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써전-312화 (312/1,329)

제5화 스승과 제자란! (2)

김지훈이 이를 악물었다.

‘스승님, 항상 제가 가져야 할 마음까지 가르쳐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세부 전공이 무엇이든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뭐라고 하셔도 전 평생 스승님을 따르고 모실 겁니다. 반드시 스승님께 내 제자는 김지훈이라는 말을 듣고야 말겠습니다. 솔직히 저보다 더 예뻐하는 놈도 없잖아요.’

속으로 바락바락 악을 썼다. 누가 뭐래도, 어떤 상황이 닥친다고 해도 김지훈에게 이준영 과장은 영원한 스승이었다.

김지훈이 차갑게 식은 커피를 단숨에 마셨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명심하겠습니다.”

목소리에 힘이 팍팍 실렸다. 입을 꽉 다물고 무언지 모를 각오를 다지는 김지훈의 모습에 이준영 과장이 슬며시 웃고 말았다.

‘그래. 내 제자인 김지훈답다.’

“가자. 좀 쉬어야겠다.”

마음을 다잡자 없던 용기까지 생겼다. 김지훈이 무모한 말까지 했다.

“예, 선생님. 그런데 혹시 오늘 수술 뜨면 주실 겁니까?”

“뭐? 수술을 달라는 거야?”

“예, 선생님. 저 내일 구미 갑니다. 그전에 선생님께서 방금 전에 가르쳐 주신 걸 그대로 해 보고 싶습니다.”

‘보기보다 뻔뻔한 놈이었네.’

이준영 과장이 또 웃고 말았다.

문득 자신도 스승인 허경발 선생님에게 똑같은 말을 한 적이 있었던 것 같았다.

정말 그랬을까? 오래전 일이지만 기억하지 못할 이준영 과장이 아니었다.

비슷한 손, 비슷한 관심, 비슷한 성격까지 참 여러모로 많이 닮은 스승과 제자였다.

병원으로 돌아가는 내내 이준영 과장의 입가가 자꾸 움직였다. 김지훈이 있는 자리에서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즐거움이었다.

‘그래. 지금까지 누구보다도 널 믿기에 수술을 줬는데, 수술을 못 줄 이유가 없지.’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지훈이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처럼 많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 설혹 예전처럼 무뚝뚝한 표정으로 식사만 했다고 해도 스승과 함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로 행복했을 것이다.

그 시간, 금경태 과장이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선생님, 전 서울 병원의 과장이고 세계 학회에서도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젠 이준영이 아니라 절 인정하셔야 할 겁니다.’

허경발 명예 교수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허허! 금경태 선생, 이번 논문은 정말 훌륭했어요. 다들 상당한 관심을 보이더군요. 이 교수도 수고했어요. 두 선생 덕분에 내 눈과 귀가 호강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금경태 과장에게는 간만에 즐거운 자리였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허경발 명예 교수는 이준영 과장을 가장 총애했다. 예전이었다면 분명 이준영 과장을 찾았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게다가 분명 학회장에 왔을 이준영 과장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 더욱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허경발 명예 교수의 옆에 바짝 붙어 논문에 대해 의견을 나누던 금경태 과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준영, 십 년 동안 음성에 처박혔었으니 허경발 선생님이 있는 자리에 나타나기가 민망하겠지. 오늘을 기점으로 이제는 모든 사람이 나를 허경발 선생님의 라인으로 생각하게 될 거야. 여기에 신현수를 연결하면 최고의 라인이 되겠어. 신현수, 이준영한테 배울 거라고는 응급 수술뿐인데, 너도 그쯤 했으면 정신 차려야지.’

식사가 끝날 무렵, 금경태 과장이 신현수를 불렀다.

“선생님, 현재 우리 과 2년차면서 재단 이사장님 아들인 신현수입니다. 신현수, 인사드려.”

“신현수입니다, 선생님.”

“오! 그래요. 이사장님께 말은 들었습니다. 신현수 선생, 열심히 하세요. 그러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덕담을 건넨 허경발 교수가 편안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 틈을 타 금경태 과장이 신현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치 허경발 명예 교수만이 아니라 신현수에게도 하는 말 같았다.

“제대로 키워 보고 싶은 놈입니다, 선생님.”

나직한 목소리였지만 못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삼사 년차들까지 있는 자리였다. 송재덕 과장이 혀를 차자 이혁민 교수가 삼사 년차들을 불렀다.

“선생님, 우리 과 삼사 년차들입니다. 인사 받으시죠.”

“그래요? 어디 봅시다. 다들 듬직하네요.”

허경발 명예 교수가 일일이 인사를 받으며 덕담을 이어 갔다.

어느덧 시간이 훌쩍 지났다. 시계를 본 허경발 명예 교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모두들 일제히 일어났다.

“선생님, 간단하게 다음 자리를 마련했는데 조금 계시다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니에요, 금 과장. 이젠 가 봐야죠. 나 먼저 갑니다. 오늘 아주 즐거웠어요. 송 과장, 신 교수, 다음에 또 봅시다. 그리고 이 교수는 나 좀 잠깐 봐요.”

금경태 과장이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이준영이 붙잡았다면 가셨을까? 제길! 아직도 미련을 갖고 계신 건 아니겠지. 쯧! 이왕 마련한 자린데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나 확인해야겠군.’

밖으로 나간 허경발 명예 교수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이 교수, 학회장까지 온 이준영 선생이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가 뭐지?”

이혁민 교수가 안색을 굳히며 한숨을 내뱉었다.

학회장에 오자마자 허경발 명예 교수부터 찾은 이준영 과장이었다. 그런데 금경태 과장이 모습을 보이자 자리를 피했다. 주말 집담회 때마다 보는 얼굴인데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다.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스승님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으셨을 겁니다. 어쩌면 김지훈 때문에 피하셨을지도 모릅니다.’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응급실 근무 때문에 많이 피곤하신 것 같습니다.”

“그래? 그 나이에 밤을 새 일을 하면 힘들 수밖에 없겠지. 이 교수가 신경을 많이 써 주시게. 부탁하네.”

“예, 선생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 그리고 이준영 선생이 신경을 쓰는 전공의 선생이 김지훈 선생 맞지?”

“예, 맞습니다. 전에 한 번 보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러십니까?”

“아까 학회장에서 얼핏 봤는데 간담도에 꽤 관심이 있는 것 같던데, 어때? 기대할 만한가?”

“열정이 참 대단한 놈입니다. 그래서 기대는 많이 하고 있습니다만 아직은 많이 가르쳐야 합니다, 선생님.”

“이 교수 마음에도 드는 모양이야. 자세가 반듯한 게 기본 소양은 좋아 보이니까 잘 키워 봐.”

차에 오른 허경발 명예 교수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준영아, 네가 무뚝뚝하긴 해도 누구보다 생각이 깊다는 걸 내 잘 알고 있다. 금 과장과의 문제만은 아니겠지. 무슨 일이 더 있는지 모르지만 훌훌 털어야 한다. 그리고 김지훈 선생이 널 많이 따르는 것 같구나. 네 옆에 딱 붙어 있는 모습이 젊었을 적 네놈하고 똑같네. 제자라면 그래야지.’

김지훈을 떠올린 허경발 명예 교수가 허허 웃었다.

교수들만의 2차 자리가 이어졌다. 전공의 중에서는 딱 한 명 신현수만 참석했다.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모르지만, 술기운으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송재덕 과장이 먼저 나왔다.

“에이! 죽일 놈. 이런 자리에서까지 지 욕심을 차려? 애들 앞에서 할 말이 따로 있지. 교수들 줄 세우기 하면 좋으냐? 좋아? 에라! 이놈아! 나도 과장이다, 과장. 대놓고 얘기 안 한다고 모를 것 같아? 준영이 너는 또 왜 가니? 에이! 나쁜 놈.”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도 모른 채 송재덕 과장이 계속 중얼거렸다. 택시를 타고 난 후에야 조용해졌다.

***

그날 밤, 정말 아쉽게도 수술이 뜨지 않았다.

신현수도 거의 새벽이 돼서야 병원으로 돌아왔다. 얼굴이 벌게진 채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쓰러졌다.

쿵!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뜬 김지훈이 입맛을 다셨다.

‘이 자식도 이렇게 술을 많이 마실 때가 있었나? 지금까지 누구랑 마신 거야? 아주 떡이 됐네.’

코를 골던 신현수가 혀 꼬부라진 소리로 잠꼬대를 했다.

“누구한테 배우든 배우는 건 좋은 거 아닙니까?”

김지훈이 한숨을 쉬었다. 신현수도 은근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모양이었다. 누구 때문인지는 빤했다.

마음이 심란해진 탓에 아침까지 뒤척였다.

어느새 서울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아직도 세계 학회가 준 흥분과 여운으로 의국이 어수선했다.

아침 일과를 마치고 의국에 들어온 2년차 3명의 표정이 완전히 굳었다. 이혁민 교수가 세계 학회 때문에 정신이 없었을 텐데도 논문을 잊지 않은 것이다. 나란히 앉은 3명의 얼굴이 시커멓게 죽어 가기 시작했다.

“니들 뭐꼬? 시간을 그렇게 많이 줬는데 이 정도밖에 못하나. 애들처럼 매라도 들어야 제대로 할래? 니들 2년차야, 2년차. 알아서 할 때 아니가?”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렇게 꼼꼼한 사람은 없었다.

“요놈들 봐라. 다 똑같은 놈들이네. 뭐가 그렇게 바빠서 달랑 글자 몇 개 바꾸고 다시 제출을 하나. 내가 그렇게 허술해 보여?”

귀신이었다. 물론 달랑 글자 몇 개 바꾼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틀린 말도 아니었다. 믿었던 신현수도 얼굴이 벌게진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더구나 아직도 술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신현수, 니는 술 못 마시면 적당히 마셔라. 아직도 술 냄새를 풍기면 어떻게 하나. 수술 뜨면 그러고 들어갈래?”

대충 사정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혁민 교수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술을 먹어도 다음 날 일과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마셔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바로 의사들이었다.

‘신현수, 니도 가끔은 풀어져도 괜찮다. 너무 차갑게만 보이면 가까이 다가설 사람이 없다.’

속마음과는 다르게 이혁민 교수가 팔짱을 낀 채 한동안 2년차들을 노려보았다. 대단히 실망스럽다는 표정이었다.

“김지훈, 손일석, 신현수.”

“예, 선생님.”

“이 논문들 다 없애라. 도저히 봐줄 수가 없다. 내가 조만간 다시 주제를 정해 알려 줄 테니까 새로 써. 딱 한 번만 기회를 더 준다. 그때도 이따위로 작성하면 나 볼 생각 하지 마라. 능력이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있는 능력을 썩히는 것은 죄악이다. 알았나?”

“예, 선생님.”

“열심히 해라. 천안이나 구미 갔다고 농땡이 부리는 놈 있으면 다 내보낸다. 내 니들 어떻게 일하는지 확실하게 확인할 거야. 명심해.”

이혁민 교수가 대답도 듣지 않고 일어섰다.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정말 화가 난 모양이었다.

손일석이 입가를 문지르며 김지훈을 보았다.

“지훈아, 우리가 솔직히 논 건 아니잖아. 사실 1년차만큼 바빴고 잠도 못 잤는데, 더 이상 어떻게 잘 쓰냐. 안 그래?”

“아이고! 그러게 말이다. 근데 마지막에 한 말씀이 너무 마음에 걸려.”

“무슨 말씀?”

“능력을 썩히는 건 죄악이라고 하셨잖아. 어쩌겠냐. 다시 열심히 써야지. 구미 가기 전에 주제를 새로 주시면 좋겠는데. 그래도 현수까지 혼나니까 마음은 좀 놓인다. 하하!”

크게 웃어 대는 김지훈을 보던 손일석이 손가락을 흔들었다.

“너 그새 잊었어? 좋아할 때가 아냐, 인마. 오색 선배다.”

“아아아! 그렇구나. 일석아, 그래도 치픈데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현수야, 너도 오색 선배하고 같은 파트 한 적 있어?”

충격을 먹은 듯 입을 열지 않고 있던 신현수가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

“오색 선배? 내가 보기엔 성격 이상한 정갑수야.”

헉! 이럴 수가!

일 안 하기로 유명한 정갑수였다. 성격이 더럽다는 말이 차라리 나을 것 같았다. 더구나 손일석이 아닌 신현수의 말이었다. 구미 생활에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

손일석이 쩝쩝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푹 수그렸다.

“신현수, 너도 만만한 놈이 아니었구나. 금기시된 이름까지 꺼내 가며 한 방을 날리다니. 내가 졌다. 아!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더니, 나 손일석이 이렇게 밀려나는 건가!”

“에라! 이 자식아! 이 판국에 넌 또 무협이냐?”

김지훈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다 말고 웃었다. 확실히 분위기를 돌리는 데는 손일석이 최고였다. 신현수도 고개를 흔들며 피식 웃고 있었다.

김지훈이 이준영 과장의 말을 전했다. 집도의와 퍼스트에 대한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나누는 사이, 어느새 모든 일과가 끝났다. 이제는 다음 근무지로 가야 할 시간이었다.

숙소에서 짐을 싸던 김지훈이 입맛을 다셨다.

‘한 번만 더 기회가 있었으면 좋았는데. 명색이 최고의 라이벌인데, 현수를 믿고 수술을 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나저나 논문을 그렇게 자세하게 기억하시다니, 이혁민 선생님도 정말 대단하시네.’

역시 영원한 멘토였다.

더 이상 앉아 있을 시간이 없었다. 가방을 둘러멘 채 차 열쇠를 빙빙 돌리며 숙소를 나선 김지훈이 응급실로 향했다.

당직실 문을 두드리려고 주먹을 쥐던 김지훈이 허겁지겁 자판기로 향했다.

‘은근히 자판기 커피를 좋아하시는 것 같단 말이야.’

뜨거운 커피 두 잔을 들고 이준영 과장을 찾았다.

“선생님, 커피 드십시오. 지금 구미로 내려갑니다.”

“구미에서도 열심히 해.”

마지막 날인데도 여전히 무뚝뚝했다.

어제의 이준영 과장의 모습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한동안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음성에서의 마지막 날처럼 평생 기억이 날지도 몰랐다.

김지훈이 힘차게 인사를 했다.

“예, 선생님. 내년에 다시 뵙겠습니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신 이준영 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년이라! 최소 6개월은 있어야 널 볼 수 있단 말이지. 오늘은 커피도 달지가 않네.’

웃으며 다음을 기약해야 할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준영 과장에게는 오늘따라 유난히도 가슴이 먹먹하고 아쉽기만 했다.

여러모로 자신과 비슷한 김지훈이었다. 어쩌면 서로를 닮아 가는지도 몰랐다. 하기에 그리울 것이다. 그것이 스승과 제자의 마음인지도 몰랐다.

아무리 아쉽다고 해도 제시간에 구미로 가야 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야 할 시간이었다.

“선생님, 가 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세부 전공으로 무엇을 택하든 기초가 탄탄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 어떤 수술을 하든 아직은 배우고 익혀야 할 시기라는 것을 잊지 마. 가 봐. 지훈아, 내년에 보자.”

이준영 과장의 말을 되새기며 당직실 문을 열던 김지훈이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김지훈이 아니라 지훈이라고 불렀다. 사소한 일일 수도 있었지만, 왜 이렇게 가슴이 벅찬지 모를 일이었다. 길게 숨을 내쉰 김지훈이 돌아서서는 꾸벅 허리를 굽혔다.

“스승님, 감사합니다.”

이준영 과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분명 눈에 보이게 웃었다. 당직실을 나온 김지훈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환호성이라도 질러야 할 일인데 이상하게도 가슴이 먹먹하기만 했다.

창문 앞에 선 이준영 과장이 주차장 쪽으로 향하는 김지훈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채 남은 커피를 마셨다.

‘그래, 지훈아. 넌 내 제자고, 난 네 스승이다. 맞다.’

나직한 코웃음을 흘린 이준영 과장이 돌아서다 말고 잠시 말을 잃었다. 탁자 옆에 캔 커피 몇 개가 놓여 있었다. 손이 시릴 정도로 시원했다.

캔 커피 하나를 집은 이준영 과장이 중얼거렸다.

“자판기 커피도 모자라 캔 커피까지 즐겨야 하나?”

입안을 감도는 시원한 커피가 달달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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