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아버지 (2)
김지훈은 한동안 웃음을 잃었다.
남들은 평생 한번 보기도 힘든 죽음을 이미 여러 차례 보았다. 의사가 된 이상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동기들 모두 같은 상황이었지만 처음의 충격을 딛고 잘 이겨 내고 있었다.
김지훈도 그럴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죽음과 맞닥뜨릴 때마다 커다란 바위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 같은 느낌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그리운 사람들까지 생각나며 가슴이 점점 아파 왔다.
이번에도 그 아픔을 환자들이 치료해 주었다. 고비를 넘기고 끈질긴 생명력으로 죽음에서 벗어난 환자들을 볼 때마다 바위의 무게가 조금씩 사라졌다. 하지만 너무도 어이없는 죽음 때문인지 예전의 활력을 찾진 못했다.
그 모습에 손일석이 한숨을 쉬었다.
‘이상해. 사람이 죽으면 너무 영향을 받네. 의사라고 모든 환자를 살릴 수도 없고, 이번 환자는 누구도 어쩔 수 없는 경우였잖아.’
“지훈아, 기운 내, 인마. 죽은 사람은 죽은 거고, 우린 산 사람을 생각해야지. 저 환자들이 안 보여?”
손일석이 툭 내던진 말에 번쩍 정신이 돌아왔다.
일반 병실도 아닌 중환자실이다. 의사의 손길이 필요 없는 환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 내 손이 필요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이러고 있으면 안 되지. 힘을 내자. 다시 의욕을 갖고 열심히 일하자.’
“일석아, 고맙다.”
뜬금없는 말에 손일석이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도 웃었다.
“자식, 이제야 김지훈답네.”
김지훈이 다시 웃었다.
의식이 있건 없건 의사의 열정과 웃음은 환자에게 긍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김지훈이 의외로 중환자실의 근무를 힘들어했다. 환자가 사망한 날에는 안색까지 무척 어두워졌다.
결코 육체적 문제가 아니었다.
김지훈도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단지 죽음을 볼 때마다 무기력함을 심하게 느낀다는 것뿐이었다. 그때마다 사투를 벌이고 있는 환자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으려 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손일석도, 이경석도 도와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일주일 후, 일반 외과 병동에서 환자 한 명이 내려왔다. 갑자기 위독한 환자가 발생한 모양이었다.
환자와 함께 내려온 유석재의 표정이 어두웠다.
김지훈이 인사를 하며 물었다.
“선생님, 무슨 환자예요?”
“응. 3일 전에 췌장암으로 수술했는데, 너무 퍼져서 아무것도 못한 환자야. 부위가 안 좋아서 그런지 갑자기 나빠졌어. 아무래도 호프리스(hopeless)를 가야 할 것 같아.”
호프리스!
죽음을 앞둔 환자가 장례식장이 아닌 집으로 가길 원할 때 인턴들이 함께 집까지 간다. 이를 호프리스라고 하며, 말 그대로 희망이 전혀 없는 경우였다.
말기의 췌장암이라고 해도 수술 후 이틀째에 호프리스까지 가야 한다니 정말 드문 일이었다.
게다가 대부분 임종 직전까지 병동의 1인실에 머물다 가족들의 뜻에 따라 어디로 모실지 결정한다.
‘죽음이 이렇게 가까이 있었나?’
물끄러미 환자를 보던 김지훈이 한숨을 쉬며 물었다.
“3일 만에 이렇게 나빠질 수 있나요?”
“나도 처음 봤는데 가끔 이런 경우가 있다네.”
“그런데 중환자실에는 왜요?”
“병실이 없어. 그리고 너 호석이 알지?”
“안호석이요?”
“응. 이 환자 호석이 아버님이야.”
김지훈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호석이 아버님 안 계세요. 분명히 중학교 때 돌아가셨다고 들었는데요.”
“그래? 잘못 들었겠지. 어머님이 병원 앞에서 슈퍼 하시는 분 맞지?”
“예, 맞습니다.”
“그럼 확실해. 곧 오실 거야. 그러고 보니까 그동안 호석이를 못 봤네. 휴우! 이제 육십 조금 넘으셨는데, 희망이 없으니까 많이 힘든 모양인가 보다. 너 호석이하고 친하지? 혹시 보게 되면 잘 좀 다독여.”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호석이는 분명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안호석의 어머니인 윤숙자 역시 한 번도 아버지에 관한 말을 하지 않았다. 물론 당연히 본 적도 없었다.
그동안의 친분을 생각할 때 살아 계셨다면 못 봤을 리가 없었다. 아니, 그보다 멀쩡하게 살아 있는 사람을 죽었다고 할 이유가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혹시 유석재 선생님이 호석이하고 다른 후배를 착각한 것은 아닐까?’
의문은 의문이고 일단 환자부터 살펴야 했다.
아직 혼수상태는 아니었지만 반의식 상태인 것은 확실했다.
호흡까지 얕고 불규칙해 임종이 멀지 않았다는 징후가 다 나타나고 있었다.
마침 손일석이 보이자 김지훈이 손짓을 했다.
“왜? 무슨 환자야?”
“말기 암 환자라는데, 호석이 아버님이란다.”
“호석이 아버님? 돌아가신 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치? 이상하네.”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얼마 후, 면회 시간이 됐다.
덧 가운을 입은 보호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왔다. 그 속에 윤숙자가 있었다.
“어머니!”
“지훈아.”
착잡하면서도 슬픔이 감도는 눈빛을 보인 윤숙자가 말없이 환자 앞에 앉았다. 땅이 꺼질 것 같은 한숨만 내쉬었다.
너무도 무거운 분위기에 정말 호석이 아버지인지 물어볼 수가 없었다. 윤숙자의 표정을 보니 유석재가 잘못 안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살 수 있을까?”
“글쎄요. 호석이는요?”
“가게에 있을 거야. 혹시 시간 되면 한번 들러 줄래? 많이 힘들어해. 그래도 절 낳아 준 사람인데 가는 길은 봐야 하지 않겠니?”
안호석의 아버지가 맞았다.
김지훈이 멍한 눈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말을 끝으로 면회 시간 내내 윤숙자 역시 입을 열지 않았다. 가끔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닦을 뿐이었다.
안호석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프 날이 되자마자 슈퍼로 달려갔다.
김지훈을 본 안호석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형, 왔어요?”
“그래. 어떻게 된 거야?”
“형, 시간 되시면 이따 저녁에 술 한잔 사 주세요.”
더 이상 이유를 물어볼 표정이 아니었다.
고개만 끄덕이고 돌아선 김지훈은 하루 종일 제대로 잠도 자지 못했다. 피곤과 졸음에 머리가 멍해질수록 점점 더 안호석에게 신경이 쓰였다.
그날 저녁.
안호석과 만났다.
평소 술을 잘 먹지 못하던 안호석이 술잔만 비울 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김지훈이 답답해하면서도 함께 술잔을 비우며 말없이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호석이 혼자 소주 한 병을 비웠다.
그제야 입을 열었다.
“형, 낳아 줬으면 무조건 아버지일까요?”
“그게 무슨 소리야.”
“중학교 때 아버지라고 불렀던 사람이 집을 나갔어요. 젊은 여자랑 바람이 난 거죠. 있는 돈 없는 돈 모조리 가지고 나가서 어머니가 고생을 무지하게 하셨죠. 외할머니 도움이 아니었으면 학교도 제대로 못 다녔을 거예요.”
목소리에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다. 자식과 부인을 배신한 아버지를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돌아가셨다고 한 거야?”
“어차피 없는 사람인데 차이가 있나요?”
술잔을 비운 안호석이 잔을 내밀었다.
김지훈이 한숨을 내쉬며 잔을 채웠다.
“그때는 되게 힘들었어요. 근데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보니까 나까지 그러면 안 될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이를 악물고 공부했죠. 그 덕에 형도 만났구요. 형, 그거 알아요?”
“뭘?”
“사실 형 때문에 아버지라는 인간을 잊을 수 있었어요. 솔직히 난 불행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형이 정말 좋기도 했구요.”
이제야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됐다.
무슨 말이든 해 주고 싶었지만 입술이 떨어지질 않았다.
어쩌면 아버지를 잃은 아픔보다 버림받은 아픔이 훨씬 클지도 몰랐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난 잘 모르겠다.”
“저도 모르겠어요. 어머니도 이해할 수가 없어요. 자기 싫다고 버린 인간인데, 그래도 내게는 아버지라며 집으로 모시겠대요. 정말 화가 많이 나요. 왜 우리가 그 인간 장례를 치러야 하죠? 바람피운 년, 그 개 같은 년은 나타나지도 않는데 억울하지도 않은가 봐요.”
안호석은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았다.
두 눈에는 증오와 분노만이 있었다.
밤이 늦도록 술잔만 기울였다.
‘힘내, 인마. 어떤 생각을 하든 난 네 편이야.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끝내 김지훈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어떤 말로도 안호석의 마음을 풀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저 함께 있어 주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안호석의 아버지가 사흘이나 더 버텼다.
면회 시간마다 윤숙자는 보였지만 안호석은 단 한 번도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지훈아, 호석이가 별말 안 하든?”
“예. 힘들기는 한 모양이에요.”
윤숙자의 눈가가 붉어졌다.
“다 내 잘못이야. 하지만 호석이 가슴에 평생 못을 박을 수는 없구나. 마지막 길인데 제대로 장은 치러 줘야지. 그래야 호석이도 후회하지 않을 거야.”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라고 해도 이미 마음속에서 완전히 떠난 사람이었다. 아니, 도리어 증오의 대상이었다.
마지막을 함께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어 보였다.
‘휴우! 뭐가 맞는 건지 정말 답답하네.’
아끼는 후배이기 때문일까?
다른 사람의 일로 이렇게 마음이 무겁기는 처음이었다.
조용히 윤숙자를 보고 있던 김지훈이 흠칫 놀랐다.
얕고 불규칙한 호흡이 깊고 빠른 호흡으로 변하고 있었다.
숨 쉬기가 힘겨운지 깊게 들이쉴 때마다 가슴이 크게 움직였다. 이내 무호흡이 이어졌다.
체인스톡 호흡이었다.
윤숙자도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김지훈을 보았다.
김지훈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어머니, 일반 외과에 연락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준비하시는 게 좋겠어요.”
“그래. 갈 사람은 가야지.”
윤숙자가 일어서다 말고 비틀거렸다.
“어머니, 괜찮으세요?”
“괜찮아. 난 괜찮아.”
눈가만 붉혔을 뿐, 단 한 번도 눈물은 보이지 않았던 윤숙자였다. 그런데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 사이로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지훈아, 호석이에게도 연락을 좀 해 줘. 내가 말하면 화부터 낼 거야.”
“예, 어머니.”
스테이션으로 돌아온 김지훈이 유석재에게 노티를 하고는 외부 전화를 연결했다.
(여보세요.)
나직한 안호석의 목소리가 무거웠다.
“호석아, 나 지훈인데 아버님이 안 좋으시다.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
(형, 죄송한데 어머니 마음대로 하시라고 전해 주세요. 혹시 절 찾으시면 서울로 올라갔다고 말씀해 주세요.)
그래도 얼굴은 봐야 하지 않겠냐는 말이 입 안에서 뱅뱅 돌았다. 마치 내 일인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기만 했다.
‘왜 이렇게 나까지 힘들지?’
스스로도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전화가 끊겼다.
유석재가 내려왔다.
마지막 단계의 호흡도 사라지고 있었다. 완전히 혼수상태에 빠져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 집으로 모신다고 하셨죠? 준비하겠습니다.”
김지훈에게 말을 전해 들었지만 이제나저제나 안호석을 기다리고 있던 윤숙자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
“그래요. 부탁해요.”
“지훈아, 호프리스는 니가 가는 게 좋겠다. 경석이 형한테는 내가 양해를 구할게.”
“예, 선생님.”
환자에게 달렸던 모든 기구를 제거했다.
남은 것이라고는 기관에 삽입된 튜브뿐이었다.
냉정한 일이었지만 퇴원 수속이 끝나고 나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김지훈이 튜브에 연결된 앰부(공기주머니)로 호흡을 유지하며 앰뷸런스에 탔다.
차 위에 달린 경광등이 소리 없이 번쩍였다.
정문을 나와 슈퍼 앞길을 통과했다.
안호석은 보이지 않았다.
목적지는 서산이었다.
꽤 먼 길이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아 공기주머니를 짜는 소리만 들렸다.
근 2시간 반을 넘게 달렸다.
윤숙자의 눈가가 점점 붉어졌다.
“지훈아, 내가 이상하지?”
“그런 말씀 마세요.”
“아니야. 마누라 버리고 자식까지 버린 사람 장례를 왜 치러 주냐고 다들 나보고 미쳤다고 그래. 하지만 아무리 나쁜 사람이어도 호석이에겐 아버지야. 호석이 마음속에서 아버지란 존재가 그렇게 쉽게 지워지지 않을 거야.”
부부는 갈라서면 남남이다. 하지만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끊고 싶어도 끊을 수 없는 인연이다.
김지훈의 가슴이 먹먹해졌다.
마지막 길인 집에 도착하자 윤숙자가 눈물을 쏟았다.
남편에 대한 애정이 아니라 원망과 설움이었다.
자식조차 외면한 아비였지만 자식이 후회할 일은 없기만을 바라는 마음이었다.
“호석이가 어렸을 때 살았던 집이야. 친척들도 다 이 근방에 살아.”
작고 허름한 집이었다.
어렵게 살았지만 행복했던 기억이 담긴 곳이기에 이렇게 작은 집으로 모셨을 것이다.
친척들 몇 명이 마중을 나왔다.
간이침대에 환자를 싣고 나오자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고, 누군가는 혀를 찼다.
두 사람이 간신히 누울 만한 방에 환자를 눕혔다.
김지훈으로서는 정말 하기 힘든 말을 해야 했다.
“어머니, 튜브를 빼면 곧 돌아가실 겁니다.”
“호석이는 안 오겠지?”
침묵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