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레이트 써전-30화 (30/1,329)

제4화 분위기가 묘하다 (2)

일부러 힘든 일을 자처하는 인턴은 없었다. 하지만 신현수도 일반 외과를 지원했다. 뭐든 최고가 되기를 원하는 성격상 같은 생각을 할지도 몰랐다.

어떻게 하면 소화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김지훈이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내가 미쳤지. 왜 일을 하지 못해서 안달일까?”

혼자 중얼거리며 입맛만 다셨다.

전임과 후임이 모두 모여 인수인계를 주고받았다.

내과를 돈 동기가 후줄근한 모습으로 연신 하품을 해 댔다.

“니들 내과가 어떤지 알지? 복사에 심부름까지 잡일 엄청나게 많고, 환자에 관련된 업무도 무지막지하다. 안 깨지면 다행이야. 특히 소화기는 죽음이다.”

“소화기가 그 정도야?”

윤서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사다리 잘못 타서 내가 돌았잖냐. 외과 저리 가라다. 빵꾸가 안 날 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스태프나 전공의 선생님들이 봐주지도 않아. 환자들도 상대하기 정말 힘들어. 그냥 주말 빼고는 오프 반납이라고 생각하면 돼. 니들도 마음 편하게 사다리 타서 결정하는 게 좋을 거다.”

동기의 말만 들어도 소화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었다.

다들 말이 없었다.

‘생각보다 훨씬 힘든 모양이네. 어떡하지? 그냥 사다리를 타? 아니면…….’

잠시 고민을 하던 김지훈이 꿀꺽 침을 삼켰다. 해 보지도 않고 지레 겁을 먹거나 피하는 것은 답이 아니었다. 지난 6년간 그렇게 살아왔다면 졸업도 못 했을 것이다.

“내가 소화기 할게.”

동기는 물론 신현수까지 의아한 눈으로 보았다.

“너, 내 말 제대로 들은 거야? 죽음이라니까.”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되잖아. 악어한테 깨지는 것보단 낫겠지. 난 그 정도면 된다. 현수와 서연이를 위해 이 한 몸 희생하마.”

그럴듯하게 핑계를 대자 신현수가 피식 웃었다. 대신 총대를 매준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 우리만 정하면 되네. 서연이 넌 어디 돌래?”

“나? 난 호흡기할까? 지훈아, 너 정말 괜찮겠어? 난 사다리 타서 결정해도 돼.”

김지훈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호흡기나 순환기는 안 힘들 것 같아? 다 힘들겠지. 이 중에 체력은 내가 제일 강하니까 걱정 마.”

체력은 국력이란 말이 인턴이나 전공의만큼 잘 어울리는 직업도 없을 것이다. 걱정이 가득한 윤서연을 힐끗 째려본 신현수가 서둘러 자리를 파하려 했다.

“그럼 난 순환기를 맡을게. 가급적이면 서로에게 피해 주지 말고 각자 맡은 파트 일에만 충실하자.”

신현수의 말이 묘했다.

소화기를 맡았던 동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야! 소화기는 혼자 못 돌아. 옆에서 도와줘야 돼. 지훈이 죽일 일 있어?”

“지훈이한테 소화기 하라고 강요한 사람 없어. 지훈이 너도 스스로 소화기 한다고 했으니까 불만 없지?”

인턴이 아니더라도 서로 돕지 않으면 힘든 것이 병원 생활이었다. 김지훈이 다소 기분 나쁜 표정으로 말했다.

“불만이야 없지만, 서로 도와 가면서 일하는 게 좋잖아. 안 그래?”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신현수가 안경을 고쳐 썼다.

“돕는 것도 좋지만, 우리도 맡아야 할 환자가 많아. 처음부터 확실하게 말해야 나중에 얼굴 붉힐 일이 없을 거야. 자기 일은 자기가 하는 것으로 하자. 너나 서연이나 엑설런트하니까 문제없지 않겠어?”

김지훈의 눈가에 살짝 주름이 생겼다.

차가운 빛의 금속 안경테 때문인지 오늘따라 신현수의 얼굴이 더욱 차갑게 느껴졌다.

“더 할 말 없으면 내일 아침 7시에 보자. 서연아, 저녁 먹었어?”

김지훈의 눈치를 보던 윤서연이 깜짝 놀라면 대답을 했다.

“아니, 왜?”

“내가 밥 살게. 같이 먹자. 할 얘기도 있고.”

“난 좋은데, 지훈이는?”

“지훈이? 오늘 일반 외과 마지막 당직이야. 우리끼리 가자.”

당직이 아닌 건 신현수도 알고 있었다.

같이 먹을 생각이 조금도 없다는 소리였다.

김지훈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니들끼리 먹어.”

신현수가 옷매무새를 반듯하게 한 후 먼저 나갔다.

“지훈아, 너 정말 오늘 당직이야? 난 당연히 너도 갈 줄 알고 좋다고 했는데. 미안해. 가지 말까?”

“미안하긴 뭐가? 밥 사 준다는데 맛있게 먹어.”

윤서연이 잠시 머뭇거리다 일어섰다.

김지훈이 나직하게 코웃음을 쳤다.

학생 때도 그렇게 친한 것은 아니었지만, 최근 신현수의 태도가 이상해졌다. 같은 과를 지원해서인지 김지훈도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주말도 다 지나 일요일 오후 8시였다.

인수인계를 하느라 저녁도 못 먹었다.

‘소화기 정말 만만치 않네. 언제 시간이 날지 모르니까 한 번 더 보자.’

김지훈이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김지훈입니다.”

(어머! 또 전화하셨네요.)

“하지 말까요?”

(반가워서 그래요. 무슨 일로 하셨어요?)

“저녁 먹었어요?”

(아직 안 먹었는데요.)

“이 시간까지 뭐 하느라 저녁도 못 먹었어요. 괜찮으면 같이 먹어요.”

(오늘은 안 될 것 같아요. 조금 있으면 동생이 오는데, 같이 먹기로 했거든요. 미안해서 어떡해요.)

김지훈이 나직한 신음 소리를 냈다.

‘동생하고 저녁을 먹어야 한단 말이지. 나중에 볼 시간도 거의 없을 것 같은데, 이 기회에 얼굴이나 터?’

몇 번 헛기침을 한 김지훈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괜찮으면 같이 먹을까요?”

(동생이랑요? 곤란하실 텐데. 꽤 깐깐한 애예요.)

“그냥 저녁 한 끼 먹는 건데요, 뭐. 갑자기 동생 얼굴도 궁금하네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럼 30분 있다가 다시 전화 주세요. 동생한테 물어볼게요. 어쩌면 못 나갈 수도 있어요. 배고프셔서 어떡하죠?)

“괜찮아요. 설마 30분 만에 굶어 죽겠어요?”

(네, 그럼 이따 전화 주세요.)

고경아가 맑게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흐음! 뭐 먹을까?’

김지훈이 지갑을 꺼내 돈을 확인하다 말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고경아도 이제 한 번 봤을 뿐이고, 고작 세 번째 통화였다. 게다가 동생까지 나올지 모르는 일이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나름 때 빼고 광을 낸 김지훈이 거울을 보았다.

“옷 때문인가? 현수처럼 각이 안 나오네.”

쩝쩝 입맛을 다신 김지훈이 전화기를 들었다.

내심 나오지 않기를 바랐던 혹이 하나 붙었다.

생글생글 웃는 고경아와는 달리 동생인 고경희는 새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언니를 닮아서인지 고경희도 무척이나 예뻤다.

“안녕하세요.”

고경희의 목소리가 영 뜨뜻미지근했다.

‘초장에 확 눌러야 할 것 같은 분위긴데. 밀리면 어째 경아 씨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경아 씨, 동생 나이가 어떻게 돼요?”

“스물하나예요. 학교 다니고 있어요.”

“그래요?”

김지훈이 고경희를 보았다.

“고경희, 반갑다. 앞으로 오빠라고 불러.”

“네? 오빠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하는 고경희에게 또렷하게 다시 말했다.

“5살 차인데, 오빠라고 부르는 게 당연하지. 그리고 처음 보는데 반바지가 뭐냐? 안 추워?”

“흥!”

고경희가 콧방귀를 뀌었지만 김지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경아 씨, 뭐 먹을까요? 경희 너는 뭐 먹을래?”

예상외로 세게 나간 덕인지 고경희가 눈만 흘겼다.

“지훈 씨, 전 아무거나 좋아요.”

“그럼 낙지볶음 어때요? 조금 맵지만, 동기들이 맛있다고 하던데. 경희 넌 어때?”

“전 좋아요. 가요. 그럼.”

“언니!”

뾰족한 목소리를 뒤로하고 낙지집으로 향했다.

입술을 깨물던 고경희가 씩씩거리며 따라왔다.

무교동 낙지!

탁자에 놓인 물컵에 물을 따라 고경아와 고경희 앞에 놓았다. 고경아가 웃으며 수저와 젓가락을 김지훈 앞에 놓았다.

잠시 후, 낙지볶음이 나왔다.

반찬이라고는 달랑 단무지뿐이었다.

“아주머니, 반찬이 이게 다예요?”

“네, 부족하시면 더 달라고 하세요.”

어째 뭔가 이상했다.

코를 킁킁대던 고경희가 콧등을 찡그렸다.

“언니, 냄새 맡아 봐. 되게 매운 것 같아.”

“정말 매운 것 같네.”

조금은 난처한 일이었다. 하지만 매운 음식을 워낙 좋아하는 탓에 이미 입에 침까지 고였다. 시킨 음식을 무를 수도 없는 일이었다. 김지훈이 수저를 들며 말했다.

“경아 씨, 매운 음식 못 먹어요?”

“아니요. 좋아하긴 하는데, 너무 매우면 잘 못 먹어요.”

“경희 너는?”

반말이 마음에 안 드는지 고경희가 눈만 흘겼다.

“경아 씨, 동기 놈들 말로는, 조금 맵다고 했으니까 일단 먹어 봐요. 설마 못 먹을 정도겠어요.”

시뻘겋게 양념을 한 낙지볶음을 밥과 함께 한 입 넣었다.

‘별로 안 맵네.’

성급한 생각이었다.

두세 번 수저질을 하는 사이 가공할 반응이 왔다.

혓바닥이 얼얼해지며 이마에 땀이 맺혔다.

두 여인은 아예 수저를 놓고 울고 있었다.

솔직히 매워도 너무 매웠다.

“아줌마.”

“왜요?”

“이거, 너무 매운 거 아니에요?”

“그래요? 그럼 맵지 않게 해 달라고 했어야죠. 우리 집은 말 안 하면 무조건 매운 걸로 나가요.”

아뿔싸!

동기 놈의 뒷말을 잊었다.

할 말이 없어진 김지훈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물었다. 매워서인지, 미안해서인지 구분이 되질 않았다.

정말 왜 이러는 걸까?

이제 두 번짼데, 영화에 이어 저녁까지 실수의 연속이었다.

“경아 씨, 다른 거 먹읍시다.”

숨만 쉬어도 매운 맛이 입안을 휘감았다.

“아까워서 어쩌죠?”

“이거 먹다가 3명 죽었다고 신문에 나오겠어요.”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고경희의 투덜거리는 소리에 김지훈이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찬바람을 쐬자 그제야 매운맛이 사라졌다.

역시 먹어 본 음식이 안전했다.

오삼 불고기!

고경아와 고경희가 간판을 보며 머뭇거렸다.

“이건 정말 적당히 매워요. 걱정 안 해도 돼요.”

“정말이요?”

“그렇다니까요? 안 먹어 봤어요? 오징어와 삼겹살의 조화가 예술이에요. 쫄깃하고 고소한 게, 아!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이네.”

김지훈의 과하다 싶을 정도의 과장된 몸짓에 고경아가 웃으며 고경희를 잡아끌었다.

지글지글 삼겹살과 오징어가 익어 가며 매콤하고도 고소한 냄새를 풍겼다. 이런 음식에 술이 빠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소주 한 병을 시켰다.

“경아 씨, 한 잔 받아요.”

“우리 언니 술 못 먹는데.”

“경아 씨, 그냥 받기만 해요. 경희야, 너도 한 잔 받아.”

고경희가 눈을 흘겼다.

“왜 자꾸 반말해요?”

“그럼 오빤데 당연하지. 팔 아프다, 빨리 받아. 오빠가 처음 주는 술인데 안 먹을 거야?”

쭈뼛거리던 고경희가 못 이기는 척하며 잔을 받았다.

적당하게 매콤한 삼겹살과 오징어가 입안에서 어울렸다.

소주 한 병이 슬슬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2병째 비워질 무렵, 고경희의 얼굴이 빨개졌다.

고경아보다 조금은 술이 셌지만, 누가 자매 아니랄까 봐 세 잔에 혀가 꼬부라졌다.

“오빠, 술 한 잔 더 줘요. 우리 언니 울리면 죽을 줄 알아요. 그냥 콱!”

“경희야, 너 왜 그래. 그만 마시라고 했지.”

당황한 고경아의 얼굴도 빨개졌다.

살짝 술기운이 오른 김지훈이 목소리를 높였다.

“일단 울릴 사이부터 되자. 경희야, 믿는다.”

“알았어요, 오빠.”

오빠라는 소리에 김지훈이 좋아 죽을 뻔했다.

술이 깨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일단 두 번째 만남의 끝은 좋았다. 그렇게 기분 좋게 자매를 보냈다.

***

내과 업무가 시작됐다.

수술만 없다 뿐이지, 일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소화기 파트 환자만 100명이 넘었다. 수시로 입원과 퇴원을 해 가장 기본적인 업무인 데일리를 작성하는 일부터 만만치 않았다. 더구나 노령이거나 만성 질환자가 많아 인턴들이 담당해야 할 검사나 프로시저(procedure:처치)도 많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메디컬(medical) 파트의 핵심답게 매일 아침저녁으로 전공의들의 발표가 있었다. 복사를 비롯해 논문 찾기 등 인턴들이 해야 할 잡일도 덩달아 많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인턴인 김지훈도 반드시 참석해야 했다.

이른 아침부터 내과 병동이 있는 별관 5, 6, 7층을 뛰어다니며 회진을 안내했다.

컨퍼런스(conference:집담회)에 참석하면 어느새 배움에 대한 결의는 사라지고 절로 눈이 감겼다. 역시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 공부라는 말은 진실에 가까웠다.

뻐근한 어깨를 주무르며 그날 해야 할 일들을 하다 보면 어느새 저녁이었다.

오프 때도 밤 9시가 넘어야 퇴근하기 일쑤였다.

불과 이삼일 만에 체력의 한계가 느껴질 정도였다.

‘뭔 놈의 일이 이렇게 많아. 내과 전공의 선생님들도 대단하네. 과제 준비만으로도 하루가 모자라겠다.’

오늘도 전공의가 부탁한 복사를 끝내고 주 병동인 별관 6층으로 돌아왔다. 아직 12시도 안 됐는데, 일을 다 끝냈는지 신현수가 책을 보고 있었다. 인턴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단정하고 반듯한 모습이었다.

“뭔 책이냐?”

신현수가 눈길도 주지 않으며 대답했다.

“새비스톤(sabiston:외과 원서).”

한글판도 아니고 원서를 읽다니, 시간이 남는 모양이었다.

“열심히 하네. 순환기는 환자가 몇 명이야?”

“50명 조금 넘어.”

“50명? 그럼 호흡기는?”

“비슷해.”

김지훈이 의자에 기대며 투덜거렸다.

“에이씨! 소화기 파트의 반도 안 되잖아. 좋겠다.”

“그게 내 탓이야?”

신현수의 말투가 까칠했다. 학교 다닐 때부터 원래 그렇긴 했지만 확실히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누가 네 탓이래?”

‘성격하고는. 웃기만 해도 주변에 애들이 바글거릴 텐데. 자식이, 그걸 몰라.’

김지훈이 가운을 풀어 헤치고 잠시 쉬는 사이 인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윤서연에 이어 손일석과 정갑수까지 자리를 차지했다.

김지훈이 손일석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어! 널널한 손일석. 비뇨기과 인턴이 여긴 웬일이야?”

“인마, 비뇨기과도 입원 환자 많아, 왜 이래.”

“많기도 하겠다. 드레싱하러 왔어?”

“안 그래도 드레싱 좀 부탁하러 왔다.”

김지훈이 눈을 흘겼다.

“일석아, 나 일 많다. 봐줘라.”

“내과에서 네 일이 제일 많다는 건 알지. 나도 웬만하면 부탁 안 하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3년차 선생님이 외부 복사 심부름을 시켜서 말이야. 나갔다 오면 4시는 될 것 같아. 2시쯤에 하나만 부탁하자.”

응급실과 정형외과를 돌면서 한 번도 자신의 일을 미루지 않았던 손일석이었다. 게다가 제일 친한 친구다.

“알았어. 그렇다면 당연히 내가 해 줘야지.”

“고맙다, 친구야. 그런데 미안해서 어쩌냐? 드레싱하고 나면 죽고 싶을 거다.”

“뭔 소리야?”

“어후! 이걸 서연이 앞에서 말할 수도 없고. 하여튼 이따가 가서 봐. 난 그거 보고 나서 3일간 살맛이 안 나더라.”

다들 궁금한 눈치를 보이자 손일석이 답답한지 가슴을 쳤다. 정갑수가 눈가를 찡그렸다.

“손일석, 별것도 아닌 일에 난리 좀 치지 마라, 인마.”

“진짜 가서 보면 안 다니까요.”

“됐고. 현수야, 너 오늘 오프냐?”

“응. 오늘 나하고 서연이가 오픈데, 왜?”

정갑수가 술을 마시는 시늉을 하며 눈을 반짝였다.

“술이나 한잔하러 가자. 발렌타인 17년산 키핑해 놨어. 어때?”

술자리를 거의 하지 않는 신현수가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발렌타인 17? 좋지. 서연아, 별일 없으면 너도 가자.”

윤서연이 김지훈을 보았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흥! 넌 내가 현수랑 술 마시러 간다는데 아무렇지도 않아? 설마 그건 아니지? 두고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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