어두워지자 홍재순이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지훈아, 이 환자에게는 누구보다도 부담이 크겠지만 우리 희망을 갖자. 이렇게 심각한 환자도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전환점)만 지나면 급격히 회복된다는 말이 있잖아. 교과서는 거짓말 안 한다.”
맞는 말이었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좋은 쪽으로 갈지, 나쁜 쪽으로 갈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었다.
씁쓸한 미소를 지은 김지훈이 홍재순과 함께 회진을 돌기 위해 중환자실을 나왔다.
중환자실 앞에서 애를 태우고 있던 오성미가 달려왔다. 들쳐 업은 한 살배기 아이가 칭얼댔다.
이미 홍재순이 설명을 했지만 김지훈을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환자에게 가장 열과 성을 다하는 의사에 대한 믿음이었다.
홍재순이 눈짓을 하며 먼저 병동으로 올라갔다.
“선생님, 현주 아빠는요?”
김지훈으로서도 두고 봐야 한다는 말 이외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오성미가 얼굴을 감싸 쥐며 숨죽여 울었다. 가녀린 몸에 절망이라는 무거운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항상 엄마 손을 붙잡고 있는 어린 딸의 눈가에도 눈물이 맺혔다.
김지훈이 부드럽게 최현주를 안았다.
“현주야, 너까지 울면 엄마가 정말 힘드실 거야. 아빠는 괜찮으니까 울지 마.”
5살 어린아이가 김지훈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답답한 마음으로 회진을 돌았다.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어느새 토요일이었다. 정규 수술이 없어 시간적 여유를 얻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최동빈 환자가 브레인 CT를 찍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절대적인 주의가 필요했다. 골절부 손상과 혼미한 의식, 그리고 주렁주렁 매달린 생명줄까지 어느 하나 등한시할 수 없었다.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도진은 물론 중환자실 간호사들까지 모두 달려들었다.
김지훈이 CT를 찍는 내내 환자의 곁에 붙은 채 눈을 떼지 않았다. 촬영이 모두 끝난 후 다시 많은 인원이 달려들었다. 단순히 사람 한 명을 옮기는 것이 아니었다. 이런 상태의 환자는 침대에서 침대로 옮기는 것조차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중환자실로 돌아왔을 때는 이마에 땀이 흐를 정도였다.
“선생님, 좀 좋아졌을까요?”
“모르겠다. 나아졌으면 의식이 좋아져야 하는데 그대로잖아. 이번 주 내내 매달렸는데 이젠 돌아와 줬으면 좋겠다.”
서도진의 물음에 김지훈이 눈가를 비비며 한숨만 내쉬었다.
브레인 CT가 나왔다. 눈가를 좁히며 처음에 찍은 사진과 비교하던 김지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진아, 부종이 많이 빠진 것 같다.”
“예? 그걸 어떻게 아세요?”
단순 엑스레이도 부위에 따라서는 자신의 과가 아니면 쉽게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물며 CT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김지훈의 목소리는 꽤 확신에 차 있었다.
“CT에서 뇌척수 액은 까맣게 보이고, 뇌 실질은 하얗게 보이잖아. 여기 봐. 척수 액 양이 늘었어. 그게 뭘 말하는 걸까? 뇌 부피가 줄어들었으니까 그 공간을 물이 채운 거지. 좋았어. 뭔가 희망이 보인다. 도진아, 신경외과 과장님에게 갔다 올 테니까 환자 좀 보고 있어.”
얼마 후, 돌아온 김지훈의 표정이 의의로 좋았다.
“선생님, 괜찮대요?”
“응. 사진상으로는 완전히 정상이라네. 그럼 뇌 좌상은 해결됐으니까 곧 의식도 돌아오지 않을까? 환자분, 눈 떠 보세요. 환자분.”
눈을 뜨긴 했지만 이내 환자가 몸을 비틀었다. 단단히 묶인 손발과 허리 고정 기구가 아니었으면 몸부림을 쳤을 것이다.
김지훈의 계속되는 말에도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여전히 의식 상태는 혼미하다는 의미였다.
김지훈이 콧등을 찡그렸다.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고 해도 장기 기능까지 정상이라는 말은 아니었다. 특히 뇌 손상은 그런 경우가 많았다. 최동빈 역시 그럴지 몰랐다. 그런데 이상하게 홍재순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의식이 돌아오거나 폐렴에서 벗어나는 것이 터닝 포인트가 될까? 될 거야. 반드시 그래야 해.’
환자의 의지만큼 중요한 것이 의사의 의지였다. 김지훈이 입술을 꽉 깨물며 석션 줄을 들었다.
찌이익! 찌이익!
가래가 끌려나오는 소리와 함께 환자가 고개를 꺾으며 격하게 기침을 했다. 가래 색깔이 점점 맑아지고 있었다. 청진을 할 때마다 여전히 가라랑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전보다는 깨끗했다.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었지만 환자의 반응도 뭔가 달라진 것 같았다. 문득 가슴속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희망이 솟구쳤다.
“환자분, 눈 떠 보세요. 환자분!”
김지훈의 목소리에 강한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서도진이 오프인 주말이었다. 홍재순이 오더를 낸 지 오래였지만 중환자실까지 와 김지훈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김지훈이 피식 웃었다.
“오프 빨리 가, 인마. 환자 한 명 때문에 우리 둘 다 지치면 다른 환자는 누가 봐? 나도 예전에 너처럼 환자가 마음에 걸려서 오프 가는 것도 미안했는데 선배들이 다 그러더라.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고 푹 쉬다 와. 그래야 다음 주에 니가 킵을 할 거 아니냐.”
의사도 사람이다. 쉴 때는 확실히 쉬어야 한다. 그래야 보다 좋은 컨디션으로 환자를 볼 수 있고, 결과도 좋아질 것이다. 예외적인 경우가 있겠지만 김지훈이 있는 이상 서도진까지 그럴 필요는 없었다.
“내가 오프였어도 너한테 맡기고 바로 갔을 거야. 환자보다 우리가 먼저 죽으면 안 되잖아. 빨리 가.”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선생님.”
“홍재순 선생님한테 인사하고 가라.”
서도진이 오프를 갔다. 이제 남은 전공의는 단둘뿐이었다. 그중의 한 명은 치프였다.
김지훈이 기지개를 펴며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주말의 나른함이 조금이라도 찾아오면 환자에게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끊임없는 석션이 이어졌다. 바이탈이 조금이라도 흔들릴 때마다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 다른 과 문제가 생기면 즉시 연락을 해 대응을 했다. 전공의가 오프인 과는 과장들에게 직접 연락을 했다.
병동 환자는 물론 응급실로 내원한 환자에게도 최선을 다했다. 중하든 경하든 환자는 환자이기 때문이었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이었다.
그 와중에도 응급 수술은 떴다. 구미답게 역시 아뻬였다.
송동화 과장이 홍재순에게 수술을 주었다. 자연스럽게 김지훈이 퍼스트를 섰다.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김지훈이 자꾸 소리 죽여 웃었다. 잠시나마 최동빈 환자를 잊을 정도였다.
‘야! 이젠 단 한 번도 머뭇거리질 않으시네. 손도 확실히 전보다 빨라진 것 같아.’
생각대로였다. 35분이 조금 넘어 수술이 끝났다. 비록 배를 열자마자 아뻬가 저절로 튀어나오는 굿모닝 아뻬라지만, 홍재순으로서는 기록적이라고 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선생님, 시계 보셨어요?”
힐끗 시계를 본 홍재순이 딴청을 피우며 말했다.
“환자가 삐쩍 마른 데다 굿모닝이었잖아. 너는 아마 이십 분도 안 걸렸을걸?”
“에이! 선생님, 그럴 리가 있나요.”
“비장도 떼고, 장도 일 미터씩 자르는 놈이 그게 할 말이야?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지?”
삐죽 입을 내민 김지훈이 꾸벅 인사를 하고는 중환자실로 달려가며 웃었다. 홍재순이 수술을 순조롭게 잘 끝낼 때마다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왠지 최동빈 환자에게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았다.
찌이익! 찌이익!
석션을 했다. 끈적거리는 가래가 끌려나왔다. 계속해서 가래를 제거하자 곧 물처럼 맑은 가래가 나왔다. 호흡 소리도 무척 안정되게 들렸다. 게다가 가끔씩 치솟던 열도 확실하게 잡히기 시작했다. 상당히 좋은 징조였다.
‘가래 색깔은 정말 좋아졌는데 의식도 좋아졌을까?’
“환자분, 눈 떠 보세요. 환자분!”
반응이 없었다. 기대가 무너져 내심 속이 상하긴 했지만 절대 조급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실망스러운 눈초리로 입맛을 다시며 환자의 바이탈을 확인하던 김지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군가 자신을 빤히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침대가 달달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슬며시 고개를 돌리던 김지훈이 흠칫 놀랐다. 최동빈 환자가 묶인 손을 흔들며 자신을 보고 있었다.
‘설마 의식이 돌아온 거야?’
“환자분, 눈 감아 보세요.”
최동빈이 눈을 감았다.
“환자분, 눈 떠 보세요.”
최동빈이 눈을 떴다.
“환자분, 손가락 움직여 봐요.”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손가락이 움직였다.
김지훈의 숨이 거칠어졌다.
“손가락 두 개만 펴 보세요.”
손가락 2개가 펴졌다.
김지훈이 순간 숨을 쉬지 못했다. 마치 드라마처럼 한순간에 의식이 돌아온 것이다. 가슴이 벅차올라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지금이 오후 면회 시간이라는 것도 몰랐다.
오성미가 불안한 표정으로 움직이지를 못했다. 비록 웃는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면회 때마다 항상 먼저 아는 척을 해 주던 김지훈이었다. 그런데 한마디 말은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었다.
“선생님!”
오성미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엄마의 불안함을 느낀 현주가 울먹였다. 첫째가 울자 등에 업힌 아이도 칭얼거렸다.
김지훈이 이제야 고개를 돌렸다. 벌게진 눈가로 입술을 꾹 다문 채 웃고 있었다.
“보호자분, 이리 오세요. 환자분, 눈 떠 보세요. 여기 이분이 누군지 아시겠어요? 알면 눈 한 번만 깜빡여 보세요.”
최동빈이 눈을 깜빡였다. 그러고는 묶인 손을 최대한 뻗었다. 덜덜덜 떨리는 손이 아내의 손끝에 닿았다.
오성미가 눈만 동그랗게 뜬 채 김지훈을 보았다.
“선생님, 현주 아빠가 깨어난 건가요?”
김지훈이 길게 숨을 내쉬며 웃었다.
“여보! 정말 내가 보여요? 우리 현주가 보여요?”
최동빈이 오성미의 손을 꽉 잡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걱정하지 말라는 것 같았다.
오성미가 최동빈의 손을 꼭 잡으며 주저앉았다. 두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억눌렀던 슬픔과 아픔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첫딸인 5살 어린 현주가 울었다. 등에 업힌 한 살배기 아이가 엄마와 언니의 울음소리에 크게 울음을 터트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달려온 간호사가 멈칫거리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엄마와 어린 두 딸만이 아니라 김지훈의 눈가에도 눈물이 보였다. 최동빈과 시선을 마주쳤을 때야 눈물의 의미를 알았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김지훈이 눈가에 힘을 주며 돌아섰다. 오성미의 말이 그 어느 때보다도 눈물 나게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